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만난 심리학 - 미술과 문학에 숨은 심리학 코드 읽기
박홍순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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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문학 속의 심리학 분석

 

 

미술 작품만 봐도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라는 시리즈 책이었다.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기 위한 그림과 심리학의 측면에서 분석하는 미술 작품은 전혀 다르다는 걸 이 책을 보고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심리학의 측면에서 분석하기 좋은 그림들은 보기만 해도 우울하고 감정적인 동요를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색깔도 어두침침해서 <그림의 힘>에서 나오는 작품들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 대비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 종류의 심리학 책이 아니다. 필자가 저자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마음이나 정신을 수양하는 차원이 아니라 본격적인 심리 분석의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스트레스 받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은 다른 책을 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심리학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재미있게 읽어 볼 만한 책이었다.

 

그래서 심리학 입문서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심리학 이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론들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심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분석되는지 알고 싶을 때 읽기에 적절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필자인 박홍순은 미술 작품과 문학 작품을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읽어 내기에는 어느 정도의 심리학이나 인문학적인 수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심리학의 본격적인 학술 서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미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문학 작품과 철학, 인문서적에서 찾아내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일반인이 읽기에도 무리없이 읽혔다. 단지, 문학 작품과 인문서적 등을 인용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뚝뚝 끊기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 문학 작품과 인문서적을 모두 읽었다면 읽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조금씩 인용된 부분만 읽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3부에서 심리가 사회적 행동을 조종한다며 다중인격을 권하는 현대사회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현대 시대가 완전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가상 세계나 네트워크에 어울리기 위해 우리는 점점 더 짧은 토막의 파편으로 변화되는 것 같다. 말도 짧고 간결하게 하려고 하고 아예 이모티콘을 쓰거나 하는 것처럼. 게다가 사이버 세상은 자신의 인격을 새롭게 만들기에도 무척 쉬우니 말이다. 언젠가는 다중인격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사회문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어쨌든 원래 미술 작품을 좋아해서 많이 봐왔고, 심리학에도 관심이 있었던 터라, 이렇게 미술 작품과 심리학을 함께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게다가 미술 작품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감상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의 무의식에서부터 인간의 불안, 우울, 열등감과 우월감 등과,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지배하고 복종하는 관계, 다중인격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는 읽기였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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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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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으로 바라본 사회 현상

 

 

이 책은 가끔 TV에서 보던 '강연 100도씨'를 보는 것 같았다. 일반인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물리학 이론을 가지고 사회 현상을 연구한 책이다. 특히, 통계물리학의 세상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그래프나 이미지를 가지고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과학자들은 우주의 법칙을 알려주는 단순한 수학 공식을 찾기를 염원한다고 한다. 우주처럼 완벽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세계는 단 하나의 아름다운 수학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공식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회 현상에 대해 일부러 수학 공식을 적용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이 책의 필자인 김범준은 조금 엉뚱했다. 그의 연구 논문만 봐도 거창하거나 진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며 가끔 궁금해 할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특이하게 생각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물리학의 세계라기보다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물리학의 세상을 다루고 있어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수학식이 나오기는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읽히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 연구 과제는 대체로 이랬다. 프로야구팀 이동거리의 문제,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누가 맞게 될 것인지 우리나라의 성씨 문제, 확률로 본 윷놀이 전략의 문제, 네트워크로 본 이름의 유행 변천사 문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등이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술자리 문화에서 돌아가면서 술을 마시기 위해 술병의 바코드 숫자를 활용하는 장면이 우습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바코드 숫자를 그대로 적용하다가,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의 불만으로 십진법을 이진법으로 바꿔서 계산하기로 했다. 그래도 못 마시는 사람들이 생기자 '0'이 나오면 반대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명, 영일만 게임의 탄생 비화라고 하니,,, 통계물리학자들은 술자리에서도 대단하게 술을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보통은 369게임 같은 단순하면서도 헷갈리는 걸로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물리학자의 아내가 혈액형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필자는 자신이 직접 혈액형을 연구해 보려고 했다. 결론은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지만,,, 더 많은 연구 결과를 분석하다가 B형에 대해서만 조금 특이한 관계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결과에 대한 결론을 두 가지로 내렸는데, 하나는 진짜 B형만 특이하게 관계가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B형이 하도 대중화 되다보니 스스로 그 특징에 성격을 맞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짜 B형의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기에는 한번씩 혈액형별 성격을 재미로 볼 만했다. 나중에야 관심도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엉뚱한 내용들을 연구하다보니, 한 강연에서 관객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연구들이 재밌기는 하다. 그런데 이걸 어디에다 써 먹으면 되겠는가?" 정말 진지한 질문이지 않은가. 김범준이 보기에는 그저 어떤 쓸모에 대한 이론적 배경만 제공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았다. 이게 대학교에서 연구하는 사람의 자세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대학교가 너무 상업화가 되다보니, 돈이 되지 않는 학과들을 통폐합 한다고 한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면 세상에 남아 있을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경제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과학의 이론적 토대가 튼튼해야 세상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통계물리학자로서 정치적인 입장을 밝힌 부분도 있었다. 지역감정이 30년도 안된 갈등이라는 것이다.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당선되기 위해 이용하는 것 뿐이다. 우리들은 거기에 휘둘릴 뿐이고.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와 지역갈등만 내세우면 너무나 쉽게 당선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쨌든 메르스 후진국에 대한 문제, 승자독식 사회의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좋았다.

