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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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구매해온 하루키 책들 중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이 하루키의 첫 번째 소설작품이라고 한다.  에세이를 먼저 썼는지, 아니면 명실공히 그의 '처녀작'인지는 모르겠는 이 책은 군조문학상이라는 1958년부터 시작된 꽤나 유서깊은 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쿠다카와상 보다는 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처녀작으로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참 대단해요.

 

사실 수상여부와는 별개로 자전적소설 - 후일담형식이라고도 얘기되는 - 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나 잘 쓴 소설이다.  그간 한국 문단을 지배해온, 그야말로 양산된 신변잡기소설하고는 그 수준의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왜일까?  무엇이 다른 것일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숱한 우리 문단의 문학상 수상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천편일률적인 글체, 어투, 전개, 내용과는 많이 다른 느낌임은 확실하다.

 

내용의 두서없음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고.  내가 하루키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굳이 생각해보면, 후일담 소설이라도 하루키의 글에는 언제나 몽화적인, 또는 환상의 그 무엇이 배어있는 냄새가 나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 즉 이 책을 쓸 때에는 누구도 몰랐겠지만 - 하루키라는 작가의 창작 또한 무시못할 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그 간 보았는데, 역시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달랐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용은 매우 가볍고 두서없어서 - 그리고 어제 자기전에 읽어서 기억이 좀 가물가물 한 부분도 있다 - 특별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몇 개인가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있었던 것은 생각난다.  하루키의 시작은 이러했구나 하는 생각.  얼마만큼의 Jazz를 듣고, 얼마나 많은 위스키를 마시면 이런 글이, 어느날 갑자기 나올 수 있을까???  물론, 나도 Jazz는 들을 수 있고, 위스키도 마셔줄 수 있다.  심지어는 Jazz바도 차리고 운영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하루키 같은 글이 나오지는 않을 것임에 내 주머니 속의 25센트를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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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us Affair (Hardcover)
Berry, Steve / Hodder & Stoughton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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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Steve Berry의 작품들 중 세 개째를 읽었다.  전의 두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의 작품은 거의 나오자마자 사 읽을 수 있었다.  Costco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Hunger Game 3부작과 함께 집어왔는데, 미국-한국 비행 사이에 반을 좀 넘게 읽고, 돌아와서 어제/오늘 운동하면서 다 보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있음직한 이야기와 학설을 조합하여 읽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재주가 놀랍다.  또한 작품의 main hero가 젊고 섹쉬한 남녀, 혹은 Cotton Malone처럼 lawyer/스파이 출신의 중후한 book dealer도 아닌, 전직기자출신의 - 그러나 ruin된 커리어를 가진 - 할아버지라는 점도 꽤나 특이했다.  사실 Cotton Malone을 보면서 작가의 나이대와 함께 추론할 때, 자신의 fantasy가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의 main인 Tom Sagan은 전혀 그런 스테레오 타입이 아니다.

 

이야기는 단순한 가설에서 시작하는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유대인이었고, 그를 지원한 것은 박해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를 원하던 스페인의 셰파르디 유대인들이었다는 것.  그래서 자메이카 어디엔가에 그들의 성전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  이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모두 개개인의 목적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위험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역시 anti hero인 Zacharia Simon이라는 유대교 광신도. 

 

총탄이 난무하고 car chase로 가득한 모험은 없다.  오히려 Tom Sagan의 모든 것은 매우 predictable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미행당하는 것도 모르는, 지극히 현실성이 있는 케릭터들로 가득하기에 소설을 음미할 때 좀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 한글로 번역된 Steve Berry의 작품은 Amber Room 하나인 것 같다 (호박방 - 작명센스가 참 그지같다 - 의역을 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유행에 민감한 reader라면 이런 종류의 테마는 무조건 다빈치 코드의 아류로 보고 지나쳐 버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구애받지 않기에 어떤 것이든 특정 시기, 순간, 시간대에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면 읽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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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괴환상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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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물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답게 추리소설 역시 정통 서구권의 세례를 받은 일본의 추리소설은 매우 일찍부터 시작되었고 발달하여 현재에도 꾸준히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장르도 다양해져서 일반적인 창작부터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종류, 기담 같은 작품들까지 정말 많은 작품군이 나오고 있는, 어떻게 보면 부럽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통 추리물의 세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왜 그런지 일본의 추리소설은 뭔가 surreal하고 기괴하다.  란포의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특히 그러한데, 마치 이토 준지의 만화를 소설로 읽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전단편집 3에 수록된 작품들은 사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추리'가 부족하다.  그저 담담한 작가의 필체로 기담괴담을 나레이트 하고 있다는 편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잡다한 글들은 모았기에 어떤 작품에서는 습작의 냄새가 나기도 하고, 아예 에드거 엘런 포를 모방하여 각색한 것처럼 보이는 글들도 여러 번 눈에 띄었다. 

 

이로써 전단편집 세 권을 모두 읽었는데, 이 역시 나날이 늘어가는 나의 추리소설 문고에 매우 valuable한 addition이 될 것이다.  이렇게 early days의 거장들이 쓴 작품들은 섭렵하고 나면, 좀더 현대로 와서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도 추리소설을 표방하는 작품들이 있지만, 굳이 토를 달자면 '추리'보다는 '첩보'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나의 좁은 소견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접해본 얼마 안되는 작품들은 모두 그랬던 것 같다.

