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이상 구입하면 응모할 수 있는

복불복 행운의 마일리지라는 것이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어쨌든.

소생 그전에는 그냥 마일리지 2000원에 응모했다.

이건 말이 추첨이지 응모하면 무조건 당첨이다.

이름하여 소심한 당신을 위한 소소한 선물

소심한 소생은 그동안 소소한 선물에 만족했었다.  

  

일주일 전에도 5만원 구매했는데,

나도 이제는 좀 대범해 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분수도 모르는 이런 맹랑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대범한 당신을 위한 고액마일리지에 도전했다.

5만원 1, 3만원 2, 2만원 3명인데

그런데, 소생은 역시 소생이라 완전 대범하지를 못해서

3만원권에 응모했다. 결과는 꽝!

에잇!! 그냥 하던대로 할걸

인간은 팔자대로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김질하며 때늦은 후회를 했다.

 

오늘 또 5만원치를 구매했다.

팔자대로 살려고 하니 오기라는 것이 생긴다.

왕후장상이영유종호아~~

아아아!!! 오기! 이거 조심해야한다.

헛된 꼬장 부리다가 된통 박쓰는 경우 허다하다

오늘은 고액마일리지가 2만원권만 남아있다.

에이 모르겠다. 응모했다. 역시 꽝이다.

지난 역사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배우지 못했으니,

그동안 읽은 책이 과연 누구에게 이로웠단 말인가,

~ 헛되이 시간만 낭비했구나...

헤벌레 벌어진 입으로 탄식이 절로 기어나온다.

 

오늘 구입한 도서는 아래와 같다.

<터키 박물관 산책> 이희수, 푸른숲, 17100

<오스만 제국사>, 도널드 쿼터트 16200

<세계를 읽다, 터키> 아른 바이락타롤루, 가지, 14400

이렇게 바구니에 담으니 47700원이다.

5만원에 모자란다. 5만원 딱 맞추기가 쉽지않다.

모자란 금액에 대한 땜빵용으로 한 권 추가했다.

<더블린 사람들>, 제임스조이스, 펭귄, 6930

조이스 어른께는 죄송하지만,

땜빵용이라고 안읽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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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5-0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제가 겪은 일을 똑같이 겪으셨군요~~~ 그저 이천원에 만족하려구요. 노트는 되더라구요. ㅎ

붉은돼지 2015-05-06 13:00   좋아요 0 | URL
저도 이천원에 만족하려고 하는데요....
왠지 이번에는 꼭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더라구요....
(도박하는 사람 심리가 그렇다고 하죠... 아마..)

인생 삼세판이고, 그동안 두번 도전한 것이 아까워 딱 한번만 더 해보고
안되면 앞으론 소소한 선물로 만족할 생각입니다. ㅎㅎㅎㅎ^^

stella.K 2015-05-0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통 크시네요. 저는 5만원어치 사 본 적이 없어요.
가물에 콩나듯 적립금으로 책을 사는데 저도 무슨 복불복으로 하는
뭔가 해 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되본적이 없어요.
그려려니 합니다.ㅜ
근데 저 제임스 조이스 책 생각 보다 싸네요.

붉은돼지 2015-05-06 16:38   좋아요 0 | URL
아,,저도 요즘 도서구입비 지출이 좀 마이 오바하고 있어 고민이 깊습니다....
조이스 책 저게 펭귄 마카롱에디션입니다. 저렴합니다...한권 구입하시죠^^

다락방 2015-05-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조건 5만원에 도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범한 사람이네요, 저. 될려면 큰 거 되라, 이러면서 꼭 5만원짜리 응모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된 적은 없습니다. Orz

붉은돼지 2015-05-06 16:39   좋아요 0 | URL
역시 대범하신 다락방님...존경합니다.^^
언젠가는 꼭 5만 당첨 되실 겁니다. 제가 응원하겠습니다..ㅋㅋㅋㅋ

비로그인 2015-05-0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배송료 면제 1만원을 돌파하기 위해 마니 집어넣었던 만화책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적립금 2천원을 위해서 4만원인가 5만원을 돌파하곤 했죠. 책을 마니 구매해본게 오래된 일이라,,, 도서정가제 이런거 때문에 이제는 뽑기식으로 룰을 바꿨나 보네요. ^^

붉은돼지 2015-05-0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런것 같습니다...도서정가제 때문에 대놓고 2000원 마일리지 주지는 못하고
뽑기식으로 해서 2000원 마일리지 주는 것 같습니다. 눈가리고 아웅인데,,,,소비자로서는 준다는데 뭐 고맙지요^^

