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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돈 벌자고? ㅣ 창비아동문고 261
박효미 지음, 이경석 그림 / 창비 / 2011년 1월
평점 :
한 마디로 말해서 동화속에 경제를 적절히 버무린 이야기면서 동시에 이 책을 읽는 아이의 부모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유년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할 이야기가 많겠다. 게다가 사투리가 어찌나 고스란히 나오는지 덕분에 비록 읽는 속도는 느렸어도 사투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작가와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인지 마치 내 어린시절을 보는 듯했다. 물론 가희처럼 놀진 않았어도 거의 대부분을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이토록 활달하고 천방지축인 가희가 그동안 어떻게 집에서만 보냈을까 의아할 정도다. 모든 일을 다음으로 미루고 방도 치우지 않는 가희와 무척 깔끔한 나희가 자매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둘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뭐, 결국 가희가 구슬을 몽땅 잃는 바람에 원상태로 돌아가긴 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궁리를 하던 중 얼음이 언 논에서 노는 동네 아이들에게 입장료를 받기로 하면서 일은 시작된다. 지금이야 얼음이 언 논에서 입장료를 내거나 썰매를 대여해서 노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책 속의 아이들이 노는 시절엔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어차피 얼어 있는 곳에서 노는데 입장료라니, 그건 완전히 구두쇠, 아니 강도라고 여겨질 정도였을 게다. 가희가 내세운 입장료는 또 어떻고. 지금은 어쩌다 유행할 때나 가지고 노는 구슬이다. 나는 구슬을 갖고 놀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모르겠으나 당시 아이들에겐 상당히 귀한 물건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꼼짝도 않던 가희와 나희가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고, 그러다 결국 노는 맛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사정이 생겨서 못 나가는 날은 안절부절한다. 물론 거기에는 구슬을 따기 위한 집념도 있었지만 내 보기에는 놀이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인 듯싶다. 아이들은 원래 실컷 놀아봐야 나중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실컷 놀다가 아예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걱정돼서 지레 겁먹고 못 놀게 하는 게 요즘 우리 부모들이지만. 머리로는 아는데 그것이 가슴까지 내려오는데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너무 많다.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던 팔석이와 함께 놀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모습을 본다. 가끔씩 볼 때 가졌던 선입견이 서서히 사라진 것이다. 이렇듯 동네 아이들과 놀면서 드디어 가희는 많은 것을 배웠다. 모닥불을 피웠다가 팽나무에 옮겨붙는 바람에 불이 나서 고생하고 엄마에게 툭하면 맞고 욕 먹는 모습이 지금 아이들이 보기엔 도저히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성냥이나 라이터를 갖고 다니면 절대 안 되지만 그 당시는 어느 집이나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면 성냥이 필요했으므로 성냥은 흔한 물건이었다. 실제로 작가와 비슷한 또래들은 추워서 모닥불을 놓았다가 짚가리에 옮겨 붙어서 혼났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처음 읽는 순간 작가의 어린 시절을 무대로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텐데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기록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 지금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라고 해서 여기서 일어나는 일만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어린이가 생활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비교하기도 하고 기록하기도 하는 것이니까. 결국 그것이 모여 생활사가 되는 것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