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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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라고. 각자의 양심? 바로 집단의 양심이 아니라고 못을 박고 있다. 그렇다. 인간 개인은 정말 이성적이고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다수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이성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인간 개인의 윤리와 양심, 도덕은 어딘가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 '집단의 광기'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도 거기에 휩쓸리면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고 비난을 하고 분노를 터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노예, 중세시대의 계급, 백인 우월주의, 유대인들의 탄압, 히틀러의 파시즘,,, 지금의 외국인 혐오증이나 성차별적인 요소 등은 우리의 역사에서 언제나 '차별과 탄압'이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나 <파수꾼>은 미국 흑인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회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라는 한 권의 소설로 흑인 인권 해방 운동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 하퍼 리는 50년이 지나서 이 책을 출간한다. 그것도 전 세계 14개 국가에서 동시에 출간한 대단한 기록을 남기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앵무새 죽이기>를 보았다. 하퍼 리가 원래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 <파수꾼>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냥 제목만 <파수꾼>을 <앵무새 죽이기>로 바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원래 하퍼 리가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파수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수꾼>의 내용이 너무나 직접적이라 우려를 표명했다. 그래서 하퍼 리는 <파수꾼>을 기반으로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했다. 이 <앵무새 죽이기>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자 하퍼 리는 그 부담감으로 은둔 생활에 들어가고 더 이상 책을 출판하지 않았다.

 

즉, <파수꾼>은 원래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창작된 것이다.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가 먼저 출판되었고 이야기 전개상 스카웃이라는 여자 주인공의 어렸을 때를 다루고 있으므로,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이라는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하퍼 리가 그 동안 내내 침묵하다가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왜 <파수꾼>을 출간할 결심을 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언론에서는 다시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비판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쨌든 하퍼 리는 <파수꾼>이 출간되는 영향력을 간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수꾼>은 많은 부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핵심은 <앵무새 죽이기>에서 정의의 대명사였던 애티커스 변호사가 흑인 차별을 옹호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세월이 흘렀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서 생각이 변했던 것일까? 애티커스 변호사는 딸 스카웃과의 논쟁에서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적절한 제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피력했다. 지금의, 아니, 앞으로 세계가 변화할 속도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애티커스 변호사는 심한 현기증을 느꼈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 만큼 인간의 도덕과 윤리 등의 정신적인 측면은 성장이 더딜 것이라는 애티커스 변호사의 생각은 현대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종 간의 정신적인 발달 문제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에 정의의 대명사였던 애티커스 변호사에게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것이다.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매 정시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 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255쪽)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똑똑하고 이성적이라 믿는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느니 자신의 생각과 반대인 사람과는 인연을 끊고 상종을 하지 않는 게 더 낫다. 그런데 역시 애티커스 변호사다운 면이 그 다음에 나온다. 자신을 우상처럼 우러르며 따랐던 딸 스카웃이 자신만의 생각과 사고를 아버지 앞에서 주장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자녀가 자신의 말을 신뢰하고 따라주기를 바랄 텐데,,, 애티커스 변호사는 오히려 딸이 주체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치기를 염원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파수꾼>의 의미가 담겨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고 했던 옛날 경구가 떠오른다. 정신적인 성숙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너는 너만의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어딘가에서 그 양심을 따개비처럼 네 아버지에게 붙여 놓았던 거야. 자라나면서, 또 어른이 되고도, 너 자신도 전혀 모르게 너는 네 아버지를 하나님으로 혼동하고 있었던 거야. 인간의 심장을 가진, 인간의 결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지. 그것을 깨닫는 게 쉽지 않았으리란 것은 내가 인정한다. 형은 실수를 범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형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실수를 하기는 해. 너는 정서적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왔지.」(372쪽)

 

「......너는 그야말로 견딜 수 없었던 거야. 육체적으로 아팠던 것이지. 네 인생은 생지옥이 되었고. 너는 너 자신을 죽여야만 했는데, 네 아버지가 너를 독립된 실체로서 살아가게 하려고 너를 죽여야만 했던 거야.」(373쪽)

 

