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 서재는 내 마음대로 되는대로 쓰고 싶은 걸 올리는 공간이지만 엄연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쩌다 보니 다른 이야기들까지 기록하게 된 곳이다. 그런데 COVID-19으로 인한 칩거와 격리 및 감금을 근 석 달 정도 겪으면서 엉망이된 모든 것들처럼 이 공간 또한 그런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간 gym을 가지 못하면서 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더욱 '몸을 쓰는 기록'에 매진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는 갈수록 어려워진 독서환경이나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글을 남기는 빈도가 훨씬 줄어든 것이다. 반성을 하면서도 가벼운 책을 읽는 것으로 겨우 이어가는 내 독서생활, 그와는 반대로 갈수록 커지는 책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여전히 쉽지는 않은 아저씨의 독서수행이다. 어쨌든 노력을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다시 맘을 다잡기로 한다.


*여기까지 쓰고 일을 하다가 더 쓰지 못했다. 화요일에 다시 이어서 써본다.


평론가의 책 이야기. 나도 책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니고 보유한 장서나 관심을 갖고 있는 책까지 생각하면 꽤 많은 책을 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다른 이의 독서를 훔쳐보는 기회를 가질 때마다 책의 세계의 무궁무진함에 부질없이 사라져 버린다. 어떻게 겹치는 책이 두 권 남짓, 이 사람이 읽은 것들과 나와의 접점이란 것을 찾을 수가 없었던, 늘 하는, 하지만 그 때마다 새롭게 놀라는 경험을 했다. 이상하게도 책에서 다룬 것들의 내용은 그리 남은 것이 없고 교양을 쌓고 모르는 것이 더욱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리고 종종 독서평론을 하는 책에서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책을 읽기 위해서는 계속 다른 이가 보는 책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어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주말에는 내 마음이 온통 소금밭이라서 더욱 남은 것이 없다만.



재미있는 서점이야기. 하지만 막상 가면 책은 몇 권 없을 것만 같다. 작년에 속초에서 '지역의 명물'이라는 작은 독립서점에서 받은 느낌을 이 책에 실린 사진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가봐야 알겠지만 너무 작은 공간에는 어차피 많은 책이 들어갈 자리가 없고, 가뜩이나 책이 안 팔리고 안 읽히는 세상에서 적은 수의 책을 팔아서 생활을 꾸려갈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책에 관련된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에 자리를 잡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되겠지만 이걸 잘못하다가는 서점인지 팬시가게인지, 술집인지, 사랑방인지, 그 모든 걸 조금씩 다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이다. 손님들 또한 pure하게 서점을 원하는 사람의 한 극단에서 그저 편안한 공간이나 책 보다는 책을 둘러싼 이야기와 행사의 공간을 원하는 다른 극단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는 것 또한 보통일은 아닐게다. 저자가 초기에 맛본 성공이란 결국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던 월세와 역시 거저 불하받는 대단한 양의 헌책 덕분이지 작은 곳으로 옮겨온 후에는 꽤나 금전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떠오른 생각. 아직까지는 열려 있으나 언제 닫게 될지 모르는 것이 서점의 문. 내가 좋아하던 산타크루즈 다운타운의 Logos가 폐업을 선언하고 사라진 것도 이미 몇 년 전의 일이고 어제는 우연히 찾아본 지역의 명물과도 같았던 카페 또한 2017년에 문을 닫았으니 변하는 시대와 세대에 맞춰 살아남는다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COVID-19이 보여준 공유경제구조의 약점을 생각하면 책도 역시 곁에 두고 있어야 이런 시국을 버텨낼 수 있는 것 같다만, 읽지 않는 사람들이야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내가 기억하기로 원래의 제목은 '반생의 기록'인 것 같다만 어쨌든 간만에 다시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을, 그것도 무려 그가 살았던 인생의 반 정도의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을 읽었다. 


정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제대로 된 벌이는 평생 없었던 아버지와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을 꾸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일찍 학업을 마치고 바로 기술을 배우면서 잡일을 하며 살다가 무려 마흔 셋에 작가가 된 그의 삶을 보면서 언제나 무엇을 하고자 할 때, 꿈을 갖고 나아감에 있어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지금의 마흔 셋도 상당한 나이로 보이겠지만 마쓰모토 세이초가 아쿠타가와 상을 받으며 등단했을 때의 마흔 셋은 1952년의 마흔 셋으로 지금의 수명이나 사회인식으로 보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로 생각된다. 게다가 평생 가난하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살아온 사람이 등단을 거쳐 다작의 인기작가로, 사회파의 거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일까. 조지 R.R. 마틴이 스티븐 킹에게 '자네 어떻게 하면 그리도 빨리 글을 쓸 수 있나'라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쓰모토 세이초에게도 물어봄직하다. 


늘 꿈을 갖고 원하는 걸 향해 나아갈 용기를 이렇게 또 한번 얻는다. 포기하지 않으면 뭔가 이루는 것이 있다는 걸 많이 경험했지만 삶이란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서 경험에 근거한 믿음 조차도 늘 흔들리게 마련이니 좋은 책과 좋은 이야기로 종종 힘을 얻어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세 권의 책은 다룬 시대의 빡빡함 만큼이나 내용도 무척 high density여서 그랬는지 다 읽은 건 겨우 얼마 전의 일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낸 행위 자체도 의미가 있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파리의 예술 백가쟁명의 꽃피던 시절의 이야기라서 중간중간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다룬 시대와 인물도 많기에 쉬운 읽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한번 정도는 교양삼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동서양의 고전을 제외하면 기실 지금 classic 필독서로 꼽히는 작품들의 대다수가 이 시리즈에서 다룬 시대의 어디엔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나중에도 가끔씩 꺼내어 볼 것 같다.


