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장영희 교수님을 추모하며…]

가끔 어떤 책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확인도 하지 않고 지은이만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있다. 장영희 교수님. 그 분의 책들도 그런 책들이다. 지난 월요일(2016 5 9)은 장영희 교수님이 돌아가신 지 정확하게 만 7년이 되는 날이다. 어디선가에서는 장영희 교수님을 기리는 행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 나름대로 장영희 교수님을 추모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산 것은 좀 되었는데, 5월에 읽으려고 읽지 않고 있었다가 이번에 읽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이라고 적혀 있다. 나는 이미 장영희 교수님께서 영미시를 소개해 준 책 두 권을 읽었다. <생일>이라는 책과 <축복>이라는 책이 그 책이다. 좋은 시를 소개해주고,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형식이었다. 시를 즐겨 보지 않던 나에게 시도 읽을 만하다.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가 많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들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4년 봄에 출간을 했으니, 이미 장영희 교수님이 돌아가신 후다. <생일>이나 <축복>과 비슷한 책을 출간하려고 준비했던 글들을 모아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생일> <축복>이라는 책에서 봤던 시와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책 맨 뒷 쪽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생일>, <축복>,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라는 책에서 계절을 노래한 시들을 선별해서 엮은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렇다고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이 책에 실린 몇 편의 시가 기억났지만, 대부분의 시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시를 천천히 읽으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모르고 있던 장영희 교수님의 또 다른 책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란 책을 알게 되었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어제 다른 책 살 일이 있었는데, 이 책도 같이 구입했다. 잘 아껴두었다가 내년 5월에 읽어야겠다.

이번에 읽은 <다시, >이라는 책도 <생일>, <축복> 등의 책과 마찬가지로 화가 김점선의 그림과 함께 했다. 두 분이 생전에 단짝이었던 것처럼 두 분의 글과 그림은 이 책에서 단짝이 되어 서로 잘 어울렸다.

 

[시를 찾아서…]

시집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는 마음을 찡하게 하는 좋은 시를 만나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그 시를 외우면 좋겠지만, 이제 나는 외우는 능력은 사라져버렸다. 쓰는 걸로 대신한다. 이번 책에서 나의 마음을 적신 시 몇 편을 발췌해 보았다.

==========================================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 주리.

==========================================

네잎 클로버

                    - 엘라 히긴슨

 

나는 해가 금과 같이 반짝이고

벚꽃이 눈처럼 활짝 피는 곳을 알지요.

바로 그 밑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

네잎 클로버가 자라는 곳이 있지요.

 

잎 하나는 희망을, 잎 하나는 믿음을,

그리고 또 잎 하나는 사랑을 뜻하잖아요.

하지만 하느님은 행운의 잎을 또 하나 만드셨어요.

열심히 찾으면 어디에서 자라는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희망을 갖고 믿음을 가져야 하지요.

사랑해야 하고 강해져야지요.

열심히 일하고 기다리면 네잎 클로버

자라는 곳을 찾게 될 거예요.

==========================================

5월은..... 

       - 모드 M. 그랜트

 

햇빛 번지는 푸른 하늘

나무 밑의 녹색 그림자

숱한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따뜻한 미풍

연분홍, 진줏빛 흰색꽃

만발한 과일 나무들

보라색 구름 흔드는 라일락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어라

꽃피는 나무 하나하나

커다랗하고 아름다운 꽃다발

새들과 꽃들의 달인

향기롭고 아름답고 즐거운 5월에

==========================================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

가지 못한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을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 하기에....

,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나,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5월은.....
- 모드 M. 그랜트

