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50호 - 2016년 9월~10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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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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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녹색평론 150호는 쿠바에 대한 이야기들이 서너 편 실려 있었단다. 책 표지그림도 쿠바독립영웅이자 저널리스트이자 철학자이자 시인인 호세 마르티라는 사람의 초상화였어. 많은 사람들이 쿠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단다. 그것은 이 세상이 미국 주류의 세상이고, 미국에 의해 세상에 움직이다 보니까 그런 거야.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쿠바는 미국의 몇 안 되는 적국으로 분류되니까 미국의 언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을 받는 나라들의 언론 등에서도 쿠바를 좋지 않게 보도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쿠바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나라가 아니란다. 그들은 국제 세계에서 미국의 통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해서, 그것도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내어 많은 백성들이 자신의 국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단다.

아빠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야. 녹색평론에서 가끔 쿠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까 알게 된 사실이지. 이번 녹색평론을 통해 오히려 지구의 통치자, 미국이라는 나라가 못된 나라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게 모두 정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단다. 미국 또한 우리나라만큼 불합리한 일들이 많은 나라더구나. 물론, 아래 나열된 것들 말고, 합리적이고 본받을 만한 것들도 많겠지만, 아래 내용들은 어찌 보면 국가가 지켜야 할 기본들을 지키지 못한 것 같단다.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말이야. 그런 미국을 따라 추종하려는 우리 나라는 어떨까? 노 코멘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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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의 중위 가계소득이 흑인의 중위 가계소득보다 13배가 많고, 1,600만 명이 넘는 아이들(미국 전체 아동의 22%, 흑인 아동의 38%)이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그것도 부적절하게 정해졌다고 악명 높은) 이하에서 살고 있는 나라. 공영 상수도시스템이 유독성 납으로 가득 차 있고, 인프라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으며, 오염이 만연돼 있는 나라. 학교는 재정도 부족한 데다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고, 시민적 담론은 절망적으로 열등한 수준이 되어 있는 나라. 인종적 격리와 빈곤과 실업이 인종적으로 집중(흑인 게토, 아메리카 토착인 보호구역, 라틴계 사람들의 빈민촌에)되어 있는 나라. 3명 중 1명의 흑인 남성은 중죄 전과로 평생을 낙인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나라. 정치가와 별로 공적이지도 않은공공정책이 상품처럼 사고팔리는 나라. 지금 보듯이, 대통령 선거라는 게 끊임없이 다수 민중을 소외시키면서이 나라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두 사람’(호전적인 강경파 힐러리 클린턴과 미디어 광대, 부동산 재벌이자 의사(擬似) 파시스트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경쟁이 돼 있는 나라. 대다수는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현재의 사태들과 기타 문제에 대해서 위험할 정도로 무지하거나 어리석은 편견에 갇혀 있는 나라. 폭력적인 죽음(타살, 자살을 포함해서)이 만연돼 있고, 살인 무기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나라. 정신적 질환이 증폭되고 있는 나라. 자연자원들이 규칙적으로 제거되고 파괴되는 나라.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가능케 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고, 상업화된 대중적 소회 현성과 영혼 없는 아노미 현상이 확산되는 나라. (알코올 및 마약) 중독과 비만이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는 나라. 경제적 불안정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빈곤 혹은 빈곤에 준하는 상태에서 살고 있는 나라. 식품은 밭에서부터 공장, 기업의 실험실, 운송 수단, 트랙터 트레일러, 창고, 식당, 식품가게를 거치는 동안 체계적으로 오염되고 불순한 물질들과 섞여버리는 나라. 농사는 범죄적이라 할 만큼 그릇된 방식으로, 지역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나라. 상수도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나라. 연방정부 재량의 지출비용의 절반 이상이 거대한 전쟁기계와제국을 위해서 사용되고, 그리하여 세계 전체 군사비의 반을 지출하는 나라. 텔레비전으로 대학 농구 시합의 마지막 3분을 보는 데도 10분에 걸쳐 쏟아지는 상업광고의 폭격을 받아야만 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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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국에서 곧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단다. 그런데 후보로 뽑힌 두 사람아빠는 잘 모르지만, 누가 되든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될 거라 하더구나. 미국에도 그렇게 인물이 없나 싶구나. 위의 글에서도 나와 있듯이 미국에서 가장 혐오하는 두 사람이 후보로 나왔다잖아. 이번 녹색평론 150호를 시작하는 글에서 미국의 선거 상황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현재 미국의 상황을 짧게 이야기해주는 듯 했단다. 그것은 정치가 민중을 위한 정치가 아니고, 1%를 위한 정치라는 것이야. 그것은 미국뿐만 아니고 우리나라도 피차일반이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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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지금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기묘하게 코믹한 선거 상황은 오늘날 정치라는 것이 다수 민중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외면해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치가 민중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다운 정치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것은 단지 기득권층 엘리트들끼리의 자리바꿈 유희를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여론조사의 추이가 이대로 간다면, 몇 달 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치다운 정치의 부재혹은 1%만을 위한 정치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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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쿠바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꾸나. 아빠가 예전에 녹색평론에 읽은 쿠바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가 쿠바 의료진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쿠바 의료진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단다. 그들은 미국의 제재 때문에 신식 의료 기기를 수입하지 못해서 최고급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역량 안에서 창조적인 치료 방법을 찾아낸다고 하는구나. 그들은 직업을 돈벌이가 아닌 의사 본연의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 그들의 목적은 오직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일이야. 그래서 세계 어려움을 겪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파견을 가서 도움을 준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의료를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때는 당연히 무료라고 해. 그래서 의료의 목적으로 쿠바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구나.

