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의 기술 - 내 월급을 자산으로 바꾸는
최창윤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장에서 일하며 필자는 개인투자자에게 있어 가장 쉽고 효과적인 투자방법이 ETF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ETF는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 대비 우수한 결과를 창출하는 투자상품이다.  투자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직장인이 본업에 집중하면서 투자하기에 가장 적절한 상품이 ETF라는 뜻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최창윤은 과거 자산운용사에 재직했으며, 현재는 상장법인의 자금운용팀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 시절 증권투자 동아리에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들과 교류하며 본격적으로 투자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터득한 기업분석 노하우 및 투자전략을 유튜브 '퇴근후몰빵'과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평범한투자 인사이트'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1~2장(어떤 ETF를 사야 할까?)에서는 워런 버핏이 강조한 지수추종 ETF, 배당형 ETF, 섹터별 ETF 등 다양한 ETF를 살펴보고 3~4장(한 번 배워 평생 먹는 ETF 투자전략)에서는 ETF를 운용하는 방법과 전략을 다룬다. 5~6장(ETF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ETF 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에서는 ETF 투자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ETF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이자 필수 지식을 정리했다. 참고로 ETF에 대해 사전지식이 전혀 없다면 5~6장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먼저 투자에 앞서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임에도 주식투자를 통해 대박을 잡아 경제적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파이어족'을 롤모델로 삼아 월급만으로는 돈을 모을 수 없다며 일찌감치 주식투자에 발을 내딛는 직장인 투자자를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에 일찍 나선다고 파이어족 처럼 큰 돈을 버는 것은 그야말로 미미한 확률이란 사실이다. 실상은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다. 그런 면에서 ETF 투자는 상대적으로 고위험을 피할 수 있는 투자 접근법이기에  특히 초심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떤 ETF를 사야 할까?

ETF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ETF가 추종하는 BM(벤치마크) 대비 얼마나 성과를 잘 냈는지 여부다. BM만 잘 쫓는다고 다가 아니다. ETF도 결국 펀드의 일환이다. 개인투자자가 운용사에 수수료를 내고 투자하는 개념이므로 만일 시장(예를 들어 코스피지수)보다 못한 성적을 올렸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

과거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던 2019년을 기점으로 ‘TLT’의 주가는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더 이상 오르기 어렵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되면서 장기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약 6개월 동안 ‘TLT’의 주가는 130달러에서 170달러까지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TF 투자전략

레버리지 ETF는 말 그대로 변동성을 2배 혹은 3배로 확대시킨 상품이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면 일주일 만에 20~30%도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일주일 만에 20~30% 하락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 투자자가 대량으로 보유한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SOXL’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5월까지 -90% 하락한 바 있다.

테마와 콘셉트가 비슷해도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구성종목의 비중이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당 ETF가 담고 있는 상위 종목을 확인하고, 주로 어떤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하는지 점검한 다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해외에 상장된 ETF도 마찬가지다. 각 회사의 매출구조를 분석한 다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품별로 매출 비중을 살펴보고, 각 제품이 어떤 산업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먼저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ETF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최소한의 지식

참고로 ‘KODEX 200’처럼 거래량이 충분히 나오는 ETF는 괴리율이 ±0.5% 수준에서 아주 미미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거래량이 적은 ETF라면 괴리율이 ±1% 이상인 경우도 있으니 매매 전에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비체계적 위험은 노력에 의해 피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판단해내는 역량이 모자란다면 리스크를 짊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만일 시장과 기업을 분석하고 관련 경제지표를 공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ETF를 통해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단 유동성이 적은 주식은 ETF로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너무 적거나 거래량이 안 나오는 종목은 운용사에서 거른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진 기업을 전문가인 운용역 측에서 일차적으로 필터링하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코스피 5천 시대의 의미
 

우리들의 일상 주변에서 자주 만나던 가게들이 갑자기 사라진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목욕탕, 피씨방, 부동산중개사무소, 커피숍, 김밥가게, 치킨집 등등 무수히 많다. 그만큼 현재 경기가 그리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코스피 5천 시대는 소비 경제의 활황으로 밀어올린 주가 상승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나의 지난 40여 년의 주식투자 경험을 떠올리면 이런 투자 격언이 떠오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다. 투자 성공엔 왕도가 없다. 항상 경계하면서 꾸준히 공부하여 자신의 실력을 배양해야 하는 것이 먼저임을 당부하고 싶다.   