햇빛 번지는 푸른 하늘
나무 밑의 녹색 그림자
숱한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따뜻한 미풍
연분홍, 진줏빛 흰색꽃
만발한 과일 나무들
보라색 구름 흔드는 라일락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어라
꽃피는 나무 하나하나
커다랗하고 아름다운 꽃다발
새들과 꽃들의 달인
향기롭고 아름답고 즐거운 5월에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 주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감동하는가 - 클래식계의 괴물 조윤범의 감동 사냥법
조윤범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조윤범 에세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 한가지, 지은이 때문이다. 보통 에세이를 선택할 때, 지은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주제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아무리 주제가 관심이 가더라도, 잘 모르는 지은이라면 책 선택하는데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지은이가 좋아하는 이라면 주제에 크게 관심 없이 그의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조윤범이라는 분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연주가다. 연주가라고 하기에는 그가 하는 분야가 너무 다양하지만, 그의 본업은 바이올리니스트니까 연주가임은 분명하다. 현악 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기도 한 조윤범. 그런데 콰르텟엑스의 이름은 잘 안 외어진다. 연주단 이름이 좀더 쉬운 이름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윤범이 이끄는 현악사중주단 이름이 뭐였더라? 이렇게 된다. 공연이라도 한번 보면 모를까? 그런 적도 없다. 조윤범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의 연주도 직관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맞나?^^ 비록 그의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예전에 그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클래식 강의를 즐겨 보았고, 나중에 그것을 유투브에서 다시 보았고, 몇 년 전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들었고, 그가 쓴 책들을 보았다. 이 정도면 그를 좋아한다고 할 만하지 않나?^^

이번에 읽은 <나는 왜 감동하는가?>는 전형적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진솔한 인간 조윤범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 그의 사랑하는 가족 이야기 등등... 물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이야기다.

 

[감동은…]

제목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을 나한테 적용해 봤어. 나는 왜 감동하는가? 그리고 나는 언제 감동하는가? 최근에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면서 감동받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내가 감동을 받은 순간을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우리집 아이들. 아이들 자체가 나에게 감동이다.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해서 아빠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은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동이고, 그저 생각만 해도 감동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빼고 나면 나는 무엇에 감동을 받는가? 생각해 보았다. 쉽게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은 많지만입에서 저절로 정말 감동받았다고 한 적이 오래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도 ", 감동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오래인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이 메마른 것인가? 어쩌면 우리집 아이들이 나에게 너무 큰 감동을 주어, 웬만한 감동은 감동처럼 느껴지지 않는 까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 조윤범은 이 책을 열면서 감동을 쉽게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감동을 받기 위해서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연주자인 지은이는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니 참 행복한 직업인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동의 표현을 보고 자신도 또한 더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나의 직업은? 나의 일로 다른 이를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를 생각하니후후.. 농담도 그런 농담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감동이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동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공감'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마지막의 '표현'은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큰 소리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가장 극적일 경우에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러고 나면 그 감정과 이해의 진폭이 나에게 되돌아와서 감동은 더 커진다. 관객이 많이 차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더 좋은 이유는 이러한 피드백을 서로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9)

===========================================

그럼, 왜 감동이 필요할까? 감동은 행복과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동이 많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 감동을 주고 받는 세상. 그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음악]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모두 그것으로 밥벌이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전공을 바꾸고, 그냥 회사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지은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밥벌이도 하니, 행복이 가득할 것 같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면 그래 보인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한다.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음악에 관련된 취미가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도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연주할 줄 아는 악기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 꼭 배우고 싶은 악기가 있다면 피아노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오래된 아내의 피아노로 집에서 독학으로 연습을 하기도 했었지만, 열정이 부족해서 중단하고 말았다. 다시 마음을 먹고 배우고 싶다. 그런데, 손가락과 머리가 굳을 대로 굳어서 과연 할 수 있을까?

지은이 조윤범이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글이 있어 발췌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친다. 이 글을 읽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글이 생각났다. “음악 없는 인생은 물 없는 사막 여행이다라는 말...

===========================================

음악은 돈과 성공 그 이상의 무엇이다. ''은 그것이 지닌 가치를 이용해 다른 것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며, '성공'이란 어떤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다. 이 두 가지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며,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당신의 아이를 인생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우리는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 음악을 모르고도 살 수는 있다. 인생의 정수를 모르고도 숨을 쉴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삶을 대물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85)

===========================================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감동이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동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공감`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마지막의 `표현`은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큰 소리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가장 극적일 경우에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러고 나면 그 감정과 이해의 진폭이 나에게 되돌아와서 감동은 더 커진다. 관객이 많이 차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더 좋은 이유는 이러한 피드백을 서로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9쪽)

