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혜림씨 유치원 졸업식이었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이 참 가지가지 여러 가지 많겠지만 딱 한가지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소생의 경우는 바로 “신기함”이라고 하겠다. 혜림씨가 태어났을 때, 처음 직립보행을 했을 때, 처음 말을 했을 때, 이가 났을 때, 이가 빠졌을 때, 유치원 재롱 잔치에서 다른 아이들 틈에 끼여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할 때,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를 아빠 도움없이 탓을 때, 그제 같은 졸업식을 할 때 등등등등등등 얼마나 신기한지 모르겠다. 입 벌리고 침 흘리며 잠자고 있는 모습을 봐도 신기하다. 사실인즉슨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고(소생은 조카가 열댓명은 된다.) 아무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인데 왜 신기하게 느껴지는 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소생이 이리 어리하게 될 줄은 소생도 미처 몰랐다.

 

졸업식에서 고만고만한 깎아 놓은 밤톨같은 아이들을 보니 저 아이들도 다 자기 집에서는 모두 신통방통이요 금지옥엽이요 어화둥둥 내사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근이겠지만....어쨋든...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금지옥엽이었듯이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를 신통방통하게 여긴다면 결국은 세상 사람 모두가 다 함께 어화둥둥이 될 것인데...그럴 것인데.....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리 간단하게 어화둥둥이 되는 곳이 아니다......

 

졸업과 관련해서 뭐 올릴 만한 게 없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견문이 일천한 소생으로서는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하는 영화 <졸업>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내용은 막장 드라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젊은 총각 벤자민은 유부녀인 로빈슨 부인과 불륜관계에 빠진다. 마침 대학을 다니던 로빈슨 부인의 딸이 돌아오고 천지를 분간 못하는 로빈슨 부인의 남편은 벤자민에게 딸과 사귀어 보라고 한다. 딸과 벤자민은 점차 가까워 지게 되고, 질투에 눈이 먼 로빈슨 부인은 딸에게 벤자민과의 불륜관계를 폭로한다. 상심한 딸은 벤자민을 떠나고,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절치부심 끝에 결혼식장에 나타난 벤자민이 그녀를 낚아채어 식장에서 도망치는 것으로 영화는 끝. 다 좋은데... 로빈슨 부인의 딸과 결혼하기로 한 남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참...

 

<졸업>은 1968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인 마이클 니콜스는 작년 11월에 작고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아시다시피 사이먼과 가펑클의 음악으로 더 유명하다. 꿈결같이 감미로롭고 어딘가 쓸쓸하고 애잔한 멜로디의 노래 〈The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가 영화보는 내내 흘러나온다. 고등학교 다닐 때 참 많이도 들은 노래다. 그리운 추억의 팝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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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2-2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글을 읽는데 문득 SG 워너비의 김진호와 그의 노래 `가족사진`이 생각나서 울컥했다는~--
세상의 모든 공주님들은 이뻐요~^^

붉은돼지 2015-02-25 20:28   좋아요 0 | URL
˝가족사진˝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새끼들은 짐승도 이쁜 것 같아요ㅋ

[그장소] 2015-02-2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아이의 빠진 유치들을 일일이 기록해 보관해요.뭐하다 며칠을 흔들리다..혼자서 ..아니면 누구랑..몇시에 어디서 발치가되었다.하는것들..요.
아이는 자신의 기록인데도 볼때마다 신기해 하고요.
특별한 것들을 주지못해도 기록은 남겨줄수있을것 같아서..

붉은돼지 2015-02-25 20:31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정도는 아니구요^^
혜림이 관련된 자료들은 왠만하면 안버리고 모두 모아두고 있어요~~

[그장소] 2015-02-25 20:58   좋아요 0 | URL
아..저도요..어릴때 기억들은 더 기록하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아이는
기억을 못하더라고...ㅎㅎㅎ

cyrus 2015-02-2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혜림 양 졸업 축하해요. 지난 주부터 계속 페이스북에 대학 졸업식 사진만 봐서 그런지 유치원 졸업식 사진을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졸업하면 전람회의 노래를 떠올릴 겁니다. ^^

붉은돼지 2015-02-25 20: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유치원 졸업식 거의 한시간 반 정도 하더라고요. 나이가 있어 그런지 힘들었어요^^

