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 26 | 2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본인이 평생의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는, 말하자면 본인이 밥 벌어먹고 있는 공장(물론 굴뚝에서 연기나는 진짜 공장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 직장을 그냥 공장이라고 부른다)에서는 <전직원 책읽기 운동>이라는 정말 괜찮은 건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전직원이 한달 동안 같은 책을 읽고 나중에 저자를 직접 초청해서 특강을 듣거나 아니면 직원중 몇명이  대표로 독후감을 발표하거나 하는데,  누구나 그렇듯이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자연 저자 초청 특강으로 대세가 흘렀다. 자신이 읽은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지근거리에서 숨결을 느낄수 있다는 것은 정말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이 운동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황우석(나의 생명이야기), 한비야(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안병수(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정재환(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 등이 다녀갔다. 황우석 교수는 2005년 초에 왔었는데, 당시 본인은 출장중이어서 특강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당시 황우석교수는 그 유명세가 절정에 달해 있는 거의 초특급 VIP였을 것인데 어떻게 지방도시까지, 그것도 별 시답잖은 공공기관에 특강을 하러 오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생각여하에 따라 해석이 극을 달릴 수 있겠다. 한비야는 역시 정열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한비야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월드비젼이나 뭐 그런 구호단체에 조금이라도 성금을 내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반성하고 있다.

작년 12월의 선정도서는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었고, 특강은 오늘 오전에 있었다. 보통 키에 책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목소리는 차분한 편이었고, 경상도가 고향이고 대구에서 대학을 나왔음에도 사투리는 별로 쓰지 않았다. 1시간 가량의 특강중 대부분이 복벽없이 태어난 아기의 이야기에 할애되었다. 근근히 한달을 버티다가 쓸쓸히 홀로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간 아기의 손을 잡아주고 동행이 되어주기 위해 결국 아기의 뒤를 따라가고야 말았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생명의 신기함이랄까 모성의 애절함이랄까 그런것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복벽없는 태어난 아기 이야기외에 두 번이나 죽었다가 살아난 남자이야기(목욕탕에서 만났단다. 씨익 웃더란다.), 치매로 손자를 솥에 삶은 할머니의 이야기(이 할머니 역시 목을 매어 자살했단다), 혹은 신기하고, 혹은 안타깝고 혹은 너무나도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눈물이 날 듯 말 듯 했다. 몇몇 여직원들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바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어느 볕 따스한 봄날 고등학교 때 수업 땡땡이치고 학교 뒷동산에 나자빠져 니체를 읽다가 선생님한테 대따 혼난 이야기, 사모님(부부 의사라고 한다.)이 작년엔가 41살의 만연한 나이로 늦둥이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개인적으로 가슴아픈 가족사와 관련된 공개하기에 좀 거시기한 이야기도 들었다.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모두 고난의 시절을 견디어왔거나 어려운 시험을 거쳐왔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하늘이 그 사람을 크게 쓰려고 할진대 먼저 그 뼈와 살을 고달프게 한다고 했느니, 질곡의 세월속에서 신음하고 허덕이는 인사들은 한번 음미해 볼 만 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 26 | 2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