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알라디너님들의 서재를 보면 위쪽 혹은 아래쪽 혹은 좌우 옆쪽에 멋진 책장 혹은 선반이 떡!하니 마련되어 있어 이런 저런 흥미로운 책들을 전시하고 있다. 보기에도 멋지고 '햐~~ 이 분은 이런 책을 애호하시는 구나! 이 책은 처음 보는데, 어떤 내용일까? 뭐 요런 생각도 든다. 불초한 소생 그걸 보면서 저런 책장은 어떻게 해야 장만할 수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저런 걸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하는데, 하는데 하는 생각을 늘 가슴 속 깊이 품고 있던 그러던 차에...

 

어제 저녁에 어떻게 쭈물쭈물 쪼물쪼물 하다보니 그것이 ‘TTB2’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광고라고 하는데 자신이 열렬히 애호하거나꼭 좀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책을 선전도 하고, 다른 분들이 그걸 클릭하거나 하면 서재 주인장에게 일말의 혹은 추호의 수익도 생긴다는 것이다. 2015년도 소생의 땡스투 수익금을 확인해 보니 3건에 290원이다. ㅋㅋ 어찌된 심판인지 모르지만 TTB2 광고 설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TTB2 구매자수익이란 것이 또 4건에 1060원이다. 다른 분이 광고한 도서를 구매하면 땡스투처럼 구매자에게도 수익금이 지급되는 모양이다. 티끌모아 태산. 뭐 사실인즉슨 태산명동에 서일필일테지만 한푼 두푼 모이면 도움이 되긴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어젯밤에 계속 서재를 쪼물쪼물 뚝딱뚝닥거려서 소생도 드디어 책장을 하나 마련했다. 소생의 오랜 관심사 중의 하나인 이스탄불(혹은 콘스탄티노플)과 관련된 책들을 책장에 올려놓았다.(내 맘대로 내 멋대로 정한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도시 2위가 이스탄불이다.) 보기에 좋다. 언제 한 번 가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몰라서 말씀드리는데,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는 베니스다. 굽이굽이 거미줄처럼 얽힌 운하에 누런 똥물이 출렁출렁~ 넘실넘실~ 거려도, 간이식당에서 바가지 요금을 덮어써도, 좁은 골목골목 곳곳이 관광객으로 미어 터져도, 한해 수십차례 바닷물이 범람하고 따라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해도, 해도, 해도... 역시, 역시, 역시 아름다운 도시다. 베네치아는.

 

각설하고, 지난 토요일부터 <외딴집>을 읽고 있다. 거의 다 읽어 간다. 답답하고 재미있다. 결말이 궁금하다. 오늘 저녁에는 결판이 날 것 같다 <로마제국쇠망사>는 아직 4권을 읽고 있다. 큰 마음먹고 작년부터 시작한 원대한 사업이다. 10쪽이라도 매일 읽는다는 결심이었는데 미야베 월드에도 놀러가야 하고 이런 저런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사정들이 있어(변명이다.) 못 본지 4~5일은 넘은 것 같다. 지금은 4520쪽 정도까지 진도가 나가 있다. 읽을수록 느끼지만 기번의 쇠망사를 잘 읽기위해서는 희랍 고전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번은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이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독자는 기본적인 소양이 없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이럴 때가 많다. 기번이 수다스럽게 달아놓은 주석에는 더더욱 모를 소리들이 많다. 이게 뭐 올림픽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이리 생각했다. <로마제국쇠망사>를 읽었다!!! 는데 의의가 있고 의미를 둔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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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궐 2015-03-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저도 그게 궁금했더랬습니다. 리스트로 하는 건가 싶어서 이리저리 해보려다가 안되길래 아 이건 서재의 달인들만 할 수 있나보다 하곤 잊고 있었네요.^^;;
알라딘 서재의 세계는 참 심오한 거 같습니다. ㅎ

붉은돼지 2015-03-25 13:45   좋아요 0 | URL
맞죠 ㅋㅋㅋ 심오합니다...
저도 어제 왠지 심심하고 해서 쭈물럭거리다가 보니 장만하게 되었어요.. 서제관리>TTB2 광고설정에서 어떻게 저떻게 하면 됩니다. 설명이 상세하지 못해서 죄송해요..저도 여차저차하다보니 되었습니다...시간 나실 때 한 번 해보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5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서재 멋있습니다. 저도 광고설정 무지 고생하다가 만들었습니다.

