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5
박민아.선유정.정원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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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인문으로 탐구한 융합과 통섭의 지식

 

 

최근 각 영역들을 서로 결합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자연계와 인문계를 융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풍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기 위한 인문학과의 결합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도 이러한 융합과 통섭의 열풍 속에서 기획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이 책에서는 과학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었다. 과학과 예술과의 관계에서 미술과 사진술의 발달,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인쇄술과 산업발달, 스마트폰의 혁명까지 다루었다. 그리고 역사 속의 과학 영역에서는 해양 기술의 발달, 서양의 과학을 수용하는 자세 등이 나타나 있고, 과학 기술이 어떻게 전쟁에서 사용되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연철학에서의 과학적인 측면을 엿보고, 과학의 대중화에는 어떤 모습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과학을 예술, 사회, 역사, 철학, 대중문화 등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설명에 적절한 보조 자료인 사진과 책, 도표 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가 생겼고, 이해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과학에 대해 관심을 꾸준히 가져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거나 참신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수준을 평준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 사회인 정도에서 과학에 입문하려는 대중적인 교재로서 적절할 듯 했다.

 

그래도 새롭고 흥미있는 내용은 있었다. 탐정인 홈즈가 사용한 골상학이 현재는 사이비 과학으로서 완전히 폐기된 내용이라는 것, 과학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여성들이 가사에 쓰는 시간을 늘어나게 했다는 내용은 반전이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화가 루벤스가 책의 표지를 많이 그렸다는 것, 초기의 자동차인 포드는 타고 다니는 것보다 엔진을 더 많이 활용했다는 것, 현재의 1m라는 보편적인 척도가 프랑스에서 국가적인 사업으로 유래했다는 것, 제국시대 때 영국이 전신을 지배하여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섰다는 것,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때 영국은 레이저를 활용해 방어 체계를 유지했다는 내용 등이 새로웠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식 성채는 중세시대의 성채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 주었다. 그리고 창조론과 다윈의 진화론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는 내용은 제법 흥비로웠다. 서로의 이론에 대해서 공방을 벌이다가 각자의 이론이 더욱 체계화되는 과정을 겪었다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해부학을 하나의 축제 이벤트로 구경할 수 있었다니,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어쨌든 다양한 사례의 사진 자료를 통해 과학 지식을 탄탄하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는 책이었다. 과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포괄하고 있어서 대중서에 걸맞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 과학을 인문으로 탐구한다고 한 점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솔직히 과학의 역사였다. 과학사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최근 '무한도전'의 역사 바로 세우기와 관련된 활동을 보면서,,, 이 책에 나온 일제의 731부대의 만행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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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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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장이를 통해 본 조선 후기의 모습

 

 

우리나라 동화는 대체로 교훈이나 계몽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부모님들도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사서 권하려고 할 때, 공부 내용을 담고 있거나, 아니면 아이들을 훈육시킬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사회의 부정적이거나 안 좋은 모습들을 아이들에게 미리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나 청소년 문학이 은연중에 계몽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나 세기의 영웅들의 얘기를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교훈을 전달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조선 후기의 사회 모습을 어린 장이의 삶을 통해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 후기의 사회 모습은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시장 경제가 활성화 되는 시기였다. 오랜 전쟁 이후에 계급 사회가 무너지면서 사회 내부적으로 엄청난 변화의 에너지가 흘러 넘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변동 측면에서 한문이나 언문으로 된 소설들에 대한 욕구가 점차 높아졌다.

 

조선 후기에 인쇄 기술이 보편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이의 아버지처럼 책을 필사하는 필사쟁이들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다 중국을 통해서 천주교가 학문으로서 들어오게 되는데, 나중에는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사실과 다른 여러 이유때문에 많은 탄압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천주학과 관련된 책을 필사하거나, 배포하거나,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관아에 잡혀가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그러다 장이의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한 죄로 잡혀가 매를 맞고 나오는데, 장이의 아버지는 결국 장독이 올라 죽게 된다. 그 이후에 장이는 책 서쾌의 집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장이는 도리원의 기생 미적이나 어린 나이에 기생으로 팔려온 낙심이, 가회방 홍 교리 등과 만남을 갖게 된다,,,

 

이렇게 서유당, 즉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동화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책들이 모이고 그것을 빌려주는 곳, 필사에 대한 내용, 천주학 교리에 대한 내용 등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장이는 필사나 천주학 등에 대해서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동화책은 어떤 교훈이나 계몽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하나의 동화책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 점이 좋았다. 하지만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이 책을 읽고, 여기에 나오는 조선 후기 천주교 탄압과 그 배경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5, 6학년 때는 우리나라 국사도 많이 배우니 이 정도의 내용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어쨌든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고 하니, 조선 후기의 모습을 동화로 더 이해하기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후기의 다양한 사회 모습을 말이다.

