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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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올해는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자꾸만 책을 읽고 난 지 한참이 지난 다음에 이야기를 해주게 되는구나. 오늘도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또 한참 밀릴 것 같아서, 한밤 중에 눈을 비비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알아주고, 그로 인해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을 할지도 모른다는 점 먼저 이해해주렴.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에 있었던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국회 필리버스터를 통해서란다. 다른 이들이 쓴 이 책의 리뷰를 보면, 대부분 필리버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단다. 아빠가 또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식상한 것이 되니 건너뛸께. 필리버스터에서 어떤 야당 국회의원이 이 책을 들고 나왔어. 그래서 아빠의 궁금증이 급증했단다. 테러방지법과 이 책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길래. 그래서 아빠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핫 핑크의 책표지는 명랑소설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 책이 테러방지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필리버스터에 소개된 이 책은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단다.

리틀 브라더? 책을 읽고 나니, 책 제목은 예전에 읽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를 본 따 지은 것이라는 것을 알겠더구나.

 

1.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17살 마커스 얄로우가 주인공이야. 마커스는 컴퓨터 천재라고 해야할까? 해킹도 좀 하고, 프로그램도 좀 짤 줄 알고하지만, 친구들과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기도 하지. 마커스는 친구들인 대릴, 졸루, 버네사와 함께 학교를 땡땡이 치고 새로 출시한 게임을 하다가 근처에서 폭파 사건을 목격하게 되었단다. 그것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베이교가 폭파한 것이었어. 테러가 일어난 것이지. 요즘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서, 소설 속 테러도 허구 만은 아닌 것 같더구나. 마커스와 친구들은 폭파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망가려는 난리통에 있을 수 밖에 없었어. 아비규환. 그 속에서 친구 대릴이 심한 부상을 입게 되었어.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군용차를 세웠어군인들, 우리의 세금으로 돈을 버는 군인들이 머커스와 친구들을 잡아갔단다.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테러 용의자라는 이유야. 그들과 가족들과 연락도 하지 못한 채 며칠 동안 감금을 당해야했어. 그들의 핸드폰에 있는 개인적인 정보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면 폭행을 당했어온갖 모욕적인 대우를 받고, 신문을 받으며 며칠을 보내야 풀려날 수 있었어. 풀려난 이후에도 계속 감시를 할 거라는 경고, 아니 협박과 함께

이 무차별한 감금. 이 말도 안되는 사건에 주인공과 친구들은 억울해했단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허구가 아니란다. 우리나라에서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비일비재했던 일이야. 아무도 모르게 잡혀가서 몇 개월 동안 온갖 고문을 받고 물려나는 일이 많았었어. 지은이는 어떻게 이런 설정을 했을까?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한 책을 읽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마커스는 친구들과 풀려났는데, 중상을 입었던 대릴은 없었어. 대릴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어디 있는지도 몰랐어. 이것이 국갸가 테러에 대한 자세였단다. 테러가 발생하면 용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감시하고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르는 자세.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봄에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란다.

아무튼, 테러가 발생한 이후, 국갸는 테러 범인을 잡는다고, 온갖 개인 정보를 무차별하게 캐갔어. 심지어 사람들의 행동 반경을 분석하여 일반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잡아갔단다. 마커스도 그런 분석으로 인해 잡혔다가 풀려나기도 했어. ‘허위 양성 반응의 역성’이란 말이 있대. 확률이 아주 낮은 것을 검출하기 위해 그보다 정확도가 높은 검출기로 검출하게 되면 100%에 가까운 부정확성을 보인다는 이론이야. 이 책에 나온 그 설명을 읽어보면 이해가 갈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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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에이즈라는 새로운 질병이 있다고 치자. 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백만 명 중 한 명이다누군가가 99퍼센트의 정확도를 보이는 슈퍼 에이즈 탐지기를 만들었다, 99페센트의 확률로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이야기다검사 대상이 감염되어 있으면 참, 건강하면 거짓을 내놓는다그걸로 1백만 영을 검사한다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1백만 명 중 1명이다하지만 그 검사에서는 100명 중 1명이 ‘허위 양성’ 반응을 보일 것이다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검사에서는 슈퍼 에이즈로 나오는 것이다99 퍼센트의 정확성’은 1 퍼센트의 오류를 의미한다. 1백만 명의 1퍼센트는 얼마인가? 1,000,000/100 = 10,000 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1백만 명 중 1명이다무작위로 1백만 명 중 1명이다무작위로 1백만 명을 검사하다 보면 진짜로 슈퍼 에이즈에 걸린 1명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검사는 1명이 아니라 10,000명을 슈퍼 에이즈 환자로 식별할 것이다. 99퍼센트의 정확성을 가진 검사는 다시 말해 99.99퍼센트의 부정확성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허위 양성 반응의 역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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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국갸는 이제 모든 국민들을 테러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고 무차별 감시와 인권 침해를 하였단다.

 

2.

마커스는 이런 국갸 폭력에 대항하기로 했어. 자신이 잘 하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말이야. 그런데, 마커스의 친구들도 그런 국갸의 위협에 조용히 지내겠다고 했어. 버네사. 그녀는 북한 출신이라서 더욱 이런 국갸의 강압적인 태도에 위축이 될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유색인이었던 졸루도 그만 하기로 했단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직 유색인에 대해서 차별이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 최근에도 미국 밀워키에서 흑인에 대한 경찰의 사살이 있어서 문제를 일으켰잖아. 마커스는 친구들의 선택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워했어. 그는 이제 웹상에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어. 그런데, 그는 자신이 조립한 노트북에서 도청장치를 발견했어. 이것은 자신의 집도 안전한 곳은 못된다는 생각했고, 국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어. 마커스는 엑스박스를 이용하여 무료 와이파이를 통헤 불법으로 엑스넷을 구성해서 사람들과 소통했단다. 그가 망을 구축한 엑스넷은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그는 엑스넷에서 마이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을 했어.

