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턴 동물 이야기 1 사계절 아동교양 클래식 5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지음, 윤소영 옮김 / 사계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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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턴이 갇힌 호랑이를 보았을까?

최근 노원구청의 아기 호랑이 전시가 언론의 이슈가 되었다. 행동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아기 호랑이들을 가로, 세로 2~3m의 아크릴 상자에 가둬놓은 것이다. 비상식적인 행동 자체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분노케 한 것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아이들의 동물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노원구청의 변명이었다. 좁은 상자 안에 갇힌 아기 호랑이를 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한 순간의 호기심은 채웠을지언정 자연과 함께 올바로 사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진정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면 감금된 아기 호랑이 관람이 아니라, 자연속의 야생동물을 관찰 기록한 ‘시턴 동물이야기’를 추천한다.


100년도 전에 쓰인 시턴의 동물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동물들을 가두어 놓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관찰한 게 아니라 자연 속에 찾아들어 동물과 ‘마주보며’ 작성한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턴의 동물이야기는 실제 존재했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 야생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려 준다. 늑대, 코요테, 여우, 개, 토끼, 비둘기 등, 시턴 동물이야기 속의 동물들은 인간 못지않은, 혹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략과, 우정, 사랑, 의리를 보여 준다. 시턴이 들려주는 처절하지만 숭고한 동물들의 삶에 빠져들면 어느새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심은 사라지고 대등한 존재로서 동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모두들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최재천 교수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고, ‘알면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람 뿐 아니라 동.식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때 ‘어떻게 알 것인가’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턴이 본 것은 ‘갇힌 호랑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놓았던 늑대 덫에 걸려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면서 비로소 덫에 걸린 늑대의 기분을 이해했고,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함께 살아가는 대등한 존재로 동물을 바라보는 시턴 동물이야기를 읽으면 동물에 대해 바르게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시턴 동물기’와 ‘파브르 곤충기’는 자연 기록기의 양대 산맥이다.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1860~1946)은 화가가 되기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술을 공부했지만, 결국 자신이 원했던 박물학자와 동물학자가 되었다. 영국 사우스실즈에서 태어났으나 여섯 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사했고,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자랐다. 그는 화가였고 작가였으며, 뛰어난 사냥꾼이기도 했다. 환경보호주의자로 인디언 문화운동과 보이스카웃을 발전시켰고, 삽화를 직접 그린 ‘시턴 동물기’를 비롯한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초등 중학년 이상 재미있게 술술 읽을 책이다. 시턴은 오랜 관찰로 야생동물의 습성과 생태를 정확히 묘사했고, 그들의 생존전략과 사랑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그려냈다. 야생동물도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느끼고 모성애와 가족 사랑이 대단했고, 인간과 두뇌 싸움을 할 만큼 지혜로웠던 그들의 삶에 놀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동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고, 자연은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공존할 선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매끄러운 번역은 시턴의 세심한 묘사를 잘 살렸고, 지형과 동물들의 이름도 당시 그 지역 사람들이 쓰던 에스파냐어 뜻을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표지나 본문 삽화도 초판 당시 시턴의 그림과 시턴부인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특히 뒤편에 시턴 삶을 보여주는 사진과 연보는 그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십수 년 전 TV에 방영된 ‘시튼동물기’와 책을 보면 자란 우리 삼남매는, 중.고.대학생이 되었어도 새로 나온 ‘시턴 동물이야기’에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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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계절 즐거운 책읽기, 순오기가 추천하는 책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25 11:48 
    사계절출판사에서 계간으로 발행하는 <사계절 즐거운 책읽기>2010년 봄호가 나왔다.  청소년 대상의 1318 북리뷰도 같이 나왔다. 어제 우리집에 도착한 선물보따리다.^^     2010년 봄호에는 <파워블로거가 소개하는 이 책>이라는 코너가 신설됐는데, 바로 순오기가  추천한 책이 소개되었다. 요렇게~ ^^     
 
 
하늘바람 2010-02-0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뉴스 보면서 참~ 그랬어요. 하지만 몇년전 축구 보러가서 행사 나온 아기 호랑이 발을 만져보고는 기뻐한 적도 있었다는~나는 좋지만 불쌍한 마음도 있는 게 사람마음이겠지요.

순오기 2010-02-01 22:14   좋아요 0 | URL
어느쪽에 생각을 맞추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겠죠.

