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베이비복스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한 팀으로 나왔다. 히트곡 메들리여서 공연 시간은 짧았지만, 그래서 뭔가 더 짠했다. 자신들의 히트곡이었지만, 워낙 손발을 맞춰본지도 오래고, 안무를 다 까먹어 자신들이 예전에 어떻게 했었는가를, 찾아내어 연습했다는 심은진의 이야기는 더 내 마음을 짠하게 했다.  

고등학교 때, 베이비복스가 나오면 얼굴만 예쁜 그룹으로 알고, 노래 자체는 가치 절하를 한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앨범 전곡을 다시 들으면서, 내 옛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단순히 과거의 힘, 추억의 힘 때문이 아니라) 노래 하나,하나가 색깔이 있고, 이 바닥에서 성공해야겠다는 독기도 느껴진다. (불화설이 가장 많이 퍼진 걸그룹 중 하나였지만, 사실 이 그룹만큼 '의리'와 '조직력'도 괜찮은 그룹도 있었나 싶다)

온라인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을 봤는데, 친구들이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기를.."할 때 '아..이것이 세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비복스를 언젠가 나훈아나 송대관처럼 말하는 시대가 곧 올거라고 생각하니,..(세상에 나의 이지 누님이 품절녀라니..).오늘밤은 베이비복스로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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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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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정우열의 <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에 대한 리뷰를 a4 4장 분량으로 썼는데, 부주의로 날라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 이 새벽에 멍한 상태로,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자학과 자비 그 양극을 왔다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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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을 통해 정성일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텔레비전에 좀처럼 나오지 않는 그가 최근 어떤 토크쇼에서 한 멘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시한 인생을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매일 시시한 영화를 보면 됩니다." 

(리뷰는 당분간 내 마음에만 간직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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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8-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 많이 상하셨겠습니다. 복구하신 리뷰 알라딘 메인에서 읽을 수 있나요?

얼그레이효과 2010-08-21 20:2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늘 올렸어요. 근데 처음 맛은 안나는 듯요..^^ 좋은 주말 되세요~

2010-08-23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때론 더러운 공중화장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씨, 여기엔 무슨 화장지도 없어!"라고 버럭하다가도, 막상 넉넉한 화장지, 우리집보다 더 좋은 향기를 배출하는 방향제의 위력을 느낄 때면, 옛 화장실이 생각나는 것이다.  (<순수와 위험>의 저자 메리 더글라스는, 이미 예전부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이었다)

인간이란 참 간사하구나,라는 생각을 뛰어 넘어, 나는 인간에게 순수함과 더러움이라는 그 경계를 생각하게 만들어놓은 그 지각의 도식, 그 경계선에 대해 궁금할 때가 많다. 똥을 봐도, 더럽지 않네,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그려보고, 너무나 깨끗한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 "야, 아무리 혼자 살지만..."으로 시작되는 말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본다.  

그 경계를 문제삼을 때, 인간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예상이지만, 질서와 무질서를 딱 잘라놓던 장면들은 흐릿해질 것이다.  

가끔 이런 '변태'같은(물론 이 '변태같다'는 표현 자체도, 인간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든 문명의 기호라는 한계가 있지만)생각들이, 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건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오늘날 세상이 만만치 않은 건, 변태도 그냥 변태면 되지 않고, '합리적 변태'라는 상을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태'도 나름 의미를 붙일 수 있는. 아니 붙여야 하는. 

변태에게도 정치적 의미를 붙여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나는 처음에 그것이 혁명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은 자본주의가 보여준 최고의 함정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인간에게 남은 건, 이쁜 변태, 예의 있는 변태, 합리적 변태를 가려내는 그 자체가 아니라, 아예 그것을 인식하는 선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일텐데... 

장경섭 작가의 만화 <그와의 짧은 동거>를 읽으면서..문득 담배를 피고 싶어졌다.-정확히 말하자면 배운다는 표현이 맞을듯.담배를 피워 본 경험이 없다) (이럴 때, 사람들은 담배를 피는구나,같은 괴로움 그 상태에서. 일시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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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  

"응 약속이 있어서.." 

"응. 그래. 잘 가"   

"형, 잘 가세요!, 오빠 또 다음에 나와요"

"벌써 가?"(이놈, 휴가 좀 그만 나오지.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나봐) 

"응 약속이 있어서.."(사실, 혼자 집 봐야 하는데. 하지만 눈치 주는 것 같아서. 반기는 사람도 없고) 

"응. 그래 잘 가"(나는 숙제 해야 되서 이만)   

"형, 잘 가세요!,오빠 또 다음에 나와요"(어휴, 저새끼 간다. 좀 그만 나오지. 너무 자주 나오는 거 아냐) 

15분 후  

3  

작별 후 다시, 그는 돌아온다.  

"어? 선배?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그게 내가 길을 너무 빨리 나선 것 같아서..시간이 남네"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 군대 가기 전날 밤, 나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삶을 살 때 속상함. 

