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사진, 존 말루프 외 글,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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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다른 포스를 풍기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여기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무뚝뚝하고 뚱한 표정의 키가 크고 짧은 머리의 여자가 화면의 위쪽이나 자신의 사진기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에는 거울이나 유리창 등이 많이 등장하면서 그곳에 비친 자신을 찍어낸다. 유리창 안쪽의 모습과 자신이 비친 모습이 겹치면서 특별하고 인상적인 화면 구성을 만들어낸다. 거울이나 유리창은 서로를 비추고 비춰내면서 몇 겹의 잔상을 한 화면에 모두 담아낸다. 그 순간과 공간이 갖는 깊이가 남다른 포스를 풍긴다.

 

 

 

 

나도 한때는 사진기를 들고 이것저것 많이 찍어볼 때가 있었다. 요새 제법 많이 갖고 다니는 DSLR 카메라 같이 거창한 건 아니었다. 단지 중고로 산 흔한 디카였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 재미에 흠뻑 빠져 이런저런 사진들을 많이 찍어댔다. 나중에 사진을 더 찍고 싶어서 미러리스급 사진기를 사기도 했지만,,, 결국 무거워서 자주 갖고 다니지는 못했다. 그때 휴대하기 편한 디카의 가벼움을 깨달았고 다시 가벼운 디카를 샀지만,,, 요샌 휴대폰 사진의 화소도 높아지고 바로 꺼내서 찍기에는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더 높았다.

 

어쨌든 그 당시에 사진을 찍으면서 셀카보다는 내 그림자를 더 많이 찍었다. 그래서 비비안 마이어가 자신의 그림자를 많이 찍은 것을 보고 반가움이 일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그림자를 찍는 것일까? 그림자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하늘에 태양이 있을 때만 볼 수 있는 이질적이고 불안정한 존재처럼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로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매일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아닌가.

 

 

비비안 마이어처럼 나도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친 모습, 사진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많이 찍었다. 거울이나 유리창이 만들어내는 형상의 겹침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사진기를 바라보는 모습은 뭔가에, 아니 그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그 모습이 좋았다.

 

 

디카와 DSLR 카메라가 대중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특기나 직업 외에도 취미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화질이 좋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그 순간의 미학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이제 거울을 보는 것보다 셀카를 찍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고 느낄 정도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분위기 좋은 곳이나 음식 사진을 올리기 위해 더 열심히 찍고 있다. 이렇게 가볍고 자기 만족의 사진을 찍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는 작품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 중 한 명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그 시간의 찰나를 잡아 채는데 천재적인 작가였다. 취미로 찍는 사진이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한 자기만의 철학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찍는 취미와 프로 작가의 경계점에 서 있었던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을 지금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녀는 자기 만족을 위해 몇 천 장의 사진을 찍어 댔다. 그 사진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모두 인화해 놓은 것도 아니었을 정도로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즐겼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자신의 내면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무심하고 무뚝뚝하고 시니컬한 시선,,,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단호한 의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삶의 고단함과 허무함이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평생 사진 찍는 것을 혼자만 즐긴 비비안 마이어. 그래도 자기 만족이었던 사진으로나마 세상에 무언가 흔적을 남긴 그녀를 보면서 나도 다시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사진의 화면 구성을 더 공부해 보고 싶어졌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느낌을 나만의 방식으로 잡아내고 싶다,,, 여운이 남는 사진이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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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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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전쟁

 

 

김진명,,, 한때 그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그는 항상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작가인 것 같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왜 박정희는 충실했던 김재규에 의해 암살 당하고 만 것일까? 그리고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임나일본부설은 무엇일까? 등등. 한국인의 역사면서도 정작 우리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역사를 알리기 위해 그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써내고 있다. 그것이 역사의 정설이 아니든,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든, 어쩌든 간에 그의 이러한 문제제기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동북아공정은 계속 문제시 되어 왔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발해의 역사가 어느새 중국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고구려의 역사까지도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려고 한다. 우리의 역사학계와 정부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대통령은 외국 순방길에 오르고, 국회의원은 성추문을 일으키거나 자식의 청탁 문제를 해결하느라 더 바쁜 모양새다.

 

그리고 요즘의 남북 관계는 극도록 긴장을 높이며 대립하면서 더 중요한 문제들을 지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켜서 통일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길을 가려고 그렇게 애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쟁? 누가 최전방에 서지? 어느 땅에서 일어나는 거지? 우리가 일궈온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데도? 그리고 우리의 전쟁으로 누가 이익을 얻는 거지? 북한을 다 때려 부수고 전쟁을 일으켜 버리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유엔을 등에 업었다고 해도 중국이 뒤에 버티고 있는 북한을 전쟁에서 이겨 온전히 차지할 수 있겠냐고. 주변국들이 우리의 남북 통일이 되도록 가만히 지켜보고 있겟냐고 말이다. 우리에게 간섭하며 서로의 세력권을 늘리기 위해 난리일 것이다.

