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다치 미츠루의 걸작들이다.  모두 공통적으로 야구를, 그것도 일본의 많은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고교야구 - 갑자원으로 포장한 청춘만화들이다.  스토리나 구성에 대한 이야기는 google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을만큼 많다.  그저,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렇게나마 그려 볼 수 있는 청춘 이야기라는 점.  꿈과 희망을 주고, 덤으로 아련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H2난 Touch는 좀 예전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더욱.  

 

이 작품들에 비하면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진격의 거인'은 대단한 만화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좋은 만화는 아닌 듯.  적어도 지금까지는, '진격의 거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절망과 공포일 뿐이다.  인간종에게는 상위종이 없다.  그런데, '진격의 거인'에서는 거인이, 아무런 목적과 이유도 없이 그저 인간종을 보는 족족 잡아먹는데, 이에 대항할 방법이 거의 없다.  아무리 용감한 전사라고 해도, 전과가 혁혁한 역전의 고수도, 한 순간, 끈을 놓치면 잡아 먹힌다.  일대일로는 전혀 승산이 없는 이 절대공포에서 오는 절망을, 만화를 보고 나서도 2-3일 간 나도 모르게 느꼈다.  그만큼 강한 impact를 주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난 꿈을 주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유쾌한 청춘만화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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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6-1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리 선을 그어 버리는 법이거든. 진정한 자신의 한계보다 앞에. 그 한발자국 앞에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불완전 연소밖에 못하거든, 저 녀석은. 자신의 잠재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모르는 채 여기까지 왔어. 재능이라면 히로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면서. 저 녀석이 자신의 껍질을 깰 찬스야.

기억에 남는 히까리의 대사였습니다. 일본 만화가 중에 아다치는 최고의 작가죠. 아다치 만화는 단편선가지 다 찾아봤었지요. 요즘 일본 만화 중에는 이런 만화가 거의 없고 대부분 잔인하게 때려 부수다 끝이 나지요. 중간 중간에 어쨌든 이것은 고교 야구만화입니다라는 안내 문구에 소소한 웃음을...

transient-guest 2013-06-13 01:22   좋아요 0 | URL
저는 히로가 엄청난 투구를 보이면서 승리하던 날은 모두 히까리의 생일이었다는 부분이 좀 뭐랄까 멋지더군요. 청춘드라마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이에요.ㅎㅎ 아다치 미츠루가 자기 PR을 많이 하긴 하더군요.

알케 2013-06-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H2에 집중할 수 없을까요? 몇번 들었다가 포기.. ㅎㅎㅎ

transient-guest 2013-06-13 01:22   좋아요 0 | URL
스토리 전개가 다소 느리지만, 처음보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이라서 끈기있게 잡고 읽었더니 정말 재밌더라구요.ㅎ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딱 그 만큼의 게으름이었을까?  책읽기는 밥먹는거 이상 거르지 않고 있지만, 한 동안은 후기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한 탓은 언제나 하는 것이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여전히 마찬가지.  더 이상 어떤 이유를 대기 어려울 정도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저 글을 읽고 남기는 것이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월초의 무지막지한 지름으로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읽을거리들을 확보한 상태인데, 영어책까지 합하면 도대체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가끔씩 불안하기도 하다.  

 

또한, 독서 불감증까지는 아니지만, 간혹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가 하는, 다소 유치하다고까지 생각하는 성공독서나 성공학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도 요즘 느낄때가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서 그저 그렇게 평하기는 했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해서 책을 읽기도 한다.  순수문학을 그런 의도로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장이나 개발을 위한 좋은 책을 찾아서 읽는 것은 분명히 개인의 특정한 상황 타개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나도 무엇인가 다른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그런 마음에 사무실 한켠에 겹겹히 꽂혀 있었던 온갖 자기개발서적을 정리하여 대략 세 박스 분량은 한 쪽에 쌓아 놓았다.  사실상 다시 읽을 가능성이 적은 녀석들은, 그렇게 묻고,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좋은 책이라도 생각되는 것들은 다시 읽기위해서 챙겨 놓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손가락을 놀리니, 막혀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튀어 나온다.  애초에 페이퍼를 열었을 때에는 간단하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만 적으려고 했었는데 말이다.

