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 파티 - 선생님을 위한 멋진 선물 문원 어린이 8
박명희 지음, 강자영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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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 즈음에 보아서인지, 부제가 더 눈에 들어온다. 물론 표제 이야기는 스승의 날에 대한 이야이가 아니라 갑자기 전근을 가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모은 단편모음집이지만 그동안 읽었던 것과는 약간 다르다. 처음에는 뭔가 다르긴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는데 정리하는 시점인 지금에야 알았다. 바로 주인공의 나이가 천차만별이라는 것. 단편모음집이라도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데 여기 이야기는 정말 다양하다. 어는 것은 3학년이고 어느 것은 6학년이다. 대개 동화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주인공 또래에 나를 맞추고 읽는 습관이 있다. 그래야 그 또래의 생활에 더 공감이 잘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왔다갔다 하니 연령에 나를 맞추느라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는 새롭다. 소재도 새롭고 새엄마에게 다가가도록 만드는 선생님의 방식도 재치있다. 요즘은 워낙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 되어 3학년 짜리의 취미가 사진찍기라는 점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벌칙이 새롭다. 다른 친구의 사진을 몰래 찍는 것을 안 선생님이 그것의 잘못된 점을 일깨워주기 위한 벌칙으로 친구의 사진을 찍어오라는 벌을 준다. 바로 주연이가 제일 싫어하는 수지의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다. 그것도 수지가 엄마와 껴안고 있는 사진으로. 그런데 여기서 수지는 왜 벌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면 더 멋진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새엄마라서 어색해하는 수지를 위해 선생님이 생각해낸 방법이 정말 바람직하면서도 효과적이다. 결국 둘은 친해지리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새엄마와 친해지는 계기도 만들고 싫어하는 친구와 친하게 만드는 벌칙이라니, 그런 벌칙이라면 많이 있어도 되겠다. 정말 새로운 소재였다.

 그 밖에도 천방지축 동생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하지만 가족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나 억척스럽게 돈만 아는 엄마라서 싫고 창피해하지만 엄마도 마음 깊은 곳에는 남을 사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 등 모두 가슴 따스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참 이상하다. 다른 때 같으면 이처럼 별다른 고민이나 고통없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라며 투덜댔는데 여기 있는 이야기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 각각의 이야기에 나름대로 고민과 갈등이 있고 사람의 본성을 일깨우는 뭔가가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리고 때로는 감동이 있다. 시종일관 경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나 우울한 환경 때문에 읽는 이마저 가라앉게 만드는 이야기에도 기본적으로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이 들어있다. 다만 화장식 낙서 자작극 이야기는 좀 지나치게 나아간 듯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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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뒤로 나가! 신나는 책읽기 30
선안나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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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책을 보더니 읽겠단다. 어쩐 일이지, 책이라면 마지못해 읽는 녀석이. 생각해 보니 제목이 재미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표지를 본 몇몇 아이들도 상당히 친숙해 한다. 왜? 그건 바로 학교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니까.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자면 까마귀가 삼식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보인다. 즉 삼식이가 선생님 역할을 하는 까마귀에게 혼나는줄 알았는데 둘이 비록 만나기는 하지만 같이 말을 하거나 서로 소통하지는 않는다. 까마귀 가옥이가 혼잣말로 삼식이에게 화풀이를 할 뿐이다. 가옥이는 삼식이 말을 알아듣지만 삼식이는 가옥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가옥이는 새만 보면 질색을 하는 삼식이에게 맺힌 게 많다. 그래서 모두 돌아간 교실의 삼식이 자리에 가서 혼자 삼식이를 혼내고 그것도 모자라 똥까지 싸놓고 간다. 물론 그때 삼식이와 가옥이는 같은 공간에 없지만 서로 약간의 기운은 느낀다. 이런 게 바로 재미다. 서로 연관이 없는 듯하지만 연결이 되지만 그렇다고 영향을 주지도 않는 묘한 분위기 말이다. 나중에는 결국 삼식이가 왜 그렇게 새를 싫어하는지 알게 되어 다른 새에게도 인간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새가 다니는 참꽃 분교와 아이들이 다니는 초롱꽃 분교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올빼미 교장 선생님의 지시로 가옥이가 큰 역할을 한다. 마법이 나오고 동물이 사람의 말을 하는 열매를 먹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삼식이 주변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앗, 그런데 마지막과 뒷표지에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삼식이를 위해 누나가 그림이 많고 글이 적은 책을 사다줬다는데 그 책을 읽는 삼식이 그림은 <염소 시즈카> 아닌가? <염소 시즈카>는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고 이 책은 창비출판사인데, 이렇게 서로 인용하니 이 또한 재미있다. 물론 그림에서는 제목을 자세히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림 분위기만 봐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곳은 외곽지역이라 학교도 작고 도서관도 작다. 그리고 또 하나, 분교가 있다. 나는 아직 분교를 가보지 못했지만 행사를 같이 하기 때문에 가끔 전교생 35명의 분교 아이들을 본다. 그러니 이 책의 주인공 삼식이가 다니는 학교며 주변 이야기가 전혀 남의 일 같지 않다. 게다가 삼식이처럼 공부는 싫어하고 그저 노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의 아이들을 볼 때는 걱정이 앞서는 반면 이 책의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고 못해도 마냥 귀엽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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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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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에서 한때 판타지를 집중적으로 본 적이 있다. 그때 작품성은 차치하고 사람들이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판타지가 재미있다는 부류와 판타지는 너무 힘들다는 부류였다. 물론 지극히 현실적인 나는 판타지가 너무 어렵다는 편에 있었다. 대개 책을 읽으면서 해당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읽는데 아무래도 판타지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계를 그리므로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왕 판타지 소설이라면 차라리 SF가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아, 이래서 아이들이 <해리 포터>에 빠지고 어른들도 <트와일라잇>에 빠지는 거구나. 이 책은 그만큼 푹 빠져 읽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이러한 판타지를 많이 읽어보질 않아서 내 감정적인 판단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판타지의 전형이라고 하는 <끝없는 이야기>를 읽을 때와 비슷한 무언가를 느꼈다고나 할까.

