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6
레베카 커딜 지음, 에벌린 네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사계절 / 2005년 1월
절판


나는 이런 그림책이 좋다. 색깔을 많이 쓰지 않고 시선을 잡아 끄는 그림과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편집, 독자가 상상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1964년 칼데콧 아너북 선정도서로 처음 학교에 가는 아이의 두려움과 설렘, 자연과 더불어 배우는 지혜와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지 생각케 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주인공 제이는 부모님과 낡은 농가에 사는 여섯 살 소년이다. 제이의 집 어디서나 보이는 언덕은 숲이 우거져 있거나 옥수수가 자라고, 목초지에선 암소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빵을 우물거리며 집을 나서면 부드럽고 따뜻한 흙이 발다닥에 닿는다. 거미와 나비를 관찰할 수도 있고, 길가의 히코리 나무를 가지로 쳐서 열매를 얻을 수도 있다.

언덕 아래로 오솔길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시냇물에서 발을 꼼지락거리며 놀수도 있고, 가재를 잡거나 매끄럽고 납작한 돌멩이를 건질 수도 있다. 너댓 장에 계속되는 제이네 마을 풍경은 평화롭다. 언덕 꼭대기에서 자라는 사과나무의 팥죽색 사과는 단맛이 나고, 빨간 사과는 신맛이 난다. 아~ 내 유년기 추억의 한 장면 같다.

제이는 팥죽색 사과도 한 입 먹고, 빨간색 사과도 한 잎 베어 먹으며 골짜기 끝에 있는 학교를 본다. 바로 제이가 가게 될 학교다.

제이는 암소를 따라 가다가, 폴짝 돌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귀뚜라미를 보았다. 조심조심 오므린 손에 귀뚜라미를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제이는 귀뚜라미에게 먹이도 주고 관찰하며 친구가 되었다. 전등을 끄면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노래를 불렀고, 손전등을 키면 노래를 멈춘다. 오후가 되면 창문을 닫고 철망집에서 귀뚜라미를 꺼내 폴짝 뛰면서 같이 놀았다.

그리고 월요일, 제이는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됐다. 엄마는 귀뚜라미를 두고 가라 했지만, 귀뚜라미를 호주머니에 넣어 갔다. 귀뚜라미는 제이의 컴컴한 호주머니 속에서 귀뚤귀뚤 노래를 불렀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선생님은 제이에게 다가와 귀뚜라미를 교실 밖에 내놓으라고 했지만, 제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선생님은 다른 귀뚜라미를 또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제이에게 다른 귀뚜라미는 의미가 없었다.
"제이야, 그 귀뚜라미가 네 친구니?"
제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생님은 제이의 마음을 알아주셨다.

선생님은 일학년 수업에서는 날마다 '보여 주고 말하기' 수업을 하자며, 뭔가 특별한 걸 갖고 있는 사람은 그걸 학교에 가져와도 좋다고 말씀하신다. 오늘 아침엔 제이의 친구 귀뚜라미가 주인공이다.^^ 교실의 시계는 7시 30분이다.

선생님은 유리잔에 귀뚜라미를 넣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라고 말씀하셨다. 연필과 비교되는 귀뚜라미.^^ 선생님은 네 귀뚜라미에 대해 이야기 해주라며 어디서 잡았는지 물으셨다.
제이는 암소 목초지에서 어떻게 잡았는지 설명했고, 친구들의 온갖 질문에 하나씩 답했다.
-귀뚜라미하고 지낸지 얼마나 됐어?
-어디서 잠을 자니?
-얼마나 높이 뛰어 오르니?
-재주도 부릴 줄 아니?
-어떻게 하면 노래를 부르니?
-지금 연주하라고 해봐!
-제이, 널 위해 특별히 연주할 때도 있니?
-다음엔 뭘 가져 올거니, 제이야?

