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난 모 출판사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하 슬퍼)이란 책을 쓰기로 한다.

삶에서 위협이 되는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인데,

그 대부분은 에볼라를 비롯한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원래 쓰기로 한 날짜는 2019년 2월 말이었지만,

게을러 빠진 난 연초 두달을 흘려보냈다.

그래도 4월까지는 쓰지 않겠나 했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였던 윤지오가 사기꾼으로 밝혀진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인터넷을 통해 그녀의 행적을 알면 알수록

어떻게 이런 허술한 사기로 전 국민을 속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휩싸였다.

그 뒤 석달간 난 윤지오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일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난 슬퍼’ 집필은 잠시 뒤로 미뤄놓고 거기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난 이 자료들을 가지고 책을 쓸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의 강렬함이 어느 정도였냐면이 책을 쓰지 않으면 제 명에 못살고 죽을 것 같았다.

2019년 여름부터 집필을 시작했는데

너무 쓰고 싶었던 책이라 그런지 글은 술술 나왔고,

너무 쓰고 싶었던 책이라 그런지 새벽까지도 잠이 오지 않았다.

 

완성이 될 때쯤 출판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출판사는 쉽사리 찾아지지 않았고난 대략 8번의 거절을 당한다.

결국 뿌리와 이파리라는 출판사가 고맙게도 내 책을 내줬다.

난 사장님한테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라고 몇 번이나 다짐했고,

그래도 출판사가 약간의 이익이라도 남기길 바랐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내가 사서 돌린 책만 해도 150권은 넘을 테고,

내가 아는 기자들한테까지 다 책을 보냈지만,

C일보를 제외하곤 중앙언론사 어느 곳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오지 않았는데다,

책의 주요 고객들인 진보 성향의 독자들은 내 책을 불편해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윤지오가 우리나라에 잡혀들어오는 것,

그녀가 귀국해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면 내 책이 좀 팔리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우리나라 경찰은 윤지오에게 인터폴 적색수배를 때리고 여권을 무효화했지만

윤지오는 그러거나 말거나 캐나다에서 아주 잘 살고 있고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결국 책은 개 망했으니난 그 출판사에 큰 빚을 진 셈이다.

 

2020년 1월말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집밖에 나가지 않았고외출할 땐 꼭 마스크를 썼다.

바이러스의 공포를 책으로 달래려는 사람들은 관련된 책을 찾아헤맸다.

아내는 나를 타박했다.

너 내가 바이러스 책 쓰랬냐 말랬냐왜 쓸데없는 책을 써서 그래?”

내 동창 한 명도 어느날 전화를 걸어 그 얘길 했다.

너 그때 쓴다고 했던 책 썼으면 이번에 대박 났을 텐데왜 윤지오 책을 써가지고.”

해당 출판사에겐 내가 먼저 사죄했다.

정말 죄송합니다제가 좀 더 일찍...흑흑.”

나 역시 아쉽긴 하지만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사실을 미리 알고 과거로 간다면 내가 바이러스 책을 열심히 썼을까?

잘 모르겠지만아마도 답은 아니다일 것 같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그때 윤지오 책을 쓰지 않았다면뭘 해도 즐겁지 않았을 것 같았으니까


* 그 대신 글 서두에 올려놓은, 데이비드 콰만이 쓴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가 잘 팔리고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써봤자 이 책에 미치지 못했을 터, 이 시기엔 이 책이 잘 팔리는 게 정의다. 내 책은 그냥 평화로운 시대에 출간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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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3-04 0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급하다보니 아내 아이디로 예스24에 리뷰까지 썼다. 예스에 있는 딱 한 개의 리뷰는 내가 쓴 것이다 ㅠㅠ

2020-03-04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4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9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20-06-21 16:16   좋아요 0 | URL
답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실망시켜 드리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 요즘은 정치적인 견해차이가 발생하면 회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moonnight 2020-04-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지오 책 산 일인입니다.ㅎㅎ 다시 한 번 잘 읽었다 말씀드립니다. 잘 쓰셨고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마태우스 2020-06-21 16:15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하죠 흑흑. 그때도 응원 많이 해주시고 흑흑.
 

