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평전 보리 인문학 1
한명기 지음 / 보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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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한찬남이다. 한찬남은 과거 합격 이후 광해군 정권에서 출세 가도를 달려 도승지,대사헌 , 형조판서 같은 관직을 역임했고, 대북파의 핵심 인물로 권력의 정점에 섰다.권신 이이첨 (1560~1623) 의 심복이었던 그는 1613년 (광해군 5) 계축옥사ㅅ가 발생하자 영창대군을 죽이는 데 앞장섰다.한찬남은 이아 '폐모론'까지 주도하면서 조정에서 남인과 서인들을 몰아내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36-)


반정 성공 이후 공신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을 예측했던 것일까? 당시 충청도 연산에 머물던 서인의 원로 김장생이 편지를 보내왔다. 수신인은 이귀, 김류, 장유, 최명길처럼 모두 반정공신들이었다.김장생은 이들 네 명 모두의 스승뻘로 거사가 성공할 경우 반정공신들이 조정으로 가장 먼저 모셔 오려 했던 인물이다. (-131-)


'안민'과 '토적'을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나라 전체의 인민과 토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그를 위해 최명길 뿐 아니라 당시 관인들이 강조했던 것이 바로 호패법,군적법, 양전을 실시하는 것이었다.호패법과 군적은 모두 백성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정책이었다.임진왜란과 광해군 정권의 실정을 거치면서 본래의 거주지에서 도망한 자들, 또는 죽은 자들로 말미암아 생긴 군대의 부족 인원을 보충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폑단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201-)


우리나라 사람들은 군사 기밀의 중요성을 알지 못합니다.전에 강화도에 있을 때 대감이 야간에 습격하는 일을 가지고 논계까지 했으니 정말 가소롭습니다.오늘의 일은 전하께서 심복대신과 더불어 은밀히 의논하여 결정하시되 승지와 내관도 듣지 못하게 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300-)


연소한 척화신들이 천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병화를 촉진시킨 잘못은 있지만 청론을 통해 원칙을 지키려 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최명길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그들을 오랫동안 유배지에 둘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역시 환도 이후 심하게 분열되었던 조정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조처였다. (-390-)


