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중 아이들과 읽어 볼 ..
퀴즈 왕들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현숙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E.L코닉스버그는 '클로디아의 비밀'로 초등 고학년들에게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그의 작품으론 두 번째 접하는 ‘퀴즈왕들의 비밀’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표지에 각각 다른 네 개의 찻잔은 왜 그려놓았고 무얼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물론 이야기 진행을 따라가면 당연히 궁금증은 풀린다.  

 

"퀴즈 대회에 나갈 팀원을 어떻게 뽑았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네 사람의 화자가 이야기를 펼쳐는 구성은 낯설지만 참신했다. 같은 사건도 화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고, 퀴즈를 풀어나가는 전개법이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림의 표현기법이 참신했다.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편집자의 설명을 들으니, 칠보작업으로 소컷 이미지를 만들고 사진촬영 해서 책에 옮겨 놓았다고 한다.  

충분히 이국적인 소재에 어울리는 독특한 일러스트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이국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읽어나가면 크게 무리가 없는 외국아이들의 성장동화다. 독서수준이 높은 초등고학년이나 중학생부터 읽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세계가 궁금한 어른들도 필독 목록에 넣으면 좋을듯하다.


B.B편지와 캘리그래피를 알려주는 노아는, 결혼식 들러리로 코앞에 닥친 문제들을 긍정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슬기로운 아이다. 마치 딴 세상에 지내다 온 것 같다는 표현으로 놀라운 경험을 요약한 아이, 참 멋진 녀석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나디아는 거북이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부모와 가족간에도 마음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의 맘을 잘 표현하지 않는 에탄은 침묵을 즐기는 아이라고 해야 할까? '때때로 침묵은 상처로 남는다'는 말과, '다시 살고 싶은 날은 언제고, 무슨 이유인가?' 라는 말이 가슴에 철렁 와 닿았다.


전학 와서 놀림감이 되고 괴롭힘을 당해도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줄리안은 넓은 세상을 경험한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였다. 그런 세상을 경험시킨 아버지 싱의 역할이 참으로 돋보였다.


네 아이는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면서 터득한 살아있는 지식과,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삶의 지혜로 퀴즈를 풀어 당당한 퀴즈왕이 된다. 물론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된 에바 마리 올린스키 선생님의 역할은 누구보다도 빛났고, 자신이 아이들을 뽑은 것이 아니라, 노아, 나디아, 에탄, 줄리안이라는 네 명의 '영혼들'이 선생님을 선택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상처를 극복한 아이들이 선생님을 위해서 사랑으로 치유를 시작한 작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다.


결승전에서 문제를 내는 부교육감 페어베인 박사는 참 대책 없이 황당한 사람으로 직책과 자질 문제를 잠시 생각케 하는 인물이다. 또 퀴즈에 나왔던 문제가 여러 분야였지만, 음악과 관련된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코닉스버그가 과학 선생님이라는데 그래서일까?

자~ 당신의 퀴즈실력을 테스트하면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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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나리자의 수수께끼가 밝혀지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4-06 08:15 
    알라딘에선 네꼬님의 페이퍼로 <클로디아의 비밀>이 히트했는데, 개인적으로 코닉스 버그의 작품 <퀴즈왕들의 비밀>은 클로디아의 비밀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왜, <퀴즈왕들의 비밀>이 <클로디아의 비밀>보다 한 수 위인지는 두 개의 책을 다 읽으면 해답이 나온다. 위 두 작품과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까지 읽으면 코닉스 버그의 팬이 되는 건 거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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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주머니 속의 고래? 주머니 속엔 유진이 있고, 고래는 그냥 바다에 있구만!" 책 표지를 보면서 우리 아들이 한 말이다. 우리 애들, 엄마가 서평 쓰려고 자기들 생각 묻는 걸 별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 초등6학년 막내와 중2 아들의 감상을 들어보려 작업(?)에 들어갔다.  ㅎㅎ


"이금이 선생님이 중학생들의 감상이 궁금하시다는 데, 아들아 소감 좀 얘기해 봐~ "

"전엔, 이런 책 읽으면 뭉클하기도 했는데, 요샌 뭉클하는 게 없어."

"연호나 준희 때문에 울컥하지 않았어? 엄마는 눈물났는데... "

"뭐~ 조금. 그렇다고 눈물 날 정도는 아니고."

"연호는 불쌍하지만, 준희가 왜? 그렇게 잘 해주는 양부모와 좋은 집에서 잘 살고 있는데..." 막내가 옆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야, 집 있고 잘 해주는 부모 있다고 행복하냐? 마음이 행복해야지~"

오빠가 젊잖게 한마디로 응수했다.