 

물리학은 세상의 물리적이고 수학적인 법칙만을 다루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물리학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넓은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현상을 물리학으로 재밌게 풀어 쓴 책이다. 일반인들의 과학 교양 도서로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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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선물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44
홍순미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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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동화 세상

 

 

동화책을 읽게 되면서 그림이 예쁜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만난 책이다. 책 소개글을 살펴보다가 한국 전통 색상과 고유의 종이로 만든 책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이 책은 2014년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우리나라 전통 색과 종이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켰다고 한다. 우리 한국만의 전통 색상은 튀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풍겨서 좋다. 그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게다가 작가는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애정을 쏟아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시간이 주는 자연, 그리고 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니, 눈여겨 볼 만하다.

 

 

  

빛과 어둠이 다섯 아이들을 낳았다고 한다. 이 아이들의 이름은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이라고 한다. 이름만 보고서도 그 아이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어떤 환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냈을지 기대해 보길 바란다.

 

 

 

​새벽이 눈을 비비자, 물안개가 아늑히 감싸 주었단다. 특히, 새벽은 푸르른 고요함에 미소 지었단다.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말이 정말 예쁘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이 문장의 깊이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삶이 고단하고 지쳤을 때, 그림과 문장을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침이 기지개를 켜자 파랑새가 상쾌한 바람을 타고 왔다고 한다. 아침의 그 푸르른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 즐겁다. 파랑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게으른 나를 깨우는 기분이다.

 

  

 

다음으로 눈부신 해가 두둥실 떠오른 한낮이고, 저녁이는 노을이 포근히 안아 주었다. 특히, 저녁은 곱게 물든 꿈을 꾸었단다. 정말 아름다운 저녁놀이 곱게 물든 저녁 하늘이다.

 

 

 

한밤이는 아무도 없고 깜깜해서 울었다. 하지만 새벽, 아침, 한낮, 저녁이가 한밤이에게 놀러와서 함께 놀아주었다. 한밤이는 고맙다며 자신의 일부분을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재미있는 그림자가 생겨서 즐겁게 놀 수 있었다.

 

  

 

한밤이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푸르른 고요함 속에,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과,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한밤은 잠이 들었다. 아주 멋진 곳이다. 저 환상적인 공간에서 나도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그림은 빛과 어둠이 5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는 그림이다. 빛과 어둠 사이에 있는 토끼가 정말 귀엽다.

 

이 책을 어린 조카에게 함께 읽어 주었는데, 어린 조카도 그림이 무척 예쁘다며 좋아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 동화책은 어른이 봐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글자가 읽기 싫을 때, 그저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가끔 꺼내 들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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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높새바람 35
오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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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일어난 기이하고도 신기한 일

 

 

최근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많이 읽고 있는 편이다. 이 책은 동화책의 분량이 짧은 편이지만, 그것보다 더 짧은 6편의 단편 동화가 실린 책이다. 표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뭔가 이상하고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아이들 세계에서 제법 심각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학교의 왕따 문제,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문제, 가정 폭력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는 심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얘기들도 다루고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있거나 다들 보기 싫은 시험때문에 일어난 일도 있었다. 그만큼 현재 어린 학생들이 고민하고 공감할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6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정말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기에 적합한가 싶은 내용이 있기도 했다. <낯설고도 익숙한>이라는 단편동화는 가정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불편한 생활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아버지로부터의 폭력 상황은 학생들이 읽기에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내가 너에게>라는 단편은 괴롭힘으로 자살한 혼령의 입장에서 적혀 있었는데, 과연 학생들이 읽고 이해하기 쉬울까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온 단편이 너무 모호하고 애매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라는 단편이 이 동화책의 표제작이 된 이유도 궁금했다.