2020년이 밝았다.경자년 새해에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다.국회의원이 되려면 그들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정치적인 협상조건도 분명 필요하다. 법을 만들기 때문에 법과 정치를 함께 알아야 하며, 여기에 덧붙여야 하는 거이 역사에 대한 이해와 통섭이다.남들보다 더 멀리 보되, 먼저 앞서 나아가지 않는 것, 그 과정에서 함께 아우르면서 나아가야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인 그릇을 갖춰 나갈 수 있다.물론 그 과정에서 정적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권력의 정점에서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이들을 가감하게 쳐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그건 지금이나 과거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인조 임금때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역사속의 주요한 사건, 인조임금과 삼전도 굴욕 하면 떠오르는 인물, 최명길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작금의 현실로 비추어 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 책은 인조의 반정공신 최명길의 일대기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 시대에 병약하고, 허약했햇던 최명길은 정치에 입문하여 임금의 곁을 보필하는 것보다는 학자로서 은둔하면서 공무하는 것이 체질상 맞았다.하지만 최명길은 예기치 낞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해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척화파와 주화파 사이에 끼여서 자신이 해야 할,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는 외교적인 역할을 간과할 수 없었던 거였다.이 책을 읽으면서, 최명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지금의 현실로 비추어 볼 때 병자호란과 같은 큰 전쟁에 일아날 거라고 생각할 때, 미국이 아닌 일본의 손을 잡는다면, 어떤 사단이 벌어질 지 뻔한 시나리오가 보여지게 된다.즉 인조 임금 때 지금의 미국이 명나라였고, 지금의 일본이 청나라였다.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청나라를 오랑캐라 지칭하고 있다. 임금 밑에 있었던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대부분 청나라를 오랑캐라 생각하였고, 명나라의 힘을 믿고 있었다.하지만 시대는 명나라에게 불리한 상황이었고, 최명길은 청나라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그건 20명의 신하중 19명이 명나라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할 때 최명길 혼자만 청나라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허공에 외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명나라와 손을 잡고 명분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청나라와 손을 잡고 나라를 살릴 것인가 갈림길에서 최명길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청나라와 화친을 맺게 되었고, 삼전도 굴욕이 있었지만, 조선이라는 나라는 소멸되지 않았고, 인조 임금은 더 큰 치욕을 감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만약'이라는 하나의 가정을 늘어 놓는다. 최명길이 바라보는 역사적인 안목이 틀리고, 명나라가 청나라를 이겼다는 가정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안 봐도 비디오이다.최명길의 역사적인 사실은 소멸될 수 있고, 그들 ,즉 척화파의 말은 정답이 되는 거이다. 주화파에 서서,양명학을 공부했던 최명길의 남다른 안목은 빛을 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최명길의 생각과 외교적인 성과가 맞았고 나라를 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 나머지 사람들, 즉 주화파가 아닌 척화파의 신하들 척화신이 최명길의 업적을 지우려 했던 것이다. 최명길에 대한 역사적인 편견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야만 척화파 자신들의 과오는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는 반복되며,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대판 최명길은 또 나타난다는 것이다.그럴 때 최명길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역사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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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man in the Window - Was hat sie wirklich gesehen?, 2 MP3-CDs (CD-Audio) - MP3 Format, Lesung. Gekurzte Ausgabe
A. J. Finn / Random House Audio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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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은 에드의 공간이다. 서가는 등이 갈리족 누렇게 먼지가 낀 책들로 빈틈없이 빽빽하다. 내 공간인 서재는 널찍하고 여유롭다. 체스 전쟁의 주 무대인 매킨토시 컴퓨터가 이케아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2층 욕실이 있다. 이 공간 역시 화장실이 딸린 욕실에 붙이기에는 과분한 단어인 '천상의 황홀결'답게 디자인되었고, 그 이름에 걸맞게 출혈이 컸다.다른 한켠에는,언젠가 디지털에서 필름으로 넘어간다면 암실로 꾸밀 작정인 벽장이 있다. 하지만 이미 흥미를 잃어버린 듯 하다. (-27-)


나는 속눈썹 사이로 그녀를 바라본다.에드가 매우 흡족해하며 농익은 여인이라고 불렀을 법한 여자였다. 풍만한 엉덩이와 입술, 차오른 가슴과 부드러운 살결, 행복해 보이는 얼굴과 완전연속된 푸른 불꽃을 연상시키는 눈동자. 그녀는 인디고 진에 목이 둥글게 파인 검은 스웨터를 입고 있다.가슴 위로 은색 펜던트가 달려 있다.나이는 30대 후반 정도일 것이다.아직 소녀 태를 벗지 못했을 때 아이를 낳았으리라. 이선에게 반했던 것처럼, 나는 이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87-)


제인이 다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걷는 게 아주 느리고 이상하다. 비틀거린다. 블라우스가 적갈색으로 물들어 있다.내가 지켜보는 동안, 적갈색은 배까지 번진다. 그녀의 손이 허우적거리며 가슴을 더듬는다.가느다랗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거기에 꽂혀 있다.마치 칼자루처럼.(-213-)


그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손곤에 닿는 감촉이 거칠다.그는 나를 부드럽게 이끈다.팔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정말 미안했어요."나는 사과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계단 쪽으로 움직인다.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303-)


몇시간 동안, 나는 에드와 올리비아의 곁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깨어보니 , 오전 11:11.눈보라가 물결을 이루며 우리를 향해 불어닥치고 있었다. 바람은 머리 위에서 채찍 소리를 냈다.근처에서 낮게 으르렁대는 천둥 소리가 났다.나는 얼굴에서 눈을 쓸어내고 다리를 움직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똑같았다.주변이 잔물결처럼 동요하고 있었다.마치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양쪽 무릎이 서로 부대꼈다. 나는 땅으로 털썩 주저 앉았다."안 돼." 목소리가 잘라져 나왔다.나는 땅을 향해 휘저으며 몸을 지탱하려 애썼다.(-400-)


