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트 가비노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겨우 초보 어시로 출판계에 입문한 20대의 그녀들. 좌충우돌하며 흘린 눈물과 울분과 분노와 고민도 먼훗날에 작가, 편집자가 되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청춘이란 누구나 그렇게 겪는 것이니깐. 나도 그랬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새롭던 봄날은 펼치기도 전에 제목에 이미 마음을뺏긴 책이다. 새롭다, 새칩다는 경상도에서 흔히 쓰는 입말이다. 쌀쌀맞으면서 얌전하다는 뜻의 ‘새초롬하다‘와 헷갈리기 쉬운데 ‘새롭다‘는 작고 예쁜 상태를 말한다. 논밭에 뿌린 씨앗들이 움틀때 농부는 "이리 새칩은 기 참말 장하다"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새촙은 시절이 있다. 우리에게도. - P147

마구 소리를 지르며 울었나 보다. 잠에서 깨니 목이 잠기고 눈물이 채 마르지 않았다. 어떤 꿈을 꾸었던 걸까. 아무리 애를 써도떠오르지는 않는다. 뭔가 가슴을 짓누른다. 가끔 내 잠에는 누군가가 댕겨간다. 나는 댕겨가는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 그런날이면 자면서도 엉엉 울었다. 기다림이 허망하고 서러워서 제풀에 우는 것이다. ‘댕겨가는(다녀가는)‘ 건 늘 이런 것이다. 차마 잡을 수 없이 바라만 보거나 몰래 왔다가 가버린다. 댕겨오다, 댕겨왔다가 아니다. 댕겨오는 건 원점으로의 회귀이고 누군가의기다림이 가서 닿은 말이다.
그래서일까. 소설가 김연수는 자신도 가끔 김기림의 시「길」을 흉내 내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라고 혼자 노래 부를 때가 있다며 "댕겨가는 것들의 절망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이제 영영 다시만날 수 없다"라고 했다. 나는 김기림의 시구절보다 김연수가 풀어놓은 "댕겨가는 것들의 절망"에 꽂히고 말았다. 아니 사실은댕겨가는 것들의 절망은 헤아려지지 않았다. 다만 수없이 댕겨가고 이제 영영 다시 만날 수 없는 댕겨간 것들의 흔적을 바라만보는, 남은 자의 지독한 열망에 내내 마음이 저렸다.
시인 허수경은 그래서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고읊조렸을까. 「공터의 사랑」에서 허 시인은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라며 애달픈 마음을 노래했다. 어딘지 모를 길 한가운데서 버려지기보다는 때로는 ‘댕겨오는 것들‘을 다정하게 혹은 격렬하게 맞이하고 싶다.
……그래요, 당신. 댕겨와요, 꼭요. -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딱 겉다, 목딱 같다‘ 혹은 ‘혹딱 같다‘로도 쓴다. 못 생기고 맘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혹딱같이 생기기" 하는 식으로 주로 생김새를 빗대거나 "에이, 혹딱 같다"처럼 (마음) 상태를 이야기할 때도 쓴다. 어머니 말이다. "그랑께네 내 맴이 혹딱 같다아이가." 목딱이나 혹딱의 어원은 잘 모르겠다. 더러는 울퉁불퉁못생긴 모과에서 나왔다 하고 더러는 호떡에서 나왔다고 한다. 나는 목딱 같다는 말이 더 익숙하다. - P27

손택수 시인의 시 「애나」를 읽다 보면 경남 진주의 대표 지역 말
‘애나‘에 얽힌 이야기에 실없이 웃고 만다. 여기서 ‘애나‘는 경상도 말 ‘애나가‘ 혹은 ‘에나‘‘에나가‘를 말한다. 진주 사람들은 ‘애나‘가 진주의 고유한 말이라고 내세운다. 입말이라 그런지 ‘애나‘
‘에나‘ 두 가지 표기 다 쓴다. 애나는 ‘참말‘ ‘진짜‘라는 뜻인데,
‘애나가?‘ 하고 물을 때는 ‘참말입니까?‘ 반문하는 것이고 ‘애나로‘라 쓸 때는 진짜를 강조하는 것이다. - P33

‘끌베이‘는 거지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거렁뱅이를 아주 빠르게 발음하면 끌베이가 된다. 꽤 오랜 세월 끌베이와 비슷한 생활을 했고 자존심도 없었다. 자존심이 밥을 먹여 주지는 않으니까. 그렇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재미. 재미만 있으면 최소한의 버틸 수 있는 여지만 있어도 무조건 오케이였다. 하지만매번 재미를 따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사람도 세월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조금씩 삶의 노선을 수정했다. 11년전 헌책방을 열 때 "돈보다 책, 책보다 사람"이라는 운영 원칙을정했는데, 지금은 우선순위를 바꾸었다. 믿거나 말거나 돈이 먼저다! 인제 그만 끌베이는 면하고 싶다. 그런데 재미는 여전히포기가 안....... - P41