 

전단편집 3부작은 구매하여 소장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슬그머니 절판되어 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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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6-0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 소설은 괴기물이 많죠.정통추리물로는 '이전동화'가 좋더군요.괴기물 중엔 장편으로 <외딴섬의 마인>이 으시시해서 읽을만했어요.

transient-guest 2012-06-06 00:48   좋아요 0 | URL
오호 구해보고 싶네요. 그러고보니 단편집을 위주로 읽은 것 같아요. '음울한 짐승'인가, 동서에서 나온. 정말이지 포를 닮은 것 같네요, 란포는요.

노이에자이트 2012-06-06 11:39   좋아요 0 | URL
란포 전단편집 2권에 '음울한 짐승'이 실려있고, 1권에 '이전짜리 동전'이 실려있어요.

<외딴섬의 마인>은 동서문화사에서 <외딴섬 악마>라는 제목으로 나왔군요.

transient-guest 2012-06-0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트님:

맞아요.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더라구요. 제가 동서미스터리문고로 먼저 '음울한 짐승'과 '외딴섬 악마'를 읽었거든요. 그래도 뭐 전단편집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3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좋네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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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출구심사를 마치고 남은 시간은 역시 면세점과 서점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한국돈이 좀 남아 있길래 환전하기도 뭐하고해서 - 는 핑계 - 근처 서점으로 달려갔다.  무겁기 짝이 없는 hand carry였지만, 관물대를 통과한 터라 비행기에 못 가지고 타게 될 리는 없다는 자신감에 남은 공간만큼을 더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기왕지사 올 때 이렇게 사가지 않으면 다시금 금단증상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훨씬 더 비싼 값을 주고 사버릴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공항서점답게 찾는 책을 구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누락시켰던 제레미 리프킨의 신작과 그전부터 읽을까 말까 망설이던 도킨스, 그리고 다른 MISC한 몇 권을 들고 나오려다가 마침 하루키의 잡문집이 눈에 뜨길래 냉큼 집어들었다, 그의 다른 작품 하나와 함께.  hand carry가방에 낑겨 넣으려다가 포기하고 notebook PC백에 우겨넣고서 비행기를 타자마자 펴들게 되었다.  10시간은 날아갈 터,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야 그중 반도 채 안될터, 눈에 확 들어오길 바라면서 읽어내려갔는데... 이 책...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바로 왔다.

 

말 그대로 하루키의 잡문집인 이 책에는 다양한 그의 과거 이야기, jazz, 살던 이야기, 특정 작품의 배경 내지는 창작에 관한 이야기 등 정말이지 많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미 특정 이야기가 반복됨을 미리 서두에 알려주는 친절함까지 - 여러모로 근좌에 읽었던 모 교수의 책과 비교된다 - 하루키의 전작행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책을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만난것은 책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구는 행운! 

 

머리아픈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그의 이야기들일 뿐이였기에 비행기에서 읽기도 딱 좋았고, 하루키라는 사람을 조금 더 알게 해준 책이 된 것 같다.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책이기에 오래된 이야기와 함께 근래의 side story들도 엿볼 수 있는 이 책,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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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6-0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길 잘했다..에 한 표. ^^
저는 하루키의 지인들 이야기도 좋았구요. 무엇보다 하루키의 심성을 알게 되어 참 좋았어요. 이런 사람이니 이렇듯 멋진 소설을 쓰는구나, 싶어서요.

transient-guest 2012-06-06 00:50   좋아요 0 | URL
그쵸? 속이 꽉 찬, 그러나 결코 좁지 않은 그런 작가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일본현대문학이려니 했는데, 읽을수록, 알아갈수록 깊이가 있네요.
 
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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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이 나올 당시에서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구매했던 것을 이런 저런 사정들로 인해 이제서야 겨우 읽을 수 있었다.  굳이 이야기하면 기대했던 만큼의 깊이나 재미는 못 느낀 것 같다.  주제에서 보듯이 흥미가 갈 수 밖에 없는 - 일본이나 우리나, 제대로 된 형식의 양식이 일반화 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양식의 대명사였었던 - 돈가스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인데, 돈가스의 탄생 그 자체에 맞추었다기 보다는 일본의 개화기에 태동한 '양'식, 정확하게는 '육고기'를 일본화하여 수용하려 했던 에피소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돈가스의 탄생은 이렇게 보면 정확한 제목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에는 막부 이후 육식이 장려되던 풍경, 일본빵의 탄생 등 다양한 개화기의 모습을 다루고 있으니까.  물론 이런 이야기들 자체가 돈가스 이야기를 하기 위한 셋업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원 주제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용병의 역사를 본 느낌을 다시 받았는데, 그 만큼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포커스와 구성에 조금 불안함을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결국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구음식이 일본화 되었고, 돈가스는 이런 유형의 퓨전음식의 결정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나니, 맛나는 돈가스에 나마비루 한 잔이 생각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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