국갸와 샌프란시스코 정부는 감시망을 더욱 확대하려고 했어. 이를 위해 예산 확대를 요청했고, 국갸는 테러 범인을 잡는다는 이유로 승인해주었어. 우리나라에서도 테러방지법에 잡혀 있는 예산이 어떻게 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언론도 국갸 폭력에 동조했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우리나라 상황도 똑같은지 놀랬단다.

 

3.

마커스는 엑스넷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대항했어. 그러다가 대릴과 함께 갇혀 있다가 나온 사람한테 편지를 받았어. 그는 대릴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활동을 더욱 열심히 했고, 양심있는 기자를 통해서 국갸의 인권 탄압에 대해 폭로를 하게 되었단다. 어찌저찌하여 해피 엔딩으로 끝나긴 했는데, 그것은 소설이나 그렇지, 우리나라는 아직 소설 속에 살고 있는 거야. 문득, 설마 아빠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의 이런 글도 감시의 대상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겁이 조금 나는구나. 이 책의 후반부에 열일곱살 마커스는 절규하듯 이야기했단다. 자유에 투표를 하자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자유를 잃을 수도 없다고… 그의 절규를 보니, 이 소설이 계몽 소설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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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들을 투표로 뽑았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월급을 줍니다그러니 당연히 그들은 우리 편이어야 합니다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수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의 신뢰를 배신했습니다.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아직 시간이 많습니다밖으로 나가 ‘찍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포기한 이웃 사람 다섯 명을 찾아낸 시간은 충분합니다. 이웃들에게 말하세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다짐을 받으세요고문 기술자들과 조폭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만 바닥에 있는 무덤에 누워 있는 내 친구들을 비웃던 사람들에게서 우리 나라를 되찾자는 다짐을 받으세요그리고 자기 이웃들에게도 이야기하겠다고 다짐받으세요. 우리 대부분은 찍을 사람이 없어서 기권을 했습니다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우리는 자유를 선택해야 합니다. 부디 자유에 투표하세요. 제 이름은 마커스 얄로우입니다저는 이 국갸에게 고문당했습니다하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저는 열일곱살입니다. 저는 자유로운 국갸에서 자라고 싶습니다저는 자유로운 국갸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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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선거, 그 다음 선거.. 앞으로의 선거에서 쭉 선거를 잘해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운 국갸에서 감시당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구나.

"우리가 그들을 투표로 뽑았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월급을 줍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은 우리 편이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수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의 신뢰를 배신했습니다.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밖으로 나가 ‘찍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포기한 이웃 사람 다섯 명을 찾아낸 시간은 충분합니다. 이웃들에게 말하세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다짐을 받으세요. 고문 기술자들과 조폭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만 바닥에 있는 무덤에 누워 있는 내 친구들을 비웃던 사람들에게서 우리 나라를 되찾자는 다짐을 받으세요. 그리고 자기 이웃들에게도 이야기하겠다고 다짐받으세요. 우리 대부분은 찍을 사람이 없어서 기권을 했습니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자유를 선택해야 합니다. 부디 자유에 투표하세요. 제 이름은 마커스 얄로우입니다. 저는 이 국갸에게 고문당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열일곱살입니다. 저는 자유로운 국갸에서 자라고 싶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국갸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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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49호 - 2016년 7월~8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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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시대]

이번 149호의 부제는 "자본독재와 민주주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지배하는 두 가지 사상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언젠가부터 이 두 가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살기 어렵게 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어가려고 혈안이고, 부자들은 계속 더 자신의 부를 쌓는데만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그 권력자들과 부자들은 한통속이 되어 권력과 돈으로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추락하고, 자본주의도 더욱 추악지해고 있다. 이 두 가지가 이번 녹색평론의 부제다. 사실 이 두 가지 소재는 그간 녹색평론에서 다룬 주된 이야기들 중에 하나다. 그래서 이번 호에 실린 내용들이 낯설지 않다. 민주주의, 기본소득, 자본주의, 석유시대의 종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이는 자본주의도 이미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뱅크토크라시라는 새로운 체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은행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 돈이 권력이 되어버린 세상. 그 돈을 만들어내는 은행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돈을 나라에서 만드는 것 아니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돈은 은행에서 만들어낸다. 예전에 읽은 녹색평론을 찾아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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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여러분은 1991년 소비에트연방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가 죽은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2008년 이후로는 자본주의가 죽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체제 속에 있습니다. 이 체제를 나는 뱅크럽토크라시(bankruptocracy)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파산한 은행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체제입니다. 은행이 파산을 크게 할수록, 이 파산한 은행이 사회의 다른 부문-산업자본과 노동을 포함한-으로부터 경제적 가치들을 동원해 소모해버리는 능력은 더욱 커집니다. 6년 이상이나 우리는 사회의 생산적 부문에서 형성된 부와 경제적 가치를 금융 영역으로 이전시켜왔습니다. 그런데도 금융 영역은 여전히 지급 불능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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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득과 노동]

노동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일을 해야만 하는가? 그게 맞을까? 그것이 당연하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얻기 위해서는 일을 하고.. 당연한 줄 알았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거다. 인류는 아주 오랜 역사 동안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인간은 노동하지 않고, 그냥 자신 마음대로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다. 어떤 사람이 게으르다고 그에게 간섭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그들을 그냥 굶어 죽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세상은 게으르기 싫어도, 일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게으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청년실업자. 청년 실업. 그냥 게으르고 싶어서 게으른 사람도 굶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라인데, 나라 자신의 무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냥 두는 것은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수당을 주기로 했는데, 그것을 반대하고 있는 이들은 또 어떤 뇌를 가진 이들인가?