 

그래도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폭넓은 이해를 바란다면 조선 후기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읽히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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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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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이후의 결혼에 대한 고민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그 사람과 결혼하여 평생을 행복하게 살기를 꿈꾼다. 모든 로맨스 소설이나 동화 등을 살펴보면, 이런 저런 문제들이 생기고 다투더라도 결국 진실한 사랑을 깨닫거나 결혼을 하게 되어 행복하게 끝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도 정말 사랑하는 연인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뤄나가는 것일까? 이 책은 사랑, 그 이후에 다가오는 결혼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고, 게다가 파리의 여러 장소와 결혼에 대한 물건들에 대한 사진이 함께 있어서 감성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량이 조금 적은 감이 있어서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파리의 현재, 즉 2002년의 파리로 신혼 여행을 온 리브와 데이비드 부부가 등장한다. 데이비드는 아주 멋진 남자로서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이었다. 리브는 23살의 젊은 나이지만 데이비드와 만난 지 석달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5일 간의 신혼여행을 파리로 떠난다. 리브는 이제 결혼을 했으니, 두 사람의 멋진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서 몇 년 동안 추진해 온 프로젝트를 골드스타인이라는 억만장자와 논의하게 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신혼 여행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리브를 기다리게 하고 데이비드는 골드스타인을 만나러 간다. 리브는 이 결혼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만다. 평생 데이비드와 이런 관계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리의 과거, 즉 1912년의 파리에 둥지를 튼 신혼 부부가 있다. 그들은 에두아르와 소피로서 그림을 그리는 에두아르의 모델로 만나서 소피는 결국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들 부부는 돈이 없어 가난하면서도 서로의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 에두아르의 모델이었던 미미를 만나게 되면서 소피는 에두아르에게 의심을 품게 된다. 소피 자신도 에두아르의 그림 모델로 만나 그와 결혼하게 되었는데, 미미도, 아니 그 이전의 모델들도 에두아르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말은 마음이 넓은 소피도 도전히 용납되지 않는 문제였던 것이다. 에두아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질리게 되면 그 전처럼 모델들과 염문을 뿌리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이 두 커플은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뛰어 넘어 그림 한 장으로 서로 만나게 된다. 바로 <화가 난 아내>라는 미술 작품이었다. 리브는 그 그림에서 여자의 맑은 눈망울과 붉게 물든 두 뺨, 몸에서 느껴지는 간신히 억누른 분노와 좌절감을 응시하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을 깨닫게 된다. 그 그림 속에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바로 리브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리브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고 만다,,,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그래서 떨어지면 죽고 못 사는 열렬한 커플로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커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생활을 버거워 한다. 결국 못 견디고 이혼하는 신혼 부부들도 많다. 결혼은 이상적인 연애가 아니라, 현실적인 결합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십 수년 동안 자기 마음대로 살아왔는데, 결혼을 하는 순간 상대방의 방식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씁쓸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의 작가인 조조 모예스는 결혼에 대한 희망의 끊을 놓지 않는다. 부부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맞지 않고 서운해서 화내면서 싸울 때가 많지만,,, 서로에게 사랑만 있다고 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상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삶이란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돈이 많고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첫눈에 반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나름대로의 고민과 걱정이 있고 다툼이 있는 것이다.

 

'나'로서 세상에 존재하고, '나'로서 상대방에게 다가간다. 부부 관계를 이상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떠받들고 떠받듦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 상대방을 눈에 담고 바라보는 것이다. '함께' 걸어가는 것,,,

 

파리에 가면 정말 사랑이 이루어질까? 오늘 밤,,, 파리를 꿈꿔본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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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을 쏘다 - 김상옥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3
이성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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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 투사

 

 

광복절은 우리 민족에게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뜻 깊은 날이다. 하지만 그게 누구에게 좋은 일이 되었는지 오늘날의 우리는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 바로 물질적인 영달을 위해서 같은 민족을 일러 받치고 더 악랄하게 고문하고 죽였던 친일파들이 더욱 더 그 경제적인 부를 유지하게 되었다니,,, 우리나라는 모든 게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비현실적인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는 대체 무엇일까? 이제 어느 누구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는 전례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전에 안중근 자서전을 읽고 김상옥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이런 독립투사의 얘기는 친일파들이 득세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더욱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왜 친일파들은 자신들의 죄를 처벌받지 않게 되었을까? 광복 이후 우리나라를 손쉽게 통치하기 위해 친일파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 바로 미군이다. 그 이후 미국과 소련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우리나라는 결국 6.25 전쟁이 터지고 지금까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이 된 상황이니,,, 우리나라의 역사적 현실에는 미국의 잘못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수호해 주는 것이 아직도 미군이라고 믿는 대다수의 국민들에 의해 우리의 남북 통일이나 자주적 독립은 아직도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왜 안중근이나 김상옥은 그들의 아까운 목숨을 버렸을까? 친일파들이 잘먹고 잘사는 이런 현실을 보려고 했던 것일까? 그들이 지금 살아있다면 이 현실을 보고 뭐라고 했을지,,,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어차피 김상옥이 친일파나 일본 정치인들을 죽이려고 했을 때, 자신을 밀고한 사람은 결국 같은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애국심이 조금도 없는 사람들인데, 한민족으로 부를 수 있는 건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한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그들을 처단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목숨은 어찌 그리도 끈질긴지 혀를 내두를 뿐이다.

