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약 12시간이 조금 더 남은 2012년을 돌아보게 된다.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어떤 일이 있었는가.  개인적으로는 사무실을 오픈하여 운영하고 한 해를 살아남은 것이 career상으로는 가장 큰 일이고, 그 밖에는, 잘 모르겠다.  건강은, 일주일에 5-6일을 꾸준히 단련할 정도의 체력, 그리고 힘 - bench press 225 lbs, squat 185 lbs, 등등 최고치를 많이 경신한 해이기도 하고, 운동시간이나 내용도 2011년보다 훨씬 더 좋아진 해.  2013년은 회사가 더욱 성장하고, 검도를 다시 시작하며, 책은 좀 덜 사고, 이미 가지고 있는 책들을 먼저 보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술도 좀 적게...-__-:

 

12/31/2012. 금년의 마지막 하루를 역시 책과 운동으로 보내게 될 것 같다.  천명관 작가의 책과 함께 다른 영어책을 읽고 있는데, 일단 몇 개 정리해본다.  또한, 최근에 있었던 득템 - 여간해서는 올리지 않는 이야기지만 - 이야기도 쓰련다.  서친님들의 부러움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여러분!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이넘도 이번 해가 끝나면, 본격적인 재테크에 들어가겠구나 싶다.  그러나 바꾸네가 이넘을 잡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두고볼 일이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흑임자' 김중현 작가의 책인데, 그의 작품에서 내가 읽은 첫 번째가 된다.  전파를 검색하며 돌아다니는 이통사 직원인 주인공, 그리고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연상시키지만, 적어도 내눈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지도상에도 없는 고리오 마을, 그리고 그곳 사람들.  군부대의 실험으로 만들어지는 좀비들.

 

여기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이 작품의 전부라고 하면, 나의 책읽기는 여전히 shallow한 것일까?  솔직히 작가에 대한 흥미만큼의 재미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직 김중혁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장군'의 정형화로 우리 시대에는 이미 굳어진 대머리의 이미지 - 전 세대에게는 쬐끄맣고 새까만 썬그라스를 낀 그자였다면 - 가 여기서도 사용되는 것에 어쩌면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좋게 그려지지 않으니까. 조금만 더 포커스를 맞출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함은 '고래'에서 이미 그 떡잎을 볼 수 있었겠지 싶다.  시대와 스토리를 교묘하게 엮어 서술하는 그의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의 평처럼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백년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면 망상일까?  금복의 몸에서 남자의 생식기 - 는 아니지만 - 가 돋아나며, 그녀가 사실상의 남자로 바뀌는 부분은 특히 돼지꼬리가 생각나게 했으니.

 

아~ 살아있는것, 육신이 있는것은 모두 허망할 다름이니, 아무리 아름다운 처자라고 해도, 백년후에는 모두 땅속의 송장이되어 썩어가게 될 터.  잡념과 망집을 버리는 것에서 깊은 자기성찰과 내면의 발전이 시작될 것이다.  영락을 거듭하다가 종국에는 사라져간 금복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이 장편을 어제 다 읽었다.  슬라보필과 웨스트필의 사상적인 논쟁, 러시아에 대한 상징성,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표징과 상징성이 골고루 다뤄진 것 같다는 말 외에는 아직도 나의 머리는 조금 덜 이해하고 있다.  이럴 때에는 다른 사람이 쓴 입문서를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데, 도스토옙스키를 볼 때 큰 도움을 받는 책은 위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책이다.  이 제목 자체가 사실 '백치'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 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물론, 위 책에서 다룬 '백치'에 대한 내용은 정확하게 떠오르지도 않거니와, 그 해설이 객관적으로 정확하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더 거론하기 힘들다.  아직은 문학초보에 불과한 나이기에, 여전히 classic 문학읽기는 더디게 한 걸음씩 진행되는 만행에 가깝다.  몰라도 그저 읽고 읽고, 또 읽으면 언젠가 깨달음이 오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2013년에도 나의 문학읽기는 이어질 것이다.  과연 내년 이맘때 내가 조금이나마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을런지? 