기본 소득. 얼마 전에 스위스에서는 기본 소득을 하냐마냐를 두고 국민투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스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게으른 사람에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소득에 대한 투표를 했다니, 결과에 떠나서 놀라운 시도이다. 비록 기본 소득에 대해 투표 반대표가 많기는 했지만, 정말 대단한 나라다. 아마 우리나라는 기본 소득이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거다.

 

[GMO]

우리나라 사람들도 먹거리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용 GMO 수입 1위 국가라니.. 왜 그럴까? 사람들이 GMO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해서가 아닐까? 나도 예전에 녹색평론에서 GMO에 관한 글을 읽기 전에는 GMO가 그렇게 나쁜 것인지 몰랐으니까 말이다. 그저 크게 만들고, 빨리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알게 된 진실은 GMO는 먹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농약에 내성을 갖제 조작한 곡식, 씨앗 장사를 독점하기 위해서 번식을 못하게 만든 곡식들… 이런 것들이 모두 늘어나는 불임과 관계 없다고 누가 이야기하겠는가. 이렇게 위함한 GMO.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GMO를 먹고 있다. GMO의 안전성을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많은 사람들이 GMO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랑스럽게 GMO를 수입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많이. 그리고 표시도 해두지 않는다. 그동안 얼마나 먹었을까? 최근에는 주식인 쌀도 GMO 쌀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왜 나라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모두 돈 때문인가? 예전에도 비슷한 글이 실렸는데, 다시한번 GMO에 각성을 하기 위해 이번 호에 나온 글 일부를 발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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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

GMO작물을 재배하면 안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GOM 반대’ 이런 형태로 운동을 해왔습니다만 이 시작부터는 그렇게 해가지고는 안됩니다. 이 정부나 몬산토가 절대 중단하지 않습니다. 안정성 검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몬산토 장학생들입니다. 볼 것도 없이 ‘다 안전하다’ 이렇게 결정이 될 겁니다. 기반 확충을 다 해놓고 바로 심도록 돼 있는데 우리 국민들이 절대 용서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막아야 합니다. Non-GMO에 대한 법을 지금 식약처에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내가 농사지은 것이 GMO 아니다’ 이렇게 표시하면 (법에) 걸린다는 겁니다. 우리 국민들은 GMO를 안 먹기 때문에 농민들은 ‘이것은 GMO가 아닙니다.’하고 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위법이라는 겁니다. 이런 못된 짓을 하는 게 이 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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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한국에서 GM농산물에 대한 검역 및 검사 제도와 GMO 표시 제도는 있으나 마나 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전자조작 DNA 또는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은 식품은 표시를 안해도 된다는 것이 한국의 GOM표시제도이다. 이에 따라 간장, 식용유, 당류 등과 같은 식품은 표시를 안해도 된다. 그런데 한국이 수입하는 유전자조작 콩, 옥수수, 카놀라의 대부분이 식용유, 간장, 전분당 원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GMO표시제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허술한 제도 때문에 식용 유전자 조작작물 수입이 세계 1위이고 수많은 가공식품들이 이를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GMO 표시가 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한국이 이미 GM농산물의 주요 소비처가 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GM농산물 생산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 중심지는 농촌진흥청이 있는 전북혁신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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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세계적 거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부부는 몬산토 주식 20%를 소유하고 있다. 그가 아프리카를 돕겠다며 GMO곡식을 무상 원조하겠다고 나섰다가 짐바브웨가 거부하여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이 먹어서는 안될 GMO 따위는 안 받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러한 GOM작물을 한국정부에서는 상용화하겠다며 이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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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몇몇 공감가는 글을 발췌해 보았다. 내 생각을 대신하는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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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오늘날 기계화, 자동화가 이미 깊숙이 생산 현장 속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예전처럼 장시간 노동에 얽매여 있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자본과 국가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진지하게 숙고해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정규직 사원들의 비정규직화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아직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은 노동자들은 예전보다 더 긴 노동시간, 더 힘든 노동조건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37)

첫째, 누군가 게으르다고 사회가 그에게 간섭을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굶주려 죽게 해야 합니까? 만약에 그게 제 자식이라면, 저는 꾸짖고 야단을 치겠지만 집 밖으로 내쫓아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둘째, 이것이 더 중요합니다만, 어떤 일자리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는 원활한 노동시작의 작동을 위해서나 사회와 문명화를 위해서나 불가결하다는 점입니다. 그 권리, 즉 일자리를 거절할 수 있는 진정한 권리를 갖자면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왜냐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아무 일자리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41)

우리의 실수는 저 순간적인 번영을 신성한 것, 영속적인 것으로 생각해왔다는 점이다. 우리가 누리는 번영이 영구적으로 지속할 것이라는 확신은 지난 10~20년간 우리가 ‘대안적인 것’이나 ‘재생 가능한 것’을 미친듯이 찾아온 까닭을 설명해준다. 우리는 현재의 정치가들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게 하고 대중들이 평정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그 무엇을 끝없이 찾아왔다.

