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 책 읽는 가족 6 책읽는 가족 6
이금이 지음, 김태순 그림 / 푸른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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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둘째 아이를 입양한 뉴스가 나돌 때,  밤티마을 블로그에 이금이 선생님이 쓴 심경고백을 보았다. 자신의 삶과 글의 거리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입양에 관해 마음의 빚처럼 남아 있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꿈 많은 열다섯 살에 '저 파란 하늘가에'라는 제목만 생각나는 만화(?) 같은데, 그걸 읽고 '고아원 원장'이 되겠다는 장래희망을 적었다. 고아원이 어떤 곳인지 배우고 의지를 굳게 하려고 금요일마다 아이들과 만나 공부도 봐주고 놀아주기도 했다. 딱 1년 동안....... 그러다 꿈을 접었고 결혼하여 삼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입양에 대해서도 가족회의에 붙였다가 4대 1로 완패했다. 자기들이 돌봐야 하니까 절대 안 된다고! 이런 이유로 이금이 선생님의 심경이 내게 그대로 전해졌다.

요즘엔 이혼과 재혼, 입양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된 듯하다. 하지만 20년 전 미혼일 때, 입양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기는 '꽃바람'을 썼다는 작가의 가슴이 얼마나 따뜻한지 새삼 느꼈다. 물론 세상을 모를 때라 겁 없이 숭고한 삶을 그려냈다고 하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보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모든 이가 실천하기 어려운 삶이기에 작품 속에서 빛을 내며, 독자를 감동시키고 대리만족을 주는 것 아닐까?


인생의 봄을 맞기 전, 성장기의 진통 같은 꽃바람을 겪어내는 입양아들 정호가 봇물처럼 쏟아내는 통곡에 같이 울었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내고 제자리로 돌아온 정호를 맞아주는 부모님, 이렇게 가족의 사랑으로 정호는 꽃바람을 이겨냈다. 정호와 정빈이 둘 다 입양아인가?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 막내에게 물으니, 아이는 정호만 입양아 같다고 하였다. 엄마는 정빈이도 입양아라고 생각되는데...  막내가 다시 찾아보더니, 자기 아이를 안 낳고 둘 다 입양한 거 맞다며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과 그래서 소원하게 지낸 게 아니냐고 했다. 형제를 입양아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간 작가의도를 우리가 살짝 놓쳐버릴 뻔 했다.


은혜를 저버리고 떠난 태식이 대신 할아버지를 목부로 모셔온 정빈 아버지는, 고아로 자랐던 자신의 아픔과 한을 선한 마음으로 풀어나간다. 이런 남편과 뜻을 같이 한 정빈이 엄마가 더 대단하다. 나중엔 태식이도 돌아와 용서를 빌고, 정호 정빈이는 큰형으로 받아들인다. 실향민 할아버지와 늙은 개 워리의 관계나 친할아버지처럼 대하는 정빈이가 솔모루목장의 정을 따뜻하게 펼쳐간다. 천사원 아이를 동생으로 데려오고 싶은 정빈이처럼 사랑은 동변상련으로 저렇게 당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정호는 훗날 진짜 작가가 되었다면, 동산에서 바라 본 저 달빛 때문일 거라고 말한다. 아마도 정호의 입을 빌어 작가의 고백을 살짝 풀어 놓은 건 아닐까?

 

내가 올린 서평에 댓글을 달아주신 이금이 작가의 글을 보니,  1987년에 나온 이책을 김재홍선생님의 그림으로 개정판을 준비한다고 했다. 새옷을 입고 등장할 '꽃바람'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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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고
아빠랑 둘이서 동화 보물창고 6
마를리스 바르델리 글, 롤란드 탈만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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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에 출판된 동화보물창고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아빠랑 둘이서'는,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책이다. 표지에 볼그레한 두 볼의 갈래머리 소녀가 민들레를 안고 다정한 눈길을 보낸다. 아빠랑 둘이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행복함이 펼쳐진다. 36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마를리스 바르델리'의 간결한 묘사로 더 많은 의미를 전한다. 거기에 오직 연필로만 그린 '롤란드 탈만'의 삽화가 부녀의 자유로움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이제는 천사가 된 엄마는 그림 속에 있고, 화가 아빠의 달팽이 집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메를레(지빠귀)는 아빠와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긴다. 자연에서 마음가는대로 자유롭게 사는 부녀가 부럽다. 날마다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고 샘솟는 메를레의 생각이 신선하다. 소신이 분명해서 때론 고집불통이란 소리도 듣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통찰력도 갖고 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이웃들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대견하다.