제이가 모든 답을 마쳤을 때, 교실의 시계는 아홉 시가 되었다.^^
수업에 방해된다고 귀뚜라미를 내다 놓으라고 윽박지르지 않고, 그걸 이용해 멋진 수업을 하시다니 정말 좋은 선생님이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선생님의 교수법은 훌륭하다. 자~ 다음 시간엔 어떤 걸 가져올까? 제이는 산책길에 주머니 속에 담았던 고사리무늬가 찍힌 돌, 잿빛 거위 털, 인디언 화살촉, 히코리 열매, 콩, 매미, 달콤 새콤한 사과도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선생님을 만난다면...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우리 교육 현실에서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어린이를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케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며 배우는 지혜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교육이라는 걸 조용히 깨닫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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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는 여자>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축구 아는 여자 2030 취향공감 프로젝트 2
이은하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품절


이 책을 읽고 나면 어깨를 으스대며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나, 축구 아는 여자야!"

아직 축구를 모르는 여자라면 모두모두 이 책에 붙으시라!
그러면 축구 좀 아는 여자로 거듭날 수 있다.^^

이 미녀 '이은하'는 '축구 아는 여자'다. 물론 독자를 '축구 아는 여자'로 거듭나게 할 여자다.ㅋㅋ
1995년 MBC 라디오 공채 리포터로 입사해 스포츠 전문 리포터로 활동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MBC 라디오‘이은하의 아이 러브 스포츠’MC로 등극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1부는 축구용어와 규칙 등 기본적인 것을 일러준다. 축구경기를 많이 봤기에 기본적인 규칙이나 용어는 알고 있지만, 이 책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됐다. 축구가 정착되기 시작할 때 인원이 11명이었고, 영국 사립학교 기숙사 방 정원이 10명이라 방 단위로 시합하면서 방장을 맡은 사감을 넣어 11명이 뛰었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란다. 오호~ 이런 건 누가 알려주지 않는 얘기다.^^

선수들은 공격수, 수비수, 둘 사이를 연결하는 미드필더로 구분된다. 등번호만 봐도 선수의 포지션을 알 수 있는데, 골기퍼는 무조건 1번, 수비수는 2~4번, 수비형 미드필더는 5~6번, 미드필더 에이스는 7번, 공격형 미드필더는 8번, 스트라이커는 9번, 에이스는 10번, 가장 빠른 선수는 11~14번으로 구분한다. 차범근이 왜 11번인지 이해된다. 물론 포지션에 관계없이 선수가 좋아하는 번호를 달기도 하는데 황선홍 18번, 안정환 19번, 이동국 20번, 맨유에서의 박지성은 13번이다.

축구 중계를 들었다면 4-4-2작전이나 3-4-3작전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 축구의 대세는 포백 시스템이라는데, 포백 시스템(Four back system)이란 우리 골키퍼 앞에 우리 편 수비수가 4명 있다는 얘기고, 스리백 시스템이란 골키퍼 앞에 수비수가 3명이라는 얘기다.

2008년 8월 16일자 스포츠동아에 이런 기사가 났었다. 요걸 보면 축구에서 구사하는 4-4-2 시스템이나 3-4-3 시스템을 이해하기가 더 좋을 듯. 그리고 썩 어울리는 포지션이라고 생각되지 않는지...클릭하면 커집니다.^^

2부는 유럽 리그로 세계 3대 리그인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화려한 개인기의 스페인 프레메라 리가, 빗장수비의 이탈리아 세리어 A를 소개한다. 리그에서는 매 시즌 경기실적에 따라 각기 1부로 진입하거나 혹은 2부로 내려가기도 한다. 다른 특징과 세계적인 선수를 소개하는데, 2002월드컵 덕분에 귀에 익은 선수들이 많아 좋았다.

