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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7-09-1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집은 무심선생님 농막이겠지요?

무심 2017-09-1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상에 맡깁니다. 삭막한 두릅나무가 꽃을 피울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사람이 나이가 들어 흰 머리털들이 느닷없이 난 모습 같았습니다.
 

 

 

주위 사물들에 관심도 많다. 잠시도 쉬지 않고 둘러보는 모습인 거다. 그러다가 문득 숨 가쁘게 내달린다. 엄청난 거리를 단숨에 직선으로 내달리는 모습은 고속열차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놈을 나는 지켜보다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위 사물들에 관심도 많고 몸동작도 민첩한 놈을 방치했다가는 얼마 안 가 우리 집안에 갖가지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벌써 나의 심상치 않은 눈길을 눈치 챘는지 하던 동작도 멈추고 숨죽이며 있는 놈.

놈과 나와의 거리는 1미터쯤. 괜히, 놈을 처치할 무기를 다른 데에서 찾으려다가는 그 순간 놓칠지 모른다. 아니, 놓칠 게 확실하다. 나는 손길 닿는 데 있는 슬리퍼 한 짝을 조용히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죽은 듯 연기하며 욕조 바닥에 있는 놈을 냅다 갈겼다.

단번에 놈이 피 터져 죽어버렸다.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지만 워낙 생명력이 강한 데다가 간교하기까지 한 놈이기에 다시 한 번 더 슬리퍼로 냅다 갈겼다. 확인사살이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에 해당되는 놈이었다. 주위 사물에 호기심이 많은 거며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체력이며……. 그런 놈이 무사히 자라나 성체가 되면 엄청난 번식력으로 수많은 후손들을 사방에 퍼뜨리며 우리 집안을 쓰레기장처럼 만들 것이다.

 

오늘 나는 욕조 바닥에서 한창 청춘인작은 바퀴벌레 새끼 한 마리를 때려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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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어느 한 때 양양고등학교 운동장 가에 정렬해 있던 플라타너스들. 40년 전보다 더 자란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얼마간 감동 없이 살았다. 감동 없이 산다는 말은 아무 감정 없이 하나의 사물처럼 살았다는 뜻이 아닐까. 하긴 감정을 갖고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삭막해졌다. 물론 이럴 때 세상은 나 자신도 포함하는 낱말이다. 그러다가 201792, 감동을 받았다. 평균 나이 58세나 되는 제자들의 따듯한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1977, 78년 태백산맥 너머 양양고등학교에서 맺은 사제지간의 연이 장장 40년째 잊히지 않고 존재할 줄이야 

솔직히 나 자신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머리 희끗희끗한 제자들에게 물었다. 

내가 자네들을 가르칠 때, 어땠지? 실수가 많고 어설프지 않았나?” 

제자들이 말했다 

선생님이 그 당시 아주 열정적으로 가르치셨어요! 그리고 늘 저희들과 소통하려고 애쓰셨고요! 그래서 저희들이 여태 잊지 못하는 거여요.” 

놀랐다. 무심한 나한테도 그런 때가 있었다니.

 

그 날 잠시 시간을 내 양양고등학교 교정의 한 곳을 사진 찍은 것이다. 40년 전 운동장 조회가 있을 때마다 교사들은 저 플라타너스나무들을 등지고 서서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뻗은 가지들도 몇 없어 볼 품 없던  플라타너스나무들이 이제는 왕성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왕성해지는 추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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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다.

땡볕이라 그냥 있어도 비지땀에 젖을 텐데 밭일까지 하고 나니 온몸이 땀범벅이다. 그 때 지하수의 찬물에 샤워하는 맛이 기가 막히다.

그런 뒤 나무그늘에서 쉬면 낙원이 따로 없는데…… 그 순간 숲 모기들이 사정없이 달려들어 내 몸 곳곳을 물어뜯으니 참, 미칠 지경이다. 모기란 놈들이 내가 옷을 입었을 때는 어쩌지 못하다가, 샤워하느라 옷을 다 벗어 알몸이 된 순간 벼락같이 달려들어 미칠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결국 샤워하면서 모기들의 습격도 신경 써야 하는 바쁜 처지가 되는데, 그러면서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 놈의 모기들이 아주 당연하단 듯이 내 몸에 빨판 주둥이를 꽂는다는 사실이다.

되는 말인지는 모르나모기들이 사람을 물을 때에는 단 1초라도 망설이거나 머뭇대는 동작을 보인 뒤 빨판 주둥이를 꽂아야 되는 게 아닌가싶었다. 모기들이 너무나 당연한 듯 거리낌 없이 내 몸에 달라붙는 데 만정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봤다. 만화영화 같지만 만일 모기들이 미안하다는 몸짓을 보인 뒤 내 몸에 빨판 주둥이를 꽂는다…… 그렇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기들에게 는 단지 먹이로 보였을 뿐이다. 애당초 예의란 인간들이 만든, 인간 세계의 몸짓이 아니던가.