해피북 2015-05-06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여러번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어요 단 한번도 성공한적이 없는데 요고 되긴되는걸까 당첨이라고 적힌 숫자는 정말 당첨된걸까 무수한 의심병의 창조이자 절망의 시간인거 같아요 ㅋㅡㅋ,,

붉은돼지 2015-05-06 16:59   좋아요 0 | URL
2000천 마일리지도 꽝이 있군요..저는 몇 번 해봤는데 할 때마다 당첨이어서 무조건 주는 줄 알았습니다만.......해피북님 힘내세요... 계속계속 될 때까지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당첨되겠죠..뭐...ㅋㅋㅋㅋㅋㅋㅋ

해피북 2015-05-06 20:30   좋아요 1 | URL
앗 ~ 그러니깐 붉은 돼지님 말씀과 제 생각에 약간 착오가 있었던거 같아요 붉은 돼지님이 말씀하신 2000점 마일리지는 장바구니에서 결재할때 바로 응모가능한 부분 말씀하신거 같구 제가 말한건 복불복에 있는 이천점 마일리지 였답니다 ㅋㅡㅋ,

복불복에서 고액도 안되고 이천점도 안된다고 말씀드린거였어요ㅋ 결재창에서 응모하는 이천점은 모두 당첨 되었어요 >~< 꺄~~
저 욕심쟁이에욧 쿄쿄쿄!

양철나무꾼 2015-05-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범모드여도, 소심모드여도, 한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는~--;
전에 아쉽게 되었습니다 500원은 받은적 있는데, 그건 사용 기간이 1주일이더라구요~ㅋㅋㅋ

붉은돼지 2015-05-06 20:19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앞으로는 아마 팡팡터져줄거예요^^

피오나 2015-05-0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가제이후로 저는 한번도 당첨이 안되고 있어요ㅋㅋ 맨날 큰거만 응모하다 안되서 이천마일리지로 해봤으니 그거마저도 꽝 !ㅡㅡㅋ

붉은돼지 2015-05-06 20:22   좋아요 0 | URL
상심마셔요 ㅎㅎ 피오나님~~
터질날이 곧 있을거예요^^

후이 2015-05-0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천원 짜리도 꽝 있습니다;ㅁ;

붉은돼지 2015-05-06 20: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2000은 무조건 당첨인줄 알았ㅇㅓ요^^

cyrus 2015-05-06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반값도서 몇 권이랑 신간도서를 같이 묶어서 5만원 맞춰 샀었는데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5-05-06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시절이었어요~~ 사무치게 그리워요^^

리톨 2015-05-1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0천 마일리지 무조건 주는거 맞나요? ㅜㅜ 전 10번 가까이 2천 도전했는데 다 꽝 나온듯..... 고액도 꽝...

붉은돼지 2015-05-14 14:58   좋아요 0 | URL
저는 할 때마다 된 것 같은데,,,물론 많이 해보지는 않았어요..
제가 잘 못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스쳐 지나가는 더 바랄 것 없는 봄날의 하루. 무라카미 하루키는 진구 구장의 외야석 잔디(당시 진구 구장 외야석에는 의자가 없었다고) 위에 배를 깔고 누워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관람하고 있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시즌 개막경기였다. 상대는 히로시마 카프. 1회말 야쿠르트의 선두 타자인 데이브 힐튼이 ‘딱’하고 안타를 쳤다. 배트가 강속구를 정확히 맞추어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멋진 안타였다. 힐튼은 재빠르게 1루 베이스를 돌아서 여유있게 2루를 밟았다. 하루키상이 “그래,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신주쿠의 서점에 가서 원고용지 한 뭉치와 세일러 만년필을 사와서 소설을 썼다. 당시 하루키는 29살이었고 처음 써보는 소설이었지만 그 작품으로 다음해 군조신인상을 수상했다. 바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되겠다.

