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인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책이라는 것을 제대로 읽기도 훨씬 전에 그는 이미 유명한 소설가였지만, 문학이나 한국소설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나의 독서편력에 그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읽은 '상도'를 통해서였던 듯 싶다.  하지만, 나중에 읽은 그의 초기작들이 눈에 익숙했던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최인호의 작품들은 나를 거쳐갔을 것 같다.

 

내 아버지와 동갑내기인 최인호씨가 어제 암으로 투병 중에 별세하셨다고 나온 기사를 보니 조금 착잡하다.  가장 나이가 들었다고 느낄 때는 동기들 중 누군가가 떠났을 때라고 하는데, 그 다음의 순위는 동기들 중 누군가의 부모님께서 떠나셨을 때인 듯 싶다.  최인호씨의 자녀와 나와는 물론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요즘처럼 오래 사는 세상에 68세에 세상에 이별을 고한 최인호씨의 떠남은 너무도 이른 것 같다.  쓸모없는 인간들은 저토록 오래 살면서 세상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는데 말이다. 

 

그간 수 년간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암이란 병이 그렇다고 한다.  그저,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쉬실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떠난 그를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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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영화쿠폰이네요.  가급적 첫 날에 포스팅 하려고 하는데, 이번 달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벌써 9월 중순이 다 되어가요.  추석이 곧 오는 것을 보니 이제 완전히 가을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절기상 추석이 9월인 해는 가을이 빨리 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한국이 열대기후로 바뀌기 전에는 추석은 제법 쌀쌀한 가을 중에 맞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가져가시면 댓글 확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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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9-14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 시간까지 쿠폰이 살아 있다니!
헤헤헷, 이번 달에도 행운을 제가 가져갔네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영화 재밌게 보고 올게요~
추석 연휴가 그곳에서는 쉬는 날이 아니지요.
그래도 보름달 꼭 보시고 소원도 꼭 비셔요~^^

transient-guest 2013-09-16 00:36   좋아요 0 | URL
즐겁게 보셔요. 이번에는 글 제목에 영화쿠폰이란 말이 빠져서 그렇게 남아있었나봐요.ㅎㅎ 님도 추석을 맞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지난 번에 처음으로 20일 20권 project에 도전하였는데, 마지막 5권에 발목을 잡혀 기한을 맞추지 못했었다.  업무를 보면서, 다른 책을 읽으면서, 운동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확실히 느꼈고, 이후 잡은 10권 project는 시작단계에서 다른 일들과 맞물려 흐지부지 되었던 바, 다시 한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saint님의 서재에서 두 번째 20권 project라는 글을 보고서, 용기를 내어서 다시 도전할 생각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책을 구매하여 시작하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지난 번처럼 예전에 읽었던 계발서나 실용서적들 중, 비교적 내용이 충실하다고 생각한 열 권을 모아 보았다.

 

 

 

 

 

 

 

 

 

 

 

 

 

 

 

 

 

순서는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행복의 정복'만큼은 맨 마지막에 읽을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닌, '행복'과 '불행'에 대한 넓고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시하여 줄 것임을 믿기 때문에 특별히 마지막에 읽는 것이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지난 번과는 달리 책 한 권을 읽으면 바로 읽은 기록을 남겨볼 생각이다.  열 권을 다 읽고나서 비교하는 것도 좋겠지만, impact있게 다가왔던 내용을 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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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9-1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발목을 잡힐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일단 열심히 읽고는 있는데 10일도 안남았으니 말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9-12 01:12   좋아요 0 | URL
계속 이어가는 그 꾸준한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에게 다시 시작할 계기를 주셨으니 언젠가는 저도 님께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은 삶에 있어, 어떤 구체적인 도움이 될까?  요즘의 내 생활,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비교적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는 이곳의 삶이 싫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열정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아직 대단한 것을 이룬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열정보다는 있는 삶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사는 정도를 바라보는, 그야말로 완전한 중년의 삶으로 녹아드는 내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다.  예전에, 아주 어릴 때,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꿈을 이룬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숨막힐 듯 즐거웠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찾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된다. 