[그장소] 2015-02-2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하니까 저는 진추하 노래 생각나요.ㅎㅎㅎ

붉은돼지 2015-02-25 21:06   좋아요 1 | URL
진추하하면 역시 원써머나잇이죠^^
졸업의 눈물은 오늘 그장소님 댓글 본후 검색해보고 처음 알았어요~~

[그장소] 2015-02-2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졸업으로 기억하고있었는데..
졸업의눈물.였나요? ^^; 저는 원써머나잇과 같이들어서 차이가 없어요.
ㅎㅎㅎ

moonnight 2015-02-25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혜림씨 졸업축하해요~^^ 영화 `졸업`은, 나이들어서 보니까 마지막 장면이 참 답답하더군요. 결혼식에서 탈출해서 버스타고 웃다가 문득 여긴 어디, 나는 누구-_-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반대방향 쳐다보는 장면이 참.. ㅠㅠ 세상이 그리 만만하겠냐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어요.
좌우지간, 혜림씨 참 예쁘네요. 꽃같은 어린이입니다. ^^

[그장소] 2015-02-25 21:31   좋아요 0 | URL
겁없이..세상아~덤벼라 할때도 있는거죠..ㅎㅎㅎ

moonnight 2015-02-25 21:32   좋아요 1 | URL
넹 그 젊음이 부럽기도 하네요^^

붉은돼지 2015-02-26 20: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문나잇님~
돌아보면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그장소] 2015-02-2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한참이실듯합니다.
젊음이 부러워 지는때는 어느나이가되면..
그리되는지..
없어도 있는척 패기를 있는 껏 끌어모아 살기 바빴던거 같아요.

조선인 2015-02-2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가요, 초등학교에 가면 정말 어린이가 되요. 진짜 유치원을 졸업했구나 화들짝 놀라게 된다니깐요. 혜림양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붉은돼지 2015-02-26 20:4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선인님~~
초등학교 들어가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아빠를 너무 놀래키면 안되는데 ㅋㅋ
 

 

정월 초하루와 초이튿날을 아내와 혜림씨와 셋이서 글램핑이란걸 하면서 보냈다. 불초한 소생이라 글램핑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알지를 못하였으나 아내의 가르침을 받아 드디어 알게 되었다. 다음사전에는 ‘글램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화려하다, 매혹적이다(glamorous)'와 ‘야영(camping)'의 합성어.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화된 야영을 가리킴. 물론 소생이 방문한 광역시의 변두리 글램핑 캠핑장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화된 야영장은 아니다. 시설은 그냥 그렇다.  

 

 

마음으로는 겨울 캠핑을 한번 호기롭게 떠나보고 싶으나 추운데 텐트치고 걷고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어쩌고 해야하는 이런저런 것들이 귀찮아 마음만 떠나고 몸은 집구석에서 뒹구는 불초 소생같은 게으른 족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설날 캠핑가는 편한 백성이 점점 더 게을러진다. 몸만 가면 된다. 물론 돈은 든다. 몽골의 게르처럼 생긴 침실용 텐트가 있고 그 앞에 붙어서 바비큐 해 먹는 천막텐트가 또 설치되어 있고 천막안에는 커다란 안락 접의자에 탁자에 화목난로도 비치되어 있고, 침실용 텐트에는 전기장판, 가스버너도 설치되어 있다.

 

 

저녁으로 삼겹살, 목살, 갈비살, 돼지갈비, 조개, 소시지, 옥수수가 든 커다란 쟁반이 나오고(우리는 다 못 먹고 남겼다.) 채소, 김치, 고추, 마늘은 무한 리필 가능하고 설거지도 필요없고 다 먹고 매점앞에 빈 그릇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 아침으로 라면2개, 햇반2개, 계란도 나오고 냄비하고 그릇은 취사장에 비치되어 있고 역시 설거지 할 필요없다. 1박 119,000원이고(평일요금은 더 싸다) 옵션으로 숫불 10,000원, 게르안에 비치된 가스버너의 가스사용료 20,000원, 화목 1박스 10,000원은 도합 159,000원이다.