붉은돼지 2015-03-25 13: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ㅋㅋㅋ
어제 밤새 뚝딱거린 결과물입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집에 진짜로 큰 책장 하나 들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5-03-25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요번 달 ttb2가 세자리였다는...ㅋ~.
도서정가제 이후 땡스투는 완전 저조하구 말이죠.
저 책장 만드는거 궁금하신 분들 저한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하고 말이져, 주먹구구식으루다가~, 무대뽀로~, 제 눈높이에서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여~^^

붉은돼지 2015-03-25 15:35   좋아요 1 | URL
세자리 ㅋㅋㅋ
저런 걸 만들어 놓으면 먼지 안 앉도록 쓸고 닦고 관리를 잘 해 줘야 하는데 잘 할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icaru 2015-03-25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하... 다른분들 책장처럼 있는 게 뭔가 했더니, 그런 거였군요.. 서재관리 들어가니 설정이 있긴 하네요.
나중에 제 서재에도 책장 들여놨으면,,, 붉은돼지 님 따라서 어떻게저떻게 했나보다 하심 ㅋㅋ

비오는 날 하의실종한 분들 다리 건너는 달력 사진 표지가 외딴 집이었군요... 흑백이 아니고,, 저도 외딴집 상권 읽다가 치워둔지가 6년되나봐요... 담담하고 의로운 여자아이 주인공만 생각나네요. ㅋ


붉은돼지 2015-03-25 15:45   좋아요 1 | URL
책장 들여 놓으셨군요 ㅋㅋㅋ 축하드립니다.
저도 <작가란 무엇인가> 2~3권은 구입해야한다. 한다. 한다 하면서 아직 못하고 있어요~~

AgalmA 2015-03-25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집 서재 얘긴가 구경왔는데, 알라딘서재 TTB... 이슬람의 분위가 물씬이네요.
저는 거실액자식으로 색깔별 깔맞춤에 애를 씁니다. 내 서잰데 내가 우선 좋고 봐야지! 하면서... 헌데 이거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책 성격들까지 맞추자니.
TTB 수익보다는 도움되는 리뷰로 책구매자에게 thanks to를 받으시거나 운이 좋으면 이 달의 리뷰, 페이퍼 적립금을 받는 것이 더 유용한 걸로 아뢰옵니다

붉은돼지 2015-03-25 16:38   좋아요 2 | URL
이슬람 + 비잔틴 분위기를 낼려고 노력했어요 ㅎㅎㅎ
저도...뭐....ttb나 땡스투나 수익에는 별 기대를 안해요 ㅜㅜ 아니 영 기대를 안하는 건 아니구요 ㅋㅋ
한푼 두푼 모이는 것도 나름 도움이 된 것 같구요.. 옛날에 아주 옛날에 이 달의 리뷰 당첨금이 5만원, 3만원 할 때 한 두번 받고는 그 후론 무소식이에요....

AgalmA 2015-03-25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열정적으로 리뷰를 쓰고 싶은 책이 있긴 하죠. 적립금을 받기 위한 리뷰쓰기는 재미없죠. 지치기도 하고.
저는 요즘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자유로운 리뷰쓰기가 될 수 있을까 고심중입니다ㅎ
서재 그토록 오래 계셨으면서 서재책장을 이제 생각하셨다니 붉은 돼지님도 참ㅎ..

붉은돼지 2015-03-25 17:00   좋아요 2 | URL
한동안 뭘 했는지.. 먹고 사느라 ㅎㅎ 바빠서 ㅎㅎ 서재질을 못했어요....옛날에는 책을 읽으면 될 수 있는 한 리뷰를, 그러니까 독후감상문을 쓸려고 했는데....요즘은 페이퍼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생각나는대로 쓰는....

AgalmA 2015-03-25 17:06   좋아요 1 | URL
저도 페이퍼가 재밌더군요. 한가지 책만 체크되는 리뷰 틀 속에서만 얘기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

[그장소] 2015-03-2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저도 어찌 주물럭 거리다 포기했는데
...뭐 갖다붙이는건 잘 못하고 딴길로 새는 통에..ㅎㅎㅎ
호, 의 얘기죠..
한 섬같은 마을에
유폐되어오는 무섭다고 소문이 무성한 누군가의 이야기.
알고보니 그는 그리 무섭지 않고요..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기도 하죠.
슬픈 얘기였어요.
호.에게..
좋은 이름이라고..해주는..

붉은돼지 2015-03-26 12:54   좋아요 1 | URL
맞아요...호. 바보 호의 이야기..
어제 저녁에 결판을 낼려고 했는데....아직 결판을 못 냈어요

그장소님도 책장 한번 만들어 보셔요,
이 책장을 북플에서는 볼 수 없는게 아쉬워요..