 

어쨌든 작가인 김진명은 만약 전쟁이 나면 중국에 많이 의지하고 있는 북한 또한 중국의 역사로, 하나의 지방 도시로 편입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김진명의 말처럼 현재 우리의 외교 실력과 미국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전쟁 통솔권을 보면, 미국과 대등한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이 정말 중국 땅이 되지 말란 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 통일을 바라는 사람도 많이 없고 통일을 위한 행동도 더 이상 없다면 정말 남북 통일에 대한 미래는 없는 것이다. 이제 통일에 대한 희망은 없는 것일까?

 

김진명의 이 소설은 액자소설 형태로 이뤄져 있다. 아주 똑똑하고 높은 야망을 가진 이태민이 남북 관계를 이용해 한국에서 무기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태민은 개업한지 2년 만에 50억을 벌 정도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군수납품 비리가 터지면서 태민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중국 베이징으로 도망가게 된다. 태민은 그곳에서 북한 사람들이 다니는 가게에 드나들며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 말이 없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 흥미를 가지면서 명함을 주게 되는데, 그가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태민을 불러내 USB 하나를 맡긴다. 그런데 그날 밤 그는 살해 당한다. 태민은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그가 준 파일을 열어보니 미완성 소설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태민은 우리나라의 동이족 요하문명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 그와 관련된 음모도,,,

 

한자가 중국 한족에 의해 만들어져 그 주변국이 모두 한자를 빌려 썼다. 그러면 당연히 그 주변국에서도 한자를 사용하며 자신들의 문화나 언어 습관에 맞는 말들을 창조하게 된다. 전세계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며 그들만의 알파벳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다. 김진명은 사마천의 <사기>와 공자에 의해 동이족의 문화가 왜곡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弔(조상할 조)'와 '吊(조상할 조)'라는 한자를 문화권에 따른 형성 배경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는 점은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畓(논 답)'에 붙은 설명도 말이다.

 

그런데 김진명의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결말과 논리 전개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 들었다. 그는 허구지만 거의 사실을 배경으로 진짜 같은 소설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요하문명을 나타낼 수 있는 자료나 한자를 더 많이 찾아내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만큼 많이 아쉬워졌다. 아무리 한국사능력시험이 생기고 한국사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시험 문제 푸는 걸로는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제대로 바로 세우기란 많이 힘들지 않을까 해서...

 

소설 속에 소설로 삽입된 전준우의 완성된 역사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자랑할 만한 우리의 역사를 얼마나 많이 잃어버리고 있는 걸까? 동이족의 역사를 더 많이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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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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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림, 그림의 힘을 불러 일으키자~!!

 

 

나는 원래 미술을 좋아해서 전시회나 그림 도판 등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그림들이 있는 책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그 그림들에 어떤 힘이 있다고 한다. 정말? 평소에 그림을 봐도 스탕달 신드롬만 알았지 미술 작품에 어떤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술치료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도 전에 홍보 문구만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었다. 내가 그림에서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어떤 마음의 위안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그림의 힘을 느꼈기 때문인지, 아니면 뭔가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그림들을 응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상황에 맞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보고 싶었다. 책으로 읽기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눈에 확 들어오고 느낌이 있었던 그림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내 상황이 저자가 말한 상황과 비슷해서 였을까? 저자가 어떤 그룹의 사람들이 유독 좋아하는 그림이 따로 있다고 해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원래 반 고흐의 팬이라서 그의 그림들을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따뜻한 사연도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반 고흐가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을 때, 동생 테오에게 아들이 태어났다. 테오는 이 아이가 언제나 형처럼 용기 있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이름을 '빈센트'로 지었다고 한다. 반 고흐는 이 편지를 받고 기뻐서 테오의 아들에게 선물할 이 그림을 그린다. 따뜻하고 화사한 꽃잎들 사이에서 삼촌의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것 같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고르는 그림이라고 한다. 너무나 열심히 살다가 방전되어 지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나도 저 나무 그늘에서 바람을 쐬며 아무 고민없이 잠을 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딘스키는 음악을 들으면 머릿속에 그에 따른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정말 색에 대한 천재인 사람이었나 보다. 이 그림은 <즉흥 30>이란 작품인데, 그림만으로도 어떤 음악적 파장이 느껴지는 것 같다. 리듬감이 느껴지고 자유로운 색채가 마치 소리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칸딘스키에게는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위 작품은 월터 크레인의 <포세이돈의 말들>이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바닷가의 흰 파도를 백색의 말들로 표현하다니, 정말 그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들이 뛰어오는 저 역동적인 모습에서 어떤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응원하는 느낌이라 자꾸 눈길이 갔다. 나도 열심히 뛰어가야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났다.

