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역회사 사장 아들로 슈퍼주니어 멤버다. 201315일 한국인 최초 트위터 팔로워 300만 돌파에 이어, 20151026일 팔로워 500만을 돌파했을 만큼 대단한 인기와 영향력을 겸비했다. 2016225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연예, 스포츠 부문 아시아 영향력 있는 인물 30세 이하 30'에 한국인 6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가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맞았다. 아끼는 반려견에 이웃집 사람이 물린 지 얼마 안 돼, 사인이 확실치 않게 사망하는 참사가 난 것이다.

 

노인들은 잔소리가 많다. 주로 조심하라는 잔소리다. '차를 몰 때도 그렇고 길을 걸어갈 때도 항상 주위를 조심해라. 방심했다가는 사고 난다. 아무 음식이나 덜컥 먹었다가는 식중독에 걸린다. 먹어도 되는지 충분히 살핀 뒤 먹어라. 친한 친구라도 보증을 서서는 안 된다. 보증 섰다가 신세 망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아는 어른들을 보면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인사해라. 집을 비울 때에는 문단속을 철저히 해라.’ 등등.

왜 그리 조심하라는 잔소리가 많은지, 젊었을 때는 노인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같은 노인이 되자 달라졌다. 남부러울 것 없는 아이돌 한 사람이 반려견 관리 문제로 시련을 겪을 줄이야, 어느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오래 살면 백년 남짓한 인생, 항상 조심하며 살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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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숭배할 수 있을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무심은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숭배한다는 것은 착각이거나 허위일 거라고 믿는다. 한 나라의 독재체제가 붕괴하는 순간 숭배 받던 독재자가 온 국민한테 철저하게 지탄 받고 버림받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나.

물론 사람이 신을 숭배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무심 자신은 무신론자이지만 말이다.

같은 연장선상일까, 무심은 다른 사람을 쉬 존경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하장편소설토지의 작가 박경리씨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가 유언처럼 남긴 시() ‘옛날의 그 집에서 이런 말씀을 했기 때문이다.

“(상략)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이렇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가 있을까? 이렇게 늙음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심은 그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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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배 때문이다. 그 후배 때문에 평생 스포츠라는 걸 모르고 살아온 무심이 총 20kg이 넘는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깊은 물속에 뛰어든 거다.

 

1990년 가을이다. 무심이 시골 읍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그 후배가 수시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형님, 아랫배가 나온 게 심상치 않습니다. 연구부장 자리에 앉아 지내다보면 배가 더 나오면서 건강이 아주 안 좋게 될 겁니다. 어서 스포츠를 시작해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무슨 소리야? 이렇게 앉아 있다가도 수업시간만 되면 교실로 가 50분간 백묵 쥐고 몸을 움직이다가 나오는데.”

나 참 형님도! 그건 운동이 아니라 노동입니다. 제대로 된 스포츠를 해야 뱃살도 빠지고 건강해지거든요. 움직이기 싫어하는 형님한테 딱 맞는 스포츠가 있어요. ‘스쿠버인데 이거 재미들이면 주말마다 강으로 바다로 다니느라 뱃살이 확 빠질 수밖에 없어요.”

스쿠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나는 숨쉬기 운동만으로도 충분해.”

, 답답하기는!”

후배는 태백산맥 너머 도시가 고향이다. 온 가족이 이사와 사는 나와 달리, 후배는 혼자 하숙하며 지내다가 토요일 오전수업이 끝나는 대로 넘어간다는데…… 스쿠버 다이빙으로 일요일 하루를 보낸다고 소문나 있었다. 후배가 생뚱맞게도 내게 스쿠버를 권하는 목적은 건강을 염려해서라기보다는같은 직장에서 스쿠버 동호인을 한 사람이라도 만들려는 것주말마다 혼자 태백산맥을 넘어 다니는 일이 심심해서 동행인을 구하려는 것’, 두 가지로 짐작하고 있었다. 읍에서 동해안까지는 자가용차로 두 시간여 걸리는데다가, 그 찻길이 꼬불꼬불한 데가 많았다. 귀한 주말시간을 차를 몰고 험한 산길을 오가는 것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스쿠버는 한 순간 실수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위험한 스포츠가 아닌가. 후배가 아무리 유혹해도 내가 스쿠버에 동참할 가능성은 1%도 안 됐다.

그러다가 일요일 아침에 후배의 전화를 받은 게 사건의 시작이다. 당시는 휴대폰 같은 게 없이 집 전화기만 있는 때다. 늦잠을 자고 있는데 후배가 동해안 바닷가에서 느닷없이 전화를 걸었으니.

