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가 설 자리는 없는 것일까?

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쥐를 잡자'는 제목만으론 어떤 내용일지 가늠이 안되었다. 하지만 펼쳐들자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꺽꺽 울음까지 토하며 책을 읽었고, 주홍이와 엄마가 마치 내 딸인 것 같아 가슴아팠다. 우리시대 딸들의 현주소 - 내 딸들은 과연 안전한가? 내 아들이 가해자가 되는 일은 없을까? 남의 일 같지 않은 현실이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초등6학년인 딸아이도 미혼모가 양산되는 현실을 인정하기에, 소재가 충격적이지는 않으나 자기가 이해하기엔 심오한 뭔가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밝힌다. 얼마 전 방송에 나온 미혼모와 어린 부모들의 얘기는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바로 이 책은 그 현실을 곧바로 들이댄다. 독자들의 심기가 불편할 정도로 말이다.

자신들의 문제를 한 마리 쥐로 상징한 세 화자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독자가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고1 주홍이는 자신의 뱃속에 쥐가 한 마리 들어있다 생각하고, 미혼모였던 엄마는 냉장고에 쥐가 들어 있어 열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며 주홍이의 상황을 모른 척한다. 사물함에 쥐가 들어있다고 생각한 최선생님은 주홍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지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세 사람 모두 쥐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해 전정긍긍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서로가 회피하거나 외면한 5개월이 결국 주홍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그래도 현실적인 도움을 준 양호선생님의 조언이나 주홍이 편이 되어 준 최선생님이 있어, 그나마 숨통을 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이 책의 결말이 독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꼭 그렇게 죽어야만 했을까?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 수는 없을까? 우리 사회에 미혼모가 설 자리는 없단 말일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주홍이의 죽음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고 냉정하게 답한다. 그 죽음이란 주홍이가 택한 육신의 죽음뿐 아니라, 살았어도 죽은 것 같은 주홍엄마나 미혼모의 현실도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희망을 갖자.
미혼모를 양산하는 시대지만,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감싸안는 현실을 만들어가자. 이 책은 바로 우리에게 그런 사회를 만들자고 주홍이의 죽음으로 호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장편소설로는 얄팍한 두께지만, 던지는 질문이나 의미는 결코 얇지 않아 가슴 무거운 독서를 해야한다. 꺽꺽 울음을 토할지라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리 딸들의 얘기를 들어주자. 따뜻한 가슴으로......

21세기가 추구하는 인간상?

읽고, 또 읽고

신데룰라 ㅣ I LOVE 그림책
엘렌 잭슨 지음, 케빈 오말리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신데룰라~~ ? 신데렐라를 이렇게도 부르나?' 생각하며 책를 펼쳤는데,
마치 아이들이 뒷이야기 꾸미기를 좋아해서 마음대로 지어낸 거 같았다.
"히햐~~~~~~이런 발상을 하다니? 이게 바로 모방이 창조라는 것이군"
하여간 보는 내내 작가의 참신한 발상에 박수를 쳤다.

그림의 눈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과 속내를 다 보여주는
살아있는 표정이 압권이다. 정말 개성 넘치는 그림이다.
신데룰라가 언니들의 발톱을 손질할 때, 창밖에 날아가는 요정할머니 보셨나요?
다음 장면, 신데렐라를 멋지게 차려주고 한심한 듯 바라보는 그 표정이란!!
그림 속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실감나 우하하하~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신데렐라와 신데룰라의 성격에 따라 상황을 해결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그들의 정신세계가 다르므르 추구하는 삶이 달라지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도 렐라와 룰라의 유형들이 널려 있으니 충분히 공감한다.
또 나는 신데렐라와 신데룰라 중 어떤 스타일인지 가늠해 보며,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 특히 엄마들을 위한 동화라 생각되었다.
기숙사에서 도망나와 낄낄거리며 이 책을 본 고3 큰딸도 동감이란다.

인생이란, 자신이 개척하기 나름이다.
타고난 미모로 극적 반전의 삶을 사는 신데렐라가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하는 룰라는 그야말로 21세기가 추구하는 인물 아닐까?

랜돌프와 루퍼트 왕자도 그들 취향과 정신에 따라 만나는 배우자도 다르다.
유리구두와 닳아진 신발 주인공을 찾아내는 방법은 누가 더 지혜로울까?
인생이란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매끄럽게 살아지지도 않지만,
정신이 지배하는 대로 삶이 드러난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도 알 수 있다.

