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페르소나
이석용 지음 / 책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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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의 숙명

 

 

이름은 무엇일까?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것에 이름을 붙여주자 내게로 와서 꽃으로서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만큼 무언가로 불린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에서 백화가 마지막에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해주는 것과 같이 사람 간의 관계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유명한 사람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 사람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떨 것인가?

 

'클럽 페르소나'라는 공간에는 역사 속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은 이름이 특이하다는 것 외에도 사회에서 소외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같은 역사 속 인물을 설명할 때는 생기가 돌면서 어떤 열기를 느끼게 했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그 역사 속 인물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이곳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위안을 얻었다.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클럽 페르소나를 처음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모았던 허균이 클럽 2층의 방 욕조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곳에 투입된 40대 아줌마 서효자 형사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서 형사는 이곳의 바텐더와 여러 회원들을 만나며 클럽의 정체를 파악하면서 허균을 죽일 만한 원한 관계가 있는지 파악한다. 그러면서 클럽의 유산이 바텐더에게 가도록 정리되어 있다는 점을 의심하게 된다. 게다가 클럽이 되기 전에 소유권이 바텐더에게 있었던 터라 더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클럽에서 찍고 있던 <신아리랑>에서 또 다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먼저 이 소설이 형사소설을 지향하고 있는 건지, 역사소설을 지향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우리나라는 탐정 제도가 없는 탓에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에 탐정소설보다는 형사소설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여자 형사가 등장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트릭이나 속임수보다는 사람들의 고백이나 과거 이야기가 더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탐정 소설들도 과거가 등장하지만 속임수나 트릭이 대부분이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난 이후에 고백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대부분 클럽 페르소나의 정체에 대한 고백이 더 많은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왜 클럽 페르소나에 열광할까? 그것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들이 하나의 가면을 쓰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의 힌트라고 할 수 있는, 빨간 립스틱으로 적혀 있는 '불수호난행, 즉, 모름지기 어지럽게 걸어가지 말지니'라는 조선후기 문신 이양연의 시 <야설>의 일부분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해석해 준 사람이 바로 클럽 회원 중 한 명인 박문수였다. <야설>은 백범 김구의 휘호로 유명해진 시인데, 허균과 함께 클럽을 만든 사람 중 한 명인 안두희를 향한 문구라는 것이었다. 안두희는 백범 김구를 시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결말을 보면, 작가가 형사소설보다는 역사소설을 더 지향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허균이 죽은 이후에 다른 사건이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클럽 페르소나의 등장 인물들이나 형사가 많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어떤 고백을 하기에 급급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클럽 페르소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인물과 관련된 역사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였고 역사에서 잘못한 일을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작 본인들이 한 일도 아니지만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감을 가졌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이름의 의미가 더욱 더 무겁게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이름에 대해서 말이다.

 

 

* 네이버 책콩 책밥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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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자서전 범우 사르비아 총서 107
안중근 지음 / 범우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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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나라의 광복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역사를 되돌아 보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꺼내 든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한숨이 나오며 부끄럽고도 한심스러운 사회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광복은 끝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광복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친일파들이 아직도 그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불합리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우리나라에 전쟁 등의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누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들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고 할까? 결국 나라를 팔아먹고 같은 민족을 죽인 자들이 더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나라를 위해 돈을 모으고 군대를 가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웃기는 소리다. 자신들은 갖은 핑계를 대어 군대가 면제되면서 말이다. 그리고 세금도 내지 않고 나라의 권리만 찾는 고위층들이 너무나 많다. 안중근은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인 지배층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나라가 없으면 우리 민족도 없다고 말했다. 내가 볼 때는 제대로 된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바로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안중근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인들에 의해 더 숭배되고 떠받들어지는 것 같다. 천주교의 세례를 받았던 안중근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했다. 한일합방 전에 일본군과 각개전투를 벌이면서 일본군 포로를 잡게 되면 죽이지 않고 풀어주고는 했다. 자신이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이토 히로부미 등과 같은 권력자라고 하면서 말이다. 일본인 개인의 죄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소수 몇 명의 문제로 국한 시킨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제국주의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버린 후라서 그 흐름을 몇 명의 힘만으로는 거스를 수 없었다는 한계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안중근은 명연설가였다. 자신의 굳은 의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들도 감동을 받아 그를 숭배했던 것이다. 안중근은 자신의 생각과 말과 함께 행동을 일치시킨 사람이었다. 말만 번드르르 하게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개화가 시작되고 서구 열강들이 판을 치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집어 삼키려는 혼란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안중근...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에 빌붙어 살아남을 것인가?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현재의 상황을 알고 나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까? 그 당시 독립을 위해 행동한 사람들은 아마 후회할 것이다. 어리석은 자신을, 나라를 믿었던 자신들을 말이다. 그래도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일본이나 미국 등의 속국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일본이나 미국 등의 국민이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고 있을까?

