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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라는 말 보다는 건강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 덕분에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지만 욕심이 없어 늘 중간만 맴돌았다.
못하면 혼나기라도 했을 텐데 어쨌든 수업만 들으면 내용은 아니까 점수가 나오는 바람에 뭔가 간절하고 절실하게 학업에 대한 뜻을 품어본 적이 없었는데 서른이 되어 영어, 즉 언어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서 굳어버린 머리에 억지로 기름칠 해대며 발버둥 치고 있다.
좀 더 학습능력이 뛰어난 나이에 흥미를 느꼈더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지금 시작했어도 좋아서 하고 있으니 기쁘긴 하지만 어린 시절이었다면 더 많은 효과를 봤을 테니 말이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라는 표지를 보는 순간 그래서 더 왈칵 눈물이 나왔다.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고 공부하는 것이 본분이라 아무도 공부하는 행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때 공부했어야 했는데,
막상 결혼적령기에 연애는 뒤로한 채 공부한다고 혼자 고군분투해대니 집안 어른들의 노여움이 이만 저만이 아닌 이 때 내 편을 들어주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위안이 됐다.
늦게나마 공부를 해보니 공부란 자존감을 충족시켜주는 최상의 방법인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 공부를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접하게 되는 게 안타깝다.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데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해버리는 걸까?
인생에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공부를 권하고 싶다.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저자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미 즐기는 데 너무 주력해버린 나머지 공부로 관심을 돌리려니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그래도 현명하게 강압이 아닌 설득으로 결국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
'말'이란 너무 금방 나와서 마음에도 없거나, 상처만 주고 효과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저자처럼 '메일'이라는 방식으로 부모와 아이가 소통을 한다면 상대에게 말 하기 위해 보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상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심도 생긴다.
처음에 글을 쓰던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던 초반에 비해 생각이 더해져 새로운 말들이 생겨난다.
육아란 것이 맘 먹은 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의무감에 꼭 지키고 싶은 항목들이 있는데 편지로 소통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이메일은 보관하기 좋고 손편지는 생각을 풍부하게 해서 좋다.
그로 인해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나의 마음을 진실하게 전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보다 수월하게 해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사실을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른이 된 우리들이 아이들에게 늘 공부를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도 아이 때는 그 조언이 그저 간섭과 잔소리로 여겨졌음을 알면서도 부질없는 닦달을 하게 되는 것이 부모마음일 것이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나는 '공부 해라'가 아니라 '공부 하자'라고 말 하고 싶다.
말 하기 보다 보여주고 싶다.
공부가 몸만 편할 뿐이지 시험이나 온갖 상황에서의 스트레스에 견딘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미 학업에서 발을 뺀 어른들은 그저 건너왔다는 이유만으로 뒷짐지고 '그때가 좋을 때'라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걸 마냥 등 떠밀기만 하는 건 좀 불합리한 것 같다.
어른들 너 자신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겐 왜 억지로 독서를 시키는가?
나름대로 핑계들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공부란 시간이 날 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흥미도 없는 일에 시간을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 어찌할 줄 모르고 책만 펴놓고 허송세월 한다면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에 나오는 지침 몇 가지만 실천해도 공부를 습관화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의 흥미를 공부로 이끌기 위한 저자의 노력들이 적혀있지만 저자 스스로가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가 학력이 높아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한심하게 여기거나 조바심을 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착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효과를 본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본인도 공부를 못했으면서 아이를 닦달하거나 하는데 자녀교육에도 부모로서 배우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나 역시 먼 훗날의 일이지만 정말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은 일들에 대해 마냥 부담되기 보다는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건 아마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기쁨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공부란 부모도 하기 싫은데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다.
부모도 없는 시간 쪼개서 할 만큼 재미있고 유익하니까 아이와 함께 하는 거다.
생각의 관점을 바꾼다면 '억지로'라는 공부에 어울리지도 않는 단어는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부모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아이와 함께 실천하길 바래본다.
당신이 먼저 책을 보고 공부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재미없으면 아이에게도 시키지 마시고.
공부란 인생을 유익하게 하지만 싫은 걸 억지로 하면 안 된다.(되지도 않고)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