책 대 담배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담배를 태우지 않기 때문이고 당장이라도 언제나 책과 담배의 대결에서 내가 심판을 본다면 책이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배를 술로 바꾸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과연 책과 술 둘 중 하나만 즐길 수 있다면 혹은 술값을 아껴서 책을 사는 걸 주장하는 사람이 딱 즐겁게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친 후의 한 잔 타임에 나타난다면 나도 고민을 할 것이다. 


배웠다면 나름 좀 배웠고 21세기로 넘어올 수 있었던 소수의 20세기 사람들 중 하나인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오웰이 이 책을 쓰던 시절 영국의 노무자라면 당연히 담배를 고를 것이다. 책이란 지식습득의 도구를 넘어 entertainment의 일종으로도 사용되었던 시절이지만 노동자들에겐 역시 담배와 술, 그리고 축구와 야구, 복싱이 최고였을 것이다. 아무리 오웰이 책의 우위를 설파하더라도 당장 하루를 벌어서 먹고 하루의 위안이 필요한 고된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책이란 것도 사치가 아니었을까. 단순히 값과 효용성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3권이 따끈따근하게 나온 모양이다. 나는 아직 구하지 못했지만. 중국의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먼 곳. 중국이라기 보다는 서하나 토번에 더 가까웠을 곳에 남겨진 엄청난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사진으로는 그 심오함이나 감동이 전달되지 않지만 여행을 갈 수 없는 시기에는 이런 책을 보는 건 교양을 얻는 것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중국에는 아마도 가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번 생의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아쉬움을 이렇게 달랜다. 어릴 때부터 중국의 고전과 소설, 역사에 관심을 갖고 살아온 나에겐 조금 잔인하지만, 더욱 잔인한 중국의 공산당에게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바칠 생각은 없다. 3권은 조만간 구해서 볼 생각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무조건 구해서 본다. 책과 함께 살아온 그의 삶의 모습이 멋지게 생각되므로. 노벨상을 받은 일본출신의 과학자와의 대담집. 관심이 많은 분야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STEM분야에는 워낙 문외한 (무뇌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이 많았고 그냥 넘긴 지점도 많았다만 그래도 한번 쭉 읽어본 바, 분자생물학으로 모든 걸 분석하겠다는 과학의 포부가 이미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난 지금, 과학자의 야심이라는 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좋은 학자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나오는 것이 없어도 수백, 수천억을 투자할 수 있는 사회전반의 인식과 인프라가 없이는 과학입국은 불가능하다. 아직도 대단한 과학자들이나 발견은 서구중심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한국처럼 당장의 성과를 재촉하는 한, 과학자보다는 엔지니어와 그 수준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노벨문학상에 목을 매는 걸 보면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 한국어판으로는 구할 수 없지만 난 The Talented Mr. Ripley시리즈와 Mr. Ripley 라는 캐릭터의 팬이다. 작품이 영화화된 건 먼저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무려 알랭 들롱이 주연한 작품이고 나중에 우리 시대에 와서는 맷 데이먼과 당시 핫하던 (그리고 머리숱도 많이 남아있었던) 쥬드 로가 주연한 걸로 다시 나왔다. 퍼트리야 스미스 (혹은 패트리샤 스미스)의 작품인데 이 시리즈로 내 기억엔 다섯 작품이 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서스펜스를 쓴 멋진 작가의 글쓰기 이야기를 이번에 구해서 읽었다. 세부적은 내용은 많이 남기지 못했지만 덕분에 구할 수 있는 작품을 여럿 사들였고 어제부터 한 권씩 읽기 시작했으니 이런 책이 나오면 누군가는 인세를 벌어들이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죽더라도). 어쨌든 좋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비록 아직은 한국어판으로 나온 리플리 시리즈를 구하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까지 읽은 책을 정리하면서 역순으로 했으니 이 책이 앞서 페이퍼를 쓴 후 가장 먼저 읽은, 즉 기억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책이다. 그런 탓에 많이 잊어버렸고 너무도 미안하지만 달리 쓸 말이 없다. 그저 책을 읽는 사람을 여러 가지로 표현했다는 정도. 작가는 그야말로 책의 고수로서 독서와 책에 대핸 여러 이야기를 책으로 지은 알베르로 망구엘 (혹은 망겔)이다. '독서의 역사'가 아마 내가 접한 그의 첫 번째 책이였을 것이다. 두 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이 또한 내용이 딱히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국민학교 3학년에 처음 읽고 아마 대학교 시절까지 계속 읽은 청아출판사의 역사책 몇 권, 정비석의 소설손자병법, 소설초한지도 그렇고 더 어릴 때 읽은 전집류는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많이 읽는만큼 여러 번 읽지 못하고 한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나이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로써 밀린 이야기가 일단 또 끝났다. 도무지 서재인지 운동블로그인지 모호해진 정체성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전을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운 결과, 고작 오후 1시 31분인 지금, 엄청난 졸음과 싸우고 있다. 오늘 일정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한 업무도 일단 마쳤고, 내일까지 진행하면 되는 업무와 집중력의 저차로 오늘은 시작하지 않기로 결정한 업무, 이렇게 두 가지는 이번 주중에 마치면 될 것이라서 곧 이번 주에는 처음으로 하는 근육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잠이 너무 쏟아지는 것과 함께 피곤을 느끼고 있지만 계속 미룰 수는 없으니 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다.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은 특이한 표지도 좋고 다른 출판사의 문학전집과 겹치는 않는 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절판이 잘 되거나 '양장' 대신 '무선'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조금 걸린다. 어쨌든 유홍준 교수의 책을 보면서 궁금해진 이노우에 야스시의 책을 몇 권 읽는 여정에서 가장 나중에 읽은 '둔황'은 내가 읽은 저자의 작품 몇 권들 중에서는 구성과 언어의 사용 및 소설적인 재미에서 가장 나은 것 같다. '공자'에서 특히 거슬렸던 현대언어와 표현의 남발도 없었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된 덕분에 그야말로 숨가쁜 역사의 한 단락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침 보고 있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비록 허구라도 생생하게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중국의 송대는 고려와 겹치는데, 우리 역사를 보면 거란의 요나라, 이후 여진의 금나라, 그리고 종국에는 몽골의 원나라까지 정신없는 시절이 이어지는데, 송대의 중국도 이민족의 침입이 북동에서는 요나라와 금나라로, 북쪽에서는 나중에 몽골이, 서쪽에서는 토번과 서하까지 무척 피곤한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절도사의 난에서 일어난 왕조라서 그런지 몰라도 유달리 문치를 내세웠던 태조의 바램과는 전혀 별개로 사방에서 이민족의 왕조가 창건되어 융성했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 부러운 파일로 밴스의 추리극 두 편. 보통 '비숍 살인사건'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주교 살인사건'보다 정확한 번역 같다. 사건에서 보면 트릭을 구성하는 장치들 중 하나가 체스에서 사용되는 '비숍'이기 때문이고 통상 이걸 '주교'로 번역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간혹 체스를 굳이 서양장기로 번역하는 건 봤지만 말들의 명칭까지 '기사', '병졸', '여왕' 등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주교 살인사건'이라는 번역은 많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북스피어 같은 곳에서 왜 그리 했는지 의문이다. 


