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베니스에 다녀왔다. 소심한 소시민으로서 여러면에 있어서 나름의 용기와 결단을 요구하는 여행이었다. 무엇때문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베니스에 몹시 가보고 싶었더랬다.

뭐 궁금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책으로부터 시작하는 부류가 있으니 본인 그 동류되겠다. 그리하여 내 돈 주고 사서 읽은 베니스관련 책만 거짓말 족히 세 말 보태어서 능히 세 구루마다. (장부는 모름지기 세 구루마의 책을 읽어야 된다고 옛경전은 전하고 있다.)


지루하겠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지 아니할 수 없다. 먼저 역사서로는 시오노 할머니의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역사 “바다의 도시 이야기(베니스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재미도 있고 교양에도 도움이 될 성 싶으다)”, 역시 시오노 할매의 전쟁3부작 “콘스탄티노플 함락”, “로도스섬 공방전”, “레판토 해전”(이것도 재미가 솔솔라라하다. 일독의 가치가 있다), , 갈라파고스사에서 나온 스티븐 런치만의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콘스탄티노플과 베니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이렇게 꼼꼼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이 있겠고


여행안내서로는 안그라픽스의 “베네치아”, 컬쳐라인에서 나온 세계도시 문화여행가이드 “베네치아” 삼성출판사의 “자신만만 유럽여행 이탈리아”, 시공사의 "로마,피렌체,밀라노,베네치아"가 있었고(이번 여행에서는 컬쳐라인에서 나온 가이드가 나름 유익했다. 내 경우에)


소설로는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영화는 못 봤다. 변태 에션바흐가 죽은 곳이 리도섬의 해변가 아니던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의 “태양은 가득히”(후반부의 무대가 베니스 되겠다.), 시오노 할머니의 세도시 이야기중 “주홍빛 베네치아”(이건 역사소설이다)가 있었다.


예술관련 서적으로는 예경에서 나온  “베네치아의 돌”과 “베네치아의 르네상스” (예경 아트라이브러리는 무슨 석사학위 논문을 읽는 듯 하다. 단단한 인내심 없이는 완독에 깊은 애로가 있다. 당근 본인은 처음 조금 읽다가 포기했더라)가 있었고


여행기로는 고봉만 등 여러명이 쓴 “베네치아의 기억”(한길사), “카사노바의 베네치아”(열린책들), 유럽예술묘지기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함정임의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중앙 M&B) 정석범의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루니박스), 김미진의 “로마에서 길을 잃다”(해냄), 다나카 치세코의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예담), 권삼윤의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푸른숲)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푸른숲)이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잉가 카린 에릭슨 그림의 “아빠와 함께한 베니스 여행”(미래사)이 있었다. (이중 군계일학은 단연코 아빠와 함께한 베니스 여행이다. 산마르코 성당에 있는 네 마리 청동말의 사연을 구구절절이 전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이 책뿐인 것이다.)


돌이켜 보니, 내가 이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건 그런데, 혼자 자랑스럽다가도 가만 생각해보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또 몹시 실망스럽기도 하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세 구루마의 독서가 과연 나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말이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답답한 일이다. 



베니스는 뭐랄까 최고급 관광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경주 석굴암과 서울 경복궁과 합천 해인사를 훌쩍 뛰어넘는 진짜 관광지다운 관광지에 온 것 같은 느낌. 형형색색의 인종으로 구성된 수백 수천의 인파가 복작거리는 산마르코 광장에 서서 조용히 베네치아 천년의 역사를 돌이켜 음미하기에는 역시 무리였다. 우선 사진을 찍어야 했고(어찌 이런 곳에서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남녀노소 형형색색의 인간들이 모두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또 구경을 해야 했다. 그곳은 관광지였던 것이다.


내가 묵었던 티치아노 호텔의 키. 열쇠고리도 고풍스럽다.