형님 지금 뭐해?”

잠자다가 전화 받느라 깼어.”

참 딱하기는. 형님, 지금 당장 옷 갈아입고서 여기 바닷가로 차 몰고 와요. 와서 스쿠버라는 게 과연 어떤 건지 구경이나 해요. 제가 지금 바닷가 식당의 전화기를 빌어 전화 거는 건데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

통화가 끝났다. 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니 푸른 하늘에 햇빛 화창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집에 있어 봤자, 낮잠을 자거나 비디오로 무협영화를 보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시골 읍의 일요일. 그렇다면 후배가 말하는 바닷가로 한 번 가 보자.

해서, 바람 쐬는 겸 차를 몰고 동해시 어느 바닷가까지 달려간 게 무심의 스쿠버 추억의 시작이다. 마침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스쿠버 다이버들이 하나 둘,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중에 물안경을 벗어서 얼굴을 알아 봤지만 후배도 그 무리에 있었다. 간간이 흰 파도가 치는 검푸른 바다에서 바닷물에 젖어 가을 햇빛에 몸들을 찬연히 드러내던 그 광경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국어교과서에 있는 전봉건의 피아노라는 시가 떠올랐다.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1990년은 신용카드가 처음 보급되던 시기다. 한 번도 카드를 그어본 적이 없었던 무심은 그 날 뭐에 홀린 듯, 후배가 권하는 대로 스쿠버 숍에서 비싼 장비들을 일 년 할부로 장만했다. 무심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스쿠버 다이빙 추억이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처음에는,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다가 짠 바닷물을 몇 번 들이키고는 만정이 떨어져 중단했었다. 하지만 아내가비싼 장비들을 충동구매해 놓고 낮잠이나 자는 모자란 남편으로 보는 눈총에 쫓겨, 울며 겨자 먹기로 스쿠버를 재개했는데…… 한 달여 고생 끝에 스쿠버 다이 빙에 능숙해지면서 무심은 주말만 되면 먼 동해안 바닷가로 스쿠바 장비들을 차에 챙겨 싣고 달려가게 되었다.

물속은 고전소설에 잘 나오는 표현처럼 별유천지(別有天地)비인간(非人間)이었다. 지상에서는 못 봤던 별천지가 바다 속에 있었다. 일 미터 남짓한 작살 하나 믿고 집채만 한, 음험한 물속 바위들을 뒤져 오십 센티 넘는 쏘가리도 잡아보았다   

그 때 추억의 일부분을 소재로 해서 쓴 소설이 그 강의 흰 바위. 당시 무심 나이 40대 중반. ‘40 불혹(不惑)’이라 하여 40세는 세상일에 미혹됨이 없는 나이라는데 무심은 그렇지 못했다.

무심을 5년여 동안 미혹시키고 그 후 연락이 끊긴 후배. 지금은 어디서 뭐하며 지내는지. 후배도 환갑을 지났을 테니 체력이 달려 스쿠버 다이빙은 그만두지 않았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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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7-10-1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작 배경 소개 자체가 한 편의 작품이네요~ ^ ^

무심 2017-10-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게 스쿠버 활동은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됐습니다. 더 머리가 굳기 전에 그 추억들을 하나하나 글로 써 내고자 합니다.
 

 

 

풀이 자라나려면 햇빛, , 세 가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잡초는 지붕 추녀 밑에 놓은 에어컨 실외기 뒤에서 발견됐다. 바닥마저 시멘트라햇빛 흙 물중 어느 한 가지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결국 이 잡초는 파편 같은 햇빛, 파편 같은 흙, 파편 같은 물의 도움을 얻었을 게다. 직접 햇빛은 못 받지만 볕뉘, 제대로 된 흙바닥은 못 되지만 시멘트 바닥에 쌓인 흙먼지 같은 한 줌 흙을, 빗물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비 내릴 때 날리는 물기를 근거로 살아나는 데 성공했다는 결론이다.

왜냐고?

살아야 하니까. 이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 볕뉘: 햇볕의 그림자란 뜻의 단어다. 남명 조식( 曹植)이 지은 시조에 등장한다. “삼동에 베옷 입고 岩穴에 눈비 마자/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난/ 서산에 해 지다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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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내린천 휴게소에서 지인을 만나 인생의 가을을 얘기 나누었다.  무심 체구가 지인보다 더 크다 해서 삶까지 더 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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