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지난 번 구입하여 두었던 김영하 작가의 책 두 권을 내리 읽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마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반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최근에 시작한 한국 작가의 책읽기의 일환으로 읽었는데, 정이현 작가 그리고 천명관 작가의 책들과 함께 사들인 것들이다. 

 

앞서 이야기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한국의 현대 문학을 멀리 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게 해주는 책들이다. 

 

고전문학이나 외국의 현대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내게는 좀 멀리에 있는 현재 한국의 사회상을 작가 나름대로의 재구성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면서, 그저 그런 뉴스의 한 단면으로만 보이던 십대들의 탈선, 방황, 내지는 자유로의 행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데, 갈곳없는 십대소녀들이 또래들과 함께 지내는 원조교제와 난교의 나날을 작가는 "이것은 이들이 십여 년 전 놀이터에서 하던 소꿉놀이의 악몽 버전 혹은 포르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해 버리는데, 참으로 적절한, 그리고 매우 raw한 한 마디라고 생각했다.

 

공권력의 그저그런 보편성, 그러나 시위대나 폭주족과는 달리, 계속 이어지는 연속성, 그리고 이 연속성이 만들어내는 힘, 두려움 같은 것들도 잘 표현되어 있고, 가카치세에서의 촛불시위가 이 연속성과 보편성 뒤에 숨은 끈질긴 추적으로 무너졌음을 담담한 김영하 작가 특유의 필체로 그려냈다.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의 팟캐스트의 나레이션을 듣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SF와 추리소설이 접목된 것 같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이 역시 매우 신선한 기분을 느끼며 읽고 있다.  아!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나는 읽어야 할 책이, 아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아직은 한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는 유명작가들만 해도 수두룩한데 말이다.  

 

토요일에는 간만에 State Park에 가서 redwood의 향기에 취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좀더 따뜻한, 한가로운 날엔 여기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고 낮잠을 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enry Cowell State Park인데, 옛날에 매우 돈이 많았던 사람인 듯 하다.  USCS의 첫 캠퍼스가 이 사람의 기부로 지어졌는데, 이는 Cowell College라는 이름과, 이 College의 미니 도서관에 걸린 그의 초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큰 부자들이 많았기에 다양한 문화시설과 자연시설들이 조성되고 보존되는 것인듯 한데, 청계재단은 물론 여기서 안드로메다 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존재이니까 패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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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숲이 부러운데요. 요즘은 정신없이 바쁜 일 때문에 저런 여유를 즐겨본지도 오랩니다.

transient-guest 2012-10-10 00:59   좋아요 0 | URL
가끔은 이렇게 숲속에 들어가서 가만히 있는게 좋더라구요. 올레길도 산책길도 좋지만, 숲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ㅎ 가까운 시일내에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댈러웨이 2012-10-1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이 책이 제가 읽은 김영하 작가의 유일한 책인데요, 말씀하신 그런 요소 때문에 저랑 잘 안 맞았나봐요. <검은 꽃>이랑 <나는 나를 파괴할-> 이 책들을 읽어보고 싶은데 트란님이 안내좀 해 주세요. 우와 공원인데 저런 우림수 같은 나무들이 있는 거에요? 저희동네랑은 비교를 할 수가... ( ")

transient-guest 2012-10-10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구해보아야 하는데요, 어쩌면 댈러웨이님께서 더 빨리 읽으시게 될런지도 모르겠네요.ㅋ
이 파크는 말이 파크지 1,750에이커의 수림이에요. Redwood 보호림같은건데요. 젤 오래된 나무가 한 3000살이라고 하더라구요.ㅎ
 

리뷰라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고, 또 리뷰하기 어려운 책이 늘상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게으름에, 가끔은 내용이 남지 않아서, 혹은 그냥 하기 싫어서 읽고 나서 꼭 글로 남기자는 결의가 무색하게 그냥 책장에 꽂혀지는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몇 권의 후기를 페이퍼 형식을 빌어 남기는데,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간략한 후기 내지는 길라잡이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단일화를 전후하여 지금까지 한국 정치계를, 아니 사회전반을 흔들고 있는 키워드 안철수.  양식있는,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그 대착점에 서있는 자들의 견제와 흠집내기를 받고 있는, 현재에는 경선도 없이 강력한 대권후보로서의 출사표를 던진 그의 생각.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도 안철수가 최소한 대권후보로 나올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워낙에 늦게 읽는 바람에 김이 좀 빠진 감도 있다. 