 처음에 다짜고짜 아이들을 부모와 떼어 놓는데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전후 사정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케이트의 입장에서 서술될 때 마치 큰 아이인 것처럼 이야기해서 동생들을 맡아도 충분하리라 예상했는데 알고 보니 케이트조차 어린애여서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그들에게 집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기 전까지 세 남매가 고아원을 전전하며 온갖 고생을 하는 부분은 나도 모르게 부모 입장에서 그들을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고 만다.

 <끝없는 이야기>에서는 바스티안이 고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읽게 되면서 환상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서는 케이트가 어떤 책에 사진을 올려놓자 그 시점으로 들어간다. 사진을 아무것도 씌여 있지 않은 책에 올려놓으면 사진을 찍은 시점으로 돌아간다는 설정, 정말 판타스틱하다. 사진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영혼을 빼앗긴다고 생각해서 사진 찍기를 거부했던 사람들(물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가 그래서 반대했다'고 하지 않을까.

 케이트와 엠마, 마이클이 과거로 돌아가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동안 셋은 부쩍 자란다. 티격태격하며 싸우지만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형제를 생각하는 그들의 우애와 한 가지 사건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한 발씩 내딛는 모습,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용기를 갖게 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환상 세계에서의 모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험을 하는 동안 내적, 외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친구들이 괴롭혀도 대응하지 못하고 숨기만 하던 바스티안이 환상 세계를 구하고 나서 당당해 진 것처럼 케이트도 그럴 것이다. 중간중간 동생들을 바라보며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며 놀라지만 그 자신도 많이 달라졌다. 아마 세 아이들에게 각각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려면 앞으로 두 권의 책이 더 나올 텐데, 과연 거기서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궁금하다(그러고 보니 우리 작가의 책인 <아로와 완전한 세계> 시리즈도 세 남매가 펼치는 세 권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이와 비슷한 구성이다. 이 책 <에메랄드 아틀라스>가 대단한 찬사를 받았던 책이라니 <아로와 완전한 세계>가 새삼 다시 보인다. 물론 여러 면에서 우리 작가의 책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풍토에서 그 정도의 책도 대단한 것 아닐까). 또한 세 남매는 부모를 만날 수 있을까. 맨 처음 시작할 때 못 만난다는 것을 부모는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 모든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읽으면 될 텐데, 다음 권은 언제 나오려나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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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6 - 복제로봇을 물리쳐라 도시락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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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엽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또한 자신이 여러 명이 있어서 진짜 자신은 놀고 가짜가 학교며 학원에 다니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만난 책이 있으니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프래니가 나왔을 때였던가 아이 학교 사서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이런 책은 도서관에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샀는데 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 다음부터 다음 권 언제 나오느냐고 하도 성화를 해서 나오는 족족 사줬던 책이다(이젠 7권이 마지막이냐고 성화다).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었던 책인데 고학년인 지금도 틈만 나면 전부 꺼내서 다시 읽는 책이기도 하다. 어디 그 뿐인가. 이 책 싫어하는 아이를 만난 적이 없을 정도로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책이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우선 정말 엽기적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준다. 하긴 과학자가 꿈인 아이들이 많은데-물론 그 이유는 아마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프래니는 과학자이니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도 딴지를 걸기는 커녕 환호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니까.

