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타라 납치사건
데이비드 I. 커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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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유대인들은 무려 아천년 동안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왔기에 유럽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유대인 공동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뿌리내린 곳이 교황령의 중심,나아가 사실상 전 세계 기독교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 덕분에 이탈리아의 유대인 가운데서도 그들은 특별한 지위를 차지했다. (-100-)


모르타라 사건을 정치적 자산으로 써먹기에 사르데냐 왕국 수상이자, 주변 땅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영토로 합병시켜 이탈리아를 통일한다는 계획의 배후 조종자인 카밀로 카보우르 백작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카보우르는 모르타라 사건을 보면서 교황국가의 구시대성을 드러내줄 완벽할 도구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227-)


"더 넓은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모르타라 사건은 피우스 9세의 깊은 종교적 열정은 물로느 대중의 인기와 여전히 공고했던 특권과 무엇보다 교황 세속지배권에 대한 프랑스 지지를 잃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명뱍히 자신의 임무라 믿는 것을 행하려 햇던 단호한 의지를 너무나 잘 드러낸다."(-325-)


본 법정은 재판장이 제시한 의문들에 대해, 가장 거룩하신 신의 이름으로,1858년 6월 24일 저녁 경찰이 유대인 부부 살로모네,일명 모몰로,모르타라와 마리안나 파도바니에게서 두 사람의 아들 에드가르도를 데려갔으며 이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행위였다고 평결을 내렸음을 알립니다. (-441-)


아버지가 살인 혐의로 감옥에 있고 어머니는 피를 흘리는 스물 세살 여인을 네 층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동안, 에드가르도는 가명으로 오스트리아의 한 정규수도참사회 수도원에 입소해 해맑게 잘 살아갔다.이듬해 그는 프랑스 푸아티에의 수도원으로 옮겨 신학 공부를 이억랐다.(-536-)


이 책은 이탈리아 역사의 하나인 이탈리아 해방운동이 통일해방운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여기서 이탈리아 역사를 잠시 들여다 보면,이탈리어 통인 운동과 리소르지멘토가 같이 등장한다.여기서 리소르지멘토는 한글로 번역해 보자면 '부흥'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통일운동은 이탈리아 부흥운동의 연장이며, 어떤 역사적인 변곡점이 되는 촉매제가 나타나 이탈리아 통일이 되었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I.커쳐의 논픽션 <모르타니 납치 사건>은 다른 관점에서 이탈리아사를 들여다 보고 있다.그건 이탈리아 통일 운동의 시작은 이탈리아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그것을 펼쳐보기 전 로마의 상황을 보면 그 시대에 교회법이 현존하였고,교황의 절대적인 권위가 있었다.책에 등장하는 교황 피우르9세가 가지고 있는 권위는 세속적인 권위보다 높았으며,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이었다.여섯 살 에드가르도 모르타나가 하루 아침에 교황에 속해 있는 로마 교황청 소속 헌병대에 붙히게 되었고, 하나의 촉매제가 되었다. 그 아이는 유대인 아이였으며, 그 당시 유럽 사회에서 유대인은 배척되었고, 무시되었음을 알게 된다;. 즉 카톨릭 지배 체제에 있었던 이탈리아 볼료냐에서 모르타라 가족앞에 일어난 우연적인 사건이 불불어럼 번지게 되었다.유대교를 믿는 가정에서 카톨릭 교인이었던 하녀가 에드가르도에게 가톨릭 세례의식을 하면서 시작된다.그건 그 시대에 변변치 않은 의료기술로 인해 , 에드가르도에게 행하였던 세례의식이 아이의 고통을 낫게 해준다고 생각하여서다.하지만 로마 교황청의 헌병대에 아이가 잡히게 되는 빌미가 되었고, 유대인 가정과 카톨릭 아이가 함께 살면 안된다는 교회법에 따라서 에드가르도는 납치되고 말았다.