 

 

소생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화목난로이다. 어두운 밤에 난로 속의 장작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기분이 요상해진다. 배화교가 생긴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생은 화목을 한 박스 더 주문했다. 글하는 선비가 책이 없을 수 없다. 난로 안에서 화목이 타고 있는 동안 가져간 <침묵을 위한 시간>을 읽었다. 무릎이 뜨거워 책에 집중이 안되고 술이 알딸해서 초점 흐린 시선이 글자를 따라가지 못했다. 조금 읽다가 포기하고 열심히 화목을 태웠다. 화목을 타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두어 시간만에 그 많던 화목이 한 줌 재가 되었다. 아참참참...화목난로에 구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 그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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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2-2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집니다♥ 말로만 듣던 글램핑@_@; 혜림씨^^ 행복한 표정으로 옥수수 앙^^ 핑크공주님이시네요♥ 유교집안이라-_-; 명절에 어디 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데 부럽습니다. 조카아이들이랑 저도 한 번 가고 싶네요. ^^

붉은돼지 2015-02-21 22:32   좋아요 0 | URL
사실 저희 집도 유교집안, 고향은 안동, 이예요. 여차저차하다보니 요즘은 편한백성이 되었습니다^^

해피북 2015-02-2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글램핑 몰랐었는데 무척 부럽습니다 ㅎ 설거지도 걱정없다니 한번쯤 이용해보고 싶은 공간이네요 쵝오~!

붉은돼지 2015-02-21 22:37   좋아요 1 | URL
아내도 설거지 걱정없는 걸 제일 마음에 들어합니다. 거의 몸만 가면되니 정말 편해요..삼사월경에 한번 더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2-22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정말 좋은데요. 저는 대학 때 학생회 retreat을 근처에 있었던 라마교 수도원으로 갔을때 게르에 들어가봤지요. 은근히 좋더라구요.ㅎㅎ 뭔가 다 던져버리고 싶을때 가면 좋을 듯...

붉은돼지 2015-02-22 20:31   좋아요 0 | URL
침실용 텐트는 정말 게르 비슷합니다...물론 진짜 게르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ㅎㅎ 글램핑 괜찮은 거 같아요..다음에 또 한 번 가볼 계획입니다. 특히 화목난로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목하(요즘은 ‘목하’니 ‘각설’이니 이런 말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어쨋든) 고민중이다. 여행이나 책과 관련하여 잡지를 한권 구독하고 싶은데 역시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우선 여행,

 

 

여행관련 잡지가 수다하게 나와있다. 일단 오프 서점에 친히 왕림하여 그들의 면면을 일일이 꼼꼼하게 점검한 후에 간택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나 소생 게을러서 옆구리가 다 터진 관계로 방구석에 앉아 일단 <시리얼 vol. 8>과 <AB-ROAD 2015.1월> 2권을 주문해서 간을 봤다.

 

 

<시리얼>은 여행, 음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매거진이다. 일상을 탐닉하고 세상을 유랑하는 이들을 위한 영국에서 온 감성 매거진이라는 소개다. 비쥬얼적으로 폼은 좀 나는데 내용이 소략적인 것 같고 따라서 내용대비 가격이 조금 높다는 생각이 든다. 15,00원이다. 여백이 많아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지만 글씨가 작아 눈알이 아프다. <AB-ROAD>는 가격이 매력적이다. 5,000원. 살펴보니 내용도 나름 꼼꼼하고 알찬 것 같다. 사진도 괜찮다. 다만 시리얼에 비해서 면면이 꽉차서 다소 복잡하고 어지럽다. 여행 가이드 책자 같은 느낌이다.

 

 

다음은 책,

 

 

<책 Chaeg>은 생후 3개월이다. 제목이 ‘Book’도 아니고 ‘Chaeg’이라니 조금 이상하다. 알라딘에 소개된 것을 보면 내용은 없고 표지만 올라와 있다. 표지 디자인이 좀 거시기 한 것이 약간 오묘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땡기는 비쥬얼은 아니다. 그래도 무언가 오묘하게 끌리는 점이 있어 일단 구입해 봤다. 결론적으로 꽤 마음에 든다. 미리보기 서비스가 제공되면 판매에 다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용은 출판가 소식, 명사들의 책이야기, 작가 인터뷰, 세계의 도서관, 신간안내 등으로 뭐 특별할 것은 없다. 눈에 띄는 것은 <JUDGE A BOOK BY IT'S COVER>코너인데, 여자 모델과 책이 함께 등장하는 화보다. 구독료는 1년에 10권 80,000원이다. 1~2월, 7~8월은 합권이라고 한다.