동서추리문고에서 나온 판으로 이미 한번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롭다기 보다는 트릭을 좀더 분석하고 싶어서 읽었는데 여전히 중구난방 주인공을 부러워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파일로 밴스는 명탐정이자 학자이며 무엇보다 평생 놀고먹으면서 호화롭게 살 수 있는 부자라서 극중에서 그의 개인변호사로 일하는 화자의 말에 따르면 늘 새로운 걸 하다가 말기를 반복하는 것, 그리고 살인사건의 추리를 맡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마치 19세기 영국의 비생산적인 신사들처럼 그렇게 뉴욕에서 유럽을 오가면서 고고학, 수학, 화학, 역사, 고문헌,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그때 그때의 흥미에 따라 오가면서 즐기는 것이니 어찌 부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연금생활을 하는 탐정도 있고, 독신으로 살면서 범죄와 싸우는 경우도 있고 경찰도 있지만 부자탐정이라는 건 또 다른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 less history, more cultural history라서 훨씬 더 수월하게 읽기는 했다. 1차대전으로 끝나게 될 황금시대의 마지막. 로댕, 드뷔시, 피카소, 샤갈, 거트루드 스타인, 이사도라 던컨, 모네, 장 콕토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장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파리 한복판의 모습. 


지금의 눈으로만 보면 그저 예술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들로써 그 외의 것들은 크게 회자되지 않지만 기실 예술을 이유로 사생활은 그리 본받을 것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단순히 여러 번 자주 매번 마구 사랑에 빠지는 걸 넘어서 무척 비열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예술만 남아서 전해지는 것이 어쩌면 다행일 정도로. 이 멋지고 희망에 가득찼었던 과학과 기술의 신세기의 시작, 한 세대의 종언이 하필이면 그 온갖 것들이 힘으로 모인 몽상가적인 대전쟁으로 끝났다는 것이 참으로 비극적이다. 이제 다음 권으로 넘어가면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Midnight in Paris"에서 주인공의 이상향으로 나오는 시대를 보게 된다. 


유홍준 교수의 중국답사기는 일단 나오는 책을 다 읽고서 정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날이 무척 덥다. 여름이 시작되려는 듯, 내일까지는 그렇게 덥다가 갑자기 화씨로 한 10-15도가 뚝 떨어진다. 이렇게 up and down을 반복하면서 6-7-8월의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빛, 거기에 섞인 UV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싹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의 감방하체운동루틴은 지금 상황에서 하체운동을 하기에 최고인 듯. 다리는 가볍고, 다리와 엉덩이까지 묵직하게 근육감이 느껴진다. 이번 달에는 벌써 87마일을, 81마일은 걸어서, 6마일은 뛰어서 움직였는데, 이젠 4-5마일 걷는 건 일도 아니다. 처음엔 2마일도 꽤 힘들었는데. 아침에 해가 뜰 무렵에 걷는 기분은 조깅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오늘 하려던 burpees full set은 중간에 반 조금 못하고 포기. 무릎이 아팠고 절대로 무리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주말에 긴 거리를 걷고 뛰려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함을 잘 알기에. 