어떤 촉매제가 불이 되기 위해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역사적인 불길도 마찬가지였다.제1차 세계대전,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원인도 하나의 불씨에서 시작되었다.그것은 이탈리아 통일 해방운동도 마찬가지였다.그 시대의 정서와 맞물려 에드가르도의 납치사건이 일어났으며, 게토에 머물러 있었던 유대인 공동체의 반발을 일으키게 된다. 유럽 사회는 프랑스 혁명 이후 자유주의 운동이 있었고, 교황의 권위를 무너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각하게 되었다.에드가르도의 납치 문제가 점점 더 커지게 되었고, 구세대와 신시대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그 과정에서,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분쟁, 더 나아가 그들 나름대로 어떤 행동이 있었으며, 에드가르도 납치 사건을 구시대의 유물로 생각하게 되었다.일종의 이탈리아 교황의 권위에 전면 도전하는 것이었으며,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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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 우리에겐 애쓰지 않고도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김유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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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적장히 즐거웠다.누군가는 적당한 즐거움이야말로 2배의 즐거움을 준다고 했다.소소한 기쁨과 확실한 성취감을 가져다주었다.무엇보다 달성해야 하는 수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나는 숫자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전공이나 먹고 사는 일과 무관한 것을 하니 해방감이 들었다.일만 아니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9-)



조금만 더 표현하면 될 것 같아 애쓰는 와중에 괜히 사진의 표정처럼 입술을 꽉 물고 광대를 올려다본다. 사람을 그리기 좋은 이유 중 하나다.언제나 귀엽고 장난스러운 표정뿐이다.진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진들도 있지마느 존재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65-)


다른 이의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모델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사진 속의 모습일지라도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다.그림에서도 낯가람이 발동하는 모양이다.반대로 오래 본 사람의 얼굴은 비교적 쉽게 그려졌다.가족의 얼굴이 그렇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그런 편이다.(-120-)


나는 이제 생의 한가운데에 들어왔다.대단한 일이 있을 것 같았던 미래는, 별다를 것 없는 오늘이었다.덕분에 삶의 끝자락에 대해 주는 크고 작은 파도 안에서 헤엄치는 법은 배워둔 듯하다.니나처럼, 때로는 니나의 언니처럼 방법은 다르지만 그림 그리듯 삶을 가질 줄은 알게 되었다.(-191-)


작가가 되고 나서 뜻밖의 기회들이 생겼다.가장 먼저 여성 작가전에 초대를 받았다.인사동에 있는 협회의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였다.건물 벽면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함께 간 동생이 먼저 발견하고 내 이름을 가리켰다.아직은 이름뿐인 작가지만 도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242-)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답을 생각하는 대신 먼저 물었다.다른 사람의 대답이 궁금했고 다들 어떻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지 알고 싶었다.꽃꽃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눈을 반짝이는 후배가 있었고 넷플릭스 정주행 중이라며 볼거리를 추천해 주는 친구도 있었다.(-271-)


취미란 그런 거다,적당히 재미가 있어야 취미이다.취미가 고토이면, 취미로서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저자 김유미씨에게 있어서 취미는 그림그리기였고, 나의 취미는 마라톤이다.이 두가지는 서로 상반된 취미이며, 몸을 쓴다는 것과 돈을 쓰는 것과 적당한 즐거움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그리고 취미는 내 꿈을 만들어 가게 되고,어떤 우연이 나에게 기회로 찾아올 수 있게 될 때 취미는 나에게 또다른 힘의 구심점이다.여기서 저자의 취미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 보자.그림 그리기란 무엇일까, 그림 취미에 관심 없었던 이가 그림들 그린다는 것은 뭔가 이상했다.하지만 저자는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무료함을 덜어내기 위해서 미술학원에 찾았고, 미술의 기본이 되는 선을 그어나가기 시작하게 된다.그리고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선이라도 그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으며, 선 하나만으로도 대상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선이지만 그것이 결코 선이 아니었다.면이 될 수 있고, 선이 면이 될 때 그 가치는 배가 된다.저자는 처음 그렇던 선긋기가 어느정도 자신에게 맞는 영역이 되었고,연필이 몽땅연필이 될 때까지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