여기서 정지.나는 몸을 비틀며 눈을 뜬다.천장이 프로젝션 스크린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제인의 모습이다.내가 제인으로 알고 있는 여자.그녀가 부엌 창가에 서 있다.땋은 머리가 어깨 사이에서 달랑거린다.
이 장면은 슬로모션으로 재생된다.
제인이 나를 향해 돌아서고, 나는 그녀의 환한 얼굴에 줌인한다. 반짝이는 펜던트 때문에 카메라가 노출을 조정한다.이제 뒤로 빠져서, 화면을 넓게 가져간다. 한손에는 물잔이 들려 있고,다른 한손에는 브랜디 한잔이 들려 있다. (-512-)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 있고,누군가는 거짓을 말할 때가 있다.진실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차이는 이익과 불이익, 자본의 힘 더 나아가 자시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진실이 묻혀지고, 거짓이 수면위로 드러난 경우이다.진실을 알고 있는 이의 말을 대중이 믿지 않고, 무시하게 됨으로서,우리가 생각하는 사건들은 수면 위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다시 심연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과거 우리 앞에 나타난 화성연쇄살인사건 또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분명 있었건만, 진실을 알고 있는 결정적인 제보가 묻힘으로서, 그 사건은 공소시효를 넘긴채 2019년에서야 비로소 우리 앞에 진실이 수면위로 나타나고 말았다. 작가 A.J의 <우먼 인 윈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애나 폭스는 광장 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며, 밖을 나오지 못하는 심리상담가였다.자신과 비슷한 정신병력적인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채팅으로 상담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병의 원인을 찾아가고 있었다.병을 알아가고, 병에 대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니 할머니와 채팅을 하게 되는데, 애니는 8살 딸 올리비아와 함께 살아가면서,집에는 무성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무성영화의 대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DVD로 소장하고 있었다.


즉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을 재현하고 있으면서, 히치콕의 다른 영화들은 연상하게 되는 복선적인 장치와 도구들을 사물과 사람 ,장소에 배치하고 있다. 그 안에 보여지는 수많은 것들은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서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이웃에 사는 제인 러셀을 창문 너머로 보는 것을 즐기는 애나는 그 과정에서 예고되지 않는 살인사건을 눈앞에 보고 말았다.하지만 사람들은 애나 폭스의 말을 믿지 않고, 신뢰하지 않았다.아무리 그 때의 상황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폭스를 미치광이 여인으로 생각하고, 눈앞에서 진실은 가려진 채, 폭스의 말은 묻혀지고 말았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와 그 진실을 묻어 버리고 싶은 자 사이의 시소 게임은 실제 진실을 파고 드는 애나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물들이 앞에 놓여지게 된 것이었다.살아있는 자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들 사이에서, 히치콕의 영화 속의 복선들이 소설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진실은 제2차 방정식의 정규곡선처럼, 주파수의 파동처럼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으며, 그것은 반복되어지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애나폭스의 딸과 남편은 예고되지 않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진실을 캐면 캘수록 애나 폭스 앞에 불운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사람은 점차 자신의 진실을 목도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그동안 이웃을 염탐하고 이웃을 관찰하는 입장이었다면, 그것이 바뀌고 말았다. 애나 폭스 스스로 관찰당하는 입장이 된 것이었다.,차이라면,애나 폭스 스스로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걸 안다는 거였다.