2017년 가을슈퍼쥬니어 멤버 중 한 명이 기르는 개가

같은 아파트 주민을 물어죽인 사건 이후

아파트 정원에서 개 산책을 하는 건 어려워졌다.

그래서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애견 전용 놀이터를 찾게 됐는데,

얼마 전 거기서 사건이 생겼다.

내가 주로 가는 곳은 개떼놀이터라고여기선 대형견과 소형견이 따로 놀게 돼있다.

그런데 대형견 공간에서 놀만큼 논 견주가 진돗개 두 마리를 데리고 귀가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소형견 공간을 지나야 했다.


난 그 경로에 있던 셋째 강아지를 황급히 안아올렸는데,

그때집에서 왕노릇을 하느라 겁이 없어진 우리집 다섯째 강아지 오리

그 진돗개 쪽으로 달려갔다.

위기감을 느낀 진돗개는 오리를 공격했고,

오리의 머리를 물고 마구 흔들었다.

 

그때 장면은 지금도 슬로우비디오처럼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곤 한다.

난 넋이 나간 채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진돗개 견주인 여승도 말릴 생각을 안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순간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그 개 앞으로 몸을 던졌고,

진돗개의 얼굴을 밀어냈다 (아내에게 평생 감사할 일이다).

덕분에 오리는 진돗개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지만,

그 뒤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발작 비슷한 걸 했다.

나중에 보니까 변을 지리기까지 했는데,

오리는 한동안 걷지 못한 채 누워서 바둥거렸다.

병원에 가본 결과 오리는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원래도 털이 많았지만 코로나 땜시 미용 시기를 놓쳐서 유난히 털이 많았고,

아마도 진돗개는 오리의 볼 쪽 털을 물고 좌우로 흔든 것 같았다.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기르는 개 여섯 마리 중 오리는 내 껌딱지라 할만큼 나밖에 모르는 녀석이라,

오리가 잘못됐다면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는 판국이었다.

이건 오리에게 쓰라린 교훈이 됐고,

오리는 그 후 다른 큰개를 만나면 쫓아가지 않는다.

 

오리가 털 깎았을 때 모습

오리는 내가 집에 있으면 늘 내 책상 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물리고 나서 일주 후의 모습. 털이 많이 길어서 다행이었다. 오른쪽은 우리 여섯째 은곰이.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가 본 바를 이야기한 모양이다.

천안에 있는 수제간식을 사러 갔을 때 사장이 이런다.

그집 개크게 물렸다면서요?”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소문이 쫙 났단다.

그거야 그럴 수 있지만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생충교수네 집 개가 물려서 중환자실에 있다.”

엊그제 개떼놀이터에 다시 갔더니 전날 온 손님이 사장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

그때 물린 개가 결국 죽었다면서요?”

사장의 말이다. “그 말 들으니 황당하더라고요아닌데,

그집 개들 그 다음에도 왔는데내가 모르는 새 일이 또 생겼나?”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1) 천안은 조그만 동네라서 소문이 쫙 난다.

2) 소문은 점점 커질 뿐결코 작아지진 않는다


* 후일담: 이건 내가 좋은 사람인 척 하려고 올리는 건데,

아내가 오리를 달래는 동안 난 그 스님에게 가서 이런 말씀을 드렸다.

"저희 개가 먼저 달려들었으니 저희 잘못이 더 큽니다.

이 일로 제가 치료비를 청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중에 아내한테 혼났다. 

"넌 오리랑 나보다 왜 그 사람을 위로하고 앉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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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02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일담에 아침부터 빵..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20-03-02 16:27   좋아요 0 | URL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3-0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일담보다 더 재밌는 부분 : “기생충교수네 집 개가 물려서 중환자실에 있다.”
ㅋㅋ

마태우스 2020-03-02 16:2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 얘기 듣고 좀 놀랐어요. 사람들이 절 알아보는 줄 몰랐거든요. 견주들은 그냥 자기 개들만 볼뿐 다른 사람을 잘 안보거든요. 글구 중환자실이라니....ㅋㅋ 암튼 무사해서 천만다행이죠

stella.K 2020-03-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정말 놀라셨겠습니다. 저는 개를 키우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얘기만 들어도 놀라는데 실제로 봤다면 파랗게 질렸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의외로 놀라면 소리 지르고 막 그러거든요.ㅎ
암튼 다행이긴한데 오리가 괜찮을까 모르겠습니다.
근데 마태님 넘 착하십니다.ㅠ

