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라’를 봤다. 장진 감독의 작품이다. 난 장진이 좋다. 첫 작품인 <기막힌 사내들>은 그저 그랬지만, 거기 나온 그림자놀이는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나 역시 그림자놀이를 즐겨하며, 내가 좋아하는 짐 캐리 역시 <에이스 벤튜라 2>에서 그림자를 가지고 별의별 짓을 다하지 않는가. 유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극대화하는 것, 그 점에서 나와 그는 코드가 맞다.


그의 영화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건 <묻지마 패밀리>였다. 세 개의 단편이 담긴 그 영화 중 첫 번째, ‘사방의 적’을 보면서 난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단다. “나는 재미있다. 당신들도 웃어라”

장진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인정하지만, <묻지마 패밀리>를 제외하고는 그의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적은 없다.

-간첩 리철진; 간첩을 인간적으로 그린 몇 안되는 영화라는 것 말고는 많이 부족했다.

-킬러들의 수다; 웃기에는 좀 약했다. 스토리도 좀 말이 안되고.

-아는 여자; 지순하고 순정적인 여자라니, 웬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람.

그래도 그의 영화를 끈질기게 보는 건 아직도 그를 믿기 때문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써본다.


-새롭다; 수많은 영화가 나왔고, 또 만들어진다. 그러다보면 이거 어디서 많이 본건데 하는 영화도 있다. <분홍신>은 영락없는 ‘링’이고, <금자씨>는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다. 안그런 영화도 물론 있다. 전에 본 <11: 14>는 11시 14분을 향해 모든 사건이 모이는 내용인데, 그걸 보면서 ‘정말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구나’ 생각했었다. 이 영화도 그에 못지않다.

-막판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범인이 누구일까도 굉장히 궁금했고, 그와 더불어 ‘이번에는 어떻게 웃길까’를 기대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이건 그만큼 시나리오가 탄탄하다는 얘기다.

-차승원: 진라면 광고에서 라면이 맛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준 차승원은 점점 유머 연기의 달인이 되어가는 듯하다. <귀신이 산다>가 유능한 배우도 시나리오가 개떡이면 별수없다는 걸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와 결합된 유머는 영화의 재미를 몇배로 증폭시켜 준다는 걸 입증해 줬다. 또 하나. 차승원 다리 참 길다.

-하여간 장진은; 살인사건 현장 스케치가 끝나고 차승원은 신하균을 인터뷰한다. 1형식, 3형식, 그 추억의 낱말들을 사용해 장진은 우리를 십분간 웃게 해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주의사항: 사람의 마음 속에는 기본적으로 악마가 있다. 악마와 천사 중 어느 걸 키우느냐는 순전히 그 사람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천사를 키우길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악마가 지배하는 사람과 만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지만, 스포일러를 만난다면 그 재미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아마도 인터넷 댓글을 다는 사람들 중엔 이 영화의 결말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내가 ‘남극일기’를 안본 이유도 야구 기사 밑에 달아놓은 ‘범인은 송강호’란 댓글 때문이었는데, 이 영화를 볼 사람은 확실한 사이트가 아니면 들어가선 안된다. 비자금 기사 밑에 이런 댓글이 달릴지 모르니까.

“박수칠 때 떠나다에 신하균 나온다!”

 

* 며칠 전부터 인터넷 창을 두개 열면 인터넷이 그냥 닫혀 버립니다. My linker에 문제가 있어서 닫는다고 하면서. 그래서 사진 같은 거 복사해 오는 게 집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너무 슬퍼요. 흑. 컴맹에게 왜 이런 시련이. 아무리 껐다켜도 안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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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1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아아 나 남극일기 이제 막 보려고 하는데!!! 대밋!

mannerist 2005-08-1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간신히 잠 이룬 거 생각하면 -_-; 두 번 보기 싫은 영화. 쿨럭;;;;

마태우스 2005-08-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그렇죠? 평이 워낙 안좋아 안보기 잘했다고 생각 중입니다
하이드님/이왕 그리된 거 안보시면 어떨까요

수산나 2005-08-1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이영화 본 사람들이 재밌다구 난리에요..으..지금이라도 나가서 봐야겟어요..근데 오늘같은 날 표가 있을려나??허허

이매지 2005-08-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사회로 봤지만서도 극장가서 또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
이 영화보고 차승원에게 빠져버렸으나 최근 방송에 수염기르고 나오는거 보고 다시 또 살짝 비호감으로 -_ -;

2005-08-15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8-1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나침반님/님도 장진 스타일을 좋아하는군요! 어여 보세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매지님/시사회로 보셨군요! 전 시사회는 딱 한번, 그때 그사람들 본 게 다예요
그리고 수염 길러도 차승원은 여전히 멋있지 않나요?
수산나님/요즘은 극장이 많아서 표도 많을 것 같은데요..

sooninara 2005-08-1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진감독..좋아하는데..이영화 찜