"왜~ 네 감성이 마른거야, 공감이 안되는 거야?"

"응, 감성이 마른 건 아니고, 그냥 책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또 내가 연예인을 동경하거나 꿈꾸지도 않으니까 별로 관심 없지!"

"그냥 책일 뿐이다 생각하니 주인공과 동일시가 안되는구나!"


"나오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은?"

"음, 이 책은 범생이는 없는 거 같고~ 그래도 연호가 범생인가?"

"연호가 왜 범생이야? 학교도 안 가고 지 맘대로 다 하는데."

동생의 반격이다.

"너도 연호처럼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했잖아?

모델인가 하는 네 친구 재식이 긴 머리 때문에, 너까지 주목받고 싶지 않다고... "

"중학교 입학 초기에만 그랬지, 이젠 괜찮아. 연호처럼 투명인간으로 살면 재미없지!"

"고래의 의미와 너의 고래는?

"내 고래라~~ 이걸 꼭 해야겠다! 이런 건 아직 없어...  여기 나오는 애들도 자기 꿈을 어떻게든 펼치겠지만, 난 그냥 쉽고 편하게 살래. 집 나가 고생하는 건 싫어!"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아들의 답변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꿈을 가꾸고 있겠지만, 시시콜콜 말하기가 귀찮은가 보다.

"아~ 현중이가 '접으면 그게 꿈이냐? 종이지'라는 말은 정말 멋져!

자신이 걸어 갈 길을 지금부터 생각한다는 준희의 말에도 동감이야!"

라고 덧붙이는 걸 보니, 나름대로 주제에 접근했다고 생각된다.


아들 녀석은 지극히 말이 없는 편인데, 친구들과 오락실이나 놀이터에서 놀다 오고, 또래집단끼리 문제아적인 행동으로 반성문도 쓰는 등,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딸을 키울때와는 다르게 서서히 느껴지는 중이다.

꿈에 도전하고 좌절하며 한 걸음씩 다가서면서,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그들이 잡은 고래일 것이다. 민기와 현중이, 연호와 준희의 고래가, 표지의 그림처럼 주머니 속에 있지 않고 대양에서 꿈틀거리듯 우리 아이들의 꿈도 그렇게 펼쳐지리라 기대한다.


*꿈은 그 꿈을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고, 현재진행형이라고 일깨워 주신 이금이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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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대들의 사랑과 성, 그 조심스런 호기심
    from 파피루스 2008-01-12 09:04 
    2008년 1월 따끈따끈한 신간도서인 이 책의 표지처럼, 성에 대한 청소년의 조심스런 호기심은 핑크빛이 딱 어울릴 것이다. 두근두근 울렁울렁 연분홍빛 사랑을 꿈꾸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내 아이들의 사춘기를 겪어내는 엄마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엿보려는 마음으로 '호기심'을 펴들었는데, 어라~~ 내가 보이는 거다. ^^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사랑과 성에 대한 호기심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딸들의 마음이야 내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짐작하지
  2. 5월 11일은 입양의 날, 읽으면 좋을 책
    from 파피루스 2008-05-10 20:34 
    가정의 달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라고 합니다. 혈통주의 때문에 국내입양이 많지 않아 해외입양 1위인 우리나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정한 날이라는데, 2006년부터 시행되어 올해 3회를 맞는다고 합니다. 입양의 날을 맞아 아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을 담았습니다. 유치원기 아이들에게 입양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외국 그림책이다. 이웃
  3. 가슴에 고래를 품고 살자
    from 엄마는 독서중 2008-11-04 11:16 
    이번 주 금요일, 교육청 논술대회에 나가는 민경이가 5학년때 읽었던 책을 한번 더 읽고 남긴 기록이다. 우리 애들은 자기 이야기 쓰는게 싫어서 독후감 쓰기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여기에도 기자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고래(꿈) 이야기를 쓰면 좋을 텐데 서둘러 마감했다.^^ 가슴에 고래를 품고 살자   -중학교 1학년 선민경- 청소년 성장소설인 이 책은, 중심인물이 세 명 나온다. 잘생긴 얼굴 덕에 연예인이 꿈이지만 딱히 이렇다 할
 
 
알맹이 2007-05-0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생생하고 재밌는 리뷰네요~ 아이들이 참 현실적이면서도 생각이 깊은 것 같아요.. ^^

순오기 2007-05-1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디뽕 님,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신 걸 이제야 발견했네요. 감사합니다!
현실적인 아이들, 어쩌면 어른들이 더 동화적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합니다.
 