소나무집 2010-02-0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이 보면 좋을 것 같아 주문 들어갑니다. 그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책은 나온 지가 오래 된지라 편집이랑 서체 같은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구입은 안 했거든요.

순오기 2010-02-04 17:18   좋아요 0 | URL
선우랑 지우랑 다 좋아할 거 같아요.^^

희망찬샘 2010-02-0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튼 동물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계절에서도 나왔군요.

순오기 2010-02-06 19:06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죠.
사계절의 따끈한 신간 좋아요. 우린 논장에서 나온 5권 시리즈로 봤는데 이젠 두가지 다 갖게 됐어요.^^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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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마노아님의 '숀탠전' 페이퍼를 봤어도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라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주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을 먼저 읽은 중.고딩 남매가 완전히 숀탠에게 반해 버렸다.

"와아~ 이 책 너무 좋아!"
"뭐가 좋은데?"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아!"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말해야지."
"음~몽환적인 분위기와 기가 막힌 상상도 좋고, 연필그림도 맘에 들어."
"처음 나온 물소이야기와 에릭도 매력적이고, 어디에도 없는 안쪽 정원 이야기는 환상 자체야!"
 
이렇게 열광하는데 엄마가 모르는 작가여서 진즉 만나게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앞섰다. 도서구매나 도서관 대출은 전적으로 엄마 몫인데, 이제라도 만났으니 더 늦지 않았다는 것으로 작은 위로를 삼는다. 

호주 예술 위원회의 예술 지원 사업을 통해 호주 정부가 후원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제목처럼 낯선 이야기 열다섯 편을 우표 디자인으로 소개한 차례부터 호감이 간다. 이야기 자체도 새롭고 독특해 놀랐는데, 그림 표현법도 참신하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에 철학적이며 교훈적인 요소를 감추어 둔 센스도 좋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분류됐는데 청소년들과 같이 보면 좋을 책이다. 어린왕자가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마구 재생산 되어 본래의 의미가 퇴색한 것처럼, 이 책은 그런 수모를 겪지 않고 고고한 자태 그대로 독자들과 오래도록 만나면 좋겠다.

 
 
풀이 무성한 빈터의 물소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면 언제나 정확한 방향을 가르쳐 주었지만, 한 번도 말을 하진 않았다. 다급한 문제를 의논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않아 더 이상 찾지 않았더니 떠나 버렸다. 유년의 환상과 추억으로 남은 물소는 우리의 기억 한자락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무엇이든 척척 아는게 신기해서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라는 궁금증을 가졌었다면... ^^

 
 
외국인 교환학생으로 왔던 에릭은 '문화적 차이'를 실감케 한 친구다. 에릭은 호기심을 보이던 자잘한 뚜껑이나 소품으로 찬장 속에 환상적인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상상이란 무궁무진한 것이지만 이런 깜찍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경이롭다. 장난감에 얽힌 이야기와 찢어진 종이 조각 글자로 완성된 멀리서 온 비, 수면 아래에서 흐르는 역방향의 물결과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변화까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 역류도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할아버지의 결혼식 이야기'는 요식행위처럼 후딱 치뤄지는 요즘 결혼식과 비교해 결혼의 참된 의미를 생각케 한다. 결혼 서약을 하기 전 마을 사람들이 감추어 둔 물건을 모두 찾아야 반지를 끼고 결혼을 할 수 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들려준 힌트를 갖고 찾아야 할 물건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물건을 찾아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하고 다급해져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동안 맞잡았던 손을 놓고 서로 상대방 때문이라고 화를 내며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뱉어냈다. 해 떨어지기 전에 반지를 찾아 결혼서약을 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며... '모든 연인들이 한 번은 다다르고야 마는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생각하며, 끔찍한 침묵 속에 잠겼던 두 사람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예비타이어를 떼어낸다. 힘들게 타이어를 떼어낸 자리 안쪽 진흙투성이에서 뭔가 반짝였다. 마침내 완벽한 한 쌍의 반지를 찾아내 결혼식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결혼 후에 갈등과 위기를 겪으며 파경에 이를 요소를, 결혼서약 전 경험으로 깨닫게 하는 놀라운 의식이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어떤 것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지 깨우치는 선험자들의 지혜가 만들어 낸 멋진 의식이 정말 부러웠다. 결혼을 앞둔 자녀들에게 맡게 변용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

 