우리는 우리의 기도에 응답이 있을 것이며, 테크놀로지가 계속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유혹적인 세뇌작용에 길들어왔다. 우리 대다수는 무엇인가를 바라기만 하면 실현되는 ‘풍요의 경제학’을 신봉하면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게 실은 한정된 탄소연료에서 온다는 사실을 무시해왔다. 그리하여 우리가 돈만 들인다면 ‘대안’이 발견되어 우리의 생활양식을 유지시켜줄 것이라고 믿어왔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석유를 둘러싼 갈등과 싸움은 그게 그렇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세계 석유경제의 중심축은 사우디아라비아이다(‘사우디아메리카’라는 개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가는 여기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모래언덕과 높은 탑들로 이루어진 저 환상의 땅은 지금 세계 석유의 동맥이 끊어지면 선진 산업사회들이 죽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광신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63)

우리가 애써 노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진정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그를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조건들을 확보해야 하는지, 우리 자신이나 다른 나라의 경험은 무엇인지,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이런 질문들을 부단히 던지고 공부하며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에 대해 이분법 내지 흑백논리 식의 찬반 논란에 머물 일이 아니라, 서울시의 선구적 시도를 계기로 현재의 조건 속에서나마 경영참여의 폭을 넓혀나가면서도 현장 조직력과 교섭력을 기초로 연대성을 강화해 마친내 (자본독재라는) 두꺼운 벽을 허물겠다는, 보다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다. 열린 마음으로 모이고 배우고 나눠야 한다. 참자유(liberty)를 위해선 노동과 자본, 권력과 국가의 굴레에서 해방(liberation)되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제대로 된 변화는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110)

금주주의사회가 되면서 생명의 소중함이 잊혀졌다. 생명은 매뉴얼대로 되지 않는다. 생명은 각각이 특유한 삶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가지면서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환경은 다양한 생명들로 구성되어서 자신의 생명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환경을 문명의 힘으로 억눌러서 수탈해온 것이 물량물량이었던 것 아닐까.

 

(115)

혹독한 미애에 대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절망적인 미래이기 때문에 오히려 삶의 힘에 자신을 가지고 받아들일 수 있다. 물량문명의 파탄이 가깝다. 인류의 멸망도 가까울지 모른다. 중동의 참극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불신과 증오가 뒤덮고 정의의 가면을 쓴 힘들이 서로 싸우는 악순환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자신의 정의와 상대의 약함을 맹신한 채 힘이 충동하고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의 불행을 보아서일까. 북한의 김정은은 핵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불신을 선동해서 전쟁준비를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곤란한 상황이라며 인상만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힘에 의해서 나아가는 부조리를 다른 힘으로 멈출 수는 없다. 힘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길을 찾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활을 바구고 사치스러운 식생활의 물량문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에 의한 문명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생활의 문화를 찾아야 한다. 주어진 풍토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지혜를 소중히 해야 한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데는 기쁨도 있다. 그러한 삶의 방식을 택한다면 평온하고 조용한 행복이 약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참한 파국을 저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 파국을 막는 노력은 ‘정신의 개벽’으로부터 시작되고, 이를 위해서는 원한과 증오 그리고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해원상화’가 필요하다. 공감하고 협조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동원도리’를 기초로 하여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할 것이다.

(136)

우리사회가 20대 총선에서 희망과 절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는 볼 수 있는데, 전체적인 표심을 보면 적어도 “절망으로 가는 것은 안돼”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오만한 권력에 대해서 “그렇게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진보정당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사실상 진보정당은 대중에게 의미 있는 세력으로서 평가를 못 받은 거죠. 일반 대중이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가지고는 당신들을 미래의 대안 세력으로 볼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 거예요. 저는 이 점에 대해서 뼈저린 성찰을 기대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139)

거칠게 평가하자면 이번 선거는 보수당들의 승리로, 진보정당들이 그 존재가치를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했다고 정리하는 것이 맞겠죠. 진보정당 국회의원들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게 유의미한 정도의 당선인가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비빌 언덕이 있으니 이것을 키워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저는 경계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1987년 민주화투쟁으로 만들어졌던 열기, 노동자 대중과 농민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민주노동당, 어떻게 보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관통하면서 만들어졌던 운동에 뿌리를 둔 민주노동당이 사실상 이번 선거를 통해 그 생명을 다했다고 평가하는 게 솔직한 것 아닐까요. 3당의 지위, 즉 캐스팅보트를 쥔 추게도 끼지 못하는, 매우 미약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과연 이러한 상태로 계속 갈 때 진보정당이 위력적인 세력으로서 존재를 드러내게 될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 자신들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겨우 숨만 쉬면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이번 선거로 고공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내려왔습니까?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가 달라졌나요?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에 대한 해법이 보입니까? 공권력에 의해 노동자들이 짓밟히고 있는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공권력의 창끝은 종전에 마찬가지로 가혹하게 노동자와 민중들을 향하고 있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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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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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공감필법 공부의 시대
유시민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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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 유시민의 신간이 또 나왔네? 알라딘 서점에서 제공하는 문자서비스를 보고 든 생각이다. 페이지도 백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가벼운 책이다. 디자인도 좋았다. 바로 구매를 하고 읽었다. 유시민 팬이니까. 이 책은 원래 단행본으로 기획한 책은 아니라고 한다. 출판사 창비 50주년 기념으로 여러 사람들이 강연을 했었고, 그 강연을 한 권의 책으로 엮으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획이 바뀌어 한 사람 당 한 권으로 책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유시민은 솔직하다. 머리말을 통해 공저로 책이 나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하지 않았는데, 따로따로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난처했다고 소견을 이야기했다. 강연을 그대로 책으로 내기에는 강연 내용도 그동안 다른 책을 통해 한 이야기고, 분량도 적어서 한 권으로 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원고를 대폭 수정을 해서 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일부 내용은 그 동안 자신이 썼던 책들의 내용과 중복되는 점에 양해를 구했다. 난 상관없다. 그의 가르침은 여러 번 들어도 좋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책 디자인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히 했다.