플라시보 2005-08-1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습니다. 초반부에 엄청 웃었어요.^^

협객 2005-08-1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
저두 친절한 금자씨를 보며..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떠올랐었는데.. ^-^;
마태우스님이 추천하시니 한번 봐야겠군요.
보러 갈 사람이 남자밖에 없어서.. 아무래도 동막골보단 박수칠때가 나을것 같아서요. ^^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꾸벅

엔리꼬 2005-08-1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기막힌 사내들> 왕팬인데요... 저랑 웃음 코드가 맞으시나봐요... 그 영화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그림자놀이도 참 좋았고, 죄수들이 중간에 오페라 형식으로 노래하는 것도 너무 참신하고 재미있었어요.. 저 또한 그림자놀이를 틈만 나면 시도하고...
이번주에 직장 사람들과 영화보려 하는데, 이 영화 강추해야겠군요..

비연 2005-08-16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태우스님. spoiler...흑. 남극일기도 금자씨도 안 본 저는..이제 더이상 볼 흥미가 없어졌다는...ㅠ.ㅠ 넘합니다....으앙. 저도 '박수칠 때..' 를 개봉날 보았는데 괜챦더라구요.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가 있더군요...

진/우맘 2005-08-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유머요? 호오.....이 영화는 안 보려고 했는데....(하긴, 취향이 정 반대이니, 나는 필경 별로겠죠? ㅎㅎ)

수퍼겜보이 2005-08-1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진이랑은 뭐가 안맞는 듯.
박수칠 때 떠나라 보면서 대놓고 잤어요.. -.-

똥개 2005-08-1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으로 장진을 좋아하는 관객과 시큰둥한 관객 사이의 차이는... 연극적인 재미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인 듯합니다... 장진은 연극을 필름에 담는 흔치 않은 감독중의 하나죠.... 마태우스님이 별로 재미를 못 느끼셨다는(기막힌 사내들을 재미있게 봤다면 좀 의외이긴 하지만..) 전작들도 '연극'을 본다고 생각하면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걸 새삼 발견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박수칠 때 떠나라가 장진 작품 중 최고라고 주저없이 평가하는데.. 아마도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에서 '연극적'으로도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데다가.. 심지어 가장 '영화적'이기까지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간 장진 특유의 연극적인 구도때문에 영화적인 재미가 혹 줄어들 수 있었다면, 이번엔 거꾸로 연극적 완성도를 더 높여서 오히려 영화적인 재미까지를 만들어낸 점에서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예고편을 보니 유치한 것 같아 볼 생각이 없었던 ‘동막골’, 하지만 9점대의 높은 별점과 쏟아지는 찬사는 나로 하여금 그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그런 걸 보며 난 대세추종형 인간이다.


하지만 다들 재미있다고 하고, 같이 영화를 봐준 미녀 또한 “보길 잘했다”고 좋아하는 시점에서 나 혼자 “재미 하나도 없어 씨!”를 외치는 걸 보면, 내 안에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대쪽같은 선비정신이 있음이 틀림없다.

사진설명: 내가 재미있건 없건간에 강혜정은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의 히트에 이어 세번 연속으로 히트작을 만든 배우가 되었다.

 


그간 유머를 지나치게 갈고 닦아서인지 ‘동막골’에서 구사되는 수준의 유머에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총을 들이대며 꼼짝 말라고 하는 군인에게 할머니가 “꼼짝 안하면 어디다 똥을 누나?”고 했을 때 딱 한번 웃은 게 유일한 웃음이었다. 전쟁의 잔인함을 원래 알고 있었던만큼, 이 영화에서 내가 건진 건 미녀와의 친분이 돈독해진 걸 빼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말할 처지는 아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 난 구석자리에서 엄청 방귀를 뀌어댔다. 스무번? 서른번? 소리가 없었던 게 일단 다행이고, 방귀뀌다 실수하지 않은 게 더 다행이고, 소리없는 방귀 치고는 냄새가 없어 주위에서 그다지 불평을 하지 않았던 게 더욱 더 큰 다행이다. 저녁으로 먹은 해물볶음밥이 문제였던 걸까.


그렇다면 이 영화의 교훈은 다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 지나치게 유머를 연마하면 웬만해선 웃지 않게 된다. 연마도 적당히 하자.

둘째. 영화를 보기 전 해물볶음밥을 먹는 건 삼가자. 방귀가 잦으면 x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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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녀가 누군지 알 것같은데요, 이런 글 쓰셔도 되나요?ㅋ

2005-08-11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8-1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쪽같은 선비정신? 푸하하하~~~
근데 아마 주변의 분들이 님이 방귀뀌는거 다 알고도 모른척해주신걸거예요. 미녀는 물론이고....^^;;

연우주 2005-08-1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러셨군요. 저는 박광현 감독이 <내 나이키> 때부터 좋았는데. 전 이 영화 올해에 본 영화 중 베스트1위입니다. 물론 이 후에 다른 영화를 또 본다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마늘빵 2005-08-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평소 별로 안웃기 때문에 이런게 재밌었나봐요. ㅋㅋ 많이 웃었는데... ^^

2005-08-11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8-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미 있는 것도 그렇지만,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시각이 기존보다 한발쯤은 나아간 것 같아 좋았습니다..