 자신과 똑같은 로봇을 세 개 만들어서 각각 프래니가 배우는 것을 대신 배우게 하고 진짜 프래니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실컷 연구하고 조수 이고르와 놀아주는 일 말이다.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이것저것 배우지만 정작 프래니가 원해서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이건 정확히 요즘의 우리 아이들 모습인데 프래니네 나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시대와 지역을 떠나서 공감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러니 어디서나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환영받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프래니의 로봇들이 프래니의 계획대로 너무 잘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러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로봇들은 프래니의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진짜 프래니를 없애려고 한다.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과연 자신의 일을 남에게 미루는 것이 좋은가, 무조건 정상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 옳은가, 자신의 생각은 없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은가 등등 다양한 생각거리를 준다. 물론 어른이 읽는다면 반성할 '거리'도 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차치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는 점이다. 엽기적으로 행동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프래니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잘 해결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처럼 재미만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올바른 것이 무엇인가를 저절로 느끼게 되는 책이다. 여하튼 내가 지금도 '재미있는 책 없어요?'라고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얼른 건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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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 문제아 -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동화집 미래의 고전 24
신지영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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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충우돌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재미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얘네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런 아이들은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등등 혼자 이 애가 되었다가 저 애가 되었다가 한다. 그러다 생각이 향하는 곳은 바로 '그럼 우리 아이는?'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엄마가 싫어할 일만 골라서 하는 준우의 행동을 보며 한심해 하거나 이 엄마 정말 속터지겠다 싶다가도 혹시 내가 이런 적은 없었나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물론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겠지만 겉으로 그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아이에게 선입견을 갖게 만든 적은 없었던가 자문하는 것이다. 내가 동화를 열심히 읽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다. 책 속 인물을 통해 내 아이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해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준우의 행동이 조금 심했다 싶다가도 상황을 알고 나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또한, 준우 엄마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리라 본다.

  그런가하면 아픈 딸의 병원비 때문에 밤이나 휴일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영찬이 아빠를 보고는 잠시 동화라는 것도 잊은 채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가슴 뭉클해진다. 사실 이런 때는 슈퍼맨의 정체가 알고 보니 자신의 아빠여서 창피해하는 영찬이의 마음보다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에게 더 마음이 간다. 만약 아이가 읽는다면 자신들도 엄마나 아빠를 창피해하거나 모르는 척하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영찬이에게 더 감정이입해서 읽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어른인 나는 영찬이를 이해하기 보다는 가족의 상황에 더 안타까워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어린이와 내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것은 모두 동화를 읽으며 느끼고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그냥 글로써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꺽정불의 비밀> 같은 무생물이 주인공일 때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의 뒷 이야기쯤 되는 <보리밥 잔치>도 무생물이 주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 쉽게 공감이 가고 오히려 기발하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꺽정불의 비밀> 같은 이야기는 내겐 참 쉽지 않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사람들을 비꼬거나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지만 거기에 그닥 눈길이 가진 않는다.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 같은 경우도 너무 흔한 이야기라 특별히 의미를 두고 읽게 되지는 않는다. '내가 이래서 동화를 읽는다니까'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면 쉽게 공감하고 이야기에 푹 빠질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라 감탄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때로는 기발한 소재에 감탄하고 때로는 특이한 서술 방식에 재미있어 하며 읽는 동화는 내게 아이를 이해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귀한 존재다. 그래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어찌나 기쁜지 모른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동화를 즐기며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이 책에 있는 작가들이 다양한 이야기로 꾸준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는 일은 독자의 또 다른 기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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