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나와 우는 우는 -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하은빈 지음 / 동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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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누구라도 혼자의 힘으론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일 것이다. 어떻게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장애와 비장애라는 납작한 말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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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함께하는 삶은 분명 어려운 데가 있었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우를 사랑한 것이 어떤 경위와 경로로 내 삶을 그리까지떠다밀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삶은 어떻게 엉키게 된것인지 알 수 없는 실뭉치 같았다. 여태 그 실뭉치를 풀지도못하면서, 그렇다고 자르지도 버리지도 못하면서, 꽉 물린매듭에 손톱을 세워도 보면서 그러다 이따금 미끄러지기도하면서 앉아 있다. 매듭을 풀면 우와의 일도 더 이상 바로어제 일 같지 않게 될까? 그렇다면 그저 실뭉치를 영원히매만지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 P8

그러나 우를 돌보는 것이 별일이 아니라고는 결코 말할수 없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우를 돌보는 일만을 하고 있었다. 우를 돌보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우와 있으면서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건 불가능했다. 실현 가능한 미래의 세부사항을 그려보려고 매일매일 애쓴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코앞의 날들조차 온통 뿌옇게만 보였다.
세상이 우를 가지고 인질극을 하는 것 같았다. 장애인애인을 가지고 싶으면 장애인 애인 말고 다른 건 가져서는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장애인 애인을 가졌으면서 다른 것도 가지고싶었다. 욕심이었을까? 욕심이라고 생각할수록 더욱 그렇게하고 싶어졌다. 때로 적나라하게 물질적인 것들이 마음을잡아끌었다. 예쁘게 차려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정갈한의자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어떤 때에는 몇 번 바르지도않을 화장품을 있는 대로 모으고 입지도 않을 옷을 잔뜩사서 비좁은 서랍장 한 칸 안에 꾸역꾸역 욱여넣었다. - P29

우와 있었던 시절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그렇게 허리가끊어져라 웃었다. 매일을 부지런히 웃었던 그즈음의우와 나를 떠올려보면 어디 가서 둘째가라면 서러울행복 전도사, 무한 긍정과 역경 극복의 대명사, 희망을실어나르는 슈퍼장애인으로 오인되었던 것도 마냥 이상한일만은 아니었다 싶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는 이제 다잊어버렸다. 살면서 그렇게 많이 웃을 일이 다시 있을지모르겠다는 것은 알겠다. 좋다는 말에 인색했던 나와 달리우는 세상의 많은 것을 아낌없이 좋아했다. 나는 세상에좋아하는 게 별로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좋다"고말하던 우만은 좋았다. 그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오래, 가장많이, 가장 깊이 좋아한 무엇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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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레인보우 - 퀴어의 세계에 초대받은 부모들과 이웃을 위한 안내서
성소수자부모모임 지음 / 한티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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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얇고 가벼운 책. 퀴어 세계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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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박경석.정창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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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 투쟁임을. 누군가에겐 출근길 10분의 지체가, 다른 누군가에겐 20년의 외면된 기다림임을. 겨우(!) 이동권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노동권 거주권 평범하게 살 권리를 말하는, 보이는 존재가 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헌법 제10조를 다시 읽어보자.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우리는 그들의 헌법적 권리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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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07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유아차 밀고 다니면서 이동권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ㅜㅜ 정말 얼마나 불편한지! 적극 개선해주면 좋겠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국가배상 인정한 것이 고무적이네요!

햇살과함께 2025-01-07 22: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아이들 어릴 때 유아차로 지하철 탈 때마다 엘베 찾느라 헤매고 못찾으면 그냥 계단으로 들고 올라가고요.. 이런 시설이 장애인들의 권리투쟁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꿈에도 몰랐네요 ㅠㅠ

파란놀 2025-01-08 0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골에는 낮은버스(저상버스)가 하나도 없고, 90살 할머니도 버스삯을 내고서 탑니다. 어느덧 우리나라 모든 시골은 공휴일에 시골버스를 거의 멈추었고, 바뀌는 버스시간표를 군청에서 알리지도 않는데, 군청 공무원과 군의원 가운데 시골버스를 타고서 출퇴근을 하는 이는 1/100은커녕 1/1000조차 안 되기 때문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은 틀림없이 뜻깊기는 하지만, 저처럼 면허증조차 일부러 따지 않고서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지내는 여느 사람들은 ‘이동권‘은커녕 ‘기본생활권‘조차 없다고 할 만합니다.

도시는 그나마 아기수레를 밀 만한 길이 조금 있지만, 시골에는 어디에서도 아기수레를 밀 수 없는데, 저는 포대기로 두 아이를 업고서 다녔지만, 시골에서 아기를 낳으려는 이웃님은 다들 죽을 노릇이더군요.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뒤늦게 면허를 따서 자가용을 장만하시는데, 이제는 ˝출근길 지하철 이동권˝을 넘어서 ˝대중교통 기본생활권˝이라는 틀로 이야기를 넓혀가야 할 때를 한참 지나도 너무 많이 지났다고 느낍니다.

새해에는 시골에서 면허증부터 없이, 아기를 포대기로 안고서, 군수한테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이웃이 늘기를 빌 뿐입니다.