 

조금은 상식적으로 보이는 생각들을 조리있게, 그리고 온화한 그만의 말투로 풀어놓았다.  대부분의 그쪽 진영 사람들처럼 센세이션을 노린 발언따윈 찾기 어려웠고, 복잡한 개념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인터뷰 형식을 빌어 그만이 가진 정치적인 소신을 피력하는 것이다.  혹자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다.  노하우가 있다면 까발리지 말하야하고, 일단 구체적인 이야기, 즉 방법론이 나오기 시작하면, 적 진영에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은 빌미를 주게되고, 물타기와 양비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세일즈와 마케팅 차원에서 막혀버리면, 그 뒤는 뻔한 것이다. 

 

하지만, 칭찬 일색으로 가기에는 이미 안철수는 정.치.인.이 되었다.  경선에서 단일화가 될 지 아니면 1987년 정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에게는 그 순수함만큼이나 현실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니 평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온 과정은 그 사람의 현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일까, 일견 뻔한 말들이고,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라해도 그의 입에서 나오니 신뢰가 갔다.  눈이 작고 쥐를 닮은 그분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여도 애시당초 믿을 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역시 사람은 좋은 인생을 살고 볼 일이다.

 

한국판 Sex and the City라고 보기엔 그 화려함에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읽은 정이현 작가의 첫 작품은 그 나름대로의 맛, 고전문학과 외국소설을 주로 읽어온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그렇지만 신선한 그런 맛을 선사했다. 

 

같은 시대, 그리고 비슷한 연배의 등장인물들 (주어는 생략)에게서 무엇인지 모를 지난 시절의 향수를 느꼈고,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과장일까.  나도 그들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비슷한 문화를 소비하며 내 길을 찾아왔고, 지금의 이곳에서 나의 삶을 살고 있다. 

 

무엇이 달콤한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달콤이라는 그 말에서 나는 인공감미료와 백설탕의 끝맛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극중 케릭터들 중에서 '태오'라는 영화판을 전전하는 대학중퇴 젊은이 - 주인공 화자의 짦은 연애대상 - 은 그 sincere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인간군상이다.  도대체 멀쩡한 얼굴과 마음씨로 여자에게 - 의도와는 상관없이 - 빌붙는 남성은 나의 관점에서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일부러 찾아서 statistic을 만들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인간들은 꽤나 많을 것이다.  특히 아사리판같은 연예계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화류계에.  보면서 답답하다 못해, 개인적인 증오를 느꼈다면 조금은 과장이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두 종류의 인간류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사회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에서 비슷한 시간대의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그들의 내면을 통해 한 event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위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전반적으로 어둡다.  마치 소설을 읽는 내내 회색빛 dome으로 뒤덮힌 무대공간을 바라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것을 찾아 헤메이며 사귀는 남자에 집착하는 은성.  비밀스런 방화로 놓아버린 마음의 그 무엇인가를 해소하는 혜성.  닫혀버린 유지.  그리고 장기밀매업자 상호와 그의 대만계 재취 옥영.  옥영의 애인 명.  과연 그 시체는 누구의 것일까?  끝까지 말해주지는 않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너무도 명확하다.  그래서 더욱 mysterious하다.  그는 왜 간 것일까?  그가 말하는 빚이라는 것이 - 사실 simple하게 유추되기에 더욱 의심스러운 -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작가의 political corretness가 마음에 든다.  적어도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객관적인 눈으로 한일관계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비주류적인 사관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이것이 소설에서 여과없이 주인공의 독백과 생각을 통해 표현된다.  주인공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한국 유학생이라는 설정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신생인류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물론 현 시대의 연구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은 우리가 배워왔듯이 점진적이지 않은, 약간은 돌연변이적이었다는 학설이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다음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의 셋팅 - 다음 단계의 인류는 4차원적인 시각으로 지금을 볼 것이라는 - 이 매우 설들력이 있게 보인다.