집단 이성은 모든 사람의 사고를 하나로 묶어 버린다. 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은 사고는 절대로 똑같아 질 수 없다. 단지 어떤 의견에 공감할 수 있을 뿐이고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생각이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러한 다양한 생각과 사고는 당연한 것이다. 그 의견을 피력하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을 공감하게 만들면서 조금씩 사회의 모습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물질만을 추구하며 경제 논리에 휩쓸려 단기적인 목표만 가지고 세상을 한꺼번에 바꾸려고 무리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핀치 박사는 그렇기 때문에 스카웃에게 뉴욕에서 이곳으로 돌아와 오랜 시간을 들여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충고한 것이다. 스카웃과 어울리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집단의 비이성적 사고를 깨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사람씩 만나서 설득하여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퍼 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아직도 변한 것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의 비이성적인 사고를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 책은 옛날에 쓰여졌어도,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이성에 의한 차별적 요소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개인적인 양심을 위한 파수꾼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단지, 1960년 대를 전후한 미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이 많이 등장해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와의 내용 상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을 찾기도 하고, <앵무새 죽이기> 이후에 이 공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기도 하는 등의 소소한 재미가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 열린책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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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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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삶이 반영된 자전적 소설들

 

 

대학교 때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은 적이 있다. 신앙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고뇌가 가슴 깊이 다가왔다. 단 한 권만으로도 엔도 슈사쿠라는 이름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엔도 슈사쿠의 작품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게다가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엔도 슈사쿠의 자전적 소설들로 그의 삶이 많이 투영되어 있다고 하니, <침묵>에서 나타난 엔도 슈사쿠의 종교와 사상, 철학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듯 싶었다.

 

원래는 처음부터 이런 단편 선집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출판사에서 자전적 소설들만 따로 모아서 선집으로 묶어 출판한 것이다. 자전적 소설들만 따로 묶어서 읽으니, 엔도 슈사쿠의 삶이 소설들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눈에 살펴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 소설들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를 주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책 제목이 '엔도 슈사쿠의 단편 선집'이라는 사실이었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특징적인 제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속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단편들 속에는 주인공이 중국 다롄에서 힘든 생활을 보냈고 부모님이 그곳에서 이혼한 것을 계기로 자신이 어머니와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세레를 받으며 열성적인 신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한 신앙 생활을 아들에게도 강요하였고 주인공인 아들은 그러한 믿음에 심리적 저항을 느낀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러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와는 절연 상태에서 자신은 소설가로서 가족을 꾸렸다. 신앙 생활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아내만은 천주교로 전도해 세레를 받게 하면서 자신이 여전히 어머니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8편의 단편들 속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반복·변주되지만 큰 틀에서 바뀌는 건 없다. 소설들 속에는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삶을 통해 작품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엔도 슈사쿠의 자전적 소설들 속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 자신이 어머니께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상반된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서이다.

 

작가는 어머니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열성적으로 전도한 사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사람의 삶을 바꿔 버린다는 사실에 어떤 신적인 영역에서 행하는 것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머니의 성향과는 다른 사람을 고르게 된다. 그래도 작가는 <만약>이라는 단편을 통해서 사람의 삶에 끼어들고 마는 '인연'을 생각한다. 내가 다른 곳에 갔더라면 이 사람을 만날 수 없었겠지, 아니면 다른 상황이었다면 이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았겠지...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인연'은 신비하고 존엄한 미지의 영역이다. 이 중에서 <나른한 봄날의 황혼>은 다양한 장면들이 겹치고 반복되면서 특이한 소설이 되고 있는데, 환상과 현실의 불분명한 경계를 그리고 있어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 단편 선집은 작가의 철학적 사유나 종교적인 신념이 주요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 중국 다롄에서의 삶, 부모님들의 이혼, 어머니의 신앙 생활, 결핵으로 인한 수술과 병원 입원 생활, 그리고 그 당시 종교 상황 등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바로 작가의 문학적 사유를 형성하고 있는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엔도 슈사쿠의 작가적인 삶과 그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스쳐 지나간다. 만일 스쳐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의 인생 항로는 지금과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우연이라고 말하는 이 `만약`의 배후에는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을 은밀히 창조하고 있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로서는 아직 그것을 알 수 없다.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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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 이야기 영어리딩훈련 중세 1 (읽기용 원문 + 해설 + 오리지널 음원) 처음 만나는 인문학 영어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지소철.심금숙 지음 / 윌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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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배우는 로마 역사 이야기