많은 사람들이 독재자라 부르지만, 쿠바에서는 영웅으로 불리는 피델 카스트로는 국제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진 빚을 인류에게 갚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대. 그래서 쿠바의 의사들이 그런 활동을 하게 된 것이고 세계의 모범이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들의 자신들의 가지고 있는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 주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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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쿠바의 의료 종사들은 의료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데 능숙하고, 무상으로 질 높은 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의료진은 대안을 찾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건 우리 본성이에요.”라고 메히코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고, (임무를) 완수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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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녹색평론 150호의 부제는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란다. 개헌. 헌법을 고치는 것을 말한단다. 그럼 지금의 헌법은 언제 적 헌법이냐고? 1987 6월 항쟁을 통해서 만들어진 헌법이란다. 그런데 왜 헌법을 바꿔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단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님이 개헌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반대 정당의 묻지마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지금까지 이어졌는데, 올 봄에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 이후, 다시 개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단다. 하지만, 대통령이 개런 반대에만은 초지일관하고 있어서 과연 될까? 싶었는데, 얼마전에 자신의 커다란 잘못을 덮으려고 개헌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하루도 못 넘기고 말도 안되는 큰 잘못이 들통나서 개헌이 오히려 덮어졌단다.

아무튼, 30년 전에 만들어진 헌법이 오늘날 상황을 과연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당연한 답변이란다. 그리고, 당시 헌법도 한 세대 사람들을 위한 헌법이지, 오늘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헌법인 거야. 그러니 당연히 바꿔야겠지. 그래서 미국의 3대 대통령인 제퍼슨이란 사람은 헌법은 19년마다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을 했대. 그리고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는 2~3년 만에 한번씩 헌법을 바꾸는 나라도 있다고 하는구나. 변화하는 세상에 발 빠르게 헌법도 맞춰 나가는 것이 상식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헌법을 고치기가 어려운 것일까? 아무래도 헌법이라는 것이 정치제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 정치제도라는 것이 거대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니? 그들이 언제 백성들 걱정하는 거 맞니? 자기들 밥그릇 챙기느라 정신 없지. 그들이 백 번 양보해서 개헌을 하기로 했다고 하자. 그럼, 이제 어떻게 개헌을 하는지가 중요하게 대두될 거야. 그때는 당연히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정치인들보다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이 되어야 제대로 된 헌법이 될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할 수 있는 방법도 미리미리 챙겨야겠지. 개헌은 산 넘어 산이 될 수 있고, 30년만의 개헌이라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어렵다고 그냥 나둘 수는 없는 일이란다. 그리고 앞으로 개헌을 좀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2.

이번 녹색평론에 아빠의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글이 한편 실려 있었단다. 그것은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비판의 글이었단다. 아빠를 비롯한 누구나 스마트폰과 자신의 아이들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우리 아이들이 훨씬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거야. 비교할 수가 없는 대상이지. 하지만, 행동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거지. 아이들과 놀면서,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는 거지. 아직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절실히 받고 싶은데, 스마트폰에게, 컴퓨터에게 자신이 밀린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야.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두고 그런 디지털 기기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정말 일리 있는 말이고, 아빠도 깊게 반성하게 만드는 글이었단다. 그래서 너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었단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만큼 아빠도 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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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터클은 자신이 인터뷰한 많은 10대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10대들은 자신들을 놀이터에 데려다 주면서도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부모에게서 성장한다. 부모들은 학교로 운전 중이거나 아이들과 디즈니 영화를 보는 중에도 계속 휴대폰에 열중하고, 10대들은 그런 부모들과 어린 시절을 보낸다. 주말에 교외에 나가서도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서둘러 돌아온다. 10대들은 아주 일찍부터 분열된 관심 속에서 디지털 기기들과 연결된다. 그들은 부모의 관심을 두고 이런 기기들과 경쟁해야만 하고, 자신들이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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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 또 다른 이야기는 샤드 배치 반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고, GMO에 대한 경고를 다시 한번 이야기를 했단다. 녹색평론에서 아무리 꾸준하게 이야기하고, 의식 있는 지식인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GMO의 위험성을 이야기하지만, 더욱 악화일로가 가고 있어, 이 믿지 못할 먹거리들을 어찌하면 좋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먹을 거리도 맘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어. 슬프구나.

오늘은 이만~

셰리 터클은 자신이 인터뷰한 많은 10대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10대들은 자신들을 놀이터에 데려다 주면서도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부모에게서 성장한다. 부모들은 학교로 운전 중이거나 아이들과 디즈니 영화를 보는 중에도 계속 휴대폰에 열중하고, 10대들은 그런 부모들과 어린 시절을 보낸다. 주말에 교외에 나가서도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서둘러 돌아온다. 10대들은 아주 일찍부터 분열된 관심 속에서 디지털 기기들과 연결된다. 그들은 부모의 관심을 두고 이런 기기들과 경쟁해야만 하고, 자신들이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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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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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사람 중에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지은이란다. 그의 직업은 21년차 스타 강사. 아빠가 그가 강의하는 것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몇 번 봤단다. 정말 말을 조리있게 잘 하더구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그의 강의를 듣다 보면 어느덧 시계바늘은 한참이 돌아가 있더구나. 물론 그 기억이 오래 가지 않지만, 듣는 그 순간은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았어. 그런 그가 조선왕조실록을 책으로 냈다고 하더구나. 

아빠도 역사서를 좋아해서 간추린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보기도 하고, 그리고 조선에 관한 여러 역사책들을 즐겨 읽은 편이라서, 조선의 역사에 대해 큰 흐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단다. 괜찮았어. 조선왕조실록 500년을 모두 이야기하기에는, 내용이 부족했지만, 역사서를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쓰기도 드물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스타 강사답게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것도 좋았고, 촌철살인 같은 네 글자로 27명의 모든 왕을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단다. 예를 들어, 태조는 개국군주, 세종은 애민군주, 세조는 독재군주 등으로 말이야. 그리고, 각각의 왕을 호랑이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태종은 진짜 호랑이, 연산군은 미친 호랑이, 광해군은 억울한 호랑이, 정조는 완벽한 호랑이 등으로… 그것들이 각각의 왕들이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었단다. 그리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정리해서 적어놓았단다. 아빠가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나 드라마도 포함되어 있었고,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도 있었단다.

아빠가 예전에 박영규가 쓴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어떤 생각이냐면, 일반 대중들이 읽을 수 있는, 한 권이 아닌 좀 더 자세히 1대 태조부터 27대 순종까지 순서대로 자세히 쓴 조선왕조실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야. 10권이나 그것보다 좀더 많은 분량으로 좀더 알차게 담은 책으로 말이야. 이번에 읽은 책도 그렇고, 예전에 읽은 책도 그렇고 500년을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좀 아쉬움이 가득 남는 기분이었단다. 몇 년 전인가 박기백이라는 분이 만화로 그린 “조선왕조실록”이 20권으로 출간하긴 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만화다 보니 그것도 아빠가 생각하는 그 정도의 분량을 채우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도 이 만화책도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단다. 아무튼, 결론을 이야기하면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그런 책읽기였단다.