과연 어린 독자들은 작가가 하려는 얘기를 제대로 알아 들을까?
'신데룰라'하면서 우르르 몰려 들어 낄길거리던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봐야겠다.

일곱가지 단편 샐러드

여름방학 중 아이들과 읽어 볼 ..

수선된 아이 -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ㅣ 책읽는 가족 55
김기정 외 지음, 유기훈.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6월

*일곱개의 단편 샐러드 같은 수선된 아이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온 <수선된 아이>는 일곱 개의 단편 샐러드 같은 책이다. 샐러드의 제 맛은 주재료와 드레싱의 절묘한 어울림에 있다. 일곱 개의 단편은 각기 다른 소재에 작가 특유의 드레싱을 얹어 차린 샐러드 모음이다. 채소와 과일, 육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재료처럼, 일곱 편의 이야기 소재도 제각각이다.

일곱 가지 샐러드를 맛보듯 독자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지난 1년간 잡지나 동인지, 앤솔러지, 신문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가려내었기에 샐러드의 장점인 신선함에서 살짝 비켜간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형식이나 구성, 문체에서 작가마다 색다른 드레싱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초등 3~4학년 이상 중학생들도 단편동화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김기정의 ‘두껍 선생님’은 옛이야기 속 두꺼비를 초등1학년 교실로 끌어 들여, 왜 공부 하고 무얼 배워야 하는지 익살스런 두껍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그려낸다. ‘바나나가 뭐예유?’에서 보여줬던 김기정 작가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멋진 드레싱으로 버무려져 유쾌하다. 교장선생님과 두껍선생님의 모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떠든 사람 이영림’이라고 적힌 칠판은 독자를 웃게 한다.

김민령의 ‘견우랑 나랑’은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 이야기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고 엄마의 가출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견우와, 삼남매끼리 사는 나는 무료급식을 받는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뱃속에 커다란 동굴이 생겼다’는 아이의 배고픔이 가슴 아리다. 엄마를 따라가는 견우는 내가 나쁜 애가 될까봐 걱정하고, 나는 나쁜 애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걱정해주는 동무가 있어 이제 배부르다며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담아낸 작가의 드레싱으로 살아난다.

김영혜의 ‘수선된 아이’는 따돌림 당하는 민화가, 상처투성이인 또 다른 자신의 내면-수선된 아이를 들여다보며 비로소 자기를 되찾는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고, 스스로 자기를 지켜야 한다는 자각으로 용기를 회복한다. 자신을 찾은 민화는 친구와 새로운 관계맺기를 시도하며 독자를 안심시킨다.

이용포의 ‘버럭 할배 입속에 악어가 산다’는 중심에서 밀려 난 노인의 외로움과 순진한 환이를 대비시켜 독자를 공감시킨다. 영악스런 형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노인과 어린이가 자연스레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의 상상이 틀니를 악어로 만들어낸 발상이 재미있다. 노인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정은숙의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사람들의 허영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스타가 되고 싶은, 혹은 자녀를 스타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들킨 듯 불편함도 있다. 스타를 동경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나는 속물이 아니라고 도리질할 독자라면 맘껏 웃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 물러선 듯한 수정이 새엄마가 있어 다행이라 느낄 수 있다. 다리를 부실한 듯 그리는 유기훈 그림이 내용의 풍자성과 어울려 상큼함을 더한다.

조영희의 ‘책을 돌려 주세요’는 책을 좋아하는 진서가 그려낸 상상의 세계다. 글쎄, 대출한 책을 돌려주지 않는 몰염치한 독자를 책망하는 것일까? 책 도깨비를 내세워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말을 옹호하는 것인지 조롱하는 것인지 헷갈려 명쾌하지 않다.

진은주의 ‘천타의 비밀’은 발달장애아 천타를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사람은 원래 이렇게 순수하지 않았을까 동경하며 가장 정이 가는 녀석이다. 수놓은 듯 독특한 그림과 어울려 천타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독자의 가슴에 따뜻한 사랑 하나 피워 올리는 작가의 드레싱이 멋지다.