 

또하나.  일급전범이 부시 Jr.는 번즈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그를 실질적으로 조종했던 딕 체이니는 체임벌린이라는 이름으로, 그 외의 구성은 9-11이후의 미국이 저지른 불법적인 침략전쟁과 살인 - 심지어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 을 약간만 가공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이라크 침공, 그리고 살인과 고문, 이 모든 것들이 부시 Jr.치세에 행해졌고, 그 덕분에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에 쓰였어야 할 돈이 모조리 부시와 그 똘마니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버렸다.  덤으로 부시 Jr.의 8년 동안 중국은 군사경제대국으로 부상해 버렸고, 지금은 미국의 목줄을 타고 앉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따라서 그들이 혼나는 것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고 생각된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구해서 보아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한켠에 마련한 책장에 3겹으로 꽂혀 있는 내 책들의 사진을 올린다.  이외에도 한 2000권 정도의 한국책과 영어책이 부모님 댁에 보관되어 있는데, 집을 사면 제일 먼저 서재를 꾸리고 싶다는 바램이 빨리 이루어지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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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0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긴 책장에 삼겹으로요! 게다가 이천권 더! 대단하십니다. 페이퍼나 후기가 그 책의 느낌을 더 잘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12-10-07 01:08   좋아요 0 | URL
그만큼 못 읽은 책도 많은거죠..-_-:ㅋ
저는 줄거리보다는 제가 받은 느낌, 풍기는 냄새, 또 그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과거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런 것들을 위주로 후기를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거리와 분석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데 말이죠..ㅎ
 

주중의 업무시간에는 주로 오전중에 서류업무나 간단한 온라인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에 조금 한가해지는 시간대에는 책을 읽거나 인터넷 browsing을 한다.  이때 자주 마주치게 되는 기사들 중 하나가 - 특히 가을로 접어든 지금에는 더욱 - 각종 도서전, 도서특강, 독서특강 같은 것들이다.  도서전이야 직접 가보지는 못하기에 많이 아쉽지만, 항상 반가운 것들이고 해서 눈팅하면서 부러움을 달래어보지만, '독서특강'이나 '도서특강'은 솔직히 별로다.  아니 별로인 정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서인으로서, 책수집가로서 매우 한심하게, 때로는 착잡하게 느낄 때가 많은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이길래, 이런 특강들이 유행일까 (유행한지는 좀 오래됐지 아마?).  내가 어릴때만 해도, 오락이라고 해봐야 TV, 오락실, 그리고 책이니까, 그때만해도 책과 만화책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책"은 분명히 훌륭한 하나의 오락수단이었고, 거기서 시작된 독서는 머리가 굵어지면서 함께 자라나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다못해 구멍가게에서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는 아저씨도 책을 읽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은 차치하고라도, 부모들부터 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분명히 책은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직장생활을 위해서도,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독서가 필요한 세상인 것이다.  수능에 논술이 도입되면서, 또 일부 학교들이 모양뿐이긴 해도 서구의 유수대학교나 스쿨들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려고 하면서 더욱 중요해 진 것이 독서와 이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책읽기는 싫은데 말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 마치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성공학 선생들의 세미나처럼 - 독서강의/도서특강류가 되겠다.  물론 이는 지극히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general하게, 아주 일반적인 나의 관점이니 조금 이해해 주시기를. 

 

강의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책을 편하게 잘 읽는 방법에 대해 이런 저런 노하우를 제시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런 책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편하게도" 또 "쉽게도" 읽은 사람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인데, 구매자들은 물론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이 책을 따라하면 일주일에, 또는 한달에 몇 권을 효과있게 읽어낼 수 있겠지 하는 생각, 또는 다 읽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만 쏙 뽑아서 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이런 책들을 읽어제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심지어, 그렇게 따라만 하면, 저자들처럼 자기도 "독서문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기는 싫은데, 흥미가 없는데, 그래도 읽어야 하니까, 또 읽어야만 하는 현실이니까 이런 류의 강의나 책들이 소위 장사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해서, 책을 많이 읽고 사들이다 보면 거기에 비례하는 많은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어떻게 더 잘 읽을 것인지, 어떻게 잘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에 대해 해결책을 주거나 권할 수 있는 책/강의는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다고 본다.  그 나머지는 모두 다른 이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고, 어떤 이들의 커리어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 효과의 90% 이상이 소요되고, 나머지 10%를 그나마 없는 것 보단 나은 그 무엇인가를 산출해 내는데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책을 많이 읽고, 균형된 마음과 정신의 단련을 이어나가면, 그리고 이 balancing에 맞춰 육체도 단련해 나아간다면, 우리들은 아마도 좀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들을 이리저리 흔들어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영향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행복과 명예를 추구하면서 살아갈 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추세도 아쉽지만, 특히 한국의 현 세태가 아쉽기만 하다. 