플라시보 2005-08-1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정말이지...너무도...아아....어찌해야 할지....조금도...눈치를 못챘습니다. 방귀 서른번요? 세상에나. 저 곧 이빈후과 가 보렵니다. 분명 제게 문제가 있는거에요. 그런거에요. 아흑... (그나저나 소리없이 해결하시느라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ceylontea 2005-08-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80,000을 잡으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어제 퇴근하면서... 오늘은 마태우스님 서재 80,000이 넘겠구나..

꼭 잡아드려야지 했었답니다..

오전 사태로 정신이 없다 이제서야 생각이 나서 와보니 역시나... 80,000은 훌쩍 넘어가 버렸군요..

그래도... 80,000 넘으신건 축하드려요.. 히히..

21980070


진/우맘 2005-08-1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머리에 꽃 꼽았슴미다"에서 안 웃으셨어요? "그냥 멀 마이 메기야 돼."에서도?
역시...저랑 마태님은 영화보는 취향이 매우 판이하다니까요, 쯧쯧......

포도나라 2005-08-1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 그래도 그 영화 그냥저냥 재미있던데요...

2005-08-11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8-1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ㄴ님/뭘요 우리 사이에^^
여행자의노래님/저는 너무 유머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 아...이 슬픔..^^
진우맘님/그거 하나도 안웃겼어요.... 마음이 아픕니다.
실론티님/아아 8만이 그냥 지나갔군요. 어수선한 분위기라 잡을 틈도 없었을 것 같아요
플라시보님/죄송합니다....흑. 제가 원래 해물에 약해요
클리오님/제가 그 영화 재미없다고 한 유일한 사람이네요. 역시 난 선비야...^^
속삭이신ㅁ님/괜찮습니다. 시간이야 또 생기겠지요^^
아프락사스님/극장에서 영화볼 때, 다 웃는데 혼자 멍하니 있으려니 제게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어요^^
우주님/전 그 ,묻지마 패밀리, 아주 재밌게 봤어요. 거의 죽을 뻔했는데 이번 건 유머가 약했어요....
바람돌이님/다행히 몰랐답니다^^ 제 왼쪽에 그 미녀, 오른쪽은 벽이었습니다
속삭이신 분/이 씨...한번 해보자는 거잖아요!! 좋아요, 술로 한판 붙어요. 요즘 저 소주 세병 마셔도 끄덕없어요
별사탕님/하하 방귀야 뭐 범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글구 그 미녀, 애인 있답니다
검은비님/호홋, 님은 방귀 얘기를 너무 좋아해요!! 해물 조심합시다!

2005-08-12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똥개 2005-08-1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재미없으셨어요? 전 이 영화에서 박광현보다는 온통 장진이 보이던데... 너무나 장진스러워서.. 박광현이 누군가 했어요.. 찾아보니 유명한 시에프감독이더군요. 그제서야. 그 (저한테는 별 감동이 없었지만) 유명한 팝콘 날리는 신이나 멧돼지 출현 신의 기가막힌 화면 구성이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진(혹은 장진표) 영화는 '느린 호흡'에 적응하지 못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니아가 생겨나는 거겠지요.......

2005-08-3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보다 월등한 지적 생명체가 지구를 공격한다. 그들이 무기라고 갖고 온-아니 예전에 심어 놓은-문어처럼 생긴 물체(일명 트라이포드)는 섬광같은 광선으로 도시를 부수며, 지구에서 아무리 폭탄을 발사해도 방어막으로 다 막아 버린다. 영화 속 인물의 표현대로 전쟁이라기보단 ‘일방적 살육’이었다. 그런 놈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몇백년 전, 미국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월등한 무기로 인디언들을 물리친다. 모르긴 해도 우주인과 지구인의 화력 차이는 인디언과 유럽인의 차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개미가 지어놓은 집이 우리 눈에 우습듯이, 백만년 동안 지구인을 관찰한 우주인의 눈에는 우리의 무기란 게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호나우도와 베컴이 초등학생 둘을 데리고 축구를 하는 격이랄까. 그럼에도 지구인들은 승리를 거둔다. 어떻게? 저절로. 결말이 황당하단 얘긴 들었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최소한 인디펜던스 데이의 ‘컴퓨터 바이러스’ 정도는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적들은 그냥 쓰러진다. 왜? 좀 미안했던지, 영화사 측은 나레이션을 삽입한다. 지구의 미생물들이 해낸 거라고.


