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너는 자유다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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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갈망하는 영혼들에게 손미나라는 이름은 도전의 아이콘이자 닮고 싶은 인물이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처음 펴낸 건 2006년인데 그로부터 17년이 지나 재출간되었다.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데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거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바트요, 구엘 공원 등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이나 스페인이 낳은 천재 화가인 피카소, 고야, 달리 등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했다. 사람에겐 어떤 계기를 맞이하거나 어릴 적 겪었던 강렬한 경험이 인연의 끈이 되어 다시 찾게 되었을 때 감회가 크나 보다. 운명처럼 스페인 연수와 휴직 기간 동안 가진 유학 생활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스페인 유학 생활의 경험을 담은 <스페인, 너는 자유다>로 일약 베스트셀러가 된다. 곧 KBS 퇴사 후 여러 책을 펴내며 여행 작가가 되었고 스페인 현지에서도 인터뷰를 진행하며 스페인어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스페인 국왕 시민 십자 훈장까지 받게 된다. 그녀 때문이 아니더라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되었든 아니면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라도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30대 초반, 스페인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생소한 경험을 해봤을까? 동경의 대상에 머물렀던 스페인을 피부 가까이 느끼고 잘 알게 되면서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한국 문화와 다를 수밖에 없는 스페인에 스며들며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굳이 이 책을 읽고 부럽다는 감정을 느끼진 않았다. 직접 가보진 않아도 약간의 간접경험이 되었으니. 30대 초반에 낯선 이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겪으며 꿈의 퍼즐을 맞춰나갔을 그녀가 느낀 감정과 매일매일 멋진 경험을 했을 그녀와 똑같을 수 없겠지만 아마 평생에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때의 추억과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 현지 곳곳의 풍경들은 아스라이 명멸해가는 노을처럼 꿈같은 시간이었다. 마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스페인은 제2의 고향처럼 다가왔고 낯선 이방인에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그녀가 얘기하듯 "나의 의지대로 선택한 길을 감으로써 나의 꿈과 나의 인생을 내가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자신의 결정으로 선택하며 일말의 후회 없이 살아내는 용기는 무엇으로 바꿀 수 없는 값진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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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원의 지적 여정
데버라 워런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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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문득 이 단어의 어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어원을 찾아떠나는 지적 여정이라 할만하다. 게다가 문장이 딱딱하지 않은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읽기 편하다. 읽을수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구성은 굳이 단어를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어원은 대개 종교, 문화, 역사에서 오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책은 그보다 더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런 말 저런 말, 좋은 말 나쁜 말, 동물의 세계, 무엇이라 부르랴, 말도 가지가지 파트로 나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읽다 보면 언어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쓰는 영어를 보면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등 대부분 유럽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단어가 없다.

무작정 단어를 암기하기 보다 한 번쯤은 어원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배경지식을 알고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쓴 저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어원 지식은 '공부란 재미있는 것'이라는 신념대로 굳이 외우지 않아도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 암기한다고 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단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따라 역사 여행을 하면서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얼기설기 얽혀있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꾼인 저자의 풍부한 지식 덕분에 단어는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지고 변화하는 숨 쉬는 생명체라는 걸 곧바로 알 수 있다. 여전히 지금도 시대에 맞게 단어가 탄생하고 없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래서 어원을 알면 서양 문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한 번에 어원을 이해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틈날 때마다 펼쳐들고 필요한 부분을 파고들면 좋을 것 같다. 저자가 순서대로 읽기 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읽는 것을 권하고 있는 것처럼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모든 언어가 어원이 있는 것처럼 어떤 계기로 생겨나고 철자나 단어 뜻이 바뀌게 되었는지 아는 것은 재미있는 작업이다. 읽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추천한 이유는 아무래도 어원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져간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어원을 이런 방식으로 재미를 붙여 공부하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큰 틀에서 문화까지 섭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더욱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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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김도희 지음 / 모놀로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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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나나랜드를 찾아가는 여정은 36개국을 여행하며 4개국에 거주하는 동안 나를 가둬두었던 새장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세계를 확장해가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았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삶의 기준에 맞춰 나를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가치를 고민하고 '꿈=좋은 직업=좋은 삶'이라는 등식을 깨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내본다. 우리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은 안정적인 직장이나 직업을 가져야만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지점 안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엇도 새롭게 시도해 볼 생각을 갖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보고 듣고 자란 문화적 학습 효과가 우리들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른 것을 포용심으로 이해한다면 우린 각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선택지를 갖기 위해선 서로 비교하지 않고 눈치를 보면서 제한해두지 않는 태도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며 변화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세계가 넓혀지고 생각이 깨어지기 시작한 계기는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할 때부터였다. 낯선 곳에서 카우치 서핑을 하며 고생을 했지만 그 경험이 4개월간 동유럽의 리투아니아에 교환학생으로 지낸 이후로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고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치 삶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 비슷한 생각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렇게 우린 질문에 대한 답도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 불행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 남들이 사는 방식대로 살다 보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삶의 의미와 나다움에 관한 책들이 특히 한국에서 인기 많은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방향성은 갖되 미래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바로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계획한 대로만 살면 인생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에서였다. 행복의 첫 단추는 나의 삶은 내 삶대로, 타인의 삶은 타인의 삶대로 존중하는 자세로부터 비롯된다. 각자의 삶을 비교하며 저울질하지 않을 때 내게 더 집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에서부터 불행의 씨앗이 태어난다. 결국 우리의 나나랜드는 타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자유롭게 살아내려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삶에선 성공과 실패도 없으며, 옳고 그름의 차원도 뛰어넘는다. 그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충실하게 살아내는 그곳에 나나랜드가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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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를 위한 동물 드로잉 실전 가이드 마스터 컬렉션
팀 폰드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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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은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시리즈 중 하나로 BookAuthority 선정 "역대 최고의 자연 드로잉 책 중 하나"로 뽑히는 책이다. 150여 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으며 동물원, 수족관, 농장, 야생 동물 공원 등에서 직접 관찰한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그리는 방법들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215 * 275mm로 A4 사이즈 판형의 양장본이라 스케치를 따라 하기에 좋다. 이 책이 스케치를 다룬 다른 책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분은 각 동물마다 신체 구조에 대한 이해와 함께 투시도법에 따라 그리는 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신체 비율과 각도 등 하나하나 짚어가며 동물이 어떤 형태로 이뤄졌는지 알고 나면 스케치에 도움이 된다.