소설은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그 순간,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진실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그 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용기였다.애나 폭스가 가지고 있는 광장공포증에서 벗어나는 것,그것은 애나가 가지고 있는 큰 두려움이었고, 공포였으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큰 용기가 필요하였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그 안에서 폭스는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종착역에 도달할 것인가,거기에 대한 해답은 알프레드 히치콕 만이 알 것이다.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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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man in the Window - Was hat sie wirklich gesehen? (Paperback) - Thriller
A. J. Finn / Blanvalet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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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은 에드의 공간이다. 서가는 등이 갈리족 누렇게 먼지가 낀 책들로 빈틈없이 빽빽하다. 내 공간인 서재는 널찍하고 여유롭다. 체스 전쟁의 주 무대인 매킨토시 컴퓨터가 이케아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2층 욕실이 있다. 이 공간 역시 화장실이 딸린 욕실에 붙이기에는 과분한 단어인 '천상의 황홀결'답게 디자인되었고, 그 이름에 걸맞게 출혈이 컸다.다른 한켠에는,언젠가 디지털에서 필름으로 넘어간다면 암실로 꾸밀 작정인 벽장이 있다. 하지만 이미 흥미를 잃어버린 듯 하다. (-27-)


나는 속눈썹 사이로 그녀를 바라본다.에드가 매우 흡족해하며 농익은 여인이라고 불렀을 법한 여자였다. 풍만한 엉덩이와 입술, 차오른 가슴과 부드러운 살결, 행복해 보이는 얼굴과 완전연속된 푸른 불꽃을 연상시키는 눈동자. 그녀는 인디고 진에 목이 둥글게 파인 검은 스웨터를 입고 있다.가슴 위로 은색 펜던트가 달려 있다.나이는 30대 후반 정도일 것이다.아직 소녀 태를 벗지 못했을 때 아이를 낳았으리라. 이선에게 반했던 것처럼, 나는 이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87-)


제인이 다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걷는 게 아주 느리고 이상하다. 비틀거린다. 블라우스가 적갈색으로 물들어 있다.내가 지켜보는 동안, 적갈색은 배까지 번진다. 그녀의 손이 허우적거리며 가슴을 더듬는다.가느다랗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거기에 꽂혀 있다.마치 칼자루처럼.(-213-)


그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손곤에 닿는 감촉이 거칠다.그는 나를 부드럽게 이끈다.팔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정말 미안했어요."나는 사과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계단 쪽으로 움직인다.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303-)


몇시간 동안, 나는 에드와 올리비아의 곁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깨어보니 , 오전 11:11.눈보라가 물결을 이루며 우리를 향해 불어닥치고 있었다. 바람은 머리 위에서 채찍 소리를 냈다.근처에서 낮게 으르렁대는 천둥 소리가 났다.나는 얼굴에서 눈을 쓸어내고 다리를 움직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똑같았다.주변이 잔물결처럼 동요하고 있었다.마치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양쪽 무릎이 서로 부대꼈다. 나는 땅으로 털썩 주저 앉았다."안 돼." 목소리가 잘라져 나왔다.나는 땅을 향해 휘저으며 몸을 지탱하려 애썼다.(-400-)


여기서 정지.나는 몸을 비틀며 눈을 뜬다.천장이 프로젝션 스크린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제인의 모습이다.내가 제인으로 알고 있는 여자.그녀가 부엌 창가에 서 있다.땋은 머리가 어깨 사이에서 달랑거린다.
이 장면은 슬로모션으로 재생된다.
제인이 나를 향해 돌아서고, 나는 그녀의 환한 얼굴에 줌인한다. 반짝이는 펜던트 때문에 카메라가 노출을 조정한다.이제 뒤로 빠져서, 화면을 넓게 가져간다. 한손에는 물잔이 들려 있고,다른 한손에는 브랜디 한잔이 들려 있다. (-512-)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 있고,누군가는 거짓을 말할 때가 있다.진실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차이는 이익과 불이익, 자본의 힘 더 나아가 자시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진실이 묻혀지고, 거짓이 수면위로 드러난 경우이다.진실을 알고 있는 이의 말을 대중이 믿지 않고, 무시하게 됨으로서,우리가 생각하는 사건들은 수면 위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다시 심연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과거 우리 앞에 나타난 화성연쇄살인사건 또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분명 있었건만, 진실을 알고 있는 결정적인 제보가 묻힘으로서, 그 사건은 공소시효를 넘긴채 2019년에서야 비로소 우리 앞에 진실이 수면위로 나타나고 말았다. 작가 A.J의 <우먼 인 윈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애나 폭스는 광장 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며, 밖을 나오지 못하는 심리상담가였다.자신과 비슷한 정신병력적인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채팅으로 상담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병의 원인을 찾아가고 있었다.병을 알아가고, 병에 대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니 할머니와 채팅을 하게 되는데, 애니는 8살 딸 올리비아와 함께 살아가면서,집에는 무성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무성영화의 대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DVD로 소장하고 있었다.