 

하여튼 이 비슷한 내용들이 하루키 에세이 여러 곳에 등장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윽고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그 외에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찾지를 못하겠다. 이게 처음 읽었을 때는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가보다 했는데, 두 번 세 번 읽게 되니 “아아아. 이거 진짜 맞나? 4월 1일은 만우절인데, 뽕 아이가?” 소설 쓰는 일이 뭐 집구석에서 맥주 홀짝거리며 텔레비전으로 야구를 보다가 “음...갑자기 배가 살살 아픈 것이 응가가 매렵네, 그래, 응가나 하러 가볼까“ 해서 응가를 하는 뭐 그런 일도 아니고, (물론 혹자에게는 응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자세잡고 앉아 용만 쓰다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느니 생각하면 안타깝다) 소생같은 인사로 말할 것 같으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해본 적이 없지만 어쨌든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딱’하고 수십대 얻어맞아도 안될 그런 일인데, 뭐? “그래 소설을 써보자”하고는 소설을 써서 다음해 바로 신인상 당선이라고....내 참....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를 보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하루키의 이 에세이는 아마도 지금 세 번째쯤 읽고 있는 것 같다. 전에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이 봤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이번에는 이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십대 시절에는 무엇보다 책을 좋아했다. 학교 도서관에 신간이 든 상자가 들어오면 사서에게 부탁해 책을 뺀 빈 상자를 얻어, 그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그만큼 광적으로 책에 반해 있었다. 물론 냄새를 맡는 것뿐만아니라 읽기도 많이 읽었다. 인쇄된 활자는 뭐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각종 문학전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했다. 중고교 시절 동안 나보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p136)

 

저 정도로 책을 좋아했으면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걸으면 말 타고 싶고 말 타면 종 부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연이나 소생이 하루키의 머릿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키가 속을 까 뒤집어 보여 줄수 있는 것도 아니고(뭐 그럴 필요도 없고) 또 그게 뭐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금일은 또 어린이날이고 그래서 소생도 조금 바쁘다. 이러쿵 저러쿵해도 하루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네!!! 이것으로 정리 끝. 어쨌든 책이 든 빈상자의 냄새를 킁킁킁 맡으며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니, 소설가가 될 팔자임에는 어느정도 틀림이 없는 듯 합니다.

 

 

 

 

 

 

 

 

 

 

 

 

 

 

붉은돼지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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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05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m이 무슨 뜻인가요?
왜 공부가 젤 쉬웠어요. 하는 사람 뒤통수 때려주고 싶잖아요.
하루키 소설을 쓰게된 계기 알면서 괜히 미워지더라구요.
근데 정말 책을 엄청 읽었더라구요.
전 하루키만큼 책을 읽지 못하여 소설가가 못 되었나 보다. 그러고 있습니다.ㅠ

붉은돼지 2015-05-05 12:48   좋아요 0 | URL
tm은 그러니까...음...`쓰`의 영타입니다. ㅎㅎㅎ 수정했습니다
야구방망이로 하루키상의 머리를 `딱`하고 때려주고 싶어요. ㅎㅎㅎ
농담입니다. 하루키가 그렇다고 그렇게 여러번 말씀하시니 그렇다고 해야죠..
뭐 중요한 것도 아니구요,ㅎㅎㅎㅎ 그냥 심심해서 재미로 한 번 언급해 봤어요

예전엔 하루키의 소설을 열심히 봤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에세이가 마음에 들어
예전에 읽은 거 또 읽고 있습니다...

창밖을 보니 오늘이 정말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스쳐
지나가는 더 바랄 것 없는 봄날의 하루˝ 인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05-0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컬렉션이네요^^ 저도 아직 하루키의 에세이는 다 읽어보지 못했는데 부럽습니다ㅎ

붉은돼지 2015-05-05 15:07   좋아요 0 | URL
하루키 에세이는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one fine day 2015-05-0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때 하루키를 접하고 하루키와 함께 한살 한살 나이를 먹은 저에게는 하루키의 에세이들은 인생보고서쯤 됩니다. 사진보니 신판이 많으시네요 저는 신판구판 모두 갖고있다보니 하루키 책으로만 책장 하나입니다 ^^

붉은돼지 2015-05-05 21:08   좋아요 1 | URL
이런...제가 이거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쓴 격이 되었군요 ㅎㅎㅎ
하루키 책만 책장 하나라니 대단하세요^^

cyrus 2015-05-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 가끔 하루키 에세이나 소설 구판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붉은돼지님처럼 책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붉은돼지 2015-05-05 21:1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중고매장에도 한번씩 하루키 소설, 에세이 구판이
보이긴 하던데요. 저는 이만하면 된 것 같아서 더 사지는 않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알라딘을 보다가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반지의 제왕> 일러스트판 양장본이 나온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나온지 벌써 한 5년은 되었다. 보급판은 6권, 양장본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생은 2001년도에 출간된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을 이미 가지고 있지만, 이걸 보니 슬슬 구미가 당기면서 입맛이 쩝쩝쩝쩝.....무슨 뼛다귀를 앞에 둔 강아지 마냥 주체할 수 없는 침이 줄줄 흐른다. 며칠 전에 5만원 구매했는데.... 아아아!! 진짜!! 결국 1권 반지원정대만 주문했다. 권당 33,000원 10%할인해서 29,700이다. 이것은 일종의 쇼핑중독이다. 그 대상이 책일뿐이지 증상은 경증에서 중증으로 발전적으로 진행중이다. 전문의가 상담이 필요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 물건은 노동절에 도착했다.