3부는 월드컵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한다. FIFA는 1904년 유럽 7개국 축구협회 대표들이 모여 만든 조직으로 현재 208개국이 가입했고, 월드컵은 줄 리케 피파회장의 노력으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4년마다 열기로 결정하고, 1930년 우루과이에서 1회대회를 열었다. 월드컵 징크스로는1966년부터 시작된 펠레의 저주. 펠레가 우승을 언급한 팀마다 어김없이 탈락해서, 제발 관심 갖지 말라고 주문할 정도라고.ㅋㅋ

리그에서는 같은 지역에 연고를 둔 팀끼리 경기를 치루는 '더비 매치'가 있다. 맨체스터 더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런던 더비인 첼시와 아스날, 북런던 더비인 아스날과 토트넘, 레즈 더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등, 프리메라 리가에서는 '엘 클라시코'라는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과 김주혁이 피튀기며 설전하는 문제의 축구 시합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피파에 가입했고,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첫 출전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7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피파랭킹 52위인 대한민국은 B조로 15위인 아르헨티나, 22위인 나이지리아, 13위인 그리스와 겨루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나 축구 아는 여자야!' 뻐기면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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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1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축구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게 해주는 책 이군요.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관심 없었는데 리뷰 읽으니 구미가 당깁니다.

순오기 2010-05-19 05:59   좋아요 0 | URL
오~ 이 책 한번 보고 나면 축구 좀 안다고 할 만해요.ㅋㅋ

같은하늘 2010-05-20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드컵을 겨냥해 나온 책인가요? ㅎㅎ

순오기 2010-05-20 02:4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마케팅 전략은 그런 걸 무시할 수 없겠죠.
이거 조금 수정하고 마무리해야 되는데...ㅜㅜ
 
<얘들아 학교를 부탁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얘들아, 학교를 부탁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
아구스틴 페르난데스 파스 지음, 유혜경 옮김, 강은옥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4월
구판절판


"얘들아, 학교를 부탁해!"
독자들은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바다로 떠내려가는 학교의 운명은?'
표지에 나온 것만 보고 나름대로 상상을 펼친 후에 책을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내가 상상한 것과 책에서 겹쳐지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분명한 건, 창의력을 죽이는 권위적인 학교교육에 반기를 든 멋진 동화라는 것. 아이들을 상상의 바다에서 헤엄치게 하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몇 가지에 놀란다.
첫째는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쓴 작가가 예순세 살(1947년생) 할아버지로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 스페인은 교원 정년이 몇 살인지 살짝 궁금해진다. 아구스틴 페르난데스 파스는 2004년 출판인협회가 수여한 최고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1992년에는 스페인 교육부 상을 받았다고 한다.

두번째는 책 속 등장인물이 실제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따로 실어 놓았다. 주인공 마르타는 책읽기를 좋아하는데 무슨 책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마녀를 잡아라, 찰리와 초콜릿 공장'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한다. 게다가 음식 중엔 시금치를 질색하고 집 근처 채식주의자 식당에서 먹는 크로켓이 가장 싫다고 한다니, 믿거나 말거나 하지는 못할 듯.^^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대로 이루어진다면 과연 그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이 책은 바로 주인공들이 상상하는 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스페인 북서부의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10월 중순부터 내린 비가 몇 날 며칠 계속되었다. 마르타는 베네치아처럼 배를 타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고, 마법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 가는 내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을 한다.

마르타의 담임 안나 선생님은 학습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이야기 들려주길 좋아한다. 그래서 클라라 교장선생님께 꾸중도 듣고 경고를 먹기도 한다.
안나 선생님의 수업 도중에 학교가 기울어지고 선생님 책상 위의 꽃병이 미끄러지고, 아이들의 책상과 걸상들이 벽 쪽으로 미끄러졌다. 책과 공책들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대체 무슨 일일까?

