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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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람이 햇살을 흔든다. 마치 나무드 사이를 떼 지어서 옮겨 다니는 새처럼 공기가 천천히 흐른다. 바람은 선로가 있는 완만한 녹색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 궤도를 넘어 나뭇잎을 흔들지도 않고 숲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한 줄기, 부드러운 빛 속을 가로질러서 건너편 능선으로 사라져간다. 언덕은 몇개의 기복을 이루며 일렬로 줄지어 있고, 잠든 거대한 고양이처럼 시간의 양지바른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22쪽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자신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간다. 그것이 내 것과 지나치게 다르면 화가 치밀고, 지나치게 비슷하면 슬퍼진다. 그 뿐이다.-78쪽

그러나 우리가 걸어온 암흑을 되돌아볼 때 거기에 있는 것 역시 불확실한 '아마도'뿐인 것 같았다. 우리가 확실하게 지각할 수 있는 건 현재라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우리의 몸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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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품절


가족이라는 것은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견고한 울타리 같은거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적으로 사적인 영역이니까.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고 침범당해서는 안돼, 그런데 그런 폐쇄된 영역에서 힘이 센 한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쓰자고 들면 힘이 약한 사람은 당하게 마련인 거야. 타인들이 볼 수 없는 장막 저쪽의 세계니까. (중략) 그게 가족의 딜레마일 거야. 낯선 사람이 가하는 폭력은 피하면 되지. 친구가 그러면 안 만나면 되지. 그러나 사랑해야만 한다고 믿는 가족이 그런 일을 저지를 때 거기서 모든 비극이 시작되는 거야.-89쪽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b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고.-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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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쫓는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5년 11월
구판절판


"그야 그렇겠지요, 그래도 짜증나거나 하는 일은 없나요?"
"물론 있지요. 초조해지기도 하고 불쾌해지기도 해요. 특히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아무래도 그렇게 되기 쉽지요. 그러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초조해진다는 건 스스로 패배하는 거거든요."-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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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구판절판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서 나는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넘어져서 주저앉기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다.-20쪽

소금 3퍼센트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 마음 안에 나쁜 생각이 있어도 3퍼센트의 좋은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다.-41쪽

우리는 때로 마이클처럼 마음속의 어린아이를 부끄러워한다. 아니, 무섭게 덤벼드는 세파와 싸워 이기고 살아남는 길은 내 속의 어린아이가 나오지 못하게 윽박지르고 숨기고, 딱딱하고 무감각한 마음으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짓눌러도 우리 마음속 어린 아이는 죽지 않는다. 아무리 숨겨도 가끔씩 고개를 내밀고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마음, 다른 이의 아픔을 함께 슬퍼하는 마음으로 우리 가슴을 두드린다. 아무리 무시해도 가끔씩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와! 되게 예쁘다" 감탄하고, 함께 행복해하고 싶어 한다.-74쪽

내가 살아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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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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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는 사람을 응원할 때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인생이란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때는 세심한 마음씀이 필요하다. 누워있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용히 위로해주어야 한다..(중략)...
나 역시 잘하고 있을 땐 요란하고 화려한 응원을 받고싶지만 요즘처럼 기분이 가라앉거나 풀이 죽어 있을 때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응원, 따뜻하게 손잡아주는 응원 그리고 가만히 안아주는 응원, 그런 조용한 응원을 받고 싶다.-78~79쪽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망설이고 흔들린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었느냐가 중요하다...(중략)... 방향이 정해졌다면 가는 길은 아무리 흔들려도 상관없다. 아니, 흔들릴수록 좋다. 비행기 타고 한 번에 가는 사람에 비해 훨씬 좋은 구경, 신기한 그경을 많이 할 테니까.-92~93쪽

혹시 당신도 내 친구처럼 인생의 오르막길이 힘겨워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내 경험상,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던 끈을 '나, 이제 그만 할래'하고 놓아버리면 그 순간은 고통에서 행방되는 것 같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포기의 고통'은 더욱 깊고 오래갔다. 어쩌면 그 어려움이 마지막 고비였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만 넘었으면 문이 열렸을지 모르는데, 하면서 후회막심이었다. 돌이킬 수 없기에 그 후회는 더 뼈아프다. 그러니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발짝만 더 가보는 거다. 이제 정말 그만 하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해보는 거다. 딱 한 번만 더 두드려 보는 거다. 집주인이 문 뒤에서 빗장을 열려던 참인데 포기하고 돌아선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 아닌가.-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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