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 이하 ‘스미스’를 봤다. 난 졸리의 팬이고, 그래서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 스토리야 뭐 별 거 있겠는가. 졸리만 보면 되지! 그런데. 개봉날 봐서 그런지 인간들이 무지 많다. 그것도 다 여자! 아마도 “브래드 피트만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졸리는 무진장 섹시하게 나온 반면 브래드 피트는 그다지 매력있게 나오지 않으니, 브래드 피트 팬들은 다소 실망했을지 모른다. 여느 배우보다는 훨씬 멋지지만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뽑히곤 하는 졸리는 그 미모에도 불구하고 늘 험한 길을 걸어 왔다. 여성의 자리가 점점 없어져 가는 헐리우드에서-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있는 드문 여배우긴 하지만,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대체로 내용이 없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툼 레이더; 아무리 오락게임을 원작으로 했다지만, 내용이 너무 없지 않는가? 1편만 만들고 말지.
-오리지널 씬; 그녀의 섹시함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이긴 하지만, 역시 내용은 없다.
-테이킹 라이브즈: 내가 다 안보고 나와버린 몇 안되는 영화. 스릴러라는데 어떻게 잠이 올 수가!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 졸리의 매력을 우려먹고자 만들었는데, 금발 가발이 난 맘에 안들었다. 내용도 유치하고, 히트도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졸리 팬이 무슨 봉이냐?
-식스티 세컨즈: 아주 잠깐 나왔다. 그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그때였다.
난 늘 고민했다. 졸리는 왜 저딴 영화에만 출연하는 걸까. 줄리아 로버츠가 나왔던 <에릭 브론코비치> 같이 섹시함이 영화 스토리에 묻어가는 그런 영화에 나오면 안되나? 하지만 졸리의 섹시함에만 기댄 또 하나의 범작 ‘스미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졸리에게 뭔가를 바라지 말고, 내가 졸리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자”
그렇다. 내용이 유치하든 어떻든, 난 그저 졸리 영화를 봐주기만 하면 된다. 가끔 세계 제일의 미녀를 묻는 인터넷 투표가 있으면 적극 참여하고 말이다. 그게 팬의 본분이지, 영화 출연까지 간섭하는 건 월권이다. 하긴, 헐리우드에서 그런 영화에만 졸리를 호출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졸리가 섹시한 연기는 누구보다 잘하는 만큼, 화면을 보면서 침이나 흘리는 게 내가 가야할 길인지 모른다.
지금까지 졸리의 흥행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건 졸리 혼자서 흥행을 도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미스’는 맥스무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예매율이 높다. 이게 바로 브래드 피트와의 시너지 효과일 터, 앞으로도 너무 혼자 애쓰지 말고 괜찮은 남자배우와 흥행의 짐을 나누어 졌으면 한다. 다음 영화에서는 톰 크루즈와 함께 나와라. 시나리오를 내가 쓴 건데, 제목은 <킬톰 KillTom>이다. 톰 크루즈한테 배신을 당한 졸리가 칼을 들고 복수하는 내용으로 해피엔딩인데, 내 시나리오를 그녀가 받아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