음악은 돈과 성공 그 이상의 무엇이다. `돈`은 그것이 지닌 가치를 이용해 다른 것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며, `성공`이란 어떤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다. 이 두 가지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며,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당신의 아이를 인생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우리는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 음악을 모르고도 살 수는 있다. 인생의 정수를 모르고도 숨을 쉴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삶을 대물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8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는…]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책제목에 앨런 튜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운의 수학자로 알려진 앨런 튜링에 대해 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앨런 튜링.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에 대한 암호를 풀어낸 사람으로, 그것으로 인해 전쟁을 몇 년을 앞당겨 끝나게 하고, 또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살렸다고 한다. 그 독일군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의 암호의 경우의 수는 세기도 어려운 158,962,555,217,826,360,000라고 한다. 그 암호를 푼 사람이 바로 앨런 튜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보안 상의 이유로 그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갔고, 전쟁 중에 있었던 그의 기록과 업적은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또 세간에 이목을 끈 것은 청산가리를 묻은 사과를 먹고 자살하고 나서이다. 누군가는 애플의 로고가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서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좀더 찾아보니, 앨런 튜링의 세계대전에서의 활약상은 나중에 같이 참여했던 사람에 의해서 알려졌다고 하고, 2013년이 되어서야 그의 업적이 복권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가 있어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다.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개념. ,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착안한 사람도 바로 앨런 튜링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앨런 튜링에 대한 소설이다. 어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젊은 경찰이, 앨런 튜링의 자살을 접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해가면서, 결국 그가 전쟁의 영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 그런 내용이다.

작년 초에 우리나라에서 앨런 튜링에 관한 영화가 한편 개봉했었다. <이미테이션 게임>. 남자 주인공은 영드 <셜록>에서 셜록 홈즈의 역할로 나온 베네딕트 컴버배치이고, 여자 주인공은 내가 좋아하는 키이라 나이틀리이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꼭 봐야지 하면서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찾아서 봤다. 이 책의 책띠에 <이미테이션 게임>에 영감을 불어넣은 소설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 그만큼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많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도 소설만큼 괜찮았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 든 또 하나의 이유는 지은이 때문이다. 지은이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라는 스웨덴 사람인데,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 때문에 책을 집어 든 이유는이 사람이 <밀레니엄> 시리즈 4부의 지은이로 공식 선정되었다고 해서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으나, 3부까지 쓰고 지은이가 심장마비로 죽어서 나를 비롯한 전세계의 <밀레니엄>시리즈의 팬들을 슬프게 했다. 그는 원래 10부작까지 쓰려고 했는데 3부에서 중단되고 만 것이다. 그런 <밀레니엄> 시리즈의 4부의 작가로 선정되었다니..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가 쫙 올라갔다.

 

[어떤 동성애자의 자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여덟 살 코렐이라는 젊은 형사다. 1954 6월 영국. 어떤 가정부의 신고로 사망 사고가 접수되었다. 그 죽은 이의 집에 들어갔는데, 온통 복잡한 실험장치와 독극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강한 아몬드향이 가득 찼고, 시신 옆에는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있었다. 강한 아몬드향. 그것은 청산가리 냄새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청산가리도 발견되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앨런 튜링. 대학 교수였다. 그의 집에는 복잡한 기계와 독극물도 많았고, 그리고 그의 수첩에는 아주 복잡한 수학 공식이 적혀 있었다. 많은 책들이 있었고, 특이한 물건으로는 전쟁훈장이 있었다. 수학자의 집에 왜 전쟁훈장이 있지?

코렐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수학자의 죽음을 접하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에 대한 조사를 해보고 싶었다. 그가 적어 놓은 수학공식에 대한 것도 풀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자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코렐에게 앨런 튜링의 자살 사고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수학자가 고위 공무원과 인맥이 있다? 코렐은 앨런 튜링을 조사해보니, 3년 전인 1951년 집에 절도범이 들어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절도범이 집에 들었는데, 없어진 물건은 없다고 했다. 경찰은 이것이 더 수상하게 여겨서 그를 조사했더니,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앨런 튜링은 속이고, 잔머리를 굴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야 동성애자가 불법이 아니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불법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앨런 튜링은 동성애 범죄로 당시 경찰의 취조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코렐이 조사하게 알게 된 것들이다. 이 사건은 동성애자인 수학 교수가 자살을 한 사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왔지?