 

엊그제, Logos에 갔다가 뜻밖의 횡재를 했는데, 로버트 섀클리의 문고판 - 모두 절판되어 있는 - 작품을 세 개나 찾은 것이다.  좋은 상태였는데, 합쳐서 지불한 가격은 약 7불 정도 (세 권)이니까 괜찮은 구매였지 싶다.  이로써, 한글판 불사판매 주식회사외에 그의 작품은 4개를 갖게 되었다.  모두 사회현상을 바탕으로 한 미래 SF라서 단순한 활극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섀클리인지라,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된다.

 

'Philgrimate to Earth'는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둔다.  다른 작품들도 많이 있는데, 이들 또한 천천히 하나씩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기득권, 신분계층간의 갈등, 이런 이유로 갈라진 사회는 셰클리가 특히 즐겨 활용하는 테마인데, 그는 단순한 SF작가가 아닌,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고발형 SF작가라고 할 만큼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은 작가였던 것 같다.  알흠다웠던 가카치세를 넘어 이제 영애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한국인에게 한번쯤 읽기를 권하고 싶다.  51%의 그대들이 바란 세상이 무엇이었던 간데, 그대들 대다수의 이익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영애께서는 어떤 영도력으로 충실한 애비의 아바타 노릇을 할런지?  참으로 요상하게 기대되는 2013년 되시겠다.  

 

서친님들 모두 201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좋은 일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교류 계속 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 역시 무공이나, 서공이나 모두 절차탁마가 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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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1-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에도 현대물 고전물 골고루 읽고 좋은 글 남겨 주십시오.도스토예프스키의 진짜 애호가는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보다 <백치>나 <악령>을 관심있게 읽는다는 말도 있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1-01 16:13   좋아요 0 | URL
노자님! 좋은 격려에 감사해요. <죄와 벌>의 스토리는 <백치>보다는 이해하기 쉬웠고, <악령>은 예전 대학 강의교재로 좀 본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있었던 일종의 러시아판 프락치 사건의 재구성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곧 읽게 될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도 러시아의 대문호지만, 왠지 가난하고 어렵게 살았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더 마음이 갑니다. 아! 전 체호프도 좋아합니다만.

탄하 2013-01-0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정말 득템하셨네요. 저는 유일한 한글표지인 <불사판매 주식회사>에 마구 관심이 갑니다. 근데 왜 좋은 작품들을 절판상태로 놔둘까요? 이 책은 저의 부활소망도서 보관함에 넣어야 겠습니다. 절판이라니 더 궁금해요.^^

김중혁의 <좀비들> 표지를 보니까 김언수의 <설계자들>이 생각났어요. 두 권 다 회색표지에 '~~들'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제가 읽어보려고 찜해뒀던 책들이거든요. 그렇게 찜해뒀다 읽은 작가가 천명관이었는데 역시 절 실망시키지 않더랍니다. 올해는 저도 김중혁과 김언수를 모두 만나보고 싶네요. 트란님 서재에서 자극을 팍팍 받고 있습니다.

이제 그곳도 2013년이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지금 막 새해를 향한 다짐을 마음속에 새기고 계실 듯. 새해를 향해 계획하신 일들 순조롭게 잘 이뤄지고, 특히 회사에 좋은 일 많이 생기시고, 서공이 깊이 쌓여가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참! 그리고 2012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검은 바탕에 금색 엠블럼이 무척 위엄있어 보이는걸요?^^

transient-guest 2013-01-01 16:17   좋아요 0 | URL
헌책방을 드나들면서 가끔 저렇게 득템을 하기도 한답니다. '불사판매 주식회사'를 처음 보았을때만해도 그냥 SF로 알았는데요, 나중에 작가를 리서치해보니 저런 background가 나오고, 더 흥미가 가더라구요. 'Status Cilization'도 참 특이했는데, 책 상태가 안 좋아서, 크리스탈 접시를 손에 든 기분으로 조심조심 읽었지요.

김중혁 작가의 '좀비들'은 좀 이해를 못했지만, 다른 작품들을 함께 읽으면서 배워갈 듯 합니다. 한국의 현대작가들을 읽는 재미는 외국의 작품 혹은 고전문학과는 또다른 맛이 있네요.