1. 

너희들에게 조선왕조 오백 년 스물일곱 명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옛날이야기하듯이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조선의 역사를 꿰뚫고 있지도 못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능력도 못되고..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꼼꼼히 메모를 하면서 읽으려고 했어. 그리고 그 메모를 바탕으로 조선역사 500년을 아빠 나름대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려고 했지. 그런데, 그러질 못했단다. 조선시대 초기 몇몇 왕에 대해서만 메모를 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메모를 하지 못했단다. 조선 초기의 왕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안 하는 것만 못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메모 한 것이 아깝기도 하고, 조선 중기 이후의 이야기들은 아빠가 역사책을 좋아하니까, 다른 역사책을 읽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많을 거라 생각하고 아빠가 메모한 부분까지만 이야기해줄께.


2.

전주 이씨 이성계가 함경도에서 태어난 이유는 이성계의 고조할아버지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이성계의 고조 할아버지가 금지된 사랑, 관기와 사랑을 하고 나서 도망을 가게 된 곳에 함경도. 그곳에서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과 이성계가 태어났고, 둘은 모두 무관으로 두각을 나타냈대. 때는 고려 말. 공민왕의 개혁은 성공하는 듯 했으나, 노국공주가 죽고 난 이후 공민왕은 나라는 뒷전, 폐인이 되어버렸고, 고려라는 나라도 엉망이 되었단다. 공민왕이 죽은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졌고, 이성계는 명을 받아 명나라를 공격하려고 길을 나섰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해가 되지 않은 전쟁이었던 거지. 그래서 위화도에서 장마를 핑계로 머물고 있다가 다시 말머리를 돌려 개성으로 돌아와 최영이 이끌던 군대를 무찌르고 정권을 잡았단다. 얼마 전에 읽은 김탁환의 <혁명>에서 보았던 것처럼 개혁에 대해 정몽주와 정도전이 견해 차가 심했고, 이성계의 아들 셋째 아들 이방원이 독단으로 정몽주를 죽이면서 정몽주의 견해마저 같이 없애버렸단다. 그래서 결국 이성계는 조선을 세웠으나, 이미 그의 나이는 57세였어. 당시 57세면 이미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이였어. 그래서 왕세자를 세워야 하는데, 조선건국에 공이 크고 욕심도 많은 이방원을 세웠어야 분란이 없었을 텐데, 이성계는 자신이 사랑하는 둘째 부인의 아들이자, 이방원의 배다른 동생인 방석을 왕세자로 세웠단다. 이방원이 잔뜩 화가 나서 칼부림을 부렸고, 그의 동생들을 저 세상으로 보냈단다. 이성계는 그런 아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방원에 뜻에 따라 이방원의 형 이방과를 왕세자로 정했고, 이내 왕 자리를 이방과(정종)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왕의 자리에서 물러났단다. 2대 왕이 된 이방과도 이방원을 잘 알고 있어서, 방원 눈치만 2년 동안 보다가 이방원에게 왕을 물려주었단다. 그가 태종이야. 이방과는 왕을 이방원에게 물려주고 나서 19년이나 유유자적하며 살았다고 하니, 스트레스 받는 권력의 자리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방원에 대해 한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조선의 왕은 세습이 되는 것이라서 따로 과거 시험 같은 것을 볼 일이 없는데, 이방원은 조선이 되기 전 고려일 때 과거시험을 봐서 급제까지 했다고 하는구나. 조선시대 왕 중에 유일한 과거급제를 한 왕.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긴 했지만, 그리 정당한 왕자리라고는 볼 수 없었지. 조사의라는 사람이 난을 일으켰다가 실패했는데, 사실 이 조사의의 난은 왕에서 물러나 있던 이성계가 조정한 반란이었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자신의 소원이었던 왕이 된 이방원은 18년 동안 왕위에 있으면서, 6조 직계제를 통해 왕권을 강화하였고, 자신이 왕위에 오르게 된 결정적 도구였던 사병을 없애서 반란을 사전에 방지했어. 그리고 외척을 탄압했는데, 아들인 세종의 장인어른 심온까지 죽였단다. 이런 일련의 정책들이 모두 왕권강화를 위한 길이었는데, 그렇게 강화된 왕권 하에서 다음 왕인 세종이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단다.

이방원은 셋째 아들 이도가 왕이 되었으니, 세종이란다. 그는 완전 일벌레였고, 책과 고기만 엄청 좋아했다는구나. 그에 대한 업적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세종의 다음 왕인 문종은 세자 시절부터 이미 많은 업적을 냈다고 하는구나. 세종 때 신무기인 신기전도 사실 문종이 세자 시절에 만든 것이라고 해. 그는 준비된 왕으로 세종을 이을 성군의 재목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단다. 그래서 그를 이어 12살 어린 나이에 왕에 오른 단종이었어.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왕이 되고 싶어 병이 난 단종의 친삼촌 수양대군(세조)이 있었어. 황보인, 김종서 등 충신들이 단종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수양대군의 잔인함이 그렇게 클 것을 예상못했는지, 수양대군의 반란에 아무런 대비책없이 있다가 죽고 말았단다.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서 김종서, 황보인 등을 죽이고 권력을 빼앗았어. 그 이후 사육신과 생육신으로 부르는 충신들에 의해 단종복위운동이 이루어졌으나 모두 실패하고, 단종은 강원도 영월에 유배를 보내고, 결국 자살을 강요 받아 어린 나이에 죽었다고 하는구나. 궁궐 밖에서 태어났다고 하면 평범하고 행복한 삶으로 천수를 누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예종은 몸이 좋지 않아 금방 죽고 말았단다. 예종 이후 13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늘 이가 성종이란다. 나이가 어린 왕을 대신해서 왕의 할머니인 정희왕후, 어머니 인수대비, 작은 어머니 안순왕후 등이 수렴정치를 했어. 궁내에 대비가 많게 되자, 그들을 위해서 따로 궁을 세웠다고 하는데 너희들도 가 본 적이 있는 창경궁이라고 하는구나. 성종이란 왕은 여자 문제가 복잡했어. 그래서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나오는 왕이야. 성종은 첫번째 부인이 일찍 죽게 되자, 윤씨를 중전으로 세웠어. 신분이 낮았던 윤씨가 중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수대비가 좋게 보았기 때문이래. 윤씨도 인수대비에게 잘 대했나봐. 그런데 중전에 된 윤씨는 본색을 드러내며, 질투의 화신으로 변했어. 성종의 얼굴을 할퀴었다고 하는 소문도 있었고, 그녀의 침실에서 비상과 독도 발견이 되었대. 결국 3년 만에 중전 자리에서 쫓겨나 폐비가 되었고, 사약까지 받아 죽게 되었단다. 당시 그의 아들 연산군은 어린 여섯살이었어. 이렇게 여자 문제가 복잡했지만, 성종은 오랜 기간 왕위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업적도 냈다고 하는구나. 세조 때부터 시작한 경국대전을 완성하였대.