               

 [책읽기]

이 책은 유시민이 작년부터 해 온 글쓰기에 관한 글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유시민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책은 어떤 영향을 줄까? 분명 책은 읽는 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커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의 생각과 철학이 바뀌었다. 그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 변화에 유시민도 큰 역할을 했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그런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권력자가 제 입에 맞는 역사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바로 책의 그런 특징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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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책 속에 심어놓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인간과 나 자신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한 면이고, 그렇게 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로 옮기는 글쓰기는 공부의 다른 면입니다. 세상을 대하고 나를 대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을 정할 때,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활용해요. 그래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바뀌며,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정치권력자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런 점을 알고 하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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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쓴 책들은 거의 대부분 다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의 책 중에 최고로 뽑는 책이 <거꾸로 읽은 세계사>이다. 하지만, 나는 <청춘의 독서>를 손뽑는다. 유시민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 추천해주는 책들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그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딸에게 추천해주려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읽은 책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와는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것이 신기해서 어렸을 때 읽은 책들 중에 감명깊게 읽은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쓴 책이 바로 <청춘의 독서>라는 책이라고 한다. 그렇게 책을 해석하는 자세가 달라지면 또 우리 삶도 달라지게 된다. 나도 예전에 읽다가 중도 포기한 책들을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시민이 <청춘의 독서>  2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그의 아들이 대학교 입학할 때 즈음 쓰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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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저 같은 먹물은 그럴 때 책을 폅니다. 지금까지 내가 텍스트를 읽으면서 얻은 지식과 정보와 감정을 활용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해왔는데 뭔가 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어려서 읽었을 때하고는 무척 다르더군요. 신기했어요. 그래서 쓰게 된 책이 <청춘의 독서>(2009)입니다. 그 책을 쓰면서, 내가 달라지면 같은 텍스트도 다르게 해석하게 되고, 텍스트를 다르게 해석하면 그 해석을 토대로 한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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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응답]

이 책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강연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래서, 강연때 나온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면 책 뒷편에 실어 놓았다. 그 중에 우문에 대처하는 현문들 몇몇 발췌해 보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새겨 들어야 할 말들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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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자식 기르는 부모로서 제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왜 있느냐?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주려고 자식이 있는 거랍니다. 공부를 잘 하든 그렇지 않든 다 그렇다는군요. 고마운 분들이지요!

(130)

책에서 위로받고 싶다면 위로받을 준비를 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스스로 책에서 위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된 사람만 위로받을 수 있어요.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제가 직업 정치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부사>가 눈에 들어온 거죠. 정치에 계속 미련이 있고, 낙선한 게 분하고, 다음에는 꼭 당선되고야 말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면 그 문장이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사람은 <어부사>가 아니라 <손자병법>을 읽어야 합니다. 다음에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겠다,그런 희망을 찾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죠. 결국 책 속에서 위로를 발견하는 건 책을 읽은 사람 자신이에요.

(131)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 자주 위로받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함부로 남을 위로하려고 하지도 마시고요. 삶은 원래 고독한 것이고, 외로움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견딜 만큼 견뎌보고, 도저히 혼자서 못 견뎌낼 때 위로를 구하는 게 좋은데, 요즘은 다들 위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런 게 좀 못마땅합니다. 청년단체 같은 데서 강연 요청하면 꼭 ‘힘들게 사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거든요. 그러면 저는 ‘죄송합니다. 강연 못 합니다. 그래요.남에게 위로를 구하기보다는 책과 더불어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을 기르는 쪽이 낫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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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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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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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문화식민지]

2권의 시작은 우리나라 교육의 또하나의 문제점, 영어 광풍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 올인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외국인 강사를 통해 조정래 선생님은 비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쓰는 직업을 갖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 물론 영어를 할 줄 알면 좋겠지. 하지만, 자신의 언어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나라가 나서서 그러니, 좀 창피하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로 인정받고 있는 고유의 언어가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그런 영어 광풍의 발맞춰 원어민 강사들이 한몫하려고 우리나라에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어떨 때는 검증이 되지 않은 이들로 하여금 문제를 일으키도 하고… 이 소설에서도 두 원어민 강사들이 그 현상에 대해서 주고 받는 부분이 있었다그러면서, 그들은 우리나라를 자발적 문화 식민지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그들 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미군 부대의 범죄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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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말 고등학교 때 배웠지? , 언어는 인간의 영혼을 경작한다는 말도. 지금 한국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우리 미국의 문화식민지가 되려 하고 있어. 우린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벌써 그 현상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그 많은 아파트들의 이름이 거의 다 영어고, 그 많은 상점들의 간판도 날마다 영어가 늘어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브랜드도 거의 다 영어고, 심지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름이나 한글 신문들의 지면 타이틀까지도 영어투성이야. 이런 식으로 한 20년쯤 가면 한국은 어떻게 되겠어? 자기네 글 천대하고 우리 영어 떠받드는 문화식민지로 변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너와 나 같은 사람은 위대한 공헌자가 되는 거고.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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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나도 여전히 시간이 생기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회사 일에 있어 아주 간혹 영어를 사용할 경우가 있는데, 그때를 위해서다. 우리집 아이들도 이왕이면 영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자발적 문화식민지의 피지배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대안은 있는가?]