읽고, 또 읽고
이젠 비밀이 아니야 작은도서관 11
유정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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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제2회 푸른문학상<새로운 작가상>을 받은 작품이다. 입양을 소재로 한 동화를 여러편 읽었지만 참 수작이라고 느껴진 작품이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하여 숙성시킨 이야기를 내 놓기까지, 아이를 낳는 산고와 다를 바 없으리라 짐작한다. 유정이 작가는 불임의 10년 세월을 겪고 힘겹게 두 아이를 얻었다고 한다. 같은 아픔을 겪은 입양가정에 눈높이와 시각이 다른 네 편의 따뜻한 작품으로 위로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할아버지가 아니야"는 입양된 아이 원재가 누나와 열아홉 살 차이 나고, 학교에 온 아버지를 할아버지라 놀리는 친구와 '할아버지가 아니야'라며 한판 붙는다. 입양이 아니어도 늦둥이라면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입양된 원재가 자신은 버림받은 아이가 아니라 소중한 존재임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두 번째 이야기 "보라 공주"는 입양된 여동생에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모두 빼앗겼다고 느끼는 오빠의 질투와 심통이 그려진다. 하지만 아빠가 말씀하신 "너는 엄마가 배 아파서 낳고 은비는 가슴이 아파서 낳았다. 가족이 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로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은 은비는, 새로운 방식으로 온 가족"이라는 의미를 깨달으며 행복한 웃음을 되찾는다.


세 번째 이야기 "까미는 울지 않아요"는 입양되어 올 아이 때문에 찬밥 신세가 될 까미라는 강아지가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기가 없는 아줌마의 아픔과 입양을 반대하는 아저씨와의 갈등을 지켜본다. 하지만, '내가 낳은 아이만이 내 자식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입양에 동의하는 아저씨가 멋지다. 까미는 아기를 위해 아줌마의 동생네 집으로 가지만 사냥견의 후예, 천하의 닥스훈트답게 울지 않는다.


네 번째 이야기 "엄마 아빠가 생겼어요"는 낳아 준 엄마가 키우지 못하고 입양가는 아기가 주인공이다. 목청껏 울기 때문에 번번이 입양이 안 되는 승리는 같은 혈액형의 아기를 찾아 비밀로 입양하려는 부모에게 완강히 저항한다.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들어가는 것도 싫고, 엄연히 나를 아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비밀이 될 수 있냐고 울음으로 말한다. 다행히 형과 누나가 있는 따뜻한 가정에 입양되어 시현이라 불린다.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핏줄만이 자식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입양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게 한다. 입양가정이 겪어내야 할 아픔이 있겠지만,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사랑의 가족을 그려내어, 독자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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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월 11일은 입양의 날, 읽으면 좋을 책
    from 파피루스 2008-05-10 20:34 
    가정의 달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라고 합니다. 혈통주의 때문에 국내입양이 많지 않아 해외입양 1위인 우리나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정한 날이라는데, 2006년부터 시행되어 올해 3회를 맞는다고 합니다. 입양의 날을 맞아 아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을 담았습니다. 유치원기 아이들에게 입양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외국 그림책이다. 이웃
 
 
 
꽃바람 - 책 읽는 가족 6 책읽는 가족 6
이금이 지음, 김태순 그림 / 푸른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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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둘째 아이를 입양한 뉴스가 나돌 때,  밤티마을 블로그에 이금이 선생님이 쓴 심경고백을 보았다. 자신의 삶과 글의 거리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입양에 관해 마음의 빚처럼 남아 있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꿈 많은 열다섯 살에 '저 파란 하늘가에'라는 제목만 생각나는 만화(?) 같은데, 그걸 읽고 '고아원 원장'이 되겠다는 장래희망을 적었다. 고아원이 어떤 곳인지 배우고 의지를 굳게 하려고 금요일마다 아이들과 만나 공부도 봐주고 놀아주기도 했다. 딱 1년 동안....... 그러다 꿈을 접었고 결혼하여 삼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입양에 대해서도 가족회의에 붙였다가 4대 1로 완패했다. 자기들이 돌봐야 하니까 절대 안 된다고! 이런 이유로 이금이 선생님의 심경이 내게 그대로 전해졌다.

요즘엔 이혼과 재혼, 입양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된 듯하다. 하지만 20년 전 미혼일 때, 입양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기는 '꽃바람'을 썼다는 작가의 가슴이 얼마나 따뜻한지 새삼 느꼈다. 물론 세상을 모를 때라 겁 없이 숭고한 삶을 그려냈다고 하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보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모든 이가 실천하기 어려운 삶이기에 작품 속에서 빛을 내며, 독자를 감동시키고 대리만족을 주는 것 아닐까?