그리고 처음으로 사림파를 등용했대. 그들이 누구냐 하면… 고려말 급진사대부에 밀려난 온건사대부들이 있었는데, 급진사대부들이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조 건국시킬 때 그들은 지방으로 은신하여 제자를 키우고 지냈어. 그들이 사림파가 된 거야. 급진사대부들은 조선을 건국하는데 훈장을 만들 만한 공을 세웠다고 해서 훈구파로 불렀어. 훈구파들이 권력을 장악한 것이 조선초 정세였는데, 그런 훈구파들을 견제하기 위해 성종은 사림파를 등용하게 된 것이란다. 성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이는 연산군인데, 그는 2번의 사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나중에 엄마 폐비 윤씨의 진실을 알게 되고, 피의 복수를 하기도 했단다. 우리나라 왕 중에 최고의 폭군으로 알려져 있던 그는 결국 쿠데타를 통해 쫓겨나고 말았어. 

중종이 연산군이 물러난 왕위에 오르게 되었지. 중종을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올린 신하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서, 중종은 국정 운영에 자문을 구할 사람이 필요했어. 그때 나타난 이가 급진적인 개혁가였던 사림파 조광조였단다. 조광조는 중종을 성군을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했지만, 그것이 너무 급진적이고, 중종을 너무 지치게 했다고 하는구나. 성군이 되기에는 중종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할까? 반대파가 슬슬 꼬드겨서 조광조를 내쫓게 만들었어, 그리고 서둘러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리게 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중종 자신도 그저 그런 왕으로 남게 되었지.

….

아빠가 메모를 한 부분은 여기까지란다. 이후 임진왜란도 있었고, 조선 후기 아빠가 조선 왕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정조 이야기도 있고, 조선말 조선이 멸망해가는 그 순간들의 이야기도 이 책에 있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자꾸나.

그리고 너희들도 나중에 좀 더 크면 역사에 대해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아빠랑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서로 나누었으면 좋겠어. 뭐, 그렇지 않아도 되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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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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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아빠는 그에 관한 책이 출간되면 참질 못한단다. 읽어보면 이미 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글들인데도 또 읽다 보면 그분이 떠올라 좋단다, 요즘 같은 시절은 더 그런 것 같구나. 가끔 그가 살아계시다면 이 시대를 어떻게 이야기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단다. 살아 계셨으면 올해 칠순인데, 요즘 칠순이면 아직 왕성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아쉬움과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게 된단다. 

지은이 윤태영. 참여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그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운가 보구나. 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썼단다. 이 책의 지은이 윤태영은 노무현 대통령의 첫번째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때 집필 작업에 참여한 인연으로 맺어 나중에 청와대 대변인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이번에는 말하기에 관한 책이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한테 말만 잘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단다. 그건 단지 열등감 때문에 내뱉는 말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씀도 잘하는 대통령이었어.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대. 그런 노력에다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셔서 그런 것인지, 말을 논리적이면서 재미있게 말씀을 잘 하신단다. 귀에 쏙쏙 들어오고, 끊이지 않은 유머 또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란다.

말하기.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집중도 잘되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듣게 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이가 말하는 것은 집중하지 않으면 듣기 어려운, 그래서 듣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말 속에 칼을 품은 이들도 있다. 사람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도 모두 느낌이 다르단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처럼 말은 한 사람의 사상의 표현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마다 사상이 전부 다르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말은 한 사람이 지닌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꾸준히 공부하는 대통령이었단다. 그렇게 꾸준한 공부가 그를 말도 잘하는 대통령, 글도 잘 쓰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단다.  

 

1. 

최근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이 유행을 하고 있어. 그런데 지은이는 말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을 쓴 것이란다. 어쩌면 이 책을 계기로 말하기에 관한 책들이 유행할 지도 모르겠구나. 사람들은 누구나 말 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단다.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단다. 글쓰기는 수정이 가능하지만, 말하기는 잘못 뱉어낸 말은 걷어들이기가 어렵단다. 그래서 한 번 실수를 하면 그것을 수습하는 데는 엄청 고생을 하게 된단다. 아빠도 간혹 말실수를 하고 집에 와서 잠 못 드는 경우도 있단다. 그래서 아예 말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침묵이 낫다는 생각도 했단다. 그래서 회사에서 말을 줄이려고 노력을 했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단다. 각종 보고가 그렇고, 상사와 대면 시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해야 한단다. 바짝 긴장을 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경우도 있고, 당황해서 앞뒤 연결이 되지 않는 말을 내놓기도 일쑤란다. 그래서 아빠가 이 책을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서만 선택한 것은 아니고, 말하기 비법도 배웠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단다. 지은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 비법을 스물세 가지로 나누어 놓았단다. 그리고 각 항목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말씀들을 하셨는지 예시를 적어놓았단다. 노무현 대통령의 하신 말씀을 적은 글을 읽다 보면,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 해서 좋았단다. 

그럼, 그 스물 세가지 비법은 무엇이냐?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 아무래도 가장 첫번째로 이야기한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구나. 말하기에 있어 원칙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란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라면 애매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자신의 소신이 맞다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문제의 핵심이나 본질을 피하지 말이야 한다는 거야. 책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아빠의 회사 생활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게 되더구나. 그리고 각 방법마다 그렇게 잘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떠오르고, 반대로 그 방법과 전혀 반대의 방법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랐어. 물론 아빠가 말할 때의 모습도 떠오르고… 책에서 제시한 방법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단다.