즉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을 재현하고 있으면서, 히치콕의 다른 영화들은 연상하게 되는 복선적인 장치와 도구들을 사물과 사람 ,장소에 배치하고 있다. 그 안에 보여지는 수많은 것들은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서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이웃에 사는 제인 러셀을 창문 너머로 보는 것을 즐기는 애나는 그 과정에서 예고되지 않는 살인사건을 눈앞에 보고 말았다.하지만 사람들은 애나 폭스의 말을 믿지 않고, 신뢰하지 않았다.아무리 그 때의 상황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폭스를 미치광이 여인으로 생각하고, 눈앞에서 진실은 가려진 채, 폭스의 말은 묻혀지고 말았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와 그 진실을 묻어 버리고 싶은 자 사이의 시소 게임은 실제 진실을 파고 드는 애나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물들이 앞에 놓여지게 된 것이었다.살아있는 자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들 사이에서, 히치콕의 영화 속의 복선들이 소설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진실은 제2차 방정식의 정규곡선처럼, 주파수의 파동처럼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으며, 그것은 반복되어지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애나폭스의 딸과 남편은 예고되지 않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진실을 캐면 캘수록 애나 폭스 앞에 불운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사람은 점차 자신의 진실을 목도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그동안 이웃을 염탐하고 이웃을 관찰하는 입장이었다면, 그것이 바뀌고 말았다. 애나 폭스 스스로 관찰당하는 입장이 된 것이었다.,차이라면,애나 폭스 스스로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걸 안다는 거였다.


소설은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그 순간,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진실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그 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용기였다.애나 폭스가 가지고 있는 광장공포증에서 벗어나는 것,그것은 애나가 가지고 있는 큰 두려움이었고, 공포였으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큰 용기가 필요하였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그 안에서 폭스는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종착역에 도달할 것인가,거기에 대한 해답은 알프레드 히치콕 만이 알 것이다.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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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man in the Window (Paperback)
A. J. Finn / Harperluxe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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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은 에드의 공간이다. 서가는 등이 갈리족 누렇게 먼지가 낀 책들로 빈틈없이 빽빽하다. 내 공간인 서재는 널찍하고 여유롭다. 체스 전쟁의 주 무대인 매킨토시 컴퓨터가 이케아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2층 욕실이 있다. 이 공간 역시 화장실이 딸린 욕실에 붙이기에는 과분한 단어인 '천상의 황홀결'답게 디자인되었고, 그 이름에 걸맞게 출혈이 컸다.다른 한켠에는,언젠가 디지털에서 필름으로 넘어간다면 암실로 꾸밀 작정인 벽장이 있다. 하지만 이미 흥미를 잃어버린 듯 하다. (-27-)


나는 속눈썹 사이로 그녀를 바라본다.에드가 매우 흡족해하며 농익은 여인이라고 불렀을 법한 여자였다. 풍만한 엉덩이와 입술, 차오른 가슴과 부드러운 살결, 행복해 보이는 얼굴과 완전연속된 푸른 불꽃을 연상시키는 눈동자. 그녀는 인디고 진에 목이 둥글게 파인 검은 스웨터를 입고 있다.가슴 위로 은색 펜던트가 달려 있다.나이는 30대 후반 정도일 것이다.아직 소녀 태를 벗지 못했을 때 아이를 낳았으리라. 이선에게 반했던 것처럼, 나는 이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87-)