마태우스 2020-03-04 04:36   좋아요 0 | URL
착한 척하는 게 아닐까요 ㅠㅠ 암튼 저는 그 상황이 지금도 꿈 같아요 -.- 안다쳐준 오리가 고맙고 무는 시늉만 한 그 개도 고맙네요.

stella.K 2020-03-04 15:47   좋아요 0 | URL
ㅎㅎ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개들끼리 통하는 싸움의 룰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다행이죠.

다롱이는 지난 주말 잠깐 집에 왔다가 월요일 날 다시 입원했어요.
나빠져서 한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오래 집에 못 오면 안 되니까.
췌장염인데 수치가 굉장히 높았거든요.
150 이하가 되야한다고 하더군요. 아직 그게 안 되서.
집에 와서 보니까 의외로 건강해 뵈서 한시름 놨어요.
물론 그게 링겔을 맞아서라는데 앞으로 조심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당장 오늘 내일 하지는 않겠더군요. 지켜봐야지요.
암튼 걱정해주셔서 고맙슴다.^^

진주 2020-03-0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문은 점점 커질 뿐, 결코 작아지진 않는다‘
맞는 말이예요~
여전히 재미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돌아왔답니다. 짐 푸는 중이예요~
그래도 우리 갑장이라서 서재 안에선 친구였다고 생각나서 마태님 찾아왔어요.
아..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우리 이제 기억력이 오락가락할 때니까 이해해요 ㅎㅎ

마태우스 2020-03-11 23: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머나 진주님...어디 먼 길 다녀오셨나요. 제가 님을 어찌 잊겠어요ㅠㅠ 너무 반갑습니다. 옛 친구는 언제나 흐뭇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죠. 님과 제가 갑장이었군요 ^^ 그렇다면 님도 연배가 벌써.... 암튼 반갑습니다

moonnight 2020-04-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오리 털이 길어서 천만다행이네요@_@;; 진돗개님께서 교훈을 주려한 걸까요? 앞으로 덩치큰 개들 조심하라고^^; 하여간 깜짝 놀라셨겠어요ㅜㅜ <먼 길로 돌아갈까?>에 나온 비슷한 대목이 떠올랐어요. 읽으면서 심장이 벌렁벌렁ㅜㅜ 반려견이 없는 저도 이런데 키우시는 분들은 어떤 심정이실지ㅠㅠ
 












아버지가 당뇨병으로 돌아가신 탓에 우리 가족은 혈당에 좀 민감하다.

당뇨의 특징 중 하나가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본다는 것,

건조한 겨울이 되면 그래서 난 늘 '당뇨병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다행스럽게도 내 혈당은 늘 100-105 정도를 왔다갔다하는데

혈당의 정상치는 내가 학생 때는 70-120, 지금은 상한선이 110이라

당뇨 진단을 받진 않았다.


그렇게 혈당을 조심하며 살던 중 

고혈압 진단을 받아 6개월에 한번씩 의사한테 들려 혈압약을 타가는 신세가 됐다.

어느 날, 내 혈액분석표를 보던 의사는 "혈중 콜레스테롤도 정상 범위긴 하지만 맨 위쪽이어요"라며

고지혈증 약을 먹길 권했다.

난 순순히 의사 말에 따랐다.

그 뒤부터 6개월에 한번씩 고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타서 귀가한다.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해, 이젠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지난 2월 17일, 외래진료에 대비해 피검사를 했다.

그리고 2월 20일, 외래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간호사가 말한다. 

"저...환자분은 2월 27일 진료예약이 잡혀 있는데요."

아뿔사, 내가 '진료가 목요일이다'는 것에만 사로잡혀 날짜를 착각했구나!

그래도 간호사는, 내가 학교 근무한다는 점을 참작해 그날 진료를 보게 해줬다.


의사: 혈압은 정상이네요.

나: 그럼요. 약 한두번 빼고 다 먹었습니다. 하하하.

의사: 그러신 거 같네요. 콜레스테롤도 많이 떨어졌어요.