 

 

 

 

 

 

 

 

 

 

 

 

 

 

 

 

 

 

 

 

원제는 일본스럽기도 하고, 중국스럽기도 한 '남극요리인'인데, 남극의 셰프가 훨씬 산뜻한 느낌을 준다.  남극요리인이라고 하면, 백곰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인육요리라도 할 것 같은 기세니까...

니시무라 준이라는 사람이 두 차례나 일본의 남극기지에 파견되었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인데, 얼마 전에 영화로 먼저 보고 흥미를 느껴 읽어 본 책이다.  내가 히키코모리 성향이라도 있는 것인지, 나는 가끔씩 저렇게 먼 곳에 파견되어 한 동안 사회와 떨어져 생활해보고 싶은 요망을 갖고 있다.  산속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남의 돈'으로 남극에 파견되어 소수의 팀원과 규칙적인 공동체 생활을 해보고 싶다.  책으로 볼 때는 훨씬 더 고생스럽게 느꼈지만, 영화속의 그들은 아무튼 유쾌해 보였으니까. 

http://kosap.tistory.com/550 요기에 가면 남극세종기지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 니시무라 준이 파견되었던 곳은 이곳보다 훨씬 더 깊숙히 들어간 남극의 오지 같은, 세균도 살 수 없다는 곳이었고, 인터넷이나 무선전화기술이 발달하기 전인 1997년, 그리고 그 이전의 일이었으니까, 지금은 그래도 살만하지 않을까?  기압이 높고, 대기가 희박하여 조금만 무엇을 해도 헉헉거리고, 사방이 얼어붙은 물로 가득하지만, 어쨌든 물은 만들어야하며, 화장실과 목욕이 불편한 곳.  막상 가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생떼를 쓸지도 모를 노릇이지만, 어쨌든, 일상을 떠나, 책과 미디어를 조금만 챙겨들고 그렇게 떠나보고 싶다.  영화는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영화수집은 멈춘지 꽤 되어 그렇게 많이 아쉽지는 않다.  어쨌든 책보다는 영화의 스토리 구현이 훨씬 돋보였다는게 내 결론.

 

SF와 판타지의 여왕같은 존재.  퍼언시리즈로 잘 알려진 어슐러 르귄의 작품.  작가의 이름은 정확히 Ursula인데, 이를 어슐러로 번역하는 것은 우르술라라고 번역하는 것만도 못한 것 같다.  대충 울술라 정도가 발음에 가까운데, 쉬운 이름은 아니다.  80-90년대의 책들에서는 이 이름을 우르술라라고 쓴 용례를 많이 본 기억이 난다. 

 

현대의 SF나 판타지에 많은 영향을 준 작가인데, 이 작품에서도 현대의 많은 모티브들의 원형을 본다.  먼 행성에 내려서 현지인과 동화하지는 못한 지구인.  그 지구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면서, 섞이는 것은 엄격하게 금하는 현지인류, 그리고 정체가 들어나지 않은 무지막지한, 마치 로마제국 말기의 게르만 족 같은 야만족.  

 

재미있는 것은, 현지의 문명발달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과학사용의 제한을 둔 일종의 은하연맹 법이라는 개념.  예를 들어, 우리가 남미 오지에 갔다고 하면, 현지인 이상의 과학기술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인 셈이다.  이렇게 하여, 이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류는, 그러나 후발대가 없이, 그대로 현지에서 살게 되는데, 과학기술의 사용을 금하는 법을 지키는 바람에, 수 백년이 흘러 그들 자신도 과학기술의 상당부분을 잊게 되었다는 설정이 전체 스토리 진행이 무리없이 넘어가는 논리를 제공한다.  이 작가의 책은 절판되기 전에 SF팬이라면 그저 사들이는 것이 좋겠다.  영세한 국내 출판계의 사정도 그렇지만, SF를 비롯한 장르가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못하는 점은 여전한 한국에서는 특히 절판이 빠를 것 같다.  논술이 수능에 들어가면서 부터 더욱 심화된 차별...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나름 심도있게 따져본 책이다.  오타쿠 답게 해박한 만화지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왜?를 반복하면서 따지다보면 악당이 되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일견 1-2차원적인 옛 시절 만화들의 악당론을 3차원적으로 파고들면, 결론은 세계정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이렇게 보면, 세계정복이라는 단순한 관점, 그리고 인간이 로보트를 조종한다는 지극히 평면적인 세계관을 끝내버린 에반게리온은 그 말 그대로 신세기를 열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레진이라는 필명의 번역가도 특이한 사람인데, 딴지라디오에서 요즘 대성황인 '아부나이 니홍고'의 마사오 님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다루지만, 70년대의 악당관의 맹점을 잘 그린 영화가 바로 Austin Powers시리즈가 되겠다.  특히 2편에서 (한국에서는 이것을 1편으로 소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현재로 돌아온 Dr. Evil가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딱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수 많은 예전 시절의 악당관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해학적이다.  생각만큼 재미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러니까, 너무도 진지한 내용의 책이었지만, 색다른 관점으로 어쩌면 흑백논리에 익숙한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법을 깨뜨려 줄 수도 있는 책이다.  물론 이런게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여전히 미스터리.