그래도 <너무도 정치적인 시골살이>라는 책이 지난해 가을에 나와서 깜짝 놀라서 반갑게 읽기도 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1-08 09: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방 도시나 시골은 특히 자가용이 없으면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의 제약이 많죠. 정부나 지자체에서 경제성 논리만을 들이밀면서요. 저도 한 때 은퇴 후 시골살이의 낭만을 꿈꿨던 때가 있지만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장롱면허를 꺼내지 않으면 불편하게 살아야 할 곳이라는 것을요. 이 책과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로 상징되지만 ˝출근길 지하철˝을 넘어선 다양한 주제와 보편적인 권리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알려주신 책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노동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생각을 해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건 결국 자기를 둘러싼 관계를 계속 변화시키는 과정이죠. 권리중심공공일자리노동자들은 이 일을 통해서 자기 존재를 분명히 다시 확인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기 확인이란 건 곧 이 사회가 중증장애인이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죠. 그 사람의 존재부터 해가지고, 이 사회의 - P180

조건에 대해서까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거야. - P181

그런데도 진짜 목소리조차 못 내는 사람들을 위한 거리의 정치를 하려면 그 어려운 상황이란 거를 잘 빼텨낼 수 있어야 돼요. 활동가한테 삐틴다는 거는 그만큼 중요한 덕목인 거야. 그렇게 빼텨야지만,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거리에 그런 장소가 만들어지는거에서부터 전사들이 조직되기 시작하는 거니까. 조직하려면 결국엔 그 방법밖에 없어요. - P216

그런데요, 혐오가 어떤 의미로까지 쓰일 수 있는 건지 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장애인을 아예 없는 사람 취급 하거나기껏해야 그냥 동정받아야 하는 사람, 시혜를 베풀어서 도와줘야하는 사람쯤으로만 보는 것도 어떤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도 모르게 장애인들을 자기들이랑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를 않으니까, 결국에는 비정상적인 사람쯤으로보고 무시하고 있으니까 저런 반응도 나오는 거잖아. 그런데 이사회엔 이미 이런 반응들이 넘쳐나고, 그럼 이미 이 사회에는 장애인 혐오가 넘쳐나는거 아닌가?
그런 건 혐오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 싸잡아서 ‘꼴 보기 싫다. 꺼림칙하다‘ 하는 거가 진짜 혐오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혐오 개념의 해석이 다 다를 수 있잖아. - P240

그런데 혐오를 그렇게만 봐도 여전히 문제거든요. 왜냐면 이런 관점에선 장애인들이 여태까지 ‘혐오를 당할 자격도 없었던 사람‘이었던 거니까. 혐오가 이런 거라면, 혐오를 받는다는 거도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존재 자체가 생각도 안 되는 사람들, 아예 사회에서 없는 사람 취급 받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혐오를 당할 수도 없어요. 뭐 보이기라도 해야지 혐오라도 할 거 아냐. - P241

그런데요, 제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거는 직접행동 투쟁에서 언제나 성과가 제일 중요한 건 아니란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성과를 완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은 직접행동에서는 그냥 눈앞에 보이는 어떤 성과들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어요. 너네들만의 영토에서배제된 사람들이 우리의 영토를 만든다는 것, 그 싸움의 진지를만들고 거기에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씩 조직된다는 거, 그렇게우리가 계속 싸워갈 수 있는 희망의 물리적 기반이 만들어진다는거, 단기적 성과보다도 그게 가장 중요한 거죠. - P264

연대와 관련해서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90년대 후반에 이 말 보고서 딱 꽂혀가지고, 지금은 노들야학 슬로건이 되기도 한 건데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1994년에 멕시코에서 빈곤이나 억압, 차별 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었던 치아파스 선주민이 어떤 사람이 연대를 오니깐 이렇게 말을 했대요.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 왔다면 그건 시간 낭비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 왔다면 함께 일해봅시다" - P298

아니, 내가 뭐 하러 희생을 하겠어. 나 딱 봐봐. 내가 성자처럼 보이나. 전혀 안 그렇잖아요. 난 절대로 성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에요.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감각이 제일 중요한 사람일 뿐이야. 그런데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은요, 나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부터 마련이 되더라고요. 나는 부족하나마 현미경으로 세상을들여다보려고 노력을 하면서, 나랑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이 세상에 ‘다른 속도‘라는 것이 있구나, 라는 거를 매일같이새롭게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러고서 이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사람들을 조직해가지고 이 사회 전체랑 맞서 싸우는 데서 어마어 - P326

마한 희망을 느끼고 있지.
나한테는 이 과정만큼 세상에 대한 감각, 그러니께 네 내가살아 있다는 감각을 이렇게 강렬하게 주는 게 아직까진 없는 것같아. 내가 내 존재를 확인하려면 이 과정이 없으면 절대로 안 되는 거지. - P327

아마 그 장면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엄청 처절해 보이기만 했을 거예요. 우리 지지하는 사람들한테도 말이야. 굳이 저렇게 기어가야 하냐고. 저 투쟁 방식이 맞는 거냐고. 일단 장애인이 기면은 불쌍해 보일 수가 있는 거잖아. 그런데 장애인이 이렇게 직접행동하면서 싸우는 과정에서 바닥에 내려와서 긴다는 거는 그 자체로 사실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거예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관점 자체를, 관계 자체를 완전히 뒤집는 거니까. 장애인이 긴다는건 그동안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자기 불쌍함을 부각해서 동정을 이끌어내는 방식이었죠. 실제로 장애인들이 먹고살려고 구걸을 할 때 그렇게 많이 하기도 했고. 그런데 긴다는 게 장애인들이싸우는 수단이 되는 순간, 이긴다는 행위의 성격 자체가 바뀌어요. 구걸하는 거에서 이 사회 질서에 저항하는 거로 바뀌고, 그거는 이제 더 이상 ‘불쌍해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불온‘해 보이는거야.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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