#재테크 #주식투자 #ETF투자 #ETF투자의기술 #최창윤 #원앤원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선택 - 고전 단편으로 알아보는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외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경계에 선 순간,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냅니다. 어떤 이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싸우고 떠나지만, 또 어떤 이들은 조용히 남습니다, 말을 아낍니다, 혹은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이 책은 그 '하지 않는' 선택들에 대해 말합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총 여덟 명의 작가들이 쓴 고전 문학 작품들을 등장시킨다. 즉 남아 있기로 결정한 사람들(1부)에선 이반 투르게네프의 '무무'와 토머스 하디의 '아들의 거부'를,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2부)에선 기 드 모파상의 '겁쟁이'와 셔우드 앤더슨의 '손'을.


이어서 지켜보는 쪽을 택한 사람들(3부)에선 안톤 체호프의 '내기'와 허먼 멜빌의 '필사원 바틀비'를,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4부)에선 에드가 앨런 포의 '심술궂은 악령'과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우리들 앞에 소환하여 각각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남아 있기로 결정한 사람들


우리들은 때때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심리 반응을 보인다. 변화, 탈출, 저항은 항상 강한 이야기의 힘을 갖지만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말없이 그 자리에 남기로 결정하는데 그렇다고 이들이 결정 장애를 겪는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는 조용하면서도 더 심오하다.


러시아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년)의 '무무'는 강아지 이름이다. 러시아의 한 여주인은 농사짓는 노예들을 거느리고 쓸쓸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녀가 시골에서 데려온 게라심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지만 힘이 세서 일을 무척 잘하는 남자 노예인데, 하녀 타티아나를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여주인은 술주정뱅이와 결혼시키려 한다. 이에 화난 성질을 죽이고 게라심은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받아들인다.


하루는 강둑에서 허우적대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 게라심은 '무무'라고 이름을 짓고 정성껏 돌본다. 지성과 사랑을 듬뿍받은 강아지는 8개월 만에 털이 수북한 스파니엘 품종의 멋진 개로 성장해서 게라심의 꽁무니만 따라 다녔다. 집안의 하인들도 무무를 좋아했다. 그러나, 여주인은 무무를 집밖으로 쫓아내라고 집사에게 명령했다. 


"오늘 안으로 치워버리게... 들었는가?"


이후 무무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또는 내버리라는 게 여주인의 뜻임을 알게 된 게라심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한다. 무무를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게라심은 무무를 데리고 강으로 나가 익사시킨다. 그리고 그는 고향으로 떠난다.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


우리들은 진실을 말해야 할 순간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 순간에 어떤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진실을 밝히는 게 두려워서일까? 아니다.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진심을 감추고, 상처를 숨기며, 오히려 오해 속에 자신을 맡긴다.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무너지고, 누군가는 끝까지 그 침묵을 지킨다. 이 침묵은 비겁한 선택일까?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1850~1893년)은 단편 '겁쟁이'를 통해 인간의 선택 유형을 보여준다. 극한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이 '말하지 않기로 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여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사교계에서 '미남 시뇰'로 불리는 공트랑조제프 드 시뇰 자작은 고아였으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멋쟁이'로 통했다.


"결투를 해야 할 때가 온다면 나는 권총을 선택하겠소. 그런 무기라면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으니까"


어느 날 저녁, 시뇰은 지인들과 함께 공연 구경을 마치고 식당에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한 남자의 시선이 끈질기게 지인의 한 부인을 향하고 이 부인은 불편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인다가 마침내 남편에게 어떤 남자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음을 알리게 된다. 남편은 힐끗 그 남자를 보고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를 무시하라는 말투를 내보였던 것이다.