마녀고양이 2015-03-26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을 예전에 삼면으로 깔았다가 어느 순간 없애버렸어요.
그런데 다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시네요. ^^

외딴집은 제가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 이야기 중에서 제일 아끼는 작품이예요.
다른 작품에 비해서 처연한 구석이 마음을 저미더라구요, 그러면서도 따스한 온기가.
즐거운 독서 되셔요~ ^^

붉은돼지 2015-03-26 13:02   좋아요 1 | URL
책장에 먼지 앉지 않게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데 수시로 책도 갈아주고...(무슨 어항에 물 갈듯이 ㅎㅎㅎ) 자신이 없어요~
모두들 외딴집이 에도시리즈중 최고라고 하더군요..물론 재미도 있지만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장소] 2015-03-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게 제일이다..할 수가 없어요.
아직까지는 계속되는 스토리라고 여겨져 그런지 외딴집..바다에 물결이 일면 토끼가 난다고..표현하는 게 신기해..좋았어요.전체적으로 깔린 베이스가 너무 슬퍼서..애잔해..그러네요.

저도 서재꾸미고는 싶은데..능력이..모자라욤..ㅠㅠ

붉은돼지 2015-03-26 16: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토끼가 난다는 표현은....막 상상이 되면서....재미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서재는 시간 나실 때, 심심할 때 한 번 천천히 꾸며 보셔요 ~

yamoo 2015-03-2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의 <왼딴집>을 읽고 계시군요. 근데 <외딴방>과는 다른 작품인가요? 엔날에 읽을 땐 하드커버 문고본 모양으로 2권짜리로 된 책이었는데 말이죠. 한국소설들을 가열차게 읽을 때 신경숙은 제게 이런 작가로 각인됐습니다.
`지루하게 자기 얘기를 하는 작가`
비슷한 작가로 서하진도 있습니다..ㅎㅎ 신경숙의 작품들을 한 10권 쯤 모았을 무렵, 하루키 작품들과 함께 전부 처분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루함 속에서도 재미를 발견하셨다니, 그럼 <바이올렛>을 일독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와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넘 길어서 잡을 수가 없습니다. 둘 다 짧게 편집된 책도 두깨가 장난이 아니라 저도 찔끔찔금 읽는 방법을 택해야 할 듯합니다. 흠...생각해 보니 아주 좋은 방법인듯합니다. 중요한 건 읽은 게 중요하니깐요...ㅎㅎㅎ

붉은돼지 2015-03-27 13:58   좋아요 0 | URL
신경숙의 <외딴 방>이 아니구요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이에요..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신경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초기작인지 데뷔작인지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에서는 무척 신선하고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차츰 차츰 차츰 신파로 흐르는 느낌....

역시 기번의 쇠망사 쯤 되면 무슨무슨 몇개년 계획 비슷한 것을 세워야 합니다. ㅋㅋㅋ

yamoo 2015-03-27 15:25   좋아요 0 | URL
헐~ 이런..
ㅋㅋㅋ 미야베 미유키이군요...ㅎㅎ 미유키의 <외딴 집>ㅎㅎ
 

소생이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고는 <모방범> 밖에 없다. 부끄럽다. ‘미야베 월드 2이라는 에도시대 미스터리 시리즈는 당연 처음이다.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라는 부제가 붙은 <흔들리는 바위>를 다 읽고 난 지금 소생의 돌머리가 갑자기 흔들흔들 흔들리면서 환청같은 것이 들려온다. 웰컴 투 미야베 월드

 

소설의 처음에 등장하는 시비토스키(사람의 시체의 나쁜 영이 깃드는 것) 소동과 두 번째 장에 나오는 어린 소녀와 소년의 죽음, 그리고 밤마다 흔들리며 우는 바위의 등장. 이것들이 호상간에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백여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그 유명한 아코사건을 배경으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원인없는 결과는 없고 모든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그 유명한 아코사건이란 바로 <주신구라>를 이야기하는데, 아코사건이란 역사적 사실이고 <주신구라>는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고전문학이다. 아코사건의 알려진 전말은 대충 이러하다. 1701년 에도 막부는 조정에서 파견된 칙사의 접대를 아코번의 젊은 영주 아사노에게 맡기고 그 의례 지도는 또다른 영주인 기라에게 맡긴다. 칙사를 대접하러 가던 아사노가 돌연 기라에게 칼을 휘둘러 부상을 입힌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사노가 기라에게 어떤 원한이 있었다는 정도다. 어쨋거나 쇼군이 계시는 에도성에서 어떠한 이유로든 칼을 뽑았다는 것은 엄청난 일임에 틀림없다. 

 

막부는 아사노에게는 할복을 명하고 아사노의 성과 영지를 몰수하였지만 기라에게는 어떠한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그 다음해에 이제는 멸문되어 떠돌이 낭인이 된 아코번의 무사 47인이 기라저택을 습격하여 기라를 베어 죽이고 주군의 원수를 갚는다. 그후 47인은 순순히 막부에 체포되어 할복의 명을 받고 모두 배를 째고 죽는다. 이 아코사건은 그후 각색되어 <가네다혼 주신구라>라는 일본의 국민문학이 되는데 연극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엄청나게 많이 상영되었다.