 

자꾸 읽고 사들이는 문화, 비평하고 소화하는 문화, 취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자리잡아서 예전처럼 책 한 권을 잘 쓰면 팔자를 고치고, 출판사나 서점을 경영하면서 건물도 지을 수 있을만큼 성공하는 시대 -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지만서도 - 가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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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가 다시는 오지 못할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2-10-03 00:56   좋아요 0 | URL
전기 플러그를 뽑아버리지 않는 한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ㅋ
 

금요일부터 이런 저런 책을 읽고 두 권 정도를 완독했으며, 나머지 두 권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운동을 많이 하면, 책읽기도 늘어나는데, 준비운동으로 자전거 30분, weight하고 끝내기 운동으로 20분 이렇게 하게 되면 거의 50분의 책읽기, 그것도 마치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있는것과 다를 바가 없는 초절정 집중이 지속되기에 어떤 책이든지 쉽게 그리고 잘 읽힌다. 

 

커트 보네거트의 이 작품은 저자가 2차대전 중 미군포로로서, 드레스덴에 있다가 전쟁 말기의 무시무시한 폭격을 - 도시가 전소되었다지? - 살아남았던 끔찍한 기억을 바탕으로 쓴 책인데, SF와 정신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간여행과 concept, 외계인, 그리고 정신병자의 횡설수설을 보여준다. 

 

거울의 도시라는 예쁜 nick name이 붙어있던, 정말 아름다웠던 도시가 독일의 드레스덴이라고 한다.  1차대전때에도 폭격을 면했는데, 전쟁이 다 끝나가는 시점인 1945년 2월에서 4월사이, 명목상 독일국민의 전쟁의지를 꺾고 연합군의 더 큰 손실을 막기위해서 이 거울의 도시는 철저하게 파괴된다.  처음에는 건물을 다 부수고, 그 다음에는 소이탄을 퍼부어 사람과 남은 건물들을 태우고 말려버린다.  급수탱크에서 타고 있다가 삶아져 죽은 소녀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섬뜩했는데, 문득 교토에는 왜 이런 운명이 내리지 않았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순전히 호기심에...

 

주인공은 현재의 세계에서 검안의로 큰 성공을 거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비록 그 댓가가 "정상적인 남자였다면 아무도 원하지 않았을 여자"와 결혼한 것이라고 해도, 아니 그 결혼의 댓가로 잘 살게 된 것이겠지만, 그의 삶은 성공한 장년층의 그것을 충실이 걸어가고 있었다.  2차대전의 참전용사이자, 포로생활의 생존자인 그의 삶은 그러나, 비행기 사고 - 그와 부조종사만이 살아남은, 그리고 그에게 심각한 뇌손상을 가져다준 - 로 완전히 바뀐다.  

 