 

 

[과거가 사라진 남자]

코렐을 도서관이나 경찰 자료 등에서 앨런 튜링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다. 하지만, 그가 케임브리지 교수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앨런 튜링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동성애로써의 앨런의 애인인 19살 머레이를 만났다. 앨런은 전자두뇌를 만든다고만 했고, 과거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존 튜링. 앨런의 형이 시신을 확인하려 왔고, 코렐은 그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앨런은 1951년 동성애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난 이후, 의사들은 앨런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에스트로겐 주사를 놓았다고 한다. 에스트로겐? 그건 여성호르몬인데... 동성애자에게 남성호르몬이 아닌 여성호르몬을? 이해가 잘 안 간다. 의상의 실수인가? 코렐이 조사를 좀 해보니, 에스트로겐 주사를 맞으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된다고 한다. 어쩌면 앨런의 자살이 이 에스트로겐의 주사에 의해 생긴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이미 남성호르몬을 동성애자들에게 써보았는데, 효과가 없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주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근거없이 임상 실험을 한 것이다. 존 튜링은 앨런이 전쟁 때 무슨 중요한 일은 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한 것은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 사고사일 가능성은 없는지 코렐에게 물어보았다. 왜냐하면, 앨런이 평소 덤벙대고 주의심이 없었기 때문에, 독극물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먹을 가능성은 없는지 물어 본 것이라고 한다. 코렐은 청산가리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

코렐은 앨런이 로빈이라는 사람한테 몇 년 전 쓴 편지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 편지 속에는 당시 앨런의 고민이 묻어 있었다. 동성애 사건으로 재판을 자주 받아 괴롭다는 내용이 있었고, ‘그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들’은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헌신한 사람들부터 제거될 수 있는 두려움이 있다는 말도 있었다.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앨런은 전쟁 때 무슨 일을 한 걸까? 그리고 코렐은 어쩌면 앨런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의심을 했다. 편지는 일단 자신만 보고, 동료 경찰 등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전쟁의 영웅]

검시관은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앨런이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코렐은 혹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없냐고 돌발 질문을 했다가 상사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그런데, 그 돌발행동으로 그에게 프레드릭 크라우스라는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찾아왔다. 그와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몇몇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코렐은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전쟁 훈장을 받았다는 것. 앨런이 전쟁 중에 지능을 가진 기계를 제작했다는 사실. 그리고 체스 챔피온인 휴 알렉산더도 앨런과 같은 전쟁 훈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런 정보들로 코렐은 앨런이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했다.

코렐은 좀더 공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휴가를 쓰고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에 가서 앨런이 주려고 했던 편지의 주인공 로빈 교수를 만났다. 로빈은 코렐을 경계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많은 코렐에게 호감을 가졌다. 코렐은 앨런이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했을 것이라는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하니까로빈은 놀라면서도 즉답을 피하고 피파드라는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다. 코렐은 피파드를 만나러 갔다. 피파드는 이미 코렐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파드은 전쟁 중에 코렐을 고용한 정부기관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코렐에 대한 뒷조사를 했다. 피파드는 그 전에 코렐을 찾아온 고위 공무원들, 즉 팔리와 서머셋과도 아는 사이였다. 코렐은 피파드에게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했더니, 피파드를 코렐을 내쫓듯 보냈다.

이런 코렐의 추리를 어떤 이로부터 미행까지 받게 만들었다. 앨런의 편지 속에 적혀 있는 그들인가? 그는 미행 받다가 폭행까지 당해서 중상을 입었다. 이 일은 금방 관련자들의 귀에 들어갔고, 전에 코렐을 만나기 위해 경찰서에 찾아왔던 팔리가 코렐이 묵고 있는 호텔방에 찾아왔다. 그리고 코렐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팔리는 이성적인 사람으로 중상을 입은 코렐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코렐에게 앨런이 전쟁 중에 어떤 일을 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코렐이 추리했던 것처럼, 앨런 튜링은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칼리지 교수로 일하다가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위해 ‘블레츨리 파크’에서 일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독일군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가 내뱉는 말을 해석하는 일에 매달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가 있는 암호. 그것도 하루에 한번씩 바뀌는 그런 암호... , 하루 안에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에서 하나를 찾아내야 한다는 소리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블레츨리 파크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암호해석의 패턴을 찾아내려고 했는데, 앨런 튜링은 접근 방식을 다르게 했다. 기계의 언어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이니그마'라는 기계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비용도 엄청나게 들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결국 앨런이 성공을 했다.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는 이제 한낱 숫자일 뿐 독일군의 암호는 바로 해석이 되었다.