 

이 책의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저자가 말한 효과보다는 자신이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그림이 주는 위로는 일반적인 것이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은 남과 달라도 조금 더 의미 있고 특별하지 않을까? 그러니,,, 이 책의 말과 그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의미가 있는 그림들을 자주 감상하고 가까이 하는 것이 더 좋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었다. 내게 의미 있는 특별한 그림은 무엇일까??

 

 

*이 책을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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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8-2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보관함에 담아두기만 했어요.^^
표지가 너무 예뻐요~
<내게 의미 있는 특별한 그림은 무엇일까?> 저도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ㅎㅎ
편안한 저녁되세요^^

바람향 2015-08-24 22:11   좋아요 0 | URL
저도 계속 보관만 하고 있다가 기회가 되서 읽어보게 되었어요. 글은 많이 없어서 빨리 읽게 되더라구요. 이런 책은 계속 두고 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ㅎㅎ 지금은 <그림의 힘> 1권을 보고 있는데,,, 이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림만 보고도 힐링이 된다니~~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싶네요~ㅋㅋ
즐겁고 편안한 밤 되세요^^ㅎㅎ
 
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한 여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조각 퍼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책 광고에 있었다. 죽은 사람이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어온다며,,, 한 집안의 하녀였던 멘눌라라에게서 날아온 편지로 인해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추적해 나가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집안 사람들이 생전에 멘눌라라에게 무슨 짓을 했고 죽음 이후에 멘눌라라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혼합된 책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광고에 속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책 띠지에 '지적 유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 하나의 소설'이라는 거창한 홍보 문구는 엄청난 과장으로 느껴졌다.

 

책이 재미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책 홍보 문구가 잘못 되었다는 말이다. 보통은 홍보 문구 등을 보고 책의 내용을 추측하며 그에 맞는 내용을 기대한다. 내가 기대하던 것과 다른 결말이 나오면 상상하지도 못한 내용이라며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고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르게 내가 삽질한 느낌이 들었다. 마녀에게서 온 편지라고 해서 대체 언제 편지가 오는지, 멘눌라라가 언제 말을 거는지, 그리고 지적 유희가 언제 나오는지, 기대하며 자꾸 기다렸던 것이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내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홍보 문구를 멘눌라라의 정체에 대해서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가 죽었다. 그 여인과 친한 사람도 있었고 그냥 얼굴만 보거나 이름만 들은 사람도 있었다. 시칠리아의 로카콜롬바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서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그 여자가 주인집에 열심히 봉사했다며 좋게 평가하는 쪽과 욕하고 못돼 먹은 여자라며 나쁘게 평가하는 쪽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왜 하녀인 멘눌라라가 주인집인 알팔리페가의 재산까지 관리하는 사람이 되었고 하녀인 주제에 주인집 사람들의 삶에 그렇게 관여할 수 있었을까? 하녀의 봉급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을 사기도 하고 알팔리페가 자녀들에게 주는 돈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 출처를 궁금하게 여겼다. 특히, 알팔리페가 자녀들은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멘눌라라가 개인적으로 착복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 한다. 그래서 멘눌라라의 유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마을 사람들의 입방아는 우리의 모습을 많이 닮은 것 같았다.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사생활이 신문지 상에서 자극적으로 까발려지고 우리는 또 그것에 대해 입방아를 찧지 않은가 말이다. 작은 마을에서는 옆집의 수저가 몇 개인지도 알 정도로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작은 일도 금세 화제가 되어 소문이 퍼질 것이다. 그래서 알팔리페가 사람들이 멘눌라라에게 욕을 했다든지 서로 싸웠다든지 하는 내용이 하루가 멀다하고 마을에 금세 퍼져 나갔다. 개인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지옥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나 멘눌라라의 주변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밝혀지는 멘눌라라의 정체... 책을 읽다보면 작은 단서들을 모으고 모아서 멘눌라라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조각 퍼즐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멘눌라라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어서 결국 본인과 긴 편지에 의해 많은 얘기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멘눌라라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기억이나 편지는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그녀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거칠고 단호하고 욕도 하고 남자같고 기가 쎘던 멘눌라라는 똑똑하고 끈기있고 책임감이 있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사랑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지켜나갔던 의지가 있는 여성이었다.