잘 만든 영화에 속하는 ‘우주전쟁’이 욕을 먹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잔뜩 긴장하며 봤는데 이게 뭐냐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끝이 부실하다고 이 영화가 그렇게 매도되어야 할까? 난 이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두시간이 지날 때까지, 영화로 인한 긴장감은 무지하게 높았다. 내가 본 영화 중 두시간 동안 즐거움을 선사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주괴물들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것부터 시선을 끌더니, 섬뜩한 광선을 쏘는 것, 그리고 사람 피를 빨아먹는 엽기적인 모습-근데 피를 참 힘들게 먹더라. 사람을 붙잡아서 놔뒀다가, 다시 밖으로 던져서 피를 빨다니 비효율적이다-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공포는 가중된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 소문만 듣고 이 영화를 안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우리는 너무 결과 중심주의에 빠져 있다. ‘유종의 미’ 이데올로기 때문인지 끝이 안좋으면 과정 전체가 매도당한다. 과연 그게 옳은 것일까? 헤어진 연인을 기억하는 건 고통스럽다. 왜? 그녀가 아무리 예쁘고 성격도 좋다 해도, 잘되지 못하고 헤어졌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녀와의 아픈 이별만 되씹는 대신, 그녀와 보냈던 좋았던 추억들을 회상하면서 행복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은 죽기 전까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가 중요하며, 그녀 덕분에 얼마의 시간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우주전쟁도 그렇게 평가해 주자. 결말이야 원래 알고 있었지 않는가? 중요한 건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란 걸 깨닫는다면, 이 영화의 장점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왕 변명을 한김에 몇가지 질문에 더 답변을 해주고 싶다.

-왜 주인공 가족은 하나도 안죽나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마지막을 봐서 아시겠지만, 생존자는 주인공 가족만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살아나죠. 영화에서 주인공을 고르는 요령은 살아남느냐 여부에 있습니다. 즉, 주인공이기 때문에 안죽는 게 아니고, 안죽으니까 주인공을 시킨 겁니다.


-몇백만년 동안 지구인을 관찰했다면서 왜 미생물에 죽은 건가요?: 미생물은 눈에 안보이거든요. 현미경을 쓰지 않은 게 결정적 패인입니다.


-차라리 원시시대에 지구를 공격했으면 쉽게 이길 수 있었을텐데. 박격포 같은 게 개발되기 전에 말입니다; 정복이란 반드시 땅을 뺏기 위한 건 아닙니다. 정복이 너무 쉬우면 의미가 없겠지요. 그래서 우주인들은 최소한의 저항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겁니다. 좀더 늦추지 않은 건 더 기다렸다간 자기들만큼 발전할까 두려웠던 거지요.


-영화에 나오는 여자애 예쁘던데 누구예요?: 다코다 페닝이라고, 요즘 잘나가는 여자애죠. 저만 그런지 몰라도, 어린애들은 외국애가 더 예쁜 것 같습니다. 물론 20대가 되면 우리나라 여자들이 훨씬 예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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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8-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날개 2005-08-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볼께요, 볼께요..! ^^

moonnight 2005-08-0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보셨군요. 저는 이 영화를 매우 피곤한 날 혼자 봤더니 중간에 약간 졸았어요. -_-; 피뽑는 이야기는 그래서 어리둥절합니다. ㅠㅠ 다코타 패닝 정말 이쁘죠? 이 아인 커서도 천사같지 않을까 기대돼요. ^^

marine 2005-08-0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렇게 안 자려고 발버둥을 쳤건만, 남친 왈, 차라리 편하게 자라, 내가 불편해서 못 보겠다, 이렇게 됐습니다 극장 나오면서 다들 생각보다 별로네, 이러는데 남친 왈, 참 사람들 이상하네, 이 영화 얼마나 재밌는데, 이러더라구요 아마 마태우스님처럼 남들이 못 보는 부분을 발견했나 봐요 ^^

marine 2005-08-0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나이트님, 그런데 맥컬리 컬킨 생각하면 모든 경우를 다 걱정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전 나 홀로 집에 보면서 귀여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그 성장한 모습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거든요

깍두기 2005-08-0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이건 칭찬을 가장한 비판 같은데요? ㅎㅎ 고단수.....

플라시보 2005-08-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제가 궁금했던 것에 대한 답변을 이리도 잘 해 주시다니요. 우문현답입니다.^^ 저도 보는동안 상당히 즐거웠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리뷰만 쓰려면 버릇인지 자꾸만 안좋았던 것들만 나열하게 되더라구요. (이게 다 님이 비판리뷰에다 좋아요! 멋져요 님!을 남발하셔서 그래요. 으흑...안놀테야)^^

포도나라 2005-08-0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그 영화 안 봤는데요...
들리는 소문 제가 들은 것들도 다 별루~...
근데 마태우스님의 이런 눈물겨운 배려글을 봐도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넹~...
헤헤 죄송~..^^ㅋ...
그냥... 갑자기... 처음이 거창했다가 결말이 갑자기 그 모양이라서 욕을 먹는다...면... 글쎄요... 이미 처음에서 끝으로 가는 과정 자체가 엉망이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탐 크루즈를 보는 재미로 보고 싶기도 하지만...ㅋㅋ~.. 그럼 극장비가 아깝기도 하고...
그냥 저의 의견이었음... 신경쓰시지 마셈... 님께 좋은 영화였다면 영화로서는 행복할 따름일테니...

