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권인가의 책을 읽고 난 후, 또 리뷰가 밀려버렸다.  무슨 의무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서재를 만든 이유가 책을 읽고 난 후 정리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기에, 그리고 근 2년간 꾸준히 해온 일이기에 아무래도 밀리면 좀 그렇다.  읽고나니 '가족'이라는 테마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있지 않나 싶다.  순서보다는 그냥 생각난 것들에 맞춰 정리해 본다.

 

천명관 작가는 꽤나 unique한 작가로 내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일단 그의 책은 지금까지는 모두 재미있다.  그를 단숨에 등단작가로 만들어준 '고래'가 아닌 최신작이자 화제작이었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로 시작해서 거꾸로 읽어간 것에 더 가깝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 책도 단숨에, 한 호흡에 다 읽어버렸는데, 열정적으로 읽히는 책은 열정적으로 단숨에 쓰인 책이라는 장정일의 말대로라면 천명관 작가는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책을 써내련간 것이 분명하다.

 

가족은 무엇일까?  소위 핵가족시대의, 거의 모든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어가는 시대에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의 50에 가까워가는 막장인생의 큰아들, 그리고 실패한 영화감독인, 역시 나이를 꽤나 먹은 화자, 그리고 시든 물장사 출신의 여동생, 그들 모두는 각각 배다르고 씨다른 형제들.  공통점이라면, 뭔가 일이 될때는 엄마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고, 힘에 부치면 - 일컨데, 도입부에서의 화자처럼 더 이상 팔아먹을 것도 없어진 상태 - 집으로 기어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작은 구식 연립주택에서 아웅다웅하면 인생의 후반부를 잠깐이지만 다시 함께 보내게 되는 이 '고령'가족을 이어주는 이는 역시 엄마다.  그것도 자식들이 돌아온 것이 못내 싫지만은 않아보이는, 어디서 난 돈인지, 고기를 구워주고, 좋아하는 반찬을 올려주는 그런 엄마 말이다. 

 

이 책을 보면, 그래도 믿을건 피붙이뿐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사건이 터지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른 구성원은 인생의 어떤 시기의 위기를 넘겨왔으며, 넘길 것이니 말이다.  가족예찬소설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스토리 전체에서 흐르는 끈끈한 가족의 정이랄까, 의리랄까 그런게 있었다. 

 

다 늙어, 황혼을 넘어가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잠시나마 그녀의 사랑과 함께 하는 장면은 그래서 쓸쓸하면서도 일견 아름다운, 좀 찡한데가 있다. 

 

이 책은 지난번에 읽고 간략한 후기를 남긴바 있지만, 어제 빨책에 나온 김영하 작가와 이동진 DJ의 대담을 듣고 몇 개 생각난 것이 있어 다시 올리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뜬금없이 14-5세기경의 유명했던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일종의 illusionist계열의 마술인데, 마술사가 하늘로 던진 밧줄을 타고 올라간, 그리고 조각나 죽어 떨어진 동자를 살려내는 것이 핵심인데, 원나라 황제앞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도 잘 속은 황제는, 그래서 즐거웠던 황제는, 어린 내시를 죽이고 과연 마술사가 이를 살릴 수 있을까 보고 싶어한다. 

 

내시가 동강나는 것을 본 마술사는 다시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다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두 가지의 상징성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책에서도 언급된 바, 남겨진 동자의 운명에 대한 것.  소설속에서는 그 엄청난 초능력같은 것을 보인 리더, J가 떠난후 남겨진 자들의 운명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  또 하나는,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작가의 복선인데, 에필로그를 보면 르포타쥬의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이 사실은 '뻥'이란 것을 미리 깔아놓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 소설의 모티브를 신약성서에서, 그리고 그가 헌병생활을 하던 수원의 빈민촌 아이들, 너무 가난해서 17세 정도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집에서 나와 정글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에 맨몸으로 던져지는, 필경 술따르는 여자와 용역철거반, 룸싸롱 웨이터 등, 몸뚱이로 하는 온갖 험한 일을 할 labor pool의 주요 공급원이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찾았다고 한다.  소설일까, 르포타쥬일까 모호하게 보이기를 원한다는 그의 말처럼, 나도 처음에는 취재소설로 생각을 했다.  깊이 의미를 따져가며 상징성을 찾기에는 얕은 내 독서력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점을 두는 에필로그 - 40페이지에 달하는 - 보다도 나는 왠지 작가의 말은 프롤로그에 있다는 생각.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아마도 당신은 잘 속은 것, 그러니 사실유무를 확인하려 드는 것은 마술을 보고 즐거워하며 내시를 죽여 마술사가 이를 다시 살리는가를 보려하던 원나라의 어린 황제의 멍청한 짓 같다는 것.  아닐수도 있지만, 내내 그 생각을 했기에 적어놓았다.