이 시점부터 소설은 SF와 선불교을 오가는 듯한 시공간의 개념을 가진 외계인, 그리고 그들이 지구인의 샘플로써 데려온 주인공의 과거-현재-미래를 한 순간에 넘나들며 전개된다.  이 부분이 사실 SF인지, 정신분석학적인지, 아니면 선불교적인지, 아니 아예 satire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시간을 하나의 전체, totality한 개념으로 보는 외계인의 시점은 사뭇 흥미롭다.  삶도 죽음도 다 linear한 시간의 개념일 뿐, 4차원의 concept으로 보면, 어제와 오늘은 계속 하나로써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커트 보네거트를 모르고, 유명하다는 이 책의 이름만 보고 샀다.  그리고 두어달 묵혀두고 있었는데,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다룬 작가의 이야기와 그의 다른 책들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서야 커트 보내커트란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커트 보내거트와 제 5 도살장을 연관짓지 못하다가 엊그제 책을 집어들면서 문득 보니, 이 유명한 책이 커트 보네거트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아직도 속물적인 독서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는 자괴감보다는 김영하 작가 덕분에 또 다른 좋은 책과 작가를 알게 되었구나 하는 고마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역시 자아비판은 내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전작을 하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또 다른 논픽션인데, 일본에서의 각종 엽기적인 또는 미스터리어스 한 사건을 fact와 작가의 추리로 재구성 해놓았다.  

 

제목이 참 적절했다고 보는데, 이 사건들은 마쓰모토 세이초외에 요코미조 세이시나 다른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쓴 것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서, 역시 현실의 사건들 또한 때로는 추리소설만큼이나 기괴하고 mysterious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에 화제가 되었었던 소위 "오원춘 인육사건"만 보더라도 아직까지 그가 범인이라는 것 외에는 뚜렷한 모티브를 밝혀내지 못했고, 과연 인육사건인지, 장기적출사건인지, 또는 단순한 살인사건인지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무게를 둘 수 없지만) 알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정말이지 현실은 추리소설보다 더 mysterious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현실이야말로 mystery 그 자체가 아닐까?  최근에 나온 그의 다른 작품들도 더 구해서 읽어내려고 한다.  전작이 뭔지 모르던 시절부터 전작을 해온 작가들 - 시오노 나나미나 베르베르같은 - 외에도 하루키와 세이초같은 작가들의 책을 하나씩 읽어내려가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짓거리 같다.  (요즘 하루키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가 혹 나의 지금 나이때문인가 - 하루키가 작품을 쓰던 당시의 나이대의 - 하는 생각을 하고 약간 우울해졌다)

 

아직도 읽고 있다. 거의 진도가 나가지 않고있는데, 나의 탓만 하지않고, 토마스 만 특유의 진행과 문장에도 약간의 blame을 하고 싶다.  "브로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은 조금 짧아서,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때까지 견디어 냈지만, 이 책은 조금 심하다.  열심히 읽어서 500-600 페이지 가량을 reach했건만, 아직도 반 이상이 남아 있는데, 이 500-600 페이지는 전부 스위스의 요양소에서의 에피소드 들이다.  도대체 이 사람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알 수가 없다.  

 

이건 정말이지 나의 legitimate한 complaint이다.  서친님들 중 한분은 다 읽고 나서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하는데, 여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나의 미래가 있다.  도무지...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인물의 구분이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난해함인지 조금 어렵다.  읽으면서 인물도를 따로 만들어 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친님들과 김영하 작가를 통해서 소개받은 작가인데, 그의 특이한 인생유전과 스토리에 끌려서 몇 권의 책을 사들고 왔다.  7-8권을 잡아온것 같은데, 다 읽어보고 좋아지면 전작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좋아질 것 같다.  이런 삶을 살은, 그리고 그런 최후를 맞은 사람의 책이 재미없을리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achievement, 그 후의 회의 - 자기인생인지 어머니의 바램에 따른 인생인지 아마도 알지 못하게 되었을 그 무렵의 작가의 마음은, 그의 정신이 이미 파탄상태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는 아직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남의 말만 듣고 나온 추정이니까 정확할 리가 없다.

 

운동하는 틈틈히 읽고 있는 책인데, 거장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다.  한 3/5정도를 다 읽다가, 다른 한국책들을 보면서 조금 미루어 놓았다.  그래도 한 스토리씩 꾸준히 읽어가면서 미래를 내다본듯한 아시모프의 혜안에 놀라고 있다.

 

최근 logos에 asimov의 책이 몇 권 들어왔는데,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서 굳이 구매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역시 들어오는 것들만 계속 들어오고, 새로운 책들이 나오지는 않는것을 보니, 잘 알려지고 circulate된 수십종들을 제외하면, 총 400여권이나 된다는 아시모프의 책들을 다 구해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400권이면 6단 책장 하나를 다 채우고도 남는 분량인데...도전해보고 싶어졌다.  