포도나라 2005-08-0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혹시 중간 중간에 미생물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부분도 나오나요?!.. 미생물에 대한 언급이 엉망이 아니라면 과정이 엉망인 건 아닌데... 그럼.. 볼만 할 수도... ㅡㅡㅋ..

비로그인 2005-08-0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 일간지 영화담당 기자가 분석해놨던데요. 스필버그가 일부러 김빼는 전략을 구사했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주인공이 서민(!)이라 높은데에서 저지르는 일을 알 수 없는 관계로 관객들이 아리송해하는게 당연하다고 했던 것같은데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영화는 안봐서, 아니 못봐서 모르겠사옵니다~(_ _)

줄리 2005-08-0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보다가 말았는데.. 이유는 나랑 영화를 보는 눈이 좀 다른 울남편이 무지하게 재밌다고 하길래 재미없는줄 알고요. 울남편은 우주나오고 전쟁 나오는건 무지 좋아해요. 그러니 우주전쟁 이 안좋을수가 없었겠지요.

인터라겐 2005-08-0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볼라 하다가 아일랜드 본건데.. 다음주엔 이거 볼까봐요...

瑚璉 2005-08-0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백만년 동안 지구인을 관찰했다면서 왜 미생물에 죽은 건가요?: 미생물은 눈에 안보이거든요. 현미경을 쓰지 않은 게 결정적 패인입니다."
-> 눈에 안보인다고 그간 없었던 게 아니지요. 그동안 적응할 기간은 충분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미생물 설은 기각하고... 진실은 '영화끝날 시간이 되었으니 걔들이 죽었다'인걸로 봅니다.

산사춘 2005-08-0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의 이런 남다른 시각이 좋아요.
스필버그는 장면장면마다 넋을 잃게하는 무언가가 있으요.

조선인 2005-08-03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정무진님이 좋아요. 와하하하하하

비로그인 2005-08-0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아주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 저도 아주 공감100%입니다.

sooninara 2005-08-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죽기때문에 주인공을 시켰다가 예술입니다.
 

여고괴담 1은 귀신 시리즈로는 보기드물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무섭기도 하고, 성희롱과 폭력 등 여고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도 짚어주는 멋진 영화. 약간 후진 극장에서, 보조의자가 잔뜩 놓이고 개봉 후 20분이 지날 때까지 관객이 계속 들어오는, 그리고 자리 싸움을 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영화를 봤지만 도무지 영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속편을 안본 것은 그게 전편의 인기에 편승해 돈을 벌어보자는 안일함의 소산이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비디오로 그 영화를 보고나서 난 “전편보다 속편이 훌륭한 영화”에 서슴없이 여고괴담 2를 집어넣는다. 전편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전혀 다른 줄거리로 시작한 그 영화는 귀신이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도 스산한 공포감을 내게 안겨 주었다.


이어서 나온 3편 ‘여우계단’을 엊그제 TV로 봤다. 한마디로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였다. 시선을 잡아끄는 힘도 없는데다가 단점만 잔뜩 보이는 전형적인 3류영화, 샤워기에서 피가 나온다든지, 등 뒤에서 귀신이 왔다갔다 하는 등 온갖 상투적인 장면들이 날 짜증나게 했다.


박한별과 그 친구(이름이 진성이다)은 일류 발레리나를 꿈꾼다. 하지만 늘 앞서가는 건 박한별, 학교 대표로 콩쿨에 나갈 사람은 누가봐도 박한별이었다. 그게 질투가 난 진성은 한별에게 삐지고, 왜 그러냐고 매달리는 한별을 진성은 매몰차게 뿌리친다. 계단에서 굴러 불구가 된 한별은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그 다음, 진성은 한별의 자리를 차지하고, 콩쿨에 나가서 대상을 탄다. 친구를-고의는 아니었지만-죽이고 나서도 계속 발레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여간 독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의 진성은 전혀 독한 면이 있어보이지 않았다. 기숙사 창문을 넘어들어온 박한별이 귀신인 줄 알고 침대밑에 숨어버리는 애였다. 그러던 애가 어떻게 귀신의 협박과 애들의 따돌림을 견뎌가면서 계속 발레를 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다소의 설득력이나마 지니려면 그녀가 어린 시절 시베리아에 버려져 감자를 캐먹으면서 살아났다든지, 시베리아 호랑이 등에 업혀서 자랐다든지 뭐 이딴 상황을 설정해야 했지 않을까?