 

중간결산을 해보니, 이번 해에는 벌써 책값으로만 필경 400만원 가까이 쓴 것 같다.  알라딘의 구매기록조회와 그간 사들인 영어책을 대충 가늠한 액수인데, 뿌듯함보다는 살짝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모으는 것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취미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과연 그들을 깊이 읽고 이를 내 삶에 견주어 성찰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인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삶을 찾는데 길이 되어주는가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없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도 읽기를 멈출 수는 없다.  가보지 않고서,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늠하는 것은 진실되지 못한 자세라고 한다.  가봐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한국어 발음으로 옮기면 촌상춘수.  예전에 알던 형 이름이 '춘수'였는데, 아마도 영자, 미자, 순자처럼 일본어에서 온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이탈리아-영국을 오가며 '노르웨이의 숲'을 쓰던 30대 후반을 마무리하고 40대에 들어서던 하루키의 여행 같지 않은 현지인처럼 살면서 지역 일대를 떠돈 일년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있다.  이 시절 우리나라는 해외여행도 함부로 못하던 때였는데, 이렇게 자유롭게, 그것도 꽤 성공한 작가로서, 시간과 비용에 덜 구애를 받으며 한 시절을 보낸 그가 늘 부럽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늘 펼치게 되는 책이라서 완독만도 여러 번이고, 가볍게 펼쳐본건 더 많다.  요즘 필력이 딸린다는 평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오랫동안 좋은 글을 쓰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비유를 차용하자면 이제는 환갑을 넘은 나이에 달리는 마라톤이 중장년때와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그의 글도 힘보다는 그저 오래, 그리고 안전하게 달리는 것이 더 큰 feature가 되어가는 것일수도 있다.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구했다.  다른 이들의 서평이나 독서론에 대한 책에서 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보아왔기에, 이번의 독서는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작가를 소개받고 알아가는 과정은 또한 늘 새로운 독서의 지평을 펼쳐낸다. 

 

창작의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보르헤스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에서는 확실히 이제까지 읽어온 서구문학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조금 더 거칠고, 덜 정형화된, tough한 느낌이라고 하면 어떨까?  

 

최소한 보르헤스 전집 시리즈 1-5까지는 다 읽어야 무엇인가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더 소개가 필요없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들 중 잘 알려진, 그리고 한국에 번역된 작품이다.  공부한다는 것, 학습, 내지는 research의 방편으로써의 독서와 자료수집행위에 대해 간결하고 명쾌하게, 그리고 매우 논리적으로 쓰고 있다.  무엇인가 조사할 테제를 잡은 후, 참고할 만하다.  특히 수단이 목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는 두고두고 기억하고 상기할만하다.  

 

독서와 글쓰기를 input과 output으로 볼 때, 좋은 글은 output에 비해 input이 월등히 많을 수 밖에 없음에 공감한다.  여러모로 시대에 뒤처진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리고 보편성을 함부로 부여할 수는 없는 이슈들을 다루고 있지만, technology의 발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다치바나 다카시의 research론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 

 

또한 이 책은 매우 열정적으로 한 호흡에 쓰여진 것을 느낀다.  그렇게, 한번에 앉은 자리에서 책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적어도 요즘의 책들에 비교하면 자주 경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굳이 이야기하면, 이 책은 사회인문보다는 자기계발에 가까운데, 굉장히 좋은 research-study의 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참고할 만한 좋은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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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저자의 책 두 권 - 여행자의 독서 1과 2 - 를 읽고나서 이 분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게다가 우연치 않게도 나와는 동향이다.  정확한 저자의 나이는 모르겠지만, 연배는 나보다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그는 그의 일과 취미를 합친 것 같은 삶 - 사진과 여행 - 을 살며, 그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책으로 엮어내고, 나는 여기에 이렇게 있다.  하루키가 사는 삶,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사는 삶, 모두 지향하는 바가 크다.  조금 자유롭게 적당한 강도의 노동으로 편하게 살면서, 단련과 수행에 힘쓰고,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삶을 원하는 나로써는, 이런 작가들이 부럽기만 하다.