하지만,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도 있었다. 독일군이 영국의 민간인을 수송하는 배를 포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을 막게 된다면 독일군은 영국이 자신들의 암호를 풀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암호를 바꿀 것이다. 몇 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 수송선의 공격을 막아줄 수 없었고, 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독일군의 모든 잠수함을 비롯한 많은 군사시설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전세는 뒤바뀌어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우세가 되었고, 독일군의 항복까지 받아내어 전쟁을 끝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앨런이 만든 '기계'는 전쟁을 일찍 끝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던 것이다. 그는 전쟁의 영웅이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전쟁이 끝나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근거도 없는 강제 치료를 받고, 어쩌면 그 후유증으로 자살까지 하게 된 것이다. 국가의 권력으로 개인이 희생당한 또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나는 또 다른 소설이 하나 있었다. 몇 년 전에 읽은 로버트 해리스의 <이니그마>라는 소설이다. 세계대전 당시 '이니그마'의 암호해석을 하는 블레츨리 파크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소설인데,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지은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밀레니엄> 시리즈 4부를 어떻게 그릴지 기대되지만, 과연 스티그 라르손 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이 재미있긴 했지만, 스티크 라르손의 소설만큼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출간되면 꼭 읽어볼 예정이다.

...

아참,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다가 괜찮은 대사가 나와서 적어보았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때로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 - '인문학 특강''생존경제학' 최진기의 리얼 인생 특강
최진기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대한민국 최고 강사, 최진기]

내가 최진기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된 게 어디였을까? 생각해봤는데,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런데 이 분에게 관심을 가게 된 것은 기억한다.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패널로 나오셔서 이야기를 하는데논리적이고, 적절한 비유로 이야기하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이야기를 했다. 자칭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로 자기 소개를 하는데, 결코 잘난 척 하는 것 같지 않고,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인터넷에서 그가 하는 강의를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타고난 강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타고남 뿐만 아니라 그런 최고의 강사가 되기 위해서 많은 책을 읽고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최고의 강사가 될 수 없겠지. 혹시 이 분이 쓴 책들이 있나 하고 검색을 해보았다. 이미 여러 권의 책들을 쓰셨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도 많이 썼다. 그 중에 일단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골라봤다.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

 

[혁명가의 FM, 체 게바라]

체 게바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혁명가다. 누군가는 그가 정말 완벽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체 게바라 평전>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과 담을 쌓고 살다가 책을 가까이 접하기 시작하던 이십대 끝자락에 친구의 소개로 이 책을 읽었다. 당시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내용이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몇몇 기억의 조각만 남아 있다. 의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걸 뿌리치고 힘들고 위험한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을 위한 혁명에 그의 청춘을 바쳤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움직였을까? 라는 생각들을 당시 책 읽으면서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쿠바 혁명 성공에 일등공신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시 한번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다시 한번 길을 떠난다. 볼리비아 국민들의 자유를 위해 다시 혁명의 길을 떠난 체 게바라.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적군에 잡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삶은 혁명가로써의 표준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혁명가들 중에 가장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혁명가가 아닌가 싶다. 볼리비아에서는 그가 사망한 곳을 관광지로 만들기까지 했다고 한다.

체 게베라는 자신의 청춘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통해 배우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지은이 최진기는 그런 체 게바라에 반했다고 한다. 그래서 체 게바라에 대한 책들과 자료에 대해 섭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체 게바라에게서 배운 내용을 젊은이들에게 공유하고자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낯선 나라의 혁명가에 관한 두껍고 작은 글씨의 책들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쉽게 요점정리해준 책이 바로 이 책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뛰쳐나가 혁명가가 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와 같은 열정을 한번 가져보라는 것이다.

청춘을 지나고 보면 그때는 몰랐는데, 그때가 참 좋았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그러면서 그때는 모르지만, 이 나이 되면 알게 될 거야. 이런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 듣는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나의 아이들이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결국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거 마음 놓고 하라고… 그것도 많이 이야기할 것 같다. 나처럼 그냥 넘겨 듣지 않도록 말이다. 난 쫌 후회한다. 너무 평범하고 평균적인 청춘을 지나온 것 같아서 말이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분명 그때보다 덜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청춘의 특권, 열정]

, 그럼 체 게바라의 어떤 삶을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의 그런 삶을 통해 무엇을 배울까? 지은이 최진기는 체 게베라를 통해 먼저 불가능한 꿈을 지닌 리얼리스트가 되자고 한다.