 

젊은 시절과 훗날 나이가 좀 든 빌 브라이슨의 좌충우돌 여행기라고 보면 되겠다.  좋던 시절, 좀더 심플하던 시절의 여행과, 이 책을 쓰던 당시의 여행이 오버랩되면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단상과 함께, 그가 겪은 유럽사람과 나라의 이야기, 그리고 항상 그를 투덜거리게 만드는, 그러나 위트있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버린 수 많은 에피소드들을 볼 수 있다.  

 

천국같은 나라로 생각되는 곳이 꼭 그렇지만은 못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는 좋은 유럽과 미국인의 관점으로 보는 좋은 유럽은 분명히 시각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한다.  

 

김중혁 작가가 그랬다.  자기는 여행에서 하는 고생이나 겪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 그걸 소재로 해서 글을 쓰면 그만이니까.  사실 잘 된 여행은 글의 소재가 되기 어렵다고.  이 책을 보면, 일견 이해가 되는 말이다.  하다못해 여자를 꼬시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을때, 스웨덴의 무성의한 역무원때문에 겪은 고생, 기차안에서의 불쾌한 동행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많은 실패담이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을 것이다.  빌 브라이슨은 최근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의 책도 조만간 모두 거두어들이고, 영문판도 구해서 비교해보고 싶다.  못내 아쉬운 번역부분이 좀 있어서이다.  

 

기자생활을 거쳐 지금은 DJ가 본업인 이동진의 책이다.  내용은 사실 빨책에서 많이 인용되어 하나도 새롭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이동진 DJ와 김중혁 작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이동진 DJ를 보면 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정리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인다.  어떤 impression으로 형상화하여, 한 두마디의 문장으로 딱 정리가 되는건데, 이게 사실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에 단순한 '글쟁이'도 되지 못한다는 그의 너스레가 말 그대로 너스레이고, 실상 그는 상당한 장서가이며 독서가, 그리고 글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김승옥 작가를 가장 좋아해서 그의 글은 모두 읽었다는 사람의 내공이 그리 얕을리가 있겠는가?  비록 wisdom house의 발음을 mister mouse같이하여 매우 오래 나를 헷갈리게 했지만, 영어는 한국의 국어가 아니니까 패쓰!  조금은 상업적이지만, 깔끔한 글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나도 그처럼 마구잡이로 책을 사들였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마구잡이라고 할 사람들, 내 주변에 여럿있다만, 뭐 그렇다는 거지).

 

그 밖에도 지금 읽고 있는 영어책을 몇 권 소개하려 했으나, 워낙 오래된, 그러나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서 그런지, 알라딘에 reference가 없다.  oh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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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3-17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들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알고, 스스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눈여겨 읽을 줄 안다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 되리라 생각해요.

transient-guest 2013-03-19 02:5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ㅎ

달사르 2013-03-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책 정리의 의미, 좋아요. 그렇게 정리를 한 번 하면 책 내용이 더 오래 간대요. 그리고 두고두고 생각나구요.
저도 간만에 책 한 권 읽는 중인데, 중간중간 정리의 의미로 막막 포스팅하고 있어염. ^^

트란님은 여전히 바쁜 와중에도 책 많이 읽으시네요. 힛.