큰일났다, 학교가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예기치 않은 항해에 들떠서 수업이 안된다. 하지만 모두가 난생 처음 겪는 유일하고 특별한 경험을 즐기기로 한다. 선생님은 각자 어떤 역할의 선원을 할지 정해 보라 한다. 일년내내 이야기 한번 안해주고 진도만 나가는 옆반의 다미안 선생님도 안나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강 기슭에서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학교를 취재하기 위해 텔레비전 중계차도 나오고, 헬리곱터와 구조대원들도 나왔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교장선생님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마르틴 학습부장님은 나누어준 자료에 있는 대로 강에 사는 식물과 동물... 우리 몸의 부력, 아르키메데스 원리에 대한 학습진도를 나가라고 한다. 하지만 안나 선생님은 예외적인 상황에 맞게 각 반마다 자율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자는 제안에 다미안 선생님이 호응한다. 교장은 분노하지만 다들 강물에 몸을 맡기고 아이들에게 일생일대의 경험을 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제안에, 선생님들은 문서를 박박 찢어 던지는 것으로 동의를 표시했다. 교장선생님 혼자 울그락불그락~ ㅋㅋㅋ

잠에서 깬 마르타는 학교가 바다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디에도 육지는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창문 밖 바다에서 펼쳐지는 고래쇼에 모두 넋을 잃었고, 키트 선장으로 변신한 다미안 선생님은 학교 배를 정복하는 해적이 되어 교장선생님을 감금해 버렸다. 이제 '자유를 사랑하고 하늘과 달을 지붕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법'이 존재하는 신나는 학교가 되었다. 지겨운 수업, 흥미 없는 프로그램, 문 닫은 도서관, 서커먼 방에 갇히는 벌, 무조건적인 지시도 끝났다. 완전히 자유로운 바다 위의 학교에선 어떤 모험이 또 펼쳐질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사태에 정부에선 학교를 구하기 위해 연구원을 급파했다. 그 연구원 박사님은 학교 안에 있는 어떤 사람들의 소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다. 연구원은 아이들이 협조하면 학교가 방향을 바꾸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단 속마음을 털어놓고 솔직해져야 된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각자의 매트리스에 누워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과연 박사의 실험에 아이들은 협조했을까?

자~ 박사의 실험이 성공했는지 확인하시라!!
학교는 바다가 아닌 강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산기슭까지 학교를 올려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산기슭을 어떻게 올라갈지, 나무들을 어떻게 피하고, 도로를 어떻게 건너갈지... 마지막으로 원래 있던 자리로 어떻게 올라갈지를 상상하면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또 아이들의 상상력을 죽이려고 했던 교장선생님은 아직도 갇혀 있을까?^^
결과는 직접 책을 읽으며 확인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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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1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이 파스텔 톤으로 참 이쁘네요.
전 이런 그림 너무 좋아해여~

순오기 2010-05-10 15:48   좋아요 0 | URL
그림이 맘에 들면 내용은 더 맘에 들거에요.ㅋㅋ

같은하늘 2010-05-1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어요. ㅎㅎ

순오기 2010-05-11 11:52   좋아요 0 | URL
학교가 강으로 바다로 떠내려가며 모험을 할 수 있으니 왜 안 재밌겠어요.ㅋㅋ
 
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4월 23일, 어머니독서회의 토론도서였다. 봄꽃으로 설레는 마음을 달래려고 동심에 노닐던 그 시절이 그리워 선택한 책이었다. 어린 시절 세계명작동화로 만났던 책을 지천명에 다시 읽는 맛은 행복했다. 더구나 타샤 튜터의 삽화가 있어 더 좋았다.^^   

우리집엔 세 권의 '비밀의 화원'이 있었는데, 큰딸이 초등때 끼고 살던 세계명작 '비밀의 화원'은 동네 아이가 빌려갔다가 잊어버린지 10년 됐다.ㅜㅜ    

이 책의 전반부는 가슴이 쓰리고 아프지만, 후반부는 흐뭇함과 기쁨으로 마냥 행복해도 좋다. 아마도 이런 요소가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으로 자리매김 된 듯하다. 더구나 타샤 튜터의 그림이 '비밀의 화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냈다.

