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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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를 듣던 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다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이를 쓰다듬어 주는 것 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했던 나.

며칠을 눈물로 지새우다 휘청거리며 서점에 가서 집어 든 한 권의 책이 나를 변화시켰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제목처럼 상처받지 않고, 아파하지 않고 내 아이를 사랑하리라.

그렇게 무력했던 엄마는 책을 읽었고,

손뜨개를 배웠고,

음악을 들었다.

그러면서 알아갔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를 사랑할 힘을 준 책.

내 아이를 지켜준 책.

오늘도 나는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아이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아가 사랑해!"

 

<기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생의 싸움터에서 함께 싸울

동료를 보내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내 자신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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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무슨 병이었는지 몰라도 다행이에요.
지금은 괜찮은 것 같으니......
땡스투 누르고 갑니다.^^

그로밋 2005-05-01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반갑습니다.
아기는 건강합니다. 지금은 양수검사도 잘 이겨내고, 신나게 발차기 하며 놀고 있어요.^^

2005-05-04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로밋 2005-05-0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아~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절판


"그것 좋은 냄새를 풍깁니다, 머리를 빙빙 돌게 합니다, 숨을 끊지요, 간질여 주지요, 게다가 무엇으로 그려져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건 마술사입니다, 농간입니다, 기적입니다(웃음을 아주 터뜨리면서), 불성실합니다!" 하고 일단 말을 멈추고서는, 점잖게 머리를 쳐들고, 매우 낮은 가락으로, 그 가락을 듣기에 아름답게 만들려고 애쓰면서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건 참으로 성실합니다!"-104쪽

하늘도 그대로 흐려 있다. 창 앞, 발코니는 회색이었다. 갑자기 그 침침한 돌 위에, 덜 흐릿하게 된 빛깔을 본 것은 아니지만 덜 흐릿한 빛깔로 향하는 안간힘 같은, 주저주저하는 광선이 빛을 내려고 고동치고 있는 것을 나는 감지하였다. 잠시 후 발코니는 새벽놀이 비친 물처럼 희미한 빛이 비치어, 격자 쇠붙이의 그림자를 흩뜨리고, 돌 위는 다시금 어두워졌는데, 그래도 길들여진 생활처럼 쇠붙이 그림자는 다시 다가오곤 하였다. 돌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희어지기 시작하며, 그리고 이를테면 음악에서 서곡 끄트머리의 어느 한 가락을, 모든 중간 음정을 거쳐 급속하게 포르티시모에까지 이끄는 크레셴도 모양으로, 돌 위가 맑은 날씨에 불변부동한 금빛에 이르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그 금빛 위에는 세공한 난간 기등의 들쑥날쭉한 그림자가 멋대로 자란 식물처럼 검게 드러나, 화가의 열정과 만족을 나타내고 있는 성싶은 구도에서, 가늘게, 동시에 어두컴컴하고도 아늑한 그늘 덩어리에 쉬는 돋을새림인 양, 빌로드인 양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따라서 이 빛의 호수 위에 쉬고 있는, 널따란 무성한 잎 같은 반영은, 그 자신들이 고요와 행복의 담보인 것을 알고 있는 성 싶었다.-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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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 셀레스틴느이야기 3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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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틴느 이야기> 3번째 작품인 <박물관에서>는 책 소개에 실린

'곰 아저씨 에르네스트와 생쥐 아가씨 셀레스틴느의 박물관 견학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 등 너머로 각 명화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문구에 반해서 읽게 되었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박물관에서>도 <행복한 미술관>류의 작품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가브리엘르 벵상은 앤서니 브라운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었다.

<행복한 미술관>이 복제화처럼 자세히,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박물관에서>는 마치 파스텔로 그린 듯 흐릿함 속에서 그 작품만의 특징을 부각시켜 표현했다고 할까.

그래서 몇몇 작품은 "아~ 이거 로코코 풍의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니까 아마도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르가리타>가 아닐까, 긴 머리에 검은 의상 두손을 포갠 모습 아~ 요건 <모나리자>겠구, 파란색 머리띠 오홍~ 이건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오호 이건 밀레의 <이삭줍기>구나"이런 식으로 숨겨진 그림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준다.

물론, 이런 특징 때문에 <박물관에서>보여주는 그림을 다 알아볼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흐릿함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림에 문외한인 내 탓 때문이기에 욕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_-;;

이참에 '그림'에 대한 책을 좀 봐야겠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

또 다른 <셀레스틴느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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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프랑스 현대문학선 22
조르주 페렉 지음 / 세계사 / 1996년 2월
품절


단순성과 통찰력의 부재, 그것이 그들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잔인하게도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부유함과 마찬가지로 여유 있는 마음이었는데, 그것은 가장 심각한 것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가장 결힙한 것은 단지 객관적인, 물질적 풍요로움만이 아닌 일종의 거침 없음, 즉 일종의 여유였다. 그들은 늘 훙분해 있거나 경직되어 있든지, 아니면 탐욕스럽거나 질투심에 차 있었다. 더 풍족하고 화려한 삶에 대한 그들의 욕망은 매우 자주 어리석은 정열로 변질했다.-26쪽