지붕과 천정 사이에 있는 비밀의 안쪽 정원은 발견한 가족만이 누릴 수 있다. 그 마을 어느 집이나 다 있지만 발견하지 못하면 영원히 알 수 없다. 이런 상상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울 거 같다. 명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멋진 정원이 우리 집 천정에 있다면... 그 안쪽 정원에 빨래도 널고 고기도 구워먹는다니 부러움에 질투가 생겨도 책임질 수 없다.^^ 정부로부터 집집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지급받은 마을. 처음엔 닦고 윤을 내어 기름 칠하고 녹슨 곳을 벗겨 페인트를 칠했다. 하지만 미사일의 쓰임새는 곧 다양하게 변모했다. 크리스마스 전구를 달거나 개조하여 개집이나 우로주켓형 오두막을 만들고 꽃을 심기도 했다. 이런 유쾌한 상상은 안보를 내세우며 전쟁에 열 올리는 그네들을 조롱하는 환타지로 읽힌다.^^ 

 

길 한가운데나 집앞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짓밟히거나 흐트러져도 다시 나타나는 나뭇가지 사람들. 왜 여기 있는지, 무얼 바라는지 다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들은 누구인가?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어 다시금 질문을 하게 된다. 순록이 나타나는 이름없는 축일, 맞아 죽은 개를 장사 지내기 전에 치르는 개들의 의식, 모험이 가져다 주는 흥분 등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에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읽고 또 읽게 되는 보석 같은 그림책이다. 진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딱 맞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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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림책은 그림책같지 않게 그림이 넘 좋네요^^

순오기 2010-01-24 22:57   좋아요 0 | URL
이 책 그림도 멋지지만 상당히 철학적인데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네요.

꿈꾸는섬 2010-01-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보고도 급 관심이요.^^ 보관함으로 가져가요.^^

순오기 2010-01-25 11:59   좋아요 0 | URL
아직 정리도 다 안했어요.
어여 해야 되는데 서재마실만 다니고 있다지요.ㅋㅋ

L.SHIN 2010-01-2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군요!

순오기 2010-01-25 15:31   좋아요 0 | URL
흐흐~ 외계인 엘신님과 잘 어울릴 이야기예요.^^

무스탕 2010-01-2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숀텐의 책은 빨간나무 한 권 읽었는데 참 느낌 묘한 동화책이더군요.
이런 책은 동화라는 분류가 그닥 맘에 안들어요.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라구요. 아이들도 읽을 책이지요.

순오기 2010-01-25 15:32   좋아요 0 | URL
내게 숀탠은 처음 만난 작가인데 탕님은 벌써 알고 책도 읽으셨군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되어 있네요.^^

같은하늘 2010-01-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없어요. 아쉽다. ㅜㅜ

순오기 2010-01-25 21:03   좋아요 0 | URL
이거 따끈한 신간이에요. 도서관에 신청도서로 올리면 구입해주거든요.^^
 
잭이 지은 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베틀북 그림책 60
심스 태백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베틀북 / 2004년 4월
품절


독후활동으로 NIE 기법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책이지만, NIE기법 뿐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법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놀이 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가 많이 들어 있고, 관련된 지식과 정보까지 제공해 일석사조 혹은 오조의 역할도 할 수 있는 책이다.
맨 뒤 페이지에 소개한 글로 시작하자면,
'잭이 지은 집'은 1500년대 히브리인들이 부르던 노래로 오랜 동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1755년 처음 책으로 만들어졌고 칼데곳상의 랜돌프 칼데곳이 1878년에 그림책으로 펴내기도 했단다. 하지만 이 책은 2000년에 칼데곳 상을 받은 심스 태백의 그림책이다.

집을 소재로 삼았기에 앞뒤 겉표지를 들추면 멋진 집들이 즐비하다. 매물로 나온 집인데 온갖 좋은 말로 집자랑을 했다. '경치가 끝내주게 좋은 집, 우아 그 자체, 매혹적인 현대식 집, 장미 아름다운 집, 진짜 건축가가 설계한 집, 매력적인 전원주택, 어떤 식으로도 쓸 수 있는 집, 1700년대에 지어진 고급 저택' 등 구미에 맞는 집을 선택할 수 있다. 집이라면 일률적인 형태를 그리는 아이들 그림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등장 인물을 순서 없이 아무렇게나 소개하지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기 때문에 등장인물은 반드시 자기 차례를 지켜서 나온다. 치즈, 생쥐, 고양이, 개, 소, 아가씨, 누더기 아저씨, 판사, 수탉, 농부, 마지막에는 의문의 사나이가 누군지 그 정체가 드러난다.^^

자~ 이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잭이 지은 집인데 고린내가 솔솔 나는 치즈가 놓여 있었던 것.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그런 냄새가 난다면 집이 팔릴 턱이 없지!