 

조만간에 리스트를 만들고 좀더 다른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문학을 비롯하여 즐기는 독서는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안주하는 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어떤 mission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처럼 치열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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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앞으로의 더 치열해질 독서계획이 기대됩니다. 궁금하기도 하구요. 잘 이루시길요. 전 영화 남극의셰프 찾아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3-06-12 12:19   좋아요 0 | URL
격려 감사해요. 남극의 셰프는 일본 영화답게, 대사나 이런 것들보다는 장면으로 승부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다른 배우들은 잘 모르겠고, 주인공하고 의사양반은 좀 알아보겠더라구요. ㅎㅎ 20권을 선정해서 내일부터 하루에 한 권씩 볼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책들도 조금씩 보는것이지만...

댈러웨이 2013-06-1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 기대되요! 어떤 독서를 하시려는 건지! 안그래도 트란님 안보이셔서 궁금했었는데, 서재도 새단장하시고 딱 나타나셨네요. :)

저 질문할 거에요, 트란님. 질문 8, 아니 질문 9인가;;, 미국의 인종차별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이곳에서 저나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들이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었거든요. 백호주의라는 선입견이 오히려 그런 관점을 더 강화시킨다고 생각했구요. 미국 현지는 어떤지, 트란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요즘뿐만이 아니긴 하지만, 이곳 레이시즘 이슈가 끊이질 않네요.

서재 단장하신 이 느낌 좋아요. 전에는 너무 어두웠어요. 심기일전, 파이팅! ('파'는 폰트 100으로 키워서에요. :))

아, 그리고 쩌기 밑에, 제가 민망해서 지운 댓글에 답댓글 달아주시면 어떡해요? ㅋㅋㅋ

transient-guest 2013-06-13 01:26   좋아요 0 | URL
일단 20권을 선발해서 하루에 한 권씩 보는건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이 녀석들은 inspiration을 위해서 보려는 것이구요. 그다지 내키는 독서가 아니지만, 분명 이런 책들도 필요하다 싶을때가 있는거죠.

미국도 인종차별 문제가 늘 있죠. 하지만, 이민자의 국가이고 국가기본이념, 그리고 인권운동을 통해 적어도 연방차원에서는 인종범죄는 크게 다루고, 차별은 역시 큰 법적 penalty가 따릅니다. 유럽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광하고 와서, 미국을 은근히 깔보는데, 사실 외국인이 살기에 미국만큼 좋은 나라도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워낙 이민이 많아서 덜하지만, 예전엔 참 친절했구요 사람들도. 호주나 유럽은 방문객에게는 친절하지만, 막상 유색인종 이민자에게는 그렇지 못한 면이 많은 듯해요.

좀 밝게 지내야죠.ㅎㅎ 글구 어떤 댓글인지..

2013-06-1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6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김없이 월초가 돌아와서 이렇게 쿠폰이 나왔네요.

 

ZEKF-31AD-0D51

 

가져가시면 댓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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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모처럼 아침에 접속하니 이런 행운이 있네요. 잘 쓸게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6-05 02:29   좋아요 0 | URL
재밌게 보세요. ㅎㅎ
 