저자는 그림에 빠지게 되었고,스스로 취미를 삶과 연졀했다.취미의 성장은 저자의 내적인 요소들의 성장과 맞물려 있었다.그림을 그림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었고,아마추어 여성 작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처음 시작했던 그림 그리기는 사소한 동기에서 시작하였고, 처음엔 미약하였으나, 점점 더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의 그림그리기는 모방이었다.유명한 미술 작가들의 화풍을 빼껴내기에 바쁜 나날이었다.그건 내 그림이 아나었고, 남의 그림이다.내가 그렷지만 내 그림이 아닌 것이었다. 그렇게 남의 그림만 그렸던 저자가 선택한 것은 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주제를 정하고, 화풍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게 되었다.그 과정에서 내 그림이라는 걸 말할 수 있는 서명을 만들어 나갔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다는 것을 저자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고,그림을 그려나감으로서 자신의 마음 속 열등감을 치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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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달이 참 예뻐서
에든 지음 / SISO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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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때로는 그 말을 삼키지 못하고
내뱉어 버린 걸 후회할 때가 있다.
누르고 눌러 버린 담던 말인데
왜 그 순간만큼은 참지 못한 채 
입 밖으로 내던지고 말았던 걸까. (-77-)


그와 내가 세월의공백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결국 세월의 공백을 어쩌지 못하고 거기까지인 인연도 있으니까.내게 흘러온 시간만큼 그에게도 똑같이,어쩌면 더 빠르게 흘러뢌을 테니까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잖아. (-81-)


추억이 있다는 건 그 시절을 떠올리며 견딜힘을 얻는 것
추억이 없다는 건 그 시절을 곱씹고 또 꼽씹더라도
공통분모를 내세울 것 하나 찾을 수 없어 쓸쓸한 것.

그와의 추억이 있어 행복하지만
그와 '함께'나눈 추억은 하나도 없어
때론 추억이 날 살게 하지만
때론 그 추억에 한없이 낮아지는 것.

나에겐 추억으로 암아있는 것들이
그들에겐 더 이상 추억이 아니라니
함께해 온 세월을 지나
덩그라니 홀로 남겨진 것만 같구나. (-151-)


독립을 선언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공간에 발을 들였을 때, 첫 느낌은 홀가분함과 자유였겠지.응당 그 나이쯤이면 부모님 품을 벗어나서 혼자 삶을 가꾸어 가는 게 맞다고, 훨씬 어린 나이에도 많은 이들이 홀로서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하면서 스스로 걸어 나왔을 테고.. (-202-)


현재의 변화도 따라가는 게 벅차 어느새 뒤쳐지고 있는 나를 볼 때면, 아빠와 엄마는,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은 지금 이 속도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지,또 알게 모르게 어디에선가, 누군가에게 뒤처졌다 무시당하지는 않을는지, 점점 짙어지는 혐오의 그늘에 가리진 않을지 걱정이 되고는 한다. (-241-)


하늘 위에 달이 있어서 다행이다.달이 있어서 일상 속에서 느꼈던 속상함에 대해서 위로를 하게 되고, 달을 보면서,한숨을 짓고, 달이 있어서 내 마음이 안정이 된다.매일 밤이면 우리 머리 위에 당연히 떠 있는 달이 어느 순간 자꾸만 나를 따라 가는 것처럼 보여진다.해는 언제나 밝은 빛을 들이대면서,자신의 움직임의 동선을 보여주면서 움직이지만, 달은 은은하게 어두움 그림자를 자신의 옷으로 삼아서 존재감을 감춰 버린다.어쩌면 우리 스스로 달에게서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은 달이 가지는 그러한 특징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은은하게 우리 곁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서, 안정감을 주는 달이 이쁜 이유였다.