2013년은 무엇인가 좀더 이루고 도전할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2년 서재의 달인'...저에겐 좀 과분하지만, 그 덕에 플래티넘 회원자격을 일년간 유지할 수 있겠네요. 더 열심히 읽고 써보렵니다. 금년보다는 더 좋은 리뷰와 페이퍼를 써서 더욱 많은 분들께서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ㅎㅎ 감사합니다.
 

john grisham의 신작을 읽었다. 특별한 느낌은 없고,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간간한 plot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의 몇 작품들처럼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것은 아니었지만 - 오히려 The Partner니나 Bretheren같은 느낌 - 억울하게 연방법에 제소를 받아 10년형을 살게 된 한 흑인 변호사가 감옥에서 알게 된 사건을 토대로 치밀한 계획끝에 합법적으로 형기를 줄이고 평생 쓰고도 남을 돈까지 차지하려 하는 것을 잘 그려냈다.  간단한 트릭 하나 때문에, 스토리가 거의 끝날 때 정도가 되어서야, 전개를 다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작가도 나름 자기의 경지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다.

 

 

 

 

다른 분의 서재에서 보고서, 구한 작품이다. 클래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의 시간대가 PC로 작업을 하는 시대인것으로 봐서, 현대에 가깝다.  우연히 어릴 때 할아버지 집에서 읽게된 2차대전 후 소련의 포로가 되어 유형생활을 하는 독일 병사들의 탈출기 - 귀향 - 를 읽으면서, 불연듯, 아버지가 없는 자신의 스토리에 결부시키며, 다시 이를 오딧세이아 적인 남자의 유적으로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삶 역시 이 궤적에 올려놓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simple한 정리가 될 것이지만. 대략 이 정도의 느낌.

그리고 끝내 찾은 아버지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까지가 진정한 결말 같다.  나중에 붙은 심리실험은 조금 사족같은 부분 - skinner박사를 연상시키는 role playing 실험 - 의 느낌이 있다만, 내가 잘못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역시 다른 분의 서재에서 본 하우석의 '능력보다 큰 힘, 평판'을 보고서 구매한 책.  사들인지는 두어 달이 됐는데, 생각보다 늦게 읽게 되었다.  이런 책은 원래 사자마자 읽는 편인데.

 

글을 쓰는 사람의 재주들 중 하나가, 보편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잘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심이 중요한 것.  누구나 알고 있지만, 조리있게, 논리적으로, 기승전결을 갖춰 분석하고 예제와 함께 책으로 엮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좀 평이한 내용이지만, 자기 마음속에 있는 진심은 남이 알 수 없다는 것, 즉 진심이 아니라는 것, 알려져야 진심이라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왜 진심을 몰라주나, 그걸 꼭 말을 해야만 아는건가 라는 말, 특히 자기 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 행동으로 타인을 상처주는 사람들이 잘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진심이란 꼭 말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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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들쑥날쑥한 독서가 이어지고 있기에, 별로 리뷰라고 쓸만한 것도 없고, 글발도 영 아니어서, 간단하게 정리만 하였다.  아직도 본인의 멘붕상태가 이어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정말이지, 책읽기를 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치계몽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언제가 되면, 인물보다는, 정당보다는, 계파보다는, 정책에, 그리고 그 사람의 살아온 삶과 기록에 비중을 둔 선택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제대로 읽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다.  줄거리야 익히 알려진 만큼,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으련다.  단, 이번에 보니, 선악의 구도가 캐릭터로 분명하게 보였다는 것이 좀 다른 점?  타락으로 이끄는 사람과 선으로 이끄는 화가, 그리고 도리언 그레이의 행동, 각 분기점마다의 행동에서 그가 어떻게 점점 탐미주의를 가장한 악의 행각으로 빠져드는지를 볼 수 있다.  악행의 끝은 결국 자기의 파멸인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악한 영향을 주는, 악 그자체인 장군의 최후는 언급되지 않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장군은 악마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지 벌써 궁금하다.  적당한 때에 재독할 것이다.