 

소생의 구매 욕구에 불을 싸지른 것은 일러스트판 양장본에 대한 일부 알라디너의 100자평이었다. “책의 퀄리티가 정말 좋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낌“, ”책 엄청 크고 멋짐“, 아아!!! 진짜!!!! 더 밑에 있는 페이퍼를 보니 보슬비님이 2013년도에 반지의 제왕을 영어판으로 완독하셨다고 한다. 대단하셔요 보슬비님^^

 

물건이 손에 들어온 작금에 이르러 소생의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책의 퀄리티가 정말 좋다고 하기에는 쪼끔 그렇다는 생각이다. 나쁘지는 않다. 펭귄판 <오만과 편견> 또는 현암사판 소세끼 시리즈 같은 장정을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다. 일러스트도 나름 멋지긴 하지만 그리 많지가 않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어쨌든 만족한다. 2권, 3권도 구입해야겠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판 <반지의 제왕>의 역자는 김번, 김보원, 이미애로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동기들이다. 이들 세사람은 대학원 수업중에 <반지의 제왕>을 처음 접했고, 유비, 관우, 장비가 복사꽃핀 정원에서 결의형제를 맺었듯이, 어느날 문득 외서 전문 헌책방에서 페이퍼백 <반지의 제왕>을 발견하고는 공동번역에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이런 전차로 나온 것이 예문판 <반지전쟁>(1991)이다. 국내 초역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고 한다. 역자의 말이다. “톨킨식으로 말하자면 반지는 아직 한국 독자를 만날 의사가 없었고, 황금가지판이 나오기까지 10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초대 예문출판사가 파산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결의형제의 번역본은 2002년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다시 초간본이 나왔다. 2007년 수정본에 이어 2010년에 양장본으로 새롭게 다듬었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영화로 처음 나온것이 2001년도다. 두 개의 탑, 왕의 귀환까지 3년에 걸쳐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 더구나 그 시기에 맞물려 마침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 시리즈도 같이 개봉해서 소생의 행복감은 그야말로 바람을 타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 그런 행복한 시절은 다시 없을 것이다. 아아아!!! 복사꽃 만발하던 봄날은 가고 이제는 꽃잎도 시들어 떨어졌느니, 긴긴 겨울밤은 다만 화촉을 붙들고 옛책을 뒤적거릴 뿐일진져!!!! 생각하면 자꾸만 눈물이 철철 흐르지만 어쨋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 비해 영화 <호빗> 삼부작은 소생을 단단히 실망시켰다. <반지의 제왕>의 열렬한 팬으로서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예의로 <호빗> 1, 2편은 봤지만 3편은 결국 안 봤다. 그래도 <호빗>은 3편이 볼만하다고 하니 dvd로 구매해서 볼 생각이다.

 

 

 

 

 

 

 

 

 

 

 

 

 

 

 

 

 

 

 

<반지원정대>, <두 개의 탑>, <왕의 귀환>의 주요 장면으로 소생이 직접 액자를 만들었다. 십년도 넘었다.

아직도 소생 서재에 걸려있다. 활을 쏘는 요정 신궁 레골라스의 모습, 아라곤을 짝사랑했던 로한의 공주 에오윈이

바람을 맞고 서있는 장면, 마법사 회색의 간달프가 백색의 간달프로 변색하여 백발을 휘날리며 싸우는 모습으로

액자를 구성했다. - 붉은돼지 作 <반지의 제왕 삼부작 액자> 2003.

 

 

반지의 제왕 아크릴 문진이다. 하나는 곤도르의 수도인 절벽을 깍아 만든 놀라운 미나트리스 성의 모형이고,

다른 하나는 곤도르 왕국 입구의 강변에 세워진 거대 석상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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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5-0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톨키니스트셨군요. 스타워즈 팬보이시니 내공이 심상치않으심은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저도 <반지의 제왕>이랑 <후린의 아이들>만 양장으로 <실마릴리온>과 <호빗>은 보급판으로 가지고 있어요. 일러스트 몇 컷 안되죠... 멋지긴 합니다만 제대로 보려면 앨런 리 일러스트집을 따로 사야하는데 품절이죠... 언젠가 직구로 사고 마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저도 <호빗> 영화 실망해서 2편까지 보고 말았어요. 애당초 어린이용을 너무 늘린데다 타우리엘 싫더라고요. ㅠㅠ 반지 영화 나온게 벌써 십년이 넘었는데 봐도봐도 멋집니다. 피터 잭슨 초심을 잃었어요. 문진 부럽습니다... 특히 미나스 티리스요.

