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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들기 전에, 혹은 불끄고 잠을 청하기 전에 잠깐씩 읽는 책은 그 나름대로의 각별한 맛이 있다.  5분에서 10분정도, 주말이거나 새로 읽는 책을 잡았을때에는 그보다 더 오래 읽기도 하지만, 주로는 이렇게 짧은 시간, 머리를 끄기 위한 준비로 읽는 책은 이미 읽은 책의 재독일때가 더 많다.  때로는 같은 책을 몇일이고 붙잡기도 하는데, 이런 와중에 문득 내가 밑줄그은 책의 내용을 남기고 싶어졌다.  이 카테고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는데, 이 발상을 준 책을 처음으로 다루는 것이 마땅하겠다는 생각이다.


완독은 세 번정도 한 것 같고, 심심할 때 가볍게 읽기로는 셀수 없이 많이 들여다본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미쳐 눈길을 주지 않았던 잔글들도 몇 개 찾아 마저 밑줄을 그었고, 읽을수록 정수복님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서 속달로 몇 권을 주문했음이다.  아마도 10월 중순에 주문한 배편으로 오는 책들보다 먼저 받게 될 것이다.


어떤이의 삶은 정주형이고, 또 다른이는 몇 년에 한번씩은 주거를 바꿔가면서 일생을 살아가지만, 이토록 프랑스가 좋아서, 또 그리워서 한번씩 훌쩍 떠나서 오래 머무르기란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책을 읽을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저자의 눈으로 보여지는 파리의 서점, 출판, 독서, 도서관, 독서인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부러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여러 모로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일견 자신의 독서행각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게도 했다.  독서인 하나하나, 장서가 한명 한명이 어쩌면 게릴라 전쟁을 치루고 있는 깨어남과 배움의 전사들인지도 모르겠다.  무지와 오욕에서의 해방전선의 최전방에서 말이다.


책은 세월과 함께, 나의 인생과 함께, 나의 곁에서 나와 함께 늙어간다.

역사책을 읽다가 알게된 (1) 서부전선 이상없다, (2) 니벨룽겐의 노래, 그리고 (3) 나의 투쟁을 학교 앞 서점에서 보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인데, 용돈을 모아 한 권씩 사들이고 재미있게, 하지만 잘 모르면서 읽은 기억이 있는 이 세 권의 책은 지금도 이곳까지 함께 건너와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관리부실 때문인지 이제는 많이 바랜 책장이 아쉽지만 그래도 그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은 매우 일요일 아침이면 맑은 정신으로 책상 앞에서 참선하는 수도승처럼 척추를 곧추세우고 한 시간씩 책 읽는 시간을 갖는다.

수양으로써의 독서인가보다.  사실 공부와 수양, 그리고 재미의 독서가 일치했을 것만 같은 옛 선비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밤이야말로 책을 읽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이다....누구라도 밤이 되어 세상의 모든 일을 뒤로하고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영혼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Yes and No.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방해꾼이 없어지는 시간대라는 점에서는 Yes이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쌉쌀한 공기를 마시면서 차 한잔과 함께 읽는 책의 내용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런면에서는 No.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하는 게 아니라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어린 시절에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키워야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들어서도 책 읽기를 즐기며 책과 가까이 지내는 삶을 살게 된다.

Big Yes!!  하지만 습관은 끊임없이 변하고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더라도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다.  내 친구 한 녀석은 만화책만 읽다가 읽을 것이 없어서 읽기에 수월한 대본소 소설로 책의 세계로 들어왔고, 지금은 제법 읽을만한 책을 가져다 읽는데까지 왔다.  무엇인가 새로 시작하는데는 늦음이란 없다.  그저 지금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에 앞서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한다.

유시민씨의 삶에 대한 책 두 번째는 혹시 '왜 살 것인가'로 나올지도...


독서의 근본적 목표는 인간의 변화에 있다.


오래된 책을 다시 만나는 것은 단지 책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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