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실수 신나는 책읽기 27
황선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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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했을 때 그걸 그대로 인정하는 것, 당연한 얘기고 쉬운 일 같지만 때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파급효과가 커질 경우는 더욱 더. 그래서 가끔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한다. 물론 그럴 때 마음은 영 찜찜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대성이는 아주 커다란 실수(실수라기 보다 고의로 그랬으니 잘못이 맞다.)했지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서 은폐하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자신의 잘못만 은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 때문에 다른 누군가, 그것도 아주 착하고 아무 잘못도 없는 누군가가 의심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대성이는 제대로 된 양심을 갖고 있기에 그걸 보며 괴로워하다 결국 자신의 실수, 아니 잘못을 고백한다. 그것으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한 책임도 감당하기로 한다. 대성이는 잠깐 친구들의 눈총을 받긴 했지만 그 보다 더 값진 선물을 받는다. 바로 친구들이 대성이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 그렇다고 친구들이 바로 대성이를 믿고 진심으로 대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모두들 뻔뻔하다고 수근댔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하나 둘 대성이 편을 들어준다.  

황선미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동화를 많이 쓴다. 이 동화도 그렇고 <처음 가진 열쇠>와 <초대받은 아이들>도 그랬다. <초대받은 아이들>은 아들의 경험을 토대로 했지만 앞의 두 권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힌트를 얻었다. 물론 대부분의 작가가 어떻게든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지만 이 작가의 경우는 좀 더 직접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요즘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이 책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폐품으로 낸다는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실은 나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아니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만 그런가.  

그것만 빼면 다른 연결고리들은 참 잘 그려졌다. 대개 잘못을 뉘우치고 이야기가 끝나기에 중반쯤에서 대성이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때 의아했다. 벌써 잘못을 고백하면 다음엔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하고 말이다. 그런데 앞부분에서 물고기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 별다른 반응없이 넘어가길래 생명이 있는 물고기가 죽은 걸 너무 가볍게 넘어가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뒤에 살아있던 생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직접 '느끼는' 과정이 정말 생생하게 그려져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게다가 대성이는 그 사건으로 호되게 앓는다. 어린이 책에서 어떤 사건을 자신의 문제로 인정할 때 앓는 방식이 종종 사용된다. <소나기밥 공주>에서도 공주가 훔친 소고기로 미역국을 먹고 체해 심하게 앓고 나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해결하기로 하는데 그 과정이 비슷하다. 헌데 여전히 폐품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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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야, 독도 강치야 봄봄 어린이 6
김일광 지음, 강신광 그림 / 봄봄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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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생물에 대해 거의 모른다. 먹는 생선조차도 갈치와 고등어를 구분할 줄 알게 된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니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그러니 강치라는 어류를 처음 들어본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강치에 대해 전혀 모르니 이 책이 그냥 강치의 생활모습을 알려주는 동화 정도로 생각했다. 게다가 작가가 바닷가에서 살았기 때문에 바다와 강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니 그런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강치는 독도를 중심으로 동해에서 살았던 바다사자의 한 종류라고 한다. 그림을 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 단순히 '치'자 들어가는 다른 종류의 어류를 생각하며 그와 비슷한 어떤 물고기일거라 생각했다. 하긴 표지 그림을 봐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만 어류에 대해서는 아예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겼나 보다.  

여하튼 그런 바다생물인데 강치가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것도 자연적으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아픈 역사 때문이란다. 나라를 빼앗긴 그 시점부터 일본 어업회사가 무참히 죽이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단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 살았는데 사라졌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전혀 몰랐구나. 

이 이야기는 그런 실화를 바탕으로 강치 아라를 통해 강치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준다. 독도 근처에서 평화롭게 살던 아라와 가족, 친구들이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사냥꾼들에게 잡혀갈 뻔하기도 하고, 일부는 정말 잡혀간다. 이야기는 강치를 잡아가던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아라와 몇몇은 살아남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건 작가의 바람이라는 걸 안다. 이미 강치는 사라졌으니까. 

솔직히 동화 내용은 그다지 생동감이 넘치거나 감동적이지 않지만 강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읽을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우리는 일본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은 그런 개념이라기 보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현실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사람에 의해 사라져간 생명, 그것도 힘이 없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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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별에서 온 아이 창비아동문고 257
류미원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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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방학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가 정말 다양하다. 둘째도 이번 여름방학에는 세 개의 캠프를 다녀왔다. 거기에 시골 외가에서 보내는 일주일까지 합치니 방학이어도 집에 있었던 날보다 밖에 있었던 날이 더 많다.  

이 책의 아이들도 태권도학원에서 캠프를 간다. 외진 곳으로 갔으니 현대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극기체험을 하는 캠프일 것이다. 역시나 시작부터 세 아이들이 에어컨과 컴퓨터를 운운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원래 여행이나 캠프를 가면 거기에 충실하기 위해서 문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간혹 진짜 그런 곳으로 가면 불편하긴 하다. 하다못해 과자 하나 물 한 병을 살 곳도 없으면 어찌나 답답하던지. 진정한 여행에 대해 이상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나조차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들이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건 당연하다. 