붉은돼지 2015-05-02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톨키니스트 까지는 아니구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만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 후린, 실마릴리온, 호빗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소장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dvd도 다 가지고 있고 요즘은 거의 안보지만 예전엔 몇 번씩 보기도 했습니다. 에이바님 말씀대로 정말 멋지죠^^

세상틈에 2015-05-0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빗은 읽었는데 반지 3부작은 아직이네요.... 저도 보급판 가지고 있는데 사진보니깐 양장 사고 싶어요.ㅜ.ㅜ

붉은돼지 2015-05-03 08:51   좋아요 0 | URL
반지 3부작도 한번 읽어 보세요...
그리고 영화 다시 한번 더 보시면 좋을듯 합니나^^
보급판 가지고 계시면 양장본은 굳이 안사셔도 될듯해요~~

fledgling 2015-05-03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눈독들이고 있는데 가격이 부담되서 천천히 사려고 합니다... ㅠ

붉은돼지 2015-05-03 08:53   좋아요 0 | URL
저도 일단 1권은 사서 맛은 봤으니 2,3권은 천천히 한권씩 사려고 합니다^^

아타락시아 2015-05-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지의 제왕 팬인데 기분 좋네요.^^

붉은돼지 2015-05-04 10:22   좋아요 0 | URL
반지의 제왕 팬이시라니 괜히 반갑네요 ^^

Mephistopheles 2015-05-0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킨이 저승에서 껄껄 웃으면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을꺼라 생각됩니다..

붉은돼지 2015-05-04 10:25   좋아요 0 | URL
혹시라도 저승에서 톨킨 선생을 만나면 제가 만든 액자를 선물로드리고 싶어요..^^.
액자를 저승까지 어떻게 가지고 갈지는 그게 좀 고민 ㅡㅡ;;;

transient-guest 2015-05-0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지름신을 다시 불러들이는 글이네요.ㅎㅎ 저도 LOTR 영문판을 5개의 다른 버전으로 갖고 있어요.ㅎㅎ DVD완전판, 최근에는 Blueray로 업그레이드했구요.ㅎㅎㅎ 그런데 한글판은 아직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멋진 버전이네요. 스타워즈 blueray완전판은 금년 black friday를 기다리고 있구요. ㅎㅎㅎㅎㅎ 호빗은 워낙 짧은 이야기를 3편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1편이 확실이 많이 지겨웠는데요, 3편은 좋습니다.ㅎ

붉은돼지 2015-05-05 14:49   좋아요 0 | URL
5개의 버전을 갖고 계시다니 대단하셔요^^
저도 올 성탄절 손꼽아 기다립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개봉 ~~~

nomadology 2015-05-05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덕을 가지신 분이셨군요. :)

붉은돼지 2015-05-05 14:55   좋아요 0 | URL
오덕후 말씀이시죠?
저는 뭐 오타쿠는 아니고 괸심이 조금 많은 정도죠 ^^

nomadology 2015-05-0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자체제작 액자를 걸어두셨다는 것을 봤을 때, 충분하세요.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
 

만병통치약님의 포스팅을 보다가 잠깐 아리한 추억에 잠겼다. 잊혀진줄 알았던 옛 기억이 방울방울 올라온다.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아득한 옛 사랑을 주책없이 더듬는 뭐 그런 것은 아니고, 역시 책에 관한 추억이다. ! 재미없군. 그렇죠? 제목을 보시고 무슨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인줄로만 알고 방문하신 알라디너님들에게는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혜량하여 주시옵길.

 

만병통치약님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15105129/7506004

    

한길사의 '한국사' 시리즈는 총27권이다. 25, 26권은 연표고 27권은 색인이다. 90년대 초반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첫눈에 반해서 껄떡거려봤지만 집구석에서 용돈 받아 쓰는 주제에 가당찮은 일이었다. 내용이 다소 학술적이어서 읽기에 조금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어쨌든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을 타고 하늘로 올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보니 아직도 사랑이 식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서 잠깐 초대가수 이은하씨 등장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아시는 분은 따라 불러주세요.) 그런데 모두 절판 내지는 품절이다. 27권 전집이 중고로 30만원에 나와있다. 사랑이 아무리 활활활 불타오른들 역시 무리다.