한 동안 잘 읽히지 않던 책이 다시 술술 읽히기 시작한다.  reading에도 슬럼프가 온다고는 하는데, 과연 지난 3-4월에 나는 슬럼프를 겪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다만, 눈에 보이는 최근과의 차이는 스케줄인데, 4월까지는 정신없이 돌아가던 회사가 5월에는 갑자기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면 내가 practice하는 분야의 legal service market이 돌연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들이 일순간 정지해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야심차게 계획하던 몇 가지를 일단 stop시켜놓고, 내심 초조하게 business가 pickpu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3-4주간의 시간을 보내고 났더니, 그간 꽉 조여져있던 머리가 다소 풀리기라도 했는지, 지난 주말부터는 독서의 많은 부분이 보통때의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해도, 몰입도,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지난 주중에 시작해서 warm up을 하는 자전거 위에서 틈틈히 읽은 책이다.  신경숙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처음으로 접하는 문체답지 않게 착착 마음에 감겨 와 닿는다.  이전에 김탁환이 같은 주제에 대해 쓴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과 같은 소재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소설과 신경숙의 소설과는 소재의 동일함, 일정한 timeline의 겹침외에는 그리 닮은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리진을 읽으면서 리심을 떠올린 적이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그저, 왜 비슷한 시기에 문헌상에는 아주 조금만 남아있는, 파리에 처음으로 가본 구한말의 조선 궁녀의 이야기를 두 명의 유명한, 하지만, 꽤나 다른 대착점에 서 있는 두 작가가 풀어볼 생각을 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은 중간중간 들었다.

 

김탁환의 리심은 소설 같다.  굉장히 빠르고, 여러 플롯들이 함께 전개되어 재미있는 한 편의 극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신경숙의 리진은 차분하다.  인물과 플롯을 엮어 극화화 했다기 보다는, 리진을 중심으로, 한 명의 여자의 눈에 비친, 한 시대의 종말, 새로운 문물, 그 속에서 느끼는 고독, 한계, 이런 것들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여기에는 구한말 조선을 둘러싼 정세속에서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 political maneuvering은 별로 없다.  그저 담담한 한 여자의 이야기가 마치 그 당시 조선의 운명처럼 잔잔하게, 그리고 애잔하게 그려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탁환의 리진보다는 신경숙의 리진이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표지의 느낌도 비슷하고 그림체도 비슷하지만, 그 밖의 모든 것들이 다른 김탁환의 책도 여기에 소개하고 싶다.  그의 책들도 절판된 것들이 많아서 못 구하는데, 박지원의 이야기를 다룬 압록강이 여기에 속한다.  다행스럽게도 예전에 한국책이 다수 보유되어있던 모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 차례 읽은 적은 있으나, 글로 남기지는 못했기에, 기회가 되면 다시 구해서 읽어볼 책들 중 하나이다.

 

조금 slow하게 남은 5월의 한 주를 보내고, 다가오는 6월부터는 모든 것이 또다시 차차 정상궤도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한 초도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다.  그저 남아있는 동안,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심신을 단련하면서, 그렇게 족적을 남김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PS 책이 술술 읽힌다고 했을때 쓰려던 이야기를 막상 글을 쓰던 순간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폴 오스커의 '달의 궁전'을 또한 읽고 있는데, 잘 읽힌다.  그전에 본 뉴욕 3부작은 막히던 부분도 있었는데 말이다.  달의 궁전은 곧 다 끝낼 듯.  그나저나 고전문학과 영어책을 더 읽어야 하겠는데, 잘 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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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5-2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탁환 씨 소설이 참 재밌습니다.추리기법을 능숙하게 구사하기도 하고요.
<압록강 >이야긴데...이건 광해군의 밀명을 받고 후금에 항복한 강홍립 장군을 다룬 작품입니다.박지원 등 실학파가 나오는 소설은 백탑파 시리즈에 있는 <방각본 살인사건>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5-29 23:28   좋아요 0 | URL
김탁환 소설은 저도 참 재미있게 여러 가지를 읽었어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압록강은 제가 착각했네요. 강홍립 장군 이야기를 하시니까, 압록강 내용이 확 다시 떠오르네요..ㅎ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이런 시간을 갖는 것 같다.  예전에 남의 일을 할 때에는 물론 여유라는 것을 갖기 어려운 때가 더 많았지만, 회사의 상태나 일의 load에 덜 구애를 받으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했었기에, 가끔씩은 업무시간 중에 밖으로 나와서 커피를 사마시면서 오후를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작년에 나의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일 외적인 것들, 예컨데 사무, 미팅, 관리, 재정까지 오만가지가 다 나의 손과 머리를 거쳐가게 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카페출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서도, 커피값 2-3불이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분명히 심리적인 압박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이번 주말의 본격적인 여름의 휴가철을 알리는 Memorial Day주말로써 연휴기간이 된다.  빠른 사람들은 이미 어디론가 떠났을 시간인데, 딱히 갈곳은 없지만, 사무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나도 훌쩍(?) 카페로 나와서 이렇게 노트북을 켜고, 전화는 개인 손전화로 forward를 시켜놓은채, 메모장을 펴놓고, 만약(?)의 상담전화에 대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책을 읽으며 오전 한때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간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틈틈히 읽은 책 몇 권의 이야기를 펼쳐 보려고 한다.