창피할 정도로 많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낱낱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과연 그에 대안은 어떤 것을 내놓을까 사뭇 궁금했다. 그 대안에 앞서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는 에피소드를 포함시켰다. 교육이란 그저 지식의 전달이 목적이 아니다. 그것도 첫 번째 목적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첫 번째 목적이다. 하지만, 이미 학교에서의 교육은 이런 목적은 상실한 것 같다. 그것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려고 공부만 강조하는 가정에서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럼, 과연 대안은 있는가? 지은이 조정래 선생님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있긴 한데 많지 않은 것… 그것은 바로 대안학교와 혁신학교였다.

이 책의 등장하는 학생 중에 1권에서 이야기했던 유지원이라는 학생도 대안학교로 전학을 가서 진정한 교육을 받는다는 내용이 나왔다. 자살을 기도하려던 학생이 180도 달라져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학생이 되었다. 대안학교에 간다고 모든 학생들이 모두 그 학생처럼 되지 않겠지만, 일반 학교와 달리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대안학교라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달리 실용적인 교육을 가르치고, 앞서 이야기한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대안학교는 등록금이 비싸서 일반 서민들이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도 터무니없이 부족해서 가고 싶다고 모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

그러면 또 다른 대안은 있는가? 조정래 선생님은 혁신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혁신학교는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를 내세우며, 세운 학교들이다. 이 혁신학교에 대한 정치권의 자세는 극과 극을 나타내고 있다. 진보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보수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혁신학교를 줄이려고 한다. 보수로 치우친 언론들은 혁신학교를 헐뜯기 바쁘고… 나도 그런 언론을 접하면서,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혁신학교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혁신학교를 다니다가 일반학교로 옮기면 적응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효과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것을 학부모님들도 알고 있어서 직선제로 뽑는 교육감 선거에서 그 전보다 더 많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을 뽑았다고 한다.

그럼 혁신학교는 왜 좋은가? 일반 학교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보다 쉽게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의 정신으로 말이다. 혁신학교에 좀더 적극적인 선생님이 있으면 더 많이 바꿀 수 있는 것 같았다. 이 소설에서 혁신학교를 이야기하면서, 그 동안의 학교의 여러 문제점들을 고쳐 나간 사례를 들어 주었다. 이런 것들만 없어져도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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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이 맨 처음 버리기로 한 것이 체벌이었다. (중략) 두 번째로 버리기로 한 것이 학생들이 가장 지긋지긋해하는 ‘교문 지도’라는 강압적 단속이었다. 이거야말로 식민지 백성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단속했던 일제의 잔재였다. (중략) 세 번째 버리기로 한 것이 생활지도부에서 선생들이 직접 나섰던 규율 위반 단속이었고, 이것은 학생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중략) 네 번째 버리기로 한 것이 반장, 부반장, 부장 등 학급 간부제였다. 그건 학급의 평화를 깨는 권력화였고, 동급생끼리의 인간 차별을 조장하는 병폐였다. (중략) 다섯 번째 버린 것이 모든 시상제였다. (중략) 여섯째 선생들이 전면적으로 작위적인 근엄한 얼굴을 버리고 언제나 모든 학생을 웃음으로 대하기로 했다. 일곱째 최소한 자기 반 아이들의 이름을 완전히 외워 성을 빼고 이름만 다정하게 부르기로 했다. 여덟째 학생들에게 무조건 명령하거나 시키는 일을 하지 말고,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나무라거나 책임 추궁 같은 것을 하지 말고, “괜찮아”, “실수는 경험이야”, “담에 안 그러면 돼” 하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과거의 인위적 권위와 조작적 위신을 버리고 사랑과 인내로 자기를 낮추며 학생과 더불어 학교생활을 가꾸어 가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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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혁신학교의 수를 적극적으로 늘여야 맞을 것 같은데, 나라의 현실은 사드 배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안타깝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보수 쪽에서는 여전히 혁신학교에 대한 비난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그러면서 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숫자가 늘어나면 모든 혁신학교도 우리가 바라는 교육기관이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병든 일반 학교들보다 나을 확률은 높지 않을까? 그래서 혁신학교의 숫자는 더욱 늘렸으면 좋겠다. 경쟁을 부축이고 돈 많은 집안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나 갈 수 있는 자사고를 줄이고 말이다. 그리고 사드 같은 것, 4대강 같은 것에 들어갈 돈으로 혁신학교를 짓는 것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훨씬 좋은 일이지 않을까?