 

예전 <각시탈>이라는 드라마나 이 책을 보면 이중 스파이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중 스파이가 존재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중 스파이가 오히려 친일파들의 변명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독립 투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을 하기는 했지만, 그게 없었더라도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뿐 우리는 스스로 독립을 이뤄냈을 것이다.

 

이러한 독립투사들이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 많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친일파가 자신들의 죄에 대해 처벌을 받고 독립운동가들의 올바른 행동에 대해 정당한 평가가 내려지고 보상이 뒤따르기를 바란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독립투사가 어떤 의지를 갖고 무엇을 포기하고 독립운동에 임했는지 그 삶을 이해하고 고마운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김상옥의 이야기는 안중근 자서전보다는 소설 형식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조금 더 극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김상옥이 준비한 테러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마지막은 그 당시 우리 민족에게는 어떤 자부심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일본에게는 한민족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영상으로 만들면 더욱 박진감이 넘치고 화려할 것 같아서 영화로 만들어진 <암살>을 보고 싶어졌다.

 

"이성적으로,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무슨 무슨 적을 좋아하는 '적'주의자들 있어요. 혼자 고민을 다 짊어진 것처럼 회의하고 번민하죠. 주로 뭘 좀 배웠다 하는 지식인들이 그러죠. 겉으로는 신중론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한 꺼풀만 들춰 보면 사실은 두려운 거예요. 자기를 완전히 비운 사람들은 그러지 않아요." (77쪽)

 

숙연해졌다. 나 역시 죽음을 두려워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40일간 고문을 받을 때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죽음은 얼마나 편안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던지, 죽음이 그토록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절망의 끝에는 절망이 없었다. 고통의 끝에서는 고통이 사라졌다. 그 끝에 가장 달콤한 안식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것이 가장 큰 위로였다. (133쪽) 

 

 

* 인터파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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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 지니어스 덕이 660일간 먹고 그린 음식들
김윤주 글.그림 / 컬처그라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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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의 아기자기한 먹을거리를 품다

 

 

최근 몇 권의 여행 안내서를 살펴 보았다. 여행은 못 가지만 눈으로 보는 것으로라도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다. 다른 여행 안내서와는 다르게 이 책은 여행보다는 카폐 순례를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자기 나름의 아기자기한 커피 전문점이 많이 생겼다. 그들은 거대자본으로 밀고 들어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자리 싸움 사이에서도 새우등이 터지지 않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은 커피의 맛이나 조용한 분위기, 친절한 접대, 특이한 물건들, 귀엽고 예쁜 수집품들을 장식해 놓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런 카페들이 창업 노하우와 함께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다.

 

이제 일본 삿포로 지역의 카페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먼저, 다른 여행 안내서와는 다르게 사진보다는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다. 특히, 여행의 동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도 좌표만 표시되고 있을 뿐이다. 그저 지니어스 덕인 작가가 1년 간 일본 삿포로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맛본 다양한 카페들을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는 인터넷에서 소개된 맛집도 있지만 돈이 풍족하지 않은 유학생이 찾게 되는 양이 많은 곳도 포함되어 있고 길을 걷다가 발견한 의외의 장소도 나와 있다.

 

 

중요한 것은 귀여운 그림들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예술적이지는 않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요새 유행하는 컬러링북으로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부록으로 컬러링북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색색깔의 아름다운 수많은 음식들이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다. 라면의 고장답게 수많은 종류의 라면과 그 이외의 커리 음식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사먹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는 호로요이 모모사와! 정말 마트에서 박스로 사가는 경우도 봤을 정도로 일본에 오면 선물이나 자기가 먹기 위해 많이 사가는 모양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복숭아맛 음료가 가장 인기가 많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나도 호기심에 먹어보기는 했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입맛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한정판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천국인 곳이다. 그리고 삿포로라는 지역에서만 나오는 맥주가 오른쪽에 그려진 것처럼 저렇게 많았다. 저 뒤로 몇 페이지가 더 이어지고 있다. 그걸 모아서 그린 것도 대단하다. 그 설명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참고해도 좋을 듯 했다.

 

 

무엇보다도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한 착각이 일어나게 만드는 예쁜 케이크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만화 등을 보면 케이크 가게를 순례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저렇게 종류가 많은 예쁜 케이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어떻게 돌아다니지 않고 배기겠는가? 단음식을 좋아하지도 않고 케이크 종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게 만들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고 무척 예뻤다. 게다가 한정판으로 나오는 것까지 포함하면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였다. 그리고 매년 열리는 스위츠 그랑프리 같은 대회가 케이크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단지,,, 전에 삿포로에서 음식을 먹어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유명한 라멘이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냥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변형한 일본식 라면집이 더욱 맛있을 것이다. 그리고 삿포로 음식이 많이 짠 편이라 이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기는 하다.

 

어쨌든 작가인 김윤주에게 1년 간의 삿포로 유학 생활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충만한 음식 맛보기 여행이 되었을 것 같다. 그 행복한 맛이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그림만으로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나도 낯선 곳을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만난 가게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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