처음 이 책을 받아둔 순간 직감적으로 소장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스케치 연습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동물을 그릴수록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상에 살아있는 동물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펜을 들고 그림 그리는 것에 서툰 사람이라면 빈 종이와 습작을 다룬 8 ~ 19페이지에 주목하자. 스케치의 거의 모든 기초적인 부분과 연습하는 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하려고 하기 보다 격식을 버리고 여러 가지 자세를 묘사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결과물보다는 동물의 움직임을 익히기 위한 감각을 키우는 연습이다. 현장에 나가 동물을 보며 그리는 건 익숙해진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우선 동물 그림이나 사진을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형태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자.


기초 연습, 투시도, 위젯과 기즈모, 공간과 깊이 찾기, 습작 그리기 등 필수적으로 연습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제 마음에 드는 동물부터 그리는 연습을 해보자. 동물마다 골격, 특징, 움직임이 다른 만큼 그리는 과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색채를 입혀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된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황홀한 기분이 드는데 깊이 파고들수록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연관 관계와 공통되는 특징을 우선 읽고 포유류, 조류, 어류에 따라 뼈대와 구조를 익힌다면 어느새 동물해부학까지 알아야 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동물에 대한 공부도 되고 동물 스케치의 즐거움을 깨닫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오래 두고 스케치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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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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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율은 34.5%로 전체 가구 구성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제 '핵개인의 시대'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또한 출생률은 갈수록 떨어지더니 합계출산율이 2022년 기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다. 그래서 사회 각계각층에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내다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급변하는 변화의 속도에 과연 적응하며 어우러져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져간다.

"모든 것은 연쇄작용입니다. 우리를 길러준 세대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두의 삶이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사회가 각자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서로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기존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개인의 삶을 인정하면서 여러 형태의 '대안 가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단일민족'이라는 강요된 동질성에서 이제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사회가 인구 감소에서 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대한 외국인들이 많아졌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내 방식대로 추구한 게 아니라, 성공할 만한 것을 부모와 주변의 말만 믿고 우르르 쫓아갔다가 낭패를 보니 서로가 억울한 것입니다. 그 억울함과 억하심정이 이제 수백만 명의 가슴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개인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개인에 대한 탐구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생략된 채 사회가 정해놓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맹목적인 믿음을 안고 달려간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 나는 시험 앞에 좌절을 겪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자책과 혼란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나. 오랫동안 정책 된 학원형 교육 시스템의 공평하지 못한 경기장에서 부의 대물림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무한 경쟁을 강요한다. 마치 우리 사회를 함축적으로 담아놓은 듯 개인은 끊임없이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모두들 근사한 타이틀과 이력을 얻기 위한 목적에만 집중하고 있는 탓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갈수록 개인의 비중과 역량을 커질 것이다. 이 책은 급속도로 핵개인화가 이뤄지는 시대에 맞춰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래서 개인이 스스로 자립하여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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