 

한길사의 '한국사' 시리즈는 강만길이 저자로 되어있고 안병직, 최장집 등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식민사관을 철저히 극복하고 투철한 민족사관에 입각하여 5천년 역사를 체계화한 한국사 서적. 또한 식민시기의 민족해방운동과 해방공간의 통일운동을 새롭게 해석했으며, 기존의 정치 왕조사 중심에서 탈피 사회경제사, 사상사, 생활사 중심으로 서술하려 했다라고 알라딘에 소개되어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세느강은 흐르고 소생의 이루지 못한 사랑도 흘렀는데...... 그게 약간 빗나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한국사' 시리즈 대신에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한권씩 사서 읽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면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꿩에게는 꿩의 쓰임이 있고 닭에게는 닭의 맛이 있는 것이다. 22권을 다 읽었고 22권을 다 모았다. 이이화의 한국사 역시 생활사, 문화사, 민중사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강만길의 책이 학술적 역사책이라면 이이화의 책은 대중적 역사서라고 할 것이다.

 

안그래도 세계사 연표를 하나 장만해야 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한국사 연표'를 보니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색해 보니 수요역사연구회에서 나온 '곁에 두는 세계사'가 가격은 48000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내용은 최고인 것 같다. 30만원은 차마 불감당이나 48천원은 대충 가당할 것이다. 연표를 이리저리 뒤적뒤적 보고 있으면 뭐랄까 세계 정복이라고 하면 좀 많이 웃기고,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쭈물쭈물 주무르는 듯한 그런 얼토당토 않은 기분도 조금은 드는 것이다. 소생만 그런 과대망상적인 생각을 하는지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소생이 뭐 역사학자도 아니고 이런 연표가 얼마나 소용될지 약간 의문스럽지만 그래도 왠지 이 연표는 심심하지 않게 용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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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4-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곁에 두는 세계사 속 내용 한장 볼 수 있을까요? 아무리 검색해봐도 좋다는 말만 나오고 내용을 보여주지 않네요 ^^;;;;;

붉은돼지 2015-04-29 17:46   좋아요 1 | URL
제가 그제 5만 결제한 괸계로 이 연표는 현재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미리보기는 없고 평에는 좋은 말만 있고 그런데 평을 쓴 사람들이 또 거의 구입한 사람들이라 일단 믿고 사볼려고 생각중입니다.
구매하게되면 사진 올려볼께요^^

해피북 2015-04-2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러다 붉은돼지님 서재 팬되겠어요ㅋㅡㅋ 노래도 함께 불러주시고 굴뚝타고 하늘까지 치솟던 애서가의 기억이 이렇게 유쾌할줄은!

역사가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붉은돼지님의 마음이라면 충분할것 같은걸요~^^

붉은돼지 2015-04-30 09:43   좋아요 0 | URL
역사 연표는 구입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긴 합니다.
사전처럼 그때그때 필요할 때 궁금할 때 뒤적여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구입하고 싶은데......가격이 좀..ㅠㅠ

cyrus 2015-04-2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국사, 세계사 사전을 가지고 싶은데 가격이 비싸서 구입하기가 망설여져요. 있어봤자 왠지 책장 자리만 쓸데없이 차지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

붉은돼지 2015-04-30 09:46   좋아요 0 | URL
한국사, 세계사 사전도 있군요....사전은 무슨 도구처럼 꼭 한번씩 필요할 때가 있더라구요....
연표 같은 거는 심심할 때 아무 페이지나 한번 펼쳐보고 그래도 좋을 것 같아요 ^^

ICE-9 2015-04-3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한길사의 한국사를 너무 소장하고 싶었더랬죠. 비싼 가격에 언감생심,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대학 다닐 때 도서관에서 틈틈이 벗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제법 세월이 지나 현재의 학문적 연구를 따라가지 못해 내용이 좀 뒤떨어졌을 것 같아요.^^; 아무튼 그리운 책이네요^^

붉은돼지 2015-04-30 09:48   좋아요 0 | URL
<한국사>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는 표지도 멋지고 해서 정말 탐나고 그랬는데,,,, 사실 지금은 그때처럼 그렇게 소장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ㅠㅠ.

transient-guest 2015-05-0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청아출판사에서 나온걸로 첨에 역사를 접했는데, 그간 업그레이드가 늦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ㅎㅎㅎ 구하고 싶은 책은 계속 늘어나고...말씀처럼 중독같은데, 다같이 그룹 therapy라도 받아야 할 듯..