세상은 정말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구나,라고 느꼈을 때 다가왔던 당혹스러움. 

 

나같은 경우, 일부러 휴가증을 학교에 놔두고 와선 잃어버린 척 했던, 지금 생각하면 꽤 유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라도 해야, 날 기억해줄 것 같아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휴가는, 갑자기 일을 하게 된 휴가이며, 가장 '불쌍한'휴가는 군인들의 휴가가 아닐까 싶다. 

(더운 여름, 그들의 주적은 개구리복이 아닐까 하는 1인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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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깔아 놓지 않은 딱딱한 바닥. 조용히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 소리에, 몸을 누이면 솟아나는 '미열'이 감지된다. 방에 남은 건, 약간의 입냄새. 그리고 불쑥 튀어 나오는 옛 기억들. 하필 쓰라린 기억이라 놀란 마음에 외계어로 급조해 본 욕으로 그 기억을 쫓아내면, 행여 누군가 듣고, 내 외계어가 그 누군가의 잠들기 직전 대화 소재로 쓰이지 않을까,라는 희안한 상상을 한다. 

문장 A -> B -> C- > D를 꼼꼼하게 혹은 차분하게 읽으려고 집었다 놓았다 하는 책 더미 속에서, A->C로 바로 훅 넘어간 채, 그래 '읽었다'라고 넘겨버리는 책의 운명. 우물에 빠지기 전,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책의 얼굴을 무시한 채 떠나면, 갑자기 귀신처럼 그 책이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 있다. "그땐 내가 정말 미안했어.."라는 말을 할 새도 없이, 책은 내 목덜미를 콱 물어버린다.  인간인지, 흡혈귀인지 분간이 안 가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면 입에서 나는 피냄새로, 어젯밤에 나도 모르게 진행된 '흡혈귀였던 시간'을 곱씹어본다. 비록 그 시간의 덩어리는 내 송곳니에 물린 사람들만이 알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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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되면 왠지 어젯밤 내게 물렸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상한 역공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뜨거운 여름에 때 아닌 긴 셔츠를 입고 자신의 땀냄새를 지하철 온 곳에 풍기는 아저씨가 어제 심하게 물렸던 사람이었나 보지? 모처럼 사람 없는 카페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주문한 지 20초도 안 되어 나온 그 커피에 들어간 양심과 성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메신저 친구와 키득키득거리는 저 점원이 어제 내게 물렸던 사람이었나 보지?  

책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 없는 상상들이 책을 읽은 후 찾아올 때, 내가 굳이 이 책 속 사람들 은교와 무재에게 감동 받지 않아도, 그들이 만들어놓은 여백 속에서, 내 스스로의 '짧은 소설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때. 이것은 참 좋은 책이구나,라는 그 단순한 표현이 사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진정성이었음을 인정하게 될 때. 웃어야 하지도, 울어야 하지도, 차라리 웃지도 울지도 않아도 된다는 그 중립 자체마저도 신경쓰지 않아도 될 때. 그 '아무렇지 않음'이 주는 편안함을 나는 왜 이렇게 어렵게 받아들이려 했을까라는 반복적인 후회를 하게 될 때. 결국 내게 남은 건 '나'밖에 없다는 그 사실이 비극이 아닌 위안이 될 때. 

일제 시대의 기억을 꼭 거치는 땅부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속물성을 가린 채 세상의 모든 위악을 다 뽐내려는 고시 준비생이 아니더라도, 대뜸 그리운 외할머니의 포근한 사랑을 자신의 부모에 대한 치유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꼭 밟길 원하는 그 장소에 우리가 있지 않더라도, 진행될 수 있는 이야기의 잠입은, 의도하지 않은 때와 곳에서 일어나리라. 

A -> B ->C ->D를 지켜가며 모처럼 읽은 소설 <백의 그림자>에서, 나는 읽기의 윤리를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놀러 간 친구네 집 책장에서 문득 발견되어 걸린  생선이 파닥파닥거리지 않고, 그 큰 눈만 뻐꿈거리고 있을 때. 생선을 개를 쓰다듬듯 만져주면, 신기하게도 비린내는 '참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된다. 쓰다듬는다는 것이 읽기라면, 이 책은 읽기의 윤리를 우리에게 묻는듯하다. 많은 책이 사실 그런 윤리를 요구하겠지만, '미워할 듯'좋아하는 것과 '좋아할 듯'미워하는 감수성이, '우리 동네'의 윤리가 된 상황에서, 내가 책에 정직해지면, 책도 나에게 정직하다는 읽기의 윤리. 그것을 솔직하게 뽑아내는 언어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흡혈귀가 되어, 이 생선을 물지 않아서.   

(내가 흡혈귀가 되지 않도록 이 책을 건네준 친구 참참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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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내가 남아있다는 사실은 정말 축복인건데...^^

얼그레이효과 2010-08-14 00:1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마기님. 그것을 고맙게 여긴다고 고백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요. 아직 제 삶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