 

 

<THANKS BOOK>은 독서운동가, 사서, 문화예술가들이 지혜를 모아 시민들이 ‘책과의 하루’를 회복시키위해 만들었다고 안내되어 있다. 판매수익 전액을 사회사업에 사용하고 가격이 3,5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내용이 알차다고 한다. ANDANTE님이 적극 추천. 표지도 이쁘다. <비블리아>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책을 선택하는 방법과 책을 통하여 지식의 숲을 여행하도록 안내하겠다고 소개되어 있다. 2015.1월 창간인데, 가격은 10,000원, 해피북님이나 야나님의 의견은 유보적이다.

 

 

생각같아서는 모두 다 정기구독 신청해서 책장에 좌아~아악 꽂아 놓고 싶지만 어디 세상살이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어찌해야 하나, 생각중이다.

 

 

<Chaeg,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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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1-2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라고도, 책이라고도하기 애매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킨포크라고 생각하는 강추 잡지는 `어라운드`입니다. 우리 이야기라 킨포크보다 알차지요.

하이드 2015-01-2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잡지는 저도 눈여겨보던건데, 소개가 없어 손이 안가더라구요. 재미있어 보이네요. 찜해봅니다.

붉은돼지 2015-01-25 08:49   좋아요 1 | URL
어라운드 괜찮은 것 같아 일단 어라운드하고 책
두 잡지를 몇달 정도 사 보려고 합니다.

cyrus 2015-01-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저도 Chaeg 정기구독은 일단 유보하지만, 잡지가 폐간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붉은돼지 2015-01-25 17: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부디 오래오래 장수하시길 바랍니다 ㅎ

수이 2015-02-0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북_은 완벽한 감동을 안겨줬어요. 그리고 책_ 궁금해서 주문했습니다. 붉은돼지님 기획회의도 읽으세요?

붉은돼지 2015-02-0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한 감동이라니 월욜 출근하면 주문해야겠어요. 기획회의는 초문입니다.^^;;
 

내 삶 속의 알라딘

 

<머거컵>

한 종류 정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4종 6개의 컵이다. 사은품 중에서 활용도로 치자면 단연 최고다. 인간이란 항상 뭐라도 마셔야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아래 줄 왼쪽에서 세번째 모델이 가장 마음에 든다.

 

<냄비받침>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개를 장만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과 <변신이야기>. 한글 제목이 없었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식탁이 대리석 재질이어서 별 쓰임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혼자 라면을 끓여먹을 때 냄비 받침으로 쓴다. 평소에는 주방 한 구석에서 작은 그림 액자처럼 서있다.

 

<책베개>

누가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어린 딸 혜림씨의 유용하고 중요한 놀이도구 중 하나다. 주로 소파 등받이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다. 거실 바닥에서 낮잠잘 때 혹은 소파에 누워 TV를 볼 때 내 무거운 머리를 폭신하게 받쳐준다.

 

<독서담요>

보는 순간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있을 때는 항상 큰 수건을 질질 끌고 다니거나 아니면 몸에 친친 감고 다니는 혜림씨에게 주는 선물로 구입했다. 보기보다 품질이 괜찮다. 유사시에는 화투 깔판으로 사용 가능하시겠다.

 

<마우스패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마우스패드. 마음에 든다. 4개 정도 깔아주면 때깔난다. 혜림씨가 주어뜯어서 귀퉁이가 조금 손상되었다. 안타깝다. 제인오스틴씨, 헤르만헤세씨, 피츠제럴드씨 같은 분들의 면면을 마우스로 문지르고 다니는 것이 조금 민망스럽고 황송하지만 어쩔수 없다. 어쨌든 마우스패드니까.

