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들의 호기심
김신식
올해가 벌써인 사람들과 올해는 아직인 사람들이 만나 벌이는 유일한 위안은
결국 세상사와 주변일이었다
할머니의 손주름이 아니더라도
달력이 된 손가락은 시절과 세월을
탓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오늘은 김씨, 이씨, 박씨, 최씨들의 시시콜콜함에
끼어들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뾰족한 한 녀석이 무슨 어울리지 않는 성자 타령이냐며 그 선한 음흉함을 벗어던지게
라고 십자가를 보이면
자네 이 성경구절을 아는가 하며 들킨 마음을
숨겼다
누군가의 아이고, 만 들어도 또 누가 떠나는가보다 싶어 대신 말을 이어주면 탄식한 친구는
그런 게 있다네로 날 아이 취급하지만 이내 소주로 입을 이리저리 헹군 뒤
그게 말일세로 운을 띄운다
나는 본디 청개구리라 막상 말이 시작되니
이미 딸딸이를 친 기분이네 농을 던지니
어허 사람 참 하는 삿대질이 싫지 않았다
탄 마늘만 씹어먹던 윤씨가 고백의 제왕인 줄
진즉 알았더라면 젓가락 짝이라도 맞춰줄걸
속으로 곱씹었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문양에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입담에 아직 반 이상 남은 술잔을 보는
계획맨 임씨는 마음을 놓은 채 여기가 명당일세라며 엉뚱한 추임새를 넣었다
작별들의 호기심이 새어나올라 치면 윤씨가 고맙게도 땡초를 먹어주니
풋고추라 속인 아주머니의 분주함에 박수를 보탰건만
윤씨의 뚝심은 분발에 분발을 더하거늘
오이를 먹던 성씨가 아이 매워를 깡마르게
외치니 그 시끄럽던 고깃집의 말들이
물구나무를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