제인이 다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걷는 게 아주 느리고 이상하다. 비틀거린다. 블라우스가 적갈색으로 물들어 있다.내가 지켜보는 동안, 적갈색은 배까지 번진다. 그녀의 손이 허우적거리며 가슴을 더듬는다.가느다랗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거기에 꽂혀 있다.마치 칼자루처럼.(-213-)


그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손곤에 닿는 감촉이 거칠다.그는 나를 부드럽게 이끈다.팔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정말 미안했어요."나는 사과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계단 쪽으로 움직인다.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303-)


몇시간 동안, 나는 에드와 올리비아의 곁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깨어보니 , 오전 11:11.눈보라가 물결을 이루며 우리를 향해 불어닥치고 있었다. 바람은 머리 위에서 채찍 소리를 냈다.근처에서 낮게 으르렁대는 천둥 소리가 났다.나는 얼굴에서 눈을 쓸어내고 다리를 움직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똑같았다.주변이 잔물결처럼 동요하고 있었다.마치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양쪽 무릎이 서로 부대꼈다. 나는 땅으로 털썩 주저 앉았다."안 돼." 목소리가 잘라져 나왔다.나는 땅을 향해 휘저으며 몸을 지탱하려 애썼다.(-400-)


여기서 정지.나는 몸을 비틀며 눈을 뜬다.천장이 프로젝션 스크린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제인의 모습이다.내가 제인으로 알고 있는 여자.그녀가 부엌 창가에 서 있다.땋은 머리가 어깨 사이에서 달랑거린다.
이 장면은 슬로모션으로 재생된다.
제인이 나를 향해 돌아서고, 나는 그녀의 환한 얼굴에 줌인한다. 반짝이는 펜던트 때문에 카메라가 노출을 조정한다.이제 뒤로 빠져서, 화면을 넓게 가져간다. 한손에는 물잔이 들려 있고,다른 한손에는 브랜디 한잔이 들려 있다. (-512-)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 있고,누군가는 거짓을 말할 때가 있다.진실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차이는 이익과 불이익, 자본의 힘 더 나아가 자시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진실이 묻혀지고, 거짓이 수면위로 드러난 경우이다.진실을 알고 있는 이의 말을 대중이 믿지 않고, 무시하게 됨으로서,우리가 생각하는 사건들은 수면 위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다시 심연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과거 우리 앞에 나타난 화성연쇄살인사건 또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분명 있었건만, 진실을 알고 있는 결정적인 제보가 묻힘으로서, 그 사건은 공소시효를 넘긴채 2019년에서야 비로소 우리 앞에 진실이 수면위로 나타나고 말았다. 작가 A.J의 <우먼 인 윈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애나 폭스는 광장 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며, 밖을 나오지 못하는 심리상담가였다.자신과 비슷한 정신병력적인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채팅으로 상담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병의 원인을 찾아가고 있었다.병을 알아가고, 병에 대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니 할머니와 채팅을 하게 되는데, 애니는 8살 딸 올리비아와 함께 살아가면서,집에는 무성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무성영화의 대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DVD로 소장하고 있었다.