 

<북앤드>

침대옆 협탁에 쌓여 있는 책을 좀 정리해 볼 목적으로 장만했다. 그런데 북앤드 사이에 한 번 끼인 책은 근 1년이 지나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책위로 먼지가 쌓였고 때가 탓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잠이 오시면 보던 책은 그냥 협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다. 좁은 협탁 위에 이런저런 책이 어지럽게 싸여간다. 북앤드가 제구실을 못하지만 북앤드의 잘못이 아니다. 게으른 주인 탓이다. 셜록홈즈 북앤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 갔지?

 

<노트>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등에서 받은 노트는 수십권은 안되도 열댓권은 되겠다. 전부 우리 혜림씨가 사용했고 또 사용할 계획이다. 그림 그리고 한글 공부하는데 소용되었고 또 소용될 것이다. 노트가 오면 혜림씨는 자기 달라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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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1-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림씨라는 말이 참 다정하게 들리네요. 잘 보고 갑니다.

붉은돼지 2015-01-20 21:47   좋아요 0 | URL
처음엔 장난으로 그랬는데 이젠 입에 붙은 것 같습니다. 더 정감이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춤추는인생. 2015-01-2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 붉은돼지님이 올려주신 김훈에 대한 리뷰를 보고 즐찾등록을 하게되었어요 .
그때는 혜림이가 태어나기 전이랍니다. ^^
한글공부도 한다니 많이 컸겠지요 ?


붉은돼지 2015-01-20 21:52   좋아요 0 | URL
혜림씨 올해 초등학교 들어갑니다 돌아보면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조지클루니씨를 좋아하시는군요 ㅎ

고양이라디오 2015-01-2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사은품 참 좋아합니다. 책 많이 구입하시나봐요ㅎ 사은품 부럽네요ㅠㅋㅋ

붉은돼지 2015-01-28 22:13   좋아요 0 | URL
알라딘 사은품에는 예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은품에 눈이 멀어ㅋㅋ

고양이라디오 2015-01-2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사은품에 눈이 멀어 항상 5만원을 채우고 만다는ㅎ 아직 사서 못 보고 있는 책들도 많은데ㅠㅋ
사은품이 너무 이뻐요 정말ㅋ

붉은돼지 2015-01-28 22:18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열심히 모아 보아요 사은품 ㅎㅎ

물끄러미 2015-03-0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사은품을 받는군요 ㅎ

붉은돼지 2015-03-01 21: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알라딘 사은품에 예쁜 것들 많아요~~
 

 

 http://www.funshop.co.kr/vs/detail.aspx?categoryno=1286&itemno=11116

  
‘장기도 겨우 두는 주제에 체스가 가당키나 한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물건을 보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몹시 놀랐다. 이 놈은 내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원하고 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선생이 설계한 미드웨이 가든(시카고에 있다고 한다)을 모티브로 제작했다는 것이 그렇고 그 앤틱한 분위기하며,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기어나온 듯한 이미지하며 나를 몹시도 흥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항상 결론은 버킹검. 돈이 문제다. 299,000원. 거금은 거금이지만 이백만원도 아니고 이천만원도 아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살 수도 있는 금액이다.   

일단 찜해놓고 언젠가 눈 먼 돈이 생기면 사야겠다고 혼자 다짐 또 다짐해본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눈이 멀어 봉사가 되어도 내 앞에 ‘옛다 이거 니 먹어라’ 하고 떨어질리도 없고 또 생각해보면 이런 물건을 눈 먼 돈으로 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이다. 이런 물건은 땡빚을 내거나 아니면 아부지가 여동생 시집보낼려고 소팔아 꿍쳐놓은 돈을 몰래 쌔비든가, 어쨌든 금쪽 같은 돈으로 사야하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이 놈을 보는 순간 버선발로 뛰쳐나가 부둥켜 안고 눈물을 철철 흘려야 하건만 내가 지금 돈 299,000원에 망설이는 이유는 역시 모두에 언급했듯이 장기도 겨우 두는 놈이 체스가 왠말인가 이말이다. 만약 내가 체스 애호가라면 한치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이 바로 구매 클릭 했을 것이 틀림없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도 더욱 재미있게 봤을 테고 말이다. 

이번 달에는 한한대사전 제2권(100,000원)도 구입했고 이런 저런 넘들을 중고샵에서 또 7~8만원 가량 구입해서 여유가 별로 없다. 언젠가 사게되면 사진 찍어 올리겠다. 당분간 애 좀 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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