"무례한 사람들 하나하나에 머리를 싸매다간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을 거요"


하지만 자작은 그런 무례함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인들이 이 식당에 오게 된 것도 자신 때문이었기에 그런 결례에 대처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판단하고 그 남자에게 다가가서 "무례한 짓을 그만두라"고 하자 오히려 상대는 "상관 말고 꺼지시지!"라고 반응했던 것이다. 이후 욕설이 난무하는 상대방의 뺨을 후려치고 말았다.


귀가한 후에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한 가지에 골몰했다. 바로 결투 신청이었다. 아침이 오자 그는 입회인을 찾아야 했다. 지인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잘 알려진 인물들을 머리에 떠올렸다. 라 투르누아르 후작과 부르댕 대령이 딱 좋은 조합이었다. 입회인들은 권총 대결임을 확인하고 준비에 나섰다.


막상 결투를 신청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때때로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다. 상대방이 권총 사용에 능숙할까란 생각에 사수射手들에 관한 책까지 들처보았다. 결투 상대의 이름은 없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상지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리고, 손 안의 무기도 흔들렸다.


"불가능해. 이런 식으로는 싸울 수 없어"


그는 불명예, 클럽에서의 수군거림, 친구들의 거실에서 터져 나올 미소, 여성들의 경멸, 신문의 은밀한 비웃음, 그리고 겁쟁이들이 자신에게 퍼부을 모욕 등을 생각했다. 만약 상대방 앞에서 자신의 확고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는 겁쟁이라는 오명을 쓴 채 사교계에서 퇴출될 것임을 알았다. 그의 선택은 안타깝게도 자살이었다. 피가 흘러내린 책상 위엔 "이것은 나의 유언장이다"라는 글귀에 얼룩이 생겨 있었다.



지켜보는 쪽을 택한 사람들


삶의 어느 시점에서 우리들은 선택 앞에 선다.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을 것인가. 세상은 종종 행동하는 인간을 높이 평가한다. 정의 앞에 나서고, 진실을 외치고,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반면에 어떤 선택은 그 반대편에서 작동한다.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오직 지켜보는 쪽에 선다.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1819~1891년)의 단편 '필사원 바틀비'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어느 필경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는 필경사 바틀비를 채용한다. 이 변호사는 배심원 앞에서 연설하기를 원하는 그런 야심적인 인물이 아니라 평온 속에서 부자들의 채권, 저당권, 부동산 권리증 사이에서 짭잘한 사업을 꾸려갈 뿐이다.


채용 초기엔 묵묵히 필사 업무를 잘 수행하던 바틀비가 어느 날부터 이를 거부한다. 필사원의 업무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대조하여 사본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그는 문서 검토 요청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폭탄 발언을 내밷었던 것이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후 그는 필사, 검증, 심부름 등 모든 업무를 거부하고 사무실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창 밖만 응시햇다. 이에 변호사는 과중한 업무 탓인지 그를 설득하기도 하고 나중엔 해고 시도를 하다가 결국 사무실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러나 바틀비는 떠나지 않고 머물다가 경찰에 체포당하고 만다.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 