 

 

최근에 영어 원서를 읽으며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청소년 시기의 획일화된 영어 문법 공부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하는 영어 공부인 셈이다. 여기에 영어 조기 교육을 시키는 엄마들 사이에 미국의 영어 교과서나 영어 동화를 읽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점차 영어 공부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 같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영어 원서를 의무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이러한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 홈스쿨링 교재로 유명하다고 하는 '영어리딩훈련', '세계 역사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의 저자의 약력이 눈에 띄었다. 저자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1968년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초, 중, 고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마치고 난 후 17세에 문학과 언어 부문에서 미국 최고의 대학인 윌리엄 앤 메리 대학교에 대통령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옥스퍼드대 교환학생으로 20세기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미국으로 돌아와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영문학과 미국 종교사 전공에서 석사, 미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다가 라탄어, 히브루어, 그리스어, 아랍어, 프랑스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하니,,, 저자가 어떻게 해서 이런 화력한 스펙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홈스쿨링을 했길래 이렇게 학문적으로 성공하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그 비결을 조금이라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홈스쿨링이 인정되지 않고 대안학교 교육을 통해서 정규 교육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는데,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이 책으로 공부를 한다면, 영어와 로마 역사에 대한 인문학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원서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는 정도라면 이 책 읽기에 도전해 봐도 좋을 듯 했다. 그다지 난해하고 어려운 단어가 쓰이지 않고 대체로 쉬운 영어가 쓰인 듯 했다. 그리고 역사를 딱딱하게 서술하고 있기 보다는 그 당시 로마의 생활 모습 등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할머니가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씌여 있어서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의 구성은 소개할 역사 부분의 간략한 요약과 함께 중요 단어를 강조 표시하면서 글이 씌여 있다. 그리고 뒤에는 중요한 영어 단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어의 뜻을 단답식으로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단어의 의미 활용형과 함께 라틴어의 단어 유래까지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그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채텁를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질문과 함께 로마 역사나 문화 생활 등을 함께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는 로마인들과 역사 주인공, 지도, 생활 모습 등과 관련된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글의 재미를 높이고 있었다.

 

사실 중요 단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고 해도 내용 전부가 한글로 번역 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 역사를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문장 하나 하나를 분석하지 못하고 원래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대충 넘긴 곳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중요한 문장은 다시 설명해 주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 그걸 활용해도 좋을 듯 싶었다.

 

그래도 얼마 전에 읽은 <로마의 일인자>와 함께 이 책을 읽으니, 로마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로마의 역사 이야기와 공화정에서 제정 시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소설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하여튼 책을 녹음한 CD 파일도 함께 있기 때문에 인문학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흥미있을 책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 네이버 책좋사 윌북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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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 - 120년 만에 밝혀지는 일본 군부 개입의 진상
이종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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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발걸음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를 뒤져봐도 왕비가, 그 나라의 궁궐에서, 다른 나라의 사람에게, 무참하게 살해되어, 불에 태워진 경우는 그 유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슬픈 역사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는데,,, 그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저 문학과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슬픔을 되새기게 만들지만, 정작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게 몇 가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가 위정척사와 개방 정책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는 정도. 그리고 명성황후를 죽인 건 일본인 낭도, 폭력배 무리들이었다는 것, 그 이후 을미의병이 일어났고 고종은 아관파천을 단행했다는 것 정도였다.

 

이 책은 작가가 재일교포 사학자 김문자 선생의 <조선왕비살해와 일본인>(2009)이란 책을 통해 우치다 영사가 하라 외무 차관에게 보낸 비밀사신의 존재를 알고 난 후, 2012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에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하며 관련 자료를 모으고 해독하기 위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나카스카 아키라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에게 미야모토와 관련한 몇 가지 정보를 얻기도 했는데, 일본인 사학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점을 지적해 준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정작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명성황후를 미야모토 소위가 베었다는 게 아니었다. 명성황후를 죽인 관련자들이 모두 무죄 석방되었다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일본인 무리들이 명성황후를 죽이기 위해 궁궐에 침입하였을 때, 그 옆에 함께 들어와 이러한 슬픈 역사의 당위성,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 바로 흥선대원군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 일본인 군인이 관련되었다는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 그것은 다른 외국 세력의 항의와 개입을 막으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그만큼 조선 궁궐에서 명성황후를 죽인 사건은 외교적으로 큰 사건으로 비화될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흥선대원군이라니? 흥선대원군의 존재로 인해서 일본은 자연스럽게 면죄부를 갖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식민지화는 가속화되었다.