 

미미여사는 이 주신구라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사실 아사노는 신경증이 있어 아무 이유없이 기라에게 칼질을 했는데 막부가 아사노의 신경증을 인정하지 않고 원한이 있어 칼질을 했다고 판결하여 할복을 명하고 영지를 몰수했다는 것이다. 사실대로 밝혀 칙사의 접대역이 정신병자라고 해서는 막부의 쇼군이 천황에게 면목이 없게 된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아코의 무사들은 사무라이로서 당연히 원한을 품고 할복한 주군의 복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아코의 무사들이나 기라저택의 사람들이나 결국은 모두 시대의 부조리한 권력에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논리다아코의 무사들이 그런 부조리를 알면서도 피를 흘리고 희생을 치르며 할복을 함으로써 부조리한 권력에 저항을 했다는 것이 미유키여사의 새로운 해석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만 잔뜩 했는데 요지는 이 소설 재미있다는 것이다. 일단 미야베 월드에 한발 성큼 들어선 이상 다시 뒤돌아서서 꽁무니를 뺄 수는 없을 듯하다. 다음에는 또 무엇을 읽어야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이건 사족인데, 에도막부의 성립과 일본 무사도와 관련해서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도쿠가와 이에야스(32)>의 일독을 권한다. 정말 눈물나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환불해 줍니다. 이건 농담입니다. 옛날에 책 좀 있다는 집구석에는  <대망(大望)>이란 제목의 (아 깨알같은 글씨의 2단 세로쓰기) 양장본 1질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 옆이나 아래에 20권짜리 <왕비열전> 양장본 1질까지 구비되어 있으면 금상첨화다. 사실 요 상황은 옛날 우리집 모습이다.   

 

각설하고, 소생이 감히 만방에 고하고자 하는 바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삼국지><동주 열국지>와 같은 반열에 놓기를 추호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것이올습니다. 2차대전에 패망하고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집필했다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집필 의도를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등장인물과 일본 문화에 대하여 많이 미화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그 흥미진진함은 손에 땀을 쥐게한다. 소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두 번 읽었다.

 

이건 사족에 더하여 추신인데,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것을 읽다가 보면 할복이 무수하게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한데, 소생 생각에 이 할복은 정말로 특이하고 놀라운 문화인 것 같다. 할복은 무사에게만 허용된 일종의 명예로운 죽음이다. 상것들은 할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할복이라는 것이 그냥 무대가리로 배때기를 푹 찌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얼마의 깊이로 어디를 찌르고 어느 방향으로 가른다는 식의 법도가 있다. <흔들리는 바위> 에도 제후를 다다미방이 아닌 정원에서 할복하게 해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배를 째는 고통을 덜기 위해 당사자의 부탁으로 옆에서 목을 쳐주는 것을 가이샤쿠라고 한다. 가이샤쿠도 그냥 아무렇게나 내리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목뼈와 목뼈 사이의 연골 부분을 내려쳐야 하고 목이 몸통으로부터 완전 분리되어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지 않고 목과 몸통이 종이 한 장 정도의 여유를 남기는 것을 최고의 기술로 친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아시다 시피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할 때 가이샤쿠를 실행한 사람의 검술이 미숙하여 미시마의 목은 세 차례의 칼질 끝에 겨우 떨어졌다고 하니 으으으 생각만 해도 괴롭다.

 

더하여 또 하나, 할복하기 전에는 지세이라는 것을 남겨야 했다. 이건 하이쿠 비슷한 것으로 일종의 유언인데 자신이 살아온 삶을 한 두줄의 간단한 문장으로 집약해야 하는 것이니 죽기도 바쁜 사람이 이런 시까지 지어야 한다니 할복이란 정말 아무나 할 일이 아니다. 소생 같은 불초한 것들은 할복도 어렵지만 지세이 짓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참고로 히데요시는 죽을 때 오사카의 영광이여 꿈속의 꿈이로다라는 유명한 지세이를 남겼다. 물론 히데요시가 할복한 것은 아니다. 일세를 풍미한 영웅은 또 행운아이기도 해서 종신와석했다. 연이나 병아리같이 어리고 약한 새끼를 늙고 음흉한 너구리 옆에 두고 떠날 때는 두 눈이 쉬이 감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할복관련해서는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에 자세하게 나와있다. 이것 또 무지하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언젠가 리뷰 비슷한 걸 쓰기도 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온데 간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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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복과 가이샤쿠....눈앞에 막 그려지는거 같아요 OTL 도쿠가와 이에야스 재밌다셔서 읽어볼까 했는데 전 아무래도 ㅠㅜ ㅎㅎ