좀처럼 남이 권해서 책을 읽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하다보니 '독서인간의 서재'라는 책을 타고 넘어온 끝에 이도우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장면은 예쁘지만 극화 자체는 좀 데면데면했던 드라마와는 달리, 하지만 드라마의 이쁜 시골풍경이 적절히 머릿속에 남은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마치 80년대 인천의 어느 외진 동네를 보는 것처럼 배경이 깔린 내 머릿속에서 잔잔하고 감성어린 어른의 연애와 그 밖의 많은 복잡한 것들을 잘 버무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남자가 어떻게 이런 좋은 감성으로 여자의 심리를 그려낼 수 있을까, 또 어쩌면 이다지도 feminine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적으로 작가는 여자라는 사실. 짧게 남기기도 했거니와, 지우나 서우 처럼 '우'자가 들어가는 여자이름이 많은데 도'우'는 왜 남자라고 그냥 짐작해버렸을까. 설마 이것이 내 성인지 감수성의 수준은 아니겠지요??? 은근히 걱정되는 70년대 어느 즈음에 태어나서 마흔의 중반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남자의 걱정이다. 


내친김에 작가의 산문집도 마저 읽었다. 아마도 중앙대 안성을 나오신 듯, 당시 시골 한복판에 세워진 학교에 대한 묘사가 있고, 소설을 그저 한 권 읽었을 뿐이지만 이미 차용된 듯한 모티브도 볼 수 있었다. 이미 50을 넘긴 작가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많은 직업과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넉넉하게 쌓여 있어서일까, '문창과'출신 소설가들에 대한 내 편견이 누그러드는 순간을 경험했다. 남은 두 권의 소설은 좀더 아껴서 볼 생각이다. 겨울까지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이젠 정말 늘어지는 이 작품. 와인을 좋아해서 매주 마시지만 여기서 다루는 와인들은 저가라고 해도 보통 3-40불대를 넘어가는 최소 중가와인들이 대부분이고,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아직 제대로 마셔본 것이 없다. 주로 다루는 건 게다가 최고봉, 어쩌면 돈이 있어도 제대로 마시기 어려운 것들이라서, 아무리 묘사가 좋아도 이젠 좀 멀리서 보게 된다. 그저 마무리를 잘 하고 12사도의 정체를 밝히고 화해할 사람들은 화해하고, 맺어질 인연들은 맺어지면 좋겠다.


아직도 의문이다. 왜 지우나 서우는 여자로 바로 알게 되고, 도우는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어제는 넷플릭스에서 'Trumbo'를 봤다. Red Scare가 한창이던 미국에서, 할리웃에 몰아닥친 광풍으로 인해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사냥을 당하던 시절 꿋꿋히 맞선 남자의 이야기. '로마의 휴일', '스파르타쿠스' '엑소더스'를 비롯한 대작의 시나리오작가이자 어려운 시절 ghost writer로 엄청난 양의 B급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대가의 일대기. 추천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05-2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좋아했어요. 되게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것 같은데 오래 남는 그런 이야기였거든요. 그 뒤에 [잠옷을 입으렴]은 별로여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안읽었는데, 트랜님 이 페이퍼 보니 읽어볼까 싶네요.
트랜님 사서함 110호 읽고난 후의 감상이 궁금해요. 제가 아는 남자사람은 도대체 이 책 읽고 뭘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ㅎㅎ

transient-guest 2020-05-22 10:58   좋아요 0 | URL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묵혀두고 읽을 거에요 ㅎㅎ 말씀한 그분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그런 감상을 가질지 궁금합니다 ㅎ
 

처음 Shelter in Place가 공표된 3/16부터 아마도 거의 같은 패턴으로,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다니지 못하고 갑자기 급전직하로 내려앉은 회사의 2/4분기 실적에 따라 매일 복리로 쌓이는 듯한 스트레스로 인해 책을 읽는 것도, 일에 대한 의욕도 다 떨어지고 그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운동 하나만 정신줄을 잡고 있는 것처럼 해나가고 있다. 


연초에 계획한 건 날씨가 좋아지면 프리다의 전시회도 가고 자동차로 다녀올 수 있는 관광명소들을 하나씩 찍어서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잘 풀린다면 3-5년 사이에는 하와이로 이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하나라도 더 많이 보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고, 가능하다면 그나마 이곳에서 동부를 통해 유럽을 가는 것이 조금 더 나은 방편이라서 유럽여행도 이곳에 살 때 좀 다녀볼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그런 계획과 2020년은 뭔가 그레이트한 해가 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연초의 예감이 무색하게 COVID-19을 완벽하게 말아먹은 트럼프와 개판에 오판이 쌓인 미국의 의료행정 탓에 모든 것이 일단은 다 정지된 것 같다.  5/31부터는 이곳조차도 단계적으로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갑자기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버티는 수 밖에.