즉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을 재현하고 있으면서, 히치콕의 다른 영화들은 연상하게 되는 복선적인 장치와 도구들을 사물과 사람 ,장소에 배치하고 있다. 그 안에 보여지는 수많은 것들은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서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이웃에 사는 제인 러셀을 창문 너머로 보는 것을 즐기는 애나는 그 과정에서 예고되지 않는 살인사건을 눈앞에 보고 말았다.하지만 사람들은 애나 폭스의 말을 믿지 않고, 신뢰하지 않았다.아무리 그 때의 상황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폭스를 미치광이 여인으로 생각하고, 눈앞에서 진실은 가려진 채, 폭스의 말은 묻혀지고 말았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와 그 진실을 묻어 버리고 싶은 자 사이의 시소 게임은 실제 진실을 파고 드는 애나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물들이 앞에 놓여지게 된 것이었다.살아있는 자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들 사이에서, 히치콕의 영화 속의 복선들이 소설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진실은 제2차 방정식의 정규곡선처럼, 주파수의 파동처럼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으며, 그것은 반복되어지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애나폭스의 딸과 남편은 예고되지 않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진실을 캐면 캘수록 애나 폭스 앞에 불운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사람은 점차 자신의 진실을 목도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그동안 이웃을 염탐하고 이웃을 관찰하는 입장이었다면, 그것이 바뀌고 말았다. 애나 폭스 스스로 관찰당하는 입장이 된 것이었다.,차이라면,애나 폭스 스스로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걸 안다는 거였다.


소설은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그 순간,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진실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그 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용기였다.애나 폭스가 가지고 있는 광장공포증에서 벗어나는 것,그것은 애나가 가지고 있는 큰 두려움이었고, 공포였으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큰 용기가 필요하였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그 안에서 폭스는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종착역에 도달할 것인가,거기에 대한 해답은 알프레드 히치콕 만이 알 것이다.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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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man in the Window (Paperback)
A. J. Finn / William Morrow & Co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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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료실은 에드의 공간이다. 서가는 등이 갈리족 누렇게 먼지가 낀 책들로 빈틈없이 빽빽하다. 내 공간인 서재는 널찍하고 여유롭다. 체스 전쟁의 주 무대인 매킨토시 컴퓨터가 이케아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2층 욕실이 있다. 이 공간 역시 화장실이 딸린 욕실에 붙이기에는 과분한 단어인 '천상의 황홀결'답게 디자인되었고, 그 이름에 걸맞게 출혈이 컸다.다른 한켠에는,언젠가 디지털에서 필름으로 넘어간다면 암실로 꾸밀 작정인 벽장이 있다. 하지만 이미 흥미를 잃어버린 듯 하다. (-27-)


나는 속눈썹 사이로 그녀를 바라본다.에드가 매우 흡족해하며 농익은 여인이라고 불렀을 법한 여자였다. 풍만한 엉덩이와 입술, 차오른 가슴과 부드러운 살결, 행복해 보이는 얼굴과 완전연속된 푸른 불꽃을 연상시키는 눈동자. 그녀는 인디고 진에 목이 둥글게 파인 검은 스웨터를 입고 있다.가슴 위로 은색 펜던트가 달려 있다.나이는 30대 후반 정도일 것이다.아직 소녀 태를 벗지 못했을 때 아이를 낳았으리라. 이선에게 반했던 것처럼, 나는 이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87-)


제인이 다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걷는 게 아주 느리고 이상하다. 비틀거린다. 블라우스가 적갈색으로 물들어 있다.내가 지켜보는 동안, 적갈색은 배까지 번진다. 그녀의 손이 허우적거리며 가슴을 더듬는다.가느다랗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거기에 꽂혀 있다.마치 칼자루처럼.(-213-)


그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손곤에 닿는 감촉이 거칠다.그는 나를 부드럽게 이끈다.팔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정말 미안했어요."나는 사과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계단 쪽으로 움직인다.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303-)


몇시간 동안, 나는 에드와 올리비아의 곁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깨어보니 , 오전 11:11.눈보라가 물결을 이루며 우리를 향해 불어닥치고 있었다. 바람은 머리 위에서 채찍 소리를 냈다.근처에서 낮게 으르렁대는 천둥 소리가 났다.나는 얼굴에서 눈을 쓸어내고 다리를 움직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똑같았다.주변이 잔물결처럼 동요하고 있었다.마치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양쪽 무릎이 서로 부대꼈다. 나는 땅으로 털썩 주저 앉았다."안 돼." 목소리가 잘라져 나왔다.나는 땅을 향해 휘저으며 몸을 지탱하려 애썼다.(-400-)