 

인도에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유모에게 맡겨져 자란 메리는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무리 원하지 않는 출산이라도 아이를 뒷방에 밀어놓고 파티만 즐기며 살았다는 게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았다. 하긴 모성이 준비되지 않은 엄마는 현실에서도 분명 있다. 인도를 휩쓸었던 콜레라로 졸지에 부모와 유모까지 잃은 메리는 영국 요크셔 지방에 사는 고모부, 아치벌드 크레이븐 씨의 미셀스와이트 장원으로 온다. 고모부 크레이븐 씨는 아내가 죽은 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운둔자로 산다. 하지만 메리는 크레이븐씨가 출입금지시킨 비밀의 뜰을 발견하고 활기를 찾는다. 

 

아내를 더없이 사랑했던 크레이븐씨는, 아들을 낳고 죽은 아내의 눈을 닮은 아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콜린은 아버지처럼 곱추가 되거나 곧 죽게 된다는 수군거림을 들으며 스스로 죽음의 공포에 갇혀 자란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 콜린은 죽음이란 두려움에 히스테리를 부리지만, 한때 콜린처럼 제멋대로였던 메리는 한방에 제압한다. 그 후 그들은 친구가 되어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합류하여 비밀의 뜰을 가꾼다. 작은 동물들의 소리를 들으며 소통할 줄 아는 디콘은 진정한 자연의 친구다.

 

비밀의 뜰을 가꾸는 행복한 아이들이 보기 좋았다. 성장기에 사랑받지 못한 불행을 몽땅 보상받는 기분이다. 콜린은 비로소 자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10년 전 정원을 가꿔 달라는 크레이븐 부인의 부탁을 받은 벤 웨더스타프 노인은, 비밀의 뜰에서 아이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비밀에 동참한다. 그는 날마다 살이 찌고 건강해지는 콜린을 보면서 감격한다. 콜린은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한 자신을, 아버지 앞에 당당하게 보일 때까지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게 연극을 한다. 

디콘의 어머니는 막 짠 신선한 우유와 맛난 빵을 날마다 보내준다. 아이들은 엄청나게 먹어대고 정원을 가꾸며 마냥 행복하다. 마사와 디콘의 어머니 소어비 부인은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현명한 어머니다. 열두 명의 자녀를 바르게 키운 넉넉한 어머니는 우리가 추구할 어머니의 표상이다. 마사가 자랑하는 어머니이고, 가정부 메들록 부인이 인정하는 현명한 부인이고, 의사 크레이븐 박사가 최고의 간병인이라고 칭찬한다. 크레이븐씨도 소어비 부인의 충고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들인다. 

"엄니는 이렇게 말씀하세이, '자석을 열둘이나 키우면 여자는 글자 말구두 뭔가를 배우게 되는 벱이다. 자석덜을 키우다 보면은 에이비시 만치나 여러 가지를 깨치게 되지'라고이"(115쪽)   

"소어비 부인이 꼭 너를 만나봐야 한다고 하기에 오늘 널 불렀다. 너한테는 신선한 공기와 자유와 뛰어다니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더군."(162쪽)

"우리 엄니가 그러는디, 어린이헌테 일어날 수 있는 질루 나쁜 일 두 가지는유, 절대로 지 마음대루 허지 못허게 혀는 거하고 은제나 지 마음대루 혀게 해 주는 거래이. 어느 짝이 더 나쁜지는 엄니두 모른대유."(249쪽) 

"두 아이헌테야 많이 웃을수록 좋지! 어떤 경우에라도 건강하고 아이답게 웃는 건 약보담 훨씬 나은 벱이여. 둘 다 틀림읎이 통통혀질 거구먼."(340쪽) 

"한창 쑥쑥 자라는 애덜인디다가 둘 다 튼튼혀지구 있는 중이니께 그런 겨. 그런 어린 애덜은 늑대 새깽이 같어서, 먹은 게 그대루 피가 되구 살이 되는 겨."(341쪽) 

"아줌마는요, 제가..... 제가 바라던  그런 사람이에요. 난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디콘의 엄마인 것처럼요!"(381쪽)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요크셔 지방의 사투리를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 전라도와 충청도 말을 버무렸지만 소리내어 읽어보면 읽는 맛이 난다. ^^소어비 부인은 작가의 분신인 듯.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소어비 부인을 통해 말한다. 아이들은 흙과 같이 자라야 한다는 것, 황무지에서도 저절로 싹이 트고 꽃이 피듯이, 아이들도 자연과 더불어 크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이 회복되는 마법을 발견한다. 