알면서 잘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두괄식 화법이란다. 보고 받는 사람이나 질문한 사람에게 말을 할 때는 가장 먼저 핵심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에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을 두괄식 화법이라고 한단다. 그런데 간혹 나도 모르게 먼저 설명부터 주절주절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단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상사는 중간에 말을 끊기도 하고 말이야. 글쓰기의 경우도 비슷한데, 글쓰기는 사전에 염두를 두기 때문에 두괄식 글쓰기가 쉽게 되는데, 말하기는 ‘나도 모르게’ 설명이 먼저 튀어 나오는 경우가 있단다. 지은이는 두괄식 화법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단다. 앞으로는 두괄식 화법을 머릿속 한 켠에 저장해 두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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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괄식 화법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이야기하는 사람이 대화의 주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둘째, 주제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으로 말하면 확실한 지식과 소신이 있어야 두괄식 화법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서두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듣는 이는 ‘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군’ 하는 인상을 갖게 된다. 반대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전제와 단서를 남발하거나 상황을 애매모호하게 설명하면 초점이 분산되고 장황스러워진다. 듣는 이도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좋은 내용조차도 ‘초점 없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 있다. 핵심을 첫머리에 배치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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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의 독서 편지는 여기서 마칠께. 이 책에서 소개된 스물세 가지를 모두 다 일일이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나중에 너희들이 직접 보는 걸로 대신 하자꾸나. 아참, 이 책을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노무현 대통령 어록을 작은 책자로 주었는데, 정말 주옥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더구나. 그것만 잘 활용해서 적시적소에 사용한다면 말 잘한다는 소리는 금방 들을 것 같더구나.^^


두괄식 화법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이야기하는 사람이 대화의 주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둘째, 주제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으로 말하면 확실한 지식과 소신이 있어야 두괄식 화법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서두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듣는 이는 ‘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군’ 하는 인상을 갖게 된다. 반대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전제와 단서를 남발하거나 상황을 애매모호하게 설명하면 초점이 분산되고 장황스러워진다. 듣는 이도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좋은 내용조차도 ‘초점 없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 있다. 핵심을 첫머리에 배치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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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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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책 관련 소셜 미디어인 알라딘 북플을 자주 본단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다 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진단다. 이 책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 김연수와 헛갈린다는 소설가 김언수. 아빠도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제목은 뜨거운 피. 넘실거리는 거친 파도가 장엄한 색채로 촬영된 표지. 책 디자인은 일단 마음에 들었어. 앞서 이야기한 북플을 통해서 이 책이 건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와우! 소설가 김언수라는 사람 혹시 전직이 건달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리얼하게 건달을 그린 것 같더구나.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아빠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그런 건달들의 모습.. 혹은 그들을 뛰어넘는 인간미가 장착된 건달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멋있게 건달을 그려도 되나? 이 책을 읽은 이들이 건달을 꿈꾸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김언수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아빠 가슴에 팍 박힌 소설가가 되었단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인 ‘캐비닛’도 바로 구입했어. 자, 그럼 이번에 읽은 “뜨거운 피”라는 소설을 이야기 해보자.

 

1.

때는 1993년 봄이었어. 이전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으로 건달들이 많이 감방에 다녀오고, 그 세력들이 들이 많이 위축되었다가 정권도 바뀌고 범죄와의 전쟁도 이제 사그러들던 그 시절이었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부산 변두리 구암이라는 동네가 이 소설의 주무대란다. 구암이라는 동네는 실제 있는 동네가 아니고, 소설 속 가상의 동네란다. 그렇지, 건달 하면 부산이지. 하지만, 메인인 부산에서 살짝 벗어난 구암. 그렇듯 구암의 건달 조직도 전국구가 아닌 지역구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그 구암이라는 동네의 보스는 만리장 호텔의 주인인 손영감이었어. 그는 구암의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영향력이 있지만, 건달치고는 너무 실용주의자였어. 양복 같은 것도 입지 말라고 해서 구암 건달은 양복을 입지 않았고, 안전을 우선시 해서 다른 조직과 쓸데없는 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고, 위험한 마약이나 양주 밀수는 하지 않고, 중국산 가짜 고춧가루나 만드는 사업 등을 했어. 그래서 손영감 밑에서 일하는 젊은 건달은 그것에 불만을 갖기도 했어. 그런 손영감이 애지중지하는 쫄따구가 있었어.. 손영감의 오른팔이라도 할 수 있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 희수.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여러 번 전과도 있었고, 아직 독신인 마흔 살 사내란다. 손영감이 건달 같지 않은 행보를 보여서 희수도 맘에 들지 않는 적이 있지만, 손영감을 잘 따르고, 손영감도 희수에게 절대신임을 갖는 것 같았어. 그래도 그들은 건달의 보스와 오른팔 사이지, 피가 섞인 관계보다 낫겠냐? 이것은 주변 건달의 생각이었어. 손영감의 피가 섞인 가족이 있냐고? 손영감도 유일한 가족이라고는, 도다리라고 부르는 조카가 하나 있었는데, 쌩날라리였단다. 그래도 혈육이라고 손영감은 도다리에게 금전적 지원은 충분해 해주었어.


2. 

자, 그러면 주인공 희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한번 해볼까? 아빠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만든 모자원 출신인 희수는 십대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건달이 되었고, 구암을 떠나지 않은 그야말로 구암 토박이였어. 미래에 대해 딱히 준비하고, 뭐 그런 것도 없었어. 집도 없이 그냥 만리장 호텔 객실에서 지냈어.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건달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순정파였어. 같은 모자원 출신인 인숙을 짝사랑했어. 그런데 인숙은 여섯명이나 되는 동생을 챙겨야 하는 그런 맏언니였어.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상황에 놓였는데, 인숙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몸 파는 일 밖에 없었어. 그런데 인숙이가 얼굴이 예뻐서 구암에서는 유명한 창녀가 되었어. 그리고 잘 모르던 시절 조심하지 않아서 17살에 아기를 낳기도 했어. 그 아이가 벌써 스물살이 넘었는데, 그 아이 또한 건달이 되었고, 본명보다 아미로 불렀고, 아미는 희수를 아빠로 대하듯 잘 따랐어. 어쩌면 희수 내면의 숨길 수 없는 인간미는 인숙을 사랑하는 데서 싹튼 것이 아닌가 싶구나.