붉은돼지 2015-03-17 21:45   좋아요 0 | URL
삼국지, 열국지, 초한지 이런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이고요
이게 또 일본역사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cyan 2015-03-1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를 현대물 보다 훨씬 좋아합니다. 북스피어 대표님 홈페이지를 가시면 에도시리즈를 읽는 추천 순서가 있어요. 기왕이면 참고하시기를~~

붉은돼지 2015-03-17 21:48   좋아요 0 | URL
미미여사 시대물은 처음이지만 제 취향에 맞는 거 같아요. 저는 마포 김사장님이 누구신가 했는데 그분이시더군요ㅋㅋ

cyrus 2015-03-1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 월드 완주 성공을 기원합니다. 저도 미야베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생기면 따라가겠습니다. ^^

붉은돼지 2015-03-17 21:54   좋아요 0 | URL
이제 미야베 월드에 처음 입성했으니 이리저리 천천히 둘러보고 구경 좀 해야겠어요^^

yamoo 2015-03-1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생은 아직 미야베 저서 구경도 못해봤습죠~
삼국지, 열국지, 초한지는 안좋아 합니다만...영웅문, 동방불패, 녹정기는 매우 열광했습니다..ㅎ
몇 년 전에 일본 소설 묶음을 다 처분해서뤼, 앞으로 읽을 계획이 없습니다..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요시모토 바나나, 애쿠니 가오리, 하루키 등 거의 전집 수준의 책들을 처분했거든요~

그래도 붉은돼지 님의 미야베 월드 입성을 열열히 환영해 드립니다~^^ 저도 완주를 기원드립니다~ㅎ

붉은돼지 2015-03-19 11:25   좋아요 0 | URL
저도 사조영웅전은 읽어 봤는데 별 재미를 못 본 것 같습니다. 옛날에 만화방의 무협지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저는 역시 취향이 열국지, 삼국지 이런 쪽인 것 같아요 ㅋㅋㅋ

완주는 감히 엄두를 못내겠고.....다음에는 에도시대물 중 최고라고 하는 외딴방을 한 번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icaru 2015-03-20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저도 `소생은~` 하면서 말머리를 시작해얄 것 같은 ^^;;;
미미여사가 처음 직업은 일종의 법원 재판의 속기사 일이었다고 하던데여 그게 계기가 되어 사회파 소설을..
저는 그의 시대물은 이노우에의 달력 그림같은 표지의 `흑백`을 읽다가 만게 전부네요..
양의 압박이 상당해요~ 모방범도 그렇고 그 뭐더라.. 중학생의 자살을 사건 중심으로 하는 세권짜리...
도쿠가와 히야.. 읽어보진 않았으나... 헌책방가면 많이 있어 익숙한..

붉은돼지 2015-03-23 12:39   좋아요 0 | URL
미미여사 전력은 처음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만 뒀겠죠..ㅋㅋ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팬들이 많은데...저는 지난주말 외딴방을 보면서 보냈는데 역시 재미있더군요.. 하권 100여쪽까지 봤는데...빨리 퇴근해서 보고 싶어요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3-21 0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망으로 모인 소설들 1-2-3부를 다 읽었지요.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보면서 계속 이름이 바뀌는 것 때문에 꽤 헷갈려하던게 생각납니다. 어떤 법칙도 없고, 태어난 이름, 결심에 따라, 공을 세워서, 나이가 들어서, 주군이 명해서, 등등 계속 이름이 바뀌고, 이미 죽은 사람의 이름을 계승하기도해서 일반 무장급들은 참 어려웠지요. 일본소설을 보면서 접하는 일본문화는 확실이 큰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랑 많이 다른 점도 그렇고, 단순히 욕하고 비하할 수 없는 그 무엇도 그렇고요.

붉은돼지 2015-03-23 12:52   좋아요 0 | URL
저도 도쿠가와 이에야스 처음 읽을 때는 사람 이름과 지명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미화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재미는 짱이었습니다....

언젠가 가토 기요마사(임진왜란시 일본 장수 가등청정)의 구마모토 성에 갔을 땐 감회가 남달랐어요...히데요시의 오사카 성에도 가봤어야 했는데...아직.....

마녀고양이 2015-03-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붉은돼지님 웰컴 투 미야베 월드. ^^
저는 그 늪에 빠져서 허우적댄지 한참 되었고, 책도 꼬박꼬박 사는데다 예약 구매까지 한답니다.
그런 매니아로서 붉은돼지님의 함께 덕후가 되어가는 느낌의 페이퍼가 너무 반갑네요. ㅋㅋ

에도 시리즈는 두군데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어서, 가끔 헛갈리기는 합니다만.