 

외국을 떠돌던 크레이븐씨가 아내의 음성에 이끌려 10년 만에 정원으로 돌아온 날, 그의 눈앞에서 튼튼한 두 다리로 달리는 아들과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을 발견하는 장면은 짜릿하고 황홀했다.  아이들은 역시 자연속에서 뛰어 놀며 커야 한다는 걸 새기면서, 10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고전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타샤 튜터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비밀의 화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기쁨을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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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2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순오기 2010-04-27 22:26   좋아요 0 | URL
언제나 찜리스트가 풍성해요, 넣었다 뺏다 장바구니도 출렁출렁~ㅋㅋ

비로그인 2010-04-2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타샤 튜터의 삽화가 들어있는 비밀의 화원이 있군요!! 정말 건강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책이지요. 중간중간 감정이 그대로 이입되던 장면들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황무지에서도 저절로 싹이 트고 꽃이 피듯이, 아이들도 자연과 더불어 크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이 회복되는 마법을 발견한다."라는 언니 말씀이 딱 맞는 책.

순오기 2010-04-27 22:28   좋아요 0 | URL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비밀의 화원으로 행복해져서 읽는 나도 행복했어요.^^ 타샤 튜터의 삽화가 챕터마다 들어 있어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0-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사 튜더의 삽화와 어릴때 읽은 추억 때문에 비밀의 화원 샀잖아요.. 아직 못 읽었지만.
무삭제 판이라니 꼭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근데 이래저래 먼저 읽을게 많아서.

전 시공사의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가 너무 좋아요. 딸 코알라 핑계대고 거의 다 사버렸어요. 실은 제가 소장할거예염~ ^^

순오기 2010-04-27 22:28   좋아요 0 | URL
네버랜드 클래식 저도 몇 권 갖고 있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

섬사이 2010-04-2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버랜드 클래식의 <비밀의 화원>, 큰아이가 초딩시절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던 책이에요.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

순오기 2010-04-27 22:29   좋아요 0 | URL
우리 큰딸도 비밀의 화원 끼고 살았어요. 영화도 여러번 봤고요.
다시 봐도 사랑스런 책이에요.^^

마노아 2010-04-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에 소공녀와 소공자를 참 재밌게 읽었어요. 꽤 오랫동안 비밀의 화원이 그 책들과 제목만 다른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지 뭐예요. 작가만 같은 거였는데 말이에요.^^

순오기 2010-04-27 22:30   좋아요 0 | URL
소공자, 소공녀는 요즘에도 이 제목으로 나오나요?
원제는 세드릭 이야기, 세라 이야기던데...
일본번역본을 번역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듯...

마녀고양이 2010-04-28 09:13   좋아요 0 | URL
요즘은 세라 이야기, 세드릭 이야기라고 해서 나와여, 언니~
제가 얼마 전에 샀거든요.. ^^

순오기 2010-04-28 22:52   좋아요 0 | URL
아~ 세드릭, 세라 이야기로 나오는군요~ 그래야죠, 암요~ 끄덕끄덕

다크아이즈 2010-04-2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샤 튜더가 그린 비밀의 화원이 있었군요. 꼭 살게요. 감사요~

순오기 2010-04-27 22:30   좋아요 0 | URL
타샤 튜터 그림을 보면서 그분의 정원을 보는 듯했어요.^^

메르헨 2010-04-2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죠...비밀의 화원...저는 이 책을 제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선물했답니다.
근데...선물하고 나니 더 보고 싶은건 왜 일까요.^^

순오기 2010-04-28 22:26   좋아요 0 | URL
비밀의 화원, 다들 좋아하시네요.^^
누구에게 주고 나면 새록새록 생각나는 책, 그래서 내 책은 못주고 사서 주게 되죠.ㅋㅋ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완역본은 꽤 두툼하던데 다 읽으셨군요.