 

죠니 뎁과 출연진의 연기력과 스토리, 그리고 기괴한 분위기를 적절히 연출해 낸 촬영까지, 지금 보아도 재미있는 The Ninth Gate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다.  이제와서 보니 영화는 원작의 모티브와 인물들을 끌어다가 상당부분을 재구성한 일종의 파생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영화를 보았던 경험이 - 나는 이 영화를 심심할 때마다 보곤 해서, 아마도 열 번 정도는 보았을 것이다 - 책의 재미를 방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책을 다 읽고 나서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던 것을 보면, 책이나 영화나 separately 그리고 함께 2-3 시간의 즐거움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The Ninth Gate가 나오던 즈음만 해도 남는 시간에 종종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의 모든 것이 그때보다는 좋아졌지만, 그 시절의 젊음과 여유가 그립다.  과거를 추억하면서, 향수를 느끼는 우리의 심리상 항상 지나간 시간은 미화되는 경향이 심하다는데, 그러면서 한때의 젊은이는 꼰대가 되어가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영화와 책의 차이도 상당하거니와, 결말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주로 원작을 많이 cut하고 재구성한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무엇인가 모자란다거나 부족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반대의 경우는 영화로 압축되고 변형된 모티브의 원형을 밟아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the great 폴 오스터의 출세작이라고 하는 뉴욕 3부작을 이제서야 읽었다.  그간 김영하의 팟캐스트나 기타 책에 관련된 많은 글에서 폴 오스터의 위명을 들어왔던 바,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다만, 이 책은 1987년 경에 나왔기 때문에 이미 25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의 사고가 아닌, 그때의 무엇인가 보다 더 slow한 사고와 생활을 기본전제로 하고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추리소설의 고전을 읽을 때에도 많이 느끼는 것인데, 사실 인터넷과 온라인 database가 활성화 되어있는 지금과 그 이전의 세상은 얼마나 다른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한 이런 비교는 이 작품 역시 일종의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른 것이라고 볼 때, 일견 타당하기까지 한 듯.

 

3개의 각기 다른, 그러나 interconnect된 text들 속에서 내가 어렴풋이 보고 느낀 것은 오스터 내면세계의 현실화 내지는 작품화같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은 정신없이 읽었기 때문에 이번 한 번에 실체를 깊이 규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오스터속의 각기 다른 단면을 캐릭터화하였다는 것.  작품에 깊이 빠져들어가면 살짝 가상광증이 올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이 때에만해도 많은 작품들이 그 전 시대의 문학, 즉 소설을 이야기를 통해 무엇인가를 말하려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런 흔적을 보았다고나 할까?  21세기 한국문단에서 공공연히 회자되는 소설 그 자체로써의 소설보다는 좀더 고풍스러운 이런 것도 좋겠지 싶다.  그간 문학계의 현학적이거나 교조적이고, 견강부회에 대한 팬의 반발로써 이야기 그대로의 이야기도 좋고, 독자의 사고에 모든 의미를 맡겨버리는 형식도 좋지만, 역시 글은 그 깊이에 참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필히 조금 더 천천히 읽어볼 책.

 