나: 네. 

의사: 그런데..혈당이 좀 높네요?

나: 네???


검사결과를 보니 내 혈당이 무려 110이었다.

의사: 공복 중에 잰 거 맞아요?

나: 그럼요. 그건 기본이죠.

의사: (고개를 갸웃거리며) 혈당이 이렇게 높아진 게 영 좋지 않네요. 당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 다, 당뇨요.


집에 온 뒤 기분이 울적해 옆으로 누워 있는데, 갑자기 2월 17일 생각이 났다.

그날은 천안에 눈이 14센티 가량이 온 날이었고,

병원에 가던 난 폭설로 교통이 마비된 탓에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랑 같이 소고기국밥을 먹었고,

눈이 좀 녹은 오후에 다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난 의사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런 답을 받았다.

"어쩐지 너무 높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문제없을 듯합니다."

야호, 난 고혈압에 고지혈증에 조기위암에 걸렸을지언정 당뇨는 아니다! 당뇨만 아니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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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2-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외가는 고혈압, 아버지 쪽은 당뇨 유전 인자가 강력해요. 아니나 다를까 생애 전환기 검진하니혈압과 당수치가 경계 수치를 향해 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두 수치에 저도 노이로제랍니다. 밀가루 음식, 단 음식 좋아했는데 요새는 좀 줄이려 하고 있어요. 혈압은... 진짜 불가사의랍니다. 집에서는 지극히 정상인데 ˝혈압 재세요.˝라는 말만 들으면 미친듯이 올라가요. 그런데 사실 이것도 나중에는 고혈압으로 갈 위험인자라고 해서... 결론은 나이듦이 서럽네요.

마태우스 2020-03-01 21:45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당수치의 위쪽 상한선이 자꾸 내려와서, 경계 수치에 근접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경계수치 근처라고 해도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듯요. 30년 전에는 정상으로 간주됐고 실제 그 후로도 당뇨병 발병도 안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깐요. 글구 긴장해서 고혈압 나오는 건 괜찮은 겁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게 위험인자라는데, 전 믿지 않습니다. 마음 놓고 사셔도 됩니다.

페크pek0501 2020-02-2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글이네요. 저는 고혈압, 당뇨 등 아직은 모두 안전선에 있어요. 그런데 친정어머니가 당뇨병 33년째랍니다. 그래서 저도 신경을 많이 쓴답니다. 유전이 강한 병이라서요.
다행히 저는 어머니보다 아버지 체질을 닮았어요. 이게 저의 한 가닥 희망이랍니다.
건강 검진을 받아 보면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아요. 안전선이긴 하나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는 걸 느껴요. 저는 원래 저혈압이었는데 이젠 저혈압이 아니에요. ㅋ
아무쪽록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마태우스 2020-03-01 21:47   좋아요 0 | URL
어머나 페크언니 안녕하셨어요.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다보니 혈압이 올라가게 되지요. 그래도 저혈압으로 출발하셨다면 남은 평생 고혈압 될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그보다 어머니가 당뇨병 33년째라고요. 과거 같으면 합병증도 생기고 그랫을 텐데 요즘은 혈당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서 의사들 사이에서 ‘당뇨는 수명껏 사는 병, 다만 좀 불편할 뿐‘이라는 게 통설입니다. 여기서 불편은요, 인슐린 주사 맞는 걸 더 자주 해야 해서요....

stella.K 2020-02-2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어머니가 고혈압 약을 드시기 시작한 게 대장암 수술을 받던
70대 후반이셨죠.
얼마 전까지만해도 멀쩡한데 꼭 고혈압 약 먹어야 하는 거냐고 투덜대시는데
50 넘으면 다들 먹기 시작 하는 거 아시곤 쏙 들어갔습니다.
저도 혈압 재러 병원 한번 가봐야 할 텐데 이러고 있네요.
더구나 코로나 땜에 모든 게 올스톱입니다. 머리도 잘라야 하는데...ㅠ

마태우스 2020-03-01 21:48   좋아요 0 | URL
전 인구의 10% 이상이 고혈압약을 먹고 있어서, 뭐 그리 흉도 아닙니다. 70대 후반이면 뭐.... 그나저나 코로나가 어서 종식돼야 할텐데 말입니다.