순오기 2010-04-29 23:46   좋아요 0 | URL
예~ 꽤 도톰합니다.^^

꿈꾸는섬 2010-04-2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저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책인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군요. 다시 보고 싶은 책이에요.^^

순오기 2010-04-29 23:46   좋아요 0 | URL
비밀의 화원, 어린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에요.^^

희망찬샘 2010-06-06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지 못했어요. 타샤튜더의 그림과 함께 즐독의 세계로 고고씽~ 해야겠어요. 학교에 있거든요.
 
오늘 5.17 권정생선생님 2주기
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청소년인물박물관 8
이원준 지음 / 작은씨앗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까지 기쁜 날도 많지만, 우리가 추모할 분들이 많아서 우울하고 슬프게 보낼지도 모른다. 5일은 박경리 선생 2주기, 17일은 권정생 선생 3주기,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2008년 6월에 마노아님께 생일선물로 받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그것도 <개똥이네집> 5월호에 실을 권정생님 원고 덕분에... 이 책은 여기저기서 몇 번은 귀동냥 했을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 작품세계를 그러모아 친절하게 들려주는 꼼꼼한 평전이다.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하면 늘 명치끝이 아리다. 그분의 자발적 가난한 삶이 아니라 평생 병마로 고통스럽게 사셨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프면 늘 찡그린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누가 찾아오는 것도 당신이 누구를 만나는 것도 자제하셨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를 생각하셨고, 세계의 평화와 우리의 통일을 염원하셨다.   


권정생 선생님은 당신이 쓰신 <강아지똥>처럼 몸과 마음을 온전히 녹여 거름이 되셨다. 누가 이 분만큼 철저하게 가난한 삶을 살 수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겠는가! 소위 지도자라는 이들의 말과 삶이 다른 이중성을 수없이 봐온 우리는, 철저하게 당신의 말씀과 삶이 일치되게 사신 분을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권정생 선생님은 1937년 9월 10일, 일본 시부야 혼마치 빈민가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나셨다. 아버지는 청소부였고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셨다. 아버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헌책을 가려 뒷간 구석에 쌓아두었다가 고물로 팔았는데, 어린 정생은 그 책더미에서 자신이 볼만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골라 읽었다. 6~7세에 혼자 글을 익혀 책을 읽으며 감동받고, 세상을 배웠던 환경이 훗날 글을 쓰게 만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1946년 아버지의 고향 안동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가난했다. 월사금이 없어 초등학교를 열여섯에 졸업하고,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및 점원으로 전전하였다. 또한 서너달은 오로지 구걸로 연명하기도 했는데, 열아홉에 객지에서 얻은 폐결핵을 평생 떨치지 못했다. 1967년 조탑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살다가, 1983년 동네 청년들이 지어준 흙집으로 이사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안동시 조탑면 일직리에서 사셨다.



선생은 그 오두막에서 앉은뱅이 책상에서 글을 쓰고 읽었으며, 옆방에도 한 몸 누일만큼의 공간만 두고 책을 쌓아 두셨다. 다른 건 다 아끼고 절약했지만 당신이 보고 싶은 책을 사는 건 스스로 용납하셨다. 누군가의 과분한 선물이나 이웃들이 손수 만들어 주는 음식 외에는 절대 받지 않으셨다. 공직자들이 이 분의 삶을 십분의 일이라도 본받으면, 뇌물수수 사건으로 줄줄이 엮여 들어가는 뉴스를 우리는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리라. 



이오덕 선생님과의 만남은 권정생 선생의 삶에 비친 한줄기 햇살처럼 축복이었다. 이오덕 선생에게 원고료에서 생활비를 미리 보내 달라고도 하셨고, 이오덕 선생은 당신이 받은 월급에서 생활비와 책값을 보내기도 하셨다. 열두 살의 나이차에도 평생 서로 존경하며 지내셨지만, 이오덕 선생이 자신의 책에 권정생 선생이 허락지 않은 편지를 인용한 것과, 훗날 이오덕 선생이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받은 것은 못마땅해 하셨다고 한다.  