산타루치아 기차역


리알토 다리


베니스 총독인 도제의 궁전. 두칼레 궁


산마르코 성당. 청동말 네마리가 보인다. 두마리는 보수중이다. 이 것들은 모조다. 진물은 성당안에 보관되어 있다.


청동말. 망우공원의 곽제우장군이 깔고 앉은 말동상 생각이 나더라.


베네치아의 골목. 베네치아엔 좁은 골목이 많다. 골목마다 관광객이다.


베니스의 명물인 유리 세공품. 상당히 고가다.


탄식의 다리. 사형수들이 이 다리를 거쳐 형장으로 갔다고 전해진다.


저물녘의 두칼레 궁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입구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쇠창살


곤돌라. 


까페 플로리안.


카날 그란데.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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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10-2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굉장히 멋져요. 베니스의 운하는 봐도 봐도 신기해요.

붉은돼지 2006-10-2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베니스는 대단히 멋지고 신기하죠.... 하지만 약간은 퇴락해 가는 듯한 느낌도 있어요
 


지난 여름 제주에 가보니 작년에는 없던 "성과 건강 박물관"인지 "성과 생활 박물관"인지 여하튼 이른바 섹스박물관이라는 것이 새로이 등장했던 것인데, 그 곳에서 사진을 여러장 찍었으나 점잖은 이곳에 올리기에 뭐랄까 거시기 저시기 한 것도 좀 있고 해서 나름으로 엄선해서 올리긴 올리는데, 혹 뭐 대단한 것이 있을 줄로  짐작하고 직접 왕림해 보시겠다는 분들을 위해 부언하자면 유럽에 있다는 섹스박물관 만큼 적나나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제주에는 소규모 박물관이 꽤 있는 것 같다. 그 중 신영영화박물관과 이 성박물관은 나름으로 왕림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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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6월 10일자 2면의 바로잡습니다라는 코너를 보니 일전에 정동영 의장이 사퇴의 변으로 인용한 “현애철수장부아(懸崖撤手丈夫兒)” 라는 말 중에 ‘철’은 ‘살’로 써야 맞으니 바로 잡는다고 한다.  야후 옥편을 찾아보니 ‘거두다’, ‘치우다’의 의미로 쓰일 때는 철로 읽고, - 예를 들자면 철수(撤收) - ‘뿌리다’, ‘놓다’, ‘놓아주다’의 의미로 쓰일 때는 살로 읽는 것 같다. 살포(撒布)처럼 말이다. 내 생각에는 손을 거두다로 해석해서 ‘철’로 읽어도 무방할 것 같은데 과문한 주제에 감히 왈가부 하기가 어렵다.


‘낭떠러지에 매달렸을 때 손을 탁 놓아 버리는 것이 대장부’라는 의미의 이말은 백범이 거사 전 윤봉길에게 전한 말이라고 한다. 흔들림 없는 결단과 대의를 위해 목숨을 초개로 여길 것을 주문하는 말일 것이다. 양인간에 교감되었을 감정을 생각해 보면 그 비장함이 시황제를 시해하러 가는 자객 형가의 노래 “역수의 시”를 떠올리게 한다. 지방선거에 패배해 당을 떠나는 정동영의장의 마음과 꽃 같은 대한남아를 사지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백범의 마음, 그 두마음 사이의 간극을 생각해보면 비유가 차고 넘침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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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경에 일주일간 수원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란 자기 연찬의 기회라기보다는 일종의 공인된 휴가로 생각되어 왔고 또 사실이 그러했다. 뭐 이틀에 한번 꼴로 쌍코피가 터지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로 일주일에 삼사일은 골이 또갈라지거나 아니며 짜갈라지거나 그도 아니면 빠개질려고 하는 그런 격무에 시달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매일매일의 신경쓰이는 업무일랑 잊어버리고 교육중에 좀 졸기도 하고 여유를 좀 가져보라는 그런 의미에서 지엄하시지만 자애롭기도 하신 상(上)께옵서 하사하시는 일종의 은사랄 수도 있다. 말하자면 말이다.