희수는 전직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었던 양동이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어. 자기와 함께 성인오락기계를 파는 일을 하자고 했어. 그러면서, 손영감의 소심함을 비판했으며, 만리장 호텔의 후임은 결국 조카인 도다리가 되는 것이므로, 더 이상 만리장 호텔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이 말에 희수는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며 응했지만, 점점 양동이의 말이 맞는 것처럼 보였어. 손영감은 조카인 도다리한테만 챙겨주고, 자신한테는 그저 하수인처럼 대하는 것처럼 보였어.

  

3.

용강이라는 자가 있었어. 아주 잔인한 건달이고,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인물이었지. 그는 몇 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 동남아시아로 도망가 있다가 얼마 전에 다시 부산에 나타났어. 그런데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깡패들을 거느리고 나타났어. 그러면서 세력을 확장하는데, 그 확장세가 무서웠고, 법도 없고 예의도 없었어. 급기야 손영감 영역에 있던 빨래 공장까지 접수를 했어. 그 빨래 공장은 옥사장이라는 바지사장으로 명의만 있을 뿐 손영감 것이었어. 그런데, 옥사장이 도박 빚으로 허덕이다가 허락도 없이 용강에게 넘긴 것이었어. 희수는 용강을 찾아가 담판 지으려고 했지만, 용강은 완강함을 보여주었지. 용강을 처치해야 했어. 하지만 직접 처치하기는 어려웠어. 손영감과 희수는 작전을 짰어. 옥사장을 꼬드겨서 밤섬에 낚시나 하며, 회나 먹자며 데리고 갔어. 희수와 늙은 칼잡이이자 의뢰와 신뢰로 똘똘 뭉친 달자를 데리고 갔지. 그곳에서 달자는 옥사장을 죽이고, 그것이 용강의 처소 근처에서 자살한 것으로 꾸몄어. 손영감의 손바닥에는 구반장이라는 경찰도 있었는데, 그 구반장으로 하여금 용강을 수사하게 해서, 마약 등 불법으로 체포해갔어. 그리고 손영감과 희수는 다시 빨래 공장을 회수했지. 깔끔한 일처리에 대해 손영감은 희수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그 금액 또한 최근 손영감에 대한 불만을 더욱 높이게 되는, 적은 금액이었단다. 한편, 희수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인숙과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 인숙이 전직 창녀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희수와 인숙은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꼈어. 산동네 작은 집이지만, 난생 처음 자신의 집도 생겼고 말이야. 희수에게 잘 따르던 아미도 이제 희수가 진짜 아버지가 되었다면서 좋아했어.

손영감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커지고, 양동이의 계속된 꼬드김으로 결국 희수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을 그만두고 양동이와 동업을 하기로 했어. 손영감의 그늘에서 나와서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맞게 되었어. 이제 자신이 또 다른 그늘을 만들어야 했어. 희수는 사무실도 차리고, 성인오락기계 공장을 세우고, 여기저기 납품도 하게 되었어. 사업도 괜찮게 잘 되는 것처럼 보였어.

 

4. 

한편, 구암 근처 영도라는 곳에는 전국구 조직인 남가주파가 있었어. 이 조직의 보스는 남가주 회장이라는 사람인데 한국전쟁 때 부산까지 쫓겨 내려온 피난민 1세대야. 겉으로는 착한 척, 합리적인 척 하지만, 속으로는 셈이 정확한 사람이었어. 남가주파의 넘버2는 천달호라는 사람이고, 그 밑으로 철진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철진은 희수의 둘도 없는 친구였단다.

어느날 남가주파로부터 공격을 받아서, 아미와 그의 수하들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어. 양동은 격분하여 바로 반격을 하자고 했어. 희수는 화가 난다고 아무 계획 없이 반격을 하면 얻을 게 없다고 좀더 생각해보자고 막았지만, 격분한 양동을 끝까지 막을 수는 없었어. 희수 본인도 사실 엄청 화가 났으니까 말이야. 결국 일이 벌어졌어. 남가주파 넘버2인 천달호의 조카가 죽는 사고가 벌어졌어. 양동이는 일을 저지르고 나서 뒤늦게 안절부절 하다가 뒷일을 희수에게 모두 떠넘기고 자신은 잠수를 타버렸어. 거기에 장기 복역을 예상했던 용강이가 몇 달 만에 감옥에서 나왔어. 아마 남가주 회장이 뒤에서 손을 쓴 것 같았어. 이제 용강도 남가주파 일원이 된 거지. 용강은 희수에게 가서, 천달호 조카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성인오락기계 공장과 양주 밀수 등 몇몇 다른 굵직한 돈줄기 사업을 넘기라고 했어. 

희수는 다시 손영감을 찾아가 조언을 구해보고자 했어. 손영감도 철진을 죽이라고 했어. 그정도 응수는 있어야 한다고… 철진은 희수에게 가장 친구인데… 고민이 많았지. 희수는 철진을 만났는데, 철진은 이 전쟁의 내막을 이야기 주었어. 이 전쟁의 설계도는 남가주 회장이 짠 거라면서… 남가주가 관리하고 있는 부산 북항이 폐쇄되고 새로운 항구를 만든다는 거야.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은 국가가 나서는 사업이었어.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이 항구는 남가주가 관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어. 그러면 남가주 회장은 밀반입을 어디서 하나? 돈줄마저 같이 막히게 되는 거야. 그래서 남가주 회장은 손영감이 관리하고 있는 구암 항구를 먹으려는 것이었어. 그러기 위해서 손영감과 희수를 먼저 갈라 놓아야 했고, 그래서 양동을 움직여서 희수를 손영감으로부터 떼어 놓은 것이라고 했어. 희수는 자신이 놀아났다는 것을 알고 자책하기도 했어.