 

그 당시 흥선대원군은 민비와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공덕리 별장에 있었다. 흥선대원군은 민비를 없애주겠다는 일본인들의 회유에 넘어가 자신은 정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청일전쟁 직전 일본군이 경복궁을 기습점거했을 때처럼 또 다시 일본인들에게 이용당하고 말았다. 정말 무슨 권력을 갖고 영화를 보겠다고 외국 세력을 끌어들여 한 나라의 국모를 죽이도록 도울 수 있었는지 나라를 생각한다는 흥선대원군의 논리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민비에게 빼앗긴 자신의 권력을 되찾고 싶은 마음뿐이었겠지만, 그러한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나라 전체가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을 겪게 되었는지 알면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까 모르겠다. 그 고통은 남북으로 갈라져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더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민비의 죽음을 알고 흥선대원군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궁궐에서 길안내를 도운 훈련대 제2대대장 우범선은 자신이 죽였다고 자랑하면서 그 당시 칼을 일본 신사에 맡기기도 했다는데,,,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을 집필한 이종각은 다양한 증거를 들어 명성황후를 죽인 범인이 미야모토 소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사건이 벌어지고 일본인들끼리 말을 마추기 전에 우치다 영사가 일본의 하라 차관에게 보낸 극비사신을 보면 '살해당한 부녀 중 한 명은 왕비라고 하는 바, 이를 살해한 자는 우리 수비대의 어느 육군소위로서...'(95쪽)라는 말이 나온다. 원래는 편지 말미에 일람하고 난 후에 태워달라고 부탁하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하라 차관은 그것을 잘 보관하였고 그의 사후에 다른 문서들과 함께 책으로 묶여 세상에 공개 되었다.

 

우치다 영사는 명성황후 살해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사건 직후, 관련자들의 증언을 듣고 일본으로 돌려 보내 재판을 받게 하고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을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등 뒷수습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가장 많은 자료와 증거들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여 지금까지 명성황후 살해 사건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자료를 남겨 놓은 사람이었다. 그 보고서에는 결국 일본인의 입장이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손해가 갈 내용은 감춰졌을 것을 염두하고 보고서를 읽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우치다 영사는 이 문서 이후에는 계속 누가 직접적으로 명성황후를 죽였는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낭인들이나 군인들이 곁에 있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만 답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사건 수습 전에 급하게 전한 이 문서 내용이 어느 정도 신빈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미야모토 소위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일본인 역사학자도 눈여겨 봐야한다고 지적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이웃나라 왕비를 살해한 자를 야스쿠니 신사가 다른 전사자와 합사해 천황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으로 모시는 사실이 후일 밝혀질 경우, 국내외적으로 큰 물의를 빚을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으로 추정'(180쪽)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명성황후 살해 사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지만 그만큼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왕에 의한 정치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나라의 강제적인 힘에 의해 왕권이 몰락하는 건 민족의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걸 또 같은 민족, 친인척 세력이 도와줬다니,,, 동학농민전쟁으로 많은 민중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죽었는데도 이런 권력 싸움으로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니,,, 나라를 빼앗긴 것은 자기들 잇속만 챙겼던 친일파 세력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과거사 정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책좋사 메디치미디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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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기 위한 몇 가지 방법

 

 

"잠시 휴대폰을 꺼 두셔도 좋습니다." 예전에 한 광고에서 이런 문구가 나온 적이 있다. 대나무 숲을 거닐며 대숲 바람 소리를 듣는 공간에서 벨이 울리는 소리는 한순간에 우리의 고요한 삶을 깨트리는 소음일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휴대폰을 손에서 한순간도 놓을 수 없고 언제나 메일이나 블로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확인하느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포털 사이트의 뉴스나 쇼핑 목록, 맛집 등을 검색하는 데에 시간을 쓰기도 한다. 실제로 재보지는 않았지만 하루 중에 이렇게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에 쓰는 시간이 상당할 것이다.