 

이 책에서 지적 유희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요약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있으므로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많은 이름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지만 말이다. 멘눌라라의 장례식이 벌어지는 그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사람들의 얘기만으로 잘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칠리아,,,라는 말만에서 풍기는 마피아의 위력을 이 책을 읽으며 더 실감하게 되었다. 만약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시칠리아나 로카콜롬바 지역의 모습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멘눌라라가 언제나 그림자로 존재하는 자신의 삶에 정말 만족했을까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는 행복을 매일 밤 꿈꾸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너무나 늦게 깨닫고는 한다. 뒤늦은 후회에 몸부림치면서 말이다. 멘눌라라,,, 그녀의 삶에 조의를 표한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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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08-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읽고도 이해가 않되는게 그 집안의 가족들의 행동이에요 하녀였기 때문에 아예 탐욕적인 욕심만 가득한 인간쓰레기들
아내도 솔직히 빌붙어산것고 솔직히 그녀의 헌신이 이해가 안되요 그럴 가치가없는 인간들인데 죽은 주인도 쓰레기 다 쓰레기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합의하에 관계 성욕을 배출하기위한 도구로 이용한 주인의 어머니도 그렇고 참 읽고나서도 불편한

바람향 2015-08-22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처음에 이해가 안됐어요. 아무리 하녀가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나서 재산까지 관리한다고 해도 주인집 자녀들의 삶까지 관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그들 가족이 능력이 없고 하녀에게 의지해 살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렇게 설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못한 건 그들 스스로의 한계인거죠. 게다가 하녀의 재산을 받으려고 얼마나 막장으로 치닫는지,,, 물건 깨부수는 장면은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한 마디로 코미디였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도 `멘눌라라`라는 여자의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아무리 사랑을 해서 책임감을 가졌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그렇게 바칠 수 있는 걸까요? 그렇게 당당하고 의지가 강한 여자가, 마피아 대부에게까지 눈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런 여자가, 그림자로서의 삶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희생했다는 점이 이해가 안되죠. 하녀로서의 입장을 지켰다는 것도 어차피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여자였다는 다른 사람의 평가일 뿐이잖아요. 정말 멘눌라라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본인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어요~~
 
직설 연애 상담 - <마성의 카운슬러> 이재익 PD의
이재익.유은이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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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문제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다

 

 

상담 중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것이 돈과 연애에 관련된 게 아닌가 싶다. 괜히 말 한번 잘못 했다가 서로의 관계가 한순간에 깨질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현명한 것 같았다. 철저하게 상담자의 입장과 이익 측면에서 상담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담자에게 양다리를 걸치거나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하라는 조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 연애 문제에 있어서는 괜히 양쪽 다 공정하게 편들어 주다가는 칼맞기 십상인 것이다. 그리고 상담자에게는 아무리 조언을 해줘도 연애에 빠져있을 때는 절대 우리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연애 상담을 해주는 책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적은 점이었다. 연애 문제에 대해서 엑기스만 뽑아 놓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그 문제들은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들이었다. 여기서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들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다른 연애 책에서도 많이 다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이 엇비슷하여 대답이 뻔한 측면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뭔가 다른 대답을 하는가? 상담자의 측면에서 나쁜 행동도 하라고 하지만 그것도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는 걸 보면,,, 색다르고 특별한 대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네이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웹소설 <마성의 카운슬러>의 실전편'이라는 측면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웹소설인 <마성의 카운슬러>를 본적이 전혀 없었다. 이 책에 상담 사례로 나온 사람들은 모두 <마성의 카운슬러>의 팬들이고 그 소설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고 있는 독자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하지 못했다. 웹소설을 읽었다면 그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이 책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웹소설인 <마성의 카운슬러>를 읽은 분들에게 실전편으로서 추천하고 싶었다.

 

책 전체적으로 글자 간 여백이 여유있고 중간에 중요한 부분은 노랑색으로 강조해 놓았고 중간 중간에는 재미있는 그림들이나 캐리커쳐가 들어가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만 했다. 이 책에는 좋은 남자를 고르는 법에서부터 짝사랑이나 풋사랑의 애송이들의 사랑과 썸에서 연애의 줄다리기, 남자의 연애 스타일, 바람이나 나쁜 연애 등에 대한 조언, 그리고 결혼을 결정하는 순간과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나쁜 연애에 대해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점이었다. 상대방이 상담자를 이용해 먹고 버리는 가벼운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상대방이 자신에게 마음이 없을 때의 행동 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외에도 중간에 이별하는 남자의 말이 인상깊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쨌든 연애 문제에 대한 상담 사례를 더 많이 모아서 책으로 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특이한 케이스도... 개인의 사생활이 걸려 있으니 구체적으로 적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마성의 카운슬러>라는 웹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는 용기 있는 도전이다. 요새 사람 간의 인연과 만남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도 사람에게 다가서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걸까? 생각만 하는 것은 상처받지는 않을지라도 어떤 관계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용기를 내는 것이 진짜 인연을 엮어나가는 행위라는 사실을 말이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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