 

그 전의 여행에서도 보았지만, 저자가 가는 곳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런 곳들이 아니다.  동-서유럽, 터키, 중국 같은, 어떻게 보면,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 입문단계에서 거치는 그런 곳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기는 하지만, 확실히 '주류'에서는 벗어난 지역을 다니면서, 자신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 같다.  다만, '여행자의 독서'는 독서와 여행이라는 화두를 적절하게 섞어냈지만, 이번의 책은 사진을 동반한 여행 가이드 같은 느낌에 다소 거부감을 갖게 하기는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갈 일순위의 여행지는 아닌 곳들의 모습이다보니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접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독만권서, 행만리로'라고 했던가?  독만권서로 가는 길은 죽을때까지 계속 걷겠지만, 행만리로는 시작도 못한 내 인생이 새삼 아쉽다.  언제부터가 시작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나의 인생에도 행만리로가 시작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날을 향해 조금씩 가고 있음에 만족할 수 밖에 없겠다.

 

우리보다 앞서 그 모습을 들어낸 서구의 기독교 근본주의, 그 훨씬 전의 뿌리깊은 그들의 종교전통이 흔들린 것은 우습게도, 그들의 missionary들이 점령한 동양의 전통사상과 종교의 도입과 함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역반응으로 더욱 fundamental해진 일부 교파의 교세확장과 사회주류진출은 다시 이 저자처럼 강한 종교수준의 신념으로 무신론을 설파하는 지식인의 출현을 낳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물론 순전히 나의 추론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강한 지식인 무신론의 feature는 확실히 외국에서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극강한 근본주의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생각를 안 할 수가 없고, 결국은 근본주의 교파에서 발생한 byproduct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그렇게도 비난하는 근본주의와 과학이 낳은 일종의 지적 사생아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당연히 그들의 이론과 주장 역시, 그들이 그토록 비난해마지 않는 종교인처럼 왜곡과 곡해, 유권해석, 그리고 결론을 위한 가정을 남발한다.  그들이 좀더 과학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종교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는 다르기 때문에, 무신론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기는 쉽지만, 종교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실, 종교를 과학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는 근본주의 교파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니까 자업자득이라고 해야겠다.  창조과학이니 (과학이라는 말이 아깝다), 지적설계니 하는 바보짓으로 스스로에게 불리한 언어와 논리로 종교를 과학의 차원으로 끌어내린 그들은 당연히도 무신론자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멍청한 짓좀 그만하자.

 

절제된 일본의 미학과 로맨스의 표현이 돋보이는 클래식이다.  아, 여기서 내가 쓰는 표현은 순전히 나의 말일 뿐이고, 정확하거나, 어떤 문학 또는 학술적인 가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오래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그리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고, 이번에 기회가 되어 처음으로 읽은 것이다.  많은 곳에서 인용되는 첫 도입문장으로 내가 받은 느낌을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아직 여러 번 더 읽어봐야 참 맛을 느낄 것 같아서이다. --- 라고 쓴 다음, 책을 찾아보니 집에 두고왔다.  이 부분은 이따가 다시 수정할 것이다.

 

눈에 푹 파묻힌 산간마을이나 시골의 모습은 아늑한 중소도시의 그 모습이나 도시의 화려한 모습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이런 모습은 특히 나카노의 온천마을 같은 곳을 떠올리면 되는데, 무엇인가 조용히, 하지만 실상은 매우 열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한다.  언젠가는 나카노의 온천마을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스키를 즐기고, 내려와서 겨울온천을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싶다.  그래.  그거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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