 

최근 멀티태스킹이 하나의 일처리 방식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컴퓨터로 어떤 작업을 하면서도 몇 개의 창을 더 띄워놓고 메일이 오거나, 댓글이 달리거나, 회사 내부의 공문이나 지시 사항 등을 시시 때때로 확인하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일을 하다가도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뭐가 오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어떤 새로운 뉴스는 없는지 검색하며 정신을 딴데로 돌리고 만다. 이러한 멀티태스킹은 우리가 뭔가로 바빠 보이게 하면서 일을 빨리 처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 일을 맡아 마무리 하는 것보다 성과가 더 낮고 일의 처리 속도가 늦다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학자는 멀티태스킹이 우리를 더 멍청하게 만드는 거라며 비난을 하기도 했다. 왜 일을 하는데 갑자기 메일을 확인하는 쓸데없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 책은 다양한 예시를 통해 ADT, 즉 '주의력 결핍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바로 주의력 결핍 성향을 다양하게 분석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해결책을 각각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저 ADT라면 산만하고 불안하고 일을 다 끝내지 못하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에드워드 할로웰은 주의력을 빼앗는 대표 요인을 6가지 정도로 분류하여 그에 맞는 처방을 내놓았다.

 

주의력을 빼앗는 대표 요인은 전자기기라는 중독 증상을 보인 레스, 멀티태스커지만 정작 어떤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버거워 하는 진,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생각나지만 정작 하나만 집중하지 못해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애슐리, 너무 걱정과 불안이 많아 원만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 잭, 자신보다는 타인의 욕구를 우선시 하여 정작 자신만의 삶을 살지 못하는 메리, 진짜 ADHD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샤론이 등장한다.

 

이렇게 각각의 요인마다 적절한 해결 방법 10가지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은 한 번씩은 들어봤을 내용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나누고 그에 대한 자가 진단 내용,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장·단점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주의력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이런 구체적인 점이 좋게 느껴졌다. 특히, 자가 진단을 보면 내가 몇 가지 내용에는 꼭 해당하는 것 같아서 내게도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어쨌든 여기에 등장하는 6명의 인물이 저자인 에드워드 할로웰이 직접 진료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 부분에서 이러한 인물들의 문제 상황이 연속극처럼 제시되고 있었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실감나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 저자가 실제로 소설을 써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알고보니, 등장인물들이 에드워드 할로웰이 만들어 낸 인물이었다. 가공의 인물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각 인물들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는데, 작가가 상상력이 뛰어난 건지 실제 인물을 참고한 건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ADHD가 실제로 성인에게도 꽤 많다는 얘기가 놀라웠다. 대부분은 자신이 ADHD라는 것을 모르고 힘들어 한다고 하는데, 의사들도 ADHD를 정확하게 처방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듣고 그에 따른 ADHD 약을 처방하는데, 산만함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TV를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ADHD 처방약의 효과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로 학생의 집중력이 높아져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퍼져서 그 처방약을 두통약이나 소하제처럼 아이에게 복용시킨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ADHD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직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위험할 수 있는 약을 먹이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약에 의지한 집중력은 약에 대한 내성만 높아지고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의 생활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하니, 그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자세히 제시하고 있는 편이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았다. 먼저 잠을 푹 자고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하고 운동과 명상을 하고 적절한 인지 자극이 필요하다. 그리고 긍정적인 인간 관계는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언제나 듣는 평범한 방법이지만 귀찮다고 안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글루텐유제품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과연 내가 도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몇 개나 될까? 그래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뭔가 집중력이 높아지는 기분을 느꼈다-ㅎㅎ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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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1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을 안 먹어야 할 때가 제일 힘들어요. 무엇보다도 집중력을 향상할려면 스마트폰 사용도 줄여야하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죠. ^^;;

바람향 2015-07-19 21:05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맞아요. 아직도 손에서 휴대폰을 못 놓고 있네요ㅠㅠ 일주일에 몇 시간은 꺼놓고 명상에 잠기라고 하는데,,, 막상 실행하려니, 쉽지가 않네요^^;;ㅋㅋㅋ

2015-07-27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