붉은돼지 2015-05-05 14: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한 듯 합니다 ㅋㅋㅋ
 

 

도서출판 숲에서 나온 계간지 <인문의 향연> 2호와 3호를 구입했다. 1호도 구하고 싶어서 출판사에 연락했더니 재고가 없다고 한다. 도리 없다. <인문의 향연> 제2호의 제언이 “일리아스를 읽자”이다. 제언을 읽어보니 역시 <일리아스>가 읽고 싶어진다. 영화나 여러 판본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이런저런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어서 대충 내용은 알고 있지만 원본을 읽은 적은 없다. 책은 사놓고 있다. 호메로스 뿐만아니라 희랍 3대 비극작가의 작품까지. 소생 서재의 책장을 볼 때마다 압박을 받고 있지만 오늘의 압박은 강도가 다르다.

 

서양 문학의 원류가 되는 일리아드의 내용인 트로이 전쟁의 시작은 이렇다. 바다의 신 테티스가 인간 펠레우스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테티스와 펠레우스 사이에서 훗날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태어난다. 테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초대되었는데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은 초대를 받지 못했다. 테티스로서는 당연하겠지만 에리스로서는 화가 나는 일이다. 불청객으로 결혼식에 나타난 에리스는 황금으로 된 사과 하나를 던지고 사라진다. 이 사과를 ‘파리스의 사과’라고 명명한다면, 이 사과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잡스의 사과와 더불어 인류 문명사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키는 엄청나게 유명한 사과가 된다.

 

에리스가 무심하게 던진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의 아니게 심사위원도 없는 가운데 ‘미스 올림포스 선발 대회’가 열렸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의 여신 아테나, 결혼의 여신 헤라가 서로 자기가 사과의 주인이라고 우기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결론이 날 리가 없다. 그래서 최고신인 제우스에게 결정을 내려달라고 청하게 되는데 제우스인들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다. 후보 중에 자기 마누라도 있는 판에 이런 골머리 아픈 일에 연루되기는 싫었을 것이다. 헤르메스에게 떠 넘긴다. 이걸 결정할 인간을 물색해보라고 한다. 헤르메스가 찾아낸 인간이 이다산에서 양을 치고 있던 양치기 소년 파리스다.

 

파리스는 그냥 양치기 소년이 아니다. 원래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인데 어릴 때 버려졌다. 파리스가 어머니 헤카베의 뱃속에 있을 때 파리스의 누이인 카산드라가 아이가 태아나면 트로이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했다. 카산드라는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여 불행을 자초했다. 앞 일을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지만 아무도 그 예언을 믿어주지 않는 저주를 동시에 받은 여인이다.

 

그건 그렇고 파리스 앞에 나타난 세 여신은 각자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주장한다. 파리스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미스 올림포스’의 왕관이 탐난 세 여신은 급기야 대가를 제시한다. 헤라는 부와 명예를, 아테네는 지혜와 용기를,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파리스의 심판이 공정할 리 없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낙점했다. 아! 어리석은 파리스여~ 부와 명예나 혹은 지혜와 용기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건만. 뭐 이건 소생이 한탄한 일은 아니다.

 

당시 희랍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은 여인은 헬레네였다.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간에 헬레네가 최고의 미녀였는데 문제는 유부녀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이었다. 메넬라오스는 후일 트로이를 공격하는 그리스 연합군의 사령관이 되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동생이다. 헬레네의 족보도 복잡하다. 공식적으로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와 왕비 레다의 딸이다. 하지만 사실은 신의 핏줄이니 레다에게 반한 제우스는 백조로 변해 레다와 교접하였고 레다가 낳은 백조알에서 나온 여러 아이들 중에 하나가 헬레네다.

 

헬레네가 결혼 적령기가 되자 구혼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45명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아킬레우스, 오딧세우스 같은 이들도 있었다. 신랑뽑기 오디션이 과열되자 틴다로오스는 혹시 탈락한 구혼자들이 흥분하여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난동이라도 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이 때 오딧세우스가 “남편감이 정해지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승복하고 끝까지 그의 명예를 지켜준다.”는 맹세를 모든 구혼자들에게 받으라는 조언을 해준다.