 

위 사진에 나온 것처럼 권정생 선생은 방문 위에 권정생이란 문패를 써서 붙였는데, 내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한 유일한 욕심이었다고 한다. 또한 같이 살았던 개 뺑덕이 집에도 '이뺑덕'이란 문패를 붙여준 걸 보면, 짖궂은 소년다움과 유머 센스가 엿보여 살포시 웃음이 났다.   

선생의 작품세계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낸 함께 사는 세상과,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이 많다. 어떤 작품을 읽어도 선생의 정신과 철학을 짐작케 되며, 선생이 살아 온 세월의 아픔과 더불어 추구한 세계가 엿보인다. <몽실언니>가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라면, <무명저고리 엄마>는 민족 수난의 일대기가 엄마의 무명저고리에 다 배어 있어 눈물겹다. <사과나무밭 달님>에 실린 12편은 권정생의 삶과 문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엑기스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따뜻한 눈맞춤으로 쓴 <하느님의 눈물>은 어떤 걸 읽어도 따뜻한 감동이 스민다. 마지막 작품이 된 <랑랑별 때때롱>에서는 선생님이 꿈꾼 이상향을 엿볼 수 있다. <우리들의 하느님>에 드러난 날선 비판과 그 분의 삶은 우리들 스스로 부끄럽게 한다.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어른들에게도 읽히게 된 것은 아마 한국인이면 누구나 체험한 고난을 주제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동화에다 무리한 설교조의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 있는데, 과연 그런 동화가 우리 인간에게 얼마만큼 유익한지 알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훈시나 설교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 문명 속의 인간보다 잘 보존된 자연 속의 인간이 훤씬 인간답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의 도덕 교과서를 보는 것도다 푸른 하늘과 별과 그리고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130쪽)  

선생은 돌아가실 때,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을 남기면서도 극빈의 삶을 사셨다. 살아생전에도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옳고 그림을 알려주셨지만, 유언에서도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깨닫게 하셨다.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소중하다고 하셨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선생님이 떠리는 손으로 쓴 마지막 글을 새기며 깨달아야 할 숙제일 듯하다.
정호경 신부님은 <비나리 달이네집>의 실제 모델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유서는 여기, http://blog.aladin.co.kr/714960143/2848250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놓은 대로 부탁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해찬이와 함께 뒷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날에도 가끔 피고름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 날 몇 자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넌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권정생 선생은 이 편지를 쓰고, 4월 힘없이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한 열흘쯤 치료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포도나무를 살피며 잘 자랄 수 있겠다며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5월 16일 병원에서 의식을 잃어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셨다.  

5월 17일 권정생 선생의 3주기를 맞으며, 그 분의 삶과 뜻을 헤아리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다짐하는 자기 성찰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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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6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4-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똥>으로 처음 알게 되었던 분인데 오기언니 덕분에 그분의 책을 찾아서 보았지요. 5월엔 참 마음 아픈일이 많네요.ㅜㅜ

순오기 2010-04-27 00:49   좋아요 0 | URL
권정생 선생님 작품은 워낙 여기 저기 실려 있어서 전작 읽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선생님 가신 5월이면 선생님 작품을 읽는 것으로 추모의 마음을 표하지요.

찌찌 2010-05-0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권정생 선생님 작품은 정말 좋죠!

순오기 2011-07-15 08:12   좋아요 0 | URL
예~ 선생님 작품은 읽고 또 읽어도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gimssim 2010-05-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삶의 희망을 선생님의 동화에서 자주 느끼곤 했어요.
어쩐지 봄에 어울리는 글들이 많죠.
이 봄 다가기 전에 다시 선생님을 만나보아야겠어요.

순오기 2011-07-15 08:12   좋아요 0 | URL
선생님 작품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어도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