여기서 정지.나는 몸을 비틀며 눈을 뜬다.천장이 프로젝션 스크린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제인의 모습이다.내가 제인으로 알고 있는 여자.그녀가 부엌 창가에 서 있다.땋은 머리가 어깨 사이에서 달랑거린다.
이 장면은 슬로모션으로 재생된다.
제인이 나를 향해 돌아서고, 나는 그녀의 환한 얼굴에 줌인한다. 반짝이는 펜던트 때문에 카메라가 노출을 조정한다.이제 뒤로 빠져서, 화면을 넓게 가져간다. 한손에는 물잔이 들려 있고,다른 한손에는 브랜디 한잔이 들려 있다. (-512-)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 있고,누군가는 거짓을 말할 때가 있다.진실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차이는 이익과 불이익, 자본의 힘 더 나아가 자시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진실이 묻혀지고, 거짓이 수면위로 드러난 경우이다.진실을 알고 있는 이의 말을 대중이 믿지 않고, 무시하게 됨으로서,우리가 생각하는 사건들은 수면 위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다시 심연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과거 우리 앞에 나타난 화성연쇄살인사건 또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분명 있었건만, 진실을 알고 있는 결정적인 제보가 묻힘으로서, 그 사건은 공소시효를 넘긴채 2019년에서야 비로소 우리 앞에 진실이 수면위로 나타나고 말았다. 작가 A.J의 <우먼 인 윈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애나 폭스는 광장 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며, 밖을 나오지 못하는 심리상담가였다.자신과 비슷한 정신병력적인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채팅으로 상담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병의 원인을 찾아가고 있었다.병을 알아가고, 병에 대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니 할머니와 채팅을 하게 되는데, 애니는 8살 딸 올리비아와 함께 살아가면서,집에는 무성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무성영화의 대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DVD로 소장하고 있었다.


즉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을 재현하고 있으면서, 히치콕의 다른 영화들은 연상하게 되는 복선적인 장치와 도구들을 사물과 사람 ,장소에 배치하고 있다. 그 안에 보여지는 수많은 것들은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서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이웃에 사는 제인 러셀을 창문 너머로 보는 것을 즐기는 애나는 그 과정에서 예고되지 않는 살인사건을 눈앞에 보고 말았다.하지만 사람들은 애나 폭스의 말을 믿지 않고, 신뢰하지 않았다.아무리 그 때의 상황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폭스를 미치광이 여인으로 생각하고, 눈앞에서 진실은 가려진 채, 폭스의 말은 묻혀지고 말았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와 그 진실을 묻어 버리고 싶은 자 사이의 시소 게임은 실제 진실을 파고 드는 애나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물들이 앞에 놓여지게 된 것이었다.살아있는 자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들 사이에서, 히치콕의 영화 속의 복선들이 소설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진실은 제2차 방정식의 정규곡선처럼, 주파수의 파동처럼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으며, 그것은 반복되어지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애나폭스의 딸과 남편은 예고되지 않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진실을 캐면 캘수록 애나 폭스 앞에 불운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사람은 점차 자신의 진실을 목도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그동안 이웃을 염탐하고 이웃을 관찰하는 입장이었다면, 그것이 바뀌고 말았다. 애나 폭스 스스로 관찰당하는 입장이 된 것이었다.,차이라면,애나 폭스 스스로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걸 안다는 거였다.


소설은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그 순간,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진실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그 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용기였다.애나 폭스가 가지고 있는 광장공포증에서 벗어나는 것,그것은 애나가 가지고 있는 큰 두려움이었고, 공포였으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큰 용기가 필요하였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그 안에서 폭스는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종착역에 도달할 것인가,거기에 대한 해답은 알프레드 히치콕 만이 알 것이다. 이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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