 

이 맹세는 결국 그들을 옭아매어 대 트로이 전쟁을 위한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하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오딧세우스는 그 조언의 댓가로 훗날 틴다로오스의 조카인 페넬로페와 결혼하게 된다. 꾀 많은 오딧세우스는 헬레네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차선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헬레네는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불륜을 저지르지만 페네로페는 밤마다 낮에 짠 베를 풀어가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남편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파리스는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준 댓가로 헬레네와 배꼽을 맞추었고 또 같이 트로이로 도망치게 된다. 오쟁이 진 메넬라오스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옛 구혼자들의 맹세로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하고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이 총사령관으로 추대된다. 아울리스 항에 모인 그리스 연합함대가 여신 아르테미스의 방해로 출항을 못하게 되자 아가멤논은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제물로 바치고 출전한다. 어찌 피눈물나는 속사정이 없었겠나만은, 아! 비정한 아비여~ 훗날 아내의 불륜으로 비명횡사하더라도 억울하다고는 말 못하리라. 이리하여 향후 10년간 이어지는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이고 , <오딧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후 귀환하는 오딧세우스가 겪는 모험담이다. 호메로스의 유장한 대서사시들은 기원전 8세기 경에 쓰여졌다고 짐작되는데 그로부터 3~4세기 뒤에 등장하는 그리스 3대 비극시인은 이와 관련된 수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썼고 그 중 일부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에우리피데스는 특히 이와 관련된 비극을 많이 남겼다. 파리스를 따라 트로이로 간 것은 헬레네가 아니라 헬레네의 환영이라는 전설을 근거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헬레네>.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가 아울리스 항에서 그리스군의 출정을 위해 산 제물로 바쳐지는 내용을 다룬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어머니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인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와 누이인 엘렉트라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오레스테스>

 

트로이 함락후 그리스 연합군의 전리품이 된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가 막내아들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 <헤카베>. 프로아모스의 막내아들 폴뤼도로스는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잘 지켜달라고 보물과 함께 트라케 왕에게 맡겨두었는데 트로이가 패망하자 보물이 탐난 트라케 왕은 폴뤼도로스를 죽여 시신을 강에 버렸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아내인 안드로마케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첩이 되어 텟살리아에서 살던 이야기 <안드로마케>. 트로이 함락후 전리품이 된 트로이 여인들의 이야기 <트로이아 여인들>. 왕비 헤카베는 오뒷세우스, 딸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에게 배정되었고 또 다른 딸 폴뤽세네는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제물로 바쳐졌다. 헥토로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네옵톨레모스의 몫이 되었다.

 

아이스퀼로스도 여러 편을 남겼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10년만에 고국으로 귀향하던 날, 그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야기 <아가멤논>.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카이메스트라는 헬레네의 언니다. 아가멤논이 살해될 때 구사일생으로 피한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청년이 되어 돌아와 그의 어머니와 정부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친 살해자가 된 오레스테스가 자신의 죄에 대하여 올림포스 신들과 아테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의 심판을 받는 이야기. 무죄일까? 유죄일까? <자비로운 여신들>. 이른바 <오레스테이아>3부작이다.

 

<오이디푸스 왕>으로 유명한 소포클레스도 자신을 낳은 어머니와 그 정부를 죽여 아버지 아가멤논의 원수를 갚는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엘렉트라>를 남겼다.

 

희랍 3대 비극시인보다 수백년 후대의 로마 시인인 베르길리우스는 그 유명한 <아이네이스> 썼다. 트로이 왕족으로 헥토르의 사촌인 아이네아스는 트로이 보다 더 위대한 제2의 트로이를 건설하게 되리라는 신탁을 받는다. 베누스(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아이네아스는 추종자들을 이끌고 불타는 트로이성을 탈출하여 천신만고 파란곡절 끝에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다. 로마의 시초다. 예수의 족보가 다윗에 닿아 있듯이 카이사르의 족보는 아이네아스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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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2015-04-1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들 다샀지요. ㅋ 저는 비극에 더 빠져서 `아트앤스터디`에서 `김헌`선생님 강의 들으며 대표 비극들을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일리아스`랑 `소포클레스`의 비극들을 좋아합니다. 한 때 그리스 문학과 역사에 푸욱 빠졌었는데. 그때의 열정적인 독서가 그립네요.

붉은돼지 2015-04-19 20:5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여름님..
사실 뭐 주절주절 써놓았지만 저는 아직 제대로 읽어 본게 없습니다. 더구나 강의 같은 건 들은적도 없구요ㅜㅜ
희랍고전은 옛날부터 관심은 있었으니 이제 찬찬히 함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ㅎㅎ 책도 사놓았는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