붉은돼지 2015-03-26 16:41   좋아요 0 | URL
제가 끈기가 없어서....과연 덕후가 될 수 있을지..ㅋㅋ
에도 시리즈가 두군데 출판사에서 나온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라고 쓰고 보니 문득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라는 말이 떠오른다. 무슨 영화 제목이었는데 소생은 옛날부터 이 마리앙바드라는 것이 어딘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소생의 궁금함이란 것이 그리 절박한 것은 또 아니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주위에 물어보고 하는 등의 수고를 기울인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마리앙바드가 어딘지 아니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한심한...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알라딘 중고서점 방문이 잦아졌다. 지난 일요일 방문해서 34,000원 정도 구입했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모짜르트>, <폼페이> 두권, 펭귄클래식 중 <그렌델>, <소공녀>, <타임머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호텔 뒤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정복자들> 그리고 조이스 케롤 오츠의 <블론드1>을 구입했다. 브론드는 2,3은 나와있는 것이 없어서 일단 1권만 가지고 왔다.

 

짐작하시겠지만 상기 도서들이 특별히 읽고 싶어서 구입한 것은 아니다. 소생의 수집도서 목록의 빠진 구멍들을 메우기 위함이다. 다만 <블론드>는 한 번 읽어볼까~ 생각은 하고 있던 놈이어서 얼른 집어왔다. 오는 일요일에도 한번 가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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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11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익숙한 장소! ㅋㅋㅋ 대구점 지하 입구네요. ^^

붉은돼지 2015-03-11 23: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대구점.
헌책방이 너무 깔끔해서 처음엔 조금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대구 제일 중심에 이런 큰 중고서점을 열수있는 알라딘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transient-guest 2015-03-12 0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입니다. 저는 그런데 펭귄문고는 한국어판을 잘 안 사들여요. 원래 저가판으로 나온건데, 한국어판 펭귄문고는 값이 너무 높게 책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ㅎㅎ 교과서로 대학교때 많이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부럽습니다. 도서정가제 이후로는 사실 중고서적도 값이 다 올라서 요즘 좀 많이 자제하게 되네요. 저도 근처에 좋은 한국서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붉은돼지 2015-03-12 10:03   좋아요 1 | URL
펭귄은 까만색 장정말고 마카롱 시리즈처럼 그렇게 나왔으면 좋겠어요..알라딘이 날로 번성하여 머지않아 guest님 사시는 근처에도 중고매장이 생기길 기원합니다.^^
 

 

오늘 네이버를 보다가 우연히 내 맘대로 뽑은 최고의 첫문장 best 10” 이라는 포스팅을 발견했다. 세계문학전집이 가지런히 꽂힌 멋진 서가 사진을 배경으로 한.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다.

 

1.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의 그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2.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의 그 유명한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3. 이상 <날개>의 그 유명한 첫 문장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4. 알베르 까뮈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상기한 4개의 첫 문장은 소생도 인정하고 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첫 문장인데, 하기한 2개의 첫 문장이 빠진 게 소생의 심사에 몹시도 서운해서 본 페이퍼를 작성해 본다. 어차피 마음대로 뽑은 최고의 첫 문장인데 누가 누구를 뭐라 할 수 있겠나만은 소생이 소생 마음대로 뽑는 다면 이 두 문장은 꼭 넣고 싶다는 이야기다. 특히 박상륭은.

 

1.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의 그 놀라운 첫 문장 공문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 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은 없는데다, 우기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로도 모인다.“

 

2.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의 감각적인 첫 문장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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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옹 2015-03-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누냄새ㅠㅠㅠㅜ어떤 의미에서는 이중에서도 제일, 짧고 굵게 내용을 상기시키는 문장이에요

붉은돼지 2015-03-0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저 문장이 강하게 와 닿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째 약간 시큰둥 합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거 같아요

AgalmA 2015-03-0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 말씀하실 때 ˝소생은...˝하며 운을 띄우실 때 <죽음의 한 연구> 늬앙스를 느꼈었는데, 제가 그리 헛다리를 짚은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어제 박상륭 작가의 산문집 한권 샀는데, 반갑네요^^

붉은돼지 2015-03-03 19:19   좋아요 1 | URL
대학 다닐 때 처음 `죽음의 한 연구`를 읽고 햐~~이런 소설도 있구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박상륭의 책을 찾아 읽고 하다가 나중에는 칠조어론을 끝내 다 못 읽고 중도 포기했습니다. 읽을수록 어려워지고 마치 미로속을 헤매는 것 같아서요...