 

안중근은 명분가의 자손으로 나라를 위해 사비를 털어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하였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였고 뜻이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염원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며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재산을 가진 일부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고 행동하고 싶지도 않다며 안중근을 피하기도 했다. 그때 안중근이 겪은 좌절이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힘차게 일어나 나라의 원수인 이토를 죽이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댓가로 안중근은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것은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필요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나라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죽인 자들은 석방되면서 적군으로서 행한 일은 사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라 잃은 설움인 것이다.

 

안중근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과연 큰 죄인이다. 다른 죄가 아니라, 내가 어질고 약한 한국 인민 된 죄로다."

 

그렇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여러 감정들은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겪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도, 안중근의 준엄한 꾸짖음을 읽고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 사람은 한국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나라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이라도 느꼇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민이 뭔가를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한 나라를 구성하는 정부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겠다... 안중근의 유해라도 고국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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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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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훈훈해지는 나른한 오후의 추억

 

 

이 소설은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라서 겨울 호빵이 생각났다. 손이 시려운 한겨울에 뜨거운 호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던 기억,,, 그렇게 삶에 지친 나에게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변화되는 세계, 그리고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었다.

 

누구나 한여름에 가족들과 냇가나 바다나 산으로 놀러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기억들이 어느새 아련한 추억들로 남아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그렇게 가족들과 물놀이를 다닌 것처럼 나도 커서 결혼해서 자녀들과 함께 여기저기 물놀이를 다닐 것이다. 그럼 그 아이들도 이러한 추억을 가지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대를 이어서 추억은 또 다른 추억을 남기고 그리워 하게 될 것이다. 이게 우리의 인생이고 행복일 것이다. 돈을 벌어서 쓰느라 빡빡한 삶에서 조금 물러나 이러한 소소한 기쁨들을 누리고 사는 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설은 남자 주인공인 아이바 싱고와 여자 주인공인 가와이 나쓰미가 오토바이를 타고 외진 곳을 달리다 구멍가게인 '다케야'에 우연히 들려 지장 할아버지와 야스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지장 할아버지는 야스 할머니의 아들이었는데, 예전에 몸을 다쳐서 걷는 게 조금 불편한 상태였다. 그곳에서 싱고는 자신의 사진들을 보여주다가 다케야에 머물면서 사진을 찍게 된다. 그러면서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반딧불이도 보고 아름다운 풍경들의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다케야에 가끔 오는 사카키야마 운게쓰도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운게쓰는 살아있는 불상을 조각하는 것으로 유명한 불사였다. 그들은 다케야에 지내면서 지장 할아버지와 야스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되고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간다...

 

책의 중간 부분에 냇가에서 놀면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잡는 내용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일본 곳곳을 여행하며 작가가 직접 체득한 방법들이라고 하니, 이야기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았다. 또한, 이 책에서는 반딧불이가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는데,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반딧불이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환경 오염으로 인해 반딧불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슬퍼졌다. 우리의 추억도 그렇게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좋은 구절들이 많아서 잔뜩 소개해주고 싶어졌다.