"선생님은 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세요. 그건 저만 알아요. 제 안에서 무슨 소리가 울리는지 저는 알아요. 다름 사람은 아무도 못 들어요. 제 목소리가 엉뚱한 소리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하지만 제 곡조가 얼마나 예쁜지 선생님이 아신다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라고 당당히 말하는 메를레의 자긍심은 진정한 자기 사랑이라 여겨진다. 부모가 어떻게 양육했으면 저렇게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지 자랑스럽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아는 멋진 꼬마 아가씨 메를레의 인성은 자연에서 저절로 얻어진 듯하다. 아빠와 커닝하듯 통하는 그 마음도 예쁘다. 메를레와 아빠의 어려움을 척 해결해주는 시장님은, 마치 우리네 시골마을의 이장님 같은 분이 아닐까 싶다. 다소 냉정하고 어린이를 이해하지 못하듯 나오는 선생님조차도 당당한 메를레를 발견할 수 있어 좋다. 아주 간결한 묘사와 절제된 언어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매력 있는 책이다.


해젤바르트 할아버지를 위해 다리를 놓으며, 비로소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는데, 바다를 그리기 위해 작별도 나누지 않고 조용히 떠나는 부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내 머릿속 액자에 담겨진다. 훗날 자기 안의 곡조를 옮기는 작곡가가 된 메를레나, 지빠귀처럼 노래하는 화가 메를레를 떠올리며 '아빠랑 둘이서' 행복한 그 모습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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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고
날아라, 마법의 양탄자 - 제2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작은도서관 14
김지영 외 지음, 원유미,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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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제2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부문 대상 수상작인 김지영님의 "날아라, 마법의 양탄자'를 표제작으로, 그 외 추천우수작 세편을 묶은 책이다. 뜬금없이 한참 지난 푸른문학상 수상작을 차례로 읽어가는 중이다.

'날아라, 마법의 양탄자'는 기자 엄마의 터키 취재여행에 따라 나선 토담이가, 잠시 미아가 되어 겪은 경험을 그려내고 있다. 낯선 외국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엄마를 찾게 될지 긴장되었다. 세계인에게 통하는 바디 랭귀지와 짧은 단어로 우리의 토담이도 대화를 시도한다. 만약 우리 아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이 작품에서 길을 발견할 것이다.

2002월드컵을 통해 '형제의 나라'로 부각된 터키에서의 짧은 경험이 어린 독자들에게 관계 소통의 의미를 전해준다.


박혜선님의 '그림자가 사는 집'에선 가식과 위선으로 본질을 숨기고 있는 어른을 향한 아이의 외침이 들린다. 나도 어느 한 부분은 허위로 감싸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 때문에 행복을 과장하거나 진실을 감추는 어른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부모의 이혼만큼 아이에게 큰 상처가 있을까? 아이들도 알 건 다 아는데 어른들은 왜 자꾸 숨기려는 것일까?


문영숙님의 '엄마의 날개' 는 직장인 엄마를 부러워하고, 전업주부 엄마가 부끄럽거나 불만인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내게 없는 것의 가치는 한없이 크고,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이 여기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아이들이 우리 엄마들의 날개임을 새삼 확인케 된다.


임문성님의 '지렁이 대작전'은 요즘 아빠들의 자화상을 실감케 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의 의미를 살려내면서, 아이다운 발상으로 아빠를 위해 부장님께 복수하는 재현이의 아빠사랑이 부럽다. 안팎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요즘 아빠들에게,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가장 큰 힘이고 응원이란 걸 보여준다.