동갑내기 세 아이 준호, 명후, 원갑이와 이들과 방을 함께 쓰는 뺀질이 태웅이, 그리고 원갑이의 동생 은지가 캠프에서 펼치는 활약상이 주된 내용이다. 원갑이와 은지는 태권도 관장님이 아빠다. 그런데 원갑이는 뭐든지 동생 은지보다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순히 못하기만 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아빠가 말끝마다 동생과 비교를 해서 원갑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러니 원갑이는 아빠 앞에서 주눅이 들어 더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세 명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캠프를 왔으니 어떻게든 풀어야 할 테고 어떻게든 풀어질 텐데 그 방법이 무엇일까. 동화의 중심점은 바로 이것이다. 거기에 준호도 자신의 문제를 갖고 있어 스스로 해결할 힘을 얻는다. 아차, 또 하나 새로운 인물이 있다.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하는 티립스. 이 외계인 친구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많이 들려준다. 그러나 티립스를 믿어주는 건 오로지 아이들 뿐이다. 어른들은 아예 믿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그냥 단순히 소년일 뿐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조금 낯설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염려된다. 산에서 밀렵꾼의 이야기를 엿듣고 아주 커다란 사건에 휘말릴뿐 아니라 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면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어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러한 사건조차 일종의 재미있는 경험 정도로 치부했다. 만약 아이들이 정말 이런 일을 겪었다면 이처럼 하룻밤의 모험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 치료를 요하는 일이다. 아무리 동화가 허구적인 요소에 대리만족을 해주기 위한 장치도 들어간다지만 이건 좀 너무 나간 듯하다. 그런 사람을 재치있게 따돌리고 신고하는 것까지는 괜찮을 수 있으나 인질이 되거나 총으로 위협까지 당한다는 건 심했다. 그들이 만난 외계의  소년 티립스가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으나 그 보다는 이들이 겪은 무서운 경험에 더 마음이 쓰인다. 이것은 분명 작가가 뒤의 사건을 지나치게 강하고 크게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방관자나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해결사로 등장해서 어린 독자는 통쾌할지 모르나 어른인 나는 여전히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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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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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방학 즈음이면 상영되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았다. 이제는 좀 컸다고 유치하단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어떤 것에 대해 생각을 할 때 그동안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특히 동화를 보거나 책토론을 할 때 애니메이션을 종종 인용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컸다고 안 보면 혼자라도 봐야하나 고민중이다. 

이 책을 보니 <몬스터 하우스>가 생각난다. 비록 유령집이긴 했지만 집에 생명을 부여한 방식이 이 책의 내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독 집에 애착을 많이 갖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집'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것이지 특정한 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전 우리네 부모 세대만 해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곳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산다. 그래서 집에 대한 애착도 사라지고 오로지 소유의 개념, 재산의 개념만이 남아 있다. 이 책에서 배꽃 아줌마와 같은 유목민은 집이 하나 정해지만 평생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에게 집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여하튼 재민이와 원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떡집에서 무지무지 맛있는 떡꼬치를 사먹다가 못된 범수에게 쫓긴다. 그러다 재민이가 어떤 집에 들어갔는데 그만 집이 도망가 버린다. 집이 도망가다니. 보통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뭐, 동화에서는 그런 일이 흔하니 별로 놀라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집중한다. 그리고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곤 한다. 여기서도 유목민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씨앗을 하나 받는데 그게 결국 자신의 집이 되며 심장 부분에 작은 싹이 수액을 품고 있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유목민들의 집은 어머니 나무와 연결되어 있단다. 즉 원천은 자연이라는 얘기다. 문득 영화 <아바타>의 신령스러운 하얀 나무가 생각났다. 

원호와 범수가 사라진 재민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범수의 아픔이 나타나고 결국 범수도 평범한 열세 살짜리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원호도 부쩍 성장한다. 이렇듯 동화에는 어떤 사건을 겪든 그 안에서 인물들의 성장이 들어 있다. 처음에는 재민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줄 알았는데 집에 잡혀가고 중간은 이름만 가끔 언급될 뿐이다. 오히려 원호와 범수가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하긴 범수가 원호의 돈을 빼앗은 게 사건의 발단이니 둘이 풀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집이 자신의 기분에 따라 벽지도 바꾸고 집안의 장식물도 바꾼다니 그 모습을 상상하기 바빴다. 망가지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 집. 이런 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배꽃 아줌마와 친한 친구지만 못된 마음을 갖고 나쁜 일을 꾸미는 왕빛나의 대립은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결구조다. 그러한 기본 구성은 너무 뻔해서 나중에 결말이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기발한 발상에도 불구하고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영화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작가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공부했다던데 역시 그랬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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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의 약속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2
박경태 글, 김세현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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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다고 말한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읽는 것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나 또한 읽는 것에 대해 그렇게 변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이런 책을 읽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현실의 아이들이 싸우듯이 생활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반면 이처럼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나도 자극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진 게 확실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뭔가 허전함을 느끼기 전에 나의 습성을 탓해야겠다. 

10편의 이야기는 모두 힘겹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특히 표제작은 마음 아픈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쪽은 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한쪽은 부모가 없는 고아라는 설정만 봐도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거기까지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는다. 유독 자기네 배추밭에만 애벌레가 많아 살충제를 준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제초제를 주는 바람에 배추가 죽은 이야기는 또 어떻고. 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고집스럽게 농사짓는 아버지가 선후에게는 바보같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고 함께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읽는 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모든 이야기가 잔잔하고 감동적이라서 그런지 여기서는 나쁜 사람이 없다. 비록 삶 자체는 힘들지 몰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따스하고 정겹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네 고유의 감성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하도 각박하니까 지금처럼 변한 것은 아닐런지. 작가가 이 책을 처음 낸 것이 1999년이라니까 변할만도 하다. 시대에 따라 글을 쓰는 방식이나 소재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자연의 모습을 서술하며 끝맺는 모습은 마치 카메라 앵글이 인물이 아닌 주변의 사물을 비추며 끝맺는 것과 비슷하다. 사는 것이 강퍅한 요즘, 이런 따스한 동화를 만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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