transient-guest 2013-03-25 03:02   좋아요 0 | URL
정리를 해도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요. 어릴때하고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물론 그때만 해도 책이 귀한펀이라서 있는 책을 읽고 또 읽고 하긴 했었지만요.. 그저 꾸준히 읽는다라는 행위를 이어가는거지요.
 

http://news.nate.com/view/20130305n06889?mid=n0409

 

2-3일 전에 읽은 기사인데, 이런 병신짓은 이제 그만했으면 싶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뺑뺑이로 가는 학교에서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쁘.다.  종교란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누군가가 주입시키는 것이 아닐 뿐더러, 이렇게 강요하면 역효과만 날 뿐이다.  이 학교를 다니면서 피해를 본 대다수의 학생들은 개신교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종교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평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모름지기 신앙이란 말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이끌게 되는 것이 정상이지 입만 열면 예수가 튀어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엄청난 돈과 조직력, 그리고 일반 신자들의 봉사로 이루어지는 억척스러운 전도에도 불구하고 신도수가 매년 줄어드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천주교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어디에 가서도 내 종교를 내세우거나 말끝마다 신과 성당을 주워섬기면서 전도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길을 물어오면 친절히 이런 길도 있다고 말해주는 정도.  그리고 더 원하면 잠시 내가 가는 길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정도이다.  내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이고.  나야 그저그런 사람이지만, 거짓말 안보태고, 내 부모님의 신앙과 사는 모습에 감화되어 천주교인이 된 분들이 좀 있다.  한번도 어디가서 내 종교가 무엇이고, 내 신은 어떤 존재라고 떠들어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일화가 아닐까?

 

내가 나온 로스쿨은 예수회 계열의 학교로서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 시절 여자와 유대인, 그리고 유색인종은 많은 로스쿨에서 입학을 거부했기에, 이들을 위해 세워진 것이 학교의 시작이었다.  zeaolous한 예수회 학교답게 총장도 예수회 수도사이고, 대학과 대학원 및 professional school에도 많은 수의 수도사나 신부님들이 교수로 봉직하고 있기에 로만 컬러를 보는 일은 매우 흔하다.  대학원에는 없지만, 학부과정에는 다양한 경로로 신앙생활을 서포트해주기도 할 정도로 열성적인 종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번도 캠퍼스 내에서 '전도'를 하거나 학생 전체에 강요되는 '예배'시간도 없었다.  대학/대학원 과정을 오퍼하는 교육기관이고 정부보조와는 관련이 없는 순사립기관으로써 학생들이 '선택'해서 입학하는 기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문제가 자꾸만 나오는 것은 일부 목회자들이나 기관 종사자들의 신앙때문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자꾸만 불거지는 일인데, 결국은 '돈'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런 저런 명목으로 '돈'을 거두어들이는 것, 거기에 신과 종교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런 마몬의 자식들이 목회자의 탈을 쓰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한, 이를 '일부' 종교기관 혹은 교육기관의 그릇된 행태로만 받아들이는 한, 그리고 이런 행위를 신앙적인 것으로 비호하는 한, 이 기사에서 다룬 일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로 하여금, 이 자식들아 하느님을 그만 좀 팔아먹어라! 라는 말을 크게 외치게 된다는 것.  병신짓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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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3-1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택으로 가게 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자동 배정이라면 문제가 있겠지요. 정 필요하다면 선택으로 시간을 열어 놓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강의석은 참 대단합니다. 영화감독이 되었네요. 당최 강의석의 신분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3-16 01:52   좋아요 0 | URL
학교를 자율적인 선택으로 간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저런 행태는 큰 문제가 있죠. 한국적 학교라는 공간이 자율적인게 자율적이지 못하기에 저는 사실 자동배정학교에서의 선택사항이라고 해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교장이 선생님을 갈구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force하는게 현실이니까요.

강의석은 괴인급의 인간이죠. 자기고집 하나는 대단한 듯 합니다. 아마도 관뚜껑 닫을때까지 수십개의 직업을 전전하지 않을까요?
 