어떤 선택은 너무나 분명하게 자신에게 불리한 쪽을 향한다. 그건 이기심의 반대편에 있는 충동, 어쩌면 인간만이 지닌 가장 이상하고 슬픈 능력이다. 바로 스스로를 버릴 수 있는 용기다. 그 결단은 영광스럽지 않다. 그 선택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엄청나게 넓은 땅을 표시할 수 잇을 거야! 그가 생각했다. '히루에 35마일쯤은 거뜬히 걸을 수 있어. 지금은 해도 길고, 그만큼 돌아서 표시한다면 엄청난 땅이 내 것이 되겠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년)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인간의 욕심을 주제로 다룬다. 탐욕을 버리라는 철학적 교훈을 담고 있다. 주인공 파홈은 하루 동안 걸은 만큼의 땅을 주겠다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받고 해지기 전까지 출발점에 되돌아오면 그 거리 만큼의 땅을 모두 가잘 수 있다는 욕심에 이끌려 더 멀리 가다가 결국 몸이 지쳐 더 이상 되돌아 올 수 없었다. 탐욕은 결국 자기파괴에 이른다는 도덕적 교훈을 담고 있다. 정작 그에게 필요한 땅은 자신의 시신이 묻힐 만큼의 땅만 필요했던 셈이다.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는 끝까지 진실을 고백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주어진 질서에 저항하기보다 그 안에서 남아 살기로 선택한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그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고전문학 #고전단편으로알아보는인간의선택 #선택 #고민 #고민상담 #심리상담 #이반투르게네프 #해밀누리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인생은 충분했을까 - 살아온 날들의 무게보다, 살아갈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이송이 지음 / 하모니북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를 만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죠. 늘 타인의 안부는 묻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안녕했니?” 하고 물어본 적이 있을까요? 가끔은 멈춰서,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다시 묶고 매듭짓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에세이의 저자 이송이는 감정의 결을 오래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즉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 속에서 문장이 되는 순간을 붙잡아 하루를 천천히 이해해가는 글을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는 <진한 여운, 도쿄>가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좀 독특하다. 총 11개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글의 자음들인 ㄱ, ㄴ, ㄷ, ㅁ, ㅅ, ㅇ, ㅈ, ㅊ, 트, ㅍ, ㅎ 등의 카테고리에 가족, 날씨, 다양함, 말, 사과, 약속시간, 저축, 청춘, 트라우마, 평범함, 헤어짐 같은 누구나의 일상 속에 들어오는 그런 단어를 주제로 삼아 글을 펼치고 있다. 

독서하던 중 저자의 에세이 글 중에서 지난 내 삶에 있었던 경험이나 추억과 오버랩되는 내용들을 추려서 소개함으로써 책의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건강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줘서 고마워. 숨 쉴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29쪽)


우리 모두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칠십대 중반인 이 몸도 어제와 오늘이 다름을 느끼고 있다. 사실 현재도 최근에 찾아온 몸살 기운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책을 읽고 글을 써던 일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방한防寒을 위해 현관 부근에 커튼을 설치해 보겠다고 망치를 들었다가 손을 다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조차 다소 버거운 실정이다.

내 거주지는 원룸 임대아파트 1층이다. 산 아래에 위치헤 있어서 사전 입주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엔 소규모 아파트 단지 주변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어 내 취미인 야생화 감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교통이 불편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입주하기로 결심했었다. 6월 초에 입주했는데 1층인지라 모기들의 극성에 곤란을 겪었다. 주위에 산이 있어서 시원할 줄 알았는데 1층은 산이 막고 있어서 오히려 바람부는 게 부족했다. 또 동절기엔 왜 그리 추운지 추위를 잘 타는 나에겐 최악이었다. 난방을 올렸더니 관리비가 많이 나온 것이다.

젊었을 땐 매주 주말엔 북한산, 청계산, 종종 이름난 강원도 산 등지로 동호인들과 함께 산행을 즐겼고, 또 한 때는 마라톤에 꽂혀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찾아 다녔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무리하게 움직인 만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법임에도 전업투자자로 살다 보니 몸 관리는 뒷전이고 무리하면서 앞만 보고 달렸던 인생이었다. 지나고 보고 깨닫는 게 있다. 타인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는 것을. 이를 게을리한 까닭에 몸은 망가지고 좋아했던 술담배 또한 완전 끊어야만 했다. 하루하루 숨 쉬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독거노인의 푸념이다.

날씨

사람들은 종종 "그날 날씨가 기억나?"라는 말로 추억을 꺼내곤 하잖아요. 결국 날씨가 감정의 기록장이었다는 뜻 아닐까요. 그날의 햇살, 바람, 온도가 기억의 표지처럼 우리 안에 새겨져 있었던 거예요.(54쪽)


저자의 글 중 검색창에 'ㄴ'을 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날씨'라고 하길래 한번 따라 해보았다. 정말이었다. 이 정도로 임팩트있는 키워드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사실 누구나 모두 날씨와 관련된 추억이나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슬픈 추억을 소환해본다.