 

연초에 제법 서점가를 달구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정작 나는 유행이 지난 최근에야 일독할 기회가 있었다.  내용은 볼만하다고 생각되는데, 제목이 그리 잘 지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사회현상과 부조리를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설명하면서 풀어내는 것은 좋으나, 과연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는지를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글쎄~ 라는 대답을 할 것 같다.  

 

보통 제목은 작가와 출판사가 협의하여 결정하는데, 특히 출판사에서 마케팅 차원의 강한 결정권이 있는 것으로 안다.  원제가 혹 다르지 않았을까?

 

 

 


 

 

내가 읽은 발자크의 네 번째 작품이 되겠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젊은이와 귀족 부인의 사랑.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사교계에 입문하고,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나부다.  즉 젊은이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 든 귀족부인에게 사랑을 약속하며 일종의 patron-client관계를 맺고, 이 부인의 추천과 도움으로 사교계에 소개되며, 신분과 배움이 있다면, 이후 다시 정계나 재계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이다.  

 

물론, 너무도 당연하게, 젊은이의 욕구적인 사랑은 다른 상대 - 그것도 또다른 귀족부인 - 에게 채워지고, 주인공 귀족부인과의 사랑은 플라토닉과 에로스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발자크는 평생 돈 많은 과부를 좋아했고, 실제로 몇 번인가 관계가 이루어져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런가?  작품마다 상당부분 그런 그의 경험이 엿보인다.

 

다른 책들도 슬슬 읽고는 있는데, 진도가 영 별로다.  '마의 산'은 끝내 이번해를 넘길 것 같고.  금년에는 좀 slow down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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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12-2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일드나 발자크는 사람들이 언급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안 읽어본 사람이 많죠.와일드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도 그렇고 단편에서도 추리기법을 꽤 잘 다루는 것 같아요.<도리안 그레이...>는 미스테리물로 봐도 걸작이라고 합니다.

transient-guest 2012-12-26 02:20   좋아요 0 | URL
특히 영화로 잘 만들면 그렇겠네요. 발자크의 경우는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우연히 고리오 영감을 보고나서야 알게 되었지요.
 

무엇이 패인이었을까?  아니. 그런 생각이 이제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내년에는 박정희의 아바타와 우상숭배자들이 한국 정재계 및 교육계에 득실거리게 될 것이니까.  도대체가 이해되지 않는 국민이다.  젊은이들 중에서도, 특히 안철수 지지자들이 많이 돌아설 거란 생각은 했지만서도.  도무지 나의 평범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성대통령에 혹한 골패미도 이해가 안가고 - 김성주같이 권력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쉬파리때를 지도자급으로 생각하여 영향을 받는 그 낮은 수준의 정치의식도 이해가 안가고.  어쨌듯, 이로써 다음 5년도 거꾸로 가는 형극의 세월. 

 

이민오실 분들이 늘어날 것이다.  아니, 적어도 여기서 공부한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치게 될게다.  박근혜가 당선되면 미국 시민권을 따겠다던, 모든 희망을 버리겠다던 사람들도 천지.  이해가 되지 않는 묘한 세상.  부정선거운동은 처벌받지 않겠지?  당선되면 그때부터는 살아있는 권력이니까.

 

이번일은 정재계와 검경계, 그리고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자들, 및 ignorant한 다수가 빚어낸 세계사에 유례가 없이 부끄러운 촌극이다.  정말이지 한국의 피를 가진 것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다음 5년간은 사석에서든 외국사람들 앞에서든 한국의 정치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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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2-2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정말ㅠㅠ 저도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대체 무얼 바라고, 무얼 보고 공주님을 지지하는 걸까? 설마 기득권을 버리고 민생을 중시하겠다는, 서민의 편에 서겠다는 그 한심할 정도로 믿음이 가지 않는 공약들에 혹한 것은 아닐테고. 우리 국민의 편향적인 썩은 머리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ㅠㅠ

transient-guest 2012-12-20 14:21   좋아요 0 | URL
이진님 안녕하세요? 이진님같은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특히 책읽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걸어야지요. 현상이나 특정인물에 혹하지 않는 자기만의 생각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
안철수 현상 역시 같은 맥락이에요. 노무현-이명박-안철수로 이어지는 부동층이 안철수 사퇴 후 문재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고 봐요. 참 슬프네요.
 