정치법조인과 저질법조인을 사주하여 일어난 사법테러로 인해 공석이 된 노원병에 안철수씨가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주초엔가 나왔다.  노회찬씨 측이야 노원병을 텃밭으로 생각했으니 (이것도 오판이라면 오판이겠지만) 노회찬씨의 부인이 선거구를 이어받는 형식 (이건 좀 왜스럽다만)을 취하려고 했기에, 매우 속상해하고 있지만, 선거구는 엄밀히 말해 개인소유물도 아니고, 또 안철수씨가 부처님도 아니니까 지극히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일처리 방식에 따라 진행될 듯.  안철수씨는 대선에서 이미 일정부분 그의 인간적/정치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니까, 별로 놀랍지도 않다만, 오늘의 이야기는 이들이 포커스가 아니다.  

 

문재인 의원의 대항마로 쓰였던 몸빵, 손수조를 기억할 것이다.  박근혜의 직접적인, 그리고 다분히 불법적인 선거지원을 받은 철없는 어린애 같은 그뇨.  그리고, 그뇨와 함께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로써 영입된 출처가 불분명한 남자애, 이름이 뭐더라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뇌세포가 줄어든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석기는 아니고, 아! 준석이, 그러니까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안철수씨에 대한 몸빵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나부다.  즉 문재인-손주조의 구도로 선거판을 잡스럽게 만들었던 것처럼, 안철수-이준석의 구도로 같은 짓을 하겠다는 것. 

 

정치놀음에 끼어들고 싶어 미친넘에게는 그림같은 chance가 아니겠는가?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이 말하던 그야말로 '좋은 기회잖냐'스럽다.  못이겨도 그만이고, 운좋게 이기면 갑자기 20대 초선의원으로 신분세탁을 함은 물론이요, 이인제처럼만 처신하면 죽을때까지도 해먹을 수 있는 전도양양한 입신양명의 길에 첫 발을 내딛게 될 것이니까.  사리분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것만큼 좋은 꽃놀이패가 또 있을까?

 

하지만, 세상일이라는게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게 여기서도 들어맞는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 저격수같은 넘이 뜬금없이 이준석을 걸고 넘어가기 시작했으니, 그 이름하여 비언 드보르쟙 선생이라는 분이다.  알다시피 언론인으로서 끊임없은 딴나랑당을 향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지만원 수준의 대접도 받고있지 못하고 있는데, 튀어나온 뻐드렁니와 일찌감치 벗어진 머리 = 넓은 이마로 대표되는 품위있는 모습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일 것이다.  어쨌든 이분하면 또 한질투 하시는 분인데, 드보르쟙 선생께서는 단단히 화가 나신듯, 작심하고 준석이를 디스하고 나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ddanzi.com/index.php?document_srl=990180&mid=ddanziDoctu를 참조할 것)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총선과 대선을 모두 이기고, 지금은 논공행상에 엄청나게 긴 줄이 늘어선 모냥새에 준석이 vs 드보르쟙이 딱 그 모양.  거기에다가 드보르쟙의 질투, 그리고 엄청나게 느꼈을 배신감까지 더해져서, 한바탕 굿놀이가 될 지도 모르겠다.  원래 자기자신을 이슈화하는 능력이 대단한 드보르쟙 선생이니까, 준석이를 물고 늘어지면서, 자칫하면 희미해질 수 있는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게 다 음모라서, 준석이를 띄우기 위해 드보르쟙 선생이 발벗고 나섰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정치인이라는게 어떤 이유에서든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좋은 것이니까 이렇게 하여 준석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 그 하버드 나왔다는, 닭그네가 총애한더던 아해?'라는 식으로 그를 알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80대 할머니가 여고생 교복을 입고 깔깔거리는 것을 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높은 강도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장면이지 싶다. (이건 이문열이 한 작품에서 사용한 비유의 패러디이다)  하지만, 드보르쟙 선생의 행적과 한때 밀월관계였던 조갑제-지만원이 지금은 견원지간 (짖는 지만원을 물론 조갑제는 쳐다보지도 않지만)이 된 것을 볼 때, 이런 멋진 음모를 진행시키기에는 선생의 그릇이 너무 크다. 