하와이가 그리운 마음에 뒤적이면서 다시 읽은 '파라다이스의 가격'은 'New York,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가 조금 더 유명한 서진 작가와 배우자가 두 달 동안 오아후 섬에서 산 이야기다. 재밌는 건, 이 책을 처음 읽던 당시만 해도 하와이에 다녀오기 전이었다는 것 (으로 기억한다).  처음에 갔을 때도 좋았지만 그 뒤로 작년까지 오아후를 세 번, 빅아일랜드를 두 번, 마우이를 한 번 다녀오면서 계속 느낀 하와이의 매력에 빠져 나도 언제부터인지 이주를 계획하게 되었고, 그 전에도 내 마음 같아서는 짬이 날 때마다 가고 싶은 곳이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건 빅아일랜드라고 하지만 너무 시골이고 그래서 먹고 살 것을 고민해야 하고 게다가 화산이라도 터지는 날엔 재수가 없으면 집을 날려버릴 수도 있기에 패쓰; 마우이의 경우 좀더 나은 환경이지만 모든 것이 비싸고 상어가 상대적으로 더 많으며 한국의 서해안처럼 조금만 들어가도 낙차가 심해지는 해변이라서 역시 패쓰를 하고, 살기엔 너무 비싸고 너무 시골인, 너무너무 아름답다는 카우아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멀기에 결국 오아후가 나에겐 제격이다. 그런 오아후에서 내가 머문 시간은 총 2주에서 2주 반 정도로 기억하는데, 역시 모든 걸 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듯, 이 책을 보니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새우트럭의 새우는 그 값에 비해 너무 맛이 별로였었지만 와이키키를 중심으로 맛있는 오니기리와 무스비를 먹을 수 있고,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 가서 먹는 우동이 있고, 한국음식도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등, 음식도 아시안과 양식이 적당히 잘 퓨전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역시 오아후가 최고라고 생각된다. 


언제 이주하게 될 지, 시험은 언제 어떻게 공부해서 다시 봐야 할 지, 막상 옮기면 하는 일은 잘 될지 등등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찾으면 끝이 없지만, 지금의 나로 사는 건 이번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니 주저하지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기왕이면 나이가 들었더라도 하와이에 어울리는 beach body를 만들어서 가면 더욱 좋겠다.  작가라는 인종이 부러운 큰 이유가 이런 뜬금없는 이주와 여행이 아닌가 싶다.  '비교적'이라도 '성공'했다는 단서가 붙어야 하겠지만, 그건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겠는가. 


한국에서 큰맘을 먹고 가는 여행이라서 그런지 많이들 보면 오아후 2-3일, 빅아일랜드 2-3일, 마우이 2-3일 정도로 한번에 다녀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고, 카우아이는 상대적으로 덜 가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추천하는 건, 당연히 한번에 한 섬씩 다녀가고,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머물다 가는 것이다. 최소한 그 정도는 있어야 유명한 곳도 다니고, 하루종일 물놀이도 하고, 다운타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평을 책으로 엮은 것 외에도 무척 많은 '책'이나 '독서'에 대한 책을 읽어왔다.  장정일 작가, 금정연 평론가, 그리고 최소한 러시아문학에 있어서는 undisputed champion과도 같은 로자선생 등이 기억에 남는 이 분야의 책들 중 이번에 구해서 읽은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서평집이지만 단순히 평가를 하거나 책을 소개하기 보다는 저자가 긴 독서인생에서 만난 명저들을 추리고 추려서 마흔 권을 고른 후 이를 권하기 위해 쓴 책이라고 봐야 옳겠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전혀 그 존재를 모르던 작가와 책들을 알게 되었고 몇 권 정도는 보관함에 담았고 바로 구할 책은 장바구니에 넣게 되었으니 저자가 의도한 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자기만의 철학이나 깊은 배움과 오랜 연마를 통해 나오는 서평집도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개도 좋겠지만, 이렇게 독서인생의 어느 즈음해서 자기가 읽은 것들 중에서 엄선된 양서를 남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도 멋진 일 같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 2부작(?)의 두 번째. 최근에 나왔는데 벌써 초판이 아닌 2쇄라고 나온다. 요즘 같은 시대에 참 부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이미 마흔에 대학교에서 사람을 가르치고, 책도 잘 팔렸고 영화화되기도 했었고, 고정으로 하던 방송까지 (종종 홍보수단으로도 강력하게 작용하는) 있었으니 수입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여러 모로 괜찮은 생활을 하던 그가 정작 글쓰기만 빼고는 다 잘 돌아가던 그 삶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을 거쳐 이탈리아를 돌아다닌 과거의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많이 했고 많이 책으로 빼낸 이 짓(?)을 김영하는 이제 몇 번 정도 하게 되는 일인데, 향후 2-3년 간은 이런 일이 쉽지 않을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특히 이탈리아 하고도 시칠리아를 여행한 기억은 오랜 시간동안 특별하게 남을 것이다.  가성비가 끝내준다는 시칠리아의 와인과, 그날 잡아온 생선을 매일 구해서, 역시 즉석에서 만든 파스타와 즐길 수 있었던 그의 시칠리아 stay가 부럽기는 하지만, 내가 포인트로 잡고 있는 곳은 사실 로도스섬에서 쫓겨난 성요한기사단이 18세기까지 지배했던 몰타섬이다.  은근히, 아니 대놓고 이제는 어학연수를 하면서 여행을 다니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이곳이야말로 유럽여행의 base camp를 차리기에 적합한 곳 같은데, 언젠가 김영하 작가는 이곳을 가보려나?  


늘 좋다가 가끔씩 재수가 없다가 하는 김영하 작가가 방송에서 말했던 바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닌 '사놓고 읽는 것'이라는 말이 무절제한 책구매에 대한 단골변명이라서 그 방송을 본 이후로는 늘 그에게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이라면 조금 과장이겠지만, 어쨌든 가끔 느껴지는 과한 외국지향(?) 또는 외국 stay에 대한 자랑(?)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서는 비교적 호감도 높은 작가로 진화(?)한 것 같다.