경남에서는 빼떼기가 주식으로 쓰일 때가 많았다. 배곯던시절 고구마는 구황작물이다. 고구마를 오래 보관해서 먹으려씻어서 납작납작 썰어 채반에 받쳐 마당에서 말린다. 여기에 콩이나 팥 등 잡곡을 넣어 뭉근하게 죽을 끓여 먹었다. 이걸 빼떼기죽이라 했다.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끓여 주던 빼떼기죽이 생각난다. 내 눈에는 그저 시커먼 덩어리가 씹히는 죽이었다. 깨작깨작 몇 숟가락 먹었을까.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빼떼기죽의 진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니 빼떼기죽은 어른의 맛인가 보다.
요즘 통영은 남해 바다 관광 일번지로 손꼽힌다. 그래서인지 옛 문화나 전통을 구현해 낸 먹거리를 상품화하고 있다. 빼떼기죽이 그중 하나로 여행객의 먹거리가 되고 있단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이는 통영 항구 앞 허름한 식당에 앉아 빼떼기죽 한 그릇 먹고 싶다. 김이 서린 안경알을 닦아 가며……………. - P73

정지용은 「문장 (18호, 1940년 9월)에서 "북에는 소월이 있었거니 남에는 박목월이가 날 만하다"라고 박목월의 시를 높이평가했다. 그가 「가을 어스름」과 「연륜」이라는 작품을 투고하고받은 평이었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북 경주, 대구에서 청년시절을 보낸 그는 고향의 풍경과 서정을 담은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사투리」도 그런 작품이다. 이 시에서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 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 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이 마르는
황토 흙 타는 냄새가 난다. - P75

2012년 1월 MBC경남은 다큐멘터리 「사투리의 눈물』을 방영했다. MC메타가 랩으로 내레이션을 맡아 표준어에 밀려 사라져 가는 경상도 사투리의 처지와 현실을 알렸다. MC메타와 DJ렉스는 2011년 「무까끼하이」라는 곡을 발표했다가 지상파 방송에서 방송금지처분을 받았다. ‘무까끼하이‘는 대구 지역에서 주로 쓰는 말로 ‘무식하게‘ ‘무뚝뚝하게‘ ‘융통성 없이‘라는 뜻인데, 단지 일본어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 것이다. 어이없다. 일본어도 아니고 일본어처럼들린다고 엄연히 우리말로 지은 노래를 방송으로 내보낼 수 없게하다니.
반전이 있다. 비록 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이 노래는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대중음악 평론가20인이 뽑은 올해의 노래‘ 4위에 오르고 ‘제9회 한국 대중 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노래‘ 후보에도 올라 대중의 많은 지지와 찬사를 받았다. "외래어와 외계어에 가까운 단어들이 판을 치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순수 한국말의 전통을 지키면서 지방 방언의특수성을 가미한 의미 있는 노래"라는 평을 받았다. 대중이 선택한 말은 강제로 금지한다고 죽지 않는다. - P85

김원일의 단편소설 「여름 아이들」을 읽다가 ‘살강‘에 꽂혔다. 살강은 지금으로 치면 부엌 개수대 앞에 놓인 스테인리스 선반 같은 것이다. 갓 씻은 그릇이나 자주 쓰는 것을 올려놓는 선반으로
‘시렁‘이라고도 한다. 내가 사는 경상도 산골에서는 부엌을 ‘정지‘라 했고 그 정지에는 살강이 있었다. 김원일은 경남 진영에서태어나 대구, 경북에서 자라고 활동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말투에는 경북과 경남이 다 들어 있다. - P1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명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에 최고는 의지다. 다정은 체력에서 나온다.‘ 그것이 운동이든, 공부든, 돈으로 사야 성실하게 한다. 남에게 가족에게 다정하려면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과 균형잡힌 식사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운동 선생님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는 불안이 넘치고, 불안을 파는 사람은 더 많다. 그럼에도 좋은 운동을 가늠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내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느냐, 멈춰 있도록 주저앉히느냐, 이것이 전부다. 당신이 한 걸음을 더 뗄 수 있다면 그 - P128

것은 좋은 운동이다. 당신에게 맞는 운동이고, 정상인 일이다. 얼마나 정확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비정상속에서 정상을 선택한 것임으로 안심해도 된다. 움직일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게 240이든, 250이든, 28일의 주기이든 35일의 주기이든. - P129

방송국에서 일하는 회원님과 휴식에 관한 얘기를 하던 중에 "희극인의 삶을 살고 계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보이는 순간에 무너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희극인 같다고. 어쩌면 꽤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기왕이면 좋은 트레이너로 보이고 싶고, 일하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그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 다정은 체력에서 나온다. 기력이 없는 사람은 타인에게 관대할 수 없다. 회원과의관계에서 다정해지려면 나는 기력도 체력도 좋아야 한 - P196

다. 그러므로 피곤하지 않도록 업무 시간을 분배하고, 잘쉬고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도 최선을 다해서 겪는다. 이 모든 과정에도 피곤함이 남아 있다면 티가 나지 않도록 더 힘껏 웃는다. - P1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