비연 2020-03-0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빠가 당뇨시라 늘 걱정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수치가 계속 올라서 이젠 겁이 나서 검사도 못 받고 있는...;;; 다음 달에 종합검진 받는데 그 때 밝혀지겠죠.. 흑흑;;;;

마태우스 2020-03-01 21:49   좋아요 1 | URL
당뇨 걱정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시군요. 너무 걱정 마세요. 당뇨는 수치가 조금 오르는 게 아니라 몇백 이상이 되는 거라서요. 저희 아버진 기계가 측정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서 항상 수치 대신 ‘high‘라고 나왔었어요. 그땐 혈당조절이 지금처럼 체계적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합병증이 다 왔어요. 그 중 신부전 땜시 돌아가셨고요.... 암튼 비연님은 당뇨랑 무관하실 거에요 제가 장담.

moonnight 2020-04-13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에요. 축하합니다^^ 제 아버지가 3년 전 갑자기 당뇨가 심하게 와서 입원하셨었죠. 지금은 혈당조절은 되는데 신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걱정이에요. 이상태로 유지만 되면 좋겠다 하고 있어요.
마태우스님 부디 건강하셔서 좋은 글 계속 써주시길 바래요^^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죽었다.

전용 헬기를 타고 가는데 헬기가 떨어졌단다.

이 사고로 코비와 함께 그의 13살 딸도 저 세상으로 갔다.

허무하다.

선수시절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은퇴한 게 불과 얼마 전,

이제 레전드로 대접받을 일만 남았는데 이런 참극을 당한 것이다.

코비는 통산 득점에서 역대 3위였는데,

어제 르브론이 자신의 득점기록을 추월해 4위가 됐다.

경기 후 코비는 SNS에다 이런 축하글을 남겼다.

"내 형제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게 코비가 공식적으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워낙 대단한 선수였기에, 현역 선수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애틀란타의 떠오르는 스타 트레이 영은 오늘 경기 때

자신의 유니폼 대신 코비의 등번호 8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감동적인 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농구에서는 공을 잡은 뒤 8초 안에 상대편 코트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토스된 공을 잡은 트레이 영은 공을 잡고 코트에 앉아 있었다 (선수시절 8번을 달았던 코비에 대한 추모였다).

심판은 냉정하게도 8초 바이얼레이션에 대한 호각을 불었다.

공격권이 넘어갔다.

상대 팀인 워싱턴의 토마스라는 선수도 역시 공을 잡고 가만히 있었다.

농구에서는 공을 잡은 뒤 24초 안에 슛을 던져야 한다는 룰이 있다.

하지만 토마스는 그냥 있었고, 그 누구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시간이 되자 심판은 24초에 대한 호각을 불었고, 공격권은 다시 애틀란타로 넘어갔다.

믿겨지지 않는 태업성 플레이,

평소 같으면 야유가 쏟아졌겠지만,

이날은 누구도 여기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의 추모에 공감해 줬다.

뒤늦게 유튜브로 이 장면을 보면서 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코비의 팬은 아니었지만, 같은 길을 걷는 선수들의 추모방식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OcMSFaOJ-o


양쪽 다 한 차례식 바이얼레이션을 범한 뒤 작전타임이 불려졌다.

트레이 영은 8번 유니폼을 벗고 자신의 원래 유니폼인 11번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진짜 경기가 시작됐다.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는 멋진 경기를 펼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 트레이 영이 8초 룰을 어긴 것은 코비의 등번호 8번을 추모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코비는 선수시절 후반기엔 24번으로 바꿨고, 그 등번호가 코비의 상징처럼 돼있다. 그 후 열리는 경기마다 선수들이 굳이 상대방 코트로 넘어간 뒤 24초 바이얼레이션을 범한 것은 그런 이유다. 당분간은 이런 식의 코비 추모가 이어질 텐데, 부쩍 눈물이 많아진 난 이 영상들을 보면서 눈물을 쏟을 것 같다. 아, 이 인간들, 졸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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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1-2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벽에 골프중계 보다가 알았어요ㅜㅜ 타이거 우즈와도 친분이 있었는데 우즈도 경기 중 소식을 듣고 믿을 수 없어 했다고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마태우스 2020-01-27 09:59   좋아요 0 | URL
우즈하고 페더러가 친한 것만 알았지 코비랑 친한 건 몰랐네요. 암튼 안타까운 일이어요. 헬기는 절대 타지 맙시다!.