대가이자 기인이라고 칭해지는 '할란 엔더슨'의 단편전집. 자주 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계속 SF를 출간해주는 '아작'에겐 늘 고맙다. 과거의 전집시대에는 어린이 혹은 청소년 버전이나마 SF의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외판원들이 발품을 팔며 전국에 퍼뜨린 전집의 시대가 끝난 지금은 출판사에서 꾸준히 이렇게 SF를 내주지 않으면 여기 저기 나오는 것을 사서 띄엄띄엄 읽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SF는 척박한 출판시장에서도 마이너에 속하기 때문에 몇 권이 나오다가 시리즈가 끝나는 경우를 허다하게 많이 봤으니, 아작에서 계속 책이 나오는 건 그야말로 경이스럽다고 하겠다. 무척 혼란스럽게 이해가 어려운 것도 있고, 풍자로 가득한 사회성 짙은 소설도 있었는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탄탄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 한다.



'마의 산'을 몇 번의 실패 끝에 끝낸 것이 작년이니 2012년 경에 시작한 후 근 7-8년이 완독에 소요된 셈이다. 매번 중간에 끝내면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시작하는 걸 기본방침으로 삼았기 때문에 다시 읽으면서 처음에 놓쳤거나 이해하지 못한 걸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마지막의 성공한 완독은 상대적으로 기본내용은 충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명작으로 꼽히는 '부르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도 읽었던 바, 내용이 무척 촘촘하고 아주 깐깐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접근이 어려운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사에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가로서 가능하면 읽을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구해서 읽을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의 책을 시작으로 토마스 만의 단편 전집을 완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장편으로 나온 작품의 습작과도 같은 면도 있었는데 워낙 high density 스타일의 작가라서 이렇게 단편으로 보는 것도 처음 이 작가에게 다가가는 좋은 방법 같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도 중단편을 모아놓은 책으로 기억하는데, 이 역시 토마스 만을 처음 접하기에 나쁘지 않다.



일본에서 그의 문학사적인 위치나 찬사에 비해서는 아직도 난 그리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다. 여행기를 시작으로 두 편의 소설을 더 읽었는데 아직 그의 대작이라는 '둔황'을 읽지 못해서인지 이 둘의 소설은 솔직히 '그저 그렇다.'  '징기츠칸'은 그나마 나쁘지 않았지만 '공자'의 경우 읽는 동안 내내 이 고대라는 무대장치가 무색하게 '간사', '공자연구회' 등등의 현대어로 도배를 한 탓에 그 몰입도와 집중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정비석의 시대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서술하는 솜씨 등 여러 모로 필력이 그 이름만큼 대단한 작가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둔황'을 읽으면 모든 것이 더 명확해질런지?



내가 좋아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역사평설.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바로 그 다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결정된 사례들을 찾아서 열정적으로 그려낸 책이다.  나폴레옹의 일화도 그랬고 레닌이 러시아로 돌아오게 되는 일, 처형 직전에 은사로 풀려난 도스토옙스키의 이야기, 톨스토이 등등 흥미로운 것이 많으니 누구의 말마따나 진짜 역사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경우도 왕왕 있는 일이다. 


늘 아쉽고 가슴 아프게 생각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최후는 나치나 히틀러 같은 인간들의 준동을 막아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바, 트럼프와 그의 일당이 획책하고 있는 수 많은 정치적, 사회적 테러를 막아야 할 이유라고 하겠다. 한국에서는 너무도 잘못 알려진 오바마의 대일정책 (결과만 보고 결정짓는 그에 대한 인식)이나 현재 트럼프의 대중국, 대일정책 (역시 마찬가지로) 등 트럼프에 대해 일견 호의적인 사람들도 있으나 그는 인류의 주적이며 미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투기꾼 쓰레기에 다름 아니다. 이런 자들의 준동을 막아내고, 몰아낼 수 있는 수준의 시민역량이 필요한데, 정작 이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사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상하이'는 근대일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디미트로스의 관'은 다른 제목으로 나온 같은 책을 함께 샀다는 사실에, '우리가 추방된 세계'는 그 독창성과 아이디어들에도 불구하고 한국문단의 고질적인 단편에서의 멈춤이 기억에 남는다. 이 부분은 기실 로쟈선생의 책을 읽고 평소에는 어렴풋이 느끼던 점을 구체화하게 된 건데, 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끝나는 듯한 전개의 갑작스러운 단절을 넘지 못하는 한국의 현대문학 전반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디미트리오스의 관'은 '...마스크'가 원제인 듯 한데, 같은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나오는 시리즈물로 생각하고 두 권을 모두 샀으니 낭비가 크다.  '상하이'에서는 식민지시대의 다양한 일본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수확이라고 하겠다.