============================

(14)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만일 우리가 낭만주의자이고

도저히 구제할 길 없는 이상주의자이며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이룩하려 한다고 말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체 게바라

==============================

그리고 한번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쳐보자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불광불급(不狂不及)'을 인용하면서 말이다. 불광불급. 미쳐야 미친다는 의미다. 어떤 것에 미친 듯 빠져들어야 그것의 경지에 미친다(다다른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체 게베라를 통해, 친구와 우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외모를 사랑하고, 가꾸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외모를 가꾸라는 것은 성형 수술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수 있는 매력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멋진 패션 감각이나, 운동으로 멋진 몸매를 만들거나훌륭한 말솜씨, 글솜씨 등 자신을 매력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많이 있다.

체 게베라는 전쟁 중에도 꼭 책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듯 책은 늘 가까이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만큼 책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나도 사실 책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하기도 한다. 정말 책은 빠져들면 들수록 무한한 세상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나도 악필에 졸필이지만, 독후감을 쓰고 일기를 쓴다. 나름 보람을 느낀다. 지은이 최진기는 글쓰기를 소통의 방법으로 사용해보자고 제안한다. 지인들에게 자주 메일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깊이 반성해 본다.

그리고 여행. 지금보다 젊었을 때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여행인 것 같다. 그게 뭐 어때서?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젊었을 때 많은 여행을 한 사람들은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여행은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여행을 자주 해야겠다.

그 밖에 지은이는 여러 가지를 더 이야기했지만기억 속에 남는 것들은 대충 이런 것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체 게베라에 관한 책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고, 지은이 최진기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또 인터넷 서점을 기웃해봐야겠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14쪽)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만일 우리가 낭만주의자이고
도저히 구제할 길 없는 이상주의자이며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이룩하려 한다고 말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체 게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이번에 읽은 <허즈번드 시크릿>이란 책은 작년에 신간소개에서 알게 된 책이다. 난 귀가 얇은 편이라서, 이 책에 대한 호평을 보고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르도 좋아하는 추리 소설이고그러다가 얼마 전 알라딘 중고 매장에 갔다가 이 책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소문대로 재미있었다. 지은이는 리안 모리아티라는 호주 사람이어서인지 소설의 배경도 호주 시드니다. 나의 신혼여행지.이 소설을 읽으면서 잠시 당시의 시드니가 떠오르기도 했다. 허즈번드 시크릿우리말로 번역하면 남편의 비밀도대체 어떤 비밀일런지그리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급하게 책을 펼쳤다.

 

이 소설은 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먼저, 세실리아의 가족. 세실리아는 세 딸을 둔 평범한 워킹 맘이다. 남편은 존 폴. 그들은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큰 딸 에스터가 요즘 베를린 장벽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세실리아 자신이 젊었을 때 베를린 여행을 갔다가 가지고 온 벽돌을 찾으러 다락방에 갔다가 우연히 남편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봉투에는 반드시 자신이 죽은 다음에 열어보라는 문구가 써 있었고, 그 문구로 인해 세실리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편지만 가득 찼다. 남편 존 폴은 미국 시카고로 출장 가 있었다. 그 편지를 열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던 세실리아는 남편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열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전화를 안부 전화를 걸어와서 그 편지 이야기를 했더니 긴 침묵.... 그리고 당황한 목소리로 존 폴은 아주 오래 전에 쓴 것이라면서, 제발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세실리아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그렇게 치졸한 사람은 아니라면서하지만, 궁금증은 더욱 커졌고,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 존 폴은 자신을 만나기 전에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세 딸에게 가장 좋은 아빠이자 모범적인 남편이기도 했다. 그런 남편이 죽은 다음에 열어보라고 편지를 썼다? , 궁금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세실리아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그 편지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서 그 편지의 내용이 나오는 부분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소설을 읽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두번째 가족은 테스의 가족. 남편 윌과 여섯 살 아들 리엄과 같이 멜버른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테스의 사촌이자 절친인 펠리시티와 함께 광고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윌과 펠리시티가 폭탄선언을 했다. 윌과 펠리시티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함께그게 무슨 문제인가? 그들은 이미 사랑하고 있다는데테스는 강한 배신감에 충격을 받고그 자리에서 짐을 꾸려서 리엄과 함께 엄마가 있는 시드니로 날아가 버렸다.