 

[일제의 잔재]

일제 강점기 36. 해방 이후 70.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일제의 잔재들이 남아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도 일제의 잔재들이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교육제도에도 그런 일제의 잔재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청산할 생각들은 하지 않고 있다. 해방 후 바로 일제 청산을 했어야 하는데, 친일파들이 다시 득세하면서, 일제의 잔재도 그대로 남아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에서 일제 잔재의 교육 제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는데, 이렇게 많은 것들이 일제 잔재인지 깜짝 놀랐다. 확 바꾸기는 어려워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들은 바꾸는 게 옳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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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들 중에서 일본 하나만 빼고 그 어떤 나라가 이름표를 달게 합니까. 이제 우리는 우리 교육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일제 잔재를 제거하고 청산하는 차원에서도 이름표 달기를 폐지해야 합니다. 일제 잔재를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계에서 해방 70년 세월이 흐르도록 이렇게 무신경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민족적 수치이고, 교육적 자해 행위입니다. 우리 교육계에는 일제 잔재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름표를 붙이는 것과 함께 성적표에 석차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것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고 있는 일제 잔재입니다. 달달 외우에 하는 주입식 암기 교육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는 일제 잔재입니다. 학생 지도로 체벌을 가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두발 길이를 제한하고 단속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교육을 꼭 입히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학제가 6-3-3-4인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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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 제도, 교육 시스템, 교육 환경.. 참 바꿀 게 많다. 그런데, 비단 교육 뿐이겠나?

 

 

[스마트폰 중독은?]

회사 선배와 이야기하다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선배의 아이는 중학생으로써, 이 책에 나온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였다. 그 선배한테 물어봤다.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이 실제냐고? 약간 과장된 측면이 있고,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현실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선배도 늘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독에 가까운 스마트폰 사용이 걱정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적게 다룬 것 같다. 요즘 가장 문제 중에 하나인데 말이다. 그 회사 선배의 가장 큰 고민이 아이가 스마트폰 및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그 선배만의 고민이 아닌 것 같다. 그 나이 또래의 학생을 둔 부모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우리집 아이들도 나중에 그렇게 게임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할까? 그냥 두기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의 유해성은 이것저것 많다는 것에 나도 동감을 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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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3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로드™ 2020-12-26 0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조정래작가의 교육에 대한 비전이 무얼까 하는 생각으로 들여다 보는데요, 대안학교와 혁신학교가 있군요. 이 책이 나온시점이 박근혜정부하에 있었으니까 그런부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점도 있겠구요. 교육에 대한 문제는 단시간에 하나의 방향으로 진단되거나 확 바뀔수 있는게 아니기도 해서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bookholic 2020-12-26 23:39   좋아요 0 | URL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교육 정책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재질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이면 좋을 텐데... 어려우니, 여전히 이 모양이겠죠?
즐거운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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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위한 소설]

내가 좋아하는 조정래 선생님의 신작 소설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예약 주문까지 걸어놓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책의 내용도 너무 좋았다. 내가 늘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쟁만 내세우는 우리나라 교육에 관한 이야기. 우리집 아이들도 곧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그 세계로 빠져들게 될 텐데, 아빠로써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을 가지고 있다. 우리집 아이들이 그 힘든 경쟁 세계에 들어가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로 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같이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이런 교육 시스템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고 말이다. 정말 고민이 많다. 조정래 선생님도 손자가 그런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손자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 온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더욱 악화일로로 가는 교육 현실을 보고, 그냥 있으면 안되었겠다고 생각하시고. 직접 취재를 하고 나서 소설을 쓴 것이 바로 <풀꽃도 꽃이다>라는 소설이다. 조정래 선생님의 글은 늘 그렇지만, 참 읽기 편하게 잘 쓰신다. 이번 소설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소설을 통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도 대략적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다시 한번 시대를 이야기하는 산소 같은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신 것 같다.

 

[강교민]

지은이 머릿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 강교민은 이 소설의 주제를 줄인 말이라고 하시면서 맞춰보라고 하셨다. 소설을 읽다 보니 이름 '교민' '교육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립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강교민. 그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소설은 어떤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현실을 그대로 소설로 갖다 놓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주인공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등장인물들이 나왔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이해하면 되는 거다. 강교민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부추기는 것이 성적향상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놓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래서 강교민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장선생님에게 가서 따진다.

일제고사. 지난 MB정권 때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실시한 일제고사. 일제의 잔재라는 것은 둘째 치고도,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후유증만 남기고 사라지긴 했지만, 그 여파로 몇몇 학교에서는 성적표를 벽에 붙이는 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 조정래는 일제고사를 비판하면서, 지난 MB 정권에 대해 전반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쇠고기 수입 정책,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 4대강 사업 등등... 특히 그의 교육 정책의 자사고 확충과 일제고사 부활인데, 이것은 자살을 급증하게 했다고 한다. 칼만 안 들었지, 살인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사고의 경우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뽑는다고는 하는데, 등록금이 엄청 비싸서, 돈 많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가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교육에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새로운 신분제의 탄생이라고나 할까.

MB가 즐겨 사용하던 말 중에 나라의 격이라는 뜻으로 쓴 '국격'이라는 말.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한다. 국어 사전에 없다는 것은 그나마 낫지. 그 말이 일본어라고 한다. 참나.. 앞으로 절대로 '국격'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테다.

 

[엄마의 극성]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엄마의 극성으로 판단하신 것 같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중고등학생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고민거리를 누구와 이야기하겠냐고? 그 순위에서 엄마는 저 밑에 순위를 차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의 대학에 대한 욕심이 아이들을 자꾸 벼랑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다 못해 엄마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도 발생하고… 지은이는 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것을 고발하였다.

