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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ㅣ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평점 :
당신도 한 번쯤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른들은 좆도 몰라!”
이 작품은 바로 그 시기를 다루는, 아주 맛있는 소설이다. _Echo online
경쾌한 추천사에 알맞게 <여름을 삼킨 소녀>는 무거운 어른들의 탐욕에 얼룩진 추리소설에서 벗어나 소녀의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 이름만 보고 지금까지처럼 타우누스 시리즈의 일환인가 싶었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대체 사건은 언제 터지지?’이러면서 보고 있다가 끝에 가서야 역시 나도 고정관념의 화신이구나 싶어서 실소했다. 분명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라는 소개글도 읽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사고가 편협해진다.
특별한 사고라고 한다면 셰리든이 처음 겪는 순간들이 아닐까?
어설프게 어른이라서, 아직 어려서 모든 것에 흥분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나이.
이미 거쳐 온 과정임에도 그들을 대하는 우리는 과연 성숙한가?
우리도 사춘기 때는 늘 모든 것을 처음 겪다 보니 늘 침착하지 못하고 방황하기 일수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외견상의 침착함은 얻었으나 정서까지 그렇다고 할 자신이 없다.
내가 늦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어린 아이들보다 사고의 유연성은 차치하고라도 깊이가 없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앞에서 어른인 척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순간 엄하게 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달래주는 순간에는 솔직하게 말하며 안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민 중이야.
내가 지금 너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직전의 너의 행동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까?
너도 네가 한 일이 잘된 일은 아니란 것은 알고 있잖아. 그렇지?
하지만 왠지 서운했겠네. 이리와~다음엔 잘 하자?”
물론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맨날 그럴 자신이 있냐며 콧방귀를 뀌겠지만 글쎄...
나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독일은 보수적이고 표현에 인색한 사회분위기와는 좀 다르게 성 문화에는 개방적인가 싶어 의아했다. 하긴 한국만큼 성에 있어 보수적인 나라도 드물겠지만.(근데 요즘 나오는 아이돌을 보면 우리나라도 표현의 자유에 많이 관대해 진 듯. 지금 아이들은 90년대 방송에서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염색한 아이돌에게 모자를 씌우고, 악세서리를 축소시켰다는 게 거짓말로 들리겠지.ㅎㅎ)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성관계에 대한 언급이나 문학적인 표현 등이 15금 정도는 걸지 않을까 싶다. 근데 또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성에 관련한 부분을 차단하는 것도 맞는 거 같지는 않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수위 조절이야 부모나 지도자들이 잘 코치해주면 될 듯? (어차피 볼 애들은 다 본다. 더 심한 것도)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감정 조절이 안되고 아이 특유의 천진한 이기심을 표출하는 순간이 눈에 띄어 어떨 땐 밉상인 셰리든.
그럼에도 자유분방한 셰리든을 통해 그녀 안의 감수성이 가지는 폭발력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보는 내내 지난 나, 지금의 나를 반추하게 되어 왠지 그 불안정한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실제 목소리를 듣고 싶을 만큼 인물에 대한 묘사에 애정이 묻게 하는 작가다.
작가는 그렇게 ‘물빛 별장’으로 셰리든 만이 아니라 독자들까지 과거 속으로 초대한다.
셰리든이 처한 상황 자체가 약간은 예상 가능한 전개였긴 하지만 너무 막장을 걷는 것도 아니어서 볼만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아들들이 엄마를 배척하는 상황은 좀 이해가 안 가는 묘사다.
세상에 아무리 무지막지한 짓을 저질렀더라도 부모는 부모인데.
게다가 레이첼은 아들들에게 모질게 대한 적도 없다.
이 부분으로 인해 레이첼에게 동정심이 생겼다.
‘나는 내 소설 속 인물들을 사랑합니다.’라고 한 작가의 마음이 표현된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악역이긴 하지만 그녀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가 낳은 캐릭터인 것이다.
역할 상 욕을 먹는 상황에 처하게 했지만 그녀가 가질만한 답답한 심경에 동정의 눈길로 바라봐줄 독자를 바랬던 건 아닐지?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