대충 5월의 읽은 책들을 이렇게 정리했다. 현재 11권을 읽은 것이니 5월 중에는 20권을 읽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지금도 계속 2-3권을 붙잡고 있는데 진도가 너무 더디게 나간다. 그런 책들을 위주로 읽는 것도 있고, 머리가 복잡하고 의욕을 갖지 못하는 일상의 문제도 있다.  그저 노력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05-20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좋다가 가끔씩 재수가 없다가 하는 김영하 작가‘라는 말에 빵터졌네요. 저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몇 권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좀처럼 좋아지지도 않고 기다려지지도 않는 작가거든요. 좋다 싫다의 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는 작가랄까요. 작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는 [여행의 이유]도 읽지 않았는데, 이번 신간이 이탈리아..와인... 이라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근시일내에 미국에 또 가고 싶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1-2년간은... 어렵겠지요? 더 길어질수도 있을 테고요. 유럽도 그렇고... 저는 매해 낯선 곳으로 떠나는 걸 너무 좋아했는데 그걸 할 수 없다는게 너무 답답해요 ㅠㅠ 마스크 쓰는 것도 답답하지만 여행을 못가는 게 더 답답해요 ㅠㅠ

transient-guest 2020-05-20 09:05   좋아요 0 | URL
인터뷰나 강연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뭔가 좀 감정이 죽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 작가에요. 저는 다락방님의 ‘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말씀이 그런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아주 이상해요. 뭔가 웃고 즐기고 다 하는데, 동시에 자신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듯한.

예전에 강헌선생이 모르면 일단 시칠리아산 와인을 주문하라는 말을 하면서 와인이 많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누가 시칠리아산이 뭔지 제대로 알겠냐면서 fake하는 방법이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가성비도 좋고 맛난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여행도 하고 미술관도 가는 등 문화생활을 즐기기 시작했고 하는 일도 그럭저럭 어려운 와중에도 자리가 잡혀가고 있었느데 2/4분기가 완전히 다 털어먹었네요. 당분간은 한국 국내여행이 더 나은 방향 같아요. 아무래도 유럽의 경우엔 아시아인에 대한 포비아가 넘칠 듯...

건강하세요!
 

예정했던 4월 중의 PPP loan이 은행의 실수로 다시 미뤄졌다.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이, 다만 나의 CPA와의 컨설팅을 거쳐 제시한 수치에 따라 은행의 실수가 입증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다시 처리하는 것을 급행으로 해주었다는 보고까지 받은 것이 이번 주 월요일이었다. 내일은 다시 메일을 보내서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 꽤나 성가셔 하는 것 같고, 사실 작다면 작은 계좌지만 그래도 연중 두 개의 계좌에서 원화를 기준으로 3-4억 정도가 움직이는데 이 모양이니, 영어를 잘 못하고, 사정에 밝지도 않고, 뉴스는 주로 미주판 한국신문에서 얻는 것이 고작인 개인업자들의 고충은 말도 못할 것이다.  아마 이 사태가 진정되면 의회차원에서의 조사는 물론이고 전국적인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번 PPP loan에서 은행들이 취한 행동이다.  


어제는 그렇게 몸을 혹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질 않았다. 누워서 계속 헤롱거리긴 했었는데 잠은 계속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과연 weight training을 하고도 엄청나게 움직인 보람이 있어서, 배가 좀 가벼운 정도. 

----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꽤 늙었다. 배운 인간들이 많고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하며 경제력으로는 세계 5위의 켈리포니아 주는 이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일단 주 차원에서는 5월 31일까지로 shutdown을 늘렸고 county마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여 완화를 하거나 단계별로 조건을 해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초기에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은 켈리포니아나 워싱턴 주가 그 엄청난 인구에 비해서 훨씬 낮은 피해를 당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시간 주를 비롯하여 트럼프에게 쉽게 선동을 당하는 시끄러운 소수로 넘치는 곳은 원래 그저 그런 곳이 많지만 아마 남은 2020년 동안 엄청난 피해를 입고도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모여서 시위하고 돌아다는 꼴을 보면 말이다. 의사라면 그렇게 못 하겠지만 이런 인간들이 COVID-19에 걸리면 그냥 격리하고 치료는 해주지 않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 끔찍한 병을 확산시키고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며 총기를 휘두르는 자들은 죽어도 싸다고 감히 생각한다. 머리가 나쁘면 몸으로 겪어야 하는 법이다. 

----


노벨상 후보로도 올랐던 전후 일본의 유명한 작가. '둔황'을 비롯한 역사소설이 유명한데, 책은 얼마전부터 구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흥미는 최근에 읽은 유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읽으면서. 우선 쉽게 접근하기 위해 에세이를 읽었는데, 생각보다 신통치는 않다. 처음에 읽으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도 조금 지겹거나 dense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중에는 그의 책을 좋아하면서 다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는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계 미국사람인 내게 다소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면 전후 패전에서 한창 일어나고 있는 일본사람의 어떤 관념 같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묘한 거부감. 그 옛날에 참 여러 곳을 돌아다녔구나 싶을만큼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재건에 성공하고 부흥을 꿈꾸는 일본사람의 모습과 식민지에서 벗어난지 겨우 5년만에 내전을 표방한 미니세계대전을 겪고 7년이 지나 박정희라는 역사의 사생아를 만난 한국의 당시 모습이 겹쳐지는 것. 잊고 싶은 과거라고 하겠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과 범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인식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나를 불쾌하게 했다. 


이런 것들을 빼고 생각해도 책이 특별히 insightful 하거나 한 건 없고, 그저 다니면서 보는 풍경이나 묘사되는 것이 상당히 특이하다는 점 외에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시대의 한계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작품들을 둘러보고 다시 읽은 후 평가해도 늦지 않겠다.


한자문화권에서 중국을 빼고서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듯이, 일본문화의 형성과 과도기, 이후의 독자적인 발전에 있어 한국땅과 한국땅에서 온 '도래인'들, 그들이 가져온 문화, 우리 땅의 처음 천년의 역사 동안의 교류를 빼고서는 일본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보다 강하게, 하지만 발전적으로 갖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사실 역사나 문화의 관점보다는 근현대사에서의 정치사회적인 부분, 교육을 통한 학습에서 온 인식으로써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깊은 의미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문화사의 관점에서 견주어 볼 수 있었다고 하겠다. 