발레 선생도 그렇다. 그녀는 진성을 무지 낮게 평가했지만, 진성은 결국 콩쿨에 대표로 나가서 우승을 한다. 그렇다면 발레선생이 박한별의 사고 직전 “넌 안돼!”라고 면박을 준 건 사람을 잘못 본 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성의 콩쿨 대상은 좀 뜬금없었다. 애초에 진성이 박한별에 최소한 근접한 실력을 갖춘 사람으로 그렸다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스토리 자체가 말이 안되는데다 귀신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도 이 영화의 단점이다. 계단에서 발목을 붙잡고, 창문을 넘어들어오고, 거의 3초에 한번씩 귀신이 나온다. 좌우지간 등 뒤에는 항상 귀신이 있다. 그러니까 관객은 하나도 안무섭고 영화 주인공만 무서워하는 괴리 현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실오라기 하나 드러내지 않은 나체보다는 가릴 곳은 가린 게 더 야하듯이, 공포영화는 귀신이 많이 나온다고 무서운 건 아니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 그게 차라리 더 무섭다. 그리고 귀신이 자기를 노리는 걸 알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던가 할 일이지, 왜 음침하고 어두운 곳만 골라서 다니는 걸까?


작품성이 뛰어난 2편이 관객동원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가 제법 많은 관객을 모은 것으로 미루어, 제작사에서는 이런 생각을 했음직하다. “공포영화는 역시 3류가 최고야. 작품성이 밥 먹여줘?” 보진 않았지만 이번에 나온 <여고괴담 4;목소리>는 그래서 3류성을 더더욱 강조한 대단한 영화인 것 같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3.7의 전무후무한-구본승이 나온 <마법의 성> 이래 그런 평점은 처음이다-별점을 줬지만, 누가 아는가. 관객은 많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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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7-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니까 4.1로 올랐네요^^

진/우맘 2005-07-1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공포영화는 싫어요..... 굳이 영화를 안 봐도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에혀~
그나저나, 마태님 밀린 글 돌아다니며 읽고 있어요. 칭찬해 주세요.^^

마늘빵 2005-07-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포 영화 좋아해요. 이번에 나오는 4탄을 봐야하는데 개봉했나요?

비로그인 2005-07-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나올게 아직도 있나봐요? 하기사 우리 고딩이는 여고괴담4탄 보러간다고 벼르고 있더만요..... 그게 뭐가 재밌는지.

마태우스 2005-07-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가시장미님의 견해에 의하면 "그렇게 안무서운 공포영화는 처음이다"랍니다. 고딩 분이라면 무서울 수도 있겠지요?
아프락사스님/개봉 했습니다. 가까운 상영관을 찾아 주세요
진우맘님/그렇게 밀리시면 어떡합니까. 칭찬의 의미로 아부 한번 할께요. 진우맘님 요즘 서재 뜸하시니까 글 올릴 맛이 안나요

진주 2005-07-1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안 오신다고 글 올릴 맛이 안난다구랴? 아부를 한쪽에만 심하게 하면 나머지는 삐진다는 걸 아셔야죵. 열심히 읽고 있었건만 흥,.

아영엄마 2005-07-1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TV로 후반부를 좀 봤어요. 근데 여학생 연기자들이 비슷해 보여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잘 안가더군요. 제가 귀신이야? 사람이야?? 하면서 봤다는...^^;;

깍두기 2005-07-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저 왔어요. 깍두기 말이어요. 저 없이도 즐겁게 살고 계시는군요. 미워욧, 흑.

클리오 2005-07-1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깍두기님 돌아오셨네요... ^^ '여우계단'은 공포영화로서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여고괴담 시리즈 자체가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학교현실.. 이라고 볼 때가 있거든요. 여우계단도 보고 나서, 학교에서도 경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 와중에서도 노력하는 사람 위에 있는 천재.. 등의 생각으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심란하고 무서웠던 것이지요... 흐윽...

마태우스 2005-07-1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렇죠. 귀신보단 학교의 현실이 더 무섭죠... 근데 3탄은 그런 학교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어요. 왕따 문제도 다룬 것 같은데 겁나게 산만해서 그쪽으로 촛점이 안맞춰지더이다
깍두기님/아아 이분이 진정 깍두기님이란 말입니까까까... 왜 이제 오셨어요 흑...
아영엄마님/박한별이 연기도 별로일 뿐더러 얼굴에 특징이 없어요. 저 역시 누가 누군지 헷갈렸어요
진주님/아이 진주님 사실 제겐 진주님밖에 없어요^^ 아시면서 왜그러신담??

moonnight 2005-07-1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고괴담 1, 2편까지만 봤어요. 전 1, 2편 모두 좀 별로였기에 ㅜㅜ 더이상 안 볼 거 같애요. 음.. 역시 3편은 영 아니었던가보네요. ;;