 

개가 입을 열면 짖고, 밥을 먹으면 싸는것은 세상의 정한 이치라고 하겠다.  짖고 싸는거라고 보면 딱 알맞겠지 싶다.  (간만에: 주어가 빠져있으니, 이 문장은 특정인물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이는 판사출신의 구쾌의원께서 친히 논증하셨고, 훗날 대한민국 최고의 noBRAIN을 자랑하는 법조인들께서 다시 confirm하여 주신바, 이 판례를 인용하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신성한 의무라고 하겠다)

 

사족: 그네꼬를 여성들의 한풀이를 해줄 위대한 어머니 영애 수령동지로 받들고, 그를 추종하는 김성주같은 아줌마들을 여권신장의 기수로 보는 수준의 사회정치언어독해능력이라면 아마도 수조나 준석이는 매우 성공한 젊은이들로서 역시 출세하려면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한국론의 산증인으로 볼 지도 모르겠다.  고작해야 미국의 70위권의 대학교와 로스쿨을 그저그런 성적으로  졸업하여, 그저그런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희극이겠지만 말이다.

 

씨부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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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3-0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재형은....듣보잡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 것 같네요. 그런데 걍 듣보잡으로 취급해 버리시니..^^

transient-guest 2013-03-10 03:20   좋아요 0 | URL
개털을 묵힌다고 족제비털이 되겠습니까?ㅎㅎ 이렇게 제가 언급해드리는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죠...ㅎㅎㅎ
 

 지극히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김영하 작가의 단편 모음집.  팟캐스트에서 처음으로 들었고, 2012년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도 실려 있었기에 너무도 낯익었던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읽는 내내, 내가 이걸 어디에서 봤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옛 시대의 작품들이 사회정치의식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통해 민주화의 열망과 군부독재에 대한 항거를 나타내려 했다면, 김영하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의 작품들은 무너져가는 가정, 불안한 사회, 혼란, 이런 종류의 테마를 꽤 능숙하게 다루어 상징적이거나,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상당히 흥미있는 소설을 그려낸다.  

 

김영하는 읽을 때마다 하루키와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점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면 조금 이상한 것일까?  팟캐스트로 들리는 조금은 어두운 톤의 목소리와 함께 내가 김영하의 책을 더 읽고 싶어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김영하와 하루키는.  둘 다 미국에 가서 일정 기간 생활을 해보고 (교환교수/학생 비슷한 걸로), 작품도 써보고, 여행기도 쓰고, 조금 혼자서 노는 사람 같은 냄새도 나고, 국내에 소개된 하루키의 많은 작품들은 그가 3-40대에 쓴 것들인데, 김영하의 나이대가 딱 그 정도라는 점 (40대 중반이던가?)을 보아, 더욱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일수도 있겠다.  그의 세 번째 여행기가 기다려진다.

 

말로만 듣던 그 발칙한 이야기들을 처음으로 읽은 소감은 그저 무지하게 웃긴다는 것. 두 번쨰로 읽었을때에는 젊은 시절의 여행과 시간이 흘러 이를 반추하면서 다시 이어가는 장년의 여행의 갭과 추억을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9-11전인 90년대에도 나라와 도시에 따른 이방인 배척이 있었다는 생각, 그리고 이런 국수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지금은 경제혼란과 장기전이 되어버린 실체없는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더욱 심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느 시점에서 세계 각지를 여러 차례 돌아다니고 싶은 나로써는 신경이 쓰이는 이야기.  특히나 피부색이 하얀 브라이슨도 '미국놈' 또는 외지인 취급을 받았다면, 피부색이 건강한 나는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 같다.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어는 능숙하고, 영어는 이곳에 사느니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만, 유럽에 가려면 독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어를 하면 유럽과 중남미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고 나머지는 제각각.  다만, 이탈리아어는 묘하게 늘어뜨리는 엑센트가 왠지 모르게 유쾌하여 마음에 든다.  배워보고 싶은 말.  로마제국과 그리스의 흔적을 따라 돌아다녀보고 싶다.  글로만 읽고 TV로만 접하던 것들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감동, 나는 언제나 느껴볼 수 있을까?  

