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읽고 순한맛 읽으면 순한맛이 재미없어질까 하여 순한맛부터 읽었지만, 결론적으로 어떤 맛일 먼저 읽든 상관없을 듯하다. 표지가 가장 강렬하다는 리뷰도 있던데(도서관 대출 책은 표지가 없어서 실물을 보진 못했다), 기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순하지 않나요.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은 성혜령 작가와 성해나 작가가 함께 있어서 읽었는데, 순한맛의 원픽은 이주혜 작가고, 매운맛의 원픽은 성혜령 작가다. 역시 사람이 가장 무섭다. 조심해, 한 여름에도 서리가 내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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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열정이 다하고 쏜살 문고
비타 색빌웨스트 지음, 임슬애 옮김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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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남편의 죽음 이후 여든여덟 살에 마침에 가족의 의무로부터 벗어나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레이디 슬레인. 마지막 희망을 보고 떠나서 다행이다. 조용한 노년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색빌웨스트와의 교감이 울프의 <올랜도>에 영향을 주었다는데 이 책 2부는 <댈러웨이 부인>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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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선 같은 마음인 겁니다. 스무 살 청년의 삶이란 끔찍한 거예요, 레이디 슬레인. 장애물 경마를 앞둔 기수만큼이나 끔찍해요. 틀림없이 경쟁이라는 개울물에 처박힐 테고, 실망이라는 울타리에 걸려서 다리가 부러질 테고, 호기심이라는 철조망에 발이 묶일 테고,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장애물에 마음 끓이게 될 테니까요. 노인의 삶이란, 경기를 마친 뒤 저녁 무렵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앞으로 경마 따윈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기수의 삶이지요."
"하지만 잊으신 것이 있네요, 벅트라우트 씨." 레이디 슬레인은 자신의 과거를 더듬으며 말했다. "젊을 때는 위험하게사는 걸 즐기면 즐겼지 사실 갈망하지요. 저어하지는 않아요."
"네." 벅트라우트 씨가 대꾸했다. "사실입니다. 저도 청년기에는 경기병이었지요. 돼지 사냥을 그 무엇보다 애호했습니다. 장담하건대, 레이디 슬레인, 기세 좋은 멧돼지가 엄니를번뜩이며 덤벼들 때만큼 짜릿했던 적은 없지요. 그중 몇 개는박제해서 집에 전시해 두었답니다. 보여 드리고 싶어지는군요. 그래도 야망은 부재했습니다. 군인으로서의 야망과는 거리를 유지했지요. 우리 연대를 지휘해 보자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네요. 그래서 사색의 즐거움이 활동의 즐거움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바로 전역에 뜻을 두었습니다." - P73

그런데 행복이란 뭔가? 그녀는 행복했나? 행복(Happy)이라는 이상하고 요란한 단어는 영어를 쓰는 사람 모두에게 아주 확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그 단모음, 발음할 때 침이 튀는 두 개의 ‘p‘, 당돌하게 흰 꼬리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y‘까지, 그 이상하고 요란한 단어는 단 두 음절로 인생을 송두리째요약하려 들었다. 행복(Happy). 하지만 사람은 한순간 행복하다가도 돌아서면 불행해진다, 둘 다 별것도 아닌 이유로. 그러니 행복이란 무슨 뜻인가? 그 단어에 별다른 뜻이 있다면 어떤 불안한 사람이 세상을 흑과 백으로, 이분법적으로 보고자시도했다는 뜻일 것이다. 위험이 가득한 정글 같은 세상에서작고 비굴한 존재들이 위로가 되는 단어를 찾고자 애썼다는뜻이리라. 당연히 누구에게나 ‘그때는 행복했어.‘라고 얘기할 만한 순간이 있다. 그보다 당연히 ‘그때는 불행했어.‘라고 얘기할 만한 순간도 적잖을 터다. - P125

이제 노신사는 총 세 사람이었다. 벅트라우트 씨, 고셔론씨 그리고 피츠조지 씨. 참 재미있는 3인방이었다. 부동산 중개인, 건설업자 그리고 예술품 감정가까지! 전부 나이 지긋하 - P154

고 세상과 동떨어진 괴짜들이었다.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다니 정말 희한했다. 죽기 전에 이런 막간의 즐거움을 맛보다니, 평생 살아온 삶에서 - 맡아 온 일에서, 자식들에게서, 헨리에게서 - 멀찍이 물러선 끝에 이토록 흡족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새로운 생활을 얻다니! 이 같은 변화를 초래한 장본인은레이디 슬레인 자신이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해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는 것이 인생인지도 몰라." 그러고는 오래된 책 하나를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펴고 읽기 시작했다. - P155

하지만 케이는 여느 현명한 사람들이 그러듯 계획을 지나치게 미루고 말았다. 피츠조지 씨가 그보다 스물다섯 살이나 많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여든한 살은 시간과 밀고당기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스무 살, 서른 살, 마흔살, 쉰 살, 예순 살에는 무슨 계획이든 다음 해 여름까지 미뤄둘 수 있었으나 물론 스무 살의 인생에도 예상 밖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여든한 살의 나이에 그런 식으로 할 일을 미루기란 그저 운명의 신을 면전에서 약 올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청년에게 닥치면 뜻밖이고 믿기 힘든 악재가 여든 살의 노인에게는 당연한 일이 된다. 어쩌면 케이는유독 장수하는 집안사람들 때문에 판단력을 잃었는지도 몰랐다. 피츠조지 씨의 죽음은 분명 충격적이었고, 부고를 접한 케이는 반신반의하며 비통함에 잠겼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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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maid (Paperback) - 『하우스메이드』원서
Freida Mcfadden / Grand Central Publishin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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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는 Housemaid를 제대로 골랐구나! 나오는 인물 중 감정이입되는 인물이 없고 죄다 비호감이었지만 쫄깃한 재미가 있고 문장도 어렵지 않고 잘 읽혔다. 속편도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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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7-19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햇살과함께 2025-07-19 16:37   좋아요 0 | URL
이 정도 수준과 재미면 다른 성인 소설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독서괭 2025-07-19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다 비호감😂😂😂
완독 축하드려요!!

햇살과함께 2025-07-19 16:37   좋아요 1 | URL
비호감임에도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 - 최고의 나를 만드는 놀라운 러닝 습관의 힘
권은주 지음 / 트랙원(track1)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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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걸 왜 이렇게 늦게 알았나 싶지만, 지금이 내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인가 보다. 누구에게나 그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조금 빠르게 또는 조금 느리게. 그냥 달린다. 꾸준하게 달린다. 오늘도 달렸다. 내일도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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