아마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잘 세계의 호의적인 기호들을 해독하고 불러낼 줄 알았는지 모른다. 그들의 귀와 손가락, 그리고 그들의 입과 혀는 마치 끊임없이 망을 보는 복병처럼 정확한 순간들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고요한 평안과 영원의 감정에 흠뻑 젖어, 추호의 긴장도 존재하지 않는 달콤한 균형의 순간에도, 무언가 일시적이고 연약한 어떤 것이 흔들리고 있는 듯했다. 따라서 모든 것이 무너지기 위해서는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매우 사소한 느낌, 단순한 망설임의 순간, 연약한 서투른 몸짓으로도 그들의 행복은 삐걱거렸다. 그것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될 일종의 계약, 약하고 측은한 어떤 것,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단순한 분노의 순간,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어떤 위험하고 불확실한 것이었다.-55쪽

그들은 행복을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우며 신비스러운 온 우주에 자신들의 창조적인 파장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따라서 그들의 걸음이 기쁨이 되기 위해서 그저 한 발을 내딛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혼자이며 허무하게 앉아 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잿빛의 얼음이 언 평원, 메마른 사막의 초원 위에....... 어떤 왕궁도 다시 사막의 문 앞에 세워지지 않았고, 어떤 조망대도 지평선 위에 떠오르지 않았다.-89쪽

그들의 삶은 마치 너무도 지루한 습관과도, 평화로운 권태와도 같았다. 무위의 삶 그 자체였다.-108쪽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실에 속한다. 따라서 진실의 추구란 그 자체가 참되어야만 한다. 참된 추구는 각 부분이 결과 안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전개된 진실이다.-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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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품절


나의 고모는 사실상 인접한 두 개의 방에서만 살고 있었다, 오후에 한쪽 방을 환기시키는 동안 또 한쪽 방에 가 있는 식으로, 그것은 시골 방이었다, - 어느 고장에서, 대기나 바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미생물 때문에 온통 빛을 띠거나 향기를 풍기거나 하는 것처럼 - 무수한 냄새로, 말하자면 덕성*예지*습관 같은, 주위에 감도는, 은밀하여 눈에보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넘쳐흐르는 듯한 정신 생활의 모든 것으로부터 발산하는 무수한 냄새로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방이었다. 또한 그 냄새는 자연의 냄새, 이웃 시골의 냄새와 마찬가지로 그 철의 풍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게으르게 눌러앉아서 인간과 어울리고 떠날 줄을 모르는 그런 냄새다.-72쪽

다시 말해, 그 냄새는 과수원에서 찬장으로 옮겨진 그해의 모든 맛있는 젤리, 잘 익은 맛있는 젤리다. 철따라 변하지만, 세간과 하녀처럼 그 집의 특유한 냄새, 따끈한 빵의 보드라움으로 서리의 짜릿함을 조절하는 냄새, 마을의 큰 시계처럼 한가로우나 시각을 어기지 않는 꼼꼼한 냄새, 빈둥거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질서 있는 냄새, 돈담무심하면서도 선견지명이 있는 냄새, 세탁물의 냄새, 아침 일찍 일어나는 냄새, 신앙심의 냄새, 평안을 즐기고 있는 것같아 보이지만 실은 불안의 증가밖에 가져다 주지 못하는 평안을 즐기는 냄새, 그리고 거기서 살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이의 눈에는 시의 큰 저수지 같아 보이나 실은 산문적인 것밖에 즐기지 못하는 냄새. 그러한 고모의 방 공기는 매우 영양이 되는, 자양분이 많은 침묵의 미묘한 구수한 냄새로 포화되어 있어서, 나는 항상 일종의 왕성한 식욕과 더불어 그곳으로 가곤 하였는데, 부활제 전 주일의 아직 쌀쌀한 이른 아침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콩브레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공기 맛이 더 났기 때문에.-72쪽

다시 돌아가지 못할 나라에서, 나그네가 보내 주는 꽃다발처럼, 옛날에 나 역시 거쳐온 봄철의 꽃향기를, 아득한 그대의 소년기로부터 맡게 해주게. 앵초*민들레*금잔화와 함께 와 주게, 발자크의 식물지대에 만발한 자애의 꽃다발을 만드는 그 꿩의비름과 함께 와 주게, 부활첨례날의 꽃과 과꽃 그리고 부활절의 우박 섞인 마지막 눈송이가 아직 녹지 않았을 때, 그대의 대고모님 댁 뜰의 작은 길에 향기 풍기기 시작하는 눈송이꽃과 함께 와 주게. 솔로몬의 몸차림에 어울리는 백합의 영광스런 비단옷과 더불어, 그리고 팬지꽃의 다채로운 칠보와 더불어 와 주게. 하나 특히, 마지막 서리로 아직 차갑지만, 오늘 아침부터 문에서 기다리는 두 마리의 나비 때문에, 예루살렘의 첫 장미꽃을 방긋이 피게 하려는 산들바람과 더불어 와 주게나.-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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