 

쓰고 나니, 역시 나는 리뷰는 어렵다는 생각.  스토리도 적당히 간추리면서 느낌을 집어넣고, 그러면서도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잡지나 영화기자의 글쓰기는 아직 어렵다.  이동진 기자의 팟캐스트를 들을 때마다 이 사람은 참 정리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다. 

 

하루키니까 다른 말이 필요없다.  거의 다 이미 읽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읽으니 새롭고, 특히 그의 소설을 거의 다 읽어낸 지금은 중간 중간에 소설의 모티브로 쓰인 그의 평상시 생각들을 볼 수 있다.  신간도 좋고 구간도 좋고, 그저 한 권씩 쌓야가는 그의 책 - 만은 아니고, 모든 책 - 을 보면 마냥 기분이 좋다.  

 

사진으로 올리지는 못했지만, 구매는 언제나 읽기를 앞질러 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주말의 사건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주말에 logos에 가서 재즈 CD 몇 개를 집어들고 - 쳇 베이커 - 지하서고로 내려간 나는 습관이 된 SF코너와 Mystery 하드커버 코너를 둘러보다가 이안 플레밍의 James Bond시리즈가 옛 문고판 하드커버로 9권이 들어온 것을 보고 냉큼 집어왔다.  권당 5불이니까 매우 싸게 집어온 것인데, 책 상태가 50년대에 출판된 것 치고는 양호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좀 오래된 스타일의 책 디자인 - 책 페이지가 들쑥날쑥한 - 도 마음에 들어, 어느새, 지금 사들인 것들을 좀 읽을때까지는 자제해야겠다는 지난 달의 각오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 에휴~ 속이 다 시원하다.  좀더 심층적이고 멋진 리뷰는 다른 분들께 맡겨두고, 이런 페이퍼로 남기는 것이 지금의 딱 내 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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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면서 아이폰으로 이런 저런 포털 뉴스를 보고 있었다.  두 가지 소식이 눈에 들어왔는데, 김종훈씨의 장관후보자 사퇴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를 정점으로 뻥~ 터져버린 President 그네꼬의 대국민담화였다. 

 

김종훈씨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이민 1-1.5세대로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며 개인적인 노력과 끈기로 큰 성공을 거머쥔 사람인 듯.  그리고 이미 일찌감치 주류사회로 편입되어 활동하던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교포로서 보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성공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그가 관여한 많은 행사나 활동이 재외한국인보다는 미국사회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것을 보아도 그렇다고 생각된다. 

 

물론 난 김종훈씨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고, 여태껏 이곳의 한국 신문지상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략 회자되는 이야기로 볼 때 그렇다는 것.  그의 능력은 의심할 것이 없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야,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이렇게 저렇게 구부려질 수 있는 것이라서 역시 큰 이슈가 없다. 다만, 여기서의 문제는 과연 그네꼬가 목을 매는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신설부서가 뭣에다 쓰는 물건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캐비닛의 구성자체가 바뀌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행정기관이 5년에 한번씩 덧셈/뺄셈을 하여 사라지고 생기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 정치의 한 축이라는 행정부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의 장난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더 웃기는데.  신정권 출범에 따른 여러 이슈들에 지친 그네꼬가 이번 일을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했다는 것.  글쎄.  내가 볼때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할 만한 것들은 많지만 - 예컨데, 이승만의 사사오입, 조봉암 사법살인, 고대생 폭행, 5.16 군사 쿠데타, 18년 장기독재, 대머리 바통터치, 그리고 return of the dictator's daughter - 최근의 정국을 둘러싼 여야갈등은 초유의 사태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보는데.  날이 시퍼렇게 선 살기어린 보톡스 face가 무섭다기 보다는 왠-zi 코믹하게 느껴진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역시 허지웅 기자의 말마따나 씨부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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