 

"아무렴. 좋아하지. 민들레꽃은 죽으면서도 수많은 생명을 하늘에 둥실둥실 날려 주지 않니? 그래서 참 멋진 꽃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57쪽)

 

"타인과 비교하면 내게 부족한 것만 보여 만족을 모른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 (127쪽)

 

"재능이란 건, 각오랑 같은 뜻이기도 해......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인간이라도 뭔가를 이루기 전에 포기하면 그 인간에겐 재능이 없었던 게 되지. 굳게 마음먹고 목숨이라도 걸 각오로 꿈을 이룰 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녀석만 나중에 천재 소리를 듣게 돼." (244쪽)

 

시간이라든지, 마음이라든지, 추억이라든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 있다. 그런 건 아무리 튼튼한 쇠사슬로도 묶어 둘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내 안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만 접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 내 안의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여 이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과 더불어 살아가겠지. (252쪽)

 

그대로 계속 붙은 채 날아가서, 같은 땅에 내려앉아, 이웃으로 함께 쑥쑥 자라서, 활짝 피운 예쁜 꽃을 서로 보여 주며, 그렇게 죽을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생을 같이하다가, 마지막엔 또 함께 많은 씨를 하늘로 날리면 좋겠다. (263쪽)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 직업을 갖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다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좀먹고 불행하는 게 주변이나 타인이 아니라 '내 마음'은 아니었을까 고민해 보았다. 남과 비교하는 내 자신,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내 자신,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마는 내 자신,,,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그건 '진정한 나'가 아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나약하고 여린 나'의 발버둥일 뿐이다. 한 걸음 물러나서 '그런 나'를 한번 안아주고 토닥여 주자. 넌 말이야, 정말 잘 하고 있어...

 

 

* 인터파크 이덴슬리벨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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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이 책은 서울의 현대사를 횡단하는 데 최단 거리의 이동 경로를 제시해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박해천(디자인 연구자, 『아파트 게임』 저자)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임동근, 김종배

인구통계가 확립된 1965년 이후 지난 50년간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10배로 늘어났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간 매년 5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이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적자원인 동시에 물, 전기, 가스, 교통, 주거,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기도 했다. 늘어나는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 교육, 치안, 경제, 병원, 도로 등의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수도권)이라는 독특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냈고, 또 그만큼 독특한 ‘서울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그런 독특한 통치술, 독특한 선택들을 하나 하나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그 효과와 부작용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가령 동사무소라는 독특한 한국적 행정기관은 왜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린벨트는 왜 만들었고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아파트는 어떻게 전 국민의 로망의 되었으며 또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왜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지,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오피스 지구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등등 의문점들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펼쳐진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8월 10일 ~ 8월 16일 (당첨자 발표 : 8월 17일)

발송: 8월 19일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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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2: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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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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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 이뤄진 소년과 소녀의 운명적 만남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전쟁으로 인해 진정으로 행복해진 사람이 있을까?? 의문은 끝없이 일어난다. 아직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것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총을 들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비극... 그 끝없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소년과 소녀가 흔들리고 있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얽히게 되는 것일까?

 

책 1권의 표지에는 소녀가, 2권의 표지에는 소년이 있다. 그들은 책 표지에서와 마찬가지로 흑과 백으로 대립되어 있다. 남녀로, 인종적으로, 서로 대립하는 적으로서, 대척점에 서 있는 그들은 서로 어떻게 만나게 되는 것일까? 그 혼란스러운 전쟁통 속에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물어보던 질문이었다. 전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그 기다림에 대한 글이라는 줄거리 소개글을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2권에 가서도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단 한순간의 만남을 위해 삶을 살아나간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서로 전혀 몰랐던 두 아이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베르너 페닝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18살이 되지 않은 앳되고 몸집이 작은 남자아이였다. 그는 독일의 졸페라인 '아이들의 집'이라는 고아원에서 여동생 유타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곳은 광산지대로서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부분 광산에서 일하게 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베르너 또한 아버지가 무너진 광산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광산지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베르너는 꽤 똑똑한 편으로 독학으로 어려운 수학 계산을 해내고 라디오를 분해하고 고쳐낼 정도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베르너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곳을 벗어나려는 꿈을 꾸는 베르너를 짓밟는다.