이 책의 장점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등장하는 것과 관련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치즈로 시작하니까 치즈의 종류와 특징을 재미있게 나타냈다. 체다 치즈, 구다 치즈, 브리치즈, 폰티나 치즈... 등등 나오는데, 우리도 치즈와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20007년 아들녀석 중학교 원어민강사 홈스테이를 했는데, 첫 월급 탔다고 홈스테이맘 선물이라며 와인과 안주로 브리 치즈를 사왔었다. 우린 치즈라면 슬라이스 치즈나 알았지 브리 치즈가 그렇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 줄은 몰랐기에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나중에 몰래 버렸었다. 크~ zz

잭의 집에 놓여 있던 고린내 나는 치즈를 생쥐가 날름 먹어버렸고, 그 생쥐를 고양이가 물어 죽였고~ 개는 고양이를 못살게 굴었고, 뿔달린 암소는 개를 와락 받아 버렸다. 암소를 소개하는 장면에 소젖을 원료로 하는 유제품과 암소의 부위별 소개가 압권이다. 채식주의자들은 싫어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즐기는 그 살코기가 어디 쯤인지 알아두는 것도 좋으리라.

왼쪽에는 새로이 등장하는 인물을 소개하고 오른쪽엔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무한 반복되고 있어, 아이들도 이야기의 진행을 좔좔 외우며 재밌게 볼 수 있다.
태어나던 날부터 밤이나 낮이나 늘 외톨이였다는 아가씨가 이제 짝꿍을 만나면 좋겠다.^^

누덕누덕 누더기 아저씨, 하지만 외톨이 아가씨에게 살짝꿍 뽀뽀를 했다는데 이제 어떻게 될까?^^

수염을 말끔히 깎은 판사는 누더기 아저씨와 외톨이 아가씨를 결혼시겼고... 수탉은 아침이면 판사를 깨웠고, 농부는 수탉을 길렀다.

자~ 마지막엔 의문의 사나이 정체가 밝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전부 펼쳐지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야기 순서를 틀리지 않게 읊어대는 기억력을 과시하며 마무리에 동참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신문이나 잡지, 굴러다니는 마트 광고지를 이용한 NIE활동으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민요나 옛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바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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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0-01-1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은이를 보지 않고 심스태백이 떠올랐는데, 역시나군요. 역시 재밌네요.

순오기 2010-01-17 21:43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은 알고 계시군요, 나는 처음 접한 작가라 좀 더 찾아 봐야겠어요.^^

꿈꾸는섬 2010-01-1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어요.^^ 심스태백 책도 아이들이 참 좋아하죠.^^

순오기 2010-01-18 03:34   좋아요 0 | URL
어른이 보기엔 정신없는데 애들은 이런 걸 좋아하지요.^^

라로 2010-01-1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어로 하니까 이름이 오히려 한국이름 같으네요~.태백,,ㅎㅎ
전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참 좋아해요~. 정신없어 보이는 그림이지만(제겐)
아이들에겐 하나하나 다 재미있나봐요~. 처음 Joseph Had a Little Overcoat를 봤는데 넘 재밌어서 저도 이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서 애들 읽어줬더랬어요. 얼마나 재미있어 하던지,,,ㅎㅎㅎ
이제 해든이가 좀 자라면 찾아서 읽어줘야겠어요~. 덕분에 옛날 생각이,,,(그러고보면 저도 책 많이 읽어준 엄마였구나,,뭐 이런,,,ㅎㅎ)

순오기 2010-01-18 03:36   좋아요 0 | URL
나비님을 책 많이 읽어준 엄마로 선포합니다~ 꽝꽝꽝!
2000년 칼데곳 상을 받았다니 인정받은 작가일 듯~ 하여간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오려고요.^^

같은하늘 2010-01-1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고 심스태백의 <요셉으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가 생각났는데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이군요.^^ 그림이 산만해 보이지만 아이들은 엄청 좋아하더군요.