어느날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는 친구 유현우가 강교민을 찾아왔다자기 아들 상담 좀 해달라고... 아들이 중3인데, 이번에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직전에 알게 되어, 지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집에 가 있다고그 원인은 엄마와 극성 때문이라고그러면서 아들 지원이가 이 쓴 유서를 건네주었다. 무척 두툼했다. 그만큼 지원의 마음은 무거웠고, 많은 생각이 있었고, 준비를 오랫동안 한 것이다. 강교민은 지원의 글을 봤다. 내용은 둘째치고 중3 답지 않은 명문이었다. 지원은 극성인 엄마를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괴물을 피할 수 없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갈등을 한 것은 그 자신이 그래도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강교민은 지원을 만났다. 처음에는 지원이가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강교민은 언제나 학생 편에 서는 선생님답게 지원이가 마음과 입을 열게 만들었다. 지원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데, 엄마는 서울대 법대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지원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은 서울대 법대를 갈 실력이 없는 B급 학생이라고 자신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지원이가 현시점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엄마를 떠나서 대안학교에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라는 사항이었다.

강교민은 지원의 엄마 김희경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흘리는 김희경. 강교민은 자신의 집안의 예를 들면서, 지원의 엄마와 지원의 아빠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주었다. 앞서 지원의 아빠 유현우가 찾아왔을 때 바쁜 아빠가 아이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나도 꼭 명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두어 달 너무 바빠서 밤 늦게 들어오기가 일쑤였던 나의 대처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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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일찍 아들을 데리고 공중목욕탕에 가는 거야. 발가벗은 몸으로 탕 안에서 물장난도 치고, 아이를 끌어안고, 얼굴도 맞부비고 하는 거야. 그보다 더 좋은 스킨십, 깊고 뜨거운 정 나누기가 어디 있겠는가. 거리를 두고 사랑한다는 말 백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지. 그리고 아빠의 등을 밀게 하고, 아들의 등을 밀어주고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거야. 우리 아들이 쑥쑥 잘 크네. 아빠는 매일 너랑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회사 일이 바빠서 그렇게 못하는 것 알지? 아빠가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우리 아들이 잘 이해할 수 있지? 그런 말 한마디로 아이는 아빠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의 불만이나 서운함도 싹 씻겨나가는 거야. 그리고 떡뽁이 내기 배드민턴도 치고, 아이스크림 내기 축구도 하고, 피자 내기 농구도 하는 거야. 서로 몸 부딪치고, 땀 흘리고 하면서 아빠와 아들의 정이 얼마나 깊어지고 두터워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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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김혜경은 강교민이 건네준 에크하르트 톨레의 글을 보고 느낀 바가 컸을 것이다. 그리고 지원이가 원하는 대로 대안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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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식이 있다면 최선의 능력을 다해 돕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일이다. 존재할 공간을.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 에크하르트 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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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김희경의 고딩 때 친구 최미혜도 고민이 있었다. 3 짜리 외동딸 신예린. 최미혜의 문제점은 딸을 못 믿는다는 거다. 신예린은 엄마가 짜 놓은 시간표대로 학교, 학원, 집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도 딸이 화장을 하는지 의심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걱정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의심하고… 그 또한 일류대를 꿈꾸고… 하지만, 엄마의 바램과 달리 예린은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예린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앙드레 김이었다. 앙드레 김의 삶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앙드레 김은 대학을 나오지 않고 고등학교의 학력으로 그렇게 성공했다면서, 엄마를 설득하지만 엄마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와 학원 가는 길을 엄마가 차를 데려다 준다고 했다. 공부할 시간을 아끼고, 편하게 해주겠다는 이유로하지만 그것은 예린에게는 24시간 자신을 감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심하게 반발했다. 예린에게는 사업을 해서 성공한 아빠가 있었는데, 아빠가 예린의 든든한 빽이 되었다. 예린은 아빠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모든 게 너무 쉽게 해결이 되었다. 엄마도 어쩔 수 없어 했다. 예린은 그 날로 학원도 끊고, 디자인 공부를 하기로 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는데, 그 이후 예린은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어쩌면 더 큰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지은이는 학교의 또하나의 문제점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지원의 친구 서주상도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일진들의 숙제도 대신 해주어야 하고, 폭행당하고, 모욕을 당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 유지원도 분했지만, 자신이 나설 용기가 없었다. 학교 밖에서 따로 만나서 서주상에게 그렇게 고생하지 말고 같이 대안학교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서주상은 자신의 처지를 오히려 자기수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주상은 부모의 꿈과 자신의 꿈이 일치한 아이였다. 의대. 주상이는 이렇게 힘든 생활도 견디는 것이 나중에 힘들게 공부하는 것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은 그들을 보호해줄 것은 별로 없다. 그것 때문에 또 가슴 아프다. 왕따의 원인은 참 다양했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왕따를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가 참 구차하다. 강교민의 반 학생 중에 배동기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가 가난하다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였다.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로 또 다른 하루가 시작하는 학생이다. 그는 같이 일하는 아저씨에게 싸움의 기술을 배워서 일진들에게 복수를 가했다. 그에게 당한 일진 친구들은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부모들은 소년원으로 보내라고 극성을 피웠는데, 강교민이 설득하여 겨우 막았다. 하지만 배동기의 퇴학만은 막지 못했다. 하지만, 배동기는 걱정하지 않았다. 소개로 알게 된 중국집에서 면 뽑는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혹시 너무 확대 해석해서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암울하였다. 저런 세상에 아이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휴… 좀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의 부모로써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2권에서는 희망을 볼 수 있을까? 하면서 1 권을 덮는다.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이 소설에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가 실려 있었다. 그 시에 감동을 받아서, 아빠 회사 사람들한테 그 시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시가 포함되어 있는 박노해 시인의 책도 구입했다. 자주 읽어보면서, 가슴에 깊이 새겨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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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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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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