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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맨 - 왕찐드기 나의 영웅 ㅣ 소담 팝스 3
뤼디거 베르트람 지음, 헤리베르트 슐마이어 그림,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무슨무슨 '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많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등. 모두 영웅이고 평상시의 모습과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구해줄 때의 모습이 다르며 그 사람의 정체를 잘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혹시 쿨맨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게다가 '나의 영웅'이라고 하지 않던가. 비록 앞에 '왕찐드기'라는 말이 붙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고 있던 무슨무슨 맨과는 차원이 다른 '맨'이다. 그야말로 쿨맨은 주인공 카이의 환상에만 존재하는 친구다. 흔히 어렸을 때 상상 친구를 만들어서 함께 노는 아이들이 있다던데 카이에게 쿨맨은 그런 존재다. 실제의 친구가 없기 때문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만든 친구. 물론 카이도 쿨맨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종종 자신이 미쳤나 보다고 자책하지만 그러면서도 툭하면 쿨맨과 티격태격 싸운다.
카이의 부모님은 연극 배우란다. 사이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싫다고 할 정도고 누나인 안티는 보기에도 삐딱한 사춘기 소녀다. 어휴, 내 딸이 만약 안티 같이 행동한다면 혈압 올라 벌써 쓰러졌겠다. 그러나 카이의 부모님은 이해심도 많다. 방을 온통 새까맣게 칠해도 그냥 두고 머리를 희안하게 기르고 다녀도 가만히 두고, 무엇보다 말도 안되는 파티를 열어서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그냥 두니 말이다. 이런 게 바로 문화차이라는 걸까.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니 무조건 미워할 수는 없다.
카이는 하는 일마다, 가는 곳마다 불운이 따라다닌다. 이왕 행운이 따라다니면 읽는 사람 기분도 좋아지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부모님이 하는 연극에서 시장님과 그 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하필이면 좋아하게 된 레나와 5분만에 헤어지질 않나, 거기다가 레나의 부모가 시장이라니 모든 불운을 합쳐 놓은 듯하다. 그래도 쿨맨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자며 희안한 이유를 대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위로한다. 아마 카이에게 진짜 친구가 생겨서 쿨맨이 필요없어질까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게. 만약 카이에게 쿨맨이 필요없을 정도로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쿨맨이 필요없어질 테니 이야기가 끝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걱정 없다. 당분간은 카이에게 쿨맨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어져도 결국은 그런대로 수습된다. 그리고 이들의 특징인 위트와 블랙 유머가 자주 나온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까 싶을 정도로 재치있는 표현이 많다. 또한 역자가 설명해 놓아 알 수 있는 언어유희도 재미있다. 사실 이야기의 상당부분은 그런 재미였다. 카이와 안티의 행동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지만 그들의 유머는 분명 칭찬할 만하다. 제대로 이야기하자면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위안을 찾고,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더듬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카이가 안쓰러워야 하는데 워낙 말썽을 많이 부려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다음엔 카이와 쿨맨이 어떤 황당한 사건을 겪게 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