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는 제 개인 글이니 주목 포스트에 올리지 말아주세요) 

# 1. 

새 일을 준비하면서 느낀다. 저자와 편집자의 호흡 문제. 박가분 씨의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인간사랑, 2010) 같은 형태의 책은 대학원생도 안 읽는다는 것이다. 대학원생은 이런 책을 읽는 실수요자다. 대중이 저 레벨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저자와 편집자가 더 친절하게 나가야 하는가? 난 후자의 방향을 따를 것이다. 

# 2. 

그러기위해서는 저자가 다루는 내용을 '아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저자와 만났을 때, 저자가 하는 말의 뉘앙스를 좇아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가 아니라, 저자의 정곡을 때론 찌를 수 있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인문사회판 저자들이 기획자들 무시하는 것 공공연할 일 아닌가. 결국 저자와 씨름해야 한다.   

 

# 3. 

내가 전공한 문화연구 쪽 책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학 책들. 정말 실망스러운 책 뿐이다. 이 재미있는 학문을 재미 없게 만드는 학문 사회를 압박해야 한다. 난 더 비판의 수위를 높일 것이다. 특히 대중의 일상을 연구한다는 문화연구자들. 정신차려야 한다. 자신의 아티클이 논문에 안 실린다고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아티클이 대중에게 안 읽힌다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아니면 정말 과감하게 이 학문 사회 판에서 따로 나와 커뮤니티를 조직하는 수밖에. 이게 도대체 뭔가. 정작 대중이 모르는 문화연구가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학자들 세미나에서 서로 재미있는 주제네 하며 자기네들끼리 웃고 떠들고 비판하다가 끝나는 모임이 무슨 소용 있단 말인가. 그러니 다른 연구하는 동료들은 문화연구자들이 재즈 음반 수집하는 것 즐기고 돈 많은 집안에서 취미로 공부하는 연구자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 문화연구 가르치는 대학원 학과 다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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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민하는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노인 냄새'와 혐오. 다른 하나는 '대학 새내기'가 처한 어려움이다. 

오늘 유르겐 텔러 개인전을 보러 대림미술관을 향했다. 종로 일대 역을 지나 미술관이 있는 경복궁역에 도착하기까지, 소위 '노인 냄새'라고 말하는 냄새가 지하철을 채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칸으로 건너 가기도 했고, 다른 노인은 큰 목소리로  이게 무슨 냄새야, 하며 친구들과 다른 자리에 앉자는 말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 네이버에 '노인냄새'를 쳐보니 관련 기사들이 몇몇 보였다. 일단 기사는 노인냄새를 개인적인 처방의 관점으로 다루고 있었다. 예컨대, 활동량이 적어 지방산 연소가 덜 되었고 그 때문에 '노네날알데히드'라는 것이 퀴퀴한 냄새를 나게 한다는 둥, 고로 샤워를 자주 하고 데오도란트를 자주 바르라는 둥의 진단 말이다. 근데 난 문제를 좀 더 사회적인 차원으로 보고 싶었다. 이것은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노동' / '비노동'의 문제다.  

자신이 노동자인가, 비노동자인가라는 구분이 사회적으로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는 시대다. 그렇기때문에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일하고 있는데, 너는 뭐하냐라는 식으로 주로 출발하는 이 문제는 시민의 경제와 감정, 그 밀착된 관계를 고찰할 수 있는 시사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주로 '비노동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노인은 사람들의 혐오가 가장 많이 투여될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경제와 감정의 관계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그리고 그 중 점점 늘어날 '혐오'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사회 대책의 차원으로 고민해볼 수 있을까. '노인 냄새'의 문제는 그래서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냄새의 사회학'은 가능할 것인가. 나는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 

다른 하나는. 대학 새내기가 처한 어려움이다. 새내기를 다룬 책들을 대학 내 도서관에서 찾아보자. 주로 희망찬 대학생활을 하기 위한 조언 가득한 가이드북이 득실득실하다. 그런데 이런 책의 효과는 대학 새내기를 둘러싼 '긍정의 배신'이란 결과로 돌아온다. 이런 가이드북은 요즘 새내기가 처한 어려움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이다. 1학년으로 들어와 각종 행사에 동원되고, 그들은 학교 생활을 제대로 배울 시간도 없이 바로 주요 스탭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2학년이 되면 자신의 우울한 새내기 시절을 돌아보며, 우울함을 이유로 이유 없는 '휴학'을 시도한다. 휴학은 각각의 변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오늘날 '휴학'은 분명 정서적 전염의 성격이 있다. 내가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휴학을 하면, 나도 휴학을 따라 하고 싶은 심리. 이 심리는 그러나 '사회적'이다.   