AgalmA 2015-03-03 20: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칠조어론 포기...책의 기, 작가군에서 그 정도로 강렬하게 느낀 건 거의 없는 듯...
흐흐, 습죠 수정했는데 말입지...요 ㅎ;

붉은돼지 2015-03-03 20:44   좋아요 0 | URL
˝...습죠˝ 에서도 `죽음의 한 연구` 뉘앙스가 ㅋㅋ

cyrus 2015-03-03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 알프레드 베스터의 소설 <타이거! 타이거!> 첫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암울한 미래사회를 잘 표현했어요.

황금의 시대, 강렬한 모험의 시대, 삶은 풍족하고 죽기는 어려운 시대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와 절도, 약탈과 탈취, 문화와 악습이 낳은 미래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극한의 시대, 기이함이 가득한 매혹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붉은돼지 2015-03-03 20:57   좋아요 0 | URL
타이거 타이거는 못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암울한 미래사회라고 하니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 빗속에서.... 리플리컨트 룻거하우어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납니다....sf영화사상 최고의 명대사라는 생각입니다^^

조선인 2015-03-0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느티나무. 하악 하악 제 사춘기 연정에 불을 지른 소설입죠.

붉은돼지 2015-03-04 13:44   좋아요 0 | URL
옛날 소설입죠...<젊은 느티나무> 여성분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청춘소설이라고 해야하나... 저는 젊은 느티나무보다 <별들의 고향>이 더 좋아요...경아가 나오는 ㅋㅋ 제목도 너무 멋지구리하잖아요

icaru 2015-03-0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나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요?
문장 1번. 좀전에 친구가 선물한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 ..저자 서문에 인용되었거든요.. 이거 읽으면서, 이 구절이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소설에서도 인용된다는 걸.. 기억해냈는데, 아 역시나 고전을 잘 인용하면 책이 살아나나봅죠..확실히...

붉은돼지 2015-03-05 13:00   좋아요 0 | URL
이 문장이 유명하긴 유명한 것 같습니다. 심심찮게 나오드라구요. 얼마전에 읽은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에서도 파묵이 이 문장을 여러번 인용하고 있어요. 정말 맞는 말인 거 같습니다.^^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있다.

 

p28. 김지하 선생을 추억한다.

"지하 선생의 담시 ‘오적’과 첫 시집 ‘황토’가 세상에 나온 것은 내가 사병으로 군복무를 할 때의 일이다.....‘황토’는 우리 부대에 유신체제를 홍보하러 나온 정훈장교의 가방 속에서 나왔다. 내가 그 책에서 눈길을 때지 못하자 장교는 그것을 내 책상머리에 놔두고는 다시는 찾지 않고 가바렸다. 나는 몸을 떨면서 지하 선생의 시를 읽었다."

 

소생이 고등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80년대에는 김지하에 대한 뭐랄까 우상화 같은 것이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였다. 풍문에 의하면 김지하가 정보국 요원들의 수배를 피해 도망다닐 때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번쩍번쩍 홍길동도 아니고 하여튼간에 그 사라짐과 나타남이 신출귀몰하였다는 둥 마치 지리산 빨치산 대장 이현상이 축지법을 쓴다는 등의 이야기와 비슷한 그런 이야기들이 횡횡했다.

 

더불어 학문적 깊이에 대한 경외도 있었다. 학계의 연로한 인사로부터 “젊은 사람이 언제 이렇게 한문 공부는 많이 했나?” 고 감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니 이것이 인사치례든 뭐든 김지하가 서른에 쓴 오적 같은 담시를 읽어보면 그것이 그리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이나 무심한 세월은 무심하게 흘렀다.

 

집에 있는 김지하의 시집 <황토>를 찬찬이 보고 있자니 문득 옛 가곡의 애잔한 곡조가 떠오른다. “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라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베어지고 없구료”

 

 

p.80 죽은 시인의 사회

"진이정 시인이 유명을 달리한 것은 지난 1993년의 일이다. 그는 출판사에서 편집중이던 자신의 첫 시집이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폐결핵 말기 환자였던 시인은 변변하게 식사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의 유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연작이나 <아트만의 나날들><엘살롱 드 멕시코>같은 뛰어난 시편들은 그렇게 2000년대에 젊은 시인들이 벌인 새로운 서정시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견문이 일천한 불초한 소생은 역시 진이정 시인을 모르다. 알라딘에 검색을 해보니 요절시인 시전집 시리즈라는 것이 나온다. 김민부, 임홍재, 김만옥, 이경록, 이비호, 송유하, 김용직, 박석수, 원희석, 진이정 이렇게 10명이다. 부끄럽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소생이 아는 유일한 요절 시인 기형도는 없다. 그는 이미 전설의 문턱에 다가가 있기 때문인가.