인생의 봄을 맞기 전, 성장기의 진통 같은 꽃바람을 겪어내는 입양아들 정호가 봇물처럼 쏟아내는 통곡에 같이 울었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내고 제자리로 돌아온 정호를 맞아주는 부모님, 이렇게 가족의 사랑으로 정호는 꽃바람을 이겨냈다. 정호와 정빈이 둘 다 입양아인가?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 막내에게 물으니, 아이는 정호만 입양아 같다고 하였다. 엄마는 정빈이도 입양아라고 생각되는데...  막내가 다시 찾아보더니, 자기 아이를 안 낳고 둘 다 입양한 거 맞다며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과 그래서 소원하게 지낸 게 아니냐고 했다. 형제를 입양아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간 작가의도를 우리가 살짝 놓쳐버릴 뻔 했다.


은혜를 저버리고 떠난 태식이 대신 할아버지를 목부로 모셔온 정빈 아버지는, 고아로 자랐던 자신의 아픔과 한을 선한 마음으로 풀어나간다. 이런 남편과 뜻을 같이 한 정빈이 엄마가 더 대단하다. 나중엔 태식이도 돌아와 용서를 빌고, 정호 정빈이는 큰형으로 받아들인다. 실향민 할아버지와 늙은 개 워리의 관계나 친할아버지처럼 대하는 정빈이가 솔모루목장의 정을 따뜻하게 펼쳐간다. 천사원 아이를 동생으로 데려오고 싶은 정빈이처럼 사랑은 동변상련으로 저렇게 당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정호는 훗날 진짜 작가가 되었다면, 동산에서 바라 본 저 달빛 때문일 거라고 말한다. 아마도 정호의 입을 빌어 작가의 고백을 살짝 풀어 놓은 건 아닐까?

 

내가 올린 서평에 댓글을 달아주신 이금이 작가의 글을 보니,  1987년에 나온 이책을 김재홍선생님의 그림으로 개정판을 준비한다고 했다. 새옷을 입고 등장할 '꽃바람'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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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고
아빠랑 둘이서 동화 보물창고 6
마를리스 바르델리 글, 롤란드 탈만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2005년 4월에 출판된 동화보물창고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아빠랑 둘이서'는,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책이다. 표지에 볼그레한 두 볼의 갈래머리 소녀가 민들레를 안고 다정한 눈길을 보낸다. 아빠랑 둘이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행복함이 펼쳐진다. 36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마를리스 바르델리'의 간결한 묘사로 더 많은 의미를 전한다. 거기에 오직 연필로만 그린 '롤란드 탈만'의 삽화가 부녀의 자유로움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이제는 천사가 된 엄마는 그림 속에 있고, 화가 아빠의 달팽이 집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메를레(지빠귀)는 아빠와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긴다. 자연에서 마음가는대로 자유롭게 사는 부녀가 부럽다. 날마다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고 샘솟는 메를레의 생각이 신선하다. 소신이 분명해서 때론 고집불통이란 소리도 듣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통찰력도 갖고 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이웃들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대견하다.

"선생님은 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세요. 그건 저만 알아요. 제 안에서 무슨 소리가 울리는지 저는 알아요. 다름 사람은 아무도 못 들어요. 제 목소리가 엉뚱한 소리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하지만 제 곡조가 얼마나 예쁜지 선생님이 아신다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라고 당당히 말하는 메를레의 자긍심은 진정한 자기 사랑이라 여겨진다. 부모가 어떻게 양육했으면 저렇게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지 자랑스럽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아는 멋진 꼬마 아가씨 메를레의 인성은 자연에서 저절로 얻어진 듯하다. 아빠와 커닝하듯 통하는 그 마음도 예쁘다. 메를레와 아빠의 어려움을 척 해결해주는 시장님은, 마치 우리네 시골마을의 이장님 같은 분이 아닐까 싶다. 다소 냉정하고 어린이를 이해하지 못하듯 나오는 선생님조차도 당당한 메를레를 발견할 수 있어 좋다. 아주 간결한 묘사와 절제된 언어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매력 있는 책이다.


해젤바르트 할아버지를 위해 다리를 놓으며, 비로소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는데, 바다를 그리기 위해 작별도 나누지 않고 조용히 떠나는 부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내 머릿속 액자에 담겨진다. 훗날 자기 안의 곡조를 옮기는 작곡가가 된 메를레나, 지빠귀처럼 노래하는 화가 메를레를 떠올리며 '아빠랑 둘이서' 행복한 그 모습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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