 

소녀인 마리로르 르블랑은 전쟁 시기에 16살로 앞이 보이지 않는 여자아이였다. 그녀의 엄마는 자신을 낳다가 죽었고 그 이후에는 아빠와 생활했다. 눈이 백내장으로 보이지 않자, 아빠는 마리로르에게 마을 모형을 만들어 주면서 길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빠는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자물쇠 장인이었는데, 다양한 트릭이 들어간 상자를 만들어 낼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다.

 

자연사 박물관에는 '불꽃의 바다'라는 비극적인 사연을 가진 133캐럿 다이아몬드가 존재했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도 높았지만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불멸의 존재가 되어 죽지 않는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어서 '불꽃의 바다'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이아몬드는 소유한 사람은 죽지 않지만 그 주변인들은 아프거나 죽게 되는 저주가 걸린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저주도 사람들이 '불꽃의 바다'를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이처럼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진 소년과 소녀는 결국 프랑스 생말로라는 해변가 마을로 모이게 된다. 이 책 속에서 중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는 '라디오'로 인해서 소년은 소녀를 알아보게 된다. 그것은 베르너가 어렸을 적에 유타와 듣던 한 라디오 방송이 계기가 되었다. 마리로르는 아버지가 실종되고 작은할아버지인 에티엔과 독일의 정보를 라디오 방송으로 송신하는데, 그것을 잡아내는 사람이 바로 베르너였기 때문에 베르너가 마리로를 잡아낼지 걱정이 되었다.

 

"네 인생은 늘 기다림뿐이었어. 그런데 지금 기회가 온 거야. 그래, 준비됐니?" (364쪽)

 

베르너는 마리로르를 지키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베르너는 마리로르를 지켜주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유년 시절에 위안을 주었던 그 라디오 목소리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소년과 소녀들에게는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무엇을 위해서? 그들은 무엇때문에, 누구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는 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 어른들에 의해서 자신들의 운명이 바뀌어 갈 뿐인 것이다. 어른들도 자신들의 목숨만을 구하기 위해 급급했지만 말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마리로르는 자신만의 눈으로 바깥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다. 전쟁 속에서 아빠가 실종되어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어도 마리로르는 절망하지 않고 교육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절망에 빠져서 무너져 내려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어도 마리로르는 세상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그녀의 곁에는 자신을 사랑해 준 아빠와 에티엔 할아버지 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베르너는... 그의 결말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직도 너무 어린 나이인데,,, 그에게는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는데,,, 모든 건 '순간'일 뿐이다. 참고 이겨내는 것, 그리고 기다리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 소설을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1944년 8월 7일 프랑스 생말로에 폭격이 시작되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가장 핵심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소설 내용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을 경우에는 소년과 소녀의 단편적인 모습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부분들은 이제 과거로 돌아가서 소년과 소녀의 살아온 모습들을 각자 보여주면서 그들이 어떻게 해서 현재 프랑스 생말로에 있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며칠 전 보게 된 <우먼 인 골드>라는 영화와 함께 이 소설은 나치와 전쟁, 예술품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전쟁의 비극성과 함께 그렇게 뺐긴 예술품들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모습들이 일본에 뺐긴 우리의 문화재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왜 돌려달라고 말을 못해??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바라본 세상은 무척 반짝거렸다. 그리고 전파들의 세상을 잡아내는 소년이 바라본 세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신호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순수의 세계였을 것이다. 작가는 책 마지막에 라디오 전파의 시대와 무수한 전파들이 난립하고 있는 오늘날을 비교하고 있는데, 장정일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이라는 시와 함께 보면 제법 흥미로울 것 같았다.

 

영혼을 실은 그 거대한 셔틀이 주변을 날아다닐지도 모르며, 희미하지만 귀를 바짝 가져다대고 들으면 들을 수 잇다는 것을? 그들은 굴뚝 위를 날아 다니고, 보도를 미끄러지고, 우리 재킷과 셔츠와 흉골과 폐 틈새를 스르르 통과해 반대편으로 빠져나가고, 도서관과 모든 생명의 기록이 담긴 공기, 내뱉어진 모든 말, 전송된 모든 단어가 여전히 그 안에서 울리고 있다. (459쪽)

 

 

* 인터파크 민음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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