비로그인 2005-07-1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본승이 나온 마법의 성 ㅋㅋㅋ 너무 웃겨요. 그걸 어찌 기억하고 계십니까? -_-;
여고괴담4 정말 재미없습니다. 뭐, 스토리가 안좋은건 아닌데, 공포영화가 무섭지가
않아요. 정말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를 기회조차 안주더군요. ㅠ.ㅠ 흐흐흑
소리지르고 싶어서 공포영화 보러 간건데.... ㅋㅋ

꼬마요정 2005-07-18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무섭게 본 영화 단 한 편도 없습니다. 한 때 링이 그렇게 무섭다길래, 밤에 혼자 앉아 비디오로 봤는데... 내내 졸다가 마지막 귀신 등장하는 장면 4번 돌려봤습니다. 그것만 볼 만하더군요... 흑... 친구들이랑 공포영화 보러 가면... 애들은 저만 관찰한답니다. 어디 한 번 날 놀래켜 보시지란 표정으로 절대 안 놀래고 비웃으면서 보거든요...^^;;

하루(春) 2005-07-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저히 댓글을 안 달 수가 없군요. 여고괴담 1편은 드라마 작가로 활동중인 인정옥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구요. 저도 봤는데요 정말 무서웠죠.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김태용, 민규동이 공동감독으로 참여했는데요.. 역시 대단했죠. 저도, 며칠 전 3편 봤는데요, 나름 무섭던데요? 실은 공포영화 무서워서 안 좋아하는 부류라서, 별 거 아닌 것에도 소리를 지르긴 하지만요. 특히 그 폭식증에 걸린 엄효주가... ^^

딸기소형 2005-10-1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편보고 여고괴담에 정이 확 떨어졌다는..^^;
 

 

요즘은 시사회가 있어서 김이 새지만, 개봉날 영화를 보는 사람에겐 특별한 사명이 덧씌워진다. 영화가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전령이 되어야 하니까. 영화의 재미 여부를 모르니 그만큼 위험도 크다. 워낙 보수 지향이라 개봉날 영화를 본 적은 별로 없지만, 오늘 본 <천군>은 개봉 날짜가 오늘이었다.

공효진이 이 영화에서 박사로 나온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예쁜 박사는 없다^^


 

이 영화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편견 두가지. 하나는 박중훈이 나오니까 웃길 것이라는 편견이고, 두 번째로 <할렐루야>란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스토리는 없이 개인기에만 의존한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하지만 두가지 다 사실이 아니다. 시네시티의 드넓은 객석에 서른명 정도의 관객만 앉아있는 걸 볼 때는 “괜히 들어왔나” 싶었는데, 영화는 의외로 재미있었다. 수준높은 관객이라면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겠지만, 뭐 나한테는 딱이다.


영화 초반에 내가 쪽지에다 써놓은 말들.

-김승우의 말, “600만 이스라엘을 10억 아랍이 왜 무서워하는지 알아? 핵이 있기 때문이라고”--> 뭐야 이거. 우리가 핵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려는 거 아니야? <무궁화꽃>의 아류?

-왜 이 시점에서 이순신일까. 박정희가 그를 이용했던 것처럼, 독도 문제 등으로 극우가 발호할 토양이 마련되니까 상업적으로 이순신을 이용하려는 거 아니야?

 

제법 진보적인 냄새를 풍기려는 내 수작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 다음에 적은 말들.

-아이디어 좋고, 스토리도 그럴싸하고.

-막판의 비장미, 남한테는 유치할지 몰라도 난 저 정도면 감동받는다.

-근데 좀 잔인하다.

-보기 잘했다. 기대 안하고 봐서 그런지 겁나게 재미있다.

 

* 여고괴담 4 보고싶었는데, 꼭 보려고 했는데 맥스무비 평점이 3.71이다. 봤으면 큰일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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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7-1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박중훈이랑 공효진이랑 또 그 누구지,,아무튼 천군영화찍은 사람들이 그래서 텔레비전에 홍보차 많이 나오는군요,,,,저는 이다음에 비디오 나오면 볼라나,,,

마늘빵 2005-07-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고괴담 보고픈데...

파란여우 2005-07-1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 박중훈, 제가 별로인 배우들이 나오는데도 괜찮다는 거군요.
제 고정관념을 깨려면 봐 주어야 할 듯한데...언제 보나요..흑
-심산유곡 사는 파란여우-

비로그인 2005-07-1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검은비님 서재에서 그림으로 뵈었는데..
이제서야 첫 방문을 합니다. 저는 얼마전에 알라진에 입문하게된 가시장미입니다요
천군을 보셨군요? 안그래도 티비에서 예고편을 하길래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 재미있는 영화가 계속 줄줄이 상영되고 있군요. 정말 재미있나요?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말씀은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는 말씀? ^-^;
전 공효진도 좋아하고 박중훈도 좋아하는데.. 한번 보고싶네요.
앞으로 알라딘을 통해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soyo12 2005-07-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민은 좋아라하는데,
공효진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박중훈은 음........그만을 보고 영화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하여간 워낙에 진을 많이 빼서 과연 보러 갈 지는 의문입니다.^.~