 

헌책방을 뒤지러 다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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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0-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책만 읽으시기엔.... 혹시 거기도 날씨가 정말 좋은 계절 아닌가요? ^^

transient-guest 2012-10-03 00:57   좋아요 0 | URL
날씨는 좋아요. 약간 Indian Summer기가 있어서 낮에는 좀 덥지만요. 책은 운동할때, 화장실에서 (-_-:), 그리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읽지요.ㅋ
 

두서없이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이면서 하나씩 읽어가는 것도 내 나름대로 책을 즐기는 방법인데, 이 독서법은 특히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때에도 책읽기를 이어가는 효과가 있다.  장르나 형식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으면서 아무 책이나 닥치는대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하루키의 전작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하루키의 책 혹은 하루키/문학에 대한 책은 모두 읽어볼 작정이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또 깊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하루키의 작품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있다.  당장 위스키, 맥주, 재즈, 옆집 소녀, 고양이, 달리기 등등 조합을 해놓으면 일견 희안하지만 잘 어울리는 스토리가 나오곤 하는데, 이 무한반복적인 조합에서 나오는 재미, 그리고 고찰은 하루키의 책을 서른 권이 넘도록 읽은 지금에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나의 생각도 바뀔 수 있고, 하루키의 글도 바뀔 수 있겠지만, 매번 그의 책을 읽는 시기마다 다른 느낌을 줄 것이기에 괜찮다.  

 

참으로 다양한 주제를 만화로 만들어내는, 진정한 만화강국답게 이제는 도서관을 무대로 하는 만화가 나왔다.  '신의 물방울' 최신판 몇 권을 주문하다가 제목을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작품인데, 이거 꽤나 재미있다.  덕분에 동화책을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사람이 책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조금 뻔한 소리같기는 해도 말이다.

 

 

 

로쟈님의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에서 reference를 보고 구한 책인데, 구구절절히 옳은 소리만 계속되는데,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독서론과 많이 비슷하여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류의 책은 조금 현학적인 면이 없지 않은데,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순박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담겨 있다.  비독서인들에게 마치 "이 좋은걸 왜 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늘 생각하는 우리 독서인의 마음이 보인다. 

 

책은 사서 보는것이라는 그의 말이 너무도 좋다.  또 당장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여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는 말에도 역시 강한 공감을 했다.  저자를 찾아보니 상당히 많은 방법론에 대한 책을 썼는데, 다른 관련계통 저자들과는 달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독서인이고 장서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과 만나면 참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만날 수는 없으니 그가 쓴 책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으로 달래야 하겠다. 

 

책은 빌려주지 않고, 빌리지도 않으며, 한번 산 책은 버리지 않는다.  나의 삼불원칙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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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2-09-2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여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했나요? (독서력) ^----------^ 그럼요, 읽지 않고 책장에 꽃혀 있더라도 좋은 책은 좋은책이에요. 어차피 언젠가는 제가 읽을 책인걸요! ㅎ

transient-guest 2012-09-29 00:48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더라구요. 가지고 있다보면 언젠가 우연히 펼쳐서 보다가 다 읽어버린 적이 많아요.ㅎㅋ

야클 2012-09-2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빌려주지만, 절대 빌리지는 않고, 잘 버립니다. Merry 추석! ^^

transient-guest 2012-09-29 00:49   좋아요 0 | URL
버릴때에는 저에게 연락을...-_-::ㅋㅋ 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여기선 모르고 지나갈뻔했네요. 달력에도 나와있지 않고, 연휴도 없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12-09-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관심 분야인 전쟁사 쪽에 고바야시 모토후미라는 만화가가 있는데 정말 무기부품 하나하나까지 철저히 분해도를 보여주는 치밀함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드라마 작가들도 자기가 다루는 직업세계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하는 것은 일본인들의 장점이죠.

transient-guest 2012-09-29 00:50   좋아요 0 | URL
정말 철저하게 파고드는건 큰 장점같아요. 대충 보고 아는게 아니더라구요. 일본의 코믹스와 아니메가 세계를 석권한 큰 이유라고 봐요.

2012-09-28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9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