다시 희수는 손영감과 만났어. 그리고 희수는 손영감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아껴 주는지 다시 깨닫게 되었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손영감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손영감은 희수와 다시 손을 잡고 남가주파와 전쟁을 하기로 했어. 용강은 오히려 희수에게 접근하기로 했어. 그리고 손영감만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전쟁을 할 필요도 없다고… 하지만, 희수는 더 이상 의리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어. 이제 전쟁을 피할 수는 없었어. 이 전쟁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배신과 음모가 마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것 같았고, 그 파도가 다 거친 후에 바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조용해 진 것처럼 구암도 다시 조용해졌단다. 단, 구암의 바다를 움직이는 보스가 바뀌었을 뿐. 그 전쟁에서 손영감은 죽을 뻔 했지만 살아남았고, 남가주 회장을 구암의 바다까지 접수할 뻔했지만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어. 그리고 손영감의 지지를 받은 희수가 구암의 새로운 보스가 되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느와르 영화를 본 듯 했어. 이야기 구성이 좋아서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져도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소설 후반부 조직간의 격렬한 전쟁이 마치 거친 파도와 같았고, 그 전쟁이 끝난 구암은 잔잔한 바다와 같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표지를 파도로 그린 것 같더구나. 또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지은이 김언수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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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0-2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아이에게 bookholic님처럼 잘 읽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부럽습니다. 상쾌한 월요일 아침 되세요^^

bookholic 2016-10-24 23:37   좋아요 0 | URL
겨울호랑이님야말로 따님이 보는 동화책들도 같이 보시고, 주말이면 놀이터에서 놀아주시는 걸 보니, 저보다 더 훌륭한 아빠이십니다. 따님의 얼굴을 보면 행복을 잔뜩 받으면서 컸다는 걸 한눈에 알겠어요^^ 즐거운 한주 되십시오~~
 
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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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요 네스뵈의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읽고 싶은 책들이 많다 보니 요 네스뵈의 책은 일 년에 한두 권 정도만 보는 편이란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그의 <레드브레스트>에서 주인공 해리 홀레의 동료 앨렌의 죽음의 진짜 배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끝났어. 그래서 그것이 궁금해서 다음 책을 예전보다 빨리 집어 들게 되었단다. 물론 이미 독자들은 누가 배후인지는 알고 있긴 하지만, 그 해결되지 않은 결말을 얼른 매듭짓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 그래서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 <네메시스>를 집어 들었는데, 육백 페이지가 넘는 이번 소설에서도 앨런의 죽음의 대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단다. 전작 <레드브레스트>에서는 다른 굵직한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을 쫓다가 동료 앨런이 죽었었어. 그래서 이번 <네메시스>에서는 그 앨런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단다. 이번에도 다른 주요 사건들이 있었고, 앨런 사건은 다들 해결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해리만이 미결된 사건으로 생각하고 틈틈이 수사를 했단다. 책을 재미있게 봤지만, 다음 해리 홀레 시리즈인 <데빌스 스타>를 읽어봐야 앨런 사건을 해리가 시원하게 해결할 것 같더구나.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 <데빌스 스타>를 묶어 특별히 오슬로 시리즈라고 하는데, 앨런 사건이 쭉 이어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 소설의 제목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네메시스가 그런 뜻인 줄 몰랐어. 소설을 읽고 보니 제목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이해가 가더구나. 이 소설은 노르웨이에서는 2002년에 출간된 책이란다.


1. 

요 네스뵈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스노우맨>이라는 소설이었는데, 그 이후 읽은 몇 편이 최근작들이었어.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었어. 그런데, 올해 읽은 그의 소설들은 비교적 옛날에 쓴 소설들인데, 그 소설들은 잔인함은 별로 없어서 괜찮았단다.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좀 부담스럽지 않고 말이야. 이번에 읽은 <네메시스>에서도 세 개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었어. 그 중에는 앞서 이야기한 앨런 사건이었고, 그 사건을 빼고 나머지 두 개의 살인 사건이 있었어. 그 두 개의 살인 사건은 연관성이 있어 나중에 하나의 고리로 연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단다. 아빠가 생각이 급해서 소설의 결론을 해버린 것 같구나. 다시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

이야기의 시작은 오슬로의 은행 강도 사건으로 시작된단다. 보통의 은행 강도는 자신의 목적, 돈만 갈취하고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그냥 도망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강도는 은행점장이 단지 6초 늦었다는 이유로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 죽였단다. 이 점을 보고 해리 홀레는 다른 경찰들과 다르게

이 사건을 은행 강도 사건이 아닌, 살인 사건으로 다루고자 했어. 그 죽은 은행 직원은 스티네라는 여인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남편인 트론은 큰 충격에 빠져 혼이 나간 상태가 되었어. 해리는 늘 그렇듯이 사건을 혼자 맡으려고 했어. 한 명 정도 보조만 두고 말이야. 그 한 명으로 선택된 이는 신참내기 베아테라는 여자 경찰이었어. 베아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어.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데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 남자 주인공 옆에 파트너로 여자 경찰이 지정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런 것은 아니야. 전편 <레드브레스트>를 읽은 사람이라면 새로 생긴 해리의 애인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라켈이라는 여자. 해리와 라켈은 더욱 사이가 좋아졌어. 라켈이 이혼한 전 남편과 아들 올레그에 대한 친권에 대한 재판 때문에 모스크바에 가 있어서 한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라켈과 떨어져 있어서 해리와 엮인 사람은 베아테가 아니고, 수 년 전에 몇 주 잠깐 만났던 안나라는 여인과 잠깐 엮이게 되었어. 해리는 여자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인 것 같았어. 오랜만에 연락한 안나의 간절한 부탁으로 저녁을 한번 같이 먹었거든. 해리는 자신이 지금 라켈과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안나의 위험한 유혹을 의연하게 거절했어. 그런데, 또 연락이 왔어. 또 간절한 부탁으로 다시 한번 만났지. 그런데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다음날 자신의 집이었어. 전혀 기억이 없었어. 자신이 만취한 기억만 있는 거야. 집에 어떻게 온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그날 안나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 해리는 난감하였지만, 그것을 동료 경찰에 말할 수는 없었어. 그리고 담당 경찰은 안나가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종결을 냈어. 안나는 집시 출신으로 가족도 없었고, 라스콜이라는 삼촌이 한 명 있는데, 그는 유명한 은행 강도로 지금은 감옥에 있었어. 해리는 안나의 총상을 보고 왼손잡이로서는 자살할 수 없는 그런 총상이라는 것을 알고, 이 또한 살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몰래 수사를 했어. 더욱이 안나가 죽기 전에 자신이 같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중에 누구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이 용의자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단다. 의문의 메일이 왔어. 해리가 안나가 죽기 전에 안나와 만난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협박성의 내용이었어. 누가 보낸 것인지도 몰랐어. 해리는 친구의 부탁으로 메일의 출처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외국의 서버에서 날라왔다는 정도였어.