좀 힘들거나, 외롭거나 할 때, 즐겨보게 되는 영화가 몇 편 있는데, 오늘은 이들의 소개할까 한다.  모두 이곳에서는 꽤나 유명한 편이었지만, 셋 중 둘 은 한국에서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Band of Brothers'는 2차대전 중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야에 적진으로 뛰어들었던 용감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Easy중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 - 정확하게는 HBO TV 시리즈 - 는 언제 보아도, 피를 끓게 하는 전투장면과, 남자들의 우정, 그리고 리처드 윈터스라는 한 위대한 군인의 모습이 즐겁다.  전술전략적으로 발군의 지도력을 발휘했던 윈터스의 이야기도 멋지고, Esay 중대원들의 우정 - 전장에서만 필수 있는 - 이 부럽기 그지없다.  군대를 간다고 해서, 다 군인이 되는 것은 아니듯이, 함께 사선을 넘어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우정과 사랑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일찍 이곳에 와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남자들의 우정이 부럽다.  

 

한국에서는 소수의 매니아층 외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스포츠가 있는데, 이는 미식축구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멋진 스포츠이고, 마치 미니전쟁을 보여주는 듯한 땅뺏기 싸움이 일품인 스포츠이다.  미국에서도 5대 스포츠 탑에 들어가는 가을-겨울 스포츠이니만큼, 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무척 많다.

 

이 영화는 Vince Papale라는 80년대 초반의 선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over-dramatization은 물론 있지만, 거의 무명의 일반인, 아마도 has-been 선수 정도의 사람이, 그저 그런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으로 시도한 football tryout에서 일약 선수로 발탁되어 - 당시 유명한 딕 버밀이라는 코치에 의해 - 몇 년간 선수생활을 했던 이야기는 흔하지만, 자주 보기는 어려운 스포츠 신데렐라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어렵고, 절망할때, 또는 무엇인가 다시 '띠를 꽉 묶어'야 할 일이 있을때, 나는 이 영화를 찾곤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 영화는 아역으로 한창 유명했던,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는 조역으로 주로 나오는 한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역시 실화이다.  Rudy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한 소년이 있었다.  Notre Dame대학교의 풋볼팀의 팬으로 자라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로 뛰었으나, 가난한 집과, 낮은 성적, 자질부족, 그리고 그것을 항시 깨우쳐 주던 주변인들 때문에, 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하며 하루를 살아가던 그.  어느날, 친구의 죽음으로 다시 불붙은 그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Notre Dame 선수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편입학교라 할 수 있는 junior college에서 기본과목을 좋은 성적으로 이수하고, 편입되어야만 한다. 

 

이 영화를 보면 인디애나 주의 겨울, 아름다운 Notre Dame대학교의 캠퍼스, 그리고 한 남자의 지칠줄 모르는 의지를 볼 수 있기에, 영화로써는 비교적 낮은 완성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주기적으로 보게 된다. 

 

지금처럼, 모든 것을 리셋하고 - 만약 인생에 리셋이라는 것이 단 한번 가능하다면 - 2013년을 초심으로, 원심으로 돌아가 시작하려는 지금, 나에게 어울리는 영화들이라고 하겠다. 

 

*미식축구의 기본 룰을 소개한다.  복잡한 패널티를 다 빼면, 사실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데, 각 팀에는 공격팀, 수비팀, 그리고 스페셜 팀이 있고, 공격시 4번의 try안에 10야드를 전진해야 공격을 이어가는 것, 만약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공수교대가 되기에, 보통 3번의 try에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하면 공을 상대방의 스페셜 팀에게 차준 후, 스페셜팀의 전진이 멈춘 부분에서 공수교대가 이루어지는 것.  이것만 알면, 나머지는 게임을 보면서 배울 수 있다.  나도 그렇게 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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