고시에 낙방한 후 대학시절 교제하던 여성과 한동안 냉각기를 가졌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졸업 후 난 서울에서 중견행원으로 은행에서 근무 중이었고 상대 여성은 학업을 더 연장해 박사학위까지 염두에 두고서 경기도 소재 대학에서 조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서로 바쁜 일과로 살다 보니 만남의 횟수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 날, 여성의 모친이 은행을 방문해 결혼 얘기를 꺼내길래 둘이 만나서 이를 상의하겠다고 답하고, 이후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현재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나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임을 알려주며 결혼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당시 좋은 혼처가 들어와 여성은 부모로부터 맞선을 종용받고 있었기에 차마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어서 나를 포기하라는 매정한 말로 만남을 끝냈다. 이날 귀가길 버스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핍

그런데 ‘제대로 된 연애를 몇 번이나 했냐’는 질문 앞에 서면, 저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작 한 번 정도라고 답할 것 같아요. 횟수나 길이와는 별개로, 제 안에 단단히 남겨진 관계는 손에 꼽혔으니까요.(34쪽)


난 사귀었던 그 여성의 결혼식에 조용히 참석했었다. 결혼식 소식은 그 여성의 절친으로부터 연락받아 알게 되었다. 혹시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지 않으려다 근무지인 은행에서 가까운 거리였고 해서 발걸음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우리들은 대체로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잘 모를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없어지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좋은 혼처가 생겨 부모님들도 권하니 날 떠나도 좋다는 식의 호기를 부렸지만 막상 결혼식 소식을 듣고나니 내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흔들리는 내 마음의 뿌리엔 결핍이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사실 난 결혼이 많이 늦었다. 굳이 그 여성 때문이었다고 말하진 않으려 한다. 홀로 지내는 게 무척 편했고,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릴 수 있다는 게 내 마음의 위안이었다. 나이 마흔에 결혼을 결심한 것도 승진 문제와 집안 막내 동생의 결혼 때문이었다. 내가 모시던 회사 대표가 사석에서 미혼자에게 임원 승진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나보다 열 살 아래인 막내가 결혼을 재촉받는다는 이런 압박이 없었다면 아마도 계속 비혼을 고집했을 수도 있었을 듯하다. 아무튼 결핍은 나를 흔들기도 했지만 결국 성장하도록 도와준 셈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말, 스트레스, 인정, 죽음, 집착, 추억, 트라우마, 헤어짐 증과 같은 주제어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들을 펼쳐 내보인다. 우리 모두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속엔 다양한 모습을 한 후회, 행복, 외로움 등이 자라하고 있을 것이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내 인생은 어땠는지를 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레이크넥 -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댄 왕 지음, 우진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온갖 규제로 인해 공장 가동이 멈추고 심지어제조시설이 녹쓸어가는 미국 제조업의 실태를 고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1일 1땀 - 내 몸을 다시 켜는 순환 스위치
박민수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1일 1땀이라는 작은 목표로 채워진다면, 당신의 몸과 마음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달라질 것이다. 피로가 줄고, 숙면이 늘고, 감정의 기복이 적어지고, 체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울 속의 당신이 더 건강하고 생기 있는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시작하며' 중에서



책의 저자 박민수는 25년 경력 가정의학 전문의로 <혈관력>이란 도서로 첫 인연을 맺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책은 건강한 땀을 주제로 하루 한 번 땀을 흘리자는 메시지를 담아 매일 이를 반복한다면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면역과 순환을 최적화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건강이 늘 고민거리였다. 젊은 시절부터 '근력이 미약하고 또 풍질로 인한 질환으로 서무를 보기 힘들다'라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세종대왕의 공식적 사인은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편식이 심했고, 정사에 골몰해 운동과 신체 활동이 부족했다. 이 책의 주제인 '1일 1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의 에어컨 보급율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장기간 땀을 흘리지 않을 때 우리 몸에 분포하는 많은 땀샘(약 200만~400만 개)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즉 작동의 필요성을 못 느껴 기능이 저하되거나 아예 퇴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처럼 제 기능을 상실한 우리 몸의 땀샘들이 많아진다면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된다. 체온이 올라가도 땀을 밖으로 배출시키지 못함에 따라 자율신경 전반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렇다. 건강한 땀샘을 유지하려면 매일 한 번이라도 땀을 흘려야 한다. 

