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오늘날에는 잊혀 버렸지만 1817년이라는 해와 관련, 뒤죽박죽 떠오르는 일들이다. 역사는 이 모든 특수한 사실들을 거의 다 무시하고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한없이 많은 것이 역사에 밀려들 테니까. 그렇지만 이러한 세세한 일들을 사람들은 사소한 일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데(인류에 사소한 일은 없고 식물에 사소한 잎은 없다.), 그것들은 모두 유용하다. 시대의 모습은 연년의 표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 P218

그가 돈을 버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장사치야."라고 했다. 그가 돈을 뿌리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야심가야."라고 했다. 그가 명예를 뿌리치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사기꾼이야." 라고 했다. 그가 사교계를 뿌리치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교양 없는 놈이야." 라고 했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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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마다 나오는 이 잡지를 읽게 되면서 제 번민의 근원을 깨닫게었습니다. 이 세상이 처해 있는 아마겟돈적 혼돈의 뿌리는 바로 서구식 ‘근대문명‘과 ‘인간성 상실‘ 이라는 김종철 선생의 비판과 소농이 중심이 되는 마을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대안 제시를 읽고는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습니다. 자본주의의 득세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청년에게 직선적 역사발전사관과 산업문명과 풍요에 대한 맹목적 추구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쌍둥이에 불과하다는 그 논리가 와닿았습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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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끝났어. 모든 것은 끝나게 마련이고, 어떤 것도 할만큼 했다고 느껴지지 않는 법이지. 네가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건 휴가를 보내는 것과 똑같단다. 어떤 사람들은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즐겁게 지냈다고 자랑하려고 휴가 기간 내내 사진을 찍지. 느긋하게 쉬면서 휴가를 자기 안에 받아들이고 그걸 지닌 채 돌아갈 생각들은 하지 않고 말야."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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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소설(6) 길을 걸으며 책을 읽지 마라!

이 서평을 읽으며 [밀크맨]을 읽을 때의 답답함이 다시 생각남!

그런 시대,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따지고 보면 내가 길을 걸으며 책을 읽는 것도 그 한 방법이었다. 외부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사람이 늘 예민하게 깨어있으면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이기 때문이다. 내가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알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었고, 따라서 경계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이었다. 잘 알아 마땅한 것을 모르는 일로 여기는 것, 그게 나의 반응방식이었다. - P173

세부적인 사항을 인정한다는 것은 선택을 의미하고 선택은 책임을 뜻하는데 내가 책임을 다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아가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을 나중에 혹시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 선택의 골치아픔도 없고 빼앗기는 고통도 없을 테니까...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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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메뉴는 중식이다!

조율 작업에는 무언가 소소한 것을 차츰차츰 나아지게 하는 기쁨이 있다. 그 ‘나아짐’이 소리로 곧장 느껴진다. - P31

피아노 조율은 현의 장력을 가감하여 음률을 맞추는 일로, 음악적, 수학적 과정을 통해 작업한다. 그 외에도 피아노의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기에 숙련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이 일을 하며 오랜 세월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고객과 인연 또한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존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무게감이 꽤 있어서 한 번 사면 오래 쓰기에, 조율사와의 인연도 자연히 그렇게 오래 간다. - P72

주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 후 동그란 접시에, 동그란 모양으로 나온 볶음밥, 수분기를 잘 날린 볶음밥 위로 반숙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있으며 한켠에 짜장 소스도 적당한 양으로 자리한다. 국물은 뜨겁게 다시 끓여나온 짬뽕인데, 미지근한 국을 싫어하기에 반가웠다. 볶음밥에 딸려나오는 짬뽕 국물은 그 집의 짬뽕 맛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서참 좋다. 일거양득. 짜장 소스도 나오니 볶음밥은 일타삼피. 내가 처음방문하는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가장 먼저 맛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볶음밥을 대할 때 순서는 국물을 맛보고, 곧장 반숙 달걀프라이를 터뜨려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달걀은 식으면 비리기 때문에 밥이 뜨거울 때함께 먹어야 녹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슬고슬거리는 볶음밥. 센 불에 국자로 눌러가며 볶았으니 맛이 없을 수 없고, 볶음밥을 거의 주식으로 먹는 중국 사람이니 화교 중식당에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편이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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