2. 

해리는 은행강도에 대한 추가 수사를 했어. 은행에 있는 CCTV를 수십 차례 본 끝에 범인과 희생자가 너무 가까이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죽기 전 스티네가 어떤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 입술만 보고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아챌 수 있는 독순술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그 말을 알아냈어. 뜻밖의 말이었어. “내 잘못이예요.” 그럼, 은행강도, 아니 그 살인범과 희생자 스티네는 서로 아는 사이? 해리는 편의점 CCTV를 통해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버린 콜라병을 확보했어. 거기에는 지문이 잔뜩 묻어 있었어. 보통 아내가 죽으면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은 남편이잖아. 그런데 남편 트론은 헬스클럽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어. 해리는 유명한 은행 강도이자, 안나의 삼촌인 라스콜을 찾아갔어.그는 감옥에 있었거든. 나스콜은 수법을 듣고 레브라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레브는 놀랍게도 죽은 스티네의 남편인 트론의 형이었어. 그리고 유명한 은행 강도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레브는 현재 브라질에 있다고 했어. 해리와 베아테는 브라질로 날아갔어. 수소문 끝에 레브의 집을 찾았지만, 레브는 이미 목매고 자살했어. 아니 자살한 것처럼 보였어. 옆에 유서가 있었지.. 유서의 내용에는 오슬로 은행 강도는 자신이 한 것이고, 스티네도 자신이 죽였다고 했어. 그것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거야. 

콜라병에서 얻은 지문과 같은지 확인하려고 지문을 채취하려고 했는데, 한쪽 손가락이 없었어. 누군가 죽은 후, 또는 죽이려고 들어왔다는 흔적이 있었던 거야. 레브의 유서가 레브와 글씨체와 같다고 판명되었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조작 사건이고, 레브는 살해당한 것이었어.

두 가지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왔다갔다 정신이 없구나. 다시 안나의 살인 사건을 이야기해줄께. 해리는 안나의 시신을 보러 갔다가 신발에서 사진 하나를 발견했어. 사진 속 남자는 알부라는 엄청난 부자였어. 근데 알부는 가정을 가지고 있는 유부남이었지. 안나가 신발 속에 그 사진을 넣었다는 것은 일종의 암시였어. 그가 안나의 죽음과 관계 있다고 말이야. 그걸 안나가 죽기 전에 이야기하려고 했던 거야. 해리는 수사를 해보니 안나가 유부남인 알부와 한 때 사귀었다가 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친구가 한 명 있었어. 열쇠 제작 회사 직원이었던 알프라는 남자였어. 

알프도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알프를 뒤쫓던 해리는 알프의 집에서 해리의 소지품을 발견하였고, 다량의 헤로인도 발견했어. 알프는 사실 마약 중개상이었던 거야. 알프는 해리에게 쫓기던 중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도와주지 않으면 다 불겠다면서 협박하면서.. 그 어떤 사람은 바로 앨런 살인 사건의 배후였던 경찰 톰 볼레르였던 거야. 볼레르는 전작 <레드브레스트>에서 올센을 정당방위를 핑계로 죽인 것과 비슷하게 알프를 추격하다 총을 빼든 알프에게 먼저 총을 쏘아 죽였어. 다시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악한을 보내버린 거지.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 들었어. 스티네의 살인 사건이나 안나의 살인 사건이나…


3. 

해리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 같은 두 개의 사건을 하나씩하나씩 풀어나갔어. 먼저 안나의 살인 사건. 집시 출신이었던 안나. 여러 남자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버림을 받고 나서 크게 실망을 했어. 그리고 버림을 받은 안나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자살하기로 결심을 했어. 그러나 그냥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복수를 하기로 했어. 복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알부, 알프, 해리였어. 자신은 비록 죽더라도 그 셋을 파멸시키려고 했어.

그래서 그 결과는…

알부는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누가 죽였는지 또는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안나는구나. 아빠의 기억력은 이제…ㅠㅠ ) 그리고 알프도 톰 볼레르한테 죽음을 당했잖아. 해리는 죽지 않았지만, 안나의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한동안 쫓겨 다녀야 했어. 다행히 해리는 안나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단다. 그리고 해리에서 협박 메일을 보냈던 것도 바로 안나였어. 안나가 죽었는데, 어떻게 메일을 보냈냐고? 죽기 전에 예약 발송을 해봤던 거야. 그리고 또 하나의 살인 사건. 스티네를 죽인 살인범도 밝혀냈어. 바로 스티네의 남편 트론이었어. 이유는 이랬어. 자신의 형이었던 레브와 스티네가 불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거야. 스티네는 레브와 함께 브라질로 도망치려고 했어. 그것을 알게 된 트론은 은행강도로 위장해서 스티네를 죽인 거야. (그래서 스티네가 죽기 전에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했던 거지..) 그리고 은행 강도였던 레브의 흉내를 내서 레브가 범인으로 몰리게 한 것이고, 레브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을 한 거야.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드물어. 모든 것에는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이들이 있어. 바로 해리처럼 말이야. 소설이라고 그럴 수도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사건을 수년이 지난 다음에 해결하는 것을 보면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구나.

한편, 엘런 수사에도 진척이 있었어.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났어. 엘렌의 범인이었던 올센이 앨런을 죽인 날 밤에 어떤 사람과 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거야. 그런데 그 남자가 마치 경찰 같았다고 했어. 해리가 그 목격자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다음 소설의 완벽한 예고편인 듯 하구나. 요 네스뵈의 마지막 오슬로 시리즈 <데빌스 스타>를 기대해 봐야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두가지 살인 사건이 이야기하다 보니, 정리가 잘 안된 것 같구나.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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