늘상 하는 이야기지만, 책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의 경우도 그렇다.  이 책, '지중해 기행'은 몇 달전에 구매하고 바로 '모레아 기행'에 이어 읽으려고 했던 책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내용이 썩 잘 들어오지 않았고, 공감도 어려웠기에 내려놓았다가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의외로 쑥쑥 읽어내려가서 잠깐 짬을 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2-3일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건성이 아니라 제법 그 의미와 당시의 지중해 일대에 면한 고대의 지역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읽으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카잔차키스의 종교관, 인생관을 보고 공감한 부분에 밑줄을 쳤는데, 책을 사무실에 두고와서 - 자리가 좀 많이 남는 사무실 공간을 개인서재로 쓰고 있다 - 옮기지는 못하겠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의 대두를 보던 그가 무솔리니를 만난 느낌에 대한 것인데, 인류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관점에는 이 넘치는 활기를 긍정했던 것.  물론 윈주에 의하면 말년에 상당부분 이를 철회했다지만, 차별과 억압이 본격화되고 조직적으로 일상화되기 전까지, 특히 가해자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사람들에게 파시즘이나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는 일견 매력적일 것이다.  무엇인가 들썩거리면서 무엇인가 돌아가는 것 같은 환상과 착각을 주는 전체주의행정이야말로 인민의 아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정도만 더 앉아있다가 운동을 하려 갈 생각.  새벽운동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운동을 마치고 나왔을 때, 비추는, 겨우 조금전에 떠오른 태양빛, 아니면 동이 켜우 트려는 순간의 아침공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몸의 피로도에 맞춰 스케줄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점심-오후운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만큼은 남의 일을 할 때에도 비교적 내 의견을 고수해서 지켜왔을만큼 중요한 이슈이다.  몸을 혼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릇에 금이 가거나 그릇이 깨지면, 여기에 담긴 영혼도 - 정신과 마음? - 온전하기 어렵지 않을까?  게을러 질때면 항상 나 자신을 다잡게 하는, 나에게는 경구같은 말이다.  결론은 운동은 열심히, 규칙적으로, 그러나 몸 상태를 보아가면서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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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5-25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잔차키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전집 속 책을 대할때면 느껴지는 화사함, 평화로움, 바다 이미지 그런 게 좋아요. 우연히도 전에 댓글 달 때도 카잔차키스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흙흙. 간만에 카페의 휴식에서는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티는 뭐 주문하시고요? :)

transient-guest 2013-05-25 05:42   좋아요 0 | URL
카잔차키스의 책을 읽으면 항상 정갈하고 사색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로운 영혼을 노래했다고 하지만, 글 자체의 분위기는 그런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셨을때의 책이 아마 모레아 기행이었던 것 같네요.ㅎㅎ 카페는 Peet's Coffee였고, 간만에 모카 한잔에 과일/넛츠 스콘을 곁들였네요. 책은 리진 1권을 마저 읽고 소송을 읽으려다 운동하러 갔습니다.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05-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여행>에서는 프랑코를 편드는 글을 써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죠.

transient-guest 2013-05-26 00:45   좋아요 0 | URL
약체국가인 그리스인으로서 강한 지도자상을 꿈꿨던 것인지, 아니면 문사 특유의 감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도 있었군요.

댈러웨이 2013-05-2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의 작은 순간들에서 충족감을 느낄 때 인생 뭐 별거 있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훌쩍 카페로 떠나셨다니, 해피 연휴의 시작이네요. :)

코멘트 달고 싶은 게 많은 페이퍼에요. 저는 트란님이 힘주고 한 번 글 쓰시는 거 읽어보고 싶어요. 어떤 분인지 가끔은 정말 궁금해져요. 그나저나 제가 젤루 부러워하는 '새벽형 인간'이시라니.

질문. 8) 몇 시에 일어나시는 거에요? 다섯 시? 네 시??? 아니다. 동이 틀 때 정도면 여섯 시? (질문 잘해야겠다고 해놓고는 이모양이라니. 흙흙2.)

transient-guest 2013-05-26 01:25   좋아요 0 | URL
힘들지만 보람있다고 생각되는 야심찬 인생과 평범하지만, 마음은 편안할지도 모를 보통의 삶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게 우리 삶인가봅니다. 가끔 산속에 책 싸들고 들어가서 안 나오면 어떨까 싶기도 하구요.ㅎㅎ 제가 힘주고 써봐야 뭐 나올게 있나요...ㅎ 아직까지 내면에서 떠오르는 깊은 생각을 글로 형상화하는 작업은 서툰 것 같아요, 게으르기도 한 것 같구요.

새벽운동은 보통 4시에서 반 사이에 일어나서 갑니다. 해가 긴 여름만 아니면 대략 운동 끝내고 나올때에는 맑고 촉촉한 새벽공기를 맡을 수 있지요.ㅎ

transient-guest 2013-05-27 11:20   좋아요 0 | URL
맑고 촉촉한 피부까지는 모르겠어요...그건 아무래도 아침에 일찍 등산을 다녀와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