세번째 가족은 레이첼의 가족. 그녀의 나이는 68세로 남편과 사별하고 시드니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근처 학교에서 가끔 비서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 그에게는 롭이라는 아들과 아들보다 잘 나가는 며느리 로렌, 그리고 두살배기 손자 제이콥이 있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레이첼에게 손자 제이콥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리고 레이첼은 좋은 시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며느리에게 간섭하지 않고, 잔소리도 안했다. 그런데, 로렌이 일하는 은행에서 로렌의 능력을 인정하여 뉴욕 발령을 하게 되었고, 식구 모두가 뉴욕으로 가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손자 제이콥도 함께레이첼의 유일한 낙이었던 제이콥을 못보다니레이첼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며느리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레이첼에게는 롭 말고 한 명의 아이가 더 있었다. 롭의 누나였던 자니자니는 열여덟 살 때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미 수십년 전 일이지만, 자니가 죽은 이후 레이첼은 평생 마음의 짐을 얹고 살아갔다. 행복할 수도 없었다. 레이첼에게는 자니를 죽인 범인으로 의심하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그 사람은 자니의 마지막 남자친구로 코비 휘트비라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연히도 레이첼이 일하는 학교에서 체육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 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한테도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런 코비를 레이첼은 학교에서 날마다 봐야 하니, 늘 어색해했고, 보면 볼수록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점점 들었다.

 

테스는 리엄과 밤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했다. 테스의 엄마 루시는 발목이 부러져서 병환 중이다. 테스는 다친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서 왔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금방 눈치를 챘다. 그것도 윌과 펠리시티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테스는 다음날 리엄을 학교에 전학시키려고 갔다가 레이첼과도 만나고 체육 선생님 코비 휘트비를 만났다. 십 여 년 전 테스가 열아홉살 때 코비와 사귄 적이 있었다. 테스가 엄마 집에 있는데 윌과 필리시티로부터 연이어 전화가 와서 테스의 화만 더욱 부추겼다. 테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펠리시티의 엄마 아빠, 즉 테스의 이모와 이모부가 와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테스는 여전히 화는 풀리지 않았다. 테스는 야밤에 기분 전환하려고 드라이브나 하겠다고 나섰다가 주유소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코비를 다시 만났다. 코비는 가볍게 차나 한잔 마시자는 제의를 했고, 테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한편 레이첼은 방에서 혼자서 옛날 비디오를 보다가 지금까지 못 본, 자니가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영상에서 자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코비가 화를 내는 장면을 보았다. 레이첼은 흥분했다. 이 정도 장면이면 코비가 범인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레이첼 눈으로만 그렇게 보였다. 옛날부터 자니의 사고를 담당했던 경찰 로드니를 불렀는데로드니는 다시한번 코비는 범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했고, 하지만 레이첼이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비디오 테이프는 분석팀에 넘기겠다고 했다.

또 한편, 세실리아는 하루종일 남편의 편지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그 동안의 남편의 행동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면서, 남편과 사랑을 나눈 지도 오래되었다는 것에 생각이 닿자,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고 단정을 했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 편지를 봐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집에 오자 일정보다 며칠이나 일찍 집에 도착한 남편 존 폴을 볼 수 있었다. 편지 개봉은 잠시 뒤로 미루어야 했다. 그날밤 남편 존 폴과 세실리아는 간만에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잠에 빠져 있는데, 존 폴이 다락방에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를 듣고 깼다. 그것도 폐쇄공포증으로 다락방에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존 폴이었는데세실리아는 당장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편지를 한 치 망설임 없이 뜯어 보았다.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던 것이다. 도대체 그 편지가 뭐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 편지는 충격적인,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첫딸 에스터가 태어났을 때 쓴 편지존 폴 자신이 열여덟 살 때 자니를 죽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충격적이고 우발적인 사고였다면서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다락방에서 내려온 존 폴은 편지를 들고 있는 세실리아를 보았다. 그러면서 용서를 빌었다. 당시 자수하려고 했지만,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일로 열여덟 살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폐쇄공포증도 그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벌을 받으면서 생활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 편지를 읽고 난 이후 세실리아는 심한 갈등을 했다. 편지를 읽기 전에는 궁금증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 심한 갈등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차 있다. 남편 존 폴은 살인자이다. 당연히 그로 하여금 지금이라도 자수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세 딸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에게도 좋은 남편이었다. 세실리아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구토도 하고,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 특히 자니의 엄마인 레이첼 부인 앞에서는 더욱 심한 증세를 보였다. 레이첼로부터 새로운 증거인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였고, 그것을 경찰에게 건네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만 실신까지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레이첼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고, 그들은 자수를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정은 하지 못하고 계속 갈등을 하였다.