살아가면서,집착하게 되고,미련을 가지게 된다. 마음을 비우라고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마음이라는 실체는 비워지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우리는 더 아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되었다,살면서 변화의 속도에 발맞춰 가던 나의 모습이 어느새 뒤쳐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변화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와 그 변화가 빠르다고 느껴지는 나이 먹은 세대,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급격한 벼화 속에서 나를 지켜 나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 자신이 되려면 배의 움직임에 따라 나를 움직여 나가야 한다.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며, 인생의 나침반이 될 그 무언가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내 앞에 놓여진 것들,세월의 변화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여유와 멈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이 책 속에 묻어나는 시상이 나에게 또다른 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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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피고있는 꽃처럼 있을 테니
오연희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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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사는 일

길가에 핀 자그만 들꽃애
사랑스러운 눈길 한 줌
던져주는 일

세간에 휩쓸려도
나를 잃지 않고 사는 일

꿋꿋한 두 다리로
힘차게 걸어가는 일

사람들의 타박 속에서도
순수를 지키는 일

어떤 풍파를 겪던
스스로의 편을 올곧이 들어주는 일

나로 사는 일
참 어렵다. (-31-)

어른

저어기
어른의 껍질이 걸어간다

흐느적흐느적
자신에게 맞는 껍질이 무언지도 모른 채,
양 어깨를 애써 빳빳이 세우고
큼지막한 껍질을 둘러 업었다.

그 속에 작은 어린애는
껍질이 너무 무거워 매일을 서글피 운다.

하지만 껍질은 두꺼워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저어기
어른의 껍질이 기어가고 있다

흐느적흐느적 (-42-)


아버지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를 알게 됩니다.

술에 취해 비틀비틀 되던 아버지를
창피하다 못해 숨어 버린 아들

졸업식날 허름한 옷차림에
아버지를 외면해야만 했던 아들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를 알게 되니
작은 언덕으로 변해 버린 아버지

술한한 뿌리며 목놓아 불러봅니다.

이보소,아버지요 죄송합니데이. (-114-)


아버지

힘들때마다 생각 나는 당신
죽을 것 같던 그날도 난
당신의 울타리에 찾아갔죠
하지만 매몰차게 내쳐지고
울분을 참지 못한 나는 
차갑게 뒤돌아섰죠.

어느날 새벽에 걸려온 당신의 전화
뜬금없는 말씀을 하시고는 당신에게
차갑게 툭툭 말을 건네고
그 뒤로 한참 잠을 뒤척였어요.

청천벽력 같은 부고 소식
죄책감에 엄마를 못 보겠어요.
당신은 가시면 그만이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책임하게 가시면 어떡하냐고요. (-152-)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니었다.열달 동안 어머니의 뱃속에서 머물다 태어난 아이는 영문도 모른채 세상 속에 마묻혀 버렸다.그렇게 아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얻으면서 성장하게 된다.하지만 우리의 삶이 언제나 사랑만 있는 건 아니었다.때로는 미움도 있었고,때로는 고통도 있으며, 때로는 서운함도 우리 안에 있게 된다.살아가면서,예측불가능한 것들이 나타날 때 얻게 되는 좌절과 슬픔과 절망스러운 순간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후회를 남기면서,스쳐지나가게 된다.


이 책에 있는 시 속에는 우리의 삶이 있었다.때로는 서운하고,아프고, 질투한다.나이가 먹어가면서,어른으로서 책임과 도리를 다해야 하건만,우리는 껍데기만 어른이며, 아이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래서 더 많이 후회하고,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이 질투하게 된다.내 안의 감정들을 표출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엉뚱한 것에 표출하는 어리석은 어른이 우리 안에 있다.그 하나 하나에게서 시로서 담아내고 있으며, 내 삶의 작은 편린들을 상상하게 되고, 깊이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아픔을 통해서 나의 아픔을 상상하게 되고,타인의 부모님을 통해서 나의 부모님을 상상하게 되었다.시라는 것은 우리의 마음 속의 상상을 증폭시켜 나가고 있다.어른이지만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고, 어른이지만,여전히 흔들리면서 살아가게 된다.상처을 입으면서,그것을 스스로 해소하지 못하고,덜어내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들이 시 속에 담겨져 있다.