해가 하늘 위든 옆이든 어쨌든 하늘 한쪽에 있는 동안에는(물론 하루분의 교육이 끝나고 말이다. 내 비록 모범적인 교육생은 아니지만 수업까지 땡땡이 칠 만큼의 배짱은 없다.) 청계천이니, 엑스코 몰(반디앤루니스도 처음 가봤다.)이니 수원 화성이니 하는 곳을 무슨 관광하듯이 돌아다녔고, 그넘의 해가 땅 아래로 떨어진 후에는 그야말로 음주로 고주망탱이가 되어 허덕허덕하다가 새벽녘에야 간산히 하숙집으로 돌아와 죽은 듯이 자빠졌던 것인데, 땅아래로 꺼져있던 그놈의 해가 다시 땅위로 솟아오를 때면 나도 이놈의 지친 몸을 어쩔수 없이 일으켜 세우지 아니할 수 없었으니, 위에 잠시 언급했듯이 소심한 본인으로서는 교육을 땡땡이 칠 정도로 간이 땡땡 붓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게 행인지 불행인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수원성에 처음 가봤다. 사진으로 보던 것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슷했고 또 어떤 면에서는 달랐다. 정조가 언제부터 계몽군주로 인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 정조의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만 같다. 본 소설을 둘러싼 정치적 또는 문학적 공방은 차치하고라도 역사소설이나 추리소설류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의 이목을 확 끌어당길만큼 이 책은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정조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 통탄하고 탄식하지 아니한 독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뭐 없다고 해도 관계는 없다.


아버지를 뒤주에 가두어 죽인 노론 신하들을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자신의 나라를 경영할 수 밖에 없었던 정조의 절치부심을 생각하면 그가 불쌍하기도 하고, 절대적 전제왕권의 확립을 꿈꾸며 오랜 세월을 견뎌왔던 그 인고를 생각하면 그 억장이 무섭게도 느껴진다. 어쨌든 소설은 정조의 친위 쿠데타가 거의 성공하는 듯 급박하게 클라이막스로 치닫다가 그만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정조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급강하를 하고 마는데, 그 헛되었든 그 진실되었든 어쨌든 한 사람의 꿈이 이른바 한낱 포말로 스러지고 말았던 것이니, 애닯은 마음이 없지 않다. 이 소설과 작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차치하고 말이다. 수원화성을 둘러보는 동안 정조니 사도세자니, 심환지, 정약용이니 뭐 그 비슷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나 노론이니 남인이니 홍재유신이고 당쟁이고 전제군주고 뭐고 하는 그런 생각은 별로 안나고 다만 이 근처에 살면 저녁에 운동이나 산책하기에 정말 좋겠다!!는 그런 생각만 자꾸 들더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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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6-0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하기 정말 좋아요. 여자 걸음으로 한 바퀴 돌면 걷기 운동 코스로 그만이고, 옆지기는 달리기를 한다죠. 마로는 연무대에서 뛰놀길 좋아하구요. ㅋㅋ

붉은돼지 2006-06-0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성을 한 바퀴 완전히 돌아 보지는 못했는데....설렁설렁 일없이 산책하거나 걷기 운동하기엔 정말 그만인것 같더군요....
 

 

5월 5~6일 처가 식구들과 단양에 있는 대명콘도에 다녀왔다. 5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고주망태기가 되어 쓰러져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콘도에서 바라보는 산과 계곡은 뿌연 안개에 쌓여 사뭇 운치있어 보였다. 두어 해 전에 왔을 때는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옛 선인들이 말하는 절경중에는 어디에서 바라보는 낙월(落月)이니, 일출(日出)이니 하는 것들이 꽤 있는데, 나는 이게 볼만한 유적지가 없으니, 팔경이니 삼경이니 하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끌어다 붙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그런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단양팔경에 <비오는 날 대명콘도에서 바라보는 안개 피어나는 계곡>을 하나 더 보태 구경(九景)을 만들고 싶은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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