동생을 본 큰애에게도 사랑을 듬뿍 표현하자!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양장) ㅣ I LOVE 그림책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배를 불뚝 내밀고 곰돌이 인형을 치켜들고 있는 겉표지부터 녀석에게 끌린다. 내 아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있겠는가? ‘사랑해’를 세 번이나 반복한 제목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아기를 맞이한 부모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겨우 버티고 앉은 모습과 엉덩이를 치켜들고 '까꿍'하는 모습은 누구라도 웃지 않을 수 없다. 앙증맞고 사랑이 넘치는 이 녀석을 보는 독자에게, 정말 깨물고 싶은 원초적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행복할 때나 슬플 때, 말썽이나 심술을 부릴 때일지라도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는 게 부모 마음이다.

글자의 내용보다 그림에 먼저 미소가 떠오르고 내 아기를 키우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래~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 구석구석을 사랑하면서 키웠지! 아기의 앨범을 들추듯 그림을 보며 읽어나가는데, "네 손가락과 네 발가락을 사랑해" 라는 부분에서 딱 멈추었다. 손가락 다섯 개를 좍 펼친  그림인데, 마치 숫자 4를 나타내듯 네 손가락, 네 발가락이라고 읽는 것 같았다. 물론 아이들한테 읽어줄 땐, "너의 손가락과 너의 발가락을 사랑해" 라고 읽어주었다. 계속 이어지는 글 "네 귀와 네 코와 네 머리카락과 네 눈을 사랑해"도 나 혼자 읽을 때는 괜찮은데, 아이들한테 읽어줄 때는 "너의~ "로 바꾸어 읽어 주었다. 문어체와 구어체의 뉘앙스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천진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펼쳐질 때마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림을 보고 또 봐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을 숨길 수 없는 사랑스런 책이다. 아기가 말귀를 알아듣기 전이라도 엄마가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며 사랑을 나누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책을 덮어도 그림속의 고 녀석이 눈에 아른아른 삼삼하게 떠오른다. 우리 애들은 다 컸지만, 10년 후쯤이면 요녀석 같은 손주들을 보게 되리라 행복한 그림을 그려본다!

임신한 예비엄마들이나 이제 막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이 보면 딱 좋은 책이다!

하지만 동생을 봐서 질투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을 속삭여 준다면 질투가 치유되지 않을까? 동생을 본 큰애의 마음이, 첩을 둔 본처의 마음과 같다는 심리학자의 말에 상당히 충격받았으며, 그 정도일 줄 몰랐던 엄마의 무지가 한없이 미안했던 경험이 있다. 실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동생을 질투하는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을 하게 했더니, 나름대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자~ 동생을 본 큰아이에게 넘치는 사랑을 듬뿍 표현해주자!

꿈나무들아~~~세계를 가슴에 품자!

그림지도, 따라 그려 볼까요?

지구를 담은 지도 ㅣ 지식 보물창고 3
잭 놀튼 지음, 해리엇 바턴 그림,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6월

지식과 상식적인 지리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책으로 초등 고학년을 위해 추천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2,3학년도 큰 무리는 아닐 듯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알면서도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정확하게 제시해 준다. *표를 붙인 것들은 아래에 하늘색 틀 속의 설명으로 용어의 개념이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한다. 이해를 위한 지도가 갈피마다 산뜻하게 그려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초등학교는 3학년부터 우리고장을 배우며 마을 지도를 그리게 된다. 학년부터는 사회교과서, 사회과부도, 광주의 생활(지역별로 다름)로 나뉘어, 드디어 지도다운 지도를 접하게 된다. 내가 사는 동네부터 점차 확대시켜 지역사회와 우리나라를 알고,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사회를 외우는 과목으로 이해하는 엄마와 아이들이, 지도에 담겨진 지구를 한 눈에 보고 이해하기에 족하다. 보림에서 나온 솔거나라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가 좀 낮은 단계라면, 보물창고의 '지구를 담은 지도'는 그 윗 단계 아이들이 보면 좋겠다.

특별히 부록을 따로 넣어 우리나라를 위한 특집으로 꾸며, 우리나라 지도 역사와 동해,일본해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세계의 중심이 된 대한민국의 꿈나무들이 지도를 품고 세계로 쑥쑥 뻗어나가길 바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지도를 자기 나라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거꾸로 그린 것을 보았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자기나라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긍심과 세계관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싶었다. 

보너스로 첨부된 8절지보다 조금 큰 우리나라 지도로 보는 문화유산과 국기와 함께 보는 세계지도는 정말 유익하다. 손상되지 않도록 코팅을 해서 날마다 끼고 살면 '바람의 딸 한비야'같은 자녀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