순오기 2010-01-19 03:34   좋아요 0 | URL
수욜에 지역도서관 가니까 검색해서 다른 책 있으면 빌려볼게요.^^
 
불가사리 미래의 고전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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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는 고려말 개경에 나타나 쇠를 먹어 치우고 조선이 세워지자 사라졌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코끼리 몸에 소의 발, 곰의 목에 사자 턱, 범의 얼굴에 물소의 입, 말의 머리에 기린의 꼬리를 단 모습이라고 한다.  

쇠를 먹어 치워서 무기로는 죽일 수 없는 동물이라고 불가사리(不可殺伊)가 되었지만, 오직 불로서 죽일 수 있는(可殺伊) 불가사리다. 탐욕스런 사람을 일컫는 말로도 불렸는데 나쁜 꿈을 물리치고 병이 들어오는 걸 막아 준다며 굴뚝에 불가사리 모습을 새기기도 했단다. 경복궁의 아미산 굴뚝에도 새겨 넣었고, 일반인에겐 죽지 않는 불사신으로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전쟁을 싫어한 사람들의 염원이 불가사리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강숙인 선생님은 전해오는 불가사리 이야기를 한국판 사랑과 영혼으로 풀었다. 양인이면서도 천민처럼 살았던 향, 소, 부곡인들의 밑바닥 삶에 애정을 갖고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노비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도망쳤지만 아버지는 잡혀가고, 엄마는 추위와 굶주림에 얼어 죽은 비참한 상황에 방치된 아이 장이를 데려온 연두 아버지 부쇠는 대장장이다. 일곱 살 장이와 여섯 살 연두는 오누이로 자라면서 정이 든다. 훗날 아버지는 둘을 혼인시키고 대장간을 물려주려는데, 앞 일은 아무도 모른다. 

연두아버지와 형제처럼 지낸 덕삼아저씨네. 어려서 엄마를 잃은 연두를 돌봐주며 달래는 친구로 검배는 오빠로 지낸다. 달래는 장이를 좋아하지만 연두가 좋아하는 줄 알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검배는 연두를 좋아하는데, 연두는 장이를 좋아하니 속이 쓰리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만큼은 절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 선과 악의 대결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구도다. 나쁜 짓을 해서라도 한 밑천 잡으려는 사람이 있고, 불의와 손잡지 않고 의연하게 살려는 사람이 있다. 부쇠는 무기를 만들자는 양부자의 청을 거절하지만 결국 그의 음모에 걸려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검배는 자기 욕망을 위해 불의와 결탁하므로 아버지 같은 부쇠와 눈에 가시처럼 여겼던 장이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졸지에 아버지와 장이를 잃은 연두의 슬픔은 입을 닫고 죽음으로 뒤따르려 맘을 먹지만, 장이가 남긴 불가사리 나무인형이 살아난다. 연두는 불가사리를 키우기 위해 살고, 불가사리는 강아지만한 크기에서 점점 자라난다. 왜구들의 잦은 침입에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선 사람들, 검배는 불가사리를 앞세워 왜구를 물리친다.  

강숙인 작가는 불가사리의 결말을 좀 더 극적이고 뭉클한 감동으로 남긴다. 전쟁이 끝나고 불가사리를 죽이려는 검배, 연두는 불가사리의 분노를 다스린다. 불가사리의 몸에 깃든 장이의 영혼은 복수를 접고 본래의 나무인형 불가사리로 돌아간다. 사랑과 영혼처럼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하나로 합해지는 그들은 죽음 너머 은하수에서 노란 초승달 배를 타고 노닐고 있으리라.  

그림책 불가사리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고려시대 민중과 함께 했던 강숙인의 불가사리를 보면, 등장인물의 마음에 깃든 사랑과 욕심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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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자동차가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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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리처드 스캐리의 그림책, 부릉부릉 세상의 자동차는 모두 모였다. 아니 상상 속의 자동차까지 총출동한 대형 프로젝트다. 300*259mm의 큼지막한 판형도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한 몫 한다. 68쪽이나 되는 만만찮은 쪽수지만, 바닷가로 소풍가는 돼지네 가족을 따라 가는 길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이 온갖 차를 볼 수 있고 지루하지 않은 거라면, 최고의 단점은 너무 많은 자동차가 등장해 복잡하고 산만하다는 것!  하하~ 사람도 그렇지만 결국 장점이 곧 단점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꼬마돼지 피클스와 패니, 엄마 아빠돼지의 여행이 기본이고, 말썽꾸러기 운전자 멍멍이 딩고를 잡으려는 플로시 경관은 또 하나의 축이 된다. 두 이야기가 4~6줄의 짧은 글로 진행되고, 노랑이를 찾는 숨바꼭질은 맛나는 간식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보너스라면 온갖 차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불명예스럽게도 세계 1위라는데, 여기 등장하는 교통사고도 아주 많다. 온갖 차들이 모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해프닝과 사고가 줄줄이 굴비다. 그래도 특별한 차들이 많이 나와서 해프닝과 사고는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상상하는 대로 '차 나와라 뚝딱!'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지, 어떤 모양의 자동차라도 쑥쑥 나타나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사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포크레인과 덤프차, 불도저와 트랙터, 굴착기와 바위 분쇄기, 땅 고르는 차와 땅 다지는 차 등 그 종류도 엄청나다. 사내아이들은 이런 차에 열광하며 세어보기 바쁘다. 



