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나온 돼지가 양반 어쩌고 안동 저쩌고 하며 고리짝 썩는 소리 꿀꿀거려봐야 별 호응도 없는 거 같아서 오늘은 몸빼입고 밖에서 혼자 저녁먹기 2탄을 올려봅니다.
역시 페이퍼는 먹방, 패션이나 춤, 여행, 연애 이야기 이런 걸 올려줘야 오호~~ 홍홍홍 하며 홍응도 좋다. 패션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소화해내시는 야무님... 요즘 뜸하시네, 춤이라고 하면 땅고의 여왕 수양님, 역시 뜸하시네. 탱고이야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여행은 아! 일전에 본 춤추는 인생님의 마요르카 여행기...아! 멋졌어요. 역시 휴가는 해변에서 보내야 하는데.... 연애는 뭐, 유부남에게는 화중지병. 기억에 예전엔 플라시보라는 분이 연애 이야기 많이 하시고 책도 내셨던 거 같은데 요즘은 뭐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요즘 혜림씨 방학하고 아내가 몹시 분주하다. 그제는 아파트 같은 동 아줌마들과 워터파크 물놀이, 어제는 혜림씨 같은반 학모님들과 화원유원지 피서. 퇴근 길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은 집에서 먹을려고 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혜림이의 절친인 호준이가 혜림이에게 저녁식사 초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호준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는 것이다. 나야 뭐 좋다고 했다. 아, 그럼 오늘도 본죽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사진찍어 올려야지...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날씨는 정말 지랄맞게 더웠지만.
일전에 ‘몸빼입고 밖에서 혼자 저녁먹기’를 올렸더니 나름 호응이 좋은 것 같아 이번에는 난이도를 양A에서 양B로 한단계 높여“빤스입고 사거리에서 신호대기하기”뭐 이런 걸로 한번 해볼까 생각해봤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우리 알라디너님들 반응도 대폭발일텐데...아님 알라딘에서 퇴출되거나. ㅎㅎㅎㅎ
풍문으로 듣기에 어떤 한 총각이 밤에 옷갈아 입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입고 있던 트렁크 팬티차림 그대로 동네슈퍼에 맥주를 사러 갔더니(어떤 트렁크 팬티는 자세히 안보면 반바지와 비슷하다.) 슈퍼 아주머니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총각 생각에, 햐....앞으로 자주 입고다녀야 겠네...이런 한심한 생각을 했던 것인데,,,,다음날 그 총각의 엄마가 어디 나갔다가 오더니 총각에게 하신 말씀이 “야야~~ 슈퍼집 아줌마가, 니 빤스만 입고 밤에 돌아댕긴다고 걱정하시더라...우예된 일이고????”
총각의 고사를 생각해서 난이도 높이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제처럼 몸빼입고 본죽에 갔다. 메뉴는 냉이강된장비빔밥을 먹고 싶었으나, 알라디너님들이 식상해 하실 것 같아. 아삭소고기콩나물밥으로 주문했다. 냉이강된장보다는 맛이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이스탄불 셀프 트래블은 어제 읽은 7박8일보다는 내용이 좀더 알찬 것 같다. 그래도 순수박물관하고 1453 파노라마 박물관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구경할 거는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날씨가 부조를 좀 해 줘야 할텐데 걱정이다.
<추신>
중세 기사이야기는 재미있는데 조선시대 양반이야기는 재미없다 그 이유를 가만 생각해봤다. 사실 뭐 생각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래도 생각은 했으니 몇 자 적어본다.
첫째, 비쥬얼에서 딸린다. 중세의 기사들은 리차드 기어나, 룻거 하우어 같은 금발의 미남들이 빛나는 은빛 갑옷을 입고 백마를 타고 나타난다. 조선의 양반은 검버섯 핀 얼굴에 쥐꼬리같은 수염을 턱 밑에 겨우 붙이고 있는 꼬장하거나 음흉한 표정의 중늙이들이다. 뭐, 게임이 안된다.
둘째, 중세의 기사들의 싸움은 칼로 하는 싸움이라 승패가 명확하다. 젊은 근육들이 꿈틀거리고, 현란한 칼솜씨가 있다. 백마가 갈기를 휘날리며 내달리는 레이스도 있고 장렬하고 비장한 죽음이 있다. 보고있으면 재미있고 감동도 받는다. 양반들은 글로 싸운다. 구구절절한 말들이 넘쳐난다.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말이 말을 만들고 그 만들어진 말이 사람을 죽인다. 사약을 멕이거나 묵어놓고 지지고 뽁는다. 몸서리가 쳐진다. 감동도 재미도 없다.
셋째, 양반이야기에는 레이디가 없다. 로맨스가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궁중의 여인들이 몇 등장할 뿐이다. 이래서야 곤란하다. 아래 시는 미당의 ‘정암 조광조론’ 이라는 시다. 역시 이래서야 조금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靜菴 趙光祖論> - 서정주
靜菴 趙光祖가 갓 젊은 나그넷길에서 어느 집에 한동안 묵으려 했을
때, 그 집 시악씨가 한눈에 반해 홰를 치고 바짝거려 오고 있었던 걸로
보면 趙光祖는 생김새도 아주 잘생긴 美男子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光祖는 그 여인의 秋波를 받아들이질 않고, 냉큼 딴 집을 찾
아 옮겨 가려고만 하고 있었다.
여자가 마지막 작정으로 그 머리에 꽂은 비녀를 빼 光祖에게 주었을
때, 光祖는 그걸 위선 받아 가지고 가긴 했지만, 이내 되돌아와서 그
비녀를 그 여자의 집 한쪽 벽 틈에다 꽂아 놓고 물러가 버렸다.
어땠을까?
光祖가 그 때 그 여자의 秋波를 받아들여 한때 히히덕거리며 즐길 수
도 있는 사람이었더라면, 그의 서른 여덟 살 때의 그 飮毒死刑 같은 건
면할 수도 있지 안 했을까? 적당히 그때그때를 끌끌끌끌 히히덕거리면
서 父母妻子 안 울리고 살아남아 있었을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사진이 돌려지지 않는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