로즈마리 2005-07-16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저도 박중훈만 보고 영화 보질 않아서, 이 영화 보게 될진 모르겠네요. 첫 상영한 영화평 쓰기 정말 힘들 거 같아요..^^;;

줄리 2005-07-16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효진보다 훨 이쁜 박사님들 많이 보았는데.. 마태님 참 안되셨네요. 미녀에다가 지적이기까지 한 분들을 못보셔서요 호호호

니르바나 2005-07-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효진보다 잘생긴 남자 박사님은 보았습니다. ㅎㅎ

인터라겐 2005-07-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중훈의 오버연기 싫어요...

stella.K 2005-07-1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이 같은 여자의 눈으로 봤을 땐 예쁘다는 느낌은 없는데, 남자들은 또 다른가 보죠? 전 이 영화에 왠지 신뢰가 가질 않아요. 이순신에 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모험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험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그것이 사람을 기만하는 거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건 아닌지...예전에 무슨 영화였더라? 계백 장군나오고, 강감찬 나오고 했던 웃기는 영화. 그거 보고 실망했어요.

▶◀소굼 2005-07-1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군의 맥스무비 평점이 궁금하네요: )

하루(春) 2005-07-1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감상문에 거의 등장하는 맥스무비 평점.. ㅎㅎ~ 저는 보통 씨네21의 20자평과 별점을 보는데...

마태우스 2005-07-1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그렇군요. 별점이 절대적은 아니지만 5점대 이하라면 안보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맥스무비 별점이 저를 실망시킨 적은 별로 없답니다
소굼님/7.95라고 나와있었어요. 어제는. 전 6점대부터 영화를 봅니다. 넘는다고 다 보는 건 물론 아니구요, 보고 싶은 게 있는데 6점대면 보죠
스텔라님/아니 뭐 저도 공효진이 끝내주게 예쁘다, 이런 건 아니어요. 그래도 탤런트니까 일반인에 비하면 예쁘구, 박사로 나오니까 언급한 거랍니다. 그전에 보신 영화는 아마 황산벌이었죠? 그 영화는 저도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않았답니다. 음, 이번 영화는 이순신을 가지고 사람을 기만한 것 같진 않아요.
인터라겐님/그렇죠. 오버연기 정말 싫죠^^ 여기서도 오버는 하는데요, 그다지 밉지가 않았습니다. 스토리가 맘에 들어서 그런가봐요
니르바나님/소개해달라고 할 뻔....하마터면 제 정체를 드러낼 뻔...^^
줄리님/아네요. 제 주위에도 미녀는 충분히 많습니다^^ 그리고 전 술마실 땐 박사고 뭐고 없습니다. 미모만 따질 뿐..
로즈마리님/알라딘에서 처음으로 영화평을 쓸 때는 어깨가 무거워지지요^^ 박중훈에게 우리가 많이 식상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박중훈 나오면 웬만하면 안보는 걸로 변했죠... 그전에 하도 똑같은 캐릭터를 반복해서요.
소요12님/그래도 인정사정 볼것없다는 괜찮지 않았어요??^^ 한국영화에 기여한 게 많은 배우인데 귀엽게 봐줍시다!
가시장미님/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되는군요.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건 기대 수준이 워낙 낮았다는 얘기도 되지만, 그런 소재를 가지고 저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구나 싶었다는 뜻도 됩니다. 분위기 상으로 보아 극우로 몰아가는 분위기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여우님/여름이면 여우도 털갈이를 하는데, 언제까지 심산유곡에 머물러 계실 참입니까. 어여 나오세요. 더위를 만끽하자구요
아프락사스님/도대체 얼마나 재미없기에 3점대 별점을 받는지 궁금하긴 해요^^
울보님/아이 있으면 영화보기 힘들죠...^^

비로그인 2005-07-1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고괴담을 봤지요. 천군을 볼껄. 동생이 졸라대서 여고괴담을 봤는데..
무지 후회했지요. 마태우스님의 견해를 믿는건데 -_-; 킁.
여고괴담처럼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는 처음입니다.

마태우스 2005-07-1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본 사람들 말은 "어디서 무서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던가요^^ 저도 가끔은 쓸만한 말을 한답니다. 하지만 여고괴담 안보셨으면 동생분은 계속 아쉬워하지 않았을까....싶네요.

moonnight 2005-07-1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중훈을 별로 안 좋아해서.. ^^; 생각보다 많이 잔인하다고 들었어요. 박중훈이 나오니 웃기는 영화일 거라고 지레기대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전 오늘 '셔터' 보러 갈까 합니다. ^^

클리오 2005-07-1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들 댓글 달고 나셨으니.... 저는 예쁜 박사 하나 아는데... ^^ (물론 유부녀긴 합니다만... 흐흐.. 마태님과 한 캠퍼스에 있었을 듯 하기도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