책에는 아버지에 관한 시가 나온다.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불편한 존재이다. 그들의 말 속에 있는 가시가 나에게 상처로 쿡 들어가기 때문이다.사랑보다는 서운함을 먼저 느끼게 되고, 기쁨보다는 슬픔을 얻게 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었다.그럼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였다.아버지의 부재,아버지의 마지박 순간 남겨놓은 마지막 기억은 후회와 아픔의 씨앗이었으며, 우리 스스로 거기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후회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이다.그 누구도 가로챌 수 없는 인간이 가져야 한 본질적이면서,절대적인 요소,행복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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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발견 -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말하는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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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는 치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짜내고, 짜내다가. 텅빈 껍데기로 버려지는 삶.치약에게는 비극적인 결말이 내정되어 있습니다. (-5-)


그래서 재료가 가장 신선할 때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섬광처럼 사라지는 생각의 단초들,그대로 두면 사라집니다.그래서 평소의 관찰과 채집이 중요한 거죠.안테나를 세워두고 관찰하다가 신선한 재료다 싶은 것이 나타나면 붙잡아둬야 합니다.기록하고, 찍어두고,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면 녹음이라도 해야 합니다.괜찮은 생각일까? 판단은 나중에 해도 됩니다.시시하면 지워버리면 되죠.하지만 애초에 붙잡지 못한 생각은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61-)


생각의 씨엇이 떠오르면,
그순간 손에 잡히는 곳에 붙잡아둡니다.
그렇게 적어두고,때때로 꺼내어 곱씹어봤더니
이렇게 책에 담을 만한 문장들이 모였습니다.(-80-)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절체절명의 경기에서는,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한 스페셜리스트들을 잘 갖춘 팀이 경기를 승리로 가져갑니다. 모든 사람이 4번 타자일 필요가 없는 거죠. (-120-)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나의 취향은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이곡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구나.그날 저 자리에서 함성을 질렀던 사람들도 나처럼 나이 들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겠구나. 종진이 오빠,태관이 오빠를 부르는 누나들은 나보다도 더 나이 들어 있을 텐데.지금도 저렇게 꺄악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 사람들도 전태관씨의 투병 소식에 먹먹해하며, 자신의 청춘 한 시절을 꺼내보고 있겠구나,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193-)


그날 저는 평소의 시간 속에 숨겨진 보석을 만난 거죠.보석을 만난 순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을 정리해놓은 문장을 만나는 날이면, 경의와 질투가 반반씩 섞인 감정으로 그 생각들을 가둬둔 글자들의 조합을 한동안 바라보곤 합니다.(-276-)


카피라이터는 아이디어와 싸우면서 살아간다.카피라이터에게 아이디어는 단어와 문장으로 유기적으로 엮아면서, 우리 앞에 맛있게 버무려지고 있었다.맛있는 밥상위에 비빔밥처럼 버무려진 단어와 문장의 향연,카피라이터는 문장이 가지는 깊은 울림과 동거동락하고 있었다.그들에게 문장은 그들의 전부였고,그들의 열정 속에서 시적된다. 그들의 직업적인 특성과 그들의 가치관,그들의 직업을 이해하게 된다면,그들의 소소한 내면을 엿볼 수 있으며,그 안에서 그들의 삶과 희노애락, 새로운 것들을 주워 담을 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찰과 메모,그리고 음악과 밑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것 하나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분들이며, 망망대해 모래알 위에 숨어있는 가치있는 보석들을 찾아낼 수 있다.같은 것을 바라보지만,그 안에서 내가 보고 듣고,느꼈던 관찰은 내 앞에 놓여진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보게 되며, 놓치고 있었던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한번 더 되돌아 볼 수 있었다.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남들이 보지 못한 것,느끼지 못한 것들을 주워 담아가게 된다. 그건 아이디어 하나,단순한 문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카피라이터가 쏟아내는 열정과 노력들은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며, 그들이 문장 하나를 건져내기 위해서 수십 수백의 문장들을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하나의 결실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그들이 생각하는 단어와 문장에는 그들의 고통과 피나는 노력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하나의 광고 카피가 탄생되는 것이다.


소소한 것, 평범한 것들, 저자는 세상을 어떤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한 가치, 변하지 않는 가치를 주워담기 위해 들였던 시간들은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이다.순간 순간 떠오르는 영감들을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을 활용해 정리하고, 수집하지 않는다면,그것은 하나의 결실이 되지 못한다.즉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가지는 인문학적인 가치, 카피라이터로서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고, 그 사람이 주워 담은 문장 하나가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사소한 것에 우리가 놓칠 수 없는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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