 

테스는 코비와 데이트를 했는데, 그만 너무 쉽게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옛날의 좋았던 감정이 되살아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남편 윌에게 대한 배신감에 대한 보복성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 사랑을 나눈 이후로 테스는 코비에게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분명 자신도 불륜을 한 것이지만,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자신도 윌의 탈선을 알게 된 지 3일만에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다음날 다시 코비와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 리엄이 아빠는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는 뜨끔하기도 했다. 그런데, 펠리시티가 시드니로 찾아왔다. 테스가 떠난 이후로 윌과 아무 일도 없이 관계를 정리했고자신은 이제 호주를 떠나 유럽으로 가겠다고 했다. 테스는 오히려 코비와 사랑을 그리워하고 펠리시티와 윌의 부정이 계속될 것을 내심 바랬다. 하지만 겉으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다. 꼬일 대로 꼬이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펠리시티가 가면서 곧 윌도 온다고 했다. 그제서야 코비와 데이트 약속이 생각이 나서, 테스는 코비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취소했다. 윌이 도착하자, 테스는 오히려 그의 부정을 부추기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테스 자신은 윌의 배신을 보복으로 불륜까지 저질렀는데, 윌은 펠리시티와 아무 일도 없이 끝냈다? 윌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완전히 입장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테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아들 리엄을 생각해서 윌과 헤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사랑은 없고, 관계만 유지된 생활을 하겠지?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테스가 코비에게 데이트를 취소하는 그 전화그 전화는 무지막지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데이트 취소에 대해서 코비는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차였다는 생각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레이첼이 운전중이었는데, 레이첼은 범인이 코비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코비가 차도를 걷고 있었다. 순간 사고사로 위장하여 그를 죽여서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레이첼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 목표는 코비하지만, 갑자기 차 앞에 세실리아의 셋째 딸 폴리가 나타났다. 세실리아의 셋째 딸 폴리는 코비 선생님을 보고 따라 온 것이었다. 폴리는 레이첼의 차에 치였다. 생명은 건졌지만, 오른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평생 불구자로 지내야 했다. 레이첼은 심한 죄책감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차도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위로했다. 심지어 폴리의 엄마 세실리아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레이첼은 자신에게 평상시에도 친절하게 대한 세실리아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하고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사실 자니를 죽인 범인인 코비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세실리아는 충격을 받았다. 자니를 죽인 것은 코비가 아니고 존 폴이였으니존 폴은 레이첼의 딸 자니를 죽이고, 레이첼은 존 폴의 딸 폴리를 불구자로 만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운명의 사슬로 묶여 있었다. 세실리아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러면서 존 폴도 자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레이첼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자상한 아빠인 존 폴이 자신의 딸 자니를 죽였다니레이첼은 갈등을 하지만, 결국 레이첼은 존 폴을 용서하기로 했다. 자신의 잘못도 있으니까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만약'이라는 가정과 우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이랬더니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왜 존 폴은 자니를 죽였을까? 존 폴은 자니를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니는 존 폴이 아닌 코비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에 우발적으로 열여덝살 젊은 혈기를 가진  존 폴은 자니의 목을 졸랐다. 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손을 떼었다. 금방 이성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그 몇 초의 목조름으로 자니는 죽고 말았다. 사실 그날 자니는 병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며칠 전 병원에서 마르판 증후군일지도 모른다면서 추가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었다. 마르판 증후군은 아주 사소한 충격으로도 호흡중단 등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자니는 그때 그날 병원예약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리고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존 폴은 그 일로 인해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았고, 그 일로 인해 자신의 딸은 불구가 된 것이다.

이 세상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우연들의 합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오늘도 아주 황당한 여러 가지 우연들로 인해 만들어진 스트레스를 어깨 가득 안고 왔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