2학년만 되면 슬슬 학교 행사를 비롯해 뭔가 같이 해볼 수 있는 자리를 빠지고 싶어 한다. 그러면 결국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친구들은 나중에 1학년이 된다. 1학년은 더 배울 시간도 없이 바로 전문성을 요구받고 행사는 뒤죽박죽이 된다. 3학년, 4학년은 취업 준비라는 명목으로 인해 어정쩡한 참여 상태를 유지한다. 학생총회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마냥 기쁠 수 없다. 참석한 친구들은 아직 학교 사정을 배우고 있는 1학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안건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제 취업 압박이 1학년 때부터 시작되면서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고 나름 극복해보려 하지만, 막상 그런 극복의 자리가 마련이 되면 실천하고 싶지는 않은 어정쩡한 심리 상태가 대학 새내기부터 굳어지게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새내기의 심리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학 문제를 보다 세밀하게 다룬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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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슴츠레 2011-05-2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내기론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런 사회과학적 내지는 현실주의적 시선 속에서 '학생운동'이나 그것의 가능성/불가능성의 조건으로서의 '학생사회'가 제대로 인식될 수 있겠고요.

얼그레이효과 2011-05-26 07:09   좋아요 0 | URL
네.그렇겠지요..새내기 저 학교 다닐때보다 더 안타까운 생활을 하고 있더군요.

안티노네랄 2012-03-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은 글,, 잘봤습니다.
노인청결은 정말 중요한것 같습니다.
저희 안티노네랄 비누,크림으로 노인냄새를 관리하세요~
아래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노인냄새(건조증/가려움/비늘제거) - 안티노네랄비누,크림
http://anti-noneral.com/front/php/product.php?product_no=3&main_cate_no=12

욕심많은태양처럼 2012-04-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입장의 문제 아닐까요??
신세대와 구세대의 차이, 지나감은 잊어버리고 발등에 떨어진 불때문에 뒤돌아볼 여유가 없으니
다른사람의 고충을 들여다보기 힘듬아닐가요???
냄새의 사회학도 세대간의 차이?? 젊은사람은 왕성한 호르몬 냄새를 풍기니
그 또한 노인들에게 냄새로 다가오는데 그걸 모른다는거죠.
냄새물질을 제거해주면 노인냄새는 간단히 해결되는데 정보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모른다는것이 안타깝습니다.
검색창에 "시니어클린" 검색하시면 많은 정보 있습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라디오 방송 패널로 잠깐 활동할 때였다. 방송 컨셉이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라 매주 비평할 방송분을 점검해야 했다. 내가 패널로 참여하는 방송 진행자의 다른 라디오 프로를 들었는데, 목소리가 안 좋다는 것을 느꼈다.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방송 원고를 보내면서 많이 피곤하신 것 같은데 건강 조심하라는 말을 함께 남겼던 것 같다. 방송 당일, 방송을 끝내고 진행을 맡은 여성 아나운서에게 재차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건넸다. 당시 아나운서의 답변이  가슴에 남았다. 

"아..죄송해요. 제가 건강 관리를  못해서 많이 불편하게 들렸죠?' 

집에 돌아오면서, 어떤 짠함이 계속 떠나질 않았다. 그녀는 왜 내게 죄송한다는 말을 해야 했던 걸까.  

세상 어느 일이 다 안 그렇겠냐마는..이란 말로 나름의 아픔을 일반화시키는 게 참 미안해질 때가 있다. 난 아마 그 순간을 경험했던 것 같다. 

요즘은 글 하나 쓸 때도 누군가가 매서운 덧글을 달까봐 조마조마해진다. 한때 공원 속 공용 화장실에서 나오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친구 삼아 혼자 밤을 지새던 그 똘끼는 많이 죽은 것 같다. 많이 두렵고, 또 오늘은 내게 어떤 상처가 다가올까 늘 미리 챙겨보는 삶. 그게 나라는 걸 인정하기가 참 어려운 삶. 그래서 한 번 더 두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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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5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지를 만났네요ㅋㅋ 게다가 전 말씀하신 똘끼조차 없는 놈인걸요. 절 보면서 위안을 삼으세요^^

얼그레이효과 2011-05-25 09:49   좋아요 0 | URL
후와님은 대신 글자 향한 애정이 있으시잖아요.~^^ 부럽습니다.

2011-05-25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5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5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년.  故 송인득캐스터.  

- 국내 메이저리그 방송을 위해 헌신하다  

2011년. 故 송지선아나운서. 

- 국내 여성 야구 전문 아나운서 1세대를 열다  

 

2009년. 故 전 노무현대통령. 