그렇기도 하고, 우리 인간들이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을 때 돼지나 소에 대해 미안해한 뒤 먹느냐 하는 자성이다. 물론 어떤 종교에서는 음식을 먹기 전 고마움을 먼저 표한다지만 절대자나 그 음식의 주인이 고마움의 대상이지 음식이 돼버린 동물은 아니라고 나는 알고 있다.

 

모기가 내 몸에 빨판 주둥이를 꽂는 일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내가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것 또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목숨을 유지하려면 늘 잊지 말고 무언가 먹어야 하니까, 음식의 대상에게 고마워할 게 전혀 없었다.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자연계에서 나와 모기가 함께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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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1980년경에 썼다. 무심이 동해안의 모 고등학교 교사였을 때다. 망연히 흘러가는 남대천을 어느 날 지켜보다가, 문득 어떤 구상이 떠올라 이 소설을 쓴 것이다. 그 때 제목이 이었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50 매쯤이었다. 지금도 동해안에 있는, 40년 넘는 설악문우회의 회지갈뫼지에 발표했다.

그 후 무심은 춘천의 모 고등학교로 전근온 뒤인 198311월경, 분량을 약 80 매로 보완하는 한편 제목도 사초(史草)’ 라고 바꾼 뒤 중앙의 모 일간지 신춘문예에 투고했다. 그 때 이런 결심을 했던 기억이다.

만일 당선되면 그걸 핑계로 교직을 사표내고 나와 전업 작가로 사는 거다.”

돌이켜보면 만용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으나 사초라는 제목이 작품 내용에 걸맞지 않다는 심사위원의 평과 함께 탈락한 것이다. 낙망한 무심은결국 내 팔자는 교사로 살아야하는가 보다체념하고 말았다.

그 후 다시 세월이 흘러 2000년 경에 공동경비구역 JSA ’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무심은 우연히 그 예고편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소설  '사초'와 줄거리가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갈라진 병사들이 국경 근처에서 벌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란성 쌍둥이 같았다. 기분이 나빠 그 후 무심은 지금까지 그 영화를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박상연이란 분이 1996, ‘DMZ’란 소설을 세계의 문학이란 문학지에 발표했는데 이를 박찬욱 감독이 2000년에 각색하여 연출해 나온 영화라 했다.

 

무심은 2004년 봄에 교직을 명퇴했다. 더 늦기 전에 소설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역시 교직을 명퇴한 한 친구한테 1983년의 사초’  원고를 한 번 보여주었다. 그 친구가 다 읽고 나서 말했다.

감동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줄거리가 흡사하다.”

그 말에 무심은 다시 이 작품을 서재에 처박아두었다. 그러다가 요즈음 들어 생각을 바꿨다. ‘그 작품이 불쌍하다. 블로그에라도 올려 세상의 빛을 보게 하자.’

하여 이번에 가뭄’ 으로 이름을 바꿔 블로그에 올렸다. 다만 30여 년 전 작품이라 구식 문장들을 며칠 다듬어야 했다.

 

이 기회에 재차 밝히는 것은 이 작품이 공동경비구역 JSA’보다 최소한 십 년 이상 앞섰다는 사실이다. 이를 입증할 수도 있는데 1980년 경 발간된 설악문우회의 갈뫼지가 그것이며 1983년 중앙의 모 일간지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이 그것이다. 시간을 내어 찾고자 하면 나올 수 있는 근거들이다. 물론 무심에게도, 오래 되어 원고지들이 누렇게 빛바랜 사초원고도 있다.

 

 

제목을 이라 했다가  사초라 했다가  가뭄으로 자리 잡았듯이, 30여 년 흐르는 동안 다소 기구한 운명을 겪은 작품이다. 하지만 무심은 요 며칠 동안 이 작품을 다듬으면서 특히,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 자신도 모르게 감명을 받았다. 자기 작품에 자기가 감명 받다니, 요즈음 말로 자뻑일 수 있다. 어쨌든 자신의 여러 한() 중 하나를 그나마 푼 듯하다.

 

이런 생각들을 해 본 적이 있다.

이 작품이 1983년 신춘문예 투고 때 당선되었더라면, 그래서 교직을 사표 내고 전업작가로 나섰다면 내 삶의 행로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작품이 1983년에 당선되지 못한 것은 제목 때문이 아니라, 당시 남북관계가 몹시 안 좋던 시기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이라는, 박상연 작가의 ‘DMZ’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솔직히 그럴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과 무심 작품이 흡사한 것은, 세대를 격했지만 분단된 땅에서 살고 있다는 동질감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연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기구한 역정의 이 작품에 무심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그만 적기로 한다. 불원간 친구를 만나 막걸리 한 잔 나누는 것으로 뒤늦은 뒤풀이라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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