비연 2020-01-2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모장면일 듯.
사람 사는 게 뭔지. NBA를 잘 몰라도 코비라는 이름을 제가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좋은 곳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마태우스 2020-01-27 14: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비연님은 헬기 타지 마시고 쭉 건강하시길...ㅠㅠ

비연 2020-01-27 14:57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도요 ㅠㅠㅠ

stella.K 2020-01-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도 코비 브라이언트는 들어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불운에 갔다는 건 이글 읽고 처음 알았네요.
정말 멋집니다. 가끔 인간이 그렇게 멋지기도 하더라구요.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태우스 2020-02-10 03:08   좋아요 0 | URL
은퇴한 지 얼마 안됐고, 이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더 슬픈 것 같습니다. 동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카스피 2020-01-2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뉴스를 중간에 들어보니 미국의 유며인사들이 추모 sns를 많이 올렸기에 누가 돌아가셨나 했더니 바로 코비더군요.코비뿐만이 아니라 딸과 조종사까지 함께 죽어서 더 안타까운것 같습니다ㅠ,ㅠ
그나저나 얼만전에 돌직구쇼에 마태우스님이 나온것을 봤는데 무척 반갑더군요.원래 나왔던 김경민교수가 선거에 출마해서 안나오는 것 같은데 마태님이 계속 나올실런지요^^

마태우스 2020-02-10 03:08   좋아요 0 | URL
아 네..돌직구쇼 봐주셨군요. 어떻게 하다보니 제가 화요일마다 나가게 됐습니다.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인데, 부끄럽습니다

moonnight 2020-02-14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무심코 TV 켰더니 교수님이 나오셨네요. 실시간으로 빠져들어서 시청합니다. 말씀 잘 하시네요.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멋지십니다. 출근해야하는데 큰일났네요. 호호^^

마태우스 2020-02-20 20:06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달밤님 왜 그런 프로를 보고 그러세요 부끄럽게...ㅠㅠ 말 잘 못해서 옷빨로 밀고가기로 했어요. 해당 방송국에서 제게 멋진 옷을 빌려줍니다ㅠㅠ
 

 

 

 

 

 

 

 

 

 

 

 

 

 

우리 막내 은곰이는 처음 올 때부터 앞다리가 안좋았다

그래서 거액을 들여 두 다리 중 하나를 수술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건이 좀 있었다.

하나는 마취 도중 심정지가 오는 바람에 거의 죽다 살아났다는 것.

두번째는 수술한 부위가 잘못되는 바람에 재수술을 받았다는 것.

원래 10일로 예정됐던 수술 후 입원은 20일로 늘어났고,

퇴원 후에도 3개월 가량 케이지 생활을 해야 했다.

수술을 받고 입원을 할 당시 은곰이는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아내는 그런 은곰이를 달래려 부천에 있는 그 먼 병원을 수시로 다녔다.

은곰이는 아내를 볼 때마다 어둠 속 한 줄기 희망을 봤으리라.

아내에 따르면 은곰이가 그렇게 아내를 반가워했다고.

원래 뽀뽀에 인색한 녀석인데, 아내한테 격렬하게 뽀뽀를 해댔다.


케이지 생활을 할 때 은곰은 아마도 자신이 잘못을 해서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내가 가끔씩 은곰을 꺼내 안아주기라도 하면

은곰은 아내를 격렬히 핥아줬다 ㅋㅋ

난 뭐, 돈 버느라 바빴고, 시간이 있을 때도 풀려 있는 다른 개들을 챙기느라 은곰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3개월이 지나 은곰이가 케이지에서 풀려났을 때,

은곰이는 아내만 바라보는 개가 됐다.

원래 은곰은 성격이 안좋아 개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드는, 분란의 씨앗이었다.

오죽하면 내가 세계대전 유발자라고 책에다 썼겠는가.