아직도 우리 역사의 미스테리의 성격이 더 강한 철의 제국 가야를 비롯하여 그 연구는 커녕 역사까지도 송두리째 중국의 동북아공정을 통해 빼앗기고 있는 북방의 우리 고대사를 포함한 보다 더 넓은 사관을 위한 연구와 발전, 배타성의 뺀 하지만 더 깊고 넓은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서는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역사를 교과서와 선생이 쓰는 참고서를 중점으로 연도와 사건을 외우게 하는 건 태만을 넘어서, 국가라는 틀에서 보면 범죄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역사는 살아있는 것이라서 지금의 관점에서 다듬고 조작하는 것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과 중국의 행태가 그러하고 최근 이명박근혜정부에서의 시도 또한 국민에서 식민지근성과 패배의식을 교묘하게 주입하면서 국수적인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것으로 역시 교묘하게 군사독재시절을 정당화하려고 했었다. 그렇다면 참된 민주주의와 발전적인 민족주의를 지향한다면 이에 맞는 사관의 확립과 교육을 통해 지난 십 년간의 폐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다.


알고 또 알수록 더 깊어지고 더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근현대사의 역사인식을 빼면 가장 가깝게 지낼 수도 있는 나라와 사람들의 교류를 방해하는 아베와 일본의 극우정권은 양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큰 우환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서 언젠가 모든 것이 바로잡히면 문화여행을 가보았으면 한다.  책을 벗어나서 걷고, 다니고, 보고, 먹고, 마시고, 느끼고 싶다. 


로쟈선생의 문학해제라고 할까? 주기적으로 기고한 글이나 에세이를 모아서 독서일기처럼 나오고 있다.  책을 읽는데 있어 많은 참고를 하고 잘 모르는 뒷이야기나 배경지식을 전달해서 유명하지만 길거나 난해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전문학소설에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덕분에 선생을 책을 읽으면서는 늘 주문할 책이 늘어난다. 읽으면 읽을수록, 사면 살수록 구해야 하는 책이 계속 늘어나는 것.  

 

이번에도 책을 읽으면서 또 많은 책들을 장바구니나 보관함에 넣게 되었으니 그저 꾸준히, 열심히 읽고, 벌어서 또 책을 사야 한다.


초심자들에겐 더더욱 이런 책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어릴 때 그저 재미있게 문학을 탐독하는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철이 들면서 고전문학에 흥미를 갖게된 사람이라면 이런 길잡이를 통해서 흥미를 갖고 천천히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이 많은 어른이라서 늦게 고전을 읽게 되면 그 의의나 배경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어 진도가 더딘 경우가 종종 있기에 가능하면 중고생 때 고전문학을 한 바퀴 돌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모두에게 가능한 것도 아니고 다 그렇게 읽게 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부위에서 설명을 많이 읽어가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답답함에 술을 자주 마시니 오히려 그 맛을 잘 모르겠다. 역시 좋은 벗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 혼자 마시는 술은 약간의 결핍이 곁들여져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술이 마시고 싶기는 하여 이렇게 연거푸 책을 보았다. 대단한 건 없었지만, 한창 마실 수 있었던 2-30대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더라면 더욱 즐거웠을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이번 주말엔 뭘 마실까 고민하고 있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실컷 걷고 뛴 다음에 오전 10시나 11시 정도에, 따사로운 햇살, 하지만 적당히 선선할 때 배란다에 나가서 시원한 하와이맥주를 슬슬 마셔주는 것이다. 잘 참는다면 일요일 오전, 아니면 내일 오전에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저녁이나 밤이 심심할 것이라서 아껴두었다가 밤에 한 잔을 하는 것도 좋겠다.  아~ 몰랑~


소소하게 재미로 계속 읽고 있는 책. 언젠가 오락기들을 다 셋팅해놓고 즐길 생각을 하면서 90년대의 추억을 돌아보는 의미로 '하이스코어 걸'을 보고, 꾸준히 읽어온 맛에 'Vampire Hunter D 29'를 보았다. D같은 경우 첫 작품이 82년엔가 나왔다고 하는데 최근 2012년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작가도 대단하지만 꾸준히 책을 구하는 독자들이나 출판시장의 사정도 꽤 멋진 것 같다. 





freelancer의 시대라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서 쓴 것 같다. 배울 것도 있고, 자영업자로서 참고할 것이 많기에,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보려고 하는 고민에 이런 책들을 계속 읽고 있는데 어느 경우나 확증편향과 일반화의 오류를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덕분에 슬슬 이런 책들이 지겨워진다. 금년에 한 스무 권 정도를 읽어보려고 미리 구한 책들은 조금 더 천천히 볼 생각이다.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던 4월인데, 5월도 한 달이 그냥 이 상태로 지나가게 생겼다.  초기에 마스크만 제대로 쓰게 했었더라도 좋았을 것을.  소위 강대국이라는 서구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의료민영화에 따른 문제도 있지만 의료보장이 잘 됐다는 나라들도 그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을 보면 강력한 초기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쉽과 책임의식의 부재, 시스템의 붕괴, 거기에 정신 못 차린 국민성까지 총체적인 국가의 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답답함을 또 견뎌야 하리니 노력하고 또 노력할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