-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다

 

그들이 떠난 5월 23일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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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사진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사진입니다. 송지선 아나운서를 좋아해 모든 인터뷰를 챙겨 읽었습니다. 그녀는 김석류 아나운서와 함께 본격적으로 여성 야구 전문 아나운서 1세대를 열었습니다. "여자가 알면 얼마나 알겠어"라는 말 듣기가 가장 쉬운 게 스포츠 영역입니다. 다른 여성 야구 아나운서들의 인터뷰를 보면, 어떤 구단에선 인터뷰 후 소금까지 뿌렸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여성 야구 아나운서의 활발한 활동이 정착되지 않을 때였지만, 그때 받은 상처들은 정착했을 겁니다. 아마 송지선 아나운서도 그런 상처들 다 감내하고 이 자리에 왔을 겁니다. 

송지선 아나운서는 씩씩하고 당당하며 늘 열정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으로 야구팬들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팬은 점점 늘어났고, 여성 야구 아나운서를 무시하던 분위기도 점점 사그라 들었습니다. 선수들의 전지훈련에 동행하여 팬들이 알고 싶은 점들을 묻기 위해 사전에 공부 또 공부하고 가야 했습니다. 행여 방송 인터뷰 때 감독이나 선수 호칭을 실수해서 팬들에게 "그러면 그렇지. 여성이 야구를 뭘 안다구"라는 말을 들을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다음엔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과 함께 야구 지식을 철저히 익히고 또 익혀야 했습니다.  

언제부터 그녀의 인터뷰 내용에서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답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과 엮이는 문제, 그 문제에서 자라나는 근거없는 소문과 소문에 대해 민감한 상태임을 처음엔 약하게 그리고 최신 인터뷰 내용으로 갈수록 적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죽기 전 마지막 인터뷰에선 자신을 취재한 기자에게 좋은 기사로 내보내달라고 부탁까지 했습니다.

그녀는 미래에 '여성 전문 스포츠 캐스터'가 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건 스포츠 쇼도 진행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결국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용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열정도 좋아합니다.   

당신이 김석류 아나운서와 함께 해맑게 시구,시타를 하던 2008년의 그 날을 기억합니다. 

송지선 아나운서를 추모합니다. 
 

故 송지선(1981~2011).  

덧붙임)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당신이 외롭고 힘들 때 꺼내는 이야기를 공감할 고개의 끄덕임. 그것을 할 턱은 견실합니다. 그리 똑똑하진 않지만, 당신이 우울하여 무엇이든 털어놓고 싶을 때 쓸데없이 주저리주저리 개입하는 것을 삼가는 눈치는 있습니다. 그리 부자는 아니지만 당신의 마음이 고플 때 함께 시간을 채워줄 차 한 잔 살 돈은 있습니다. 외롭고 힘들 때 속에만 가두지 말고..풀고 살아요...우리..다들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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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5-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보내는 신호들, 걱정스러웠는데, 설마했던 일이 일어났어요.
씩씩했던 그녀의 모습으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얼그레이님의 덧붙임에 공감합니다.

남은 한 사람이건, 인터넷의 그녀의 글들 보며 방관하거나 혀 차거나 걱정했던 모두들, 지금은 고인의 명복을 빌 시간이네요. 이 일이 또 다른 마녀사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얼그레이효과 2011-05-24 01:30   좋아요 0 | URL
네 하이드님.. 뭘 더 알고..진실이 뭐고..그런게 머리에 안 들어오는 날이네요..임재범 버전의 <여러분>을 무한 반복해서 듣고만 있습니다...묘하게 가사가 울리네요..

pjy 2011-05-2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소식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얼그레이효과 2011-05-24 14:44   좋아요 0 | URL
어제 멍하니. 오늘 좀 정신차리고 제 일을 시작했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라는 말을 또 하고 사는 저지만, 마음이 착 가라앉는 건 어쩔수 없네요.

LAYLA 2011-05-2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 ㄱㄴ은 물론이고 그 소문을 듣고서도 분노하지 않고 희희덕대기만 했던 야구팬들에게요.

얼그레이효과 2011-05-24 23:50   좋아요 0 | URL
오늘 동료 김민아 아나운서가 생방송 도중 클로징 멘트하면서 울컥했네요.저도 다시 울컥했습니다...지금 마음이 허한데..남은 분노도 있고..어떤 짜증남도 있고..복잡한 상태인 것 같아요..'토닥토닥'입니다...

Alicia 2011-05-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이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얼그레이효과 2011-05-24 23:53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매일매일 안 좋은 일들은 여기저기 일어나지만..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갈 때..그 마음 아픔이..참,.,이게 표현이 제대로 안될 만큼..그냥 상태가 어벙벙하네요..암튼 그렇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마음 편하게 있었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