그랬던 은곰은 힘든 수술과정을 거치며 비교적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애로 변했다 (가끔 나오는 성질은 어쩔 수 없다).

나머지 한쪽 다리도 수술을 해야 하지만,

앞다리 하나가 좋아지니 은곰은 이제 아파하지 않고도 달릴 수 있게 됐기에

다른 한쪽을 굳이 수술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왼쪽이 은곰이다


 

그런 은곰에게 시련이 또 찾아왔다.

요즘 아내가 호흡기, 특히 콧구멍부터 기도까지의 공간이 좁은 게 호흡곤란과 심비대를 불러온다는 걸 알게 된 뒤

여섯 마리를 하나씩 하나씩 수술을 다 해주고 있다 (그래서 요즘 파산위기...)

결국 은곰이 차례가 왔다.

은곰을 본 수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비공협착의 정도가 제일 안좋은 걸 10이라고 한다면 은곰이는 15입니다.

이렇게 안좋은 개는 처음 봅니다."

그래서 은곰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그리 헐떡거렸던 것이고,

다리 수술 때 심정지도 이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콧구멍만 넓혔던 다른 개들과 달리 은곰이는 연구개(입천장)의 일부를 잘라냈고

여기에 더해 어릴 적부터 갖고 있던 탈장도 수술했다 ㅠㅠ

다른 애들이 2-3일이면 회복돼 뛰어다닌 것과 달리

은곰은 오랜 기간 힘들어했다.

사람을 불신해 꽁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엎드려 있기만 했고,

가끔 움직일 때는, 개가 아니라 쥐처럼 스스슥 움직였다.

 

믿는 마음이 컸던 만큼, 은곰이는 특히 아내에게 서운했던 모양이다.

수술을 하던 날 혼자만 외출한다고 신나했다가

또 수술의 악몽을 겪었으니 말이다.

원래 아내 옆에서 꼭 붙어자던 은곰이는 이제 아내를 불신하게 됐고

난 이때다 싶어서 은곰에게 최선을 다했다 ㅋㅋ

그 결과 은곰이는 이제 내 곁에서 잠을 잔다

원래 다섯째 오리는 내 껌딱지이고,

첫째 팬더도 내 곁을 더 선호하는데다

요즘 내가 좀 신경써준 셋째 미니미까지 나한테 오는 바람에

난 이제 네 마리의 개와 함께 잔다ㅋㅋㅋㅋ

개는 다다익선, 난 아주 행복하다.

 

아내가 어느날 이런 불만을 터뜨린다.

은곰을 위해 돈 써가며 수술했고

지성으로 돌보기까지 했는데-실제로 수술 후 케어는 아내가 전담...-

은곰이가 저러는 게 서운하고, 그 틈을 비집고 은곰을 차지하려는 너는 더 서운하다.

니가 사람이냐.

아내 말도 일리가 있지만, 어쩌겠는가.

예쁜 은곰이와 있고픈데 수단 방법을 가릴소냐.

내 곁에서 코를 골고 있는 은곰이를 보며

그저 난 뿌듯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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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be00 2020-01-25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주무시다 숨막히고 그렇진 않으신가요? 전 한마리랑 자는데도 종종 가슴위에 올라와서 자거나 목에 걸쳐 자서 자다가 자주 깨는데요^^;;
넘 이쁜 은곰~~~~ 이제는 아프지 말자~~~~♡

마태우스 2020-01-27 09:01   좋아요 0 | URL
이쁘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애들은 제 위에 잘 올라오진 않고요 근처에 자리잡고 잡니다 슬로브님 강아지도 건강하길 빕니다

moonnight 2020-01-2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과 아내분 더 건강하시고 돈도 많이 버시길 바랍니다. 보살피셔야하는 아이들이 아주 많네요. 행복해보이십니다^^

마태우스 2020-01-27 09:00   좋아요 0 | URL
따뜻한 댓글 감사드려요. 애들 잘 먹이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달밤님도 올 한해 좋은 일 많기를 빕니다

다락방 2020-01-2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새해 복 더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에는 은곰이를 비롯한 강아지들이 아프지 않고 무사히 지낼 수 있기를 바랄게요.

마태우스 2020-02-10 03:05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다락방님 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새해에는 다락방님도 꽃길만 걸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