 

<숨바꼭질>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민지가 담벼락에 붙어 살아 움직이는 이끼 덕분에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된 내용이었다. 어른이든 아이든 친구는 무척 소중한 관계가 된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때 친구는 자신의 모든 세계를 구성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든 무서운 마음을 누르고 친구들에게 다가간다면 막상 그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날의 오늘>은 매일 지각하는 동규가 선생님과 학교에 빨리 오자는 내기를 건다. 동규는 내기에서 이기려고 하다가 과거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과거의 사건 자체를 바꾸기가 힘들다. 그래도 미래의 동규는 과거의 동규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게 되고, 그것이 미래의 동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어느 단편보다 재미있게 읽혔는데, 과거의 사건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아이의 심리가 재미있었다.

 

<문門>은 생각보다 도덕이나 교훈성이 강하게 드러났는데, 자신을 괴롭히며 힘을 과시하는 아이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주제가 조금은 빤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헛것>은 보통 시험을 볼 때면 다들 한번씩 상상해 본적이 있는 것을 소재로 삼았다. 시험 공부를 안 했을 때, 마음만 급한 상황에서 우리는 학교가 무너지거나, 폭우나 눈이 엄청 쏟아지길 바라지 않았는가. 그것처럼 시험을 피할 핑계가 마련된 아이들이 즐거워 보였다. 늙은 고목이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소원을 이뤄준 것 같았다.

 

다양한 단편동화를 읽어서 좋았다.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서 작가는 이런 글을 썼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고통스럽지 않고 마음의 고민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 인터파크 평가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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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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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유로운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쳐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줄리에트라는 간호사가 있다. 어느 날, 아기를 구출하려다 9층에서 떨어진 로미오라는 소방관을 만나 간호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불멸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들의 운명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것일까? 어쨌든 그들은 첫눈에 반하여 열정적인 사랑을 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받는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 책은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는 관계가 아무런 의미 없는 무의미한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줄리에트는 오랫동안 함께 동거해 와서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로랑에게 어떤 위안도 받지 못한다. 로랑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서 돈을 많이 버는 뛰어난 사람이다. 현대 사회의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을 최고의 남편, 신랑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로랑이라는 사람의 실상은 어떨까? 그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고 더 위로 올라가려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로랑은 줄리에트를 자신이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욕구를 필요할 때 충족할 수 있는 편리한 애완동물이나 장난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줄리에트의 친구 관계를 끊어버리고 직장까지도 그만두게 만든다. 그리고 로랑은 줄리에트와 딱히 결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그녀와의 사이에 아기를 낳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맞추지 않는 줄리에트에게 성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이러한 폭력 속에서 줄리에트는 어느 날 발생한 불행한 사고를 계기로 로랑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기 위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줄리에트를 마음으로부터 사랑한 로미오가 그 뒤를 쫓는다. 나이 차이 등의 어떤 장애도 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가치관이 바로 '존중'인 것이다.

 

이렇다 할 큰 사건이 없는 이 책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 점은 마음에 다가오는 좋은 말들이 무척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조금 교훈적인 얘기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면이 있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아래에 좋은 말들을 따로 적어 놓겠으니,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참고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왜 자신을 얽매이는 나쁜 남자에게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줄리에트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어느 하나에 얽매여 우리의 자유가 구속되어진 상태가 아닐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문제가 있는 상대방과 여러가지 이유로 헤어지는 게 두려운 사람들에게 말이다. 아니면, 지금 마음이 답답한 사람들에게,,,

 

삶은 나를 괄호 속에 가둬버린 채 계속되고 있다. 괄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 나는 이 망할 괄호 속의 말줄임표가 되고 싶지 않다. (62쪽)

 

침묵하는 사람은 괴롭지 않다고 누가 그러는가? 사회가 강요하는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침묵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회 생활을 하면 울 권리도 없고, 웃을 권리도 없으며, 사랑하고, 애착을 가질 권리도 없다. 분노는 억눌리고, 웃음은 의심받는다. 하물며 친절함은 말해 무엇할까. (114쪽)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눈을 크게 떠봐요. 인생엔 우연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운명이 우리를 위해 합당한 이유를 담아 밑그림을 그려놓죠... 늘 답이 있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더러는 즉각 알 수 있지만, 더러는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하거든요. 아예 모를 때도 있고요." (246쪽)

 

"...그 사람한테 혼자 있고 싶다고 편지를 쓴 이유는 내가 혼자라는 기분이 들고 그가 나를 위로하러 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알리려는 거라고." (279쪽)

 

어쨌든 우리 모두는 고통을 겪고, 이 경험이 우리에게 앞으로 걸어야 할 길과 피해야 할 길을 알려준다. 다음 번에는 조금 덜 고통스럽도록. 우리는 때로 폭력을 피해버리면 다른 것을 죄다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폭력을 받아들이고, 남아서 견디는 편을 택한다. 다른 모든 것들이 더는 아무 의미 없어질 때까지. 현재 겪고 있는 시련이 익숙해져서 견딜 만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완전히 고립되고, 거짓 환상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견뎌나간다. (311쪽)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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