그런데, 운동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사우나를 이용해 억지로 땀을 뽑아내는 경우인데, 이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내 과거 직장생활 경험을 하나 소개해 본다. 내 직속 상관은 오후 네다섯시만 되면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고 사우나로 향했다. 거의 매일 저녁 지인들 또는 거래처와의 음주를 즐기려고 미리 땀을 강제로 뽑아내곤 했다. 불행하게도 간경화증이 발생했다. 

"좋은 땀은 신체 온도가 올라가면서 서서히 배출되는 땀이다."

체내의 지방 조직은 백색 지방과 갈색 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백색 지방은 대부분의 지방을 포함하며 세포 내 중성 지방을 축적한다. 특히 렙틴은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아디포카인으로, 비만과 관련된 에너지 섭취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체중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 흘리는 땀은 내 몸에서 지방이 분해되고 근육이 늘어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1일 1땀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외모뿐만 아니라 내부의 장기들마저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가장 좋은 땀은 운동을 해서 흘리는 땀이다. 운동과 땀은 불가분의 관계다. 하루 단 30분이라도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린다면 최고의 건강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린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땀의 질이 중요하다. 땀 상태를 살펴보면 마치 혈액 검사를 통해 건강검진을 하듯, 땀 상태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건강한 땀은 투명하고 냄새가 거의 없으며, 물처럼 흐르다가 적절히 마른다. 운동 후 흘리는 땀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땀은 체온을 조절하고, 혈액 순환을 돕고, 노폐물을 배출한다.

"땀이 멈췄다는 것은 몸속 시계가 멈췄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운동을 해도 땀이 잘 나지 않거나 몸이 뜨거운데도 정작 땀은 나지 않고 머리가 띵한 경우가 많다면, 몸속 자율신경계의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면 수면에도 문제가 생기고 자다가 흘러 내리는 땀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지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몸속 생체 리듬이 깨졌다는 명백한 증거일 수 있다.

만성 피로, 체온 저하, 잘 나지 않는 땀 등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이 문제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세포 에너지 대사가 흔들리고, 자율신경계가 리듬을 잃으며, 호르몬 조절이 미세하게 어긋날 때 이 세 가지 증상이 함께 드러난다. 

넬슨 만델라는 무료 27년 간의 수감 생활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잃지 않고 강한 체력을 유지했다. 그 비결은 바로 매일 땀을 흘리는 성실한 루틴에 있었다. 좁은 감방 내에서도 운동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아래의 운동 루틴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운동은 내 좌절을 풀어내는 통로였다" 

제자리 달리기: 매일 아침 30~45분
푸시업: 100회
윗몸일으키기: 200회
깊은 무릎굽힘 운동: 50회
스트레칭 및 맨몸 운동: 팔굽혀펴기, 스쿼트 등

"땀을 많이 흘리는 게 아니라 잘 흘려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려야 운동한 보람이 있다고 믿는다. 여름 한낮에 달리기를 하거나, 실내에서 난방을 높이고 두꺼운 옷을 껴입은 채로 운동을 하기도 한다. 나 또한 때 늘 땀복을 착용하고 운동했다. 당연히 이렇게 하면 땀은 빠르게 많이 흐른다. 하지만 억지로 짜낸 땀은 오래가지 않는다.

더운 환경에서 흘리는 땀의 상당 부분은 지방이 아니라 수분이다. 체중이 단시간에 1~2킬로그램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연소된 지방이 아니라 땀으로 배출된 빠져나간 수분인 것이다. 말하자면 착시인 것이다. 따라서, 물을 마시면 체중이 원상복구된다.

건강한 땀으로 인생을 바꾸자

몸을 그저 관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체중계, 혈압측정기, 건강검진표 등의 수치로 신체를 평가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몸은 이같은 일차원적인 수치보다는 고차원적인 의식 활동이다. 즉 생물학적 기계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나 자신을 사랑하고 건강을 쟁취할 수 있다.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1일1땀 #유노북스 #박민수 #신간도서 #건강도서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