가족을 둘러 싼 크고 작은 일상에서, 가정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가족을 소재로 그린 동화가, 가족 사랑과 가정의 소중한 의미를 일깨우면 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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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이청준 문학전집 연작소설 2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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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님의 작품은 여러편 읽어봐도 다른 책에 비해 술술 읽히는 편이 아니다.  아마도 작가의 건조한 문체 때문일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어렵게 읽고 나면 가슴에 남는 그 묵직한 울림이 참 좋다. 인간의 원초적 삶의 아픔을 잘 보여준다고 할까? 그러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문학 교과서에 '선학동 나그네'가 실렸는데, 연작소설로 그려낸 것이라 '서편제'와 '소리의 빛', '선학동나그네' 까지 다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각 편마다 연작의 맛이 살아나게 연결되어 읽는 재미가 더한다.  많은 대중에게 소설보다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라는 영화로 알려졌고, 그 후속으로 '선학동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천년학'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관객과 소설독자의 이해도는 다를거라 생각되지만, 영화를 보고 책도 읽은 독자라면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가슴에 쌓아둔 원망의 한이 아니라 한을 풀어내는 소리가 된다. 바로 한을 소리로 풀어내면서 용서하고 화홰를 담아낸다. 우리 민족의 이 한을 어느 나라 말로서 제대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바로 우리 말과 글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으리라. 소리를 위해 딸을 장님으로 만든 비정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살의를 품는 아들과, 그 아버지를 용서한 딸의 승화된 사랑이 담아내는 서편제의 그 울림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동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달라지고 비로소 용서하는 아들의 아픔도 마음을 적신다. 어쩌면 아버지를 떠날 때 이미 용서했는데,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어 괴로워한 것은 아닐지 내 마음이 아프다. 딸 송화는 이미 아버지를 용서하고 한을 풀었는데, 그 아들은 가슴에 한을 남겨두었기에 화해와 용서의 과정이 필연적이었음을 깨닫는다.

우리민족은 유독 아픔을 많이 겪은 역사를 가졌기에 '한의 정서'라는 발로 표현된다.  그 한의 정서가 개인이든 민족이든 서편제의 소리를 통해 승화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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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의 봄 - 제1회 5.18 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높은 학년 동화 11
한정기 지음, 김영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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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5.18어린이문학상을 공동수상한 한정기님의 '큰아버지의 봄'과  서지선님의 '도둑'을 다 읽었다. 물론 5.18을 소재로 다룬 소설이나 동화, 연극공연도 빠지지 않고 보았다. 광주의 아픔으로 대변되는 5.18이 우리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되려면 광주,전남이란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 전남 지역의 문인과 예술인들 작품만 많았는데, 이제는 공간적인 울타리는 넘어선 듯하다.

큰아버지의 봄은 초등학교 6학년 열세 살 경록이의 눈으로 이해하는 5.18을 그리고 있다.  5.18민주화 항쟁의 주역이었던 큰아버지가 폐인이 되어 아직도 봄을 맞지 못하는 가족의 아픔을 그려낸다. 개인의 아픔이 역사의 아픔과 맞물리면서 그려지는 깊이에 감동이 있다. 삼별초 항쟁지였던 용장성터를 배경으로, 소년 경록이가 서울서 전학 온 재동이와 패거리들에게 당하는 괴롭힘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역사를 통해 깨우치게 된다. 바로 역사에 살아있는 우리의 정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기에 당시 집권을 위한 군부세력의 잘못을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일에 의문을 갖거나 더 알고 싶은 어린이라면 성장단계에 맞춰 다른 작품이나 역사로 충분히 깨우치게 될 것이다. 역사가 나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개인의 삶에 역사가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지 잘 그려냈다. 아무리 어린이들이라도 '그때 그 자리에 없었던 나' 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도리질 하지는 못할  것이다.

큰아버지의 육신을 흙으로 보내면서 벌이는 씻김굿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을 풀어내고소망을 기원하는 모습에 진한 감동으로 눈물이 솟구쳤다. 한이 많은 우리 민족의 응어리가 풀어질 그날이 언제일지 아득하기만 하다. 한을 풀고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는 날, 망자들과 가족들의 아픔이 날아갈 것이다.

이제는 화려하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5.18국립묘지를 바라보는 망자의 가족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아무리 화려하고 웅장할지라도 한번 가버린 청춘의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아직도 산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이 잔인한 세월을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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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학으로 만나는 5.18
    from 파피루스 2008-05-19 04:48 
    다른 지역보단 5.18을 가까이 느끼며 자랐을 광주의 초등학생들은 5.18을 얼마나, 혹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해마다 5.18기념일이면 학교에서 교육하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5.18의 실체가 궁금해서 정의를 내려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5.18의 실체와 정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해, 나역시 작은 역할이라도 담당하려고 5월 이야기 한 꼭지라도 들려주고 풀어내는 커리큘럼을 짠다. 작년에는 3학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