 

시리즈의 10권이 진이정의 <나는 계집 호리는 주문을 연마하며 보냈다>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현재 절판이다. 정가는 11,000원인데 중고가 239,000원에 나와있다. 게다가 배송비도 2500원이다. 허허허. 혹시 중고책 주인이 이 시집 속에 정말로 계집 호리는 주문이 기록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전설의 무공비급 규화보전을 익히는 자는 천하를 얻을 것이요, 계집호리는 주문을 연마한 자는 삼천궁녀를 거느릴 것이라. 뭐 그런....세계사에서 나온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역시 절판이다. 정가는 5500원인데 중고는 52,500원에 나와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본 진이정의 시 한편 소개한다.

 

<시인> - 진이정

 

시인이여,

토시 하나

찾아 천지를 돈다

 

시인이 먹는 밥, 비웃지 마라

 

병이 나으면 시인도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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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2-2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는 요절시인이라고는 기형도시인밖에ㅠㅠ; 밤이선생이다.는 좋다는 얘기 워낙 많이 들었건만 아직 읽지 못하고 꽂아만 둔 많은 책들 중 하나예요. 지금 책 끝내고 읽어야겠네요. ^^

붉은돼지 2015-02-28 12:40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황현산의 책은 처음이에요. 요즘은 왠지 호흡이 긴 책들보다는 짧은 산문집 같은 것들이 땡겨요..이것도 일종의 게으름인지도 모르죠...

AgalmA 2015-02-28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현 평론가만큼이나 황현산 평론가의 시 평론을 매우 좋아합니다. 김현 평론가가 작품의 기호적 분석에 탁월하다면 황현산 평론가는 시인의 내적 동인들을 분석하는 게 탁월하달까요.
진이정 시인의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시집은 갖고 있는데(중고가가 그래요? 허허), 나는 계집 호리는 주문을 연마하며 보냈다는 없어요ㅜ...세계사 한창 시절 정말 기념비적인 시집들 많이 나왔죠. 문지보다 저는 세계사 시집이 더 좋았어요. B급 좌파들의 편력사를 보는 기분으로....
자살로 마감한 이연주 시인도 세계사에서 시집을 냈는데, 재조명되어야 할 여성시인입니다. 저는 이연주 시인을 한국의 실비아 플라스라고 생각하죠.

붉은돼지 2015-02-28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이연주 시인의 시집이 세계사에서 두권 나와있네요.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은 구입 가능하고 속죄양, 유다는 절판이군요. 요즘은 시집을 거의 전혀 읽지 않지만 예전엔 제 멋대로 이성복,최승자, 황지우를 문지 삼대천왕이라고 부르며 가끔씩 보기도 했었죠....

AgalmA 2015-02-28 18:47   좋아요 1 | URL
삼대천왕ㅋㅋ 최승자 시인 좋아하신다면 이연주 시인 시집도 꼭 살펴보셔야 할 겁니다!

cyrus 2015-03-01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토요일이 기형도 시인 기일이에요. 오랜만에 <입 속의 검은 잎>을 읽어봐야겠어요.

붉은돼지 2015-03-01 11:1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김현이 제망매가를 언급하며 기형도의 죽음을 슬퍼하던 기억이 납니다. 황현산의 이 책에도 기형도의 <빈집>이 나와요..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stella.K 2015-03-01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지하 시인이 죽었군요. 왜 난 몰랐지...? 아, 부끄러워라...ㅠ
김지하가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신출귀몰의 경지인 줄은 몰랐어요.
안기부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해 그 이후 약간 횡설수설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저도 요절 시인으론 기형도 밖에 몰랐는데 <시에 죽고, 시에 살다>란 책 읽고
새삼 요절시인이 많다는 걸 알았죠.
진이정은 이름을 들어 알고는 있는데...
진이정의 책은 진짜 중고가 비싸도 너무 비싸네요.
그렇게 괜찮은 책이라면 언제고 다시 복간되지 않을까요?ㅋ

붉은돼지 2015-03-01 11:19   좋아요 2 | URL
스텔라님~ 죄송해요...제가 잘 못 적었어요. `김지하 선생을 추모한다`가 아니고 `추억한다` 입니다.(본문 수정했습니다. ㅜㅜ) 김지하 시인은 아직 생존해 계시죠. 알려지기로 시인이 변한 건 10여년 전쯤 되는 것 같아요..아마도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인가 하는 칼럼을 쓰면서 부터인가 그럴 거예요..

저도 진이정의 시집이 빨리 복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stella.K 2015-03-01 11:2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아이고, 죄송하여라...멀쩡히 살아있는 분을.ㅋㅋ

수이 2022-10-01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진이정 시인 시집 문동에서 나왔어요~~~~~

붉은돼지 2022-10-01 10:2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비타님 ~~~
예전엔 문지와 창비시선집 사모으기도 했었는데
시집 안읽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ㅎㅎ
오랜만에 시집 한 권 구입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