이 책을 다 읽은 4학년 진영이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차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소방차라고 말한다. 진영이의 꿈은 소방관이니까, 소방차를 최고로 꼽는 건 당근이다!^^  



돼지네 가족이 해변으로 가다가 본 군대 캠프의 차들은, '우와~ ' 녀석들의 입이 절로 벌어지는 장면이다. 그래도 전쟁은 나빠요,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요!^^



유감스럽게도 수많은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지만, 돼지네 가족이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데굴데굴 굴러가는 수박들은 정말 속수무책이다. ㅜㅜ



이보다 더한 대형사고는 바나나차, 밀가루차, 달걀차, 도마토 쥬스차, 생크림차, 도자기차, 겨자차, 시럽차, 액체세제차가 동시에 꽝~~ 부딪힌 대참사! 언제나 안전운전을 해야 된다는 걸 사고를 통해 알게 하는 듯.  



그래도 안전운전을 생활화로 무사히 집에 도착한 돼지네 가족, 집 앞에 선물상자가 놓여 있는데 뭘까? 엄마와 피클스랑 페니는 질문했지만, 아빠 혼자 씨익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는 벌써 알고 있는 듯. 선물상자엔 여행길에 만났던 온갖 장난감 차들이 들어 있다니 놀라워라!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소풍가는 길에 잠간 들렀던 장난감 가게에서 아빠가 몰래 주문한 것~ 이젠 페니와 피클스는 새로운 자동차가 생겼다. 물론 노랑이에게도! 아~ 참, 플로시 경관이 딩고를 잡았는지 궁금하다고요? 물론 딩고를 잡았지요~ 딩고의 거친 운전에 그만 운전대가 빠져 버렸거든요. 하하하~~ 



차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보고 또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는 재미가 더하겠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글자를 몰라도 괜찮다. 그림만 봐도 무슨 차인지 알 수 있고, 이야기는 엄마가 읽어준 걸 기억해 되새김해도 되니까. 자~ 이건 어떤 장면인지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즐거운 책읽기의 한 방법이지요.^^

 

*리뷰를 쓴 며칠 후, 우리 집 앞에서 도로를 땜질하는 아저씨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바로 이 책에서 본 도로포장용 트랙터와 롤러가 보이길래 사진 한방 찍었습니다. 아저씨들은 제가 찍은 사진으로 민원이라도 제기하는 줄 살짝 겁(?^^)을 내시기에 설명해 드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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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1-3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우리 현준이가 무지 좋아해요.^^
알라딘 리뷰대회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네요.^^
저도 올리려다가 그냥 그냥 시간만 보내고 말았네요.

순오기 2009-11-30 11:17   좋아요 0 | URL
사내 아이들은 좋아할 것 같아요.
차에 별 관심없는 여자애들이나 쪽수가 많다고 외면하는 녀석들도 있더군요.^^

알리스슈바 2009-12-0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꼬마가 지금 세살인데 이책을 너무 좋아해서 여기 리뷰도 올렸었답니다.
책이 거의 해체되다시피 너덜너덜해져서 참다가 결국 다시 사려고 들어왔다가 순오기님의 리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 끝에 동네길 포장하는 장비들의 실제 사진을 올려주신 정성에 감동했어요.
길에서 마주치는 이런 장면에 아이들은 얼마나 신나하는지 몰라요.

순오기 2009-12-07 19:04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이 책은 이웃에 차 좋아하는 일곱 살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요.
공